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8 부임(赴任)

3학년2반 | 2021.11.26 10:15:17 댓글: 0 조회: 467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7385
부임(赴任)

묵향은 낙양에 들어섰다. 낙양은 오랜 옛날 수도였던 도시로, 지금도 이 근방
의 교통, 상업, 문화, 군사의 중심지로서 황제가 거하는 중경(中京)으로의 동
쪽 관문이었다. 낙양은 정북원수부(正北元帥府)가 위치하고 있으며 정북 원수
부는 휘하의 20만 정병(精兵)을 이용해 낙양 외곽 수비와 몽고족들에 대한 국
경수비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중경에는 4명의 왕중 한명인 영양왕(英揚王)의
별장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묵향은 우선 낙양성을 약간 구경하고 분타로
가기로 작심한 후 성안으로 들어갔다. 남문을 통해 들어가면서 보니 성문을
지키는 수비병들의 보였다. 수비병의 복장은 그가 보통 보아오던 각 관청에
소속되어 민생치안을 담당하며 유사시에나 출동하는 향방군(鄕防軍;지방군)과
달리 전투를 전담하는 어림군(御臨軍;중앙군)이라 그런지 눈초리가 매서웠고
잘 발달된 근육이 상당한 훈련을 받은 정병(精兵)들임을 무언중에 나타내고
있었다.

어림군(御臨軍)은 향방군과는 달리 각 장군들이 지휘하며, 순전히 전투를 위
해 존재하는 군대다. 이들은 국경을 위시하여 각 지방의 중요 거점, 수도 외
곽을 방위하기 위해서 주둔한다. 어림군은 황제가 통솔하는 중앙정부의 명령
만을 받으며 그 수는 112만에 달한다. 어림군 안에는 10만 정도의 직업군인들
로 이루어진 군대와 5만 정도의 외인군(外人軍;용병)들도 있으며 그 전투력은
통상의 어림군보다 강하다. 어림군은 각 지방의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들
이나 변경의 요새들에 주둔한다. 그 외에 이이제이(以夷除夷;오랑캐로서 오랑
캐를 제압한다.)의 원칙에 따라 교묘한 외교정책으로 국경을 접한 오랑캐들을
적절히 다스려 그들이 연합하지 않고 서로 다투도록 만들어, 오랑캐들의 세력
이 강대해지는 것을 억제하고 있었다.

어림군의 최고 계급은 원수, 대장군, 상장군, 장군의 4계급으로 구분되며 5명
의 원수가 각각 20만명씩의 어림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대규
모 전쟁이 벌어지면 그 지역의 향방군과 대비군(對備軍;예비군 - 각 관청에
소속되며 농한기에만 군사훈련을 받으며 전쟁이 벌어지면 출동하게 된다.),
타 지역에서의 지원군을 통괄 지휘하게 되므로 어떤때는 100만에 가까운 군세
를 1명의 원수가 지휘하기도 한다. 대원수(大元帥)란 직책도 있긴 하기만 통
합된 작전을 위해 전시(戰時)에나 직분이 생기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거의
유명무실(有名無實)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다음 그가 늙어서 은퇴하면 후임
자를 뽑지 않기에 평상시에 대원수란 직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황제가 아닌
다른 한사람에게 군권(軍權)을 집중하면 그만큼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낙양성을 구경한 다음 낙양성에서 나와 낙양성 서쪽으로 길을 잡았다.
낙양의 서쪽 외곽에 천령원(天領院)이라는 큰 장원이 있다. 이 천령원은 부근
에 상당한 면적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든 농토를 소작농에게 대여하
고 있었다. 천령원의 주인인 방대인(龐大人)은 그런대로 소작농에게 후한 편
이라 부근의 주민들에게 평이 좋았다. 그리고 방대인은 엄청난 자금력으로 주
변의 상권의 3할을 잡고 있었으며 많은 장인(匠人)들을 고용해 여러가지 상품
을 만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는 위인이었다. 근래에는 천령표국(天領慓局)
까지 만들어 부근의 물품이나 군수물자(軍需物資) 수송사업에도 참여해 상당
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뒷구멍으로는 전장이나 도박장, 주루(酒
樓) 등을 만들어 고리대금업 등 약간 불법적인 사업을 하여 방대한 돈을 긁어
모았다.

묵향은 천령원을 향해 천천히 말을 몰며 다가갔다. 그가 다가서자 정문을 지
키던 호위무사가 그를 제지시켰다.

"멈추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서 오셨습니까?"

호위무사의 눈초리나 분위기와는 달리 그의 말은 상당히 정중했다. 아마 손님
접대에 대해서 상당히 훈련을 받은 친구인 모양이다. 묵향은 호위무사에게 말
했다.

"방대인을 뵈올려고 왔습니다."

"사전에 약속이 있으십니까?"

"예. 대산(大山)에서 왔다고 하시면 아실겁니다."

무사는 '대산'이라는 말을 듣고 허겁지겁 안으로 통보를 했다. 대산이라 하면
마교의 본타가 있는 십만대산(十萬大山)이 아니겠는가? 봉우리가 10만개나 되
지는 않지만 많은 봉우리를 가진, 절정의 산악에 마교가 뿌리를 내렸고 십만
대산이라 하면 왠만한 멍청이가 아니면 '마교'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험악한 산세와 그 산세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요새들에 힘입어 그 오랜 마교의
전통이 지켜져 내려왔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갔던 무사는 쫓아와서 묵향에게 말했다.

"고삐를 이리 주시고 안으로 드십시오. 오서오십시오. 방대인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는 서둘러 안에있는 하인을 불러 묵향을 안내해 주기를 부탁하고, 또 다른
하인을 불러 말을 마굿간으로 가져가서 정성껏 돌볼것을 지시했다. 그가 하인
에게 호들갑을 떨고있는 것을 보고 묵향이 보다못해 말했다.

"그 말은 내가 아끼는 애마도 아니고 그냥 길을 떠나기 위해 구입한 말이야.
그러니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네. 말에있는 짐은 나중에 내방으로 보내주게
나. 그럼 수고하게...."

"알겠습니다. 대인"

방대인은 들어서는 묵향을 상당히 반겼다.

"어서 오시게. 기다리고 있었네."

"안녕하십니까? 소생은 묵향이라 합니다. 주위를 좀 물리쳐 주실 수 있겠는지
요?"

그의 말을 듣자 방대인은 말했다.

"취월아. 차를 빨리 가져오너라. 잠시만 기다리시게나. 차를 내온 후에 같이
얘기를 나누기로 하지"

묵향과 방대인은 차가 나올때까지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나 기타 별 쓸데없는
한담으로 시간을 죽였다. 일단 차를 하녀가 가져오자 그는 하녀에게 일렀다.

"손님과 조용히 할 말이 있으니 주위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라."

"예, 나으리"

취월이 나가자 묵향이 입을 열었다.

"총단에 왔습니다. 여기 영패와 부임서류가 있습니다."

방대인은 묵향이 내미는 서류와 영패를 보고 난 후 그에게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본타에서는 한가지 사업을 새로이 시작했소. 표국(慓局)을 개설했는
데 이 표국 사업에 본교의 상층부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계시는 중요한
사업이오. 자네는 혹시 표국 사업에 대해 좀 아는 게 있나?"

"표국에 대해서, 아니 일체의 상행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검술 뿐이죠."

"호.... 자네의 말을 듣고보니 큰 힘이 되는군. 표물운송 사업이란게 원래가
신용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보니, 우선 맏은 물건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원하는
장소로 보내줘야 한단 말일쎄. 그런데 곳곳의 깊은 산중에는 산적이나 도적들
도 많고.... 그리고 이곳은 약간 변방이기때문에 치안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
역이라, 이번에 총단에 좀 실력있는 고수들을 보내달라고 했지. 얼마 전에도
30여명 정도 도착했는데... 영 내 마음에는 차지 않더군. 그래 자네 나이는
어떻게 되나? 그리고 그전에 한 일은 뭐고?"

"이제 마흔 셋입니다. 살수로서 흑살대(黑殺隊)에서 일하다가 20년 전에 검수
로 뽑혀 계속 교육을 받았습니다. 20년만에 세상에 나왔으니 세상사에 어두운
편이라 잘 부탁드립니다."

흑살대라는 말이 나오자 거드름을 약간 피우던 방대인 나으리의 안색이 확 변
했다. 흑살대라면 내총관 직속의 암살대다. 뛰어난 인재들만을 보유하고 있었
고 그들의 능력은 엄청나다는 소문을 약간이나마 듣고 있었던 것이다.

"흐.... 흑살대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흑살대에에서 무슨 일을 했나?"

"1급 살수로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1급 살수...."

그러면서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을 꺼내어 닦았다. 그런 후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더니 말을 이었다.

"20년 전에 1급 살수... 셨다면... 대단하시군요. 허허... 몰라뵙고 실수를
저질렀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방대인은 묵향으로 부터 그렇게 대단한 기도가 느껴지지 않자, 총단에서 보내
온 하급무사나 아니면 행정쪽에 뛰어난 인물인줄 알고 처음에는 수하를 다루
듯 거드름을 피우다가 묵향의 신상내력을 알고난후에는 가슴이 철렁내려앉았
다. 표물의 안전한 운송을 위해 고수를 원하긴 했지만 너무 강한 고수가 온
것이다. 20년 전에 1급 살수였다면..... 끅! 그 뒤는 생각 안해봐도 알만하
다. 마교란 본래 무공의 고하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단체다. 그렇기에 그에
게는 더욱 조바심이 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 것은 이자가 상행
위에는 거의 백치나 다름없는 순수 무골(武骨)이라는 점이다. 아마 그때문에
그에게 부타주의 직위를 맡겨 이곳으로 보낸 모양이다. 그리고 본타에서 직접
온 인물인 만큼 자신에 대한 감시자의 임무도 약간은 띠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방대인은 이 평범한 옷을 입고 검은색 반월형의 도(刀)를 차고있는 녀석에게
식은땀이 날만큼 조심에 조심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아마 본타로 돌아간다
면 자신의 바로 윗자리도 아닌 한참 윗자리에 포진할 것이 뻔한 이녀석에게
잘 대해주고 좋은 인상을 주면 나중에 자신의 꿈인 총단으로의 승진에 보탬이
될지도 모르고 또 다음에 유력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표국은 요 근래에 시작해서 꽤 장사가 잘되는 관계로 여기저기에 새로 만들
어놓은 분점(分店)들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흩어져있는 많은 고수들에 대한
통제도 문제고.... 또 제가 벌여놓은 많은 일들도 있어 직접적으로 표국을 운
영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총단과 분타들에서 50여명의 고수들이 새로이 배
치되어왔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죠. 아무래도 대규모의 표물 운송에는 힘이 붙
여 뛰어난 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습지요. 그런데 이렇게 높으신 분이 오셔
서...."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엄연히 부분타주로 왔습니다. 저에게
하대를 하십시오. 그런식으로 말씀을 하시면 껄끄럽습니다. 그리고 수하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구요. 그냥 수하들에게는 고수를 한명 초빙해 왔다고 말하
고 그러니까.... 제 이름은 유향(柳香)이라고 수하들에게 소개 하시죠."

"이거 원.... 그런데.... 자네가 이번에 온 것을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붙여
야 하나?"

"그렇게 해 주십시오. 방대인 같은 경우 믿을 수 있으나 그 나머지는.. 특히
대인의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해주십시오. 그리고 무공이 있으니 수하들에게
의심받지 않고 움직일려면 표두(慓頭)로 행세를 하는게 좋겠군요. 그래야 표
물 운송에도 참가할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리고 지금 이곳에 있는 본교의 고
수들은 얼마나 됩니까?"

"분타 자체의 인원이 1,000여명 정도 되네. 그리고 각 분타나 총타에서 파견
나온 고수들이 100여명 있지. 그중에서 50여명은 요 근래에 도착한 고수들이
네. 그들은 각곳에 배치되어 일을 하고 있지. 전방, 기방, 전당포 등 안하는
일이 거의 없네. 합법적인 사업도 많고 불법적인 사업도 많은데 특히 불법적
인 사업의 경우 무력이 많이 필요하지. 지금 낙양 상권의 3할을 잡고 있는
데... 표국 업무가 정상화되면 그 비율은 더욱 늘어날거야. 표국의 신용이 올
라가면 변방으로 보내는 병참금의 수송에 관여하면 더욱 큰 돈을 벌수있지.
일반 군수물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군의 수송부에서 관할하지만 병참금의 경우
돈에 눈이 뒤집힌 산적들이 덤벼들 가능성이 있어 표국을 이용하지."

"낙양에 이곳 말고 표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표국 5개가 더 있네. 그중 3곳은 작지만 2곳은 상당히 크지. 어차피 그들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렇지만 실지 외부에서 표물을 거의 위탁받지 않더
라도 낙양분타에서 돌리는 물자가 엄청나기때문에 그것만 해도 상당한 일거리
지. 그 외에 변방에서 말이나, 양, 모피 등 많은 물자들을 수입해올 생각으로
있는데 그쪽의 통로가 개척되면 변방으로의 무역로가 열려 막대한 이익을 줄
것으로 생각하네. 그 외에도 인력과 돈만 있으면 정당한 방법으로도 더욱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네."

"집안의 하인들은 어떻습니까? 본교의 인원들인가요?"

"아닐쎄. 지금 원체 사업을 확장해놔서, 그정도 여력이 없어. 기밀이 중요하
기는 하지만.... 아주 중요한 곳에 출입하는 자들과 밀정으로 심어놓은 자들
만 본교의 인물들이지."

"그렇다면 저에대한 비밀을 철저히 유지해 주십시오. 암수에 걸려 목숨을 잃
기는 싫으니까요. 아무리 고수라도 암수에 걸리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 보지
도 못하고 가는것이 정석이니까요. 그리고 대인께서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는
데.... 저는 동자공을 익혀 여색을 가까이하지 못합니다. 만약 어느날 갑자기
제가 여자를 청한다면 그건 가짜라고 보면 옳겠죠. 그리고 또 대인이 저에게
여자를 붙여준다면 그 또한 대인이 가짜라고...."

"알겠네.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가족에게도 안되나?"

"예. 많은 사람이 알수록 비밀이 샐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할 수 없군. 그런데 미리 양해를 구해두겠는데.... 자식들 중에 몇명이 아주
버릇이 고약한 놈들이 있으니.... 그때문에 실례를 범할 수도 있기에 하는 말
일쎄."

"그정도는 상관 없습니다. 상대를 안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제 방은 좀 작은
걸로 해서... 안채와 좀 떨어진 곳이 좋겠는데... 괜찮은 곳이 있습니까?"

"흠... 표사중에 한명이 쓰던 집이 있는데 좀 낡기는 했지만 수리를 하면 쓸
만할거야. 하지만 너무 집이 작아서..."

하면서 방대인은 묵향의 눈치를 봤다. 그로서는 묵향의 취향을 가늠하기 힘들
었던 것이다.

"작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밥을 지어줄 하녀는 제가 구해서 쓸테니 걱정
하지 마십시오. 그럼 오늘은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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