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범영 실화소설 귀여운처제 5.6

제주소설가 | 2020.01.31 20:43:08 댓글: 0 조회: 3636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053097

짧은 소나무들 사이로 노란 개나리꽃이 하나 둘 피어나는 긴 돌계단 길을

30여 계단 오르면 큰 후박나무 아래 구불구불한 굵은 통나무를 8개 기둥삼아 만든 정자가 하나있고.

그 주위로 자연석을 넓게 깔아 마당을 만들었다.

그 넓은 마당을 지나면 황토로 만든 집이 하나 나오는데.

마치 초가집처럼 지었으나 지붕은 청기와를 올렸다.

200여 평은 되는 정원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건물.

30여 평의 황토 집.

지금 그 황토 집에 두 손님이 찾아왔다.

아니.

어린 아기가 하나 남자 가슴에 매달려있는 것까지 하면 3사람이다.

그들이 막 황토 집 문 앞에 도착하여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우르르.

어디서 나타났는지.

두 청년과 아가씨 하나가 길을 막았다.

모두 검은색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다.

[누구십니까?]

아가씨가 찾아 온 손님에게 물었다.

[이것들이! 너흰 누구야?]

찾아온 손님 중 여인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마치 안에 있는 사람이 들으라는 듯.

[우린 경호원입니다. 어르신께선 주무십니다. 누구십니까?]

경호원이란 아가씨가 전혀 비켜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되묻는다.

[그으래? 경호원이라고? !]

다시 여자 손님이 앙칼지게 소리를 지르며 발로 경호원 아가씨 다리를 걷어찼다.

경호원 아가씨는 재빠르게 피한다음.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여자 손님을 노려봤다.

[어라! 피해!]

찾아온 여자 손님은 다시 발로 경호원 아가씨 배를 향해 걷어찼다.

[왜이러십니까? 자꾸 이러시면 저희도 실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유 있게 피한 경호원 아가씨가 금방이라도 공격을 할 태세다.

[다희냐?]

이때 방안에서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아빠!]

찾아온 여자 손님이 대답했다.

[들어오너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다시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찾아온 여자 손님은 여자 경호원을 신경질적으로 밀치며 아기를 안은 남자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누구야?]

여자 경호원이 옆에 서있는 남자 경호원에게 물었다.

[몰라! 첨 보는데. 아빠라고 하잖아!]

남자 경호원이 퉁명스럽게 말하고 마당 한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다.

조그만 여자 아이가 쪼르르 뛰어오고 있었다.

[누구냐?]

다시 여자 경호원이 앞을 가로 막았다.

.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크윽!]

비명이 터졌다.

조그만 여자 아이가 앞을 가로막는 여자 경호원 허벅지를 발로 걷어찬 것이다.

[. 이게!]

옆에 서있던 남자 경호원이 막 어린 여자아이를 붙들려고 손을 뻗었다.

붙잡아서 혼내주려는 것이다.

[도련님!]

그 순간 여자 경호원 입에서 나온 말.

누군가 그들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도련님 오셨어요?]

남자 경호원도 상대를 알아보고 얼른 인사를 했다.

그들이 도련님이라고 하는 사람.

처제 입원한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나는 이제 막 집에 도착을 한 것이다.

미경이와 함께.

큰 정원을 보고 먼저 앞으로 쪼르르 달려간 처제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한 나는 어리둥절하였다.

저 여자 경호원은 태권도 6단에 유도가 3단이다.

아무리 방심을 해도 그렇지.

처제 공격을 고스란히 얻어맞다니...

또한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처제가 어떻게 했기에 여자 경호원이 비명까지.

난 조금 전 본 광경을 생각하며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특히 아직도 여자 경호원 얼굴은 정상이 아니다.

뭔가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인데.

...!

오늘 컨디션이 않 좋은가!

[수고들 하시네요!]

난 여자 경호원이 어딘가 몸이 않 좋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처제와 미경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달랑 방은 두개뿐.

나머진 다 거실처럼 되어있다.

화장실은 뒷문을 열면 바로 연결된다.

화장실과 부엌은 뒤쪽에 별도로 건축되어있다.

[! 오빠!]

방에 들어간 나는 아버지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부부를 발견하고 무척 놀랐다.

바로 다희였다.

다희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안녕하세요?]

다희 옆에서 아기를 않고 있던 남자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다희 남편이다.

[! 박 서방! 반갑네!]

난 얼른 인사를 받았다.

벌써 3년 전에 시집을 간 다희.

5년 전쯤인가...

아버지는 다희를 수양딸로 삼았다.

그동안 정이든 것도 있겠지만.

다희는 부모가 없었다.

세탁소를 운영하던 다희 부모님은 내가 10년전 중국으로 나간 그 다음해. 교통사고로 부부가 함께 저세상으로 갔다.

[다희야! 언제 왔어?]

난 다희에게 물었다.

[! 방금. 그런데. 이분은?]

다희가 미경이를 바라보며 나에게 물었다.

[아버지! 몸은 좀 어떠세요?]

난 얼른 아버지께 인사를 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께 먼저 인사를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많이 좋아졌다!]

아버지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아버지께 인사드려!]

미경이보고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첨 뵙겠습니다!]

미경이가 큰절을 올렸다.

[오냐! 어서오너라! 며느리를 만나는 첫 대면이 이렇게 환자로 만나게 돼서 미안하구나!]

아버지는 이미 며느리로 인정을 하신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 . 미정이라고 해요!]

처제가 마땅히 자신을 소개할 것이 없었나보다.

[어서 와요! 사돈처녀 반가워요!]

아버지는 처제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

아버지가 저렇게 누굴 보고 미소를 짓는 것도 첨인데.

난 아버지와 처제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걸 다희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마치 질투를 하듯 곱지 않은 시선으로 처제를 노려봤다.

그렇게 다희를 좋아했던 아버지셨지만.

한 번도 그렇게 미소를 지어 보이진 않았다.

웃음을 잃고 사시던 아버지셨기에.

[다희야! 인사해! 앞으로 나와 결혼할 아내. 이쪽은 내 누이동생.]

난 미경이와 다희를 서로 인사시켰다.

[만나서 반가워요.]

다희가 먼저 인사를 했다.

[! 저도요!]

미경이가 인사를 받았다.

[반가워요! 전 사돈처녀 헤.]

처제가 얼른 손을 내밀어 미경이에게 악수를 청했다.

다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난 다희에게 그냥 악수를 해주라고 눈짓을 보냈다.

[!]

마지못해 손을 내민 다희는 비명을 질렀다.

처제와 악수를 하고 있는 손이 부르르 떨렸다.

[...!?]

난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다희와 처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미안. . 너무 꽉 쥐었나.]

처제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이런! 처제 힘이 세구나! 다희가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난 처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힘이 센 것이라 생각했다.

[사돈처녀는 뭘 좋아하시나?]

아버지는 처제에게 물었다.

[. 좋아 하는 것 많아요.]

처제가 얼른 대답했다.

[말씀해보세요. 뭘 좋아하시는지?]

아버지는 자상하게 말했다.

[다 말씀드려도 돼요? 먹고 싶은 것 다?]

처제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 물론입니다. 사돈처녀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 다.]

아버지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희도 나도 의외였다.

특히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더욱 의아하게 만들었다.

자상한 미소까지 지으면서. 어찌 보면 공손하게 존칭까지 쓰면서.

[! 한우 안심 스테이크. 치즈핏자. 조기찜에 옥돔구이. 물메기매운탕. . 그리고 아! 말고기 햄버거. 이정도면 대충 됐어요.]

처제가 먹고 싶다는 것을 줄줄이 말했다.

저녁 준비를 할 요리사가 아버지 옆에서 메모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강 실장! 다 들었겠지?]

아버지는 메모를 하고 있는 요리사한테 물었다.

[!]

요리사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모두 빠짐없이 준비하게!]

아버지는 요리사한테 처제가 줄줄이 말한 요리를 다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

요리사는 대답도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뭔가?]

아버지가 요리사 행동을 보고 이미 눈치를 챈 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늘 아버지께서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난 아버지가 자주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재료는 다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말고기는.]

요리사가 머뭇거리는 것이 그것이다.

말고기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

[! 사돈처녀 다른 걸로 바꾸면 안 될까요?]

아버지는 요리사 어려움을 덜어 주려는 듯 처제에게 살짝 머리까지 숙이며 그렇게 물었다.

.

아버지가 왜 저러시지.

[아뇨! 전 말고기 햄버거가 제일 맛있거든요. 바꿀 수 없는데요.]

이런.

처제에게서 나온 말은 더욱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런 처제가 아니었는데.

순진하고 착한 처제로 알았는데.

난 처제를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인가.

처제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역시 너무 어려서 철이 없는 모양이다.

여기서 나도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이미 아버지와 미정이는 잘 아는 사이란 것을.

나에게 통화를 하기위해 수없이 전화를 하면서 이미 가까워졌다는 것을.

[들었나? 준비 하도록 하게!]

아버지는 처제에게 한쪽 눈까지 찡끗 하면서 미소를 짓고 요리사한테 지시를 내렸다.

[알겠습니다!]

요리사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못하고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빠!]

다희가 토라진 모습을 하며 아버지를 톡 쏘듯 불렀다.

[왜 그러냐?]

아버지는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다희에게 물었다.

이제 아버지 모습으로 돌아 온 것이다.

[. 아니에요!]

다희는 그런 아버지 모습을 느끼고 하고 싶은 말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왜 자기한테는 먹고 싶은 것을 묻지 않느냐고 따지고 싶었는데.

아버지 모습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 모습에서 미소는 이미 사라졌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돌려 처제를 바라보는 아버지 얼굴엔 환한 미소가 어리고 있었으니.

한쪽 눈까지 찡끗 거리면서.

철없는 처제도 그런 아버지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덩달아 한쪽 눈을 찡끗 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왜 저러시지.

처제가 어색할까봐 기를 살려주려고.

아니면 미경이가 맘에 들어서.

난 아버지와 처제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저녁상은 푸짐하게 차려졌다.

특히 처제 앞에는 낮에 처제가 주문을 한 음식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차려졌다.

그러나

처제가 주문을 한 음식은 모두 처제 앞에만 놓여있고.

다른 사람들 앞엔 된장찌개와 간장계장 김치 파 무침 등 기본 반찬이 고작이었다.

단지 다희 남편 앞에만 삶은 닭 한마리가 놓여 있었다.

[우린. 이거만 먹으라고요?]

다희가 참다못해 요리사에게 한마디 했다.

아버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 앞엔 전복죽만 놓여있다.

다희도 아버지 앞에 놓인 전복죽 한 그릇을 보고 더 이상 말을 못했다.

이미 뱉은 말도 송구스러워했다.

[사돈처녀 많이 들어요!]

아버지는 화한 미소를 보이며 처제한테 말했다.

[저 혼자는 이것 다 못 먹는 것 아시죠?]

엉뚱한 대답이 처제한테서 나왔다.

그런데.

그 대답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일까.

아버지의 말씀이.

[그럼? 같이 거들어 드려야지?]

아버지는 의자를 처제 옆으로 옮겨 놓고 앉으며 말했다.

[! 역시 잘 통해요! 그렇죠?]

처제도 장단을 맞췄다.

[안됩니다! 어르신께선 환자십니다!]

요리사 강 실장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저 친구가 안 된다는데요?]

아버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처제한테 이렇게 묻고 있었다.

[멍청해서 그래요! 환자가 잘 먹어야 빨리 낮죠. 그걸 모르다니. 어린아이인 저도 아는데. .]

처제가 하는 말을 들은 요리사 얼굴은 일그러졌다.

아버지는 그것 보라는 듯 요리사를 바라보며 그냥 물러나라는 눈짓을 했다.

난 황당한 처제도 이상했고 아버지 행동도 이상했지만 더욱 미경이가 그런 처제를 나무라거나 말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마치 게걸들린 듯 그 많은 음식을 서로 들어서 상대방 입에 넣어 주면서 모조리 먹어 치웠다.

그 이상한 구경을 하느라고 나도 다희도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처제야 어려서 그렇다고 하지만 아버지까지 그런 처제와 장단을 맞추다니.

그 많은 음식을 둘이 다 먹어 치웠으니.

아버지께서 소화를 제대로 하실지 그것이 의문이다.

[저녁을 먹었으니. 이제 차를 마셔야 되겠지요?]

아버지는 마치 처제를 공주님 대하듯 다시 공손하게 말했는데...

그 모습이 전혀 장난스러워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전 커피나 뭐 그런 흔한 차는 안 마시는데요.]

처제가 갈 수 록 가관이다.

[그럼 무슨 차를 드릴가요?]

아버지도 가관이다.

[전 국화꽃차에 유채꽃 꿀을 넣을 것을 좋아해요.]

처제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들었나? 나도 같은 걸 주게!]

그 소리를 들은 아버지는 큰 소리로 말했다.

방밖에서 요리사 강 실장이 들을 수 있게.

[아함! 너무 늦네요.]

주문을 한 차가 나오질 않자 처제는 하품을 했다.

[뭣 하는가? 차 준비가 안됐나?]

아버지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다 됐습니다!]

강 실장 음성이 밖에서 들렸다.

[다 됐다 네요. 조금만 기다리죠.]

아버지는 처제한테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월급을 너무 많이 주시나 봐요?]

처제가 강실장이 차를 가지고 들어와 식탁에 놓자 얼른 받아 조금 맛을 보더니 아버지한테 묻는다.

[조금. 많이 줍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게을러졌어요!]

처제가 다시 말했다.

[처제!]

내가 참지 못하고 처제를 불렀다.

버릇없이 아버지가 오냐오냐 해주니깐 강실장에게 그런 모욕을 주다니.

[!]

처제는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내가 야단을 처서 우는 것인데.

[뭐하는 게야? 다 먹었으면 당장 나가!]

아버지는 나에게 호통을 치셨다.

어이가 없어서.

난 처제를 달랠 생각도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미경이도 나를 따라 나왔다.

다희도 다희 남편도 줄줄이 밖으로 나왔다.

[처제가 왜 저래?]

난 지금까지 의문을 미경이한테 물었다.

다희도 다희 남편도 미경이 입만 바라보았다.

모두 이해를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사실 어제 오빠 없는 사이 아버님께서 오빠 폰으로 전화가 왔었어요. 그래서 제가 받았는데. 인사도 드리고. 동생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동생을 바꿔 달라고

하셔서 바꿔드렸는데. 동생과 한참을 통화하셨어요. 그때부터 아버님과 동생은 서로 맘이 통했나 봐요. 저도 그 이상은 몰라요. 동생이 말을 안 해서...]

미경이가 말했다.

[무슨 통화를 하셨기에?]

난 더욱 의문이 생겼다.

[혜지 이야기도 하는 것 같았고. 여기서 오빠와 아버님과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던데.]

미경이가 말했다.

[처제가? 나와 아버지와 한집에서 살겠다고 했다고?]

내가 급히 물었다

[! 분명 그랬어요]

미경이가 대답했다.

[. 이런! 어떻게 처제들과 아버지와 같이. 그렇다면 이미 처제와 아버지는 한집에서 같이 살기로 합의를 했다는 이야긴데.]

난 이제야 겨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와 처제는 이미 같이 한집에서 살기로 합의를 했다는 이야긴데.

그리고 서로의 친분을 위해 엉뚱한 장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아버지는 처제들부터 아버지 편으로 만들고 게신 것이었구나.

처제도 앞으로 같이 살아갈 아버지와 친해지기 위해서.

미경이와 나를 위해 친한 척 한 것이었는데.

내가 화난 표정을 지은 것이다.

누가 더 어른인지. 이거야 원!

깔깔깔.

허허허.

방에서 갑자기 처제와 아버지 웃음소리가 들려나왔다.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나와 다희 그리고 미경이와 다희 남편도 서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그런데.]

난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오미진씨!]

저쪽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여자 경호원을 불렀다.

[! 도련님!]

여자 경호원은 얼른 달려왔다.

[아까. 우리 처제가 발로 찬 것 같던데. ? 그냥 맞았나요?]

난 그 일이 생각나서 물어본 것이다.

[그냥 맞은 게 아니고...부끄럽지만 피하지 못한 거 에요. 너무 빨라서...]

오미진 경호원이 말했다.

난 그 말을 듣고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무술 종합 9단이라는 오미진이 피하지를 못했다니 이해를 할 수 없어서 미경이를 바라보았다.

미경이는 그냥 미소만 짓고 있었다.

[동생 분께서 무술을 배우셨죠?]

오미진이 미경이를 보고 물었다.

[!]

미경이가 대답했다.

[제가 보기엔 태극권 같았는데. 맞나요?]

오미진이 다시 물었다.

[! 맞아요!]

미경이가 대답했다.

[? 태극권?]

난 무척 놀랐다.

다희와 다희 남편도 호기심을 갖고 미경이를 바라보았다.

[유단자 같던데? 맞죠? 몇 단이에요?]

오미진이 다시 물었다.

[나이는 어려도 3단이에요. 공수도가 1단 이구요.]

미경이가 말했다.

[뭐라고? 태극권3단에 공수도1?]

난 무척 놀랐다.

어린 처제가 무술 유단자라니.

[그랬군요! 그래서 그렇게 빠르고 아팠어요! 제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오미진이 말했다.

[매일 도장에서 살다시피 해서. 한동안 도장에 다니는 통에. 조금은 동생이 밝은 표정이었는데. 태극권을 가르치시던 분이 서울로 가셔서.

한동안 방황을 하다가 요즘은 합기도에 재미를 붙여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미경이는 처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애정결핍증을 보인 처제는 늘 집안 식구들을 괴롭혔다.

그러다가 7살 되던 해부터 동네에 이사를 온 태극권 사범을 따라 다니며 무술을 배웠다.

학교를 다니는 시간 외엔 늘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으므로 식구들은 오히려 편했고 안심을 하며 적극적으로 도장에 나가는 걸 유도했다.

처제가 12살이 되어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시기에 그 도장도 문을 닫고 사범은 서울로 갔다.

다시 식구를 괴롭히던 처제.

얼른 합기도 사범에게 데려다 주면서 조금은 숨을 트이게 됐는데.

무술에 재능이 있는지 벌써 1단을 따고...사범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처제 무술 실력은 나날이 발전되어 갔다.

특히 처제는 손아귀 힘이 무척 강했다.

발차기는 너무도 뛰어나 합기도 사범이 놀랄 정도였다.

한 가지 합기도 사범이 걱정하는 것은 처제는 조금만 자신에게 위협이 되면 가차 없이 공격을 하는 습관 때문이다.

[그런 일이!]

다희는 미경이 이야기를 들으며 무척 놀라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희 역시 그런 시절을 겪었기에.

다희가 나한테 장난꾸러기처럼 굴었던 것은 다희 역시 방황을 하던 자신을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지냈기 때문이다.

[이거 참! 흥미로운 아이네!]

다희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는...

[다희 너하고 비슷하다는 생각 안 드냐?]

나는 다희가 미소를 짓는 이유를 알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희씨도 그랬나요?]

다희 남편이 나한테 물었다.

[물론이지! 저 녀석이 나를 얼마나 귀찮게 했는데!]

난 그렇게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처제에게 할 말이 있어서다.

졸졸.

모두 나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왔다.

[형부가 화내서 미안. 화 풀어.]

난 처제 어깨를 두 손바닥으로 살짝 감싸주며 처제 등 뒤에서 말했다.

[!]

처제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나를 두 팔로 안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었다.

에 효,

어린 녀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형부한테 언니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아버지와 친한 척 하고 성격에 맞지도 않는 장난까지.

난 처제를 살짝 안아줬다.

[. . 업어줘요!]

처제가 울음을 그치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 그래]

난 얼른 앉아서 등을 뒤로했다.

처제가 내 등에 업혔다.

난 처제를 업고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아무도 따라 나오지 않았다.

[아빠!]

처제가 내 귀에다 입술을 갖다 대고 작은 소리로 불렀다.

[?]

내가 물었다.

[난 아빠가 좋아! 둘만 있을 땐 계속 아빠라고 불러도 돼?]

처제가 말했다.

뜻밖이다.

그런 말을 할 지 몰랐으니깐.

[나도 미정이가 좋아! 둘만 있을 땐 아빠라고 불러!]

나도 그렇게 말해줬다.

[난 사실 아빠 첨 볼 때부터 맘에 들었어!]

처제가 한손으로 내 귀를 잡아당기며 입술을 귀에 대고 말했다

[그래? 고마워! 나도 미정이가 제일 예뻐]

난 사실대로 말했다.

처제들 중 가장 예쁘고 귀여웠으니깐.

[그래서 말인데. 아빠!]

처제가 다시 말했다.

[으응?]

내가 물었다.

...

[아빠가 내 부탁을 꼭 두 가지만 들어 줬으면 좋겠어!]

처제가 등 뒤에서 내 볼에다 뽀뽀를 한번 하며 말했다

[알았어!]

난 그렇게 대답했다.

무슨 부탁인지도 모르고.

[하나는 지금 말하고 하나는 나중에 말할게!]

처제가 말했다.

[그래!]

내가 대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아빠 보디가드는 내가 할게. 언제나.]

처제는 언제나란 말을 좀 더 힘 있게 말했다.

[? 보디가드? 네가?]

난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유단자라해도 내 보디가드라.

[약속했잖아! 부탁 들어주기로!]

처제가 시무룩해졌다.

[! 알았다! 그래라!]

난 얼른 말했다.

[...]

처제가 웃으며 다시 내 볼에 뽀뽀를 했다.

귀여운 처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빠! 보고 싶어! 얼른 와!]

미정이가 연락을 원한다는 강 실장님의 연락을 받고 내가 학원이란 곳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니까 미정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는 무서운 사람이 외국에만 있으라고 해서 지금은 갈 수가 없단다. 조금만 기다주겠니?]

아버지를 빗대어 무서운 사람이라고 농담을 한 것인데.

이 한마디가 미정이를 변하게 했단다.

아빠를 구해 드려야 돼!

무서운 사람으로부터.

미정이는 그때부터 무술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땐

아무거나 해야 참을 수 있으니깐.

미친 듯이 무술을 배웠단다.

자신이 때린 친구들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사죄를 하는 아빠 모습을 본 후로는.

친구들과 싸우지도 안했단다.

난 미정이를 꼭 안아줬다.

아빠!

사랑해!

미정이가 내 귓가에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우리 딸 사랑해!

[그래! 결혼식은 언제가 좋겠느냐?]

.

아버지는 모두를 모여 놓고 나와 미경이의 결혼식 날짜를 의논했다.

[23일 날 하세요!]

처제가 제일 먼저 말했다.

[23? 왜 그래야 할 가요?]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날이 일요일이니깐 제주도에서 올라 올 수 있거든요.]

단순하게도 일요일이란 이유로 날짜를 말한 것인데.

[옳거니! 우리 사돈처녀는 정말 똑똑 하네요 그날 결혼식을 하도록 해라!]

아버지는 이렇게 결혼 날짜를 잡고 말았다.

.

난 처제가 보이지 않아서 밖으로 나왔다.

어딜 간 것일까.

혼자서.

!

정원 한족 마당에서 누군가 기압소리가 들렸다.

난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 둘이서 대련을 하고 있었다.

오미진 경호원과 놀랍게도 처제가 대련을 하고 있었다.

[...?!]

난 숨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다가갔다.

두 사람 대련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저쪽에서 남자 경호원 둘이 구경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

난 두 사람 대련을 보다가 무척 놀랐다.

무술 종합9단 오미진 경호원이 쩔쩔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처제의 발차기는 특이했다.

현란한 헛발치기와 함께하는 공격에 오미진 경호원은 계속 얻어맞고 있었다.

남자 경호원 둘이 날 발견하고 머리를 숙였다.

나도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인사를 받았다.

남자 경호원 둘이 슬금슬금 내 곁으로 왔다.

[정말 대단해요]

남자 경호원 하나가 나한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내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무슨 말인지 다 알면서.

[처제란 저 어린분이 어디서 저런 무술을 배웠대요?]

남자 경호원이 나에게 물었다

[태극권3단에 합기도1단이라고 들었네요.]

내가 아는 데로 설명했다.

[! 태극권 이었구나.그래도 그렇지 왼손은 수술까지 했다면서요? 붕대까지 감고 한손만 쓰는데.]

남자 경호원이 탄성을 질렀다.

그 소리에 대련은 끝나고 말았다.

[영호야! 태극권이라고?]

오미진 경호원이 남자 경호원 목소리를 듣고 확인하듯 물었다.

[! 누님! 도련님이 그렇다는데요]

남자 경호원이 얼른 대답했다.

[아냐.! 태극권이 아니야!]

놀랍게도 오미진 경호원은 처제 무술이 태극권이 아니란다.

[합기도를 같이 배웠대요.]

다시 남자 경호원이 말했다.

[.]

처제는 오미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오미진 경호원도 처제를 보며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무슨 뜻이에요? 그 미소는?]

남자 경호원이 오미진에게 물었다.

[몰라도 돼! 그렇죠?]

오미진이 남자 경호원에게 말하고 다시 처제에게 물었다.

[! 비밀은 지켜야 해요!]

처제는 눈을 찡끗 거리며 오미진에게 말했다.

[물론이죠!]

오미진도 맞장구를 쳤다.

[사돈처녀! 놀이기구 타고 싶지 않아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버지가 처제에게 물었다.

아침은 요리사가 알아서 처제 것은 챙겨주었다.

처제가 좋아하는 닭백숙을 준비해줬다.

내가 미경이한테 물어보고 살짝 알려준 것이다.

[강 실장 아저씨 어젠 미안했어요. 게으르다 한 말 취소할게요.]

처제가 닭백숙이 마음에 들었는지 열심히 먹으며 요리사한테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 물음엔 그냥 웃음으로 답했다.

하룻밤 사이에 의젓해진 모습이다.

[며느리하고 사돈처녀 데리고 s공원에나 갔다 오너라!]

아버지가 나한테 말했다.

[오미진 언니도 데리고 가면 안돼요?]

처제가 아버지한테 뜻밖의 말을 했다.

벌써 오미진 경호원과 친해진 모양이다.

[그래요. 사돈처녀가 좋다면. 데리고 가셔야죠.]

아버지는 어제와 다름없이 처제한테는 자상한 미소로 말했다.

[! 이 닭백숙 정말 맛있다! 최고에요.]

처제가 요리사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이고 그렇게 좋아하시다니...저녁에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뭐든 다 해드릴게요.]

요리사가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요?]

처제 두 눈이 반짝 빛났다.

뭔가 재미있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요리사는 아차 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전 고등어회와 갈치회로 만든 회덥밥. 더덕구이. 야채샐러드에 장어구이 음 그리고 지실 빈대떡 독새기찜 독새기말이 헤헤]

처제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실은 알겠는데요. 독새기는?]

요리사가 처제와 미경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독새기는 계란이에요.]

미경이가 얼른 말했다.

[알겠습니다! 모두 준비해놓겠습니다!]

요리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로 어려운 주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처제의 말.

[! 망고도 먹고 싶고. 풋사과도 먹고 싶다.]

망고야 냉동이나 통조림으로 나오니까 구하긴 쉽다 하지만 철이 아닌 풋사과.

[! 무슨 임신 하냐?]

미경이가 야단을 쳤다.

울먹울먹.

눈물을 글썽이며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처다 본다.

[! 알겠습니다! 다 준비해드릴게요.]

요리사는 급히 사태를 수습하려고 말했다.

처제가 일어나서 요리사 곁으로 가더니 귓속에다 뭐라고 소근 소근 말했다.

[! 알겠습니다!]

요리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처제는 미경이를 보며 혀를 날름 내밀었다.

[너 오늘은 오빠와 나 따라오지 마!]

미경이가 발끈해서 말했다.

[형부한테 물어봐! 내가 항상 보디가드 하기로 했는데. 보디가드가 안가면 누가가?]

처제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 보디가드?]

미경이가 처제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난 고개를 끄떡거렸다.

[보디가드 필요 없다고 해.]

미경이가 나한테 말했다.

[그럼 밤에도 보디가드 한다.]

처제가 미경이한데 은근히 협박을 했다.

즉 밤에 베개 들고 잠자리에 오겠다는 이야기다.

어젯밤에는 무슨 일로 오미진 경호원하고 같이 잔다고 가서 안 왔다.

정말 다행이라고 했는데.

미경이는 벌컥 겁이 난 모양이다.

나를 처다 보며 도와 달라는 눈치를 보내더니 곧 항복을 하고 만다

[알았다! 대신 낮에만 보디가드 해!]

미경이가 선을 그었다.

[봐서. 형부가 위험하다 싶으면 밤에도. 헤헤]

처제가 장난 끼가 발동을 한 모양이다.

[뭐라고?]

미경이가 화난 얼굴을 했다.

[형부!]

처제가 겁을 먹은 표정으로 얼른 내게 달려와 두 팔로 허리를 안으며 얼굴을 내 가슴에 묻었다.

...

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미경이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게! 형부를 아빠로 아나. 안기고 업히고. 뽀뽀하고.]

미경이가 투덜거렸다.

s공원.

난 미경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다.

처제와 오미진 경호원은 언제부터 그리 친했는지 마치 오래된 사이처럼 웃고 떠들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게 됐는데.

술을 한잔 했는가.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40대 남자가 술 냄새를 풍기며 옆 식탁에 와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친구인지 비쩍 마른 남자 하나가 더 와서 같이 떠들기 시작했는데.

두 남자의 시선이 나와 3명의 여자들에게 쏠렸다.

미경이와 오미진 그리고 처제까지 훑어보더니 하는 말.

[어느 놈은 계집을 3명씩이나 데리고 다니고. 세상 참 불공평해.]

[삼삼한데 안 그래?]

두 남자가 하는 말이 비위가 상했다.

한마디 하려는데.

. .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두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모두 손으로 허벅지를 문지르는 것이 한방씩 맞은 모양이다.

[여기서 더러운 입 놀리지 말고 나가서 목욕이나 하고 와! 냄새나잖아!]

턱하니 두 남자 앞에 버티고 서서 야단을 치고 있는 처제 모습에 두 남자는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 . 계집애가!]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욕설을 내뱉으며 벌떡 일어서서 처제를 때리려고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으앙. 사람 살려요! 어른이 아이를 때린대요.]

의외였다.

처제는 울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젊은 남자들 중 대부분이 두 남자를 노려보며 다가왔다.

[! 아니에요! 이 계집애가.]

비쩍 마른 남자가 처제가 자기들을 때렸다고 말하려다가 참는다.

말을 해봐야 망신이기 때문이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의자를 뒤로 밀치고 식탁 옆으로 나왔다.

바로 오미진 옆이다.

오미진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어어.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오미진 발에 밀려 처제를 향해 넘어졌다.

누가 보면 마치 처제를 덮치려는 행동처럼.

[으앙.]

처제가 무서워 벌벌 떠는 행동을 하며 살짝 앉았다가 일어섰다.

[크윽!]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처제가 앉았다 일어서며 머리로 턱을 올려친 것이다.

[이게!]

화가 난 험상궂게 생긴 남자는 정말로 처제를 공격했다.

큰 손바닥으로 처제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러나

처제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발로 험상궂게 생긴 남자 허벅지를 걷어찼다.

[살려줘요!]

처제는 비명을 지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으악!]

험상궂게 생긴 남자는 허벅지를 두 손으로 감싸며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다.

[으악!]

비명은 비쩍 마른 남자도 동시에 질렀다.

험상궂은 남자의 공격을 피해 도망가던 처제가 발로 비쩍마른 남자 발등을 밟은 것이다.

[뭣 하는 거 에요? 남자 둘이서 어린아이를 때리다니?]

오미진이 벌떡 일어서며 화를 냈다.

[. 아닌데!]

비쩍 마른 남자와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동시에 말했다.

[저런 것들은 혼 내줘야 돼! 벌건 대낮에 소녀를 희롱하다니.]

나이가 많은 아주머니가 한마디 했다,

[맞아요! 혼내줍시다!]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두 남자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찡끗.

처제는 오미진을 보며 눈을 찡끗 거렸다.

오미진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난 그만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다시 오미진과 처제는 바이킹을 탄다고 가버리고 나와 미경이는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웅성웅성.

갑자기 바이킹을 타는 곳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나는 무슨 일인가 미경이와 함께 가보았다.

또 처제였다.

20대 커플 같은 남자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처제 무슨 일이야?]

내가 처제한테 물었다.

[이 아저씨가 성추행했어. 으앙.]

처제는 나를 발견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뭐라고? 오미진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난 처제와 오미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20대 남자는 어쩔 줄 몰라서 안절부절 못했다.

.

처제 발이 20대 남자 발목을 걷어찼다.

[내 무릎을 만지고도 아니라고? 형부. 이자가 내 무릎을 만졌단 말이야! 으앙.]

처제가 20대 남자한테 말하고 나에게 달려와 울며 말했다.

[아니에요! 바이킹 타다가 흔들려서 그쪽으로 쏠렸던 것뿐이에요! 그래서 실수로 손으로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죄송해요!]

20대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언니! 내가 언니 무릎 만졌어?]

처제가 오미진에게 물었다.

[아니!]

오미진이 말했다.

[그럼 언니는 옆에 있는 사람 무릎 만졌어?]

처제가 다시 물었다.

[아니!]

오미진이 대답했다.

[들었죠? 나도 이 언니도 안 그랬는데. 왜 아저씨만 그랬을까?]

처제가 따지듯 물었다.

20대 남자는 어찌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웅성웅성.

주위 사람들마저 20대 남자를 성추행 범으로 보는 눈치였다.

이미 20대 남자 애인 같은 여성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미정아!]

오미진이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양이다.

[?]

처제가 오미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미정이와 난 무술 고단자잖아! 무술인은 그 정도 흔들림에도 끄떡없지만 보통 사람은 그렇지 않단다. 그래서 우린 옆 사람을 만지지 않아도 됐지만

저 사람은 아니란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오미진이 말했다.

.

저 아이가 무술 고단자래.

주위 사람들이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 알았다! 그럼 저 아저씨가 몸이 허약해서 그랬단 말이지?]

처제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오미진이 아니라고 말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

처제 발이 20대 남자 허벅지를 걷어찼다.

20대 남자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헤헤 정말이네! 허약해. 허약해. 남자가.]

처제가 20대 남자를 한 바퀴 돌며 중얼거렸다

[좋아요! 실수란 걸 인정하죠. 운동 좀 하세요]

처제가 20대 남자 등을 손으로 툭 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20대 남자는 다시 사과했다.

무척 착한 사람 같았다.

[처제 가자!]

난 얼른 처제 손을 잡고 현장을 벗어났다.

떨어져 있으면 또 사고를 칠 것 같아서 내가 한마디 했다.

[보디가드가 자기들끼리만 놀고.]

그 한마디에.

처제는 내 곁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다녔다.

그날부터 어디를 가나 졸졸 따라다녔다.

서울에서 5일째 되는 날 처제는 다시 병원에 갔다.

다행스럽게 실밥을 뽑아도 될 만큼 회복이 빠르다했다.

나는 처제와 미경이를 데리고.

저녁 늦은 비행기로 제주도로 왔다

피곤했던 나는 장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만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미경이와 처제는 장모님과 두 처제에게 서울 갔던 이야기를 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화장실을 가려고 잠에서 깬 나는 어이가 없었다.

오른쪽엔 미경이가.

왼쪽엔 미정이 처제가 또 베개를 들고 와서 잠자고 있었다.

젠장.

여기만 오면 병이 재발하는군.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 갖다가 와서 처제 이불을 잘 덮어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난 다시 처제가 내 얼굴이며 눈이며 손으로 만지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그런데.

처제는 잠들어있었다.

내 얼굴을 만지며.

.

어쩐다.

처제 손을 치울 수 없어서 그냥 누워있었다.

처제 손은 내 얼굴에서 떠나질 않고 계속 입술과 코. 그리고 눈까지 만지고 있었다.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자면서.

아버지를 모르고 자라서 내가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스스로 손을 치울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던 나는

갑자기 처제 얼굴이 내 얼굴로 다가오며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간지럽게 하는 것을 느꼈다.

.

처제는 내 입술에 뽀뽀를 하고 있었다.

잠에서 깬 모양이다.

눈을 뜨면 처제가 민망스러워 할 가봐 잠시 더 눈을 감고 있었다.

쪽쪽.

뽀뽀를 두 번이나 하고서야 처제는 일어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처제가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난 일어났다.

이미 미경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침 준비를 하려고 나간 모양이다.

잠시 시간을 두고 밖으로 나온 나는 처제가 세숫물을 준비하고 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고마워!]

난 얼른 세수를 했다.

[나도 세수 시켜줘!]

처제가 다시 세숫물을 세숫대야에 반쯤 떠오며 나한테 말했다.

[그래! 여기 앉아!]

난 처제를 내 앞에 앉게 만들고 세수를 시켜줬다.

[난 형부 냄새가 좋아!]

처제가 뜻밖의 말을 해서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 무슨 냄새?]

내가 물었다.

[아빠냄새.]

처제가 말했다.

[아빠냄새를 기억해?]

내가 물었다.

[. 아니! 그냥 아빠냄새 같아!]

처제가 말했다.

.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오늘 학교에 갈 거지?]

처제가 나에게 물었다.

오늘 전학 문제로 처제 학교에 가리로 했다.

물론 다른 두 처제도 마찬가지다.

[! 그래야지!]

내가 말했다.

[그럼 ! . 형부라 하지 말고. 있잖아!]

처제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만다.

[뭔데?]

내가 물었다.

[선생님들한테는 아빠라 하면 안 돼?]

처제가 말했다.

처제는 학교 선생님들한테 나를 아빠라고 소개하고 싶은 모양이다.

[당연히 내가 아빠잖아!]

난 얼른 대답했다.

[역시 아빠 최고!]

미정이 처제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리 아빠 어때?]

[우리 아빠다.]

미정이 처제는 학교에서 내 곁에 졸졸 따라다니며 만나는 친구들마다 그렇게 자랑했다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난 결혼 준비 때문에 서울로 돌아왔다.

결혼 준비는 여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남자도 꽤 많다.

아버지와 같은 집에서 살게 되어 신혼 방을 꾸며야하고 또한 오래된 가구들도 교체를 하기로 했다.

청첩장도 만들고 친구들에게 연락도하고.

1주일 남은 결혼식 준비는 차곡차곡 준비가 되어갔다.

결혼식을 3일 남겨둔 그날.

따르릉.

한통의 전화가 내게 걸려왔다.

[여보세요?]

전화번호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난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다.

[선배! . 이소진이에요.]

전화를 건 상대방은 이소진이다,

박변호의 여자친구...

[! !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실로 오랜만이었다.

내가 중국에 나가서 10년을 있다 왔으니.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나 후배들은 모두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y대학에 다닐 때 보고 처음이니 아마도 이소진은 이미 시집을 갔을 것이다.

박변호와 결혼을 했을까?

[선배! 술 한 잔 같이 하실래요?]

이소진은 나를 만나고 싶은 모양이다.

난 이소진이 정한 약속 장소로 나가기로 했다.

결혼을 했으면 이미 꽤 큰 아이가 있을 텐데.

박변호 이 녀석이 알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텐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이소진과 만나기로한 아현동 k민속주점으로 갔다.

그리고

난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결혼식을 2일 남겨둔 날.

다시 한통의 전화가 왔다.

황지미

요즘 tv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물오른 연기 실력을 뽐내는 스타.

z여고 퀸 출신으로 v쇼핑몰 전속모델로 데뷔했다.

이미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몸매나 미모는 예전 그대로 같았다.

tv에서 본 그녀를 떠올리며 만나자는 장소로 나갔다.

그리고

역시 그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결혼을 2일 남겨두고 난 이틀간 두 가지 비밀을 안고 결혼을 해야만 했다.

두 가지 비밀.

결혼식을 1일 남겨두고 난 김포공항에서 미경이와 3명의 처제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장모님은 내일 아침비행기로 친척 분들과 같이 올라오시겠다고 하였다.

며칠 떨어져 있었다고 울먹거리며 나에게 달려와 품에 안긴 것은 역시 미정이처제다.

집에 도착해서는 아버지에게 똑같은 행동을 보였다.

아버지는 그런 처제가 사랑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처제들 방을 각각 하나씩 만들어줬다.

방에 이름까지 붙여줬다.

방안 가구들은 공주방처럼 꾸며줬다.

처제들은 방을 구경하고 무척 좋아했다.

[고마워요!]

미경이가 자기 동생들을 대신해서 내게 고맙다고 했다.

[고맙긴 이제부터 난 처제들 오빠처럼 아빠처럼 그렇게 살 거야. 그러니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돼!]

난 미경이 어깨를 두 팔로 포근히 감싸줬다.

[여보!]

미경이 입에서 처음으로 여보 소리가 나왔다.

[으이그. 닭살. 그냥 오빠라 해!]

난 온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신혼 방을 꾸며놓은 곳에서 나와 미경이는 둘만의 시간을 갖었다.

처제들 모두 제각각 방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꾸며놓은 방이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우리 정말 행복하게 살아요. ?]

미경이가 내 품에 안겨서 말했다.

[그래! 그동안 못해준 사랑을 평생 다 갚아줄게! 그리고 혜지 잘 키워줘서 고마워! 사랑해!]

난 미경이를 꼭 안아줬다.

우린 달콤한 키스를 했다.

키스는 무척 길게 했다.

아직 이른 초저녁.

미경이와 난 방문을 잠그고 단 둘만의 공간에서 3번째 섹스를 즐겼다.

몸을 씻고 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미경이도 내 팔을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새벽.

화장실을 가려고 잠이 깬 나는 어이가 없었다.

침대위에 아내와 나 사이엔 어김없이 미정이 처제가 잠들어있고.

침대가 모자라서 잠잘 때가 없었는지.

나머지 두 처제도 방바닥에서 잠들어 있었다.

베개와 이불까지 들고 들어와서.

으으으.

평생 이러고 살아야하나.

처제들이 왜 이런 거야!

난 발로 처제들을 밟을까봐 살금살금 조심해서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을 나오던 나는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처제!]

난 내 앞에서 웅크리고 서 있는 미정이 처제를 발견하고 말했다.

[... 보디가드가 잠이 들면 안 되는데.]

처제는 방긋 웃었다.

[이런...! 밤엔 보디가드 안하기로 해놓고.]

난 처제 어개를 두 손으로 감싸 방 쪽으로 몸을 돌리게 만들며 말했다.

[.1주일간 낮에도 보디가드 못해드렸으니깐 밤에도 해야 돼요.]

처제는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어휴.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이군.

다른 처제들은 안 그럼 좋겠는데.

s외딩홀.

서울 외각에 위치한 s외딩홀은 오픈을 한 지 겨우 1달 정도 돼서 아직은 한가하고

주차장도 넓어서 아버지는 호텔에서 하자고 하시는 걸 내가 이곳에다 예약을 했다.

멀리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요즘 한창 신도시 개발을 하고있는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곳 김포시 입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으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손님들이 이동하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한창 배가고플 시간대인 12시로 시간을 맞췄다.

아버지의 손님들이 더 많았다.

나에겐 친구와 학교 동창회 정도라 볼 수 있었다.

하객들 중엔 이소진 황지미도 보였다.

특히 이소진은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이었고.

황지미는 누가 알아볼까봐 검은 안경을 쓰고 살짝 얼굴만 비치고 곧 돌아갔다.

사회는 동창회에서 늘 오락과 사회를 담당하는 친구가 맡았다.

신랑 신부가 동시 같이 입장을 하기로 하였다.

신랑 신부입장을 하고 s대학 f교수가 주례사를 하고 축가는 인기가수 b씨가 노래를 부르며 결혼식은 화려하게 끝났다.

결혼식 피로연은 미경이와 난 참석을 못했다.

친구들과 결혼식으로 피로할 것 같아서 신혼여행을 위한 비행기 표를 120분에 예약을 해놔서 부랴부랴 인천공항으로 가야만했다.

신혼여행은 뉴질랜드로 결정했다.

화려한 결혼식.

그 두근두근 신혼여행길에 문제가 생겼다.

뉴질랜드 행 비행기에서부터.

미경이와 나란히 손을 잡고 비행기에 탑승을 했는데.

[...?!]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나는 깜짝 놀랐다.

바로 옆 통로 건너편 두 번째 자리에 앉은 여인.

나와 눈이 마주쳤다.

움찔 하면서 고개를 황급히 돌렸는데.

이미 그 여인이 누군지 난 알았다.

이소진.

학교 선배 박변호의 여자 친구로서 나와 첫 대면을 했던 여인.

또한 결혼식 3일전에 만나자는 연락을 했던 여인.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가하고 얼굴 표정이 밝지 못했던 그녀.

왜 같은 비행기를 탔을까?

아무튼 그녀는 나를 힐끗 힐끗 보며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으나 끝내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미경이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곧 잠이 들어버렸다.

[저기!]

스튜어디스가 내게 쪽지를 내밀었다.

[...?!]

난 무심코 받아 쪽지를 펼쳤다.

이소진이 보낸 것이다.

쪽지엔 단 한 줄의 글이 쓰여 있었다.

사랑해요!

. 이건. 무슨 뜻이지.

난 쪽지를 읽고 얼른 이소진을 바라보았다.

이소진은 나를 바라보며 눈을 찡끗 거렸다.

난 이소진이 보낸 쪽지를 미경이가 볼까봐 얼른 찢어 음료수 컵에 담아 스튜어디스를 줬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것일까.

이소진이 나를 바라보며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저기 죄송한데 요! 자리 좀 바꾸면 안 될까요?]

이소진은 옆자리 손님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내 바로 옆으로 올려고 하는 것이다.

통로 바로 옆자리 손님은 냉큼 일어나서 자리를 바꾼다.

이소진이 자리에 앉아마자 나를 빤히 바라본다.

.

난 작은 헛기침을 했다.

이소진이 내게 뭔가를 준다.

방금 스튜어디스에게서 받은 사탕하나.

젠장.

뭘 하려는 거야.

난 그냥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받기 싫다는 뜻인데.

이소진은 냉큼 일어서서 내 손을 잡아당기며 사탕을 내 손에 놓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뭣 하는 거야?

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이소진은 두 손으로 작게 하트를 그려 보이며 미소를 짓는다.

난 그만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니 잠을 청했다.

뉴질랜드 공항에 도착한 나는 미경이를 데리고 공항을 빠져 나왔다.

바로 뒤에 이소진이 나를 따라 같이 공항을 나왔다.

택시를 불러 타고 호텔로 향했다.

바로 뒤 택시를 탄 이소진 역시 내가 탄 택시를 바싹 뒤따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아가씬 누구에요?]

미경이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누구?]

난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비행기에서. 공항에서. 지금은 택시를 타고 왜 우릴 따라오죠?]

미경이가 이미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 그게. .]

난 미경이에게 이소진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말을 더듬으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결혼식.

두근두근 신혼여행이 이소진 때문에 망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두 가지 비밀을 안고 올린 결혼식...

그 중 한 가지 비밀

그건 신혼여행을 망치는 일이다.

고민에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 사실을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달콤해야할 신혼여행.

이소진 때문에 그렇게 망치고 있었다.

우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다 아버지 때문이야!

[혹시!]

미경이가 뭔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나를 처다 보며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말이에요?]

미경이가 다시 뭔가를 물어보려는 모양인데 그 표정이 좀 미묘하다.

[? 말을 하려다가 말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내가 다시 물었다.

[오미진씨처럼. 저 분도 보디가드에요?]

미경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미경이 똑똑하다! 맞아 보디가드야.]

난 얼른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마치 뒤에서 따라오는 이소진을 관찰하듯.

계속 뒤통수가 뜨끔뜨끔한 것이 미경이가 계속 나를 처다 보는 모양이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믿지 못하는 모양인가.

[어찌 그럴 수가 있어요?]

미경이가 잠시 말을 끊고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난 다시 미경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반짝.

미경이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런!

신혼여행부터 눈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다니.

난 참 나뿐 남자구나.

저런 혹을 달고 왔는데.

누가 좋아 하겠어.

그런 내 생각과는 반대로 미경이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 왜 그래?]

난 당황했다.

얼른 손으로 미경이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

[정말 전. 오빠를 믿었어요.]

미경이가 눈에서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 이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야.]

난 어찌 할 바를 몰라서 그냥 미경이 눈물을 닦아주는 것뿐이었다.

[정말? 보디가드에요?]

미경이가 다시 묻는다.

[그래! 맞아! 이소진은 보디가드야.]

난 얼른 말했다.

미경이가 내 두 눈을 계속 바라보았다.

마치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려는 듯.

미경이 눈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정말 보디가드군요? 오빠는 거짓말을 안 하고 있어요. 제가 오해를 했나 봐요.]

미경이가 눈물을 닦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데?]

내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 . 그게.]

미경이가 말을 더듬고 있었다.

[혹시 애인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내가 얼른 물었다.

미경이가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사실은. 미안해요!]

미경이가 말했다.

[이소진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줄께.]

난 미경이에게 이소진과 나의 관계를 이야기 했다.

한때.

선배 박변호가 너무 보기 싫어서 그 여자 친구인 이소진을 확!

어떻게 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젊은 날의 꿈에 지나질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이소진은 박변호와 헤어지면서 나에게 친밀감 있게 다가왔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여자 앞에만 가면 자신감을 잃고

말까지 더듬는 나는 이소진과의 관계를 더 이상 발전시키진 못했다.

자신감이 없고 결단력도 없는 남자에겐 여자가 확! 덤벼야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바로 황지미가.

이소진은 영어를 무척 잘했다.

외국어를 영어 하나만 완벽하게 배운 점도 있지만 스스로 소질이 있다고 믿었단다.

대학에서 한때 태권도부에 들어가 학교 대표로 선발되기까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신혼여행에 보디가드로 선발됐다.

아버지에 의해서.

이미 그렇게 결정이 된 후 이소진은 나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했고,

난 그날 이소진을 떼어 놓으려고 별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라고 하는 이소진을

매정하게 물리치지 못했다.

새벽까지 이소진을 떼어놓으려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은 보이지 않게 멀리 떨어져서 따라다니기로 약속을 받고

아침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 온 것이다.

그런데

이소진이 그 약속을 어긴 것이다.

박변호와 헤어지고 나와 가까이 지내고 싶었지만 여자에 대해선 완전 초보였던 나와 가까이 지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첫날부터 술에 취해 모텔까지 함께 들어가 잠을 잤지만

술에 취해서 정신없이 떨어진 상태로 밤을 보낸 것이다.

그런 날 이소진이 아직도 장난을 치고 싶은 것이다.

꽤나 심심했던 모양이다.

[? 저 아가씨를 아버님은 보디가드로 신혼여행에 보내셨나요?]

미경이가 나에게 물었다.

[이렇게 봐도 내가 3대 독자야. 그러니 아버지는 자식 걱정을 하신게지. 아버지 뜻을 물리치면 아버진 신혼여행을 마치고 갈 때까지 걱정을 하실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

난 미경이 이해를 구했다.

[보디가드. . 그 정도야 좋아요!]

미경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해를 해줘서.]

난 미경이 어깨를 꼭 안아줬다.

[고맙긴요. 사실 제가 더 고마운걸요.]

미경이가 말했다.

[뭐가?]

내가 물었다.

[미정이를 귀여워해줘서요.]

미경이가 말했다.

귀여운 처제 이야기다.

[미경이 동생은 내 동생이기도 하잖아! 고맙긴.]

난 미경이를 안은 팔에 더 힘을 줬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죠?]

미경이가 고개를 동려 내 얼굴을 보며 묻는다.

[물론! ? ? 또 다른 생각이?]

난 미경이를 보며 되물었다

[아뇨! 전 오빠를 믿어요. 엄마도 오빠를 믿고요. 제 동생들도 믿어요.]

미경이가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난 그냥 미소로 답했다.

[사실 덕신 할망이 이런 이야기도 했거든요. 처제들을 다 맡겨도 잘 보살펴 줄 거라고.]

미경이가 말했다.

젠장.

덕신 할망이 언제부터 내 인생에 관여하기 시작한 거야.

[! 그리고 또 하나.]

미경이가 뭔가 말을 하려고 했다.

무슨 말일까.

난 미경이 입만 바라보는데.

!

미경이 입에서 나온 말은 큰 충격이었다.

[미정이만 그런 게 아니에요. 같이 살아보면 알지만...미주도 미희도 다 그럴 거 에요.]

미경이가 말했다.

[? 설마! 미정이 처제처럼?]

난 미경이 말에 의문을 품었다.

[아뇨. 아마 더 심할 거 에요.]

미경이가 말했다.

미경이 눈은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진실이었다.

우아.

더 심하다니.

보디가드와 통역까지 맡은 이소진 덕에 호주 신혼여행은 무사히 끝났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장난스러운 행동을 가끔 했지만 이소진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귀염둥이 딸 혜지는 외할머니한테 맡기고 새로운 딸들 처제 셋을 맡았다.

신혼생활.

10살 난 딸도 외할머니 댁에 있으니 달콤해야할 신혼이었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 온 그 날부터.

처제들의 묘한 행동 때문에 때로는 즐거워서 웃고.

때로는 곤혹스러워 웃고.

때로는 어이없어서 웃어야했다.

웃고.

웃고.

또 웃고.

그 묘한 신혼 생활은 신혼여행에서 돌아 온 첫날부터 시작됐다.

[내가 요기서 잘래!]

[이게! 여긴 내자리란 말이야!]

[네 자리가 어디 있어? 오늘은 내자리 할래!]

처제 3명이 다툼을 하고 있었다.

바로 나와 미경이 가운데 잠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

[너 네 방으로 가! 형부 피곤하단 말야!]

미경이가 짜증을 부렸다.

으앙.

3명의 처제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가 처제들 울음소리를 듣고 거실에서 큰소리로 물었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경이가 얼른 대답했다.

[조용히 해!]

미경이는 작은 소리로 처제들에게 말했다.

.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울음을 그쳤다.

[그럼 제비뽑기로 하자!]

미경이가 얼른 처제들을 달래려는 모양이다.

[제비뽑기?]

난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미경이가 뭔가 구석에 엎드려서 6개 쪽지에 글을 써 넣고 잘 접어들고 처제들 앞에 내밀었다.

[? 6개야?]

고등학생 처제 미희가 물었다.

[세 개는 너희 방으로 간다. 그러니 잘 뽑아!]

미경이가 말했다.

처제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하나씩 쪽지를 가져갔다.

.

처제들은 투덜거리며 쪽지를 펼쳐 보였다.

혜지 동생을 만들게 오늘은 각자 방에서 잔다.

으하하하.

난 세 명 처제들이 펼쳐 보인 글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머진 뭐야?]

미희 처제가 미경이가 들고 있는 남은 3장을 노려보며 물었다.

박박.

미경이는 나머지 쪽지를 여러 번 찢어 휴지통에 버렸다.

[? 뭐야? 나머지 3장도 다 같은 글이지?]

미희가 가소롭다는 듯 물었다.

[어디 봐. 확인하자!]

처제들은 휴지통을 엎고 미경이가 찢은 쪽지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으아.

다 같은 글이잖아.

처제들이 미경이를 노려본다.

미경이는 두 손을 싹싹 비빈다.

혀를 쏙 내밀고.

하하하.

난 다시 웃고 말았다.

[형부!]

미주 처제가 나를 묘한 표정으로 보며 묻는다.

[? 왜 그래?]

내가 물었다.

[혜지 동생을 무엇으로 만들어? 진흙으로 만드나?]

두 눈을 반짝이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미주.

!

난 다시 웃고 말았다.

[? 웃지. 형부는?]

미주가 미희 처제한테 묻는다.

[바보! 언니와 형부가 뽀뽀를 하면 혜지 동생이 생기는 거야.]

미희 처제가 대충 둘러댔다.

[? . 그럼!]

미주 처제가 미정이 처제를 묘한 눈으로 바라본다.

[?]

미정이 처제가 자신을 묘한 눈으로 바라보는 미주 처제한테 물었다.

[언니 너도! 혜지 동생이 생겼겠네?]

미주 처제가 다연하다는 투로 묻는다.

우우우.

난 웃음을 참느라고 배가 아플 지경이다.

[내가 왜?]

미정이 처제가 이상하다는 듯 다른 처제들을 차례차례 훑어보며 물었다.

[! 형부하고 매일 뽀뽀했잖아!]

당연하다는 투로 미주 처제가 말한다.

하하하

난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우리. 오늘은 그냥 각자 방에서 자자]

미희 처제가 그래도 철이 들었다고 그렇게 말했다.

[안 돼! 난 형부 보디가드란 말야!]

미정이 처제가 얼른 침대 가운데 가서 누웠다.

[그럼 나도 형부 보디가드 할래.]

미주 처제가 미정이 처제 옆으로 가서 눕고.

[형부 보디가드는 하나만 해!]

미경이가 딱 잘라 말했다.

[. 그럼 난 팔베개 담당 할 거야!]

미주 처제가 제대로 뭔가 하나 건졌다는 표정이다.

[안 돼! 그건 언니 몫이야!]

미경이가 소리쳤다.

울먹울먹.

금방 울음을 터뜨릴 듯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아 알았어! 울지 마!]

미경이가 거실 아버지 눈치를 보며 얼른 미주 처제를 달랬다.

[. 난 그럼 형부 눈가리개 담당이나 해야지.]

미희 처제가 쏙 혀를 내밀며 미경이를 약 올린다.

[!]

미경이가 화난 표정을 지었다.

다 큰 미희가지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는 것인데.

으앙.

미희 처제가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도 없는 거짓 울음인데.

다급하게 미희 입을 가리며 미경이는 또 허락하고 말았다.

[밤에 무슨 눈가리개가 필요해?]

미정이 처제가 미희 처제를 보며 입을 삐쭉거린다.

[밤에 형부 주무시는데 너희들이 화장실 가려고 불을 켜면. 형부 눈 버린단 말 야!]

미희 처제가 당연하다는 투로 말한다.

[!]

결국 미정이 처제도 수긍을 하고 말았다

[침대는 하나인데. 어떻게 5명이 자냐?]

난 웃으며 처제들한테 물었다.

.

처제들은 한동안 서로 눈치를 보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미경이가 나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처제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데.

3일에 한 번씩 교대로 하자!

미희 처제가 좋은 생각을 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난 오늘 할래!]

미정이 처제가 말했다.

[아냐 오늘은 내 차례야!]

미주 처제가 말했다.

[모두 그만! 가위 바위 보로 정한다. 이기는 사람이 우선 말하기.]

미희 처제가 말했다.

좋아!

처제들은 모두 가위 바위 보를 했다.

제일먼저 이긴 처제가 막내 미주였다.

우아!!!

마치 무슨 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며 오늘을 택했다.

두 번째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것은 미희처제다.

으앙.

꼴찌를 한 미정이 처제는 울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해! 울면 하루씩 건너뛰기.]

미경이가 말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미정이 처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묻는다.

[한번 울면 자기 차례가 와도 너네 방에서 자란 이야기야!]

미경이가 말했다.

[! 그런 게 어디 있어?]

미정이 처제가 말했다.

[? 너네만 선택권이 있고 난 없냐?]

미경이가 말했다.

처제들은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

안 울면 되지 뭐.

처제들은 미경이 뜻을 받아 들였다.

[난 그럼 오늘은 오미진 언니하고 자야지.]

제일먼저 미정이 처제가 방을 나갔다.

오호.

제법 철이든 모습 같았다.

잠시 후 미희 처제도 방을 나갔다.

자신들이 정한 룰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처제들 의지에 난 조금 안심을 했다.

이건 뭐야.

초저녁부터 미경이와 내 사이에 끼어서 잠을 자는 미주 처제는 잠버릇이 고약했다.

내 얼굴이 자기 얼굴인지 착각을 한 모양이다.

손가락으로 벅벅 긁기도 하고.

다리를 내 배위로 척 올리기도 하고.

참다못해 미경이가 눈을 찡끗 거리며 미주 처제를 안아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뉘었다.

야 호.

미경이와 난 단둘이 홀가분하게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

으윽!

이게 뭐야!

잠자던 나는 강한 충격에 잠에서 깨어 불을 켰다.

으으.

미주 처제가 미경이 배를 베개 삼아 내 배위에 다리를 올리고 잠을 자는 것이었다.

으으.

난 하는 수 없이 내가 방바닥에서 잠을 자야했다.

아침.

[형부!]

미희 처제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미희 처제 방으로 갔다.

[?]

난 방문을 살짝 열고 물었다.

[처제 옷 갈아입을 테니까 들여다보지 마세요.]

미희 처제의 말은 황당했다.

이건 무슨 황당한 이야기야.

그냥 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입으면 되고.

노크도 없이 내가 처제들 방을 열지도 않을 텐데.

난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쟨 항상 그렇게 말해요. 엄마한테도 나한테도.]

미경이가 나한테 살짝 말해주지 않았다면 난 오해를 할 뻔 했다.

[형부!]

이번엔 미주 처제가 날 불렀다.

화장실에서다.

[왜 그래?]

난 화장실 밖에서 물었다.

[형부 휴지가 떨어졌어.]

미주 처제가 날보고 휴지를 갖다 달랜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까지 들어갈 수는 없지.

난 마침 오미진 경호원이 보여서 휴지를 처제에게 갖다 주도록 부탁했다.

[형부!]

미정이 처제 목소리다.

또 뭐야.

난 미정이 처제에게 달려갔다.

.

미정이 처제는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손가락으로 입안을 보라는 신호를 한다.

뭐가 들어갔나.

난 처제 입을 들여다봤다.

없다.

아무것도.

[왜 그래?]

난 미정이 처제 입안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물었다.

[저 충치 없죠?]

미정이 처제가 말했다.

으으.

그걸 자랑하려고.

[우리 형부 담당을 한사람이 3가지씩 하기로 하자!]

그날 저녁 미희 처제는 이상한 제안을 했다.

처제들은 모두 좋다고 환영했고.

서로 각자 원하는 담당을 적어서 동시에 보이기로 했다.

뭣 하는 거야?

지켜보던 나는 처제들 행동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 제각각 희망을 적어냈다.

미주는 어제 말 한 팔베개 담당에 양치질담당. 속옷 세탁을. 으으.

미정이는 보디가드에 세숫물 담당에 발 씻겨주기까지. 으으.

미희는 눈가리개 외에 면도담당과 피부 관리까지. 으으.

마치 약속이나 한듯 하나도 중복되는 것이 없이 제각각 담당을 정했다.

[그럼 난 뭐야?]

미경이가 불만을 터뜨렸다.

[언니는 식사당번에 목욕담당과 옷 갈아입히기 뭐 많잖아! 흐흐.]

미희 처제가 짓궂은 웃음을 흘렸다.

.

뭐하는 것인지.

난 처제들과 아내가 하는 행동들이 이상하다고 생각 했지만 모두 나를 위한 것들이라고 단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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