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0 살육전(殺戮戰)

3학년2반 | 2021.11.27 07:40:12 댓글: 0 조회: 408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7776
살육전(殺戮戰)

밤낮으로 소연이를 가르치면서 묵향은 내공을 주로 가르쳤지 검술이나 권술
등은 일부러 조금만 가르쳤다. 묵향은 소연이가 무림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쓸만한 남자를 만나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렇게 평
화스러운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갑작스런 방대인의 호출에 놀라 급히 그에
게로 달려갔다. 그러자 방대인은 다급하게 말했다.

"큰일났네."

"무슨 일입니까?"

"황량산 쪽에서 오던 표물이 산적에게 강탈당했어. 이번의 표물은 군자금을
수송하는 것이라서 본교의 고수를 5명이나 넣었는데도....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나? 자그마치 은자 10만냥(은 3125Kg)이라구."

"누가 손을 댔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군자금을 건드릴 정도로 간큰 도적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 그리고 자네는 온
지 오래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산적에게 털리면 국주가 직접 충분한 예물
을 가지고 가서 사정하며 표물을 돌려주는게 원칙이지. 돌려주지 않는 집단이
있으면 모든 표국의 공동 적이 되어 멸망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이번의 적은
쉽게 돌려주지않을 것 같아서 그러네. 보통 산적의 경우 표사들을 잘 죽이지
않아. 설령 죽인다 하더라도 짐꾼을 죽이지는 않는다네. 그런데 이번에는 모
두 다 죽었어. 호위무사 10명과 짐꾼 30명까지 몽땅 다 죽였다고. 이걸 보면
아마 적은 완전히 증거를 없애 모든 짐을 꿀꺽할 심산인 모양이야.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다 보니 자네를 불렀네."

"우선 조사를 하십시오. 상대가 누군지 알아 보고 저에게 통보를 해 주십시
오. 그러면 제가 본교의 고수 20명 정도를 이끌고 가서 예물을 가지고 한번
접촉을 해보고 안되면 모두 다 없애버린 후 물건을 찾아오면 됩니다. 그것도
귀찮으시면 제가 가서 통보도 필요없이 다 없애버리죠."

1달 후 방대인은 도적들의 거처를 알아냈다. 황령산에서 좀 떨어져있는 대설
산에 똬리를 틀고있는 산적들의 소행이었다.

"대설산의 산적들의 짓임이 밝혀졌네."

"흠... 좀 이상한데요. 아무리 하급이라 해도 본교의 무사 5명이 함께 갔는데
겨우 산적들에게 모두 피살되었다는 게 이상합니다."

"대설산의 산채는 이 부근에서는 제법 큰 규모요. 200명 정도의 도적들이 있
지. 관군이 토벌작전을 벌인다 하더라도 쉽게 전멸시키기는 어려울 정도의 규
모요. 거기다가 외부에서 고수 몇명을 영입하여 같이 해치운 것 같소."

"그렇다면 그 고수들은 어디있습니까?"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명은 아직 산채에 남아있고... 3명은 자신의 몫을 챙긴
다음 떠난 걸로 알고있소."

"그렇다면 총타에 통보하여 그 세녀석을 추적하여 없애버리라고 하십시오. 저
는 20명 정도 데리고 그녀석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주고 오겠습니다. 본교의 고
수들 중에 대설산의 지리를 알고있는자를 한두명 포함시켜 주십시오."

"알겠네."

"그럼 준비가 되는대로 떠나겠습니다."

"예물을 가지고 가겠는가?"

"아뇨. 그냥 기습을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편이 피해가 적을 것 같군요."

"알겠네. 부탁하네."

* * *

묵향은 20명의 고수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일행이 길을 나선지 12일 만에 대
설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묵향은 대설산 가까운 마을의 객잔에 말들을 매어
놓은 후 도보로 대설산에 접근해갔다. 산을 올라가자 과연 산채가 있었다. 그
의 수하들은 모두 다 쓸만한 고수들이었기에 묵향은 길을 따라 올라가지 않고
수풀을 헤치며 올라갔다. 그때문에 산적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산채 가까운 곳
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일단 산채에서 400장(1.2Km) 정도 떨어진 거리
까지 접근할 후 수하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건량(乾糧)을 먹고 좀 쉬어라. 기습은 묘시(卯時) 초(새벽 5시)에 하
기로 하지."

"존명!"

지시를 내린 후 묵향은 건포(乾脯)를 뜯으며 요기를 한 후 휴식을 취했다. 드
디어 묘시 초(卯時 初)가 되자 그는 수하들과 함께 산채에 바싹 접근한 후 지
시를 했다.

"내가 들어가서 공격을 시작하면 도망치는 놈들이 생길거다. 너희들은 사방에
잠복해 있다가 도망가는 놈들은 한놈도 남기지 말고 없애버려라."

"존명"

그는 묵혼을 빼든 후 산채로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전개했다. 묵혼이 휘둘릴때마다 산적의 몸뚱아리가 토막이 나며 떨어져 나갔
다. 그가 순식간에 40여명을 해치웠을때 통나무집 안에서 4명이 뛰어나왔다.
그들은 모두 상당한 고수였지만 가죽을 깁어서 만든 옷을 입은 자의 무공이
제일 떨어졌다. 아마 그가 이 산채의 주인인 듯 했다. 그두목이 외쳤다.

"너는 왠 놈이냐?"

"...."

하지만 묵향은 그의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근처에 모여드는 산적들을 토막내
고 있었다. 그걸 본 두목은 옆의 3명에게 말했다.

"형님들 빨리 저녀석을 없애주시오."

"알겠네."

그 세명이 묵향 근처로 뛰어드는 순간 묵향은 강기를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공력이 약한 2장 내에 있던 산적 3명이 강기의 회오리에 휩쓸리면서 몸의 앞
부분의 옷가지와 함께 피부가 찢어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모진
기합소리와 함께 묵향 부근에 모여있던 산적들과 3명의 무림인들이 토막이 나
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급한 일도 없었기에 묵향은 상대의 무기와 함
께 몸통을 베는 방법을 쓰지않고 무기는 놔둔 상태에서 상대의 몸에만 구멍을
내거나 잘라 나갔다. 적에게 입은 피해가 큰 이상 이녀석들의 무기를 팔아서
라도 약간은 보충을 할 작정이었다.

내부에서 난리가 나자 망루위에 있던 녀석들이 묵향을 향해 화살을 퍼부어댔
다. 묵향은 경공술과 신법을 사용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산적들을 베고
있었으므로 묵향쪽으로 날아온 화살은 거의 없었다. 설혹 날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먼저 눈치를 채고 칼로 막았다. 그러던 중 1개의 화살이 묵향의 등에 맞
았다. 망루에서 쏜 화살 중 한대가 우연히 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화살은 묵
향의 호신강기에 막혀 헛되이 옷에나 구멍을 뚫을까 피부를 뚫고 들어가지 못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산채 밖에서 대기중이던 부하들이 암기를 날려
망루에 있던 산적들을 모두 해치웠다.

일각(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산체 안에는 살아있는 자들은 한명도 없었
다. 묵향의 손에 죽은 인원만 140여명이 넘었다. 그리고 나머지 묵향의 악마
같은 살겁을 보고 반쯤 정신이 나가서 비명을 지르며 탈출을 시도한 60여명도
모두 밖에서 대기하던 부하들에게 살해되었다. 살인의 축제가 끝난 후 묵향은
아직도 산채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혹시 살아있는 놈이 있으면 모두 확실히 숨통을 끊어라. 한놈도 살아 나가서
는 않된다. 시체 밑에 숨은 녀석도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확인해라. 밖에서
부터 하나하나 확실히 처치해라. 죽었다 하더라도 몸뚱이가 두토막이 나지 않
은 시체는 확실히 두토막을 내버려라."

"존명"

밖에서 부하들이 산적의 시체들을 토막치고 있을때 묵향은 오두막 안으로 들
어갔다. 이곳 산채에는 12채의 통나무 집이 지어져 있었다. 묵향은 한채 한채
확실히 뒤져갔다. 5번째 통나무 집에 들어갔을때 침대 위에는 벌거벗은 계집
이 이불로 몸을 감싸며 앉아 있었다. 묵향은 천천히 다가가서 바로 여자의 몸
을 두토막 내어 버렸다. 침대 밑까지 착실하게 뒤져서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
는 것을 확인한 후 묵향은 다음 통나무 집으로 들어갔다. 통나무 집 안에는
14명이 구석에 있었다. 13명의 반은 벌거벗다 시피한 계집들과 산적 두목이었
다. 두목은 칼을 계집들에게 겨누고 발악했다.

"더이상 가까이 다가오면 이년들을 없애버리겠다."

그 모양을 보고 묵향의 얼굴에는 짙은 살기를 띈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천천
히 다가서며 말했다.

"안그래도 죽여버릴 계집들이니 마음대로 하시게나."

인질을 사용하는데도 상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두목은 약간 당황했다. 납치
한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서도 아니라면 도대체 이녀석은 뭣때문에 온 것인가?
그때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천령표국의 부탁을 받고 오셨소?"

"잘 아는군....."

"네녀석이 훔친 걸 숨기기 위해 짐꾼까지 모두 다 죽였듯이 나 또한 자네에게
예물을 주고 부탁하는 순서가 빠졌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죽여야 해. 안그러면 주변의 표국들로 부터 비웃음을 받을게 뻔하
니까.... 이제 소문은 이렇게 날걸쎄.... 천령표국에서 값비싼 예물을 올리고
자네에게 은자를 들려줄 것을 간청했지만 네녀석이 거절해서 할 수 없이 산채
를 토벌한 후 은자를 찾아왔다고....."

말을 하면서 묵향은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얼굴과 분위기를 읽은 두
목은 자신이 도저히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옆에 있
는 이 계집들 역시....

"안돼.."
그의 비명은 순간적으로 끊어졌다. 왜냐고 묻는다면 허파에서 분리된 머리통
은 더이상 비명을 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두목을 없애버린 후 묵향은 나머지
계집들도 모두 다 없애버렸다. 안량한 자비심으로 계집들을 놓아보낼 수는 없
었다. 만에 하나 이들 중에 산적 패거리가 끼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
자 산적도 있으니까.... 묵향의 패거리는 날이 밝을 때까지 주변을 자지않고
계속적으로 감시했다. 혹시나 탈주자가 있으면 큰 탈이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어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하자 그들은 시체를 하나하나 뒤지며 혹시
나 살아있는 놈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완벽히 처리가 되었다는 것이 확인되
자 산적들이 여태까지 약탈해서 모아둔 모든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
다.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표국에서 짐꾼들과 표사들이 도착했다. 묵향은 그들
에게 모든 짐을 맡긴 후 산채를 불태웠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숨은 놈이 있는
지 감시의 눈길을 쉬지 않았다. 산채가불바다가 된 후 일행은 떠났다. 하지
만 묵향은 수하 5명을 데리고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후 기척을 숨기고
천천히 산채에 접근해서 기다렸다.

그날 저녘때가 되어 사방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벌거벗은 여자 1명을 베
었던 그 통나무 집이 있던 곳의 잿더미가 흔들거렸다. 그런후 좀 지나자 안에
서 머리통 하나가 약간 나오더니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폈다. 밖에서 아무런
동정이 보이지 않자, 보따리가 하나 밖으로 던져져 나왔다. 그런 후 한명의
거한이 안에서 기어올라왔다. 거한은 한숨을 쉬면서 나직이 말했다.

"정말 대단한 악귀들이군. 내가 10년에 걸쳐 이룩해놓은 모든 것을 하룻밤 사
이에 없애버렸어. 먼저 큰형님께 찾아가 이녀석들의 잔악상을 말하고 천령표
국에 복수를 해야겠어."

그는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펴보다가 아무런 이상이 없자 안심했다. 그가 투
덜거리면서 고개를 숙여 보따리를 줏어들고 막 걸음을 옮겨 놓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눈앞에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고개를 숙였다 들자 사람이 서 있는 것이다. 그순간 그의 등
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녀석은 어디서 나온거지?'

하지만 그의 생각은 오랜시간 이어지지 못했다. 눈앞이 번쩍하는 느낌과 동시
에 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묵향은 그 괴한이 쓰러지고 난 후 남겨놓은 보따리를 살펴봤다. 그 안에는 금
과 보석 등이 들어있었다. 묵향은 낮은 목소리로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저자의 몸을 뒤져서 돈될만 한건 모두 챙겨라. 그리고 자네는 저 보따리를
들어라. 검은 어떤가? 돈이 좀 될것 같아?"

검을 약간 뽑아 살펴보던 사나이가 말했다.

"보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좋은 도입니다. 꽤 비쌀 것 같은데요."

"좋아. 이제 철수하자."

"존명!"

* * *

사무실에서 묵향과 방대인은 이번에 약탈한 물품에 대한 명세서를 총관에게서
듣고 있었다. 묵향으로서는 계산은 질색이었지만 자신이 가져온 것을 방대인
에게 인수인계를 해야했기 때문에 동석하고 있는 것이다. 총관은 말했다.

"이번에 되찾은 금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은화 8만 5천냥, 금화 50냥, 금화
10냥에 맞먹는 금괴 12덩어리 그러니까 금화 120냥, 진주목걸이2개 합쳐 은
화 1100냥, 보석이 붙은 금반지 9개 합쳐 은화 1200냥, 보석이 붙은 금목걸이
2개가 합계 은화 1150냥, 그 외의 각종 패물을 몽땅 합하면 은화 8430냥, 산
적들의 무기 중 보검 1자루 은화 500냥, 상급의 도(刀) 1자루가 은화 40냥,
상급의 검 2자루 합계 은화 100냥, 그러니까... 여기까지가 은화 10만920냥입
니다."

"그 외에는?...."

"그리고... 나머지 모든 무기류를 합해 계산하면 대략 12350냥, 싯가 50냥인
상급 비단이 60필 그러니까 3000냥, 싯가 384문인 비단이 120필 그러니까 은
화 4608냥, 싯가 25냥인 하급 비단이 100필 그러니까 2500냥, 싯가 12냥인
고급 무명이 240필 그러니까 2880냥, 싯가 10냥인 무명이 120필 그러니까
1200냥, 싯가 8냥 정도의 하급 무명이 150필 그러니까 1200냥, 그리고 쌀이
300석이니까 11520냥, 그 외 잡곡이나 육류 등 나머지 잡다한 것들을 몽땅 긁
어모아서 대충 4750냥, 그리고 전체 산채에서 뒤져서 긁어모은 잔돈이 83456
냥, 그래서 합하면 127464냥! 그러니까 은화 663냥 하고 168냥.... 그러니까
앞의것과 뒤에것을 합하면 총 긁어들인 것이 은화 101583냥 하고 168냥입니
다."

주) 냥(兩)이란 중국의 화폐의 단위가 아닌 무게의 단위다. 그당시 중국은
0.1냥 무게의 구리덩어리로 동전을 만들어 '문'이라 불렀다. 구리와 은과의
환율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심하지만 여기서는 1920문이 은화 1냥으로 했다.
그리고 1냥 무게의 구리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이 동전(銅錢) 1냥이다. 그러니
까 동전 10문이 동전 1냥이란 말이다.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진 주화인 경우
언제나 금, 은을 밝혀야 한다. 서로간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은대 금의 환율은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여기서는 20:1로한다. 그러니까 은화
20냥이 금화 1냥에 해당한다. 여기 나열된 물건의 가격은 그당시 현실을 최대
한 자료를 토대로 반영한 것이니 그런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당시 금과 은의 환율은 1대 20! 그러니까 은화 20냥이 금화 1냥이란 말이
된다. 그렇기에 언뜻 생각하면 은화 십만냥이면 1000관(貫;3125Kg)인데 비해
금화 5000냥(156.25Kg)이면 50관(貫)이니 금으로 운반하는 것이 훨씬 운반하
기가 수월하다. 그러데도 왜 군(軍)에서 그 자금을 덩치크고 무겁게 은화로
부탁했는가 하면 이걸 금화 오천냥으로 운반하면 훨씬 덩치는 작아지지만 그
것을 장병들의 녹봉으로 지급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총관의 계산을 듣고있던 묵향은 약간 안심이 되었다.

"휴... 그런대로 본전치기는 하신 것 같군요, 축하드립니다. 방대인"

"아니야! 관부와 군부에 무마하기 위해 사용한 뇌물들, 산채의 위치를 파악하
는데 들어간 비용, 그리고 지금 3명이 각기 은화 오천냥씩 들고 도망간 모양
인데 이들을 추적하는데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이건 본전치기도 못돼! 만약
놈들을 빨리 잡아서 은화의 일부를 회수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상
당히 믿지는 장사가 될거야. 이보게... 유표두!"

"예!"

"그자들은 은자 오천냥씩 가지고 갔으니 아마도 말이나 나귀 등속에 짐을 싫
고 있을꺼야. 그놈들이 전장(錢場=은행)에서 은표로 바꾸기 전에 잡아내야
해. 수하들에게 지시는 해놨나?"

"예. 산채에서 없어진 은자를 파악한 다음 지시를 했습니다. 전장부터 시작해
서 거액의 은자를 바꾼 자들을 추적해 나갈 것입니다. 그 외에도 묵직한 물건
을 실은자들을 포착하여 수색하라고 일렀습니다. 은자 오천냥이면 50관이나
되는 무게니까 손쉽게 꼬리가 잡힐것입니다."

"안그럴지도 몰라. 어쩌면 어디 산속 깊이 묻어두고 돌아다닐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난감해지는 거지."

그렇게 묵향에게 대꾸한 다음 총관에게 말했다.

"빨리 돈을 만들어 오늘내로 수송을 시작해라. 몽땅 다 팔아버리고 빨리 팔리
지 않을 물건에 대해서는 그 액수만큼 전장(물론 자신이 경영하는)에 가서 돈
을 대출해와라. 그 외에 무기종류는 표국과 호위무사들에게 배급하고 쓸모없
는 것들은 대장간에 팔아버려. 자 빨리빨리 움직여라!"

그런다음 다시 묵향에게 정중히 말했다.

"이번에는 유표두(柳慓頭)가 직접 10명 정도 이끌고 호위를 해 주게나. 시간
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수부(元帥府)에는 협조를 얻어놨으니 별 문
제는 없을걸쎄. 그리고 총관에게 물어보면 좋은 술 20통을 줄테니 그것도 같
이 가져다 주게나. 표물을 전해주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걸 주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 사건이 있은 다음 천령표국의 신용도는 더욱 높아졌다. 천령표국은 표물을
뺐겼지만 예물을 가지고 산채로 갔는데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완전히 산적들
을 토벌하면서까지 되찾아와서 표물을 운송해 줬던 것이다. 그 외에 운송이 2
달 이상이나 지체된 것에 대해 의뢰자에게 약소한 예물을 올리며 정중히 사과
함으로서 모든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여기까지가 강호에 퍼진 소문이었다. 하
지만 실지 산적한테 예물은 주지도 않았고, 순전한 기습적인 살륙전이었는데
다 위약금(약속을 어겼을때의 비용으로 표물 운송대금으로 받은 금액의 2배로
변상해야 한다.)을 내지 않기위해 여기저기 20만냥(약 은화 1040냥)에 가까운
액수를 뇌물로 뿌린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야 약간 지체되었다
하더라도 대규모 운송을 깨끗하게 마무리 지었다는 점을 높이 사서 표물 의뢰
가 쏟아지기 시작해 2달도 안되어 이때 입은 손해를 만회했다.

묵향이 낙양에 도착한지 3년이 지나자 그도 표물 운송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
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천령표국의 경우 소극적으로 산적에 대해 방어
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있은 후 일부 고수들을 동원해 산적의 본거지들
을 소탕해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낙양 부근에 산적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산적을 소탕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도 상당한 액수라 북쪽에 대
규모 산적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소수로 이루어진 가난한 산적들은 아직 남아
있었짐나 이들의 힘으로는 표사들을 헤치우고 표국의 표물을 뺏는다는 것은
꿈도꿀수 없는 일이었다. 낙양분타의 표국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방대한
량의 물품을 운송, 저장하는 그 능력을 바탕으로 낙양의 상권을 점차 침식해
들어가 3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권의 6할을 주무르게 되었다.

묵향으로서는 자신의 할 일이 거의 없어지자 무공수련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거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련으로 소연도 묵향의 얼굴을 거의 못볼 지경이었
다. 물론 소연의 어머니는 묵향이 소연이가 잠든 후 안마를 해주러 올 때 오
랫동안 볼 수 있었지만 소연이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소연이의 경우 표
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16살의 건강하며 아름답고 귀여운 아가씨로 성장
해 갔다. 거친 표사들이 소연이를 보고 아씨라고 존칭을 쓰며 공대하는데는
물론 묵향이 거의 자신의 수양딸처럼 보살펴주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
다. 15살의 생일때 묵향이 선물한 조랑말을 타고 소연이는 열심히도 이곳저곳
을 돌아다녔다. 표사들이 다투어 무술을 가르쳐 주는 바람에 요즘 들어서는
소연이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물론 묵향이 봤을때는 어린애 장난이었지만....

영전(榮轉)

그렇게 평화스런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여름의 어느날 문득 방대인이 수련실에
서 무공수련을 하고있는 묵향을 불렀다. 묵향이 서둘러 가보니 방대인은 흑의
(黑衣)를 입은 중년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중년인은 상당한 고수
로서 은근한 마기를 풍기고 있는 걸로보아 아마 총단에서 온 인물인 모양이
다.

"대인(大人)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묵향이 의례적인 인사를 하자 대인은 기겁을 한 듯이 놀라 도리어 인사를 했
다.

"대인의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어서 앉으십시오."

어리둥절해서 묵향이 자리에 앉자, 흑의를 입은 중년인이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셨습니까? 총단에서 연락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번에 성취하신 공적에
대해 총단에서 대단히 만족해 하고 계십니다. 이것을 읽어 보시지요."

서신을 뜯어보니 그 안에는 총단으로 돌아오라는 명령과 함께 천랑대(千狼隊)
의 백인대장(百人隊長)으로 임명한다는 임명장과 그 명패가 함께 들어있었다.
천랑대라면 마교서열 12위 천리독행(千里獨行) 철극광(鐵極光)이 지휘하는 단
체다. 철영(鐵營)은 천리길을 혼자 달릴 수 있다 하여 외호가 천리독행인 그
는 자를 극광(極光)이라 붙였을 정도로 경공술의 달인이다. 천랑대는 엄청난
1000여명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실지로는 정확히 1000명은 아니고 또 그
들은 각기 서열이 정해져 있다. 그 안에는 십인대장(十人隊長)과 백인대장의
직책이 있다. 천랑대는 마교가 자랑하는 5개의 강력한 무력단체 중의 하나인
만큼 그 안에 소속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며 그 권한과 힘도 막강하다. 그
중에서도 백인대장 급으로 발령을 받았으니 분타주라 해도 그 서열은 까마득
하게 차이가 난다. 앞의 두명이 그에게 존대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언제까지 총단에 가면 되나?"

"여러가지 정리할 점도 있으실테니 2달 이내로 오시면 됩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묵향은 편지를 품속에 갈무리한 다음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총단에서 보기로 하세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타주"

"예"

"지금 돈이 여유가 좀 있나?"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지금 내가 돌봐주는 모녀를 독립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그리고 돈은 얼마나 들까?"

"모녀에게 가장안전한 방법은 땅을 많이 사주고, 그 땅을 소작에 붙이는 겁
니다. 그런다음 그 돈으로 생활하면 되죠. 지금 있는 곳도 괜찮지만 마음에
안드시면 치안이 좋은 곳에 한채 새로 장만하면 될겁니다. 별로 돈도 안들구
요."

"그렇게 하기로 하세. 자네가 좀 알아봐주겠나?"

"알겠습니다. 맏겨만 주십시오."

묵향은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보니 소연은 망아지를 타고 밖에 놀
러가고 없었다. 작은 집에 살기는 하지만 풍족한 살림이었다. 소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묵향에게 매달려 귓속말로 소곤소
곤 부탁하곤 했다. 만약 큰 소리로 부탁하다 엄마의 귀에 들리면 잔소리를 듣
기때문에 애교를 부리며 귓속말을 하면 그녀의 소원은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묵향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
으면 사서 표사를 시켜 집으로 보내줬으므로 소연은 집은 초가집이었지만 걸
치고있는 옷차림은 대가집 아가씨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소연은 해질녘이 되어 돌아왔고 셋은 방에 모여 식사를 했다. 소연의 어머니
는 묵향과 같이 산지 3년이 흘러 둘의 사이는 밤에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는다
는 것과 언제나 '나으리'로 부른다는 것 뿐 거의 부부와 마찬가지였다. 오래
간만에 식사를 하면서 모녀와 같이 늦게까지 정담을 나눈후 묵향은 잠자러 옆
방으로 가는 소연에게 말했다.

"내일은 모두 함께 갈데가 있으니까 밖으로 나가지 말아라."

그러자 소연이는 조금 과장되게 우는 소리를 하며 애교띈 투정을 했다.

"이잉... 친구들하고 약속을 했는데..."

"소용없어. 내일 함께 가볼데가 있으니 밖에 나가지 말아라."

묵향이 드물게도 엄하게 말하자 소연은 군말없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어
쨋건 이집의 가장(家長)은 묵향이었으니까.....

다음날 점심때가 가까워서 표국에서 표사가 뛰어왔다. 그는 두툼한 봉투와 궤
짝 1개를 묵향에게 전해준 후 표사는 묵향과 모녀를 데리고 새로 생긴 넓은
농토를 보여주며 소작농들과 인사를 주선해 줬다. 그런 후 그들은 낙양 시내
로 들어갔다. 4명은 식당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한 후 표사의 안내로 한 기와
집으로 갔다. 기와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 아담하
고 운치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1명의 하녀도 있었다. 그녀는 방대인이 급히
구해서 보내준 믿을 수 있는 하녀였다. 기와집 안을 구경한 다음 묵향에게 물
었다.

"이게 이제부터 우리 집이에요?"

"그럼. 네가 좋은 방 1개를 골라라. 이제 너도 다 컸으니 어머니와 한방을 쓸
수는 없지 않겠냐?"

"와아!....."

소영은 환성을 지르며 방을 고르려고 뛰어 들어갔다. 소연이 들어가고 나자
묵향은 소연의 어머니에게 두툼한 봉투를 주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것은 집문서와 땅문서요. 잘 보관하도록 하시오."

"예, 나으리."

"옛 집에서 물건들을가져다가 쓰던지 아니면 새로 장만해서 가구와 집기들을
들여다 놓으시오. 소작준 땅에서 나오는 돈만 해도 충분히 살고도 남을거요.
그리고 소연이 시집도 보내야 하니 약간씩 저축도 해두는 것이 좋겠소."

"예, 나으리. 그런데 어제부터 나으리의 안색이 좀 평상시와 다른것 같습니
다. 몸이 좀 않좋으십니까?"

"아니오. 안의 방은 적절히 분배해서 당신이 사용하면 될것이고 집 뒤편에 작
은 마굿간이 있으니 거기에 조랑말을 넣어두면 되오."

그런다음 묵향은 작은 상자와 돈이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 주머니에 들있는 돈이면 충분히 올해 수확할때까지 쓸 수 있을거요. 그리
고 이 상자에는 금화 3개가 들어있소. 이건 잘 보관해 뒀다가 소연이 결혼식
때 보태쓰시오."

금화 3개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것은 은자 60냥이니 보통 한 식구가 1년 생활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은화 5냥이 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액수인
것이다. 소연이 어미로서는 평생에 만져보기는커녕 구경도 하기 힘든 거금이
었기 때문에 묵향의 말을 듣고 경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으리,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나는 내일 길을 떠날거요. 아마 다시는 만나기 힘들거요. 물론 죽으러 가는
길은 아니오. 다만 외인들과 단절된, 그래서 당신네 모녀들과는 같이 갈 수가
없소. 여러가지로 준비를 한 것이니 이정도면 아마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거요. 당신과 소연이는 이곳에 계속 있으시오. 표국에서 초가집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이리로 보내 줄거요. 그럼 안녕히 계시오."

"나으리.....흐흑.."

"소연이를 잠시 불러 주시겠소? 작별인사를 하고싶소."

그러자 잠시 후 소연이와 그녀의 어머니가 같이 나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계
속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소연아. 이번에 나는 오랬동안 여행을 해야 할 것 같구나. 몇달 정도 걸릴
것 같으니 어머님 말씀 잘 듣고 얌전히 지내야한다. 알겠지?"

"예"

원체가 묵향은 자주 몇칠, 또는 몇주일씩 산적사냥을 한답시고 돌아다녔으므
로 소연이는 그가 오랜 여행을 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는 떠나는
묵향을 향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묵향도 같이 손을 흔들어
답을 하며 표국으로 돌아왔다. 표국에서 묵향은 여행에 필요한 돈과 말을 방
대인으로 부터 받은 후 곧바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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