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소봉전기(10)-古龙

핸디맨남자 | 2021.11.13 12:50:17 댓글: 0 조회: 893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3549

8. 미녀 검객 사인방

깊은 밤에 여자의 방에 뛰어드는 방탕아처럼, 비는 갑자기 쏟아지더니 어느새 그쳐버렸다. 그러나 비가 오고 나서, 모든 것이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채 변화하였다.

봄 숲의 나뭇잎은 벽옥같이 고왔고 시체 위의 붉은 피도 깨끗이 씻겨 상처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십여 명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도 살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시체들을 발견했을 때, 사공적성은 보이지가 않았다.

상관단봉이 한탄하며 말했다.

"그는 죽은 사람들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우리들더러 시체를 거두라는 것인가요?"

육소봉이 말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그가 죽인 것이 아닙니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그가 아니면 누구입니까?"

육소봉이 물었다.

"이 사람들을 보내서 불을 지르도록 한 사람입니다."

상관단봉이 말했다.

"당신 생각은, 그 사람이 우리가 자기를 알아낼까 두려워 이 사람들을 모두 죽여 입을 다물게 했다는 것인가요?"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 세 가지 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었다.

상관단봉이 말했다.

"그는 이 사람들을 도망가게 할 수도 있는데, 왜 그들을 죽여 입을 다물게 한 것일까요?"

육소봉이 말했다.

"여러 사람의 오른손을 끊어버린 사람이 자신을 찾아내기가 쉬울 것 같아서겠지요."

상관단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는데, 그는 이 사람들을 쓸데없이 죽였군요."

육소봉이 물었다.

"당신은 알아요?"

상관단봉이 말했다.

"당신은 그들이 청의루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육소봉은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한 가지를 알아냈어요."

상관단봉이 말했다.

"어떤 일인데요?"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당신이 서둘러서 주광보기각에 가서, 사람들에게 관을 가지고와 시체를 거두어 가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상관단봉이 그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리고 또 무엇을 알아냈나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런 다음 당신은 그곳 사람들에게 물을 준비하게 해서, 먼저 목욕을 한 다음 가장 편안한 방을 골라서는 한숨 자야 해요."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곳은 지금 완전히 당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육소봉은 눈을 감고 따뜻한 물속에 누워 있다. 온몸이 흠뻑 젖은 뒤라 따뜻한 물에 목욕할 곳을 찾았다는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자기의 운이 아직은 나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옆에 있는 화로 위 큰 구리항아리 속에서는 물이 끓고 있어 방안은 수증기로 가득 차,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화만루는 벌써 목욕을 하고 지금은 잠을 자려 하고 있었다. 상관단봉도 주광보기각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속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천천히 걸어갔다. 육소봉의 말을 잘 듣는 것 같았다. 육소봉은 그러한 것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그는 여자가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러나 그가 이 일을 만족스럽게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약간 잘못된 것같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염철산이 죽기 전에 지난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였고, 고가도 그 오랜 빚을 갚기로 하였다.

대금붕왕이 그에게 부탁한 일의 삼분의 일은 이루어졌고, 나머지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왜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비가 벌써 그쳐 처마 끝에서 이따금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바람은 시원하고 깨끗했다.

육소봉은 한숨을 쉬며 걱정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고,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그는 자기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밖에서 네 명의 여인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네 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은 생긴 것뿐만 아니라, 풍채 또한 아름다웠다. 그녀들은 날씬한 몸매를 두드러지게 하는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있어 더욱 유연하고 아름다웠다. 육소봉은 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긴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녀들의 허리는 아주 가늘고 다리 또한 길었다.

그녀들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치 벌거벗고 목욕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들의 네 쌍의 반짝이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오히려 육소봉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육소봉은 수줍어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거울을 보지 않고도 얼굴이 붉어진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듣기에 육소봉은 네 조각의 눈썹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나는 어찌해서 두 조각만 보이는 걸까?"

다른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두 조각이나 보았니? 나는 한 조각도 잘 볼 수가 없는데."

먼저 말을 한 사람은 키가 아주 크고, 가늘고 긴 한 쌍의 봉황의 눈을 하고 있어 웃을 때는 사람을 압도하는 살기(殺氣)를 지니고 있었다.

누가 어떻게 보든지 상관없이 그녀는 남자를 위해 목욕물을 붓거나 할 그런 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화로 쪽으로 걸어가서는 항아리를 들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이 식은 것 같은데, 내가 다시 데워드리지요."

육소봉은 항아리에서 수증기가 나는 것을 보고는 약간 놀랐다. 그러나 그는 벗은 몸으로 네 명의 여자들 앞에서 일어설 그런 용기는 없었다.

이 항아리를 가열하여 펄펄 끓는 물을 몸에 붓는다면, 기분은 그리 좋지 못할 있었다. 육소봉은 일어서는 것이 좋을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좋을지 망설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기가 움직이려 해도 움직일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 말이 없던, 가장 우아한 여자가 소매에서 한 척 길이의 칼을 꺼내더니, 반짝이는 단검을 그의 목에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음산한 검기(劍氣)가 그의 귀 뒤에서 어깨까지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키가 크고 봉황의 눈을 한 여자는 천천히 항아리의 물을 그가 목욕하고 있는 목욕통에 부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가만히 있 것이 좋겠어요. 우리 네 명의 자매들은 상냥하고 우아하기는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주 손쉽게 해요. 이 항아리의 물은 금방 끓어서 몸에 부으면 죽거나 살갗이 벗겨질 것입니다."

그녀는 말을 하면서, 목욕통에다 물을 부었다.

목욕통의 물은 아주 뜨거웠고 지금은 화상을 입을 만큼 참을 수 없었다.

육소봉의 머리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고, 구리 항아리의 물은 겨우 사분의 일만 부어진 있었다.

이 항아리의 물이 모두 부어진다면, 목욕통에 앉아 있는 사람은 최소한 살갗이 벗겨질 것이다.

육소봉은 갑자기 웃었다. 뜻밖에 나오는 웃음이었다.

물을 붓던 소녀는 한 쌍의 눈썹과 위엄 있는 봉황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했다.

"당신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요."

육소봉은 정말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우스울 뿐입니다."

"우습다구요? 뭐가 우습지요?"

소녀는 물을 더 빨리 부었다.

육소봉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내가 목욕을 하고 있을 때 아미사수(峨嵋四秀)가 옆에서 나를 대신해 물을 부어 주었다고 말한다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그녀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큰 키의 봉황 눈을 한 소녀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안목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맞아요, 내가 바로 마수진(馬秀眞)이에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리고 이쪽 분은 사람을 죽일 때 눈도 깜짝 하지 않는다는 분이 바로 석수설(石秀雪)이지요?"

석수설은 더욱 부드럽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죽일 때는 반드시 눈을 깜짝이겠군요."

마수진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당신을 죽이지 않고, 다만 몇 가지를 물어보려는 것입니다. 당신이 빨리 대답한다면 나는 이 항아리의 물을 목욕통에 붓지 않을 것입니다. 이 항아리의 물을 다 부으면....."

석수설이 이어서 말했다.

"그러면 저 사람이 익어버릴 테지요."

"근데 돼지를 삶으면 돼지고기를 팔 수도 있지만, 사람을 삶으면 개에게 먹일 수밖에 없지 않겠어?"

육소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 벌써 익으려고 하는데, 당신들은 왜 빨리 물어보지 않는 것이오?"

마수진이 말했다.

"좋아요, 내가 묻겠어요. 우리 사형(師兄) 소소영(蘇小英)이 서문취설의 손에 죽은 것이 맞나요?"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데, 나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

마수진이 말했다.

"서문취설은 어디에 있나요?"

육소봉이 말했다.

"나도 그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그를 보면 나에게 일러주세요."

마수진이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모르나요?"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술에 취해 있을 때에나 여자를 속입니다. 지금 나는 정신이 말짱합니다."

마수진이 이를 악물고는 항아리의 끓는 물을 듬뿍 부으며 쌀쌀하게 말했다.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당신은 아주 멍청하군요."

육소봉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어떻게 멍청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수진이 말했다.

"당신과 같이 온 여자가 바로 금붕왕조의 공주입니까?"

"맞습니다."

"대금붕왕이 아직도 살아 있습니까?"

"아직 살아 있습니다."

다시 마수진이 물었다.

"그가 당신에게 염철산을 찾으라고 했습니까?"

"그렇소."

"그가 당신에게 또 어떤 사람을 찾으라고 했나요?"

"상관목과 엄독학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마수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두 사람은 누구지요? 그들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육소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은 적어도 수천만은 될 것입니다."

마수진이 그를 바라보았다.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옷을 입고 있지 않는데, 당신이 그렇게 바라보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붉어지지 않았고, 마수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서 손에 들고 있던 구리항아리를 화로에 올려놓고는, 옷을 단정히 하고 육소봉을 향해 예를 갖추어 절을 하였다.

석수설도 칼을 내려놓았다.

네 명의 옷을 잘 차려 입은 젊은 미인들이, 목욕통에 벌거벗고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갑자기 몸을 굽혀 절을 하는 것을 당신이 보게 된다면, 그것이무슨 영문인지 꿈에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육소봉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도 이 네 명의 제멋대로인 여자들이 처음엔 거만하게 굴다가 어떻게 갑자기 공손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수진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아미제자 마수진(馬秀眞), 엽수주(葉秀珠), 손수청(孫秀靑), 석수설(石秀雪)이 스승님의 명을 받들어 육공자를 내일 정오의 조촐한 만찬에 초대하러왔습니다. 육 공자께서는 왕림해 주실련지요?"

육소봉이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몸에 날개가 돋아난다고 해도, 내일 점심때까지 아미산의 현진관(玄眞觀)에는 갈 수 없을 것입니다."

마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은 아미에 계시지 않습니다. 지금 그분께서는 주광보기각에서 공자의 대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육소봉은 잠시 있다가 물었다.

"그가 왔다구요? 언제 왔지요?"

마수진이 말했다.

"방금 전에 왔습니다."

석수설이 말했다.

"우리들이 주광보기각에 없었다면, 어떻게 어제 저녁의 일을 알 수가 있었겠습니까?"

육소봉은 여전히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수진이 말했다.

"육공자께서 와주신다면, 저희들은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고 물러가겠습니다."

"나에게 더 물어 볼 것은 없습니까?"

마수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도가 온화하고 예의 바른 것이 조금 전의 사람을 삶으려던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았다. 엽수주는 어리석은 사람이어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우리들은 육공자의 명성을 익히 들어서, 당신이 목욕하는 기회를 틈타 당신을 찾아온 것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사실은 당신들이 언제 오든지, 나에게 무엇을 물어보든지 나는 거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석수설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육공자께서는 정말로 화가 나시지 않았습니까?"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화를 낼 수가 있습니까? 나는 아주 즐겁습니다."

석수설도 어리둥절해서는 물었다.

"우리들이 당신에게 이렇게 했는데, 당신은 즐겁다구요?"

육소봉이 웃음을 터뜨렸다.

"즐거울 뿐만 아니라, 당신들이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어서 감격하고 있습니다."

석수설이 급하게 물었다.

"어떤 기회요?"

육소봉이 여유 있게 답했다.

"내가 목욕을 하고 있을 때 당신들이 갑자기 뛰어 들어왔으니, 당신들이 목욕을 하고 있을 때 내가 뛰어 들어간다고 해도 당신들은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것은 아닌데, 내가 어떻게 기쁘지 않겠습니까?" 아미사수의 얼굴은 모두들 붉어졌고, 몸을 돌려서 황급히 나가버렸다.

육소봉은 그제야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다음부터 목욕할 때에는 최소한 바지는 입고 있어야겠군." (이런 위트가 필요!)

육소봉이 목욕을 하던 곳은 부엌이었고, 바깥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는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밤은 더욱 깊어 상현달이 나무에 걸려 있었다. 나뭇잎은 달빛에 더욱 짙어 보였다. 나무 밑 그림자에 한 사람이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키는 컸고, 옷은 눈처럼 하얗고, 등에는 이상한 모양의 긴 칼을 한 자루를 차고 있었다.

아미사수가 밖으로 나올 때 이 사람을 보았다. 이 사람을 보자 저절로 마음속에서 한기(寒氣)가 느껴졌다.

마수진은 놀라서 물었다.

"서문취설?"

서문취설이 차갑게 그녀들을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진이 화가 나서 물었다.

"당신이 소소영을 죽였지요?"

마수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을 찾고 있는 중이었는데, 당신이 이곳에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군요!"

서문취설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을 내고는 차갑게 말했다.

"나는 여자는 죽이지 않아. 여자는 칼 쓰는 것에 익숙지 못하기 때문이지. 칼을 잘 쓸 수 있다면 여자가 아니지."

석수설이 화를 내며 말했다.

"헛소리 하는군!"

서문취설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검을 뽑아 한꺼번에 덤벼라."

석수설이 날카롭게 말했다.

"한꺼번에 갈 필요 없어요. 나 혼자면 당신을 죽이기에 충분해."

그녀는 겉으로는 온화하고 우아해 보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급했다.

그녀는 한 쌍의 단검을 사용하였는데, 그 당시 유명한 손() 부인이 전해준 검기(劍器)였다.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면서 벌써 그녀는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것처럼 빛이 번쩍이는 칼을 쥐고는 서문취설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사람이 '기다려요'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소리가 끝나자마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석수설은 한 쌍의 검을 휘둘렀지만, 두 자루의 검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끝이 모두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의 손에 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 사람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힘껏 검을 뽑으려 했지만, 칼끝은 이 사람의 손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사람은 매우 침착했고 얼굴에는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석수설의 얼굴은 화가 나서 붉어졌고, 쌀쌀맞게 웃으며 말했다.

"서문취설에게 조수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서문취설이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그가 나의 조수라고 생각하나?"

석수설이 말했다.

"그럼 아니라는 말이오."

서문취설이 차갑게 웃으며 갑자기 손을 휘둘렀다. 검광(劍光)이 무지개처럼 번쩍 빛나더니 사라졌다.

서문취설은 몸을 돌려 칼을 칼집에 넣고는 쌀쌀하게 말했다.

"그가 손을 쓰지 않았는데, 지금 이 나무를 보시오."

석수설은 그에게 이 나무가 어떻다는 것인지 물어보려고 하였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무가 넘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전의 번쩍이는 검광이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를 단번에 두 조각으로 쪼개버리고 만 것이다.

나무가 쓰러질 때 서문취설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검법이 있었다니? 석수설은 거의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무가 앞으로 쓰러지려는 것을 그 사람이 갑자기 몸을 돌려서 두 손으로 가볍게 받쳐 밀어내었다. 나무는 천천히 땅으로 쓰러졌고, 사람은 하나도 놀란 것 같지 않았다. 얼굴에는 온화하고 평화로운 미소마저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의 조수가 아닙니다. 나는 살인을 하는 어떠한 사람도 돕지 않습니다."

석수설의 창백한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지금 이 사람이 하는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문취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있었다.

그녀는 기분이 상했지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내 성()은 화()입니다."

그는 바로 화만루였다.

석수설이 말했다.

"나는..... 나는 석수설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저 사람이 우리의 큰사저(師姐)인 마수진 입니다."

화만루가 말했다.

"조금 전에 말했던 그분이십니까?"

석수설이 대답했다.

"."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구별하기가 아주 쉽군요. 다음에는 반드시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석수설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다시 물어보았다.

"당신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인줄 알았나요?"

화만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수설이 물었다.

"왜 그렇죠?"

화만루가 말했다.

"내가 장님이기 때문입니다."

석수설은 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두 손가락만으로 그녀의 칼날을 잡아버린 사람이 장님이었다니. 그녀는 정말로 믿을 수가 없었다.

달빛이 화만루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그의 미소 짓는 얼굴은 그렇게 온화하고 그렇게 평안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가 생명에 대해 사랑 하는 마음이 가득한 것은 누구나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자기가 장님이기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고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행복하다고 질투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세상을 즐길 수가 있었다.

석수설은 우두커니 그를 바라보다가 마음속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녀 자신도 동정인지, 가엾게 여기는 것인지, 애모(愛慕)하는 것인지, 존경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만 자기가 지금까지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화만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의 사저(師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야 하지 않나요?"

석수설은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날 때, 당신은 나를 알아볼 수 있어요?"

화만루가 대답했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석수설이 말했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때 벙어리로 변해 버리면요?"

화만루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없었고, 그도 지금까지 그런 질문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홀연히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어, 나중에 내가 말을 할 수가 없게 되더라도 내 얼굴을 만져보고 알아낼 수 있지 않아요?"

화만루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손끝으로 그녀의 매끄럽고 비단 같은 뺨을 만졌다.

그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용솟음쳤다.

멀리서 그들을 본 마수진은 그녀의 사매(師妹)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러지를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손수청, 엽수주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는 장난기를 가득 담고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석수설이 이렇게 하는 것이 그녀들에게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이 작은 사매(師妹)가 사랑스럽고 밉기도 한 소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자기들도 그녀와 같은 용기가 있기를 바라는 지도 몰랐다.

사랑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육소봉은 문에 기대어 미소를 지으며 화만루를 바라보았다.

석수설은 이미 가버렸고, 그녀들도 모두 가버렸다. 네 명의 젊고 아름다운소녀가 바람처럼 와서는 바람처럼 가버린 있었다. 누구도 그녀들이 언제 왔으며 언제 갔는지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화만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정신이 나간사람 같았다.

바람이 가볍게 불어왔고, 달빛은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는 평안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내기를 하겠어."

화만루가 물었다.

"무슨 내기를 한다는 건가?"

육소봉이 대답했다.

"나는 자네가 적어도 사흘 동안은 손을 씻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화만루가 말했다.

"자네가 왜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 같을 거라 생각하는지 난 이해할 수가 없어."

육소봉이 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화만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는 군자가 아니야, 전혀 아니야!"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이 사랑스러운 것은, 얼굴을 찌푸리려고도 군자처럼 보이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지."

화만루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요즘에 자네를 보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군!"

화만루가 물었다.

"조심하라고? 무엇을 조심하라는 건가?"

육소봉이 말했다.

"요즘 자네는 도화살이 뻗친 것 같아. 남자에게 도화살이 뻗치면 곤란한일이 닥쳐온다네."

화만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화만루가 다시 말했다.

뭐라고?”

"자네는 왜 다른 사람의 곤란한 일은 볼 수 있으면서, 자기 자신의 일은 못 보는 건가?"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나쁜 놈이기 때문이지."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아직은 희망이 있지."

육소봉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보기에 누가 사공적성을 시켜 상관단봉을 납치하라고 한 것 같은가?"

화만루는 주저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곽휴."

육소봉이 말했다.

"맞아. 분명히 그일 거야."

화만루가 말했다.

"이십만 냥의 은을 써서 사공적성에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지."

육소봉이 말했다.

"대금붕왕(大金鵬王)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 것 같군. 곽휴가 바로 상관목(上官木)일 거야."

화만루도 동의 했다.

육소봉이 말했다.

"독고일학(獨孤一鶴)이 엄독학(嚴獨鶴)이어서 주광보기각에 갈 수 있었고, 그의 제자들을 시켜 우리를 찾은 것이군."

화만루가 덧붙여 말했다.

"그가 왔을 때 염철산이 일을 당한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군."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일찍부터 염철산과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 가지 일을 의논하기 위해 만나려고 했을 거야."

화만루가 말했다.

"그럴 수 있는 일이군."

육소봉이 말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대금붕왕을 처치할 수 있을까를 의논했던 것 같아."

화만루가 말했다.

"그것 또한 그럴 수 있는 일이군."

육소봉이 말했다.

"그가 아미사수를 보내 나를 찾은 것은 나에게 이 말을 물어보려던 것이었군. 그와 금붕왕조가 관계가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인정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화만루가 말했다.

"그래서 자네는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군."

육소봉이 말했다.

"우리들이 그가 엄독학이라는 것을 증명할 어떤 증거라도 찾지 않는 다면, 그는 인정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화만루가 말했다.

"그는 자네가 이 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겠군."

육소봉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밖에 없었겠지."

화만루가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 가지가 있지."

육소봉이 말했다.

"맞아, 꼭 한 가지 방법이 있지. 죽으면 다시는 다른 사람의 일에 상관할 수가 없게 되지."

화만루가 말했다.

"그가 함정을 파놓고 자네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다른 어떤 함정을 파놓지는 않았을 거야. 그의 '도검쌍살(刀劍雙殺), 칠칠사십구식(七七四十九式)'이면 내가 다시는 이 일에 상관하지 못하게 하는 데 충분할 거야."

화만루가 말했다.

"지금의 칠대검파(七大劍派)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으로는 그의 무공(武功)이 가장 강하다고 하는데, 아미검법을 최고 수준까지 수련한 것 외에는 스스로 여러 종류의 아주 이상한 무술을 익히기 때문이라고들 하더군. 지금까지 아무도 그의 무술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해."

육소봉이 일어서면서 말했다.

"가자구. 지금 가자구."

화만루가 말했다.

"어디에 간다는 말인가?"

육소봉이 말했다.

"당연히 주광보기각이지."

화만루가 말했다.

"약속은 내일 정오인데, 우리들이 지금 갈 필요가 있나?"

육소봉이 말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가는 것이 늦는 것보다는 낫지."

화만루가 말했다.

"자네는 지금 상관단봉이 걱정이지?"

육소봉이 말했다.

"독고일학 같은 신분에 일개 소녀를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면 자네는 누구를 걱정하는 것이지?"

육소봉이 대답했다.

"서문취설."

화만루는 감동하듯 말했다.

"맞아, 그가 독고일학이 주광보기각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 그곳에 갔을지도 모를 일이군."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가 독고일학의 도검쌍살(刀劍雙殺)을 당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네!"

그는 이어서 말을 했다.

"그의 검법은 다른 사람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는 너무 자신만만해. 자만하면 부주의하기 쉽지. 부주의하면 곧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르고"

화만루가 말했다.

"나는 그와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가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소소영(蘇小英) 공격을 보고는 독고일학의 '도검쌍살'을 격파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을 거야. 하지만 소소영이 독고일학이 아니라는 것은 생각지 못할 걸세."

화만루가 말했다.

"독고일학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육소봉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와 친구가 되기를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와 원한 관계를 맺는 것 역시 더욱 원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지."

화만루가 말했다.

"독고일학이 그런 사람이었나?"

육소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누구라도 그런 사람이 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저녁에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이야. 그래서 우리들은 이렇게 지금 가는 것이지."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그도 지금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군."

육소봉이 말했다.

"왜 그렇지?"

화만루가 말했다.

"누구라도 자네 같은 사람이 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저녁에 잠을 잘 수가 없을 테니까."

정녕 독고일학은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밤은 벌써 깊어 사월의 봄바람은 늦가을의 한기를 지니고, 시체가 있는 방의 휘장을 휘날리고 있었다.

관은 자색 녹나무로 만들어져 아주 견고하고 귀중한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벌써 죽었는데 어떤 관에 누워 있는지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불빛은 바람에 흔들려 장막에 비추이고, 시체가 있는 방은 알 수 없는 음산함과 처량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독고일학은 조용히 염철산의 시체 앞에 서서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아주 엄숙한 사람으로 허리가 예전처럼 곧았고, 바늘 같은 수염이 아직 거뭇거뭇 했다. 단지 얼굴의 주름살이 많고 깊게 패어 있어 그를 봤을 때 그가 노인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지금 그는 엄숙하고 침착한 얼굴에 처량하고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이미 늙었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두려운 것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의 뒤편에서 가벼운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의 손은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칼은 보통의 칼보다 허리가 굵고 컸으며, 칼의 몸통이 아주 길고 두툼했다. 놋쇠 칼날은 반짝거렸지만, 칼집은 아주 오래된 있었다. 위쪽에 작은 팔괘(八卦)를 새겨 넣었는데, 이것이 바로 아미파 사람들이 칼에 표시를 하는 있었다.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와서는 그의 옆에 섰다. 그는 고개를 돌려 보지는 않았지만 그가 곽천청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곽천청은 아주 슬프고 심각했으며, 몸에 꼭 맞는 검은 옷을 입고, 황마(黃麻) 상복을 입고 있었다.

이것은 그와 죽은 사람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있었다.

독고일학은 지금까지 이런 거만한 청년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는 이 곳에 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곽천청은 그의 옆에 서서 오랫동안 말이 없더니 갑자기 말을 했다.

"도사님은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군요?"

독고일학은 대답이 없었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그가 여기에 서있으니 당연히 잠을 안자고 있는 있었다.

그의 신분과 지위는 그가 이런 종류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곽천청이 또 물었다.

"도사님은 전에 이곳에 오신 적이 없으시지요?"

독고일학이 대답했다.

"그렇다."

곽천청이 말했다.

"그래서 제가 염대감과 도사님이 이렇게 가까운 친구였다는 것을 몰랐군요!"

독고일학은 얼굴을 굳히고는 차갑게 말했다.

"네가 모르는 일은 아직 많다!"

곽천청이 조용하게 말했다.

"도사님은 무림의 선배이시니, 당연히 저보다 아는 것이 많으시겠지요."

독고일학이 말했다.

"그렇겠지!"

곽천청은 고개를 돌리고는 칼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도사님은 그가 왜 죽었는지도 아시겠군요!"

독고일학의 얼굴색이 변하면서 몸을 돌려 성큼 걸어 나갔다.

곽천청이 큰소리로 말했다.

"멈추시오!"

독고일학이 한 발을 아래에 내딛자 땅 위의 네모난 벽돌이 즉시 부서지고 손바닥의 핏줄이 불룩 튀어나왔다. 그가 몸에 걸치고 있는 도포는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흔들렸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돌렸는데 매서운 눈초리로 곽천청을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 나더러 멈추라고 했나?"

곽천청도 얼굴을 굳히고는 쌀쌀하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내가 당신더러 멈추라고 했습니다!"

독고일학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말했다.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

곽천청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자격이 없다구요? 물론 나이로 봐서는 당신과 같지 않겠지만, 신분으로 본다면 곽천청은 독고일학보다 아래는 아닙니다."

독고일학이 화가 나서 물었다.

"자네가 무슨 신분인가?"

곽천청이 말했다.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공격을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독고일학과 마주보고 서 있었는데, 갑자기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양팔을 살짝 폈다.

"봉황전시(鳳凰展翅)"

왼손 두 손가락으로 봉황의 주둥이를 흉내 내어 독고일학의 혈을 찔렀다.

독고일학은 오른손 바닥을 기울여 그의 손목 맥을 그었다.

그가 가볍게 미끄러져서 잠시 동안 4척이나 갈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독고일학의 오른쪽 어깨 뒤로 갔다. 공격은 여전히 '봉황전시'와 같은 모양인데 공격을 한 곳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오른손으로 만든 봉황의 부리로 독고일학의 목 뒤 혈관을 찔렀다. 이 변화는 간단했지만 그 오묘함은 말로 형언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독고일학이 놀라 말했다.

"봉쌍비(鳳雙飛)!"

소리를 지르며 왼쪽으로 몸을 돌려 달을 향해 머리를 돌리고 왼손바닥으로 곽천청의 봉황 주둥이를 막았다.

곽천청이 숨을 내쉬며 손바닥에 '소천성(小天星)'의 힘을 실어 바깥으로 뒤집었다.

, 하는 소리만 들리면서 양손바닥에 서로 마주쳤다. 두 사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곽천청이 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맞습니다. 이것은 바로 봉쌍비입니다. 작년 천금(天禽) 노인이 아미에 혼자 가셔서는 호() 도사님과 싸우셨지요. 그것이 이 봉쌍비입니다. 당신도 옆에서 보셨을 겁니다."

독고일학이 말했다.

"맞네."

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고수들은 내공을 가지고 공격을 하기 때문에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는 법이었다. 그러나 천금노인은 재주가 뛰어나서 오히려 입을 열어 말을 할 수 있는 내공을 연습했다. 말을 할 때 내공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전(丹田)중의 탁한 기를 밖으로 내놓기까지 하는 있었다.

곽천청의 내공은 바로 천금노인에게서 전수받은 있었다. 지금 바로 이것으로 독고일학을 제압하려는 있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일반적으로 무술을 고수는 이 공격을 할 때 대부분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서는 오른손으로 공격을 막지요. 그러나 호() 도사님은 스승답게 반대로 이 공격을 왼손으로 막아냈습니다. 당신은 그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요?"

독고일학이 말했다.

"오른손 바닥으로 공격을 막으면 비교적 빠르기는 하지만 자기 몸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고, 왼손바닥으로 막으면 손바닥의 힘을 내는 것이어서 힘을 다 쓰지 않아서 몸을 움직일 수가 있다....."

그는 입을 열지 않으려고 한 것이었다. 약한 것을 보이기 싫어 여기까지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호흡이 가쁜 것을 느껴서 말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곽천청이 말했다.

"맞습니다. 이것 때문에 천금노인도 이런 내공의 공격을 이용하여 그의 뒤쪽에서 움직임을 막으려 한 것....."

독고일학은 그가 더 이상 말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갑자기 소리쳤다.

"이런 것을 자네가 어떻게 알았지?"

곽천청이 말했다.

"천금노인이 바로 돌아가신 아버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독고일학의 얼굴색이 변하였다.

곽천청이 조용히 말했다.

"호 도사님과 돌아가신 아버님이 동배로서 사귀신 것을 당신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독고일학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할 말도 없었다.

천금노인은 항렬이 아주 높아 어떠한 사람도 따를 수가 없는데, 그와 호도사가 동배로 사귄 것은 호도사에게 크게 체면을 세워준 있었다.

독고일학은 거만하기는 했지만, 무림의 항렬을 어지럽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곽천청이 조용히 말했다.

"당신도 이제는 내 신분을 알았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몇 마디를 더 묻겠습니다!"

독고일학은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곽천청이 물었다.

"당신은 왜 소소영을 이름까지 바꿔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사칭했습니까? 당신과 염대감은 지금껏 왕래가 없었는데, 왜 그가 죽은 후에야 찾아온 것이지요?

독고일학이 말했다.

"이 일은 자네와 관계가 없는 것이네."

곽천청이 물었다.

"내가 물어볼 수 없는 것인가요?"

독고일학이 대답했다.

"그렇다네."

곽천청이 차갑게 말했다.

"내가 이곳 주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지요. 여기 일을 내가 물어볼 수 없다면, 누가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인가요?"

독고일학의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흘러내려 아래로 떨어져 하나하나 부서졌다. 오른쪽 다리를 들었고, 오른손은 칼자루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잠깐이었고 곽천청이 손바닥 힘을 빼버렸고 그의 힘을 빌어 가볍게 날아갔다. 독고일학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것 같았다. 칼날이 번쩍이며 띵, 소리가 나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의 손에 있던 한 자루의 긴 칼이 아래로 꽂혔다.

곽천청은 사라져 다시 볼 수가 없었다.

바람이 하얀 장막을 휘날려 탁자 위의 촛불이 움직이다 꺼져버렸다. 독고일학은 칼자루에 기대어 있었고, 눈앞에는 어둠만이 있었다. 그는 갑자기 지친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노인이었다. 검을 빼서 칼집에 넣고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어둠 가운데에서 눈동자 같은 한 쌍의 반짝이는 것이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한 사람이 꼼짝도 않고 정원의 백양나무 아래에 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독고일학의 손은 칼자루를 잡으며 날카롭게 물었다.

"누구냐?"

이 사람은 대답이 없었고, 도리어 물었다.

"엄독학인가?"

독고일학의 얼굴이 갑자기 긴장되었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은 어둠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서는 달빛 아래 섰다. 눈처럼 하얀 옷에는 먼지 하나 없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으며, 등 뒤에는 이상하게 생긴 긴 검은 칼자루를 메고 있었다.

독고일학이 놀라서 물었다.

"서문취설인가?"

서문취설이 말했다.

"."

독고일학이 화가 나서 물었다.

"자네가 소소영을 죽였나?"

서문취설이 대답했다.

"내가 그를 죽였지만 그는 죽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죽을 사람은 바로 엄독학이지요!"

독고일학의 동공이 수축되었다.

서문취설이 쌀쌀하게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엄독학이면, 내가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독고일학은 미친 듯 웃으며 말했다.

"엄독학은 죽일 수가 없네, 죽일 수 있는 것은 독고일학이지."

서문취설이 말했다.

"뭐라구요?"

독고일학이 말했다.

"자네가 만약 독고일학을 죽인다면 천하에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것이네!"

서문취설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독고일학이 말했다.

"좋다고?"

서문취설이 말했다.

"당신이 독학이어도 좋고, 일학이어도 좋습니다. 나는 어쨌든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독고일학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좋다!"

"좋다구요?"

"당신이 독학을 죽여도 좋고, 일학을 죽여도 좋지, 칼을 빼도 상관없어."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독고일학의 손에 쥐어져 있는 칼자루보다 자기의 손이 더 차갑게 느껴졌다. 손만 차가운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도 차가웠다. 명성을 날리고 지위가 높아도 지금 그는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조금 전에 잃어버린 힘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가 서문취설을 바라보았을 때 마음속으로는 곽청천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홀연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의 평생에 있어서 첫 번째로 하는 후회였고, 최후의 것이 되었다.

그는 갑자기 육소봉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육소봉이 지금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칼을 뽑았다. 지금 그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갑자기 어둠 속에 검기(劍氣)가 충천했다. 바람이 더욱 차가웠고, 서문취설의 피가 흘러나와도 마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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