재회(3)

yinzhengyi | 2008.08.16 02:33:23 댓글: 6 조회: 842 추천: 5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75376

올것이 왔다.

십여년만에 재상봉이 어젠데

오늘 바로 찾아 온 그녀를 보니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려고 한다.

 

뭔가 확인하러 온거 같은데

왼지 아직은 대답을 주기 싫어

나는 손님들 인사 한답시고 그녀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죽어라 나를 따라다니는 그녀의 시선이 자꾸 신경 쓰인다.

 

 

-인사는 끝냈냐?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가 죽어라 좋아하던 당근쥬스를 시켜서 들고 갔더니

대뜸 태클거는 어투로 들이대는 말이 [인사는 끝냈냐?]


(성깔하나는 여전하군
……^^)

 

-무슨 배짱이야?


-………


-
술이 늘었군………


-
나는 제자리 걸음만 할줄 알았니?


-………


 

(그래그동안 세월이 저그만치 십년 넘는데……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또 다시 서글퍼 지려고 한다
.

 

 

담배에 불을 붙히는데

그녀의 미간이 찌프려 지는걸 확인 하면서

저 멀리 있던 어렴풋한 기억이 다가오는거 같다.

 

(그래 담배를 죽도록 싫어 했었지.)

 

-아직도 담배 싫으니?


-…………

 

아무말 없이 나를 노려 보는 눈초리에

나는 또 한번 가슴이 아려

담배를 비벼꺼버린다.

 

-왜 왔어?


-
니 보기에는 왜 왔을거 같니?


-…………

 

그녀가 날카롭게 변해 있다.

(아직도 맘에 상처가 아픈거니?)

 

-너 뭔가 나한테 얘기 해줘야 될거 있다고 생각하는데


-……


-
할말 없어?


-………………


-………………




다시 그녀를 보면 그동안에 있어던 일들을

다 얘기 해주려고 항상 준비하면서 살아 왔는데

정작 마주치고 나니왼지 얘기 하기 싫어진다………

둘 사이 침묵은 길어지고

그녀는 안주도 없이 맥주만 벌컥 벌컥 마셔대고 있다.


이제 취햇을법도 한데
...

얼굴도 벌겋게 상기되고눈도 풀리고

버드와이저 여덟번째병을 비워내고 있다.


(
맥주 한병이면 해롱 해롱 하던 애가……)

 

그때까지 나는 그러는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
저러고 어떻게 집에 가려는걸까…)

 

지쳤는지


돈을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


 

-가게?

 

저렇게 마셔대고 무사히 집에 갈수나 있을지 걱정이 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뱉어 버렸다
.

 


-……
너랑 나다시 보지 말자


-……


 

쏘아 보면서 뱉는 그녀의 말에

내 가슴에 얼음비수가 꽂힌다

 

가방을 챙겨서 일어나던 그녀가 휘청하나 싶더니

그대로 넘어지고 있는 그녀를 받쳐 안았다.

 


-
희경아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지만

스르륵 눈이 감긴 그녀는 의식이 없다.


 

술이 과하면 바로의식을 놓아 버리는 버릇하는 여전한가 본다.


그녀를 비여있던 쏘파에 눕히고

알바생을 시켜서 수민이라는 남자쪽으로 전화 넣었다.



 

한참후 알바생의 안내로

그녀를 업고 문 밖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확인하는 나는

씁쓸한 웃음을 피워내고 만다.

 

[너랑 나…… 다시 만나지 말자……]


그녀의 마지막 말이 다시 떠오른다
.


(
이제 다시 만날일이 없는건가?…………)



 

 

목이 타는듯한 갈증에 눈을 뜨고

내 집에 내 방이라는걸 확인하는데까지 15초의 시간이 소요 됐다.


약간의 두통과 더불어 살짝 어지럽기까지 하다
.


 

머리맡 테이블에 수민이가 놓았을법한 물한컵을

벌컥벌컥 마셔대고 나니 속이 한결 개운해 진거 같다.

 

나에게 팔베개를 해준 수민이 베개 밑에서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425.

 


-
깼어?

 

부시럭거리는 내 기척에 수민이가 잠이 덜깬 목소리로 묻는다.


 

-좀더 자자.


수민이가 내쪽 이불을 여며주고 다시 껴 않으면서 하는 말이다
.

 

수민이 가슴에 얼굴을 뭍고 한껏 심호흡을 해본다.


익숙한 수민의 체취가 페부 깊숙히까지 느껴지는 감이 너무 좋다
.


그렇게 그의 체취에 취해 나는 다시금 잠을 청해 본다
.



 

 

-어제는 무슨술 그렇게 마셨어?


수민이가 운전대를 잡은채 묻는다
.

 


-
……… 뭐 그냥…… 마시다 보니 그렇게 됐네……

요즘 스트레스가 좀 심했나 봐……^^


-
무리 하지 마라


-^^……
알았어.


-
참 니네회사서 결혼휴가 몇일정도 줄수 있어?


-
글쎄길어봐야 보름정도?


-
그검 신혼여행은 다음으로 미뤄야 되는건가?


-
아마도구정때 가는거로 하지 뭐…^^


이런저런 얘기중에 회사에 도착했고

우리는 저녁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 헤여졌다.



 

[너랑 나……… 다시 만나지 말자………]


(
그래, 어제 마지막으로 준수한테 그랫었지.)

 

-희경아, 무슨생각하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점심먹고 회사에 희연언니랑 사무실빌딩 밑층에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커피 한잔하고 있는 중이다.

 

-ㅎㅎ그냥


-
결혼준비는 잘 돼가?


-
양가 부모님들 기본적인거 다 준비 한다고 하셨어.

우리 가서 한복 맞추고 웨딩촬영하고 사돈보기 하고 결혼식 하면 된다고…^^


-
좋으니?....ㅋㅋ


-
언니는언니는 결혼할때 안 좋았어 그럼?


-
ㅎㅎ결혼은 여자에게 고생문이라고 했어.

지금은 좋지만 나중에 애 엄마가 돼봐


-
뭐가 어때서그래두 내 자식인데

힘들어도 자식크는거 보면서 행복하다고 우리 엄마는 그러더구만


-
뭐 하긴ㅎㅎ



 

희연이 언니는 같은 회사에 2년 선배로

나보다 3살 많고 6년전에 결혼해서 지금은 2살나는 아들이 있다.


언니네 친정집 어머니가 일찍 남편을 여의고

지금 언니네 집에서 외손주를 돌봐 주신다고 한다.


시부모들은 한국에서 불고기집을 운영하시고

일년에 한번쯤 중국에 다녀 가신다고 한다.

 

희연이 언니랑은 성격도 비슷한데가 있고 말도 통해서

평소에도 무척이나 가깝게 지내는 편이다.


 

-참 언니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
뭔데?


-
저기언니 첫사랑이 언제야?


-
? …… 얘기 뭐래니? …ㅋㅋ……


-
얘기해봐…… 궁금해서 그래…^^


-
새삼그레 그건 왜 궁금하대? ………ㅎㅎ


 

갑작스레 닥치는 물음이라 나를 살짝 흘겨주는 희연언니

 

-그게 아마…… 중학교 2학년땐가?


-
서로 많이 좋아 했었어?


-
글쎄그때는 많이 좋아 했는데……

나 그남자 때문에 자살시도까지 했었다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말이야…^^


-
진짜? ………


 

평소에 너무 밝아보이는 희연언니가

남자때문에 자살시도까지 했었다는 얘기는

나한테 조금은 충격적이다.


 

-? …… 남자가 헤여지자 그래서?


-
아니…… 내가 임신을 했었거든……


-………


-
놀랐니? ……

 

나는 아무말도 못한채 머리만 끄덕여 보였다.

 


-
내 첫사랑이 우리반 담임이였어.

사범학교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 온지 얼마 안됐었거든.


임신하고 그사람이랑 얘기도 못하고 혼자 속 앓이 하다가
…………


너두 알잔아
그시절에 가문에 그런일이 있으면

맨날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으면서 살아야 하잖아.


나만 죽으면 됐겠지 그렇게 생각했어 그때
……



-…………

 

추억에 잠겨서 씁쓸한 표정으로

남 얘기 하듯이 지난일을 얘기하는 희연언니말에

나는 끼여들틈이 없다.

 

대목마다 머리를 끄덕여 보이는거로

듣고 있다는걸 표현하고 있었다.

 


-
밤중에 강물에 뛰여 들었는데……


충격에 애만 떨어지고

나는 대출혈로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다가 나왔지…^^

 



 

점심시간에 들었던 희연언니 말이 자꾸 생각나서

오후에 도저히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언니…………

 

끝내는 희연이 언니 메신저를 건드리고 말았다.

 

-ㅇㅇ


-
나중에 다시 그사람언니 그 첫사랑 말이야

후에 다시 만나본적 있어?


-
아직도 그얘기야?....


-
ㅇㅇ…… 힘든 얘기면안 물어 볼께……

-병원에서 나와 엄마 아빠가 전학시켜 줬어.

그리고 한번 만난적이 있었는데 미안하다고 그러더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


하지만 자기랑 그런얘기 했어도

자기는 책임 못질거 같다고………



-………


-
중학교 동창들 중에 은연이라는 친한친구 한놈 있는데

삼년전인가 그 남자랑 결혼 했어.


요즘도 가끔 연락하고 있고
.


은연이 몇일전에 아들 낳았다고 연락 왔드라
…^^



-
언니 그사람 이해할수 있어?


-
솔찍히 원망한적 없어.


강박적으로 당한것도 아니고 내가 원한거잖아
……


그리고
남자치고 괜찮은 사람이야



-
그래두……


-
ㅎㅎ……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ㅎㅎ


-
~~ 내가 졌다……ㅋㅋ


-
ㅋㅋ…………그나저나너 요즘 이상하다

결혼을 앞둔 애가 갑자기 첫사랑 타령이나 하구……


솔찍히 말해봐
……너 뭔가 있지.



-
예리하기는……


-
있구나…… 맞지……너 뭔가 있구나…… 그지………


-
십몇년전에 첫사랑 만났어……


-
?


-
오래전에 갑자기 소식이 끊겼었는데………

몇일전에 예고도 없이 갑자기 만났어……
추천 (5) 선물 (0명)
IP: ♡.172.♡.245
rena (♡.65.♡.55) - 2008/08/17 19:22:45

재회... 잘못된 만남은 아니길...

작은 도둑 (♡.224.♡.206) - 2008/08/18 13:28:12

진짜 끝난것 같다 웬지...웬만하면 엮일만도 한데....

jiayan (♡.250.♡.160) - 2008/08/18 14:07:09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담회 기대해볼게요~~

kusa (♡.229.♡.159) - 2008/08/19 10:28:36

언니 오래만에 글 시작한거야 ?

2006년도에 쓰구 안썻잖아

빨리 써 4집 기대 된당 ㅎㅎ

언니 아이라뷰 ㅎㅎ ㅎ

이쁜짓 햇는데 발리 올려줘

시라소니 (♡.247.♡.249) - 2008/08/19 11:26:48

첫사랑 사람 십년만에 만나다니......나두 첫사랑 그녀가 그리워 지네..ㅎㅎㅎㅎ

yinzhengyi (♡.172.♡.245) - 2008/08/21 11:15:40

해나님/ 글쎄요.. 잘된 만남인지.. 잘못된 만남인지...
도둑/ 글쎄 말이다.... 참...ㅎㅎ
가연님/ 자주 들려 주세요...^^
쿠싸/ 간간히 좀 쓰긴 했지..ㅎㅎ.... 단편만..^^
시라소니님/ 흠... 남자나 여자나 첫사랑은 죽어도 못 잊는다더니..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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