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6 절정(絶頂)의 세계로

3학년2반 | 2021.11.26 10:13:10 댓글: 0 조회: 429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7371
절정(絶頂)의 세계로

유백은 대단한 실력의 검사였으며 각종 검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그는
수련 도중 틈틈이 묵향에게 무림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무공들을 얘기해 줬
고, 그 대처방법도 일러줬다. 그와 함께 한지도 5년이 지난 어느날 유백은 묵
향에게 말했다.

"자네는 내 나이가 얼마나 되어 보이나?"

"40대 후반 정도가 아닌지요?"

"아닐쎄... 내 나이 벌써 70이 넘었지. 자네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

'맙소사.... 세상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것도 당연한 이치군'

"스물 일곱입니다."

"그런가... 좋을때군.... 자네도 벌써 결혼하고 아이 몇은 거느리고 있을 나
이인데 검술을 익힌답시고 세월을 보내고 있었군. 나도 참 오랜시간 그놈의
검을 다룬다고 허송세월을 보냈지. 내 이미 은퇴를 했어야 하는데.... 아직도
무슨 미련이 있다고 여기에 매달려 있는지 모르ㄱ군. 아마 자네를 가르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될것 같아. 참! 자네는 내공을 수련한 사람의 육체
가 완전히 삭아가는 나이가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나?"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60세야. 이 60세가 모든 것의 분수령이지. 60세가 되기 전에 극마(極魔), 그
러니까 정파에서 말하는 화경(化境)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급속
도로 근력이 떨어지지. 만약 극마에 들지 못하면 10을 익힌다면 4 이상의 성
취를 얻기도 힘들지. 거기에 약간이라도 수련을 게을리하면 3씩 퇴보하는거
야. 때문에 60세 이후에 화경에 들기는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렵다네. 나도
극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어. 여태까지 극마에 들어간 사람 중에 살아있는
사람은 고작 4명 정도..... 내공을 익히는 속도에 있어 본교를 따라갈 집단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최고의 경지까지 도달하는 사람이 드문것은 아마 내가 생
각하기에 수련방법이 잘못된 것 같아. 나도 요 근래에 들어 그런 생각이 들었
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내가 살수생활을 오래해서 그럴거
야. 살수란 원래 본교의 초식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좀 진보가 있던가요?"

"별로...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60이 넘으니까 내공은 상관없지만, 근골
(筋骨)이 외관상으로 표시는 안나지만 삭아 들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더군.
외관이야 내공의 힘으로 노화를 막는다던지 아니면 주안술(珠顔術)을 사용해
서 젊음을 유지하는 자들도 있어. 하지만 근골의 쇠퇴는 어떻게 할 수가 없
지. 내 친구 중에도 흡성대법(吸成大法)을 익혀 엄청나게 내공을 쌓은 자도
있지만 끝내는 극마(極魔) 근처에도 못가더군. 오히려 나중에는 그게 방해가
되어 오래전에 죽었어. 상대에게 흡수한 공력은 어떻게 해도 완벽한 자신의
것이 될 수는 없어. 오죽하면 본교(本敎)의 상층부에 들어가는 고수들은 흡성
대법을 익히지 않았겠어? 그러니 자네도 이런말 하기는 뭣하지만 무공의 정도
(正道)를 걷게나. 속성으로 되는것은 아무것도 없어."

"유선배님 같은 경우, 다종(多種)의 무기를 사용하는 자들을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제 동료 중에서 살인을 저지를때마다 무기를 바꾸는 녀석이 있거든요.
그녀석은 권술(拳術), 장술(掌術), 검술(劍術), 창술(槍術), 봉술(棒術), 편
술(鞭術) 등 못하는 게 없죠. 저도 부러울 정돕니다. 그러니 큰 문제만 없다
면, 선배님께서 제게 그것도 가르쳐 주십시오. 벌써 선배님께 검술 교육만 받
은지 5년이 흘러가고 있어서 약간 지겨운 면도...."

"헛소리....."

유백은 큰 소리로 묵향을 꾸짖은 후 말을 이었다.

"무술은 모두 함께 통하는 것이야. 모든 무술은 손이 기본이지. 검술이나 창
술이나 모두 다 손의 길이가 약간 더 늘어난 것이라 생각하면 돼! 쓸데없이
이것저것 익히면 그것에 시간이 들어가 한가지에 대성을 할 수 없어. 지금 정
파 무림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떨치는 문파가 어디냐? 소림이냐?"

"아닙니다. 소림이 예전에는 이름을 크게 떨쳤지만 요즘은 무당이 더 이름이
높죠."

"소림은 72종 무예라 하여 수많은 무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본으
로 하고 있고.... 각종 무기를 다루는 것을 초반부터 배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그에비해 무당의 경우 오로지 검! 검이 아니냐? 무당의 고수
들이 어느정도나 검술에만 미쳐있는가 하면 손으로 바위도 깨지 못한다구. 아
예 그런 무공 자체가 없어. 어떻게 피와 살로 이루어진 손으로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가진 무당의 고인들도 많다구. 그렇지만 그들의 손에
검이 잡혔을 때 무당의 고수들을 만만히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구. 너
도 그들과 같이 한우물을 파야한다. 검을 이용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마지
막 한방울까지 뽑아낼 수 있어야 해.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상당히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답을 해
주실 수 있는지요?"

"뭔가?"

"선배님은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계신데... 그 얼굴의 상흔(傷痕)은 어떻게
생긴 겁니까?"

그러자 유백은 무심결에 상흔을 만지면서 말했다.

"이건... 내가 53번째 목표를 없앨때 생긴거지. 물론 그 목표는 저세상으로
보냈어. 그 뒤에 탈출하다가 생긴거지. 상대는 자네가 알지 모르겠네만환상
검수(幻像劍手)라고 들어봤나?"

"예. 청성파가 배출한 대단한 검의 고수라고 들었습니다."

"그녀석이 53번째 목표물의 호위무사였어. 암습하기 전에 딴 방향으로 유인했
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돌아와서는 나를 이모양으로 만들었지. 몇번
검을 섞어보니 분하지만 나보다 고수더군.... 본교의 초식을 사용한다 하더라
도 이길 수 없었어. 그래서 싸우는 도중에 암기를 기습적으로 발사했는데 이
게 그녀석의 허벅지에 맞았지. 서로의 내공이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덕분에 내
암기는 녀석의 호신강기를뚫고 박혔어. 하지만 내가 보니 전력으로 던졌는데
도 겨우 반치 정도도 못 뚫은 것 같더군. 암기 끝에 독물을 발라뒀던 덕분에
녀석이 독물때문에 동작이 둔화된 것을 이용해 도망치는데 성공했어. 너도 알
지 모르지만 고수를 만났을때는 무조건 1개의 암기만을 쏴야해. 여러개를 쏘
면 그중 하나가 맞더라도 호신강기를 뚫지는 못해. 1개의 암기에 내력을 최대
한 실어 쏘면 운 좋으면 상대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있지. 쓸데없는 말을 주
절주절 하고있었군.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이런 식으로 매일 무공을 익히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유백은 자신이 아는 모
든 것을 묵향에게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유백으로서도 묵향이 자신이
키운 최후의 제자기 때문에 그 애착이 더 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알려
준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수련하고 또 수련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
을 보고 가르치는 보람을 더욱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묵향 또한 여러가지
살수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의문점들을 유백의 답변을 통해서 이해하면서 점점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서고 있었다.

* * *

묵향이 30세가 된지 2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유백은 묵향의 검술이 이제 완벽
하게 초식을 잘라서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음을 보고 잠시 쉬는 시간을 통해
말했다.

"네녀석의 검술은 이제 거의 완성되어 가는구나."

그 말을 듣고 묵향은 빙긋이 웃으면서 정중히 포권하며 유백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어. 검술의 완성은 무초식에 있다. 초식을 계속 자르고
잘라 가다 보면 나중에는 완전히 초식이 없는 지경까지 이르지. 쓸데없이 초
식을 사용하는 것은 공력의 낭비야. 내가 한가지 검법을 시범을 보일테니 이
것이 무슨 검법인지 맞춰 보거라."

"예."

유백은 검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검을 잡고 약간 자세를 잡더니 개문식(開門
式;어떤 무공을 행하는데 있어 그것의 이름을 상대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독특
한 자세. 모든 무공은 이것을 행한 후 시작한다.)도 하지않고 초식을 운용하
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검빛에 뒤덥히면서 사방으로 살벌한 검기가 뻗어나왔
다. 그때 문득 전방으로 붉은 빛의 반월형의 검강(劍剛) 수십개가 튀어나오며
10장 밖의 담장에 부딪치며 괭음을 냈다.

콰쾅...

먼지가 가라앉은 후 보니 흙과 돌로 다져서 쌓은 담장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약간 놀란 얼굴로 보고있는 묵향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
를 띄고있던 유백이 물었다.

"어떤 검법이냐?"

"히히... 제가 속을 줄 아십니까? 그건 검법이 아닙니다. 본교가 자랑하는 수
라월강도법(修羅月剛刀法)을 검으로 펼치신게 아닙니까?"

"클클... 자식 눈썰미는 제법이군. 이 도법을 익힌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럼 이걸 배워보자. 나도 아직 9성밖에 익히지 못해 제위력은 나오지 못하
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도법이지. 그 외에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도 가르
쳐 주마. 둘다 9성 이상 익히면 강기(剛氣)를 검에서 뿜어내어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잇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력의 소모가 엄청나지. 하지만 너도
생각해봐라. 이 두 무공을 조각내어 사용하여 검강 한가닥만 뿜어낼 수 있다
면 대단한 것이 아니겠냐? 나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너는 해낼 수 있을거라 생
각한다. 나는 그것을 알아내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검강의 모양이다. 도법에서 뿜어 나오는 강기는 대부분 반월형이지. 그
리고 검법에서 뿜어나오는 검기는 대부분 막대모양이야. 천강혈룡검법에서 혈
룡이란 명칭이 붙은 것도 붉은 용과 같은 모양의 둥글고 긴 강기가 뻗쳐나오
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겠느냐?"

"혹시 도는 휘두르는 상황에서, 검은 찌르는 상황에서 강기가 뿜어지기 때문
이 아닙니까?"

"크하하하.... 맞아. 바로 그거야. 그때문에 모양이 그렇게 되지. 너도 살수
니까 잘 알겠지만 사람이란 동물은 별로 강하지 못하다. 단 하나! 단 하나의
치명상이면 된다. 2개도 필요없어. 적에게 1개의 치명상만 주면 돼. 뭣때문에
그렇게 많은 상처를 입힐려고 내력을 소모한단 말이냐.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일단 강기(剛氣)를 뿜어내는 요령을 익히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경지에 들어
선다고 했다. 꼭 내가 언급한 두가지 무공을 거치지 않아도 강기를 뿜어낼 수
있지. 정파에는 현문(泫門)이라는 단체가 있다. 들어봤느냐?"

"저... 무당 같은 도가계통을 보고 현문이라 하지 않는지요?"

"맞아. 현문에서 최고로 치는 무공이 강기다. 일단 강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경
지에 이르면 손(手), 검(劍), 도(刀), 막대기, 풀줄기 어디서든지 강기를 뽑
아내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검이나 도를 이용하는 것이 풀줄
기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강기를 뿜어내기 쉬울 것이다. 검 자체가 가지는 예
기(銳氣:날카로운 기운)가 있기에 아마 풀줄기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공력이
적게 들겠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지. 때문에 절정에 오른 고수일수록 검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 생기지 않겠냐? 현문에서는 강기 자체를 이해하
여 그것을 뿜어내지만 본교의 무공은 그와 다르다. 일종의초식을 만들어 강
제로 강기를 뽑아내기에 그 위력에 비해 내공의 소모가 너무 심해. 아무리 본
교의 공력이 타파에 비해 강하다고 하지만, 그런 초식을 몇번 쓰고나서 공력
이 고갈될 정도라면 아예 안쓰는게 낫지. 그러니 네녀석도 그따위 무공에 연
연하지 말고 우선 강기에 대해 이해를 해보거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강기를 뿜어내는 헛고생을 하는 것 보다는 천강혈룡검법과 수라월강도법을 가
르쳐 줄테니 이 두가지 무공에서 강기를 뿜어내는데 따르는 차이점을 생각해
보는 것과 또 조각조각 잘라보는 것. 이 두가지를 하다보면 남들보다는 빨리
이해할 수 있겠지. 나도 원래 검만을 쓰지만 수라월강도법을 배운 이유가 두
가지를 비교해 볼 욕심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늙은 머리로는 도저히 더이상
깊이 들어가기가 힘들구나. 너는 아직 젊으니 한번 나의 꿈을 이뤄내기를 바
란다."

"알겠습니다."

또다시 피와 살을 말리는 수행이 재개되었다. 묵향으로서는 어떤 목표가 생기
고 또 그 구체적인 방법이 대강이라도 나온이상 그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
려갔다. 하지만 1년... 2년... 세월이 흘러가는 가운데서도 강기에 대해서는
도저히 감을 잡기 힘들었다. 그는 어느덧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과 수라
월강도법(修羅月剛刀法)을 9성까지 익혔지만 그나마 강기를 익히기 위한 자료
로 익히고 있는 이 두가지 무공도 10성까지 익히기도 어려웠다. 9성까지는 그
런대로 빨리 익혔지만 9성에서 10성으로 진입하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왜 자
신이 본 최고의 고수인 유백이 두가지 무공을 9성까지 밖에 익히지 못했는지
이해를 했다. 그가 너무 밤낮으로 애쓰는 것을 본 유백이 보다못해 옆에서 참
견을 했다.

"9성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진정한 강기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검기가 약간 응축된 형태라고나 할까? 실지 강기란 못부수는 것이 없는 순수
한 파괴의 정점(頂點)이라 할 수 있지. 9성에서 벽을 향해 발사한 강기는 담
벼락을 파괴하지만 아마 실지 엄청난 힘을 가진 진짜 강기는 아마 벽에 큰 구
멍을 뚫는 대신 작은 구멍 수십개를 뚫을거야. 너도 알잖냐? 주먹으로 공력을
모아 벽을 칠때 권풍에 밀려 큰 구멍이 뚫리지만 일정한 힘을 벗어나면 오히
려 작은 구멍이 뚫리지. 대신 더욱 깊게 깊게 파고든다. 그걸 보면 이건 강기
가 아냐. 그냥 검기의 발전형이라고 봐야지. 너무 조급해할 것 없다. 너는 아
직 내공이 딸려 10성의 경지로 들어서지 못하는 것 뿐이야. 좀 더 시간을 두
고 차분히 수련을 하고 명상을 해라. 그러면 다른 방법이 생길꺼야."

"알겠습니다. 가르치심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선배님 선배님께서는 제게 너무
잘해주시는군요. 그점 제가 죽는다 해도 잊지 못할 겁니다."

"컬컬.... 아마 나도 늙어서 그런가봐. 옛날에는 엄하게 제자를 다스렸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 엄하게 할 놈이 있고 부드럽
게 할 놈이 있어. 너는 후자에 속해서 그런 것 뿐이야. 그리고 나 자신도 너
가 마지막 제자라 생각하니 약간 더 감상적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어느덧 묵향의 나이도 서른일곱이 되었다. 그는 문득 아침에 명상을 하며 유
백을 만난 것은 자신이 얻은 최고의 행운이란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이 죽었
다 깨어나도 얻을수 없을만큼 막대한 지식의 소유자였다. 그는 무인이며 또한
여러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점심과 저녘때 묵향과 대련하는 시간이나,
묵향을 암습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유백은 오전중에 수련을 끝내고 여러가지
일을 했다. 지금 묵향과 유백이 거처하는 곳 부근에는 여러가지 나무들이 심
어졌고 유백은 그중에서 매화를 특히나 좋아했다. 그리고 틈틈히 꽃들도 가꿨
고, 50세가 넘어 시작했다는 수묵화(水墨畵)도 그렸다. 그리고 밤에는 퉁소나
금(琴;거문고)도 탔다. 그러면서 틈틈이 묵향에게 그것들을 가르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무인이란 무식한 칼잡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서도 약간은 가르쳐 줬는데 유백 자신의 지식이 짧아서 그런지 그렇게 깊게
까지는 가르치지 않았다. 그 외에 자신이 알고있는 몇가지 진법들도 틈틈이
교육을 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묵향은 의문을 가지고 유백에게 물었다.

"진법이란 것이 제가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것 같은데 이런 걸 배울 필요가
있나요?"

묵향의 질문을 들은 유백은 아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내가 이런놈을 잡고 가르치고 있었다니.... 이 무식한 놈아! 모르
면 잠자코 줏어들어. 진법이란 원래 가장 간단한 천(天), 지(地), 인(人)을
뜻하는 삼재진(三才陣)으로 시작되어 더욱 복잡하게 발전되어 나가는 거다.
만약 1사람을 공격하는데 무턱대고 3이서 공격하는 것 보다 어떤 일정한 법칙
을 잡고 공격하면 서로간에 같은편에게 방해를 받지않고 더욱 효과적으로 한
사람을 밀어붙일 수 있지. 이렇게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위해
여러가지로 발전된 것이 진법이지. 하지만 이 진법을 부수는데는 방법이 있
어. 하나는 생문(生門)을 찾아 뚫고 나가는 방법인데... 이건 진법을 알고 있
다면 어느정도 실력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지. 그렇기때문에 내가 알고있는
한 많은 진법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거야. 하지만 너처럼 무식한 녀석은 2가지
를 선택할 수 있지."

"뭡니까?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있나요?"

"아주 간단하지. 들어가서 죽는거야. 진법을 깰 실력이 못되면 죽어야지...
암... 진법에 자신도 없는놈이 진 안에 왜들어가?"

"그럼 또 다른 방법은요?"

"무공이 극강(極剛)의 경지에 이르면 왠만한 진은 설령 사문(死門)에 들어가
도 살아나올 수 있지. 눈에 보이는 놈은 모조리 죽이는거야. 하지만 그정도의
고수가 되기는 힘들지. 아마 왠만한 진법은 그냥 파괴하려면 무림에서 20대
고수 안에 들어가야 가능할거다."

"..."

"극마(極魔)의 경지에 들어서면 마(魔)의 극한(極限)에서 뿜어나오는 힘에 의
지해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지. 진법을 이루고 있는 왠만한 녀석들은 모두
저세상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이야. 아무리 진법이 강하다 해도 그 진법 자체도
사람이 만든 것이지. 예를들어 7명이 구성하는 것이 소북두진(小北斗陣)인데
그 북두진은 7명이 서로 도와 1명 또는 다수의 적을 한번에 공격하고 방어하
는 것이 주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야. 만약 상대가 공격하면 1명이나 또는 3명
정도가 방어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격, 상대가 방어에 열중하면 모두가 다 공
격. 뭐 이런 건데.... 이때 방어하는 사람과 공격하는 사람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동료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 일
종의 상승효과까지 얻으므로 아주 강한 힘을 내지. 물론 상대가 이 7명을 한
번에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7명 다
죽을 수 밖에.... 하지만 그정도 실력이 안되는 상태라면 어떤 녀석이 공격하
고 어떤 녀석이 방어할지, 또 그들의 움직임이 어떨지 알고있다면 그들을 공
격해서 진법을 짜서 움직이는 걸 방해하거나 아니면 그 진법을 역이용해서 공
격할 수도 있는거야. 알겠냐? 이 무식한 놈아!"

"예.... 그런데 '무식한 놈'이란 건 좀 심한 말이 아닙니까?"

유백은 묵향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갈(曷)! 말도 안되는 푸념하지 말고 열심히 익혀."

* * *

묵향의 나이 마흔이 되었을때, 아침에 명상에 잠겨있는데 어떤 생각이 번쩍
떠오름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앞으로 피를 토했다. 이것
을 옆에서 보고있던 유백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외쳤다.

"대성을 축하하네.... 이제 깨달았나?"

"예. 선배님 조금 더 명상을 하고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명상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깨닫음을
얻고 그 엄청난 충격에 피를 토하는 경우는 정파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마교에서는 거의 없다. 하지만 유백의 경우 마도의 무공에 한계를 느끼고 정
파쪽 무공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 줏어들은 것이 많아
그렇게 외쳤던 것이다. 묵향의 명상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묵향이 명
상을 끝낸 후 그는 애검 묵혼을 가지고 언제나 유백과 비무를 하던 뜰에 섰
다.

"제가 깨달은 것입니다.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는 간단하게 유백에게 예를 취한 후 천천히 검을 뽑았다. 검을 뽑
아 비스듬히 들고 있는데 검에서 붉은 빛 광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걸 보
고 유백은 숨을 죽였다. 붉은 광채는 점점 커지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얼
마 지나지 않아 반장(半丈)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붉은 사슬과 같기도 하고 뇌
전(雷電)같기도 한것이 뻗어나갔다. 그때 나지막한 기합소리가 들리며 검이
위에서 아래로 허공을 베고 나갔다. 그러자 검에서 반월형의 붉은 색 강기(剛
氣)가 앞으로 순간적으로 뻗어 나가며 벽에 구멍을 세로로 길게 뚫었다. 다시
한번 기합소리가 들리며 이번에는 앞으로 찌르기를 한번 하자 붉은색 끈같은
것이 앞으로 뻗어나가며 벽에 작은 구멍을 하나 뚫고 지나갔다. 그것을 본 유
백은 외쳤다.

"정말 대단하군! 이것이 검강이란 것인가? 노부가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진짜
검강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야. 드디어 자네 대단한 고수가 되었군."

"글쎄요.... 아직도 얼떨떨 한 기분입니다. 그렇게도 검강이 되지 않더니....
심지어는 초식으로도 만들기 어려웠는데 어제 아침에 문득 길을 잘못들고 있
다는 생각이 들더니 갑자기 강기가 뭔지 깨달아 지더군요. 검강을 뿜어내는
방법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정말 그 순간은 대단히 평안하고 기분이 좋
았습니다."

"껄껄... 이제 자네는 나보다도 더 고수가 되었어. 이제 나도 자네를 두고 은
퇴할 수 있겠어."

"아직 선배님께 배울게 많습니다. 은퇴는 좀 더 미루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럴까.....무공에 대해서는 자네에게 가르킬 것이 없지만 딴거라면 아직도
자네보다는 내가 낫지. 정도 많이 들었으니..... 술한잔 걸직하게 내면 내 마
음을 바꿀 수도 있지...."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묵향은 최고로 속도를 내어 경공술을 펼쳐 술통을 들고왔다. 묵향과 유백이
술잔을 나누며 여태까지 하지못했던 여러가지 대화를 펼쳤다. 유백은 여태까
지 묵향을 까마득한 후배로서 묵향이 도저히 넘지못할 어떤 선을 긋고 그를
대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니, 무공을 보여준 후에는 대접이 완전히 달라졌
다. 그는 묵향을 자신의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해줬다. 그만큼 묵향의 성
취를 그는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자네의 성취가 이토록 빠르니 언젠가는 자네가 오랜 본교의 숙원을 이룩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오랜 숙원이라뇨?"

"원래 무공이란 그 깊이가 끝이없어서 익히면 익힐수록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지. 어떤 이는 검술의 한계를 느끼고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자
도 있을정도로 어떤 한가지에 깊게 파고든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야. 하지만
자네는그래서는 안돼. 왜 쓸데없이 자신의 육체를 학대하나? 지금 안되면 나
중에는 될거야. 만약 자네가 안되면 자네 제자는 해낼거고.... 자신이 익힌
모든것을 후대에 알려주면 되지. 하기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선배도 있군...."

"그 사람이 누굽니까?"

"옛날 오랜 옛날 발해라는 이민족이 건설한 국가가 있었다네. 자네 혹시 아
나?"

"예. 한번 들어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배웠지요. 위대한 우리
한족도 아니고 겨우 변방의 오랑캐에게 멸망한 걸 보면 별볼일 없는 국가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세워졌던 고구려같은 경우 아주 대단했다고 얼핏 들었
던 것 같지만요."

"아니야... 자네가 잘 못 안거야. 발해란 국가는 대단한 국가지. 딴건 모르겠
지만 무공에 있어서는 대단한 나라야."

"대단하다니요? 무공이 대단한 국가가 겨우 이민족에게 무너진단 말입니까?"

"자네 혹시 신검대협(神劍大俠) 구휘(區揮)란 사람을 아나?"

"예. 들었었습니다. 누구도 올라가지 못했던 현경(玄境)까지 올라간 고수가
아닙니까?"

"맞아. 현경이라 함은 본교에서 말하는 탈마(脫魔)와 같은 경지. 그 누구도
올라가 보지 못한 곳이지. 탈마에 이르면 완전히 마(魔)에서 벗어난다고 전해
지네. 누구도 올라가 보지 못했으니 잘 모르지만 극마에 이른 사람은 좀 있으
니 그들을 보면 거의 알 수 있어. 극마의 경지 가까이만 가도 자신이 밖으로
뿜어나오는 마기의 량을 조절할 수가 있지. 자네도 우리들 끼리 있으니 잘 모
르겠지만 진짜 마도의 인물들을 만나보면 이해를 할걸세. 우리들이야 살수니
까 처음부터 마기를 밖으로 나타내지 않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아예 마공을 익히지 않지만 나머지는 그런 훈련을 받지 않거든. 참, 그런데
얘기가 잠시 샛길로 빠졌군..... 어디까지 얘기하다가 이리왔지?"

"구휘에 대해....."

"그래 그 구휘가 만년에 무공을 여러가지로 연구하다가 옛 발해의 무공들을
긁어모았다네. 그런다음 그것들을 모아서 북명신공(北冥神功)이라 이름붙였
지. 원래 북명(北冥)이란 것은 발해가 속해있던 지방을 말하는 거야."

"그 구휘가 신공(神功)이란 말을 붙일 정도로 대단한 무공입니까?"

"그렇지. 너무 대단해서 아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야."

"무슨 말씀인지...."

"원체 오래된 것이고, 또 국가까지 멸망해서 없어진 상태에서 여기저기서 닳
아빠진 양피지 등에 새겨진 것들을 줏어모은 것이기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사
라졌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신공(神功)은 대자연의 숨결을 흡수해 자신
의 공력을 높이고, 초 상승의 무예 경지로 올라갈 수 있는 참고서 같은 형식
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초식보다는 무에를 익히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조심
할 점,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무예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지가 일부 기록되
어있다고 하더군. 많은 무림인이 북명신공을 익혔으나 너무나 난해하고, 초식
조차 거의 없으며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완전한 내용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상실된 채였기 때문에 익힌 사람은 한명도 없다네."

"아무도 못익힌다면 그건 휴지나 다름없쟎습니까?"

"아니지. 이 북명신공에서 파생된 무공이 몇개 있는데 자네도 들어봤을거야.
흡성대법, 화염신공, 뇌전신공이 그것들이라네. 이중에서도 흡성대법은 그렇
게 대단한 것이 못되지. 초기에 이게 개발되었을때는 많은 사람들이 익혔었는
데 뒷탈이 큰덕분에 요즘은 거의 안익혀. 이 흡성대법은 화염신공에서 분화되
어 나왔지. 화염신공 또한 대단한 무공이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어 이게
본교로 흘러든 후 흡성대법으로 발전했네. 하지만 발전형인데도 흡성대법은
화염신공보다 못하지. 너무나도 진기의 흡수와 그 관리에만 매달리다 보니 본
래의 공격력이 없어졌어. 그때문에 단순히 그냥 내공흡수쪽으로만 더욱 발전
된거야. 그리고 뇌전신공(雷電神功)이 있는데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고 그러더
군. 하지만 익히기가 대단히 힘든 무공이야. 이건 북명신공의 파괴력만을 발
전시킨 무공인데 엄청난 내공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익히기가 힘들고 또한 내
력 소모가 심해서 거의 안익히지. 이것도 본교에 있는데 상층부 고수들은 익
힌다는 소문이 들리더군."

"상층부 고수들이 익힌다면 대단한 무공이겠군요."

"아니야. 모두다 북명신공의 발전형..... 말이 발전형이지 내가 보기에는 퇴
보형이야. 그러니 자네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발해의 문자를 익히게나. 내
내일부터 그에대한 서적을 구해줄테니 익히라구. 북명신공은 본교에 보관되어
있어. 아주 상층부 고수들만이 그 책을 볼 수 있다고 하더군."

"그런데 언젠가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책을 보기위해 글을 새로 익힌다
는 것도 좀 우습군요."

"헛소리 하지말고 익혀. 그리고 자네 다음에 무림에 나가면 여자를 조심하게
나. 여자는 무공을 익히는데 있어 천적이야. 시간을 좀먹지. 나중에 나처럼
나이가 들어서 여자를 탐해도 늦지 않다구."

"히히... 선배님의 나이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여자 생각을 하십니까?"

"헛소리 하지말고 조심해. 그리고 혹시나 외부에 나갈때 적이다 싶으면 무조
건 뜸들이지 말고 해치우라구. 괜히 시간 끌다가 자네의 실력이 탄로나면 상
대도 조심하게 되니까, 처음부터 강공으로 나가는게 최고지. 그리고 증거는
절대 남기지 말라구. 자네의 살인 장면을 본 사람은 모두 죽여버려. 알겠나?
이건 네 스승으로의 명령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쓸데없이 손속에 인정을 두다가 죽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있어. 그러니
자네도 자네보다 고수에게 죽는다면 별문제지만 자네보다 하수에게 죽는다는
건 내 체면이 용서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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