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아몬드 -손원평 작 (12)

호수 | 2021.09.17 16:50:58 댓글: 2 조회: 676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04729

36.
'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살인수 출신의 미국 작가 P .J.놀란이 한 말이다. P.J. 놀란은 자신의 의붓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수감 생활 동안 자전적 에세이를 썼다. 훗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P.J 놀란은 그 사실을 영영 알수 없었다. 사형은 예정대로 집행됐다.
죽고 난 뒤 십칠 년이 지난 후에 진범이 자백을 하면서 P.J 놀란의 결백이 드러났다. 딸에게 몹쓸 짓을 한 건 옆집에 살던 이웃이었다.
P.J 놀란의 죽음은 여러 면에서 논란이 되었다. 딸에 대해서만은 결백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폭력, 절도 , 살인 미수등의 무거운 과거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시한폭탄이라 불렀다. 무죄 선고를 받았더라도 언젠가 끔찍한 일을 터뜨렸을 거라고 말했다. 어쨌든 세상이 이미 죽어 버린 남자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동안 P.J 놀란의 책은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갔다.
책의 대부분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분노로 가득 찬 젊은 시절을 적나라하게 그려 내고 있다. 사람에게 칼을 찔러넣거나 강간을 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떤 방식어었는지가 너무 상세하게 적혀 있어 일부 주에서는 금서로 자정되기도 했다. 그는 마치 음식을 분류해 냉장고에 넣거나 서류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봉투에 넣는 방법을 설명하듯 그런 과정을 담담히 묘사했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 ... 그는 무슨 의미로 그렇게 썼을가. 도와 달라는 손짓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원망이었을까.
엄마아 헐멈에게 칼을 휘두른 남자와 곤이는 P.J 놀란같은 타입이었을까. 아니면 P.J 놀란과 가까운 건 오히려 나였을까.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곤이가 필요했다.

37.
심 박사는 다른 사람이라면 펄쩍 뛸 말에도 언제나 침착했다. 곤이와 있었던 일을 털어 놓았을 때도 그랬다. 내가 나에 대한 얘기를 길게 설명한 것도 그날이 처음이었다. 작게 타고난 편도체, 각성 수준이 낮은 대뇌 피질, 엄마에게 받은 교육에 대해서, 심 박사는 얘기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 곤이가 널 때릴 때 두렵진 않았겠구나. 하지만 그게 용감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겠지? 분명히 말해 두지만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절대 가만 있지 않을 거다. 그건 내 책임이긷 하니까. 결론적으로, 넌 일단 피했어야 한다.
인정했다. 엄마한테 내내 배운 게 그거였다. 그러나 감독이 없으면 선수는 해이해진다. 내 뇌도 생긴대로 놀았을 뿐이다.
- 물론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품는 건 환영할 일이지. 개인적으로 네가 호기심의 대상이 그 애라는 게 그렇게 반갑진 않지만.
- 보토의 경우라면 곤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하겠죠?
- 아무도, 엄마라면 그러셨을 거다, 틀림없이.
- 그 애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나쁜건 가요?
- 그 애와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니?
- 친해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거죠?
- 예를 들어, 이렇게 너와 내가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 같이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 특별히 돈이 오가지 않는데도 서로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 이런 게 친한 거란다.
- 몰랐어요. 제가 아저씨랑 친한 줄.
- 하하, 아니라고 하진 마라. 아무튼 진부한 표현이지만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난단다. 그 애가 너와 그런 관계가 될지는 시간이 알려 줄거야.
- 아저씨가 말리지 않는 이유를 물어도 될가요?
- 난 누군가를 쉽게 재단하는 걸 경계한단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네 나이 때는 더 그렇고.

심 박사는 원래 대학 병원의 심장외과 의사였다. 집도도 많이 했고 환자들의 예후도 좋았도. 그런데 그가 남들의 심장을 들여다 보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아내의 가슴속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아내는 말이 없어졌고 그는 여전히 그녀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어느 날 그들은 마침내 그토록 미뤄 오던 여행을 떠났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깊은 섬의 휴양지였다. 박사는 투명한 포도주를 마시며 석양을 바라봤다.머릿속에는 돌아가서 할 일들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해가 바다로 가라앉기 직전 박사는 잠이 들었다. 얼마 후 그는 헐떡이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내가 눈을 크게 뜬 채 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다. 아내의 심장 속 전기 신호가 오류를 일으켰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맥박이 분단500회를 뛰었다.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났고 박사가 할 수 있는건 울면서 아내의 손을 붙잡고 괜찮을 거라고, 조금만 참으라고 말해 주는 것 외엔 없었다.
미쳐 날뛰던 아내의 심장이 갑자기 멎었다. 전기 충격기도 없었고 코드 블루를 외쳐 봐야 뛰어올 사람도 없었다. 박사는 아마추어처럼 가망없는 가슴에다 미친 듯이 펌프질을 했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안내의 몸은 이미 차갑고 딱딱했다. 그렇게 아내는 그를 영원히 떠났고 그 뒤로 박사는 메스를 놓았다. 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러면서도 왜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는지만 돌이켰다. 다시는 누군가의 살을 갈라내 그 안에서 뛰는 심장을 볼 자신이 없었다.
둘 사이엔 아이가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혼자였다. 아내를 생각하면 고소한 빵 냄새가 떠올랐다. 아내는 늘 그를 위해 직접 빵을 구웠고 그 맛은 무언가 그리운 걸 떠올리게 했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나 설명하기 힘든 사소한 기억의 한 장면 같은 것을. 바쁜 아침에도 식탁엔 언제나 고소하고 따끈한 빵이 놓여 있었다. 박사는 빵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 했다. 그것이 그가 아내를 위해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이미 빵을 먹을 아내가 사라진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일까.
나는 몰랐지만 박사와 엄마는 많은 얘길 나눴다. 세입자로 시작해 단골손님이 된 엄마는 박사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곤 했다. 누구에게도 내 얘기를 털어놓지 않은 엄마가 그에게 가장 자주 얘기한 건, 혹시 자신이 어떻게 되면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잘 도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엄마는 늘 나의 상태를 비밀로 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나와 자신의 인생을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엄마는 내가 모르는 엄마였다.엄마에게 그런 사람이 이었다는게 다행이었다.

38.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박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사람, 죽은 사람 구분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인기척이 들리는가 싶더니 몸집이 작은 남자아이가 옷깃을 세운 채 쭈뼛거리며 책장 뒤로 사라졌다. 얼핏 머리통에 나 별 모양 땜빵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후, 커운터 위로 성인 잡지 한 권이 턱 던져졌다. 사자처럼 굽실굽실한 금발 머리를 지난 여자가 터질 것 같은 가슴을 가죽 재킷으로 간신히 여민 채 오토바이 위에 앉아 있다. 입을 살짝 벌리고 등을 한껏 뒤로 젖힌 채로.
- 존나 식상하네. 골동품 모은다 생각하고 한 권 사준다. 얼만데?
- 곤이였다.
- 이만 원. 말 그대로 골동품이라 싸진 않아.
곤이는 툴툴 거리며 주머닐 뒤지더니 지퍠와 동전을 섞어 던지듯이 떨어뜨렸다.
- 너.
그러더니 카운터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올려봤다.
- 로봇이라며? 아무것도 못 느낀다며. 너?
- 완전히 그런 건 아냐.
곤이가 코를 두어 번 킁킁댔다.
- 너에 대해서 조사를 좀 했지.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망할 머리통에 대해서.
곤이가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쳤다. 잘 익은 수박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가 들렸다.
- 어쩐지. 어쩐지 좀 이상하다 싶었거든. 난 뭐, 쓸데없이 힘만 쓴 거더라고.
- 네가 칮아오면 너희 아빠가 전화 달라고 했는데.
- 그걸 필요 없어.
곤이의 눈에 순간적으로 불길이 일었다.
- 전화드려야 겠다. 약속했으니까.
수화기를 들었지만 귀에 가져가기도 전에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 못알이듣냐. 새꺄. 하지말라고. 안 건드릴 테니까.
곤이는 가게 안을 한 바퀴 돌며 괜히 책을 뒤적거렸다. 그러더니 멀찌감치 서서 소리쳤다.
- 맞을 때 아팠냐?
- 아팠지.
- 로봇이라더니, 완전히 깡통도 아니네 뭐.
- 음 ... ...
입을 열다 말았다. 내 상태에 대해 설명은 언제나 어려웠다. 특히 부연을 도와줄 엄마가 사라진 후엔 더더욱.
- 예를 들어, 춥다거나 덥다거나 배고프다거나 아픈 거. 그런 건 나도 느껴. 안 그러면 살이 있을 수가 없겠지.
- 그게 다야?
- 간지러운 것도 느껴.
- 긴지럽히면 웃기도 하고?
- 아마 그럴걸. 그런 장난을 당한 게 너무 오래전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내 말에 곤이가 바람 빠지는 소릴 냈다. 어느새 카운터 앞에 와 있었다.
-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곤이는 눈길을 딴 데다 돌렸다.
- 너네 할머니 죽었다며. 진짜야.
- 응.
- 엄만 식물인간이라며.
-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 네 눈앞에서 그렇게 됐다며? 어떤 미친놈한테 칼 맞아서.
- 그래.
- 근데 넌 그냥 보고만 있었다며.
- 결과적으로는 그런 셈이지.
곤이가 홱 고갤 들었다. 눈빛이 일렁였다.
- 존나 병신 같은 새끼네. 할머니랑 엄마가 눈앞에서 죽어 가는데 보고만 있냐. 그런 새끼는 그 자리에서 잡아 족쳤어야지.
- 그럴틈도 없었어. 그 사람도 바로 죽어 버렸거든.
- 알아. 근데. 그놈이 살아 있었어도 넌 아무것도 못했을거야. 넌 아무것도 막지 못했을 거라고. 겁쟁이 새끼야.
- 그럴지도 모르지.
내 대응에 곤이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 내가 이런 얘기해도 기분 나쁘지도 않냐. 어떻게 표정에 변화가 없어. 생각 안 나? 네 할머니랑 엄마 생각 안나냐고.
- 생각나. 많이.자주
- 근데 잠은 잘 와? 학교는 어떻게 다녀? 망할, 가족이 네 앞에서 피 흘리면서 죽었는데.
- 그냥. 살게 돼. 나보다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도 얼마 안 돼 먹고 자고 다 할걸. 사람은 살게 돼 있는 존재니까.
- 잘난 척 되게 하시네. 나 같음 매일 밤 열받고 억을해서 잠도 못자겠다. 사실 이 얘기 듣고도 며칠 잠 못 잤는데. 나였음 그 새끼 내 손으로 죽였어.
- 미안하다. 나 때문에 잠까지 못자고.
- 미안? 할머니 죽었을 때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다면서. 나한테 미안하단 말은 할 줄아냐? 겁나 매정한 새끼네.
- 듣고 보니 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미안 하단 말은 교육받은 거라 적절히 할줄 알아.
곤이가 혀를 찼다.
-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너란 놈
- 다들 말은 안 해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럴 거라고 엄마가 얘기해 줬었어.
- 병신 ... ...
거기까지 말하고 곤이는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그동안 머릿속엔 곤이와 나눈 대화가 다시금 떠올랐다. 이번엔 내가 운을 뗐다.
- 근데 넌, 쓰는 단어가 진짜 몇 안 되나 보다.
- 뭐?
- 욕이 대부분이긴 한데, 하는 욕도 거기서 거기고. 어휘량이 너무 한정된 거 같은데 책을 좀 읽어 보면 도움이 될거야. 그럼 사람들이랑 더 많은 얘길 할 수도 있을 거고.
- 로봇주제에 조언질이냐.
곤이가 하,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 잘 볼게, 심심하면 또 올 수도 있고.
그 애는 자기가 고른 책을 흔들며 문밖으로 나섰다. 그 바람에 오토바이에 앉은 여자의 가슴에 물결이 쳤다. 문이 닫히 전 , 곤이는 몸을 돌렸다.
- 아 그리고 아빠라는 작자한테 전화할 필요없다. 지금 집으로 가니까.
- 그래, 거짓말 아니었으면 좋겠다. 네가 거짓말해도 난 눈치를 잘 못챌 거거든.
- 존나 선생님 나셨네. 그런다면 그런줄 알아라.
탁 소리가 나게 문이 닫혔다. 한 줄기 바람이 가게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옅은 여름 향이 묻어 있는 바람이었다.

39.
윤 교수가 업소에 적절한 보상을 해서였는지, 피자집에서의 일은 학교로 따로 신고가 들어오진 않은 듯했다. 그 일은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그리고 얼마간 뭔가가 터질 것 같은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이제 별다른 사건이 없을 거라는 걸 모두가 알아챘다. 곤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와도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다. 곤이를 따르던 두 아이도 이제 다른 무리에 섞여 곤이 곁에 얼씬하지 않았다. 곤이는 알아서 구석진 곳에서 혼자 밥을 먹었고, 누군가를 노려보는 대신 엎드려 잤다. 그 애가 한때 문제를 일으켰던 별 볼일 없는 이이로 치부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곤이가 화제에서 벗어나면서 나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더 이상 하거나 흥미진진한 것돌로 아이들의 관심은 늘 바뀌었으니까. 한 아이가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연일 그 애에 대해 떠들었다.
공식적으로, 그러니까 이이들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는 ' 적' 이었다. 그동안 벌어진 일들만 보더라도 마땅히 그래야 했다. 그래서, 누가 그러자고 정한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곤이와 나는 서로 모른 척했다. 말을 섞지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우리는 칠판지우개나 분피러럼 그저 학교를 구성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거기서는 누구도 진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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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79.♡.193
토마토국밥 (♡.15.♡.73) - 2021/09/29 16:48:01

잘 보고 갑니다

호수 (♡.179.♡.193) - 2021/09/29 17:19:0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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