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민족의 얼

더좋은래일 | 2024.05.10 14:12:48 댓글: 1 조회: 154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7489


수필


민족의 얼


항일전쟁시기 태항산에서의 일이다. 팔로군의 한 부대가 행군을 하다가 우리 조선의용군이 설영(设营)하고있는 부락에 들리여 점심참을 쉬게 되였다. 우리들이 조선말로 서로 지껄이는것을 들은, 그 부대의 한 군인이 신기로운듯이 쫓아와서 우리를 살펴보았다. 그 입은 군복에 호주머니가 달린것을 보아 전사가 아니고 간부인것을 알수 있었다. 이윽고 그는 입을 열더니

<<당신들 혹시 조선사람이 아니시우?>>

하고 묻는데 그것은 틀림없는 조선말-평안도사투리가 알리는 조선말이였다.

<<녜 그렇소이다만...>>

<<아 이거 참 반갑소이다. 나두 조선사람이외다.>>

<<그렇습니까? 그러세요. 아닌게 아니라 참 반갑습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1대6인가 1대7인가로 반가우 악수를 열렬히 나누었다.

알고본즉 그 사람(성이 렴씨였던것만 생각나고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은 그가 현재 소속되여있는 려단 수천명 인원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조선사람이였다.

<<단 혼자 너무 고적해서 어떻게 지내시겠소. 우리하구 같이 일합시다. 우리 여긴 전부가 다 조선동무들이지요.>>

<<우리가 오늘 여기서 만나길 잘했구먼.>>

<<우리 령도에서 조직적으루 교섭하면... 넘어오는건 문제두 없지요.>>

우리가 중구난방으로 이렇게 권유한즉 뜻밖에도 그 렴씨는 대번에 왼고래를 틀며

<<아니아니, 난 민족혁명은 안해요. 싫습니다 싫습니다.>>

하고 방색(防赛)을 하는것이였다.

<<민족혁명은 안하신다구요? 그럼 댁은 무슨 혁명을 하시우?>>

<<그야 물론 국제혁명이지요.>>

우리는 어안이 벙벙하여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하였다.

<<국제혁명전문가>> 렴씨는 우리의 권유를 뿌리치더니 총총히 일어나 저의 부대로 돌아가버렸다. 그의 서두는품이 마치 간사한 무리들의 꾀임에 하마 빠질번한 정인군자가 대로행(大路行)을 하는것 같아서 우리는 서로 돌아보고 앙천대소를 하였다.

그 렴씨가 사람만은 의심할바 없는 좋은 사람이였다. 손색이 없는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전사였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좀 유치하였다. 국제혁명과 민족혁명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리해하지 못하고 편면적으로 리해하기때문에 량자를 대립시키는 결과를 빚었었다.

한데 문제는 그 렴씨의 유령이 태항산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리지 않고 아직까지-살아남아서 우리의 머리우를 배회하고있는것이다. 누가 <<민족의 얼>>이란 말만 하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부르죠아민족주의?>> 하고 두귀를 쫑긋 세우는 량반들이-토끼 같고 말 같고 당나귀 같고 또 무엇 같은 량반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계시단 말씀이다.

민족의 전통이나 민족의 력사를 연구하고 정리하고 그리고 민족의 자랑스러운 얼을 발양하고 선양하는것은 사회주의와 하등의 모순도 없는 아주 정정당당한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송정환님의 4권으로 된 <<조선사회총서>>는 좋은 본보기로 되는것이다. 그가 기울인 심혈에 대하여 우리는 높은 평가를 해야 마땅할것이다.

<<총서>>는 <<삼국사기(三国史记)>>에 기초하여 신라, 백제, 고구려의 력사를 사회의 형식으로 흥미있게 엮는데로부터 시작하여 1929년의 광주학생사건으로 일단 끝을 맺었다.

저자는 감정이 없이 사무적으로 력사적사실만을 라렬하고 기록한것이 아니라 자기의 뜨거운 애국, 애족의 정을 그속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민족의 력사를 얄팍하게 분석하거나 동기가 불순하게 외곡하거나 어벌쩡한 수단으로 날조하거나 하지 않았다. 미국해적선 샤만호를 불태운 사건에서 평안도관찰사 박규수, 서윤 신태정, 철산부사 백락연 등 실재한 인물만을 력사적위치에 놓아주고 그리고 얼토당토않은 인물은 주인공이라고 억지로 쑤셔놓아서 천하의 웃음거리를 만드는 식의 너절한 손재주를 피우지 않은것만 보아도 알 일이다.

조선의 첫 비행사 안창남에 대하여는 필자도 잘 알고잇다. 우리가 어렸을 때 부르던 동요가운데

<<하늘에 안창남이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엄복동은 당시 자전거경주에서 일본선수들을 누르고 우승한 조선청년이였다. 그래서 우리들의 눈에 안창남과 엄복동은 자랑스러운 민족영웅으로 비치였다.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중학교 1학년-13살-때 서울에서 전국을 휩쓴 광주학생사건에 휘말려들어 동맹휴학에 가담하였었다. 그리고 <<제국주의>>라는것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일본경찰과 기마헌병들이 학교를 포위한 가운데서-상급생들을 따라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자!>>

<<식민지노예교육제도를 철페하라!>>

하고 웨치였다.

그러므로 <<총서>>는 필자에게는 더욱 의의가 있으며 또 흥미도 더하다.

송정환님의 <<총서>>는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얼을 현재의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고 또 후대의 독자들에게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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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201310 (♡.163.♡.89) - 2024/05/12 22:14:30

잘 읽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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