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육소봉전기(12)-古龙

핸디맨남자 | 2021.11.13 13:50:22 댓글: 0 조회: 598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3569

10. 백팔(百八)요새

부드러운 풀밭은 이슬에 젖어 있고, 밤은 더 깊어갔다.

곽천청은 천천히 정원을 가로질렀고, 멀리 있는 작은 건물의 불빛은 그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을 비쳐주고 있었다. 그는 매우 지쳐 보였고, 외로워보였다.

연못은 거울처럼 맑아서, 하늘 가득한 별빛과 달빛을 담고 있었다. 그는 뒷짐을 지고 구부러진 다리 어귀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바람결에 나뭇잎하나가 떨어졌다. 그도 곽천청을 보고 있었다.

십 척 길이의 연못이 그들을 막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 사이가 아주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다.

육소봉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당신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래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육소봉이 물었다.

"당신은 내가 오리라는 것을 알았나요?"

곽천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꼭 오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습니다."

"왜지요?"

"당신이 가고 나서, 여기에는 많은 일이 생겼습니다."

육소봉이 물었다.

"많은 일이라구요?"

곽천청이 물었다.

"당신은 모르고 계셨단 말입니까?"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한 가지 일밖에는 모릅니다."

곽천청이 물었다.

"독고일학이 여기서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나요?"

육소봉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어떻게 정말 죽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곽천청이 말했다.

"그가 죽은 것이 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모르셨을 겁니다."

"뭐라구요?"

곽천청이 말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 서문취설의 칼에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뭐라구요?"

곽천청이 말했다.

"나는 잘난 척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독고가 바로 잘난 척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서문취설이 오기 전에 그와 한 차례 싸웠지요."

"알아요."

곽천청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당신이 안다구요? 어떻게 알 수가 있어요?"

육소봉은 웃으며 말했다.

"독고가 서문과 싸울 때 힘을 반밖에 쓰지 못했어요. 그의 힘을 반이나 소모시킬 사람은 이 일대에서 많지 않지요."

곽천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그 정도는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일이지요."

육소봉이 물었다.

"그럼 내가 생각지 못하는 일도 있다는 말입니까?"

곽천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육소봉도 웃으며 물었다.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괜찮아요. 지금 나는 상관단봉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곽천청이 말했다.

"이 일은 정말 당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겁니다."

"무슨 일이요?"

"그녀는 여기에 오지도 않았고, 게다가 올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육소봉은 멍하니 있었다. 그는 상관단봉이 여기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곽천청이 말했다.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될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을ㅡ알고 있는지."

육소봉이 말했다.

"정말 이상한데요."

곽천청이 말했다.

"이 편지를 보면,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정말로 소매에서 한 통의 편지를 꺼내어서 곧장 던졌다. 이 편지는 구름처럼 육소봉을 향해 날아오는 있었다.

"단봉난구, 명회두, 약불회두, 성명난류(丹鳳難求, 小鳳回頭, 若不回頭, 性命難留)---단봉을 구하기는 어려우니 육소봉은 마음을 바꿔라. 만약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글씨는 깨끗했고, 편지지도 매우 신경을 쓴 있었다.

편지 겉봉에는 '육소봉에게' 라고 적혀 있었다.

곽천청이 말했다.

"이 편지는 당신에게 주라고 한 것이었는데, 지금 나는 당신에게 주었어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걸요."

곽천청이 조용히 말했다.

"그 뜻은 당신이 상관단봉을 찾아내기 힘들 것이고,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일찍 마음을 바꾸는 것이며, 다시는 이 일에 상관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거라는 말이지요."

사실 육소봉도 이 편지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었다.

육소봉이 물었다.

"이 편지는 누가 당신에게 주면서 내게 전해 주라고 했나요?"

곽천청이말했다.

"모릅니다!"

육소봉이 물었다.

"당신도 모른다고요?"

곽천청이 말했다.

"당신이 만약에 이런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면 당신은 내 앞에서 전해 주겠습니까?"

육소봉이 말했다.

"아닙니다."

곽천청이 말했다.

"그래서 이 편지를 쓴 사람도 내 앞에서 전해 준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단지 염대감의 영전에서 이 편지를 발견한 것이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육소봉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당신이 모르는 것이 당연하군요."

곽천청이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육소봉이 물었다.

"무엇을 안다는 말이오?"

곽천청이 말했다.

"이 편지가 누가 쓴 것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이 염대감이 관 속에서 쓴 것이 아니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곽천청의 눈이 빛나면서 말했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염대감을 제외하고 누가 이 일을 당신이 상관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까?"

육소봉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러나 나는 모르겠습니다."

곽천청이 말했다.

"당신은 적어도 한 사람은 알고 있을 텐데요?"

"누구요?"

"나요."

육소봉이 웃었다.

곽천청은 여전히 얼굴을 굳히고서 말했다.

"상관단봉은 오지 않고, 당신이 이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면 이 주광보기각의 재산이 어찌 내 것이 아니겠습니까!"

육소봉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천금문(天禽門)의 사람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곽천청은 그를 쳐다보고는 마침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술을 마시러 가시지 않으시렵니까?"

육소봉이 대답했다.

"그러지요."

술은 청화자기 항아리에 담겨져 있었고, 술잔에 부었을 때는 색도 없고 맛도 없는 맹물 같았지만, 그 부드러운 향기는 작고 정결한 방을 가득 채웠다.

육소봉은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는 길게 숨을 쉬고 말했다.

"정말 좋은 소흥주군요."

곽천청이 말했다.

"당신은 정말 술맛을 아는 분이십니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이렇게 좋은 술이 있으면 언제든지 꼭 나를 불러 마시게 해주시지요. 나는 적어도 좋은 술을 모욕하지는 않습니다."

곽천청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런 좋은 술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

곽천청이 말했다.

"이 술은 내가 저번에 이웃을 방문하러 갔을 때, 그가 나에게 준 것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좋은 이웃을 가진 당신이 부럽습니다. 이제는 이것보다 더 좋은 술을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곽천청이 말했다.

"그는 아주 이상한 사람이어서, 당신도 한 번쯤 그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이상한 사람들을 적지 않게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곽천청이 말했다.

"그는 곽휴입니다."

육소봉이 놀라서 물었다.

"곽휴라고요? 그가 어떻게 당신의 이웃이 될 수 있습니까?"

곽천청이 말했다.

"그는 여기서 살고 있지는 않지만, 여기 뒷산에 작은 집을 짓고서 매년 한두 달을 머물곤 합니다."

육소봉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졌다.

"당신은 그가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술을 마시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은 하지 않는 것 같던데요."

육소봉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는 술을 마실 때 원래 머리를 많이 쓰지 않는데, 이번에는 예외였다.

곽천청은 육소봉의 표정에 관심도 두지 않고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좋은 술이라면, 그가 모두 가지고 있을 겁니다. 나는 술 마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 집에 갔다 오고 나서는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육소봉이 물었다.

"당신은 어떤 술이 특별히 맛있다고 생각하나요?"

"모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훔친 술이지요."

곽천청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위해 거기에서 술을 훔쳐오라는 것입니까?"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도 틀리지 않았군요!"

곽천청이 물었다.

"이 세상에는 한 방울의 술도 마실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아십니까?"

육소봉이 대답했다.

"모릅니다."

"머리통이 붙어 있는 채로 술을 마시고 싶다면 빨리 그런 생각을 바꾸는 게 좋을 것이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술을 훔치는 것은 책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아한 도둑질이지요. 붙잡힌다 해도 절대로 머리를 부수어버리는 죄명을 씌우지는 않지요."

곽천청이 말했다.

"그것도 어떤 사람에게 잡히느냐에 딸린 거죠!"

육소봉이 웃으며 물었다.

"당신과 곽휴는 오백년 전이라면 한 가족이었을 텐데, 당신은 뭐가 두렵습니까?"

곽천청이 대답했다.

"그의 작은 집에 108종의 매복 장치가 있다고 직접 내게 말했어요. 그가 청하지 않은 손님이 들어오면, 누구든 살아서 나가기가 힘들다고 했지요."

그는 또 이어서 말을 했다.

"그 장치들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텐데..... 당신의 성이 곽이어도 좋고, 육이어도 좋지요. 아무것도 구분할 수가 없을 테니까요."

육소봉도 마침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눈썹이 네 조각에서 줄어들어 두 조각이 되어도 상관이 없지만, 머리는 하나밖에 없는데 반쪽이 줄어들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또 말을 이었다.

"몇 개의 술항아리를 위해서 108개의 장치를 해놓았다니 그가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 이상하군요."

곽천청이 말했다.

"아마 그는 술을 훔쳐가는 것만 막으려는 의도는 아닐 것입니다."

육소봉의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당신은 그 작은 집에 다른 비밀이 있다는 것입니까?"

곽천청이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크고 작은 비밀을 가지고 있지요....."

육소봉이 말했다.

"정말로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한 종류의 사람밖에 없지요."

곽천청이 물었다.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요?"

"죽은 사람이지요."

곽천청의 눈빛도 반짝이며 말했다.

"곽휴는 죽은 사람이 아니지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아니지요."

가장 무서운 것도 죽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살아서는 얼마나 부드럽고 아름다웠는지는 몰라도 죽고 나면, 무섭게 변하는 것이다.

석수설의 시체 위에 이미 하얀 천이 덮여져 있다.

탁자에는 불이 켜져 있고 화만루는 등잔 옆에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조용히 있다. 그는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석수설이 살았든 죽었든, 그는 그녀를 혼자 여기에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주막의 주인도 이미 달아나고 등불만이 남아 있는 이곳은 장님에게는 등불이 필요 없다는 것을 잊어버린 듯했다.

사방이 고요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육소봉이 들어왔을 때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화만루는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보고 물었다.

"자네 술 마셨나?"

육소봉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 마셨지."

화만루는 차갑게 말했다.

"이렇게 큰 일이 났는데, 술 마실 기분이 남아 있다니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그는 정색을 하였다. 그가 얼굴을 굳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육소봉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자네는 나에게 감탄하는 것인가?"

그가 화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너는 화가 났으니 네게 맘껏 화를 내겠다, 화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보겠다, 화가 나서 죽나 안 죽나 한번 보자는 것이었다.

화만루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육소봉을 잘 알고 있어서, 육소봉 때문에 화를 내다가 죽을 생각은 없었다.

육소봉이 어쩔 줄을 몰라 멋쩍은 듯이 말했다.

"사실은 자네도 마셨어야 했는데, 술의 가장 좋은 점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잊게 해주는 것이지."

화만루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어떤 사람을 보았는데....."

육소봉이 말했다.

"자네가 조금 전에 본 것은 아주 많은 사람이네."

"그러나 그 사람은 내가 여기서는 절대로 못 볼 사람이었다네."

육소봉이물었다.

"구인?"

화만루가 대답했다.

"상관비연이었어!"

육소봉이 놀라서 물었다.

"그녀가 아직 죽지 않았단 말인가?"

화만루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것이나 죽은 것이나 별 차이가 없었어."

"?"

"그녀는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있어, 행동도 완전히 그 사람의 통제 속에있었어."

육소봉이 놀라서 물었다.

"자네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

"그녀가 분명하게 말을 하지 않아 나도 추측해 보면 그 사람은 분명히....."

"분명히 누구인?"

"곽휴일 거야!"

육소봉은 앉았다가는 갑자기 일어나서 실성한 듯 물었다.

"곽휴라고?"

"상관비연이 이번에 나를 찾아온 것도 억지로 온 것이었어. 나에게 이 일에 상관하지 말라고 충고하러 온 것이었어. 지금 우리가 이 일에 참견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곽휴뿐이지 않은가."

육소봉이 앉아서 한참을 있다가 말했다.

"나는 조금 전에 어떤 사람을 못 보았네."

이 말은 아주 이상한 말이어서, 금방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네가 못 본 사람은 아주 많지!"

"그러나 그 사람은 반드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어.내가 주광보기각에 간 것은 그녀를 찾으려는 것이었는데."

"상관단봉 말인가?"

"맞아."

"그녀는 그곳에 없었나?"

"그녀는 오지 않았고, 어떤 사람이 곽천청에게 편지를 남겨 그더러 나에게 전해 주라고 했다더군!"

화만루가 물었다.

"뭐라고 쓰여 있었나?"

"헛소리 같은 몇 마디의 알 듯 말 듯 한 말이 있었어."

"어떤 말인가?"

"단봉을 구하기 어려우니 마음을 돌려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유지하기 어려우리라!"

화만루가 침울하게 말했다.

"자네에게 이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것 같은데."

육소봉이 말했다.

"우리들이 이 일에 참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지않은가?"

"자네는 그 편지를 쓴 사람이 곽휴일 거라고 생각하나?"

"나는 그가 어떤 일을 시작하면 절대로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있네."

성공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 법이다.

"사공적성이 상관단봉을 훔치지 못했고 그는 의외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내어 길에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상관단봉을 잡아간 것일 거야."

"나는 조금 전에 그의 술 반 항아리를 마셨지."

화만루가 놀라움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자네는 벌써 그를 만났나?"

육소봉이 말했다.

"아니야. 술은 그가 곽천청에게 준 것이었네. 그는 주광보기각 뒤쪽 산에 작은 집을 가지고 있다는군."

화만루가 놀라 물었다.

"작은 집이라고?"

육소봉이 또박또박 얘기했다.

"그래, 작은 집."

화만루도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 한참을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는 아까 손수청이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나?"

육소봉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독고일학은 이번에 관중에 소식 하나를 듣고 온 것이다. 그는 청의 제일루가 있는....."

화만루의 얼굴에도 빛이 났다.

"자네는 곽휴의 그 작은 집이 청의제일루라고 생각하지 않나?"

육소봉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 말은 대답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화만루가 말했다.

"그러나 대금붕왕의 말에 따르면 청의루의 두목은 독고일학이지 않은가!"

육소봉이 말했다.

"그가 얻은 소식이 반드시 맞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

화만루도 인정을하였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억울함을 당하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기도 하지."

육소봉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지금 주정이 없는 것이 애석하군."

화만루가 물었다.

"왜 그러나?"

육소봉이 말했다.

"그 작은 집에 108개의 장치가 매복되어 있다는데."

화만루가 물었다.

"자네는 그 작은 집에 가보려는 건가?"

"가보고 싶어."

"매복되어 있다는 그 장치들이 자네를 놀라게 하지는 않을까?"

"전혀 아닐 거야."

육소봉은 어떤 일을 시작하면, 절대로 도중에 그만두는 일이 없었다. 어떤 일도 절대로 그를 그만두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산은 높지 않았고, 산세가 아름답고 뛰어났다. 조금 높은 산 위에서 한 줄기 등불을 볼 수가 있었다. 등불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났다.

화만루의 눈에는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그 작은 집을 보았네."

화만루가 물었다.

"어디에 있나?"

육소봉이 대답했다.

"앞에 있는 숲을 지나서야 도착할 수가 있을 거야. 집에는 등불이 아직 켜 있어."

"자네 생각에는 곽휴가 거기에 있을 것 같나?"

"모르겠네."

"내가 얘기했듯이, 모든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하는 때가 있어."

"나는 귀머거리는 아니니 들었네."

"나는 자네를 일깨우려는 것뿐이야. 곽휴가 자네의 친구이니 자네에게는 잘 대해줄 거야."

육소봉이 차갑게 말했다.

"자네는 내가 그를 억울하게 할 것이라 여기나? 나는 항상 억울함을 당해도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하지는 않네."

그는 마음속에 있는 모순된 감정 때문에 답답하다고 느꼈다.

이 일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면 이 비밀을 빨리 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음흉한 청의루의 두목이 정말로 그의 친구가 아니기를 바랐다.

숲은 봄 나뭇잎의 맑은 향기를 지니고 있었고, 바람 속의 찬 기운이 무겁기는 했지만 온 세상은 평화롭고 안정되어 있었다.

사람도 없고, 소리도 없다. 인간 세상의 왁자함과 번뇌가 이 푸른 산 밖으로 모두가 단절 된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두려운 일이 종종 이런 평화로움 속에 숨어 있다.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네."

화만루가 물었다.

"어떤 상황 말인가?"

"지금 여기는 아주 조용하지. 너무 시끄럽거나, 너무 조용할 때에 나는 항상 긴장감을 느낀다네."

"왜 그런가?"

"내가 매번 이상한 일을 만날 때는, 항상 이런 상황에서였거든!"

화만루가말했다.

"정말로 긴장이 되면 말을 많이 하게. 말을 하다보면 종종 긴장을 잊게되지."

육소봉이 물었다.

"내가 어떤 얘기를 하기를 원하나?"

화만루가 대답했다.

"곽휴에 대해 얘기해 주게."

"그 사람의 일은 자네도 알고 있는 게 얼마 되지 않나 보군."

"나는 그가 아주 괴팍하고 이상한 부자 노인이라는 것과, 평생을 두고도 사람 사귀는 것을 싫어해서 그가 가장 신임하는 부하조차도 종종 그를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네."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여자도 싫어한다네. 그래서 지금까지 홀아비로 있는 것이지."

화만루가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들 약간은 좋아하는 것이 있을 텐데."

육소봉이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술 마시는 것이야.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각양각색의 명주를 모아 저장하는 것도 좋아하지."

화만루가 말했다.

"듣기로는 그의 무공도 대단하다고 하던데."

육소봉이 말했다.

"나도 그의 무공을 직접 본 적은 없네. 그러나 내가 보증하지만 그의 경공이나 내공, 혈을 찌르는 기술 등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을 거야."

화만루가 말했다.

"그런가?"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동자공(董子功)을 연습했는데, 세상에서 정말 꾸준한 마음으로 동자공을 연습한 사람은 열 명도 안 된다고 하더군."

화만루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무술을 닦으려면 희생도 클텐데. 천성적으로 여자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꾸준한 마음을 유지하기가 꽤 힘들 거야."

육소봉도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무술은 머리를 가른다 해도 절대로 닦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네."

화만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의 다른 것을 가르면, 연습이 잘될 것이야."

육소봉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군자는 아니었군."

화만루가 말을 했다.

"자네 같은 사람과 같이 다니게 되면, 군자라도 나쁘게 변해 버릴 것이야."

그들은 크게 웃으며 다른 사람이 발견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조만간에 발견될 것인데, 남몰래 숨어서 못된 짓을 꾸미는 것처럼 품격을 잃을 필요가 없지 않는가?

육소봉이 말했다.

"옛부터 전해 오는 말로는, 꾸준한 마음을 가지고 동자공을 연습한 사람의 무공은 반드시 최고 수준이라고 하던데."

화만루가 말했다.

"그것은 전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야. 자네가 동자공을 연습하게 되면 다른 무공도 두 배는 높아질 걸세."

"그러나 옛부터 무공이 정말로 최고봉에오른 고수들은 오히려 동자공을 연습하지 않으려 한다네.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자네는 알고 있나?"

"몰라....."

"동자공을 연습하는 사람은 반드시 홀아비가 되는데, 홀아비의 마음속에는 많은 버릇들이 있게 된다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은 무공이 최고 수준에 오를 수 없게 되지."

화만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자네는 절대로 동자공을 연습할 수 없겠군."

육소봉이 말했다.

"절대로 안 하지. 나의 어떤 물건을 자른다 해도 나는 연습하지 않아."

화만루가 말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자네가 동자공을 연습하든 안 하든, 무공이 최고 수준에 오르기는 힘들 걸세."

육소봉이 물었다.

"무슨 말인가?"

화만루가 대답했다.

"자네는 무술을 연마하는 데 방해가 되는 일이라면 목숨을 걸고 좋아하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육소봉이 말했다.

"예를 들어, 도박, 술 마시는 것,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

화만루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자네는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는 거야."

육소봉이크 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숲을 지나 작은 집에 도착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길을 다른 사람들이 걸었다면, 전전긍긍하며 마음을 졸였겠지만 그들은 오히려 유쾌하게 걸어왔다.

이런 길을 여러분은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 인생의 길도 이런 것이다.

주홍색 문은 닫혀 있었고 문 위에는 '미시오!'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육소봉은 곧 밀었다. 한 번 밀자 문은 스르르 열렸다.

어떤 문이라도 밀면 열리겠지만, 밀 수 있느냐 하는 것과 들어갈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다.

문을 열자 넓고 구부러진 복도가 있었고, 조금 걸어가자 꺾어지는 모퉁이에 또 '도시오'하는 큰 글자가 있었다.

육소봉은 돌아서 걸어갔다. 여러 개의 모퉁이를 돌아서 가자 석대(石臺)에도착했다. 그들 앞에는 '멈추시오'하는 글귀가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육소봉이 멈추자 화만루도 당연히 따라서 멈추었다.

화만루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자네는 왜 갑자기 멈추었나?"

육소봉이 말했다.

"여기에 멈추라는 글자가 있기 때문이네."

"자네더러 멈추라고 해서, 자네는 멈춘 건가?"

"내가 멈추지 않으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는 108개의 장치가 매복되어 있는데, 자네는 여기가 어디인지 아는가?"

화만루가 대답했다.

"모른다네. 한 곳도 모른다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모르겠지."

화만루가 말했다.

"어차피 매복된 것은 만날 텐데, 왜 멈추지 않겠는가?"

육소봉이 말했다.

"맞는 말이야. 그들이 나더러 멈추라고 하면 나는 곧 멈추고, 가라고 하면가야지."

화만루가 한숨을 쉬고는 말을 했다.

"자네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나와 싸우려 하겠는가?"

화만루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자네는 무슨 일이든지 이상한 방법으로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겠어."

육소봉은 입을 열지 않았다. 갑자기 그들이 서있는 석대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들이 육각형의 돌로 만든 방안에 도착한 것을 알게 되었다. 돌로 만든 탁자가 있고, 탁자 위에는 '마시시오'라는 글귀가 있었다.

탁자 가운데에는 두 잔의 술이 놓여 있었다.

육소봉은 웃으며 말했다.

"말을 잘 듣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군."

화만루가 말했다.

"어떤 좋은 점 말인가? 자네더러 술을 마시라고 하나?"

육소봉이 말했다.

"맞아. 이번에는 우리더러 술을 마시라고 하는데, 다음에는 우리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할지 모르겠군."

화만루가 말했다.

"이것은 정말로 좋은 술이군. 곽 대감은 과연 좋은 술만을 내놓는군."

육소봉이 말했다.

"그러나 좋은 술을 코로 마시는 것은 소용이 없지. , 자네 한잔 마시고,나도 한잔 마시고" 화만루가 말했다.

"이런 술은 아주 독해서, 한 잔을 다 마시면 나는 취해 버릴 것 같은데."육소봉이 말했다.

"좋아, 자네는 마시지 말고 나만 마시지."

그는 술잔을 들어서는 입에 쏟아부었다. 한입에 반잔이나 마셨다. 육소봉은 갑자기 화만루의 얼굴색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

"자네 몸이 안 좋은가?"

화만루는 입술까지 창백해져서는 말했다.

"이 방안에는 특이한 향기가 있는 것 같아, 자네는 모르겠나?"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술 향기만 맡아지는데."

화만루는 서 있기도 힘이 든 것 같았다. 홀연히 손을 내어 술잔을 잡고는 한입에 다 마셔버렸다. 회색으로 변했던 얼굴이 즉시 생기를 찾았다.

육소봉은 눈을 굴리며 웃었다.

"알고 보니 이 술은 병까지 고쳐주는 것이었군."

그도 자기의 반 정도 남은 술을 다 마셨다. 바닥에 '내던져라!'라는 글귀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잔을 던졌다. '' 하며 돌벽 에 부딪혀서는 술잔이 깨져버렸다.

그런 다음 그는 돌 벽이 이동하더니 문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뒤에는 수십 개의 돌계단이 있었는데,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아래는 산허리였다. 육소봉은 아래까지 도착하지 않았는데, 보석이 번쩍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산허리는 비어 있었고, 사방 수십 척 높이로 한 무더기의 붉은 술이 달린 창과, 목 베는 칼과, 또 보석들이 쌓여 있었다.

육소봉은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칼과 창과 보석은 처음 보았다.

그러나 그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이 보석과 무리들이 아니라, 네 명의 사람이었다. 네 명의 노인.

그들의 얼굴색은 몇 년 동안 햇빛을 못 본 것처럼 모두가 창백했으며, 몸에는 비단으로 짜고 금으로 수놓은 곤룡포를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옥대를 두르고 있는 것이 꼭 제왕으로 분장한 것 같았다.

아래에는 네 개의 조각이 잘된 의자가 있었다. 한 노인은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정신이 나간 것 같았고, 또 한 노인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주판을 놓으며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 마치 이곳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노인은 거울을 마주보고는 자기 머리에 난 흰머리를 세고 있었다.

한 노인은 뒷짐을 지고는 팔자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육소봉을 보더니 즉시 위로 올라가서는 얼굴을 굳히고 엄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어떤 놈들이냐? 어떻게 감히 연락도 없이 짐의 침궁까지 들어왔느냐? 이것은 능지처참할 죄라는 것을 알지 못했단 말이냐?"

그의 태도는 엄숙해서 진짜 제왕의 기품이 약간은 있는 것 같아, 웃을 수가 없었다.

육소봉은 영문을 몰라 물었다.

"여기가 황실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당신은 그럼 누구십니까?"

노인이 말했다.

"짐은 금붕왕조의 제 13대 대금붕왕이다."

육소봉은 여기에 대금붕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 놀랐다.

여기에 있는 대금붕왕이 한 명뿐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노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다른 노인들이 달려와서는 앞다투어 말을 했다.

"당신은 저 미친 사람의 허튼소리를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네. 짐이 정말로 대금붕왕이고 그는 내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네."

"그는 흉내를 내고 있는 거야..... 그들 세 사람은 모두가 흉내를 내고 있는 거야."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똑같았다. 모두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싸워서 조금 전의 그 임금의 기품은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육소봉은 네 사람이 모두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모두 조금씩은 미친 것 같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곧 빨리 피해 버리는 있었다. 세상의 보석이 모두 여기에 있다고 하여도, 모두 그에게 준다고 하여도, 그는 여기에 잠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가 다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돌계단 위의 문이 닫혀버리는 있었다. 노인들은 그를 둘러싸고는 앞 다투어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보기에 우리들 중 누가 진짜 대금붕왕 같소..... 양심적으로 말을해 보시오."

창백하고 쭈글쭈글한 그들의 얼굴에 광기 어린 표정이 나타났다.

육소봉이 어떤 사람을 진짜라고 말한다고 해도 다른 세 사람이 즉시 그에게 덤벼들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는 일생 중에서 이렇게 우습고, 이렇게 두려운 일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즉시 어떻게 해야 할지 묘책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이때, 그는 홀연히 울리는 맑은 종소리를 세 번 들을 수가 있었고, 뒤쪽의 벽 위에 문이 나타났다.

천자의 예복을 입고 환관 분장을 한 수려한 네 명의 소년이 손에는 주홍색 찬합을 하나씩 들고 줄줄이 걸어 들어왔다.

이 네 명의 노인은 재빨리 자기들의 의자에 돌아가서는 얼굴에 장중하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명의 소년은 각각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는 두 손으로 찬합을 들고 말했다.

"폐하, 식사를 하시지요."

육소봉은 갑자기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어 머리가 아팠다.

이 네 명의 노인이 정말로 대금붕왕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환관이 와서는 그들의 식사를 시중들 수 있겠는가? 여기가 곽휴의 별장인 것은 분명한데, 어떻게 저런 사람이 넷이나 모여 있는 것일까? 뒤쪽의 벽에 있는 문이 열렸고, 그는 조용히 화만루의 옷을 잡고 두 사람은 같이 몸을 가볍게 날려 지나갔다.

문 뒤에는 또 복도가 있었고, 복도의 끝에는 또 문이 있었다.

그들은 곽휴를 볼 수가 있었다.

곽휴는 희게 바랜 남색 무명으로 된 옷을 입고, 맨발에는 낡은 짚신을 신고는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낡은 주전자로 작은 화로 위에서 술을 끓이고 있었다.

좋은 향기의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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