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육소봉전기(13)-古龙

핸디맨남자 | 2021.11.18 09:08:20 댓글: 0 조회: 521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4912

11. 육발 미녀

실내는 진한 술 향기가 가득 차 있었다. 화로는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음산하고 차가운 산 속의 움막을 온화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에는 충분했다. 육소봉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내가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니군요. 게다가 제시간에 온 것 같습니다."

곽휴도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왜 항상 내가 좋은 술을 마시려고 할 때에 자네가 나를 찾아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빛나는 눈동자는 이 늙은 노인이 아직 혈기왕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 더럽히는 것을 상관하지 않는다면 앉아서 술한잔 받게나!"

육소봉은 자기의 붉은 외투를 바라보았고, 다시 하얗게 씻긴 자신의 옷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같이 부자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당신과 같은 옷을 입어야겠습니다."

곽휴가 물었다.

"뭐라고?"

육소봉이 대답했다.

"이런 옷은 당신 같은 부자 노인이나 입을 자격이 있지 나는 입을 자격이 없습니다."

곽휴가 물었다.

"왜지?"

육소봉이 말했다.

"사람이 정말로 돈이 있게 되면, 어떤 옷을 입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곽휴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자네는 영원히 돈을 모을 수 없을 것이네!"

육소봉이 물었다.

"왜 그런가요?"

곽휴가 대답했다.

"자네는너무 똑똑하기 때문이지, 너무 똑똑한 사람은 돈을 모을 수가 없다네."

육소봉이 말했다.

"그러나 저번에 만났을 때는 나에게 조만간 돈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잖습니까."

곽휴가 말했다.

"저번에는 자네가 이렇게 똑똑한지 몰랐기 때문이지."

육소봉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언제 알게 되었습니까?"

곽휴가 말했다.

"조금 전에 알게 되었네."

육소봉은 미소를 지었다.

곽휴가 말했다.

"자네 말고는 이곳을 쉽게 찾아온 람은 없었다네."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말을 잘 듣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곽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 위의 '미시오'라는 글귀를 보고, 열 사람 가운데 아홉 사람은 문을 밀지 않았다네. 문을 열지 않으면 당연히 들어올 수 없는 것이지. '도시오'라는 글귀를 보고 돌지 않으면 누구라도 여기 구곡미진(九曲迷陳)을 찾아올 수가 없게 되는 것이고. '멈추시오'라는 글귀를 보고도 멈추지 않으면 마침내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같이 되어, 기름 가마에 떨어져 피부가 벗겨지게 되지."

육소봉이 말했다.

"가장 대단한 것은 저 방안의 미혼향(迷魂香)을 만난 것입니다. 화만루조차도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으니까요. 두 잔의 술이 독약이 아닐 뿐 아니라 사람의 독을 풀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요."

곽휴가 말했다.

"자네는 생각해 내지 않았나."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 좋든 싫든 적어도 친구를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요. 당신의 친구는 많지 않아 한 사람이 죽으면 한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곽휴는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

"자네는 또 무엇을 알고 있는가?"

육소봉도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당신 성의 곽이 아니라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의 원래 이름이 상관목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곽휴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맞네."

육소봉이 말했다.

"당신은 염철산, 독고일학과 함께 원래는 금붕왕조의 고관이었습니다."

곽휴가 말했다.

"맞네."

육소봉이 말했다.

"금붕왕조가 멸망했을 때 당신들은 자식을 부탁받고, 창고의 보물과 재산을 가지고 중원으로 왔습니다."

곽휴가 말했다.

"맞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양심의 가책은 조금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육소봉이 말했다.

"그런 다음 당신들은 이익을 위해 의를 저버리고 그 재산들을 착복했지요. 당신들은 중원에 도착하고 나서 숨어 살면서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제13대 대금붕왕을 찾으러 가지도 않았지요....."

곽휴는 갑자기 그의 말을 끊더니 말했다.

"자네가 틀렸네."

육소봉은 눈살을 찌푸렸다.

"틀렸다고요?"

곽휴가 말했다.

"그것 한 가지는 틀렸네."

육소봉이 물었다.

"어느 것 말입니까?"

곽휴가 말했다.

"약속을 어긴 것은 우리가 아니라, 상관근과 함께 도망간 왕자라네."

육소봉은 멍해졌다. 이것은 그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곽휴가 말했다.

"그는 우리들과 약속한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를 피해 다녔네. 우리는 수십 년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네."

육소봉이 말했다.

"그럼 당신들이 숨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들을 피했다는 것입니까?"

곽휴가 말했다.

"그렇다네."

육소봉이 물었다.

"당신들은 그의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고관들이고 그의 재산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왜 당신들을 피해 숨었다는 것입니까? 그가 미쳤습니까?" 곽휴가 차갑게 말했다.

"그 재산은 그의 것이 아니고, 금붕왕조의 것이기 때문이지."

육소봉이 말했다.

"그것은 무슨 차이가 있죠?"

곽휴가 말했다.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차이는 대단하다네."

육소봉이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곽휴가 말했다.

"그는 재산을 이어받으면, 그 재산을 이용해서 잃어버린 금붕왕조의 권력을 찾을 방법을 생각해야 했지.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아주 어려운 일일뿐만 아니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일이지."

육소봉은 왕족으로 태어나는 것이 때로는 다행스런 일만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했다.

"왕족으로만 태어나지 않도록 바랍니다."

이 말의 괴로움은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있었다. 곽휴의 눈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의 빛이 서렸다.

"애석하게도 우리들의 왕자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육소봉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곽휴가 말했다.

"그는 이후주(李後主)와 같은 시인이고, 송휘종(宋徽宗)과 같은 화가였지. 그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에게 시서화(詩書畵) 삼절로 불렸다네."

그는 한숨을 쉬고는 이어서 말했다.

"그런 사람의 성격은 자연히 세상 물욕이 없어, 왕위를 잃게 되었을 때에도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계속 시를 읊으며 술을 마시며 일생을 유유자적하며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것이네. 게다가....."

육소봉이 말했다.

"게다가 어떻다는 것입니까?"

"상관근의 재산이면, 그들이 일생을 즐기는 데 충분했지."

육소봉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전적으로 믿어서가 아니었다.

곽휴가 말했다.

"자네는 믿지 못하겠나?"

육소봉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곽휴가 말을 했다.

"우리들은 금붕왕조의 부흥을위해 군인들의 식량과 무기를 준비하였다네. 자네가 방금 전에 본 것이지."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휴가 말했다.

"우리들은 금붕왕조의 재산을 이용해서 많은 돈을 벌었지. 그러나 그것은 단지 재산을 이용하기 위한 있었다네. 당신들이 조정의 중신이라해도 군사를 빌어 출병한다 해도 왕자가 없으면 이름 없이 출병한 것에 지나지 않지?"

그 말을 육소봉은 믿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육소봉은 또다시 물어 보았다.

"그가 정말로 당신들을 피해 숨었다면, 지금에 와서 왜 갑자기 당신들을찾는 것일까요?"

곽휴가 쌀쌀하게 말했다.

"전에도 우리들을 찾아온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

"?"

"자네가 조금 전에 밖에서 보았던 네 명의 노인들이지."

육소봉이 갑자기물었다.

"그들 모두가 재산을 탐내어서 대금붕왕을 흉내 낸다는 것입니까?"

곽휴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재산을 원하면, 나는 그들에게 하루 종일 저 앞의 황금과 보석을 주지. 그들이 제왕의 흉내를 내려 하면 나는 그들에게 하루 종일 곤룡포를 입히고 임금의 의자에 앉아있게 해준다네. 그러나 그들이 재산을 빼앗으려 하면, 나는 그들을 푸대접할 수밖에 없지."

육소봉이 한숨을 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당신도 군자는 아니군요. 군자는 절대로 이런 방법을 사람들에게 쓰지 않습니다."

사실 그도 이런 방법을 그런 사람들에게 쓰는 것이 알맞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곽휴가 말했다.

"이 일은 원래 우리 네 사람과 왕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라네."

육소봉이 물었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곽휴가 말했다.

"그들도 모른다네."

육소봉은 이 말뜻을 이해할 수가 업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곽휴가 말했다.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고, 그들은 그 사람이 이용한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네."

육소봉이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곽휴가 말했다.

"모른다네."

육소봉이 물었다.

"노인들도 모른다는 말입니까?"

곽휴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가 만약 그라면, 자네는 진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겠는가?"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곽휴가 말했다.

"그들은 모두 그 사람을 세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그 얼굴이 같지 않았지. 그가 말을 할 때 목소리를 바꾸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지 않네."

육소봉이 말했다.

"보아하니 그 사람은 계획이 주도면밀할 뿐만 아니라, 변장술에도 정통한 고수인가 봅니다."

화만루는 계속 말없이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변장술에 정통한 고수라면 목소리도 쉽게 바꿀 수 있지."

육소봉이 말했다.

"뭐라구?"

화만루가 말했다.

"변장술은 일본에서 전해지는 기술로, 그중에 어떤 무공은 수련을 하면 목 근육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말을 할 때 목소리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네."

육소봉이 물었다.

"자네조차도 구분하지 못하나?"

화만루가 말했다.

"그 무공을 닦은 사람이면 나도 분간해 낼 수 없지."

육소봉은 침울하게 말을 했다.

"이번에 우리를 찾아온 대금붕왕도 흉내를 낸 것이 아닌가!"

곽휴가 말했다.

"내가 사공적성을 보내서 단봉공주를 훔쳐오라고 했지. 그가 진짜인 지를 알아내려고 했는데, 애석하게 그가 오히려 당신의 친구가 돼버렸지!"

육소봉이 말했다.

"다행히 당신은 일을 순조롭게 처리하셨잖아요. 상관단봉은 이미 당신의손에 있지 않습니까?"

곽휴가 말했다.

"그녀가 내 손에 있다고 누가 말하던가?"

육소봉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닙니까?"

곽휴가 말했다.

"아니라네."

육소봉은 또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곽휴가 절대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곽휴가 말한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상관단봉은 어째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는 알 수가 없었다. 누구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곽휴가 말했다.

"나는 그녀를 본 적이 없네!"

육소봉이 물었다.

"상관비연도 본 적이 없습니까?"

곽휴가 대답했다.

"그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네!"

육소봉은 또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이 일은 복잡하고 이상야릇하게 변해가고 있어, 완전히 그의 생각을 벗어난 있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염철산이 내가 이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을 듣고는 나를 쫓아내려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군요. 그는 내가 내통을 하고 이 재산을 뺏으러 온 것으로 알고 있었군요."

곽휴가 말했다.

"그때 자네는 그가 비밀이 폭로되는 것이 부끄럽고 분해서 성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

육소봉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에야 염철산이 죽으면서 상관단봉을 볼 때, 왜 그런 이상한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상관단봉이 정말로 재산을 탐내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인가? 그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일이 정말 속임수라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가 이 일에 참견하는 것을 막았을까? 청의루는 왜 사람을 보내어 그와 대금붕왕이 만나는 것을 막았을까? 화만루가 갑자기 물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그 왕자를 만난 것이 언제였습니까?"

곽휴가 대답했다.

"사십 년도 더 되었지."

화만루가 말했다.

"그때 그는 몇 살이었지요?"

곽휴가 말했다.

"열세 살이었다네."

화만루가 말했다.

"사십 년 전의 일이고, 그때 열세 살의 왕자가 지금은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이 되었습니다."

곽휴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세월은 무정해서 모두가 늙었지요."

화만루가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지금은 육십된 노인이, 그때 열세 살의 왕자였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까?"

곽휴는 조용히 말했다.

"그것도 비밀이지. 이 비밀이야말로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이네!"

화만루는 다시 묻지 않았다. 그는 사람에게는 자기가 지켜야 하는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다.

곽휴는 오히려 계속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자네들을 믿기 때문에, 이 비밀을 자네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네." 화만루는 감격의 빛을 나타내었다. 곽휴 같은 사람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곽휴가 말했다.

"금붕왕조의 첫 번째 제왕은, 모두가 나면서부터 이상한 사람이지. 그들의 발에는 여섯 개의 발가락이 있다네."

육소봉은 갑자기 말했다.

"당신은 그것으로, 저 네 명의 노인이 모두 가짜라는 것을 알아냈군요."

곽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비밀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해도 위장하기가 힘들지, 두 발 모두 발가락이 여섯 개인 사람을 나는 지금까지 두 명 째를 보지 못했다네."

육소봉이 말했다.

"나도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보았습니다."

곽휴가 웃으며 말했다.

"네 조각의 눈썹을 가진 사람도 많지는 않지만."

육소봉도 웃었다.

곽휴가 말했다.

"자네는 대금붕왕의 신발을 벗겨 발가락이 몇 개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네."

육소봉이 말했다.

"그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곽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자의 신발을 벗기는 것은 적어도 여자의 속옷을 벗기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네."

육소봉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도 군자는 아니군요. 완전히 제가 사람을 잘못 봤군요."

곽휴도 작게 소리를 내고는 말했다.

"군자 노릇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나 같은 사람이 그러기는 어려운 일이지."

육소봉은 그의 말뜻을 알 수가 있었다. 이렇게 재산이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경계하는 소인의 마음이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이치였다.

곽휴가 또 말했다.

"대금붕왕이 정말로 그 왕자라면, 나도 어깨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릴 수가 있을 텐데. 그렇지 않으면....."

육소봉이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를 데리고 와서, 바깥의 노인과 함께 있게 하지요."

그들이 이 신비한 움막을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봄바람이 차갑고도 산뜻했다. 풀잎 위의 이슬은 새벽 하늘빛을 받아 진주보다 더 밝게 빛나고, 아주 아름다웠다.

육소봉은 깊이 숨을 들이쉰 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어. 오늘도 정말로 이상한 일에 부딪혔군."

이일은 처음 상황에서 발전되고 변화되어서 이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화만루가 갑자기 말했다.

"자네는 정말로 이 세상에 양쪽 발에 모두 여섯 개의 발가락이 난 사람이있을 것 같은가?"

육소봉이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아직 본 적이 없으니."

화만루가 말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진짜 대금붕왕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지. 곽휴의 말이 진실이 아니라 해도 진실처럼 여겨지지 않나?"

육소봉이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는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많지."

화만루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 사람이 네 조각의 눈썹도 가질 수 있는데, 왜 여섯 개의 발가락을 가진 사람이 없겠는가? 애석하게도 자네의 네 조각 눈썹이 두 조각만 남기는 했지만."

육소봉은 자기의 입술을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자네가 틀렸네."

화만루가 물었다.

"뭐가?"

육소봉이 말했다.

"수염은 아무리 깨끗이 깎는다 해도 다시 자란다구!"

그가 말을 마치자, 자욱한 안개 속에서 유령같이 걸어 나오는 사람을 볼 수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지치고 초췌해서 더 아름다웠다.

육소봉은 그녀를 알아보았다.

"엽수주?"

엽수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는 여기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인가요?"

엽수주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어제 저녁부터, 나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왜요?"

엽수주는 침울하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서 사부님과 자매를 묻고 나자, 큰언니는 지쳤지만 나는.....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아미사수 중에서 가장 얌전한 사람이어서, 남자하고는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았었다.

육소봉은 이 소녀에게 마음속에서 정말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엽수주는 계속 말을 했다.

"우리들은 서문취설을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은 셋째 사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내가 당신들을 대신해서 그녀를 찾아오겠습니다."

엽수주는 고개를 수그리고 한참을 있다가 겨우 말했다.

"당신에게 알려드릴 말이 있어요."

육소봉은 그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엽수주는 말했다.

"셋째 사매가 직접 당신들에게 하려고 했던 말인데, 그녀는 이미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그녀는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조용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사부님이 이번에 중원에 온 것은, 그가 청의제일루가 주광보기각의 뒷산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누가 전해 준 소식인지도 모르고 정확한 것도 아닙니다."

엽수주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셋째 사매가 이 말을 하려다 죽임을 당했어요. 누군가 이 말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이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당신에게 알려주러 왔어요."

그녀의 얼굴에는 슬픈 표정이 나타나면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육소봉은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어쨌든 내가 이 일을 조사해서 반드시 당신에게 알려주겠습니다." 엽수주는 고개를 떨어트리고는 오랫동안 말이 없더니 조용히 물었다.

"지금 당신들은 어디로 가십니까?"

육소봉이 말했다.

"우리들은 발가락이 여섯 개인 사람을 보러 가는 것입니다....."

엽수주는 고개를 들더니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몸을 돌려서는 잰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화만루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지금 자네가 미친 것으로 알고 도망가는 것 같군."

육소봉도 한숨을 쉬고는 쓰게 웃었다.

"지금 스스로 조금씩 미쳐가는 것 같네."

긴 복도는 어둡고 조용했다. 그들은 복도의 끝에서 대금붕왕에게 그들이 온 것을 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화만루가 조그맣게 물었다.

"그의 신발을 벗길 수 있을 것 같은가?"

육소봉이 말했다.

"그럴 것 같지 않네."

화만루가 물었다.

"자네는 어떤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겠나?"

육소봉이 말했다.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어느 것을 사용해야 할까?"

화만루가 말했다.

"자네는 그럼 두 가지 방법을 나에게 말해 보게!"

육소봉이 말했다.

"일부러 그의 발에 물을 쏟을 수도 있고, 일부러 그의 신발이 좋다고 얘기해서 그가 벗어서 내게 보여주게 할 수도 있지."

화만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는 그 방법들이 어리석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바보 같은 일에는 나도 바보 같은 방법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지."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대금붕왕은 여전히 크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흥분되고절박한 표정이 나타나 있었다. 그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급하게 물었다.

"자네들은 세 사람의 배반자를 찾았는가?"

육소봉이 말했다.

"두 사람만 찾았습니다."

대금붕왕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

육소봉이 말했다.

"벌써 죽었습니다."

대금붕왕이 놀라서 물었다.

"어떻게 그들을 죽일 수 있었나?"

육소봉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대금붕왕은 추운 듯이 무릎에서부터 치렁치렁 비단으로 짠 천을 덮고 있어 발은 보이지 않았다.

화만루가 간단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곽휴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주 찾기 힘든 인물이었습니다."

이것은 그가 첫 번째로 한 거짓말이었다. 그는 한순간 거짓말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면서도 미안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금붕왕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나는 그들을 한 번도 못 보았네. 그들이 나를 볼 수 있는지 한 번 보고 싶군."

화만루가 말했다.

"지금 나도 한 사람을 보고 싶습니다!"

대금붕왕이 물었다.

"구인?"

화만루가 말했다.

"주정입니다."

대금붕왕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도 자네들에게 물어보려던 것인데, 내가 두 차례나 사람을 보내 그를 청했지만 그는 오지 않았네."

화만루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 그가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육소봉이 갑자기 말했다.

"이 모피가 참 좋아 보입니다. 정말인지 한 번 보고 싶어요."

이 말은 정말 어리석었고, 이어서 그는 어리석은 일을 했다. 그는 모피를 열어젖히고는 정말로 바보같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대금붕왕의 바지 다리는 텅 비어 있었다. 양다리는 무릎에서부터 잘려져 있었다.

대금붕왕이 말했다.

"당신은 내 다리가 갑자기 어떻게 사라졌는지 이상하지요?"

육소봉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대금붕왕이 말했다.

"내 다리는 중한 병이 있어서,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아팠어요. 나이가 들수록 병도 많아지는 것이지."

이 말은 사실이었다. 저번에 육소봉이 왔을 때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다.

대금붕왕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나 같은 늙은이한테서 술 마시는 걸 빼놓으면 무슨 즐거움이 있겠나?"

육소봉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몰래 술을 마셨나요?"

대금붕왕이 말했다.

"처음엔 한 모금 마시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했지. 세 잔을 마시자 양다리가 붓기 시작하더니 그렇게 썩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그래서 나는 아예 유여한을 시켜 다리를 잘랐지."

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다리는 없지만 이제부터는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네. 오늘 저녁 나는 자네들과 한 번 이 늙은이의 주량이 자네같이 젊은이들과 비교해서 어떤 가 마셔보려고 하네."

육소봉은 그를 보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금붕왕이 말했다.

"자네들이 며칠만 일찍 왔어도 잘려진 내 다리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자네들도 알고 있듯이 나 같은 늙은이는 독사에게 손을 물리면 손목을 자르는 호기가 있다네."

육소봉이 궁금한 듯 물었다.

"지금 두 다리는 어디 있습니까?"

대금붕왕이 말했다.

"벌써 태워버렸지."

육소봉이 의아한 듯 물었다.

"태워버렸다구요? 왜 그것들을 태웠나요?"

대금붕왕이 말했다.

"그 다리가 십 년이나 술을 못 마시게 나를 괴롭혔는데 내가 그것들을 태우지 않으면 설마 안주로 삼아야 한단 말인가?"

육소봉이 말을 하지 못하고 노인의 얼굴에 나타난 자랑스럽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고 느꼈다. 바보 같고 어리석은.

복도는 아직도 어두웠고, 그들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화만루가 갑자기 웃더니 말했다.

"지금 자네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군."

육소봉이 말했다.

"그렇네!"

화만루가 말했다.

"자네가 그의 신발을 벗길 방법까지 생각지 않았어도 되는 건데, 그는 신발이 없었잖아."

육소봉이 쌀쌀맞게 말했다.

"자네가 언제 그렇게 익살스럽게 변했나?"

일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지금은 곽휴조차도 이 대금붕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분하지 못할 있었다.

교묘하게 일치된 일에 불과하겠지만, 그는 이런 공교로운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공교로운 일이 아니면 대금붕왕은 어떻게 이 비밀을 알았을까? 곽휴의 작은 집을 떠나서는 곧장 여기로 달려온 것인데 대금붕왕이 천리안을 가지고 있거나 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들이 그의 발을 보러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육소봉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만약에 술을 마셔 다리가 부어 버린다면, 나도 두 다리를 모두 잘라 버려야 했을 거야."

화만루가 말했다.

"세상에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 같군."

육소봉이 말했다.

"자네는 그 집에 남아 있게. 왜 잠깐 잠을 자러 가지 않는 건가? 오늘밤에 자네에게 술 마시자는 사람을 잊지 말게."

화만루가 물었다.

"자네는?"

육소봉이 대답했다.

"나는 사람을 찾아봐야겠어."

화만루가 물었다.

"누구를 찾는다는 건가?"

육소봉이 말했다.

"당연히 여인을 한 사람 찾아야지, 발이 있는 여인을."

화만루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말했다.

"맞아. 자네는 빨리 가서 발가락이 여섯 개인 여자를 찾아봐야지."

육소봉이 말했다.

"뭐라구?"

화만루가 말했다.

"금붕왕조의 첫 번째 자손은 모두 발가락이 여섯 개인 것을 잊지 말게. 그것은 유전이니 상관단봉이 대금붕왕의 친자식이라면 발가락이 여섯 개가 아니겠는가? 자네는....."

그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육소봉이 벌써 떠나버린 걸 알았기 때문이다.

황혼이 지려하고,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다. 꽃밭의 꽃은 아직 피어 있어서 바람 속에는 꽃향기가 가득했지만, 사람의 그림자는 볼 수가 없었다.

상관설아는 꽃밭에 있지 않았고, 육소봉도 상관단봉을 찾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상관단봉이 절대로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대금붕왕은 그의 딸에 대한 행적을 묻지 않았다. 이것 또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육소봉은 지금 이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빨리 상관설아를 찾아 한마디만 물어볼 생각이었다. 아주 중요한 한마디만을.

그가 생각지 못할 때 그녀는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났는데, 지금 그가 급하게 그녀를 찾고 있는데 작은 요정은 오히려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육소봉은 한숨을 쉬고는 꽃이 가득 핀 길을 가로질러 가다가 문을 하나 발견했다.

문은 잠그지 않고 닫아만 둔 채였다. 뒤쪽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고, 정원에는 우물이 있었다.

그는 문을 밀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마침내 상관설아를 찾았다. 이 작은 요정은 항상 이상한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지금 그녀는 정원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커다란 눈을 깜짝이지도 않고 앞의 허공을 보고 있었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땅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풀 한 포기조차 없었다.

육소봉은 허공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지 몰라서 물어보았다.

"사촌누이, 무엇을 보고 있는 거야?"

설아는 소리를 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공부에 몰두한 사람이라도 그녀처럼 이렇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작은 요물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육소봉은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도 설아의 옆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설아의 눈길이 머무는 곳을 보았다. 그의 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이곳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은 듯, 땅의 흙이 말라 있었다. 바깥의 꽃밭에는 꽃이 무성한데, 이곳은 풀 한 포기조차 자랄 수 없는 것 같았다.

우물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두레박에는 먼지가 득 쌓여 있었다. 정원 양쪽으로 나 있는 몇 개의 낡은 곁채의 문에 있는 자물쇠도 녹이 슬어 있었다.

육소봉은 이모저모를 살펴보았지만, 설아가 쪼그리고 앉은 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아가 갑자기 말했다.

"이곳은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좌선을 하던 곳이에요."

육소봉은 그녀의 할아버지가 지난날 곽휴와 같이 부탁을 받은 대금붕왕의 부하인 상관근이라는 걸 알았다.

설아가 말했다.

"할아버지가 한해 전에 돌아가시고 나서 여기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육소봉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설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 말은 내가 당신에게 물어볼 말인 것 같은데요. 당신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요?" 육소봉이 말했다.

"나는..... 너를 찾아왔다."

"나를 찾아서 무엇을 할 건가요?"

육소봉이 말했다.

"너와 얘기를 좀 하려고."

설아는 얼굴을 굳히고는 냉소를 지었다.

"내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믿지 않으면서 어떻게 나와 얘기를 한다는 거죠?"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너의 말을 내가 하나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설아가 말했다.

"당신이 말했었잖아요."

육소봉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너는 내가 한 말이 모두가 정말이라고 생각하느냐?"

설아는 큰 눈으로 그를 한참 바라보고는 갑자기 웃었다.

육소봉도 웃었다. 그는 문득 설아가 웃을 때는 정말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소녀처럼 느껴졌다.

설아는 얼굴을 굳히더니 말했다.

"당신은 나와 무슨 얘기를 한다는 거죠? 지금 얘기하세요."

육소봉이 말했다.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는데, 네가 마지막으로 너의 언니를 본 것이 언제였지?"

설아가 말했다.

"그녀가 화만루를 데리고 온 그날이요. 우리들이 당신을 찾아 떠난 바로 그날이요."

육소봉이 물었다.

"네가 돌아오고 나서는 다시 그녀를 본 적이 없니?"

설아가 말했다.

"없어요."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나타나면서 말했다.

"그녀는 나를 아주 좋아해서, 항상 어디를 나가면 나에게 알리고 갔어요. 이번에는..... 이번에 그녀는 다른 사람 손에 죽은 게 틀림없어요."

육소봉의 눈에는 생각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그녀는 매일같이 외출을 하니?"

설아가 말했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점점 대담해져서 나가는 일이 점점 잦아졌어요. 뿐만 아니라 한 번 나가면 한 달이나 보름을 돌아오지 않았어요. 나는 그녀가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을 했지만 그녀는 절대로 아니라고 그랬어요."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우리들은 계속 할아버지와 같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하늘과 땅은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할아버지만은 무서워했어요."

육소봉이 물었다.

"너의 숙부님은 언니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나?"

설아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가 신경을 안 쓴 건 아니에요. 어느 날 그는 언니를 방에 가두어 놓았는데, 그래도 언니는 빠져나가 버렸어요."

육소봉이 물었다.

"그는 너의 언니를 좋아하지 않았나?"

설아가 말했다.

"좋아하지 않았어요. 언니가 우리 가문의 기풍을 망친다고 언니를 항상 욕했어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그가 언니를 죽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육소봉이 말했다.

"너의 언니는 아직 죽지 않았어."

설아가 물었다.

"누가 그래요?"

육소봉이 말했다.

"화만루가 얼마 전에 그녀를 보았대."

설아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가 언니를요? 그는 앞을 못 보는 장님인데 어떻게 언니를 볼 수가 있죠?"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어."

설아의 얼굴이 갑자기 변하더니 말했다.

"그것은 상관단봉이 언니를 사칭한 거예요. 그들 두 사람은 비슷하게 생겨서 어릴 때부터 항상 서로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그랬어요. 언젠가는 그녀가 얼굴을 가리고 언니의 목소리로 나를 속였어요. 나도 감쪽같이 속았지요."

육소봉의 얼굴에는 이상한 표정이 나타났다. 이 일은 정말로 갈수록 난해해질 뿐만 아니라 점점 흥미로워지는 있었다.

설아는 힘껏 머리를 잡고는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이제야 알겠어요. 언니를 죽인 것은 분명히 그녀예요."

육소봉이 물었다.

"네가 말하는 것이 상관단봉이냐?"

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우리 언니와 잘 지냈지만, 언니는 항상 그녀가 겉으로만 잘하는 거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언니가 그녀보다 더 똑똑하고, 더 예쁜 것을 항상 질투했어요."

그녀는 육소봉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그녀는 언니를 죽이고 나서 일부러 화만루 앞에서 언니의 흉내를 낸 것이에요. 당신들이 언니가 죽지 않았다고 믿게 말이에요."

육소봉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한숨만 내쉬었다. 설아의 말이 황당무계한 것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설아가 갑자기 그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그러면 당신은 나를 도와주어야겠어요."

육소봉이 물었다.

"무엇을 도와 달라는 거지?"

"나를 도와 언니의 시체를 파내는 거예요!"

육소봉이 말했다.

"너는 언니의 시체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고 있단 말이냐?"

설아가 말했다.

"알아요. 분명히 바로 여기예요."

육소봉은 웃으려 했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설아의 표정이 너무나 엄숙했다.

"나는 꽃밭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녀가 언니를 죽이고 시체를 여기에 묻었다는 것을 방금 알게 되었어요."

육소봉이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설아가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시자 스님처럼 변하셔서는 개미 한 마리도 밟아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상 쌀가루로 먹이까지 주었어요. 그래서 이 정원에는 개미가 많아요."

그녀의 얼굴은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두 시간이나 여기서 지켜보았는데 지금은 한 마리의 개미도 볼 수가 없었어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래서 너는....."

설아가 말을 가로채서 말했다.

"이곳에 독이 있으니까 개미 한 마리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독이 있다고?"

설아가 말했다.

"그녀는 독약으로 언니를 죽였을 거예요. 지금 독이 언니의 시체에서 나와 흙 속에 침투했을 거예요. 그래서 여기 흙도 죽은 거지요."

육소봉이 물었다.

"흙도 죽니?"

설아가 말했다.

"당연히 그렇죠. 흙도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두 가지가 있어요. 살아 있는 흙에는 꽃과 풀도 잘 자라고 개미 같은 작은 곤충들도 많이 있지요."

육소봉이 한숨을 쉬고는 이어서 말했다.

"너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는구나. 어려서부터 너무 생각이 많으면 커서 빨리 늙어버린단다."

설아가 그를 보고는 말했다.

"당신은 나를 도와줄 건가요?"

육소봉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나는 바보 같은 일을 너무 많이 했단다."

설아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육소봉이 나를 강간하려고 해요."

육소봉이 급하게 물었다.

"손끝도 만지지 않았는데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설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지금 소리를 지를 뿐만 아니라, 나중에 내가 당신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들에게 당신이 나를 겁탈하려 했다고 말할 거예요!"

육소봉도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내가 너를 겁탈하려 했다고?"

설아가 말했다.

"마음속으로는 벌써 여러 차례 나를 겁탈하려 했지요."

육소봉이 말했다.

"너처럼 어린 계집아이의 거짓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설아가 말했다.

"누가 안 믿어요? 내가 옷을 벗고 그들에게 보여주면 어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육소봉은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 계집아이는 정말 미쳤군. 정말 미쳤어!"

설아가 말했다.

"좋아요, 내가 미쳤다고 치고 나는 소리를 지를 거예요."

녀는 정말로 소리를 지르려고 하였다.

이때 육소봉이 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지금 거래를 하자는 거니?"

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손을 놓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당신은 약속한 거지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누가 이런 방법들을 네게 가르쳐주었냐는 거야."

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여자가 남자를 상대하는 오래된 세 가지 방법 중의 하나이지요. 지금 나는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육소봉이 말했다.

"다른 두 가지 방법은 무엇이지?"

설아가 여유있게 말했다.

"제가 어떻게 당신에게 알려줄 수 있겠어요? 나도 당신을 상대하려면 그 방법을 남겨 두어야지요."

그녀는 뛰어가면서 말했다.

"내가 가서 호미를 가지고 올 테니 당신은 여기서 나를 기다려요. 오늘 저녁에 내가 비둘기를 훔쳐서 당신의 술안주로 드릴게요."

육소봉이 말했다.

"비둘기라고?"

설아가 말했다.

"언니는 많은 비둘기를 기르고 있었어요.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이 만지지도 못하게 했지만 지금은..... 지금은 그녀가 뭐라 그러지 못할 거예요."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슬픔이 서렸다. 갑자기 몸을 돌려서는 뛰었다. 육소봉은 두 갈래로 땋은 그녀의 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다가, 눈에 빛을 나타나더니 갑자기 몸을 날려 설아를 쫓아갔다.

"나도 너와 같이 호미를 찾으러 가겠어."

설아가 물었다.

"왜죠?"

육소봉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비둘기에게 물릴까 걱정이 되는구나."

그의 웃는 모습이 약간 일그러졌다.

설아가 그를 보고는 말했다.

"당신은 내가 언니처럼 갑자기 실종될까 봐 두렵군요?"

바람이 불면서 제비가 꽃밭에서 날아올라 담장 밖으로 갔다. 하늘빛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육소봉은 서서히 노을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제비의 그림자를 보면서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제비도 여기에 있으려 하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상관비연도 제비처럼 날아간 것일까?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일까? 상관단봉은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대금붕왕은 그녀가 있는 곳을 알고 있어서 그녀의 소식을 물어보지 않는 것인가? 잘려진 그의 다리에는 발가락이 진짜 여섯 개였을까? 이런 문제의 답은 과연 누가 알고 있을까? 황혼이 지고 바람이 더욱 상쾌했다. 서늘한 바람이 창 밖에서 불어 들어와서 화만루의 몸을 감쌌다. 그는 하늘이 어두워진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피부 또한 그의 코와 귀처럼 정상인보다 예민하였다. 지금 그는 사월의 황혼의 서늘함을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아주 혼란스러웠다.

작은 주막에서 상관비연을 보고 나서부터 그는 마음이 혼란해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게다가 그는 완전히 혼자였다.

그는 이 일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그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도 육소봉은 돌아오지도 않고, 대금붕왕도 사람을 보내 그들과 식사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

사정이 급변하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그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때 그는 바람 속에서 특이한 향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이것은 바로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향기였다.

상관비연이 돌아온 것인가? 그는 손으로 창틀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자신의 감각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그는 어떤 것도 볼 수가 없고, 그의 세계에서는 영원히 빛이 없고 색깔도 없고 단지 어둠뿐이었다. 절망이 가져다주는 어두움! 방금 전의 향기가 꽃향기와 섞여서 그는 어느 방향에서 향기가 나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꽃향기가 짙은 곳에서부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돌아왔어요."

정말로 상관비연의 목소리였다.

화만루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고 한참을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정말로 돌아왔군요."

상관비연이 말했다.

"당신은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나요?"

화만루가 말했다.

"몰랐어요. 단지 당신이 돌아오기를 바랐지요."

상관비연이 말했다.

"당신은 내 생각을 했습니까?"

화만루가 웃었다. 웃음 속에는 말 못할 감정이 섞여 있었다. 기쁨일까, 슬픔일까? 상관비연은 걸어와서 그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내가 돌아왔어요. 당신은 왜 기뻐하지 않는 거죠?"

화만루가 말했다.

"나는..... 알 수 없는 일을 당했어요."

상관비연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화만루가 말했다.

"내가 두 번째 만났을 때 당신은 여러모로 다른 사람인 것 같아서요."

상관비연이 물었다.

"누구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화만루가 말했다.

"상관단봉이요."

이름을 말하고 나서 화만루는 상관비연의 손이 순간적으로 가볍게 떨리는 것을 감지했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더욱 꽉 쥐고는 뾰로통하게 말했다.

"나를 보면서 당신은 그녀를 생각했다고요?"

화만루가 말했다.

"!"

상관비연이 물었다.

"왜 그렇지요?"

화만루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과 그녀가 한 사람인 것 같아서요."

상관비연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왜 그런 감정을 가지는 거지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항상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도 동생의 그 말을 믿으시는 건가요? 상관비연이 죽었다는, 지금의 상관비연은 상관단봉이 변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화만루는 입을 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속으로 그런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상관비연이 말했다.

"당신은 최일동을 기억하나요? 눈꽃이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 보았냐고 물어본 것을 기억하나요? 꽃봉오리가 봄바람에 천천히 피는 것을 느낄 수 있냐고, 그 신비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냐고 물었잖아요?

가을바람이 먼 산의 낙엽의 상쾌함을 전해 주는 것을 아느냐고도 물었잖아요?" 화만루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말들은 모두가 그가 한 말이었다. 상관비연이 한 자도 틀리지 않고 말한 것이었다.

상관비연이 말했다.

"내가 상관단봉이라면, 어떻게 당신이 한 이런 말들을 알 수가 있죠?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기억할 수 있나요?"

화만루는 웃으며 자기의 의심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느꼈다.

앞에 있는 이 소녀를 안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상관비연도 그의 품에 안겨서는 그를 껴안았다. 그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행복과 만족으로 가득 차서 모든 의심을 잊을 수가 있었다.

이때 그는 갑자기 상관비연의 손이 자기의 뒷머리 혈을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 다음 그는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땅은 한 길의 두께였고, 두 척 깊이의 구멍이 났고, 육소봉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상관설아는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는 계속 독촉하고 있었다.

"당신은 일하다 말고 뭐하는 거예요? 빨리 계속해서 파요. 건강해 보여도 쓸데없군요?"

육소봉은 소매로 땀을 닦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밥을 안 먹었어. 지금 나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네 아저씨와 술을 마시고 있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여기서 구덩이나 파고 있다니."

설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당신은 설마 이렇게 어린 소녀에게 땅을 파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죠?"

"나는 뻔뻔스러운 게 아니야. 재수가 없는 거지."

"이게 어떻게 재수가 없어요? 영광이지요."

"영광이라고?"

"다른 남자들은 땅에 꿇어앉아 나대신 구덩이를 파겠다고 부탁을 해도, 내가 승낙하지 않을 거예요."

육소봉은 한숨을 쉬고는 갑자기 자기가 이 요물단지를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녀와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호미로 파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땅에서 선홍색의 옷자락이 보였던 것이다.

설아가 펄쩍 뛰면서 말했다.

"봐요. 내 말이 맞잖아요. 이 아래에 사람이 묻혀 있다구요."

이번에는 그녀가 재촉하지 않아도 육소봉이 힘을 쓰고 있었다. 호미를 내려놓고 삽으로 바꿔서는 몇 차례 삽질을 하자 아래에 묻혀 있던 시체가 서서히 나타났다.

과연 썩지 않고 있었다. 설아가 우물에 걸려 있던 등불을 들고와 시체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러자, 그녀는 놀란 소리를 지르고는 손에 들고 있던 등불까지 떨어뜨려 육소봉의 손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육소봉도 멍해졌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놀란 적이 없었다.

시체는 상관비연이 아니라, 놀랍게도 상관단봉이었다! 등불은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설아의 손이 계속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체의 얼굴은 썩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것 같은 색이었다. 한 쌍의 눈동자는 돌출되어서 육소봉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육소봉은 담이 작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상관단봉이 얼마 전에 그를 보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평안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아 그의 손이 풀어지면서 들고 있던 삽자루를 떨어뜨렸다.

삽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연히 시체에 떨어졌다. , 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마치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같았다. 육소봉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내밀어 만져보고는 시체가 차갑고 단단한 것을 알았다. 정말로 쇠와도 같이 단단했다.

그의 손도 차가워졌다. 그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녀는 정말로 독살되었소."

설아가 말했다.

"그럼, 그럼 누가 그녀를 독살했지요?"

육소봉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대답을 몰랐다.

"독으로 죽으면 시체가 빨리 썩는다고 하던데, 그녀는 죽은 지 얼마 안 되었나 봐요."

"오래되었소."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그녀의 몸에 있는 독이 밖으로 흘러나와 흙에 퍼졌기 때문이오."

이것은 설아가 한 말이었다. 그녀는 정말 틀리게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육소봉이 말했다.

"게다가 이곳을 보니, 적어도 두 달은 파헤치지 않은 것 같은데."

"당신이 말하는 것은, 그녀가 적어도 두 달 전에 죽었다는 건가요?"

"그렇소."

"그러면 그녀의 시체는 왜 아직 썩지 않았나요?"

"그녀가 해괴한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지. 어떤 약물은 시체를 수백 년을 보존할 수도 있소. 게다가 이 지역은 건조하고 개미의 흔적도 없으니, 누가 시체를 여기에 묻었는지 몰라도 모두 빨리 썩는 것을 바라지 않았나 보오."

그의 목소리는 단조롭고 느렸다. 이럴 때는 그가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졌다.

설아도 생각에 잠겨서는 중얼거렸다.

"두 달 전이면, 언니가 화만루를 찾아가기 전이었는데."

육소봉도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가 화만루를 데리고 오고 나서, 나는 당신을 찾아갈 수 있었죠? 당신은 어떻게 그녀를 볼 수가 있었죠?"

"내가 본 사람은 상관단봉이 아니었소. 진짜 상관단봉이 아니었소."

"그럼 누구예요?"

육소봉은 이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최근 두 달 동안 너는 언니와 그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설아가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는 것 같아요."

육소봉이 말했다.

"두 달 동안 그녀가 너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지 않았느냐?"

설아가 한참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전에 그녀는 나를 보면 말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랬는데, 최근에는 나를 피하려는 것 같았어요."

육소봉이 말했다.

"진짜 상관단봉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가 알아차리는 것이 두려웠겠지!"

설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는 누구지요? 어떻게 그렇게 변장을 할 수가 있지요?"

그녀는 갑자기 펄쩍 뛰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본 상관단봉이 언니 상관비연이 변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육소봉은 말이 없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때론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설아는 눈을 뜨고 말했다.

"당신은 상관단봉이 언니를 죽인 것이 아니라, 언니가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하나요?"

육소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지금 죽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설아가 말했다.

"언니가 왜 그녀를 죽이지요?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어요?"

육소봉은 말이 없었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말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인가?

는 갑자기 꿇어앉아서는 시체의 신발을 벗겼다.

설아가 놀라서 물었다.

"당신, 뭐하려는 거죠?"

육소봉이 대답했다.

"그녀의 발을 보려는 거야."

설아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미쳤군요. 당신은 분명히 미쳤어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걸 알아. 그러나 나는 꼭 봐야만 해."

그는 신발을 벗겼다. 한 쌍의 예쁜 발은 놀랍게도 정말 발가락이 여섯 개였다.

설아도 조용히 한참을 있더니 갑자기 침울하게 물었다.

"정말로 사촌언니가 맞아요."

"너도 사촌언니의 발가락이 여섯 개인 것을 알고 있었느냐?"

"!"

"너는 어떻게 알았느냐?"

"그녀는,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발을 보는 것을 싫어해서, 우리들이 같이 신을 벗고 물가에서 물놀이를 할 때에도 그녀 혼자만 벗지를 않았어요."

소녀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데 발가락이 여섯 개라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었다.

설아가 말했다.

"그녀가 보여주지 않으려 할수록, 나는 더 보고 싶어서 어느 날 그녀가 목욕하는 것을 틈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작은 요정은 정말로 못하는 일이 없다.

설아가 말했다.

"그녀는 나를 보고 화를 냈지만, 나중에는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어요."

육소봉이 물었다.

"너는 약속을 지켰니?"

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언니에게도?"

"언니도 몰라요.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육소봉은 조용히 있다가 물었다.

"너의 아저씨 발은 언제 잘랐니?"

설아의 얼굴에는 놀라는 기색이 나타났다.

"그의 발이 잘렸어요? 내가 어떻게 몰랐지요?"

육소봉이 놀라서 물었다.

"너는 정말로 몰랐니?"

설아가 대답했다.

"어제 점심 때 그가 언니의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기 위해 왔다 갔다 할 때에도 못 보았어요. 언니를 대신해서 주는 것 같았어요."

육소봉의 눈에는 빛이 났다.

설아가 말했다.

"두 달 동안 정말로 어떤 사람이 사촌언니를 사칭했다면, 왜 아저씨도 못 알아봤을까요?"

그녀는 육소봉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지만, 육소봉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밤은 처량하고 한 줄기 불빛만이 시체의 차가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뻥 뚫린 눈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설아가 한기를 참을 수가 없을 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너무 많은 일을 해서는 안 돼."

그녀는 이 목소리를 알아들었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음산하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문은 닫혀 있었다. 육소봉이 문을 두드렸는데 응답이 없었다. 다시 힘껏 두드렸는데도 대답이 없었다.

그의 얼굴색은 변하였고, 갑자기 힘껏 부딪혀 세치 두께의 나무문을 부수어버렸다.

탁자 위의 등잔은 켜져 있었고, 의자는 비어 있었다. 대금붕왕은 항상 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육소봉은 놀라지 않았다. 이것은 거의 그가 예상한 대로였다.

침상의 금으로 수놓은 이불과 요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가 허리를 굽혀 집으려 했을 때 갑자기 손 하나가 보였다.

몹시 여위어서 쪼글쪼글한 손은 의자 뒤쪽에 나와 있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은 마치 무언가를 집으려는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았다.

육소봉이 다가가서 보니 대금붕왕이었다.

이 노인의 시체는 완전히 굳어 있지 않았다. 호흡은 일찍 멈추었고, 눈에는 죽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형용할 수 없는 놀라움과 분노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를 죽인 사람은 독수(毒手)를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그의 다른 한 손에는 깊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누군가 손아귀를 끊으려고 했는데 끊어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손을 꽉 움켜쥐고 있어서 손 등에는 힘줄이 나와 있었다. 죽더라도 손 안의 물건은 풀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그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붉은 신발이었다.

새색시가 신는 그런 신이었지만, 수놓은 것을 볼 때 원앙도 아니고 부엉이도 아닌 한 마리의 제비였다---- 날고 있는 제비.

그는 힘껏 꽉 쥐고 있어, 원래는 예쁜 신발이었던 것이 지금은 모양이 구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 하나도 없었고, 그의 놀라움과 분노가 가득 찬 튀어나온 눈은 말 못할 공포와 비밀을 나타내고 있었다.

육소봉은 만져보지도 않고 그의 얼굴이 교묘하게 변장된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 노인은 진짜 대금붕왕이 아니었다! 대금붕왕은 그의 딸과 같이 죽었을 것이다! 육소봉은 그의 눈을 바라보고는 그의 끊어진 다리도 바라보았고, 길게 한숨을 쉬고는 중얼거렸다.

"나도 바보 같은 일을 많이 했는데, 당신이 한 일은 더 바보 같아요."

이 말을 다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칼이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검풍(劍風)은 그의 뒤쪽 창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맹렬한 기세여서 창밖의사람이 무림의 뛰어난 검수(劍手)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무림의 뛰어난 검수는 많지가 않다.

육소봉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육소봉은 3척이나 되는 그의 몸을 훑어보며 말했다.

"유여한, 당신은 지금 와서는 안 됩니다."

창 밖에서 정말로 유여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러나 나는 왔소!"

그의 칼은 그의 목소리보다 더 빨랐다. 오래되고 우아한 꽃이 조각된 창틀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가떨어졌다. 그와 그의 칼은 동시에 들어왔다.

그의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고, 눈동자에는 광기가 있어 그의 칼보다 더 무서웠다.

육소봉은 그를 보지 않았다.

그의 칼이 난폭하게 움직였다. 아주 빨랐고, 공격을 할 때마다 모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육소봉의 눈은 계속 그의 칼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아이가 나는 나비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유여한은 십칠 초의 공격을 했고 이때 육소봉은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단지 두 손가락만을 내밀었는데, 누구도 그의 동작의 빠르고 정확함을 묘사할 수는 없을 있었다.

마음이 느끼는 것으로 그의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았다. 유여한이 십팔초 를 공격했을 때 갑자기 자기의 칼끝이 잡힌 것을 알게 되었다! 칼이 마치 돌에 박혀버린 것처럼, 전력을 다하여도 뽑히지 않았다.

칼은 그의 오른팔에 있어서 그의 몸 일부분이 돼버렸다. 그는 이 칼을 육소봉의 손가락 사이에서 빼내지 못하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팔위에는 평소에 쇠갈고리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물건이 될 수 있었다. 그가 사람을 죽이려고 할 때에는 쇠갈고리가 칼로 바뀌었다. 그는 일찍부터 사람을 죽일 준비를 한 있었다.

육소봉은 그의 고통스럽게 구겨진 얼굴을 바라보니, 마음속에서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아요. 가버려요."

유여한은 입을 열지 않았고, 대답은 그의 오른팔의 쇠공이 했다. 쇠공은 바람소리를 내며 육소봉을 내리쳤다. 육소봉이 손을 쓰지 않는다면 그의 머리는 납작하게 될 것이었다.

그는 다른 한 손이 있었다. 쇠공이 공격할 때, 손을 비스듬히 비틀어 유여한의 왼쪽 어깨가 늘어졌다.

육소봉이 조용히 말했다.

"내가 손을 놓으면 당신은 갈 것입니까?"

유여한은 냉소를 지었는데, 웃음에는 경멸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육소봉을 경멸하고, 자기의 목숨을 경멸하였다.

육소봉은 한숨을 쉬고는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왜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사람만 만나는 것일까? ....."

그는 이 말을 다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때 그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목소리는 상관단봉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상관단봉이 여기에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는 해의 기운이 사라져서 방안은 더욱 어두웠다. 한 사람이 유령처럼 문 입구에서 나타났다.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여인의 자태는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감미로웠다.

그녀는 육소봉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바보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바보 같은 사람들은 항상 같이 모이니까요."

육소봉은 그 여인을 보지 않고도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상관비연?"

"."

그녀의 웃음은 천진한 아이 같았다.

"당신이 보기에 내가 상관단봉보다 아름다운가요?"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관단봉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이 소녀를 보자 아름다움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녀는 모든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순진하고 순수했다. 그녀를 한 번 본다면 누구나 그녀에게 유일한 남자이고 싶고, 동시에 그녀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여자라고 느낄 것이다.

상관단봉의 웃음은 보는 사람을 환상으로 데려가지만, 상관비연의 웃음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다.

"내가 틀렸다구요?"

"당신같이 아름다운 사람이 왜 다른 사람으로 변장을 합니까?"

상관비연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날 당신이 나의 참모습을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놓아 주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의 참모습을 내가 진작 보았다면 아마 그날 저녁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차에서 당신이 설마?"

"나는 유혹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상관비연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군자는 아니지만, 말하는 것은 순진하군요."

"당신은 숙녀도 아닐뿐더러 말하는 것도 순진하지 않군요."

"소녀가 너무 순진하면, 당신 같은 남자를 속이기 어렵잖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하였다. 거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변하였다.

육소봉은 이렇게 갑자기 목소리도 바뀌고, 모습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상관비연은 그가 놀라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목소리가 상관단봉보다 듣기 좋나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도 알았겠지만, 나는 모든 것에서 그녀보다 뛰어났어요.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나보다 위에 있었지요."

갑자기 그녀의 감미롭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원한이 가득 찼다.

"어려서부터 그녀가 입었던 옷만 입고, 그녀가 먹다 남긴 것만 먹었어요.

그녀가 공주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회만 주어지면 당신은 그녀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나요? 그래서 당신의 할아버지가 죽고 나자, 당신은 더 이상 같이 있는 것도 원치 않았고"

"누구도 구속을 원하지는 않죠. 사람의 본성이니깐요."

"당신은 일을 핑계로 강호에 가서는 그들에게 기를 펼 일을 몇 가지했지요. 강호에서 당신에게 마음을 뺏겨 버릴 남자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상관비연은 얼굴색이 변하며 말했다.

"그 깜찍한 것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말했을 줄 알았어요."

"그 남자는 당신을 애모할 뿐만 아니라, 당신의 처지를 동정해서 당신을 대신해서 화를 낼 기회를 찾고 있었지요." ‘

상관비연이 차갑게 말했다.

"계속 말하세요."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금붕왕조의 비밀을 알고 나서, 당신을 대신해서 의견을 내놓았지요."

상관비연은 듣고 있었고, 얼굴의 감미로운 미소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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