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묵향 13 비무의 결과(結果)

3학년2반 | 2021.11.27 07:45:00 댓글: 0 조회: 620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7779
비무의 결과(結果)

묵향과 그 노인은 밤새워 얘기를 나눴다. 거의 대부분은 무공에 대한 것이었
지만 무공외의 얘기도 많이 오갔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그뿐으로 서로의 신
상이나 주변의 얘기는 일체 없었다. 그들은 술을 조금씩 마시며 동이틀때까지
얘기를 나눴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
들의 대화는 대단히 높은 경지의 무공에 대한 것들이었고, 그들이 이해하기는
너무나도 힘든 부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노인과 묵향은 신이나서 서
로의 이론에 반박하기도 하면서 대화는 계속되었다. 노인이 사는 곳에서 해지
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는 탁 트여 해뜨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모두는 하던 대화를 멈추고 그 장관을 혼이 나간 듯이 즐겼다.
해가 완전히 나오자 노인은 다시 물었다.

"자네는 좋은 검을 만들어 나가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러자 갑자기 묵향은 안색이 약간 굳어지며 말했다.

"그 질문의 대답은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차선(次善)의 대답은 해드릴 수
있죠. 모두 잊으면 됩니다. 완전히 잊으면 좋은 검이 만들어질 겁니다."

"모두 잊는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실행이 불가능한 대답이군. 그럼 최선의 답
은 뭔가?"

"그건 제가 구상중에 있는 검법의 서문(序文)이기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 검법은 아무에게도 알려줄 생각이 없거든요."

"다음에 받을 제자에게도 말인가?"

"저는 제자를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무공의 끝이 어딘지 알고 싶을 뿐
입니다. 계속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다가 늙어 죽을 생각입니다."

"대단한 친구군. 그렇다면 구상중인 검법의 이름을 좀 알려줄 수 있겠나? 참
궁금하군."

"무상검법(無上劍法)이라 지었습니다."

"대단히 광오한 명칭이군. 무상(無上)이라. 더 이상의 검법이 없다는 말이
니...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하네 그려."

"좀 있다가 보시게 될겁니다."

"그 무상검법은 몇가지 초식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고정된 초식은 없습니다."

"초식이 없다구? 그렇다면 어찌 검법이랄 수 있나?"

"무초식의 초식을 내포하고 있죠. 초식이 있다면 그걸 역이용한 대응 무공이
나오게 되어있죠. 하지만 초식이 없기에 그것이 무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검법은 어떤 형태로 되어있나?"

"지금까지는 총 4개의 장(章)으로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더 늘려갈 생각입니
다."

"그걸 간단히 알려줄 수 있나?"

"어려울 것 없죠. 1장은 검기(劍氣), 2장은 검풍(劍風), 3장은 어검(御劍),
4장은 검강(劍剛)입니다. 실질적으로는 검을 이용했다 뿐이지 검법도 아닙니
다. 하지만 그렇게 이름붙이고 싶어서 불렀을 뿐입니다."

"전설적인 무공들이 모두 망라되어있군. 더욱 구미가 당기는군. 자네도 여태
껏 기다리느라 진이 빠졌을테니...... 령아. 내 검을 다오."

그러자 홍의소녀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검을 말씀입니까?"

"오냐."

홍의소녀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고검(古劍) 1자루를 가
지고 나와 노인에게건넸다. 그러자 노인은 검을 천천히 뽑아 묵향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내가 이녀석을 30여년 전에 우연히 구해 아직도 애지중지 하고 있다네. 아주
대단한 보검이야. 내 손에 들어온 것을 나는 아직도 감사한다네. 어떤가?"

"아주 훌륭한 검이군요. 검신이 곧은 것이 산악(山岳)의 기운을 담고 있으니
대단한 보검이라 생각됩니다. 그 검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요?"

"패왕검(覇王劍)이라네. 일반적인 보검과 같은 예기가 없어 보통 검처럼 보
여, 나도 처음에는 이녀석의 진면목을 잘 알아보지 못했지. 하지만날이 갈수
록 마음에 드는 녀석이라 내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지. 자네의 검은 어떤 것인
가?"

"제것은 그냥 정강(精剛)으로 만든 보통 검입니다. 아주 오랜세월 정이 들었
기에 그냥 사용하고 있을 뿐이지 뭐 보검도 뭣도 아니죠. 하지만 아주 제 마
음에 쏙 들게 잘 만들어진 검입니다."

묵향은 묵혼을 꺼내어 보이며 말했다.

"짧은 검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전에는 검자루의 길이가 1척이나 되어 그걸로 사람의
눈을 현혹하길 즐겼지만 지금은 그것도 귀찮아서 잘라버려 보통 검보다 약간
긴 정도일 뿐이죠."

"1척이라. 대단하군. 확실이 자루가 1척이나 된다면 보통 고수가 아니고서는
간격을 잡기가 힘들지. 그럼 이제 자네의 실력을 보고싶군. 이리 따라오게."

두명이 일어서자 모두들 따라 일어섰다. 그걸 본 노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여기에서 구경하는 게 좋겠군. 우리는 저 밑에서 비무를 할테니
까.... 정(靜)아. 너는 만약에 이 아비가 죽더라도 복수할 생각을 말아라. 이
것은 비무일 뿐 그 무엇도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서진(徐眞)아."
"예. 사부님"
"내가 죽으면 이 패왕은 너가 가져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그것은 사부님의 신물(信物)인데 어찌 제자가 감히."
"이건 장문인을 나타내는 신물이 아니다. 그냥 내가 애용하던 검일뿐. 너는
아직 미숙하나 그 기상과 기운이 나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에 이걸 너
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걸 가지고 정이를 도와주도록 해라."
"예, 사부님."

노인은 천천히 묵향의 뒤를 따라 내려와 오두막 밑에있던 밭의 가운데에 섰
다. 밭은 평평하고 제법 넓직해 20장 정도의 넓은 비무장을 제공해 주고 있었
다. 노인은 성큼성큼 걸어가 거의 묵향과 7장(약 21M) 거리까지 떨어진 다음
천천히 검을 뽑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 보자구."

고수들이 사용하는 강력한 무공들의 경우 거의 강기 계통을 사용하여 상대를
공격하기에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결투가 시작된다. 묵향도 검을 천천히 뽑은
후 정안으로 겨누어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예의는 필요없이 처음부터 살수(殺手)를 쓰기로 하죠."

언제나 실전이 아닌 비무에서는 예의가 있다. 비무라는 말이 나오면 동년배끼
리는 서로 3초를, 후배와 선배가 상대할 때는 선배가 3초를 양보한 다음에 본
격적인 대결이 시작된다. 말과 동시에 묵향의 몸 주위로 푸른색 구름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노인은 대경해서 말했다.

"검강! 대단하군. 이런 식으로 검강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본적이
없네. 이것도 무상검법인가?"
"예. 지금것은 4장 3절, 망강(網剛;강기의 사슬)이라는 것입니다. 수비에 효
과적이죠."

그러자 노인은 앞으로 달려나오며 우렁찬 목소리로 기합을 토했다.

"으얍"

그와 동시에 강맹한 초식이 펼쳐졌고, 노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의 회
오리와 푸르스름한 안개가 부딪치며 불꽃을 튕겼다. 하지만 약간 갈라지던 안
개는 곧이어 원상태로 돌아갔다. 이걸 본 노인은 신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대단한 보호력이군. 뚫고 들어가기는 힘들겠어."

그러자 안개 저편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노야(老也)의 능력이라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겁니다. 괜히 투덜거리지 마
십시오."

그와 동시에 노인은 앞으로 뛰쳐 나오며 외쳤다.

"묵룡세(墨龍勢)!"

그와 동시에 노인의 검에서 십여가닥의 강력한 강기가 뇌전처럼 뿜어져 나오
며 안개를 찢어놓기 시작했다. 강기와 강기가 부딪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검강, 검기의 회오리가 일어났다. 검강의 사슬인 경우 얇고 가는 가슬이 두텁
게 연결되어 있기에 강력한 검기라 하지만 뚫고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강기의 사슬을 찢는데 성공하자 노인은 즉시 묵향에게 검을 찔러넣
으며 외쳤다.

"용신세(龍身勢)"

패왕검은 웅웅거리는 검음과 함께 푸르스름한 빛을 띄면서 묵향을 향해 덮쳐
왔다. 수십마리의 용들이 자신을 덮쳐오는 환각이 일어날 정도로 푸른 빛을
띈 패왕검이 묵향을 향해 순간적으로 10여번 전신요혈을 향해 찔러왔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검기가 함께 일어나며 묵향의 전신을 덮쳐왔다. 이때 묵향이
"3장 1절, 어검"이라는 말을 낭랑히 말함과 동시에 평범하던 묵혼검에서 푸른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상태로 묵향은 묵혼을 들어 찔러들어오는 패왕검의
검초를 막았다. 몇번 패왕검의 검초를 몸에서 약간씩 빗나가게 흘려보냈다.
이때 묵향의 어검술과 노인의 막강한 검기가 부딪치며 엄청난 폭음과 함께 회
오리가 일어났다. 노인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순간 묵혼검과의 사이에
서 일어나는 회오리와 같은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튕겨나가며 외쳤다.

"비룡세(飛龍勢)"

그와 동시에 빛이 나는 패왕검은 노인의 손을 떠나 막 노인을 추격하려는 묵
향을 향해 빛과 같은 속도로 찔러 들어갔다. 묵향은 찔러 들어오는 패왕검을
옆으로 쳐내며 노인을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튕겨나간 패왕검은 타원을 그
리며 다시 묵향을 향해 덮쳐왔다. 묵향은 그것을 보고 나지막히 말했다.

"3장 2절 이기어검"

그와 동시에 묵향의 손에서 묵혼이 빠져나가 어기동검술(御氣動劍術)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패왕검과 공중에서 부딪쳐 나갔다. 묵향은 묵혼이 자신의 손에
서 떨어져 나간 그 순간 노인이 있는 곳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면서 "4장 1
절, 통강(通剛)" 그와 동시에 그의 장심(掌心)에서 푸른색의 길쭉한 용과 같
이 생긴 것이 노인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것을 본 노인은 대경해서 옆으로
피했다. 노인이 옆으로 피해 나가자 묵향은 이번에는 손을 수평으로 그으면서
말했다.

"4장 2절, 절강(絶剛)"

그러자 그의 손에서 푸른색의 반월형과 비슷한 물체가 노인이 피해나간 위치
를 향해 광범위하게 날아왔다. 거의 동시에 노인은 위로 몸을 날렸다. 노인의
신발 아래쪽으로 아슬아슬하게 그 반월형의 물체가 날아갔고 그것이 밭의 바
깥부분에 있던 나무들에 맞자 일순간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곧이어 나무들
이 밑동이 잘려서 쓰러져 나갔다. 수십그루가 잘려 나가는 걸로 보아 그것의
위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노인이 위로 떠오르자 묵향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인이 날아오르는 위치에 손
을 뻗으면서 말했다.

"4장 1절, 통강"

그러자 이번에도 길쭉한 푸른색 용이 각각 그의 양손에서 노인이 있는 위치로
쏘아져 나갔다. 노인은 그걸 보고 외쳤다.

"좋군! 부룡장(浮龍掌)"

노인은 오른쪽 상방을 향해 장풍을 발사하고 그 힘에 의지해서 옆으로 떨어져
내리며 묵향의 공격을 피해냈다. 화경의 고수라면 능공허보를 펼칠 수 있다.
공중을 걸어다닐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갑작스럽
게 빠른 움직임은 불가능하므로 그런 동작이 필요할때는 장법(掌法)을 써서
그 반동을 많이 사용한다. 노인은 땅에 착지하자마자 묵향을 향해 손가락을
오그리며 외쳤다.

"탄령지(彈翎指)"

그와 동시에 열손가락에서 각기 지풍이 뻗어 나오며 묵향을 덮쳐 왔다. 그러
자 묵향은 오른손을 들어 노인을 향하면서 말했다.

"2장 1절, 잠룡풍(潛龍風)"

묵향의 손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곧이어 노인의 손에서 뻗쳐 나온 10
줄기의 지풍은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며 굉음을 울렸다. 노인은 옆으로 피하면
서 외쳤다.

"무형(無形)의 권풍(拳風)인가?"
"아닙니다. 그냥 검풍(劍風)일 뿐이죠."

그러자 노인은 대경해서 외쳤다.

"그럼 여태까지 사용한 모든 것이 장법(掌法)이나 권법(拳法)이 아니라 모두
검법(劍法)이란 말인가?"
"일정 실력을 벗어나면 한낫 풀뿌리도 검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왜 사람 몸속
의 뼈는 검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까?"
"오호라. 묘(妙)하군 묘해."

그와 동시에 묵향은 저쪽에서 서로 아직도 패왕검과 싸우고 있는 묵혼을 불렀
다. 노인과 묵향은 정신과 진기를 잘 조절해 사용했기에 두 검은 아직도 싸우
며 서로의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견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묵혼이 묵향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자 뒷따라서 패왕검도 다가왔다. 묵향은 묵혼을 쥐자자마
외쳤다.

"1장 1절, 탄(彈)"

그와 동시에 묵향으로부터 엄청난 기운이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거의 강풍과
같기도 했다. 그 강렬한 반탄력에 밀려 주위 3장 안의 밭에 심어져 있던 콩
줄기와 흙이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노인이 그 튕겨져 나가는 힘을 막기 위해
앞으로 자세를 잡으며 버티자 곧바로 묵향의 음성이 들려왔다.

"1장 2절, 흡(吸)"

그와 동시에 노인은 엄청난 흡인력(吸引力)에 안그래도 앞으로 쏠렸던 힘이
가세하여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묵향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묵향의 말소
리가 들렸다.

"4장 1절, 통강"

노인은 그 말뜻이 뭔지 알고 있었기에 그 말과 동시에 위로 뛰어올랐다. 노인
의 발 밑으로 묵향이 발사한 강기가 지나가는 걸 느끼고 식은땀이 흘렀다. 비
무가 아니었다면 실지 이런식으로 자신이 사용할 초식을 알려주며 대결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걸 알려주지 않고 구령과 실질적인 무공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지만 않았어도 노인은 이미 저세상에 갔을 것이다. 노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수세에 몰리자 노인의 제어(制御)를 잃은 패왕검은 묵향의 옆에 떨어
져 땅에 꼽혔다. 만약 노인이 이때 패왕검을 계속 사용하여 묵향을 밀어붙였
으면 이정도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인은 그런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고
있을 때 묵향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1장 3절 파(破)"

그와 동시에 묵향의 위로 솟아오른 노인의 복부쪽으로 엄청난 검기의 회오리
가 몰아쳤다. 노인은 순간적으로 손을 아래로 내리며 외쳤다.

"비룡파(飛龍破)"

그와 동시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노인이 뿜어낸 장풍과 묵향이 뿜어낸 검기가
부딪치면서 토해낸 반탄력에 의해 몸이 더욱 높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노
인의 애검 패왕검이 위로 떠올라 노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노인은 검을 잡음
과 동시에 외쳤다.

"파룡세(破龍勢)"

그와 동시에 수십가닥의 강기가 묵향의 머리위에서 날아왔다. 하지만 묵향은
옆으로 피하는 대신 그냥 가만히 있었다. 노인은 이때 묵향의 목소리를 들었
다.

"1장 4절 방(防)"

노인은 묵향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던 수많은 검강들이 묵향 주위 반장 정도
거리에서 더 이상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막히는 것을 보았다. 노인의 강기들
은 묵향이 꼭 반원형의 보이지 않는 막을 친 것처럼 더 이상 안으로는 들어가
지 못했다. 묵향의 주위는 엄청난 량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강기들이 땅에
부딪치면서 일으키는 폭발로 좌욱한 먼지가 일어났다. 묵향은 노인의 일격을
받은 후 천천히 검을 노인쪽으로 올리며 말했다.

"2장 2절, 파황풍(破荒風)! 3장 2절, 이기어검"

그러자 묵혼이 묵향의 손에서 떨어져 나가며 맹렬한 기세로 노인을 향해 날아
왔다. 노인은 묵향이 2가지 초식을 사용한 것을 알고 있지만 새로운 초식은
아무런 느낌도 그에게 주지않았다. 노인은 푸른 빛을 발하며 덮쳐오는 묵혼
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2장은 검풍, 검기와 검풍은 검강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검강이 가장
강하나 눈에 보이기에 막을 시간적 여유가 있고, 검기는 그 위력이 약하기에
내 호신강기를 뚫지 못한다. 하지만 검풍은 보이지도 않으면서 그 위력은 강
기에 떨어진다고 하나 그래도 엄청나지.... 대신 검풍은 검강보다 속도가 떨
어지는데 약점이 있지. 이녀석이 지금 뭘 하려는지 알겠다.'

생각이 정리되자 그는 지체없이 몸을 오른편으로 꺽으며 왼손으로 장풍을 발
사하며 그 반탄력으로 더욱 속도를 내어 사지(死地)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빠져 나왔다. 이때 묵혼이 따라오며 그를 괴롭히자 그는 다시 묵혼을 향해 검
을 던지며 외쳤다.

"비룡세"

그와 동시에 땅에 내려선 노인은 옆의 풀줄기를 뽑아들며 외쳤다.

"묵룡세(墨龍勢)"

그와 동시에 휘둘러진 풀줄기에서 수십가닥의 강기들이 묵향을 향해 날아갔
다. 묵향은 그 강기를 피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다음 노인을 향해 오른
손을 뻗으며 외쳤다.

"1장 5절, 박(縛)"

그런다음 왼손을 뻗으며 외쳤다.

"2장 2절, 파황풍(破荒風)"

노인은 묵향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또다시 새로운 2가지 초식이 나왔군. 도대체 뭔지 모르지만 일단 피하고 보
자'

생각은 찰나. 노인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생각만 옆으로 몸을 날렸을
뿐 어떤 끈적끈적한 아교 같은 것에 몸이 완전히 갖힌 것 처럼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대경했다.

'이것이 1장 5절 박인 모양이군. 정말 사로잡힌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
하군. 하지만 이제 곧 검풍이 닥칠 건데......'

노인은사력을 다해 외쳤다.

"풍룡세(風龍勢)"

그와 동시에 노인이 가진 풀줄기에서 초식에 따라 엄청난 검기가 뿜어져 나왔
고 그 검기들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던 기운과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노인은 잠시 몸이 자유스러워짐을 느꼈다. 이때를 이용해 노인은 옆으
로 5장 가량 도약해 움직인 다음 외쳤다.

"백룡세(白龍勢)"

이걸 본 묵향이 나직이 말했다.

"대단하시군요. 여태껏 박을 뚫을 수 있는 고수는 없을거로 생각했는데...."

하지만 묵향도 한가하게 말할 처지가 못되었다. 말이 백룡이지 100마리는 안
되겠지만 거의 그정도는 될것같은 수없이 많은 강기들이 노인의 몸에서 뿜어
져 나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면서 유선형으로 움직여 모든 강기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묵향에게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대단한 초식입니다. 1장 4절 방"

이들의 대결을 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다 손에 땀을 쥐었다. 묵향과
노인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노인의 말과는 달리 묵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노인이 외치는 목소리만 쩌렁쩌렁 계곡을 울리고 있었
다. 이들의 대결은 정말 대단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초식들이 강호
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높은 수준의 무학이었고 서로의 검기와 검강이 부딪치
며 튕겨나오는 강기의 회오리에 주변의 숲과 땅이 초토화가 되고 있었기 때문
이다. 그걸 보고 여정(呂靜)이 사제들에게 말했다.

"잘 봐 두거라. 아버님께서 목숨을 걸고 우리들에게 보여주시는 보배와도 같
은 무공들이다. 아버님도 대단하시지만 저사람도 대단하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예. 사형. 사부님께서 저토록 고생하시는 상대는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저
자의 능력은정말 대단하군요."
"무상검법이라길래 무슨 이름이 그렇게 대단한가 했더니 정말 보기 드문 검법
입니다. 사부님의 10성에 이르는 창룡검법(漲龍劍法)에 저정도로 버티는 사람
이 있다는 것이 기적입니다."
"하지만 창룡검법은 익히기가 너무나 힘든 검법이다. 초식의 대부분이 검기나
검강을 주축으로 상대를 공격하기에 엄청난 공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그래
서 대부분이 시작도 못해볼 정도고 여태까지 그 검법을 10성까지 익히신 분은
본문에서 두 분 밖에 없으셨어. 너무나도 난해한 검법인데 그걸 막아내다
니..... 저자의 검법도 대단하군."

말을 나누면서도 초가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눈은 두사람의 움직임을 주시하
고 있었다. 이들의 검법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다음에 이 검법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대단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둘의 검법은 거의가 일정한 틀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강기의 발사를 주무기로
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근거리에서 정신없이 공격하여 강기를 발사하지 못하도
록 막는 외에 표족한 수가 없음을 모두들 느끼고 있었다. 이때 두사람의 비무
는 끝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묵향의 공격을 피한 노인은 묵향의 3장 거리로 순간적으로 다가가며 외쳤다.

"뇌룡세(雷龍勢)"

그와 동시에 노인의 검에서는 번개와 같은 강기가 뻗어 나오며 사방을 뒤덮었
다. 묵향이 시전하는 망강(網剛)과도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좀더 강기
의 두께가 두껍고 강력하지만 안개와 같이 촘촘하지는 않고 빈틈이 많은...
그러니까 방어 위주의 망강보다는 근거리에 다수의 적을 공격하기 위한 초식
인 모양이었다. 묵향은 뇌전과 같은 강기가 노인의 몸에서 뻗어 나오자 뒤로
후퇴하지 않고 노인의 몸으로 뛰어들어가며 외쳤다.

"4장 3절, 망강! 3장 1절, 어검(御劍)"

그와 동시에 묵혼에서 뻗어나온 망강과 패왕검에서 뻗어나온 뇌전과 같은 강
기가 부딪치며 엄청난 소음과 반탄력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
고 묵향은 더욱 접근해 들어오며 푸른색으로 이글거리는 묵혼으로 너무나 강
해서 망강을 뚫고 들어오는 강기들을 잘라내며 노인에게 접근했다. 그와 동시
에 강기를 잘라내기 위해 밑으로 내려갔던 검을 위로 쳐올렸다. 노인은 대경
하며 외쳤다.

"묵룡세(墨龍勢)..."

하지만 노인의 초식은 이어지지 못했다. 묵향의 검은 너무나도 빨리 노인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노인은 초식을 펼칠 시간이 없자 최대한 검에 기를 주
입하여 묵혼을 막았다. 그와 묵혼과 패왕검이 부딪힘과 동시에 묵향은 그 반
탄력을 이용하여 노인의 다리로 묵혼을 베어나갔다. 노인은 뒤로 물러나며 묵
향의 목을 찔러왔다. 묵향은 피하며 노인의 팔을 베어나갔다. 이런 식으로 물
고 물리는 근접전이 펼쳐졌다. 이런 난투극이 벌어지면 뛰어난 감각과 시력,
순간적인 판단력, 빠른 검놀림과 경공술이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의 초식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묵향은 어검술을 사용하지만 자신은 초식
을 사용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상당한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 대신 노인의 패
왕검은 보검중의 보검이라 기를 주입한 상태만으로 묵향의 어검술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검이 묵혼과 같은 일반적인 정강으로 만든 검이라면 벌
써 검과 함께 몸이 두토막이 났을 것이다.

'이 상태로는 내가 불리해. 약간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몸을 뒤로 빼면서 비룡
세를 펼칠 수 있는데....'

하지만 그 약간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은 왼손을 이용해서
허리에 차고있는 검집을 뽑아냈다. 이 검집으로는 어검술을 막을 수 없지만
패왕검으로 어검술을 막고있는 사이 이걸로 상대의 몸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
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노인의 오른손과 왼손은 따로 놀기 시작했다. 오른손
의 패왕검으로 묵혼을 막으면서 왼손에 쥔 칼집을 움직이며 외쳤다.

"뇌룡세"

그와 동시에 칼집에서 번개와 같은 강기가 뻗어 나오기 시작하자 묵향은 급히
왼손을 앞으로 들이밀며 외쳤다.

"4장 4절, 수강(守剛)"

그러자 묵향의 왼손이 팔뚝까지 푸른 강기에 뒤덮였다. 그런다음 왼손을 강기
가 뻗어나오는 노인의 검집을 향해 뻗었다. 묵향의 손과 뇌전의 검강이 무딪
치자 불꽃이 일어났다. 묵향은 더욱 손을 뻗어 검집을 움켜 쥐었다. 검집이
잡히자 묵향은 나직이 말했다.

"2장 3절, 측파풍(側破風)"

그와 동시에 노인이 쥐고있던 검집에서 검풍이 일어나며 노인을 강타했다. 순
간적으로 노인의 검집을 쥐고있던 손이 팔목까지 터져나갔다. 노인은 엄청난
충격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검을 중심으로 측면으로 강
렬하게 뻗어나온 검풍의 회오리가 노인의 왼손을 손목까지 피떡을 만들고도
모자라 호신강기를 파괴하면서 너무나 강렬한 타격을 입혔던 것이다. 노인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 나가자 묵향도 따라서 튀어 오르며 쫓아갔다. 노인
이 회전하며 중심을 잡기도 전에 번쩍하며 묵혼이 푸른 빛을 토해냈다. 그걸
로 끝이었다. 쓰러진 노인의 옷은 아래에서 위로 완전히 찢어져 있었고 바지
는 동강이 나서 아래로 내려가버려 성기(性器)까지 드러나 있었다. 몸의 아래
위로 붉은 선(線)이 그어져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뿐 그 외에는
거의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쓰러지자 제자들이 아우성치며 위에서부
터 달려 내려왔다. 그들은 검을 뽑아 묵향을 막으며 사부를 보호하려고 했다.
이때 노인이 그들을 제지하며 묵향에게 물었다.

"대단한 실력이군, 젊은이. 자네가 봐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 실력을 제
대로 펼쳐보기도 힘들었을거야...... 자네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나?"
"묵혼지주(墨魂之主;묵혼의 주인)라 불러 주십시오."
"이름을 알려주기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렇다면 묵혼지주, 내 제자들을 해치
지 말아주게..."
"알겠습니다."

묵향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을 얻어내자 노인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 유언은 알고 있을거다. 만약 너희들 중에서 복수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나정도의 고수가 5명이 모이기 전에는 꿈도꾸지 말아라. 맹세할 수 있느냐?"
"제자. 맹세하겠습니다."
"문파를 잘 다스려 나가기를 바란다. 정아, 네게 문파를 맏기니 부탁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현경(玄境)의 고수와 겨뤄보다니 정말...... 영광..... 큭"

그러면서 노인의 몸은 아래에서 위로 두토막이 났다. 노인은 심후한 내력으로
두토막이 나려는 몸뚱이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죽음직전에 최대한 긁어모았던 내력이 고갈되자 몸이 두토막이 나면서 세상을
떠났다. 노인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자 제자들 중에서 가장 성질이 팔팔한 곽
삼(郭杉)이 검을 뽑아들고 나서며 외쳤다.

"이런 죽일놈, 이정도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그와 동시에 그는 묵향을 찔러갔다. 곽삼의 움직임에 4명의 제자가 동조하며
나섰다. 그들도 곽삼의 움직임에 맞춰 검을 뽑으며 묵향을 향해 공격을 가했
다. 하지만 그들의 의욕만 앞섰을뿐 묵향이 검을 휘두르자 검과함께 모두들
두토막이 나서 좌우로 쓰러져갔다. 묵향에게 제자들이 죽임을 당하기 시작하
자 나머지 제자들도 이성을 잃고 검을 빼들며 묵향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모
양을 지켜보던 여정(呂靜)이 서진(徐眞)에게 일렀다.

"너는 빨리 패왕검을 가지고 이곳을 벗어나서 사정을 동문들에게 알려라."
"하지만 대사형..."
"잔소리 말고 빨리 도망가라. 아버님을 격패시킨 현경의 고수다. 우리들이 덤
빈다고 될 상대가 아니야. 이건 모두의 생사가 달린 일이다. 여민(呂敏)이를
나처럼 잘 도와주기 바란다. 빨리 가거라."

그러자 서진은 최대한 공력을 돋우어 산아래로 도망쳐 내려갔다. 그걸 본 묵
향이 외쳤다.

"죽여라."

그러자 여태까지 묵묵히 위에서 지켜보던 흑의 복면인들 중에 2명이 아래로
쏜살같이 쫓아 내려갔다. 서진이 도망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에 올라왔던
모든 제자들은 죽임을 당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죽은 것이 여정이었다. 그는
노인의 수제자 답게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묵향과 같은 초고수를 상
대하기에는미숙했던 것이다. 묵향은 모두를 다 죽인 후 초가로 올라갔다. 그
곳에는 청의동자와 홍의소녀가 떨며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묵향은 부드럽게
말했다.

"얘야, 너도 노인의 제자냐?"
"아뇨. 사손(師孫)입니다."

청의소년의 겁에 질렸으면서도 애써 당당히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묵향은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꽤 그럴듯한 녀석이 되겠군. 너는?"

그러자 홍의소녀가 말했다.

"저는 시녑니다. 음식과 차를 장만해 드리죠."

묵향은 이번에는 정량의 패거리에게 말했다.

"미안하군. 내가 죽어줬어야 자네들이 현상금을 탔을텐데...."

그러자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하늘을 몰라 뵙고 헛소리를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건 그렇고 이일을 어쩐다......"

이때 밑에서 두명의 흑의 복면인이 달려 올라왔다. 그들을 보고 묵향이 외쳤
다.

"어떻게 되었느냐?"
"죄송합니다. 대장. 도망쳤습니다. 대단한 실력자였습니다. 처음에 기습당해
암기를 맞는 바람에 도저히 그를 없앨 수 없었습니다."
"그정도 실력을 가지고 나를 돕겠다고 오다니..... 멍청한 자식들! 이만 돌아
가자."
"하지만 저들은?"
"닥쳐!"

그런다음 묵향은 정량의 패거리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네들만 헛걸음을 했군. 하지만 나중에
도 기회가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너무 낙심하지 말게. 미안하지만 혹시 시간
이 나거든 내가 무당파와 태진문에 나에게 현상금을 건 사실에 대해 문책을
하러 언젠가 들릴 것이라고 전해주게나. 지금은 시간이 없어 나중에 다시 강
호에 나오면 꼭 한번 갈테니까 말이야. 전해줄 수 있겠나?"
"전해 드립죠."
"그럼 수고비로 이걸 받게. 은화 4냥일세. 이정도면 수고비로는 충분하겠지.
일부러 시간내서 갈 필요는 없고 시간이 얼마나 흐르던지 간에 나중에 그 근
처에 들를 일이 있거든 전해주게나. 만약 내가 먼저 가도 그녀석들이 재수없
어 그런거니 자네들 탓은 아무도 하지 않을걸세."
"명심합지요."

정량의 패거리에게 말을 마친 묵향은 청의동자에게 말했다.

"다음에 훌륭한 고수가 되면 만나자꾸나. 그럼 잘 있거라."

그런다음 흑의 복면인들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묵향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정량이 한숨을 쉬면서 그 동료들에게 말했다.

"휴.... 아까 그젊은이가 도망쳤으니 망정이지 안그러면 여기서 목이 날아갈
뻔 했군."

그러자 뚱뚱한 남자가 물었다.

"그는 그렇게 부드럽게 말했는데 왜 대형은 그런 말씀을 하시오?"
"원래 노인만 죽였다면 상관없었겠지만, 그 제자들까지 다 죽여놨으니 완전히
입을 막기 위해서 다 죽여야 하는거야. 하지만 1명이 살아서 도망쳤으니 1명
이 살아있으나 7명이 살아있으나 매한가지지. 실지 우리들로서는 그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으니까, 그러니까 목숨을 건진거야. 빨리 떠나자. 혹시나 마음
이 변해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은 오두막을 떠났다.


서진(徐眞)은 추격자들을 기습을 가해 격퇴하고 급히 산을 내려갔다. 그가 낭
패한 몰골로 경공을 최대한 전개하여 내려오자 문을 지키는 무사들이 놀라서
물었다.

"공자님, 어쩐 일이십니까?"
"빨리 비상을 걸어라. 습격에 대비해, 빨리! 그리고 여민(呂敏) 사형은 돌아
오셨냐?"

"예, 오늘 아침에 돌아오셨습니다. 금화당에 계실 겁니다."

그러자 서진은 금화당으로 달려갔다. 금화당은 각 동문들 중의 고수들이 기거
하는 곳으로 제법 큼직한 방들이 많이 붙어있는 집이다. 이들보다 조금 더 실
력이 떨어지는 자들이 은화당의 작은 방에서, 그보다 떨어지는 자들은 동화당
의 큰 방에서 여러명이 집단생활을 한다. 그는 금화당으로 뛰어들어가 여민이
기거하는 방문을 급히 열었다. 여민은 몰래 밖으로 나가 마신 술기운때문인지
아직도 술냄새를 풍기며 자고 있었다. 그는 급히 여민을 흔들어 깨우며 말했
다.

"사형, 큰일났습니다. 사부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은 들은 여민은 술이 완전히 깬 듯 눈이 둥그래지며 물었다.

"아버님의 몸이 안좋으시다는 말은 못들었는데..... 모두들 오두막에 있나?"

그러면서 그는 일어나 급히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게 아닙니다. 비무에 져서 돌아가셨습니다."

"비무에 지셨다고, 상대는 누구냐?"

"묵혼지주(墨魂之主)라 칭하는 자입니다. 엄청난 고수였습니다. 사부님이 임
종시(臨終時)에 '현경의 고수와 겨뤄서 영광'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부님은 어
떤 일이 있어도 복수를 하지말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복수를 하지말라고? 어떻게 복수를 안할 수 있단 말이냐!"

"모두들 복수를 하려고 달려들었다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한명한테요. 상
상하기도 힘든 고수입니다. 어쨋건 전설의 현경의 고숩니다. 우선 그자가 이
리로 쳐들어 올수도 있으니 대비부터 해야 합니다."

"형님은?"

"대사형도 돌아가셨습니다."

"형님까지? 음....."

여민은 침울한 표정으로 한탄했다.

"예. 대사형께서 사형을 장문으로 임명한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대사형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저는 보지 못했지만 대사형은 동문들과 묵혼지주의 싸움이
시작되자 저보고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사부님께서 제게 물려주신 패왕검을
적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요."

"크흑.... 청량(晴梁)있느냐?"

그러자 밖에서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예."

"모든 동문들을 모아서 적의 내습에 대비하라고 일러라."

"모두들 대비하고 있습니다. 몇 명 추려서 산쪽으로 보냈는데 아무런 동정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네가 10명 정도 이끌고 산에 올라가 동정을 살펴 보시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버님의 유언과 이 일이 일어난 사정을 말해봐라."

"예, 어제 일이었습니다. ......"

여민은 서정에게 모든 경과를 보고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여민은 서진에게
말했다.

"아버님이 목숨을 걸고 싶을 정도로 높은 현경의 경지까지 올라간 고수다. 너
는 바깥일에는 신경쓰지 말고 기억나는 대로 밤새도록 아버님과 그자가 나눈
대화를 기록해라. 아버님이 본문의 무공이 한계(限界)가 있다고 언제나 말씀
하셨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그 돌파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알겠습니다."

2시진 정도가 지나자 산위로 올라갔던 정찰조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차마 시
체를 들고올 생각은 못하고 문파로 돌아오고있던 미령(美鈴)과 이숙(李淑)을
데려왔다. 여민이 그들에게 물어보자 서진이 한 말과 일치했다. 그는 미령과
이숙에게도 밤에 주고받은 대화를 기록하라고 일렀다. 그런다음 미령과 이숙
이 자신의 방으로 가는 것을 보며 청량에게 말했다.

"자네는 빨리 가서 장의사와 의생들을 모셔오게나. 모든 시신들이 그렇게 토
막이 나 있다면 어쨌건 살들을 붙이고 꿰매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어머님도
마지막으로 가시는 아버님의 시신을 한번이라도 뵐 수 있을테니까 말일세. 자
네가 수고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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