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47)

개미남 | 2019.06.17 11:40:31 댓글: 0 조회: 602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38545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22.

휴대전화로 지도를 확인하고 전봇대의 표시를 보며 고이치는 발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이 길이 맞는 것 같군. 저쪽 모퉁이를 돌면 도가미의 집이 보일 거야."
"뭔가 엄청 긴장되는데?" 다이스케가 입술을 핥았다.
"할리우드 연기자 다이스케가 왜 이래? 이런 일, 지금까지 수없이 해봤잖아?"
"젊은 남자를 상대로 하는 사기하고는 전혀 다르다고. 그동안은 시즈나의 도움도 컸고."
"괜히 기죽을 거 없어.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럴까? 하긴 뭐. 해보기는 하겠지만." 다이스케는 넥타이의 모양새를 매만졌다.
두 사람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다. 고이치는 다이스케의 모습을 바라보고 놀람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삼스러운 소리지만,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떤 직업으로든 척척 변신을 해버리니. 완전히 젊은 형사 느낌이야. 은행원 때와 똑같은 복장인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지?"
"원래 내가 개성이라고는 없는 인간이라서 그래." 다이스케는 안경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물론 도수 없는 멋내기 안경이었다.
"꼭 그렇지만도 않을걸?"
바로 옆에 커피숍이 있었다. 유리창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취졌다. 그 모습을 들여다보며 고이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야말로 괜찮을까?"
고이치는 노타이 차림이었다. 다이스케가 그러는 편이 더 형사답게 보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너무 딱딱한 표정은 안 하는 게 좋아." 다이스케가 말했다.
"하지만 형사는 대개 눈빛이 날카로운 거 아니야?"
"중년 형사라면 그래도 좋지만, 젊은 사람이 그런 표정을 지으면 그냥 째려보는 것으로 보일 뿐이야. 드라마에서 젊은 배우가 형사 역할을 하면 어째 조무래기 깡패처럼 보이지? 그건 너무 작위적이라서 그런 거야. 지나치게 형사 티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게 포인트야."
"거참 어렵네. 아무튼 연기 쪽은 너한테 맡길 테니 그리 알아." 고이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본 뒤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시간 됐네. 자, 전화한다?"
"도가미, 집에 있을까?"
"그럴 거야. <도가미 정>은 쉬는 날이고, 유키나리가 어떻게든 외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어."
"유키나리가 혹시라도 배신 때리지 말아야 할 텐데." 다이스케가 불안한 눈빛을 했다.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지 마. 배짱 좋게 나가는 수밖에 없어." 고이치는 휴대전화의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벽시계가 오후 1시 10분을 가리켰을 때, 집 전화가 울렸다. 정확히 미리 약속한 시각이었다. 유키나리는 아버지 쪽을 보았다. 마사유키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어머니는 친구와 연극을 보러 외출해서 저녁때까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유키나리가 연극 티켓을 선물했던 것이다. 물론 오늘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을 어머니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키나리는 전화를 받았다. "네. 도가미입니다."
"아리아케예요." 상대는 말했다. "집 앞에 와 있어요. 당신 아버지는 집에 있겠지요?"
"아버지 말씀입니까? 네. 계십니다만." 말을 하면서 유키나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사유키가 신문에서 얼굴을 들고 있었다.
"예정대로 해도 되는 거지요? 지금 가면 몇 분 뒤에 도착할 텐데."
"지금 말씀입니까? 네. 괜찮습니다만, 무슨 용건이신지요?"
"우리 쪽에 한 사람이 더 있어요. 야자키 시즈나를 처음 만났을 때, 가스가이라는 남자가 있었죠? 코르테시아 재팬의 가스가이. 그 친구도 형사로 함께 갈 거니까 놀라지 마세요. 물론 이번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줬어요.'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네. 그 형사님의 성함은?"
"구사나기라고 해둡시다. 스마프의 구사나기. 그리고 나는 가가 형사. 유명한 가가 형사. 알죠? 둘 다 가나가와 현경 본부의 형사라는 것으로 할 겁니다. 명함은 준비해왔어요. 경찰수첩도 가져왔는데, 가짜인 게 너무 빤히 보이니까 되도록 내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10분 뒤에." 전화를 끊었다.
"경찰에서 온 거냐?" 마사유키가 즉각 물어왔다.
"네. 지금 오겠대요. 며칠 전 그 일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군요."
"지난번 일이라면, DNA인지 뭔지 하는 그 이야기 말이냐?"
"그럴 거예요. 자세한 건 이쪽에 온 뒤에 말하겠대요."
"그래‥‥‥."
마사유키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신문을 접기 시작했다.
정확히 10분 뒤에 차임벨이 울렸다.


"가나가와 현경의 구사나기입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현관 홀에서 다이스케가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까?" 유키나리가 물어왔다.
"그건 이야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튼 도가미 마사유키 씨를 좀 만나게 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의 안내를 받아 다이스케와 함께 긴 복도를 걸어가며, 역시 대단하구나. 하고 고이치는 내심 감탄했다. 마사유키의 시선이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다이스케의 얼굴을 보고서도 유키나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작전을 완벽하게 실행하겠다는 결심의 표현일 것이다.
도가미 마사유키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갈색 카디건 차림이었다.
인사를 한 뒤, 고이치와 다이스케는 마사유키와 마주 앉는 모양새로 자리를 잡았다. 유키나리는 마사유키 곁에 앉았다.
"아드님께 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는 14년 전에 요코스카에서 일어난 강도 살인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단서가 있는데. 우리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유류품, 사건 현장에 남겨져 있던 물건에 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는 DNA 감정을 중심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어요. 무슨 말씀인가 하면, 손잡이 부분에 손가락의 지방분이 남아 있었고 그 DNA가 판명되었습니다. 14년 전에는 없었던 과학기술이죠."
다이스케의 어조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막힘이 없고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이 정도면 의심받을 일은 없겠다고 생각해 고이치는 마음이 놓였다.
"예. 나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 DNA도 조사를 했다면서요?" 마사유키가 말했다.
"원래 본인의 승낙이 필요합니다만, 이번에는 아드님이 승낙서에 사인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신속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이스케는 유키나리 쪽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감정 결과는 나왔습니까?" 마사유키가 진지한 시선으로 다이스케를 바라보았다.
초조해하는구나. 하고 고이치는 느꼈다. 유키나리에게서 DNA 감정 이야기를 들은 뒤로 이 사람은 밤에도 잠들지 못할 만큼 고민했을 터였다. 이제는 그 결과를 알고 싶어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 작전은 잘 되겠다. 하고 고이치는 확신했다.
"예. 나왔습니다." 다이스케가 마사유키를 응시하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DNA의 일치율은 99.9퍼센트였어요. 이건 재판에서 일치로 간주되는 수치입니다."
마사유키의 뺨이 움찔 떨리는 것을 고이치는 보았다.
유키나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건 말도 안 돼요! 분명 뭔가 잘못된 거야!"
"혹시라도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감정했습니다. 결과를 보여주는 서류를 가지고 왔어요. 보시겠습니까?" 다이스케는 침착한 어조였다.
"그런 엉터리 같은 서류는 보고 싶지도 않아요!" 유키나리는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아버지. 나카하라 선생을 불러올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디 있습니까?"
나카하라는 잘 아는 변호사인 모양이었다. 그 이야기를 고이치는 유키나리에게 미리 들었다.
"아, 잠깐. 얘, 좀 가만 있어 봐." 마사유키는 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몸을 숙였다.
고이치는 유키나리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유키나리의 얼굴 표정은 아버지가 범인인지 아닌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도가미 마사유키 씨." 다이스케가 이름을 불렀다.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당신이 그 유류품의 손잡이 부분을 만졌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겁니다. 그다음은 언제 어디서 만졌는지 밝힐 필요가 있겠지요. 우리와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잠깐! 손잡이를 만진 흔적이 있다고 그것이 반드시 아버지의 물건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유키나리가 자못 험악한 기세로 말했다. "어딘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남의 물건을 만졌는지도 모르지요. 혹은 거꾸로 아버지가 쓰던 물건을 범인이 훔쳐갔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그런 게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물론 범인이라고 결론을 내린 건 아닙니다. 단지 그 물건을 만졌다는 건 증명이 되었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다이스케는 담담히 말했다.
유키나리가 마사유키 쪽을 보았다.
"분명 그 무렵에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있었어요. 가볍고 손잡이가 잡기 쉽다든가. 하지만 뭔가 도둑을 맞았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걸 훔쳐간 사람이 사건의 범인인지도 몰라요."
"도둑을 맞았다구요? 어떤 물건인데요?" 다이스케가 마사유키에게 물었다.
"아니, 아니에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마사유키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확인을 위해 말해주십시오. 어떤 물건입니까?"
"말해줘요. 아버지."
"너는 조용히 좀 해. 그 우산은 관계가 없어. 잠깐 생각 좀 하게 해줘."
그 말을 들은 순간, 유키나리의 얼굴에서 스르르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고이치는 목격했다. 나아가 유키나리는 털썩 고개를 떨어뜨렸다.
거꾸로 고이치는 자신이 피가 불끈 솟구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체온이 상승한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옆을 보니 다이스케의 얼굴도 불그레하게 변해 있었다.
"아버지." 유키나리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어떻게 우산인 줄 알았어요?"
마사유키는 의아한 듯 아들 쪽을 바라보았다. "뭐라고?"
유키나리가 얼굴을 들었다. 뺨은 창백했지만 눈 주위는 홍조를 띠고 있었다.
"유류품이 우산이라는 말은 아무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알고 있어요?"
무엇을 지적하는 건지, 마사유키는 언뜻 이해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퍼뜩 생각난 듯이 눈을 크게 뜨더니 고이치와 다이스케 쪽을 보았다.
"드디어 꼬리가 잡히셨군요. 도가미 씨." 고이치가 말했다.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아드님까지 증인이 되어주었어요. 이제 도망칠 길은 없습니다."
마사유키는 유키나리를 보았다. "무슨 소리냐?"
유키나리는 고민에 찬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요. 이 사람들은 형사가 아니에요. 살해된 아리아케 부부의 아들들이에요."
"아리아케의?" 마사유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째서 이런 일을 꾸몄느냐고 묻고 싶으시겠지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아무튼 지금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뿐이에요. 자수하세요. 자수해서 지은 죄를 씻어주세요." 유키나리는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가미 씨." 고이치가 말했다. "우리는 거래를 했습니다. 우리 형제가 당신이 저지른 짓을 증명해낸다면 아드님은 당신에게 자수를 권하겠다고 했어요. 그 대신 오늘의 이 대화에 대해 우리는 경찰에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신의 자수는 당신 자신의 의사에 의한 것으로 해도 좋습니다. 그러는 편이 재판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하겠지요?"
"적당히 포기하시죠." 안경을 벗으며 다이스케도 말했다. "내가 당신 얼굴을 봤다구요. 사건 날 밤에. 지난 14년 동안 그 얼굴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마사유키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입을 한일자로 꾹 다물었다. 정수리에서 땀 한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 유키나리가 불렀다. "부탁이에요. 최소한 추한 모습만은 보이지 말아줘요."
마사유키가 후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이치 형제 쪽으로 얼굴을 향해왔다.
"그래. 아리아케 씨의 아드님들이었구먼."
"당신이 범인이지요?" 고이치가 말했다.
하지만 마사유키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고개를 아들쪽으로 돌렸다.
"전에 왔던 형사. 가나가와 현경의, 뭐라더라‥‥‥. 그렇지. 하기무라와 가시와바라라는 형사였던 것 같다만, 그이들 명함을 가지고 있더냐?"
"있을 거예요." 유키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의 거실 장식장 서랍을 열었다. 안에서 명함을 꺼내 마사유키 앞에 놓았다. "이거지요?"
마사유키는 명함을 손에 들더니 조금 전 인사할 때 고이치 형제가 내밀었던 명함과 비교해보았다.
"아주 잘 만들었군. 똑같아." 그렇게 말하고 엷게 웃었다.
이미 체념한 끝의 자학적인 웃음인가. 하고 고이치는 생각했다.
마사유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하기무라의 명함을 들여다보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하기무라 씨입니까?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나, 도가미예요. 도가미 마사유키입니다." 침착한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 괜찮겠습니까? ‥‥‥예에. 실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요. 지금 바로 우리 집까지 와주셨으면 합니다."
고이치는 놀랐다. 설마 이 자리에서 당장 하기무라에게 전화를 걸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뵌 다음에 드리기로 하고. 예에‥‥‥. 그럼 조금 뒤에 찬찬히 말씀 나누지요‥‥‥.예. 부탁합니다." 전화를 끊은 뒤, 마사유키는 고이치에게 말했다. "1시간 이내로 오시겠다네."
"자수를 하겠다면 우리는 이쯤에서 자리를 떠야겠는데요."
"아니, 자네들도 함께 있는 게 좋아. 게다가 나는 자수를 하려는 게 아니야."
"네?" 자신의 입가가 일그러지는 것을 고이치는 느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아버지‥‥‥!"
"아, 잠깐. 내 말을 들어 봐." 마사유키는 아들을 제지하고 다시금 고이치와 다이스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내가 의심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해두겠네. 자네들의 부모님을 죽인 건 내가 아니야."
"뭐라고요?"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다이스케가 벌떡 일어섰다. "아까부터 우리가 하는 얘기 못 들었어요? 내가 직접 얼굴을 봤다고 했잖아요! 괜히 시치미 떼지 말아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한 기세였다. 고이치는 오른쪽 팔을 내밀어 다이스케의 몸을 잡아 눌렀다.
"무슨 말입니까?" 마사유키에게 물었다.
"음, 자네가 목격한 건 분명 나야." 마사유키는 다이스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날 밤, 나는 자네들의 집에 갔었어. <아리아케> 식당에 말이지. 그건 인정하겠네."
"하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고이치는 물었다.
"죽이지 않았네. 범인은 내가 아니야." 마사유키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사건이 일어난 뒤였어. 자네들의 부모님은 이미 살해되어 있었어."

추천 (0) 선물 (0명)
IP: ♡.50.♡.203
23,498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4-14
0
60
나단비
2024-04-14
0
48
나단비
2024-04-13
0
36
나단비
2024-04-13
0
31
나단비
2024-04-13
0
40
나단비
2024-04-13
0
41
나단비
2024-04-13
0
61
나단비
2024-04-12
0
32
나단비
2024-04-12
0
38
나단비
2024-04-12
0
41
나단비
2024-04-12
0
34
나단비
2024-04-12
0
35
뉘썬2뉘썬2
2024-04-11
1
63
뉘썬2뉘썬2
2024-04-11
1
112
나단비
2024-04-11
1
81
나단비
2024-04-11
1
112
나단비
2024-04-11
1
99
나단비
2024-04-11
1
93
나단비
2024-04-11
1
93
나단비
2024-04-09
1
75
나단비
2024-04-09
0
35
나단비
2024-04-09
0
46
나단비
2024-04-09
0
39
나단비
2024-04-08
0
34
나단비
2024-04-08
0
34
나단비
2024-04-08
0
44
나단비
2024-04-08
0
31
나단비
2024-04-08
0
32
나단비
2024-04-07
0
52
나단비
2024-04-07
0
4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