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5 사군자의 결성

3학년2반 | 2021.11.28 07:16:20 댓글: 0 조회: 433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041
사군자의 결성

묵향은 부교주 임명때 그의 독립호위대 4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임명식에
참가한 인물은 채 30명이 되지 않았다. 이때 묵향은 부교주임을 나타내는 살
아있는 듯한 룡이 그려진 작은 옥패를 받았다. 원래는 이때 교주가 주는 무기
도 받아야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그건 묵혼검으로 대신했다. 그의
호위들은 남자 3명에 여자 1명이었는데 묵향의 요구대로 마기를 풍기지 않는
고수들이었다. 그걸로 봐서 이들은 정통 마공을 익힌 자들이 아닌 것만은 확
실했다. 아마도 살수나 첩자 계통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던 인물들인 모양이
다. 교주는 그들을 옥련(玉蓮), 환수(幻壽), 마식(馬殖), 진춘(辰椿)이라 소
개했다. 하지만 묵향의 경우 그들의 무공 수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에 그들
을 이끌고 초옥으로 가면서 물었다.

"자네들의 명호는 있나?"

진춘이 모두를 대표해서 답했다.

"없습니다. 정식으로 활동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럼 자네들 전직을 물어봐도 괜찮나?"

"예. 저와 옥련은 얼마전까지 비영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은퇴한 것
이지요."

그러자 마식이 말을 이었다.

"속하는 호법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환수가 말했다.

"속하는 흑살대 소속이었습니다."

환수의 말을 들은 묵향이 반가워했다.

"나도 흑살대 소속이었네. 반갑군. 같은 살수를 만나다니.... 그런데 그렇게
이름을 부르는 것 보다는 좀 다르게 이름을 바꾸기로 하는게 어떻겠나?"

"명을 따르겠습니다."

"나는 자네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네. 그래도 4명이니 사군자(四君子)로 정
하는 게 어떻겠나?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이라 하고 그에 맞는 이름은
자네들이 정하게나."

"독립호위대의 명칭은 그들의 주인이 정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교주님의 호위
대 같은 경우 십혈룡(什血龍)이라 불리고 붉은 옷에 각자의 서열을 붉은 두건
위에 써두고 있는 걸 아실 겁니다. 사군자라. 괜찮군요. 그런데 너무 마교같
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요?"

"괜찮아. 아주 괜찮은 이름이라구. 딴 녀석이 시비를 걸면 나한테 끌고 오게
나. 껍질을 벗겨놓을테니. 각자의 명칭은 어떻게 정하는게 좋을까?"

그러자 유일한 여자인 옥련이 말했다.

"소녀는난을 하겠습니다."

"그거 괜찮군."

묵향이 찬성하자 냉큼 마식이 말을 이었다.

"그럼 속하는 죽을 하죠. 나머지는 너무 남자같지 않아서...."

그러자 이에 질세라 진춘이 말을 이었다.

"속하는 매를 하겠습니다. 나무라서 그래도 국보다는 나을 것 같군요."

묵향은 환수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국이라도 상관 없겠나?"

"저는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그럼 모두 정해졌군. 나는 이제부터 집에 가서 무공연마나 할테니까 자네들
도 돌아가서 쉬게나. 호위따위는 필요없으니, 무공연마를 하든 술을 마시든,
뭘하든 자네들 마음대로 하게나."

그러자 매가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부교주님을 모시는 독립 호위들인데..."

"교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밖에 나갈때만 호
위해 주게나. 그리고 나한테 맡겨질 일이라면 대단한 고수들을 상대해야 할
가능성도 크니 자네들도 열심히 수련을 쌓아 두는 것이 좋을거야. 처음으로
맡은 부하들이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싶지는 않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1개월 후 묵향은 사군자를 소환했다. 그들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궁금함을 약간 눈에 비치며 묵향에게 도착했다. 그들을 보고 묵향이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잊은게 있어서 불렀어. 자네들의 무공이 어느정도인지 확인
을 해보고 싶네. 나를 따라 오게나."

묵향은 그들을 거느리고 넓직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묵향은 한명씩 무
기를 들고 나서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처음 무기를 들고 나선 것은 매였다.

"속하는 도(刀)를 사용하겠습니다."

"자네가 가진 모든 기량을 펼치게. 암기도 상관없어.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좋으니 마음쓰지 말고 공격해 보게나."

그 다음 둘은 비무를 하기 시작했다. 매의 무공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독립호위대에 끼일 정도로 대단한 실력은 아니었다. 둘은 열심히 비무
를 했고 묵향은 매와 70초식을 겨룬 다음 말했다.

"매! 정말 제법이군. 하지만 아직 미숙한 점이 많구나. 자네의 실력은 이제
알겠으니 이번에는 난의 실력을 알고싶군."

그러자 난이 나섰다. 그녀의 무공은 매보다는 좀 떨어졌지만 경공은 매보다
약간 뛰어났다. 그녀는 정통 검법과 더불어 뛰어난 암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 다음으로 나선 사람은 죽이었다. 죽은 호법원 출신답게 사군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국은 흑살대 출신 답게 살기를 숨기는 실
력이나 은잠술(隱潛術)이나 살인에는 뛰어났지만 사군자 중에서는 무공이 가
장 약했다. 하지만 그의 원칙을 벗어난 살인검술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는
것이었다.

비무를 마치고 잠시 생각해본 다음 묵향은 입을 열었다.

"자네들의 무공은 모두 거의 비슷한 수준이야. 하지만 그중에서 죽이 가장 뛰
어나니 자네가 수장(首長;우두머리)이 되게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네들의 무공은 보통의 독립 호위대 수준보다 좀 떨어지지. 그건 내
가 무공을 기준으로 선발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마기(魔氣)를 좀 적게
풍기는 녀석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자네들
의 모자라는 무공을 내가 닦아줘야겠어. 1명씩 아침에 나한테 오게나. 2각(30
분)정도 대련을 하면서 무공을 가르쳐 주겠네. 그런다음 나머지는 자네들끼리
알아서 수련을 하게나."

그러자 모두들 감격하여 외쳤다. 이정도 뛰어난 고수가 직접 지도해주는 것은
정말 대단한 영광이며 생애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기연이었기 때문이다.

"부교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우연한 해후

묵향은 사군자를 교육시키면서도 남은 시간을 모두 자신의 수련에 사용했다.
하루하루 지나감에 따라 더욱 넓고도 깊은 무학의 길에 감탄을 하면서 끊임없
는 수련을 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묵향은 더 이상 발전이 잘 안되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수련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면 3시간 정도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서 마
루에 앉아 사군자의 한명이 도착할때까지 명상을 했다. 그런다음 사군자의 한
명과 2각 정도 대련을 하면서 지도를 해준 후 그가 가져온 음식으로 아침식사
를 했다. 식사를 끝낸 다음 휴식을 취하다가 10시가 되면 다시 폭포로 가서 8
시간동안 폭포물을 맞으며 명상에 잠긴다. 6시에 저녘식사를 한 후 이번에는
방안에 앉아 조용히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명상에 잠기든지 아니면 경공
수련을 하든지 또는 꽃밭을 가꾸든지 그것도 아니면 무공비급을 읽었다. 이런
수련이 처음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마교의 무공비급은 방대한 분량이었
고 수많은 각종 무공이 있었다.

묵향이 수많은 무공비급을 가져다 보자 일시 마교의 수뇌부는 긴장했지만 묵
향이 그걸 익히는 것도 아니고 거의 하루에도 수십 종류 정도의 무공비급들을
보는 것을 보고 모두들 어떤 특이한 무공을 찾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묵향은 자신이 알고있는 방식이 아닌 좀 더 색다른 방식의 무공이 있는지 궁
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공들은 거의 똑같은 내용들을 가지고 조금
씩 초식을 바꾼 것 뿐 어떤 일정할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번씩 특이한 내
용을 담고 있는 것은 의외로 정파의 무공이었다. 정파의 무공들은 대단한 깊
이를 담고있는 것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 한순간 뿐.... 보고
(寶庫) 구석에 쌓여있던 혈교의 비급은 더욱 쓰레기였다. 간혹 파격적인 내용
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꽤 쓸만한 것 들도 있었지만 사술(邪術)로서 사
람을 현혹시는 내용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따위 사술로서 현혹시키는
것은 내공이 낮은 사람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내공이 시술자보다 높거나 아니
면 현문의 정순한 내공을 익힌 사람들에는 통하지 않는다.

처음의 명상을 위주로한 수련은 여러 가지 비급을 보면서 생겨난 의문점들이
나 생각들을 정리하는데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더 이상
볼 비급이 없어지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련방법을 바꾸고
자 했다. 하지만 뾰족한 좋은 수련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거의 탈마(脫魔)의
경지를 넘어선 이상 다른 교내의 고수들과 비무를 해봐도 별 소용이 없었고
또 교내의 여러 가지 수련관문들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
하는 것이었지만 묵향에게는 어린애 장난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무공을 배
우기 위해 찾아온 죽(竹)은 묵향이 골돌히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한참을 기
다리다가 도저히 묵향이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자 살며시 물었다.

"부교주님. 왜 그러시는지요."

일시 정신을 차린 묵향이 되물었다.

"뭐라구?"

"왜 그러시는지요?"

"자네 생각으로는 어떤 일이 불가능한 일일 것 같은가? 인간이 하기 힘든 일
일수록 좋아. 새로운 수련방법을 찾는데 영 좋은 방법이 없군"

"불가능이라.... 십만대산 서쪽의 마신봉쪽의 절벽이 있는데 거길 올라가 보
시면 어떠신지?"

"그건 나한테는 쉬운거야."

"그렇다면... 장강(長江;양자강)을 걸어서 건너보시면?"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양자강은 너무 멀어. 그리고 가려면 교주
님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구."

"그렇다면.... 바위부수기? 아니지... 참! 여기서 남쪽으로 5리 정도 가면 소
나무 숲이 있는데 나뭇잎이나 세어보시죠."

"나뭇잎이라.... 정말 좋은 생각이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전에 소림사에서 말썽꾸러기 고수가 한명 나타났는데 그를 금제하는 방법으
로 써먹은 거라고 들었습니다. 1000그루의 소나무잎을 헤아린다면 밖으로 나
와도 좋다구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그곳에는 지형상 하루에 두 번씩 강한 바람이 부는데 오후에 뜨거워진 공기
가 골짜기 안으로 불어서 들어가고 저녘에는 차가와진 공기가 반대로 뿜어져
나오죠. 그 때문에 소나무 잎들이 흔들려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저히 그
것들을 셀수는 없습니다. 결국 소나무 숲 안에서 늙어죽었죠. 그 안에서 늙어
죽도록 수련을 한걸 보면 그래도 신의는 대단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정말 잘 생각해줬어. 거기에는 소나무가 몇그루나 있나?"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3000그루 정도 있습니다. 대신 바람은 안부니까 그자와
조건은 비슷할 겁니다."

"알겠네. 조언을 잘 해줘서 고맙군. 그럼 이제 수련을 시작해볼까..."

묵향은 매일 소나무잎을 헤아리러 숲에 갔다. 소나무잎을 헤어보니 뛰어난 암
산실력과 시력, 그리고 경공술이 필요하다는 걸 즉시 알 수 있었다. 그는 하
루하루 잎파리를 헤아려 나갔다. 처음 헤아릴때에는 10그루도 셀 수 없었던
것이 차츰 요령이 생기면서 계속 그 숫자가 늘어나갔다. 그는 계속 잎을 세어
나가면서 아마도 무공의 끝이 이 안에 있지 않을까 하는 절망감까지 들 정도
로 진척의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그래도 숫자상으로는 그날 보다는 다음날
헤아린 잎의 수가 하나라도 많았기에 그는 질릴 줄 모르고 잎을 헤아려 나갔
다. 이윽고 겨울이왔지만 소나무는 상록수(常綠樹)라 잎이 많이 남아있어 겨
울에도 그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소나무잎을 헤아리기 시작한 후 날만 밝으면
그는 소나무 숲속에 있었고 그에게 무공을 배우러 사군자도 소나무숲으로 왔
다. 그러면서 사군자는 그날 먹을 식사를 가져왔다.

그날도 난이 식사를 가져온 다음 묵향에게 전하면서 말했다.

"저어... 부교주님."

"뭐냐?"

"실은 무량(武樑)이 사죄할 것이 있다고 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래? 거의 2년만이군. 알겠다. 지금 가보지."

묵향이 마전창(魔戰廠)에 도착하자 무량이 묵향의 앞에 엎드려 사죄하며 말했
다.

"부교주님. 용서해 주십시오...."

조금 당황한 묵향이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무슨일이오?"

"그게.... 실은 검을 만드는데 시간을 좀 더 주셨으면 해서 그렇습니다."

"왜? 별로 잘 안되고 있소?"

"그게...."

"시간은 언제까지나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소? 내가 죽은 후라도 괜찮다고 말
했을텐데..."

"실은... 다시 한번 더 진기를 불어넣어 주시면 안될까요?"

"왜그러시오? 검을 만드는데 실패했소?"

"예. 실패했습니다. 그것도 이만저만한 실패가 아니라.... 검을 만들기는 했
는데 아무래도 파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실례를 무릎쓰고 부교주
님을 뵙자고 청한 것입니다."

"검을 만들기는 만들었다고? 그럼 됐잖소. 그걸 주시오. 본좌는 그렇게 좋은
검을 필요로 하지는 않소."

"하지만...."

"괜찮으니 주시오."

그러자 무량은 마지못한 듯 구석에 처박아둔 검을 꺼내왔다.

"이겁니다. 제 일생일대의 실패작(失敗作)이라...."

그러자 묵향은 검을 받아들면서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소. 겉모양은 그럴 듯 한데...?"

그러면서 천천히 검을 뽑았다. 은은한 묵빛이 풍겨나오는 2척 3촌의 얄팍한
검. 대단히 얇은 검신에 높이도 낮았고 적당히 휘어져 올라간 검신이 현재 묵
향이 차고있는 묵혼검과 거의 유사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아주 좋군. 내 마음에 꼭드는군. 그렇게 신경쓰지 마시오. 그런데 내가 보기
에는 괜찮은데 뭐가 마음에 안든다는 거요?"

"저는 본교 역사에 남는 마검(魔劍)을 만들어 바치고자 했는데 이건... 이
건... 마검도 신검도 아닌 이상한게 되어버렸습니다."

"신검이나 마검이나 그검이 그검 아니겠소?"

"엄연히 다릅죠. 원래가 마인은 마검을 차야 하는법. 그래야 마공(魔功)의 위
력이 배가됩니다. 그런데 이따위 검으로는 강대한 마공을 펼치기 어렵습니
다."

"그래? 그럼 한편 펼쳐볼까?"

묵향이 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묵혼검이 웅웅거리며 강렬한 마기가 검신
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혼백을 앗아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마기앞에 내공이 약한 무량은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이때 묵향이 묵직한
함성을 터트리며 하늘을 향해 초식을 전개했다.

"진파천월!"

그러자 하늘을 향해 엄청난 청색 검강들이 강렬한 마기를 뿜어대며 날아올랐
다. 그걸 보면서 묵향은 미소하며 말했다.

"보시오. 아주 좋지않소?"

"그럴 리가.... 이 검은 마와 정의 기운을 동시에 가지고 있군요. 소인의 생
각이 짧았습니다. 왜 이런 엉터리가 만들어 졌는지만 생각한다고 부교주님의
내공이 마와 정이 혼합된 것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이건 부교주님의
손에서만이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검이 될것입니다."

그러자 묵향은 자신이 검대에 차고있던 묵혼검을 끌러 무량에게 넘겨주며 말
했다.

"이녀석을 파기해 주시게나."

그런다음 검대에 새로운 묵혼검을 묶으며 말했다.

"그런데 검집이 너무 호화로운 것 같군."

그러자 무량은 약간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림의 소눈깔들 중에서 그 검집이 그렇게 화려하다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자
들은 흔치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어쨌든 고맙네..."

그런다음 묵향이 돌아가려고 하자 황급히 비수를 한자루 가져다 주며 말했다.

"묵혼검과 짝으로 만든 비수입니다. 소인이 멋대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묵영
비(墨影匕)라고 합니다."

"좋은 이름이군... 잘쓰겠네..."

"이 비수는 써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슴가죽 벗기는데나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죠."

그러자 묵향은 미소지으며 이 장인의 솜씨와 쏟아준 정성에 찬사를 보낸다음
다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 * *

사군자의 말을 빌리면 '미친짓'이라는 수련을 계속해 나가던 따뜻한 봄. 그날
묵향은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소나무 숲을 나섰다. 요즘 들어
서는 거의 사흘에서 일주일 단위로 집에 갔다. 소나무잎을 세지 않을때는 사
군자와 비무 할때를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많은 잎
파리를 셀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사용했다. 그는 집에 가까워오자 누군가가
집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명이군.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자들이다. 그런데 풍겨나오는 기(氣)로
봐서 본교의 인물들은 아닌 것 같군. 그렇다면 어떤 간큰 녀석들이 본교에 들
어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묵향은 집으로 다가갔다. 그렇지만 그는 추호도 자신이
벌써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으로 그는 벌써 그
에대한 대비를 하고있었고 또 서서히 진기를끌어모으고 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명이 비수를 들어 묵향의 목에 들이댔다. 하지만 살기(殺氣)
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묵향은 반격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교주가 실력을 시
험하기 위해 보낸 본교의 무사들이라면 죽이면 안되기 때문이다. 비수는 묵향
의 목에서 반치(1.5Cm)정도 되는 곳에서 멈췄고 나지막한 남자의 위협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해!"

그와 동시에 옆에있던 또다른 사람이 묵향의 허리에 찬 검을 빼았았다. 묵향
이 방을 둘러보니 그에게서 검을 빼앗은 남자의 호흡이 일정하지 않은 걸로
보아 상당한 부상을 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저쪽
구석에 누워있었다. 가슴이 불룩히 솟아있는 걸로 보아 그 사람은 여자인 모
양이다.

'셋다 부상을 당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본교의 인물들은 아닌 모양인데? 지금
해치울까? 아니면 좀 있다가?'

묵향은 후자를 택했다. 이들은 언제나 해치울 수 있는 자들이다. 지금 해치우
는 것 보다 시간을 끌면서 이들의 정체를 파해치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자
묵향은 그들의 말을 순순히 들었다.

"여기는 어디냐? 이곳에서 마교의 영역을 벗어나려면 얼마나 더 가야하지?"

"마교의 영역을 벗어나려면 30리는 더 가야하죠."

그러자 칼을 뺏었던 사람이 절망적이라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사형 어떻하면 좋죠?"

그러자 칼을 들이밀었던 인물이 다시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

"너는 누군데 여기서 살고있나?"

그러자 묵향은 겁에 질린듯한 어조로 말했다.

"소인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았죠. 예전에는 마교에서 한자리 했었는데 권력
다툼에 밀려서 이곳에 쫓겨난 분이 소인의 선친(先親;돌아가신 아버지)이시라
여기서 계속 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무술을 익히면 마교에 들어가려고
요."

"그래?"

그 남자는 부싯돌을 한번 튕궈 잠시동안 일어나는 불꽃을 이용해서 묵향의 용
모를 보더니 딴 사람에게 말했다.

"정말인 것 같군. 마기도 없고 도저히 무술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거기다 상
당히 젊쟎아. 너는 우리를 안내해서 마교의 영역 밖으로 보내줄 수 있나?"

"소인도 목숨이 걸린 일이라. 헤헤.... 돈을 좀 주셔야 겠는뎁쇼."

"돈은 나중에 줄 수 있다. 은자 1냥이면 되겠냐?"

"쓰는김에 좀 더 쓰시죠. 나으리"

"좋아. 5냥 주마."

"좋습니다요. 그런데 저쪽에 계신분의 몸조리를 좀 한 다음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요. 소인이 의술을 좀 알고 있으니 제가 상처를 봐도 되겠는지
요?"

그러자 그 사내는 비수를 치우며 말했다.

"좋다."

묵향은 등불을 켠 다음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여자는 상당한 외
상과 함께 심각한 내상까지 입고 있었다.

'흑마장(黑魔掌)에 당했군. 이쪽 상처는 칼에 긁힌 상처인데... 별로 깊지는
않아. 그 외에 몇대 더 먹었는데 가장 심하게 당하기로는 유마권(柔魔拳)이
야. 본교의 무형마공중 무형의 권풍을 일으키는 유마권을 사용한 자의 수준이
그렇게 깊지 않았는데다가 현문의 정순한 내공을 지니고있어서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야.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맞았겠지. 내상이 심해서 빨리 치
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겠어... 그런데 이 얼굴은 낮이 익은 것 같
군.... 그런데 누구더라....? 꽤 오랫동안 현문의 정통심법을 수련한 사람중
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없는데....'

묵향은 이생각 저생각 하면서 그 여자의 옷을 벗긴 다음 침을 꺼내어 그 여자
에게 찔러넣었다. 옷을벗기고 보니 그렇게 심각한 외상은 많지 않았다. 묵향
은 품속에서 금창약(禁瘡藥)을 꺼내어 발라줬다. 그런다음 마교에서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단환을 3알 먹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명의 남자들도
치료해줬다. 그중 검을 뺏었던 남자는 복부에 깊은 검상이 있었지만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에게도 단환과 함께 금창약을 발라줬다. 무림인들이 가지
고 다니는 필수품이 금창약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금창약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일단 잡혀서 금창약 등을 뺏긴 다음 다시 탈출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
다.

묵향으로서는 알 수 없는 점이 한가지 있었다. 여자는 현문의 정통 심법을 익
혔는데 나머지 두명의 남자는 현문의 심법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내력은 두 남자가 여자보다 강했지만 그 정순함에 있어서는 여자가 더욱 뛰어
났다. 아마도 이삼십년이 지나면 여자가 두 남자들을 앞서갈 것이 분명했다.
왜 이들은 심법이 서로 다를까? 이것이 묵향의 고민중의 하나였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난(蘭)이 수련을 하기위해, 또 묵향의 식사를 가져다 주
기 위해 왔다. 묵향은 마루에서 명상을 하며 기다리다가 난에게서 음식물을
받아들고 말했다.

"고마워. 영영! 지금 집에 쌀과 반찬이 떨어졌는데 좀 사다주지 않겠어? 나도
계속 얻어먹을 수만은 없어서 집에서 좀 해먹어야겠어. 그리고 금창약하고 내
령마속환(內逞魔屬丸)이 떨어져서 그러니 한 30알 정도 가져다 줘."

그러면서 묵향은 약간의 은자를 난(蘭)에게 건넸다. 난은 묵향의 말이 평상시
와는 다르다는 걸 알고 약간 당황한 듯 전음(傳音)을 보내왔다.

<왜그러십니까? 부교주님. 혹시 탈출한 무리들이 이곳에 왔나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내가 지시한 걸 좀 가져다 줘. 좀 알아볼 게 있
다.>

"알겠습니다. 곧 가지고 올게요."

1시진 반 정도 지나자 난은 3명의 하인들을 시켜서 음식물들과 약품들을 묵향
에게 가져다 줬다.

"수고해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러면서 인부들에게 동전 3냥씩 수고료를 쥐어줬다. 그러면서 난에게 전음을
보냈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는 않았겠지?>

<알리고 말고 할것도 없어요. 지금 모두들 이들이 부교주님 집에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부교주님이 그냥 계시니까 모두들 가만히 있는거죠.교주님께
서도 알고 계십니다.>

"나는 바빠서 오래 얘기를 나눌 수 없군. 잘가."

<이들은 누구냐?>

"몸조심 하세요. 다음에 뵈요."

난은 인부들과 함께 천천히 멀어지면서 전음을 보내왔다.

<그들은 천지문(天地門)의 제자들입니다. 천지문과 본교가 충돌했고 그들 중
200여명을 뇌옥에 가둬뒀었는데 그들의 일부가 탈출을 시도했어요. 모두 잡아
들였는데 그중 3명만이... >

<나중에 매(梅)보고 지붕에 올라오라고 해.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

'천지문이라... 낙양에 있는 문파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도대체가 알수가 없
군. 매는 비영대 출신이니까 좀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묵향이 그들을 치료하는데 지붕위에 사람이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매
의 은잠술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묵향은 매에게 전음
을 보냈다.

<이들은 누구냐?>

<천지문의 제자들입니다.>

<천지문의 제자들이 왜 본교에 있지?>

<2달 전에 천지문과 본교간에 다툼이 있었습니다. 천지문은 낙양에서도 알아
주는 대 문파입니다. 그래도 이들이 본교에 도전할 수는 없는데 본교의 비밀
분타를 건드린게 그들의 화근이죠. 낙양에서 20리(약7Km)정도 떨어진 지점에
서 본교의 고수들과 충돌해서 몽땅 다 잡아다가는 뇌옥에 넣어뒀는데 이들이
도망친겁니다. 꽤 감시를 엄밀히 했는데도 제법 실력이 있는 자들이라 그
만... 그래서 본교의 고수들이 출동해서 몽땅 다 잡아들였는데 이쪽으로 도망
친 세명만이 아직 잡히지 않았죠. 교주님께서도 왜 부교주님께서 이들을 잡아
들이지 않는지 궁금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부교주님이 하시는 일이라 모두
들 어쩌지 못하고 있지만 이 근처에 5명의 고수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부교
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하명해 주십시오.>

<너는 교주님께 내가 하는일에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려라. 이번에 사로
잡은 천지문의 인물들은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천지문도 거의 고수들의 삼분지 일을 상실했기
때문에 상당히 당황하는 모양입니다. 그들로서도 알 수 없었겠죠. 비밀분타는
노출되었기 때문에 팔아버리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옮겼습니다. 이들을 다시
천지문에 돌려주고 몸값을 받을건지... 아니면 모두 처형해버릴건지 결정되지
않은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수석장로와 차석장로, 혁무상 장로에게 이 일은 내가 처리할 생각
이니 내 얼굴을 봐서 간섭하지 말라고 전해주게. 천지문 녀석들이야 구워먹던
삶아먹던 내가 상관할 필요 없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게 있어서....>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 두겠습니다.>

<부탁하네.>

<존명!>

<참, 천지문은 현문의 한 갈래인가?>

<아닙니다. 도가계통이라기 보다는 불가계통이라고 보시는 것이 옳습니다. 천
지문을 일으킨 시조가 소림사의 속가제자라고 들었습니다.>

<알겠네. 지시할 사항이 생길지도 모르니 하루에 한번은 지붕위로 오게나. 이
제 그만 가보게나.>

그와 동시에 지붕위에서 사람의 기척이 사라졌다.

묵향은 그들을 한달 정도 치료하면서 여러 가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묵향이
낮익어하던 여자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남자들은 여자를 소사매(蘇師妹)라
고 불렀고 나머지 묵향에게 칼을 들이댔던 사람이 그들 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모양인데 전사형(田師兄)이라 불렸으며 또 다른 묵향에게서 칼을 뺏았던
남자는 임사제(林師弟)라 불렸다.

'소사매(蘇師妹)라. 그러면 성이 소(蘇)씨군.... 소씨 여자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가? 소씨라.... 소씨라..... 그리고 현문의 정통..... 그
렇군 내가 왜 그생각을 못했지?'

그걸 눈치챈 다음부터 묵향은 이들에게 상당히 정성을 쏟았다. 1달 정도가 지
나자 모두의 상처가 거의 나았다. 그들은 묵향이 자신들을 성의껏 대해주는
걸 알고 상당히 기뻐했고 속으로 의심하던 마음도 차츰 풀려갔다. 이들의 상
처가 거의 낫자 묵향은 이들을 모아놓고 탈출할 방도에 대해서 설명을 해나가
기 시작했다.

"여기서마교의 영역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도 최소 3번 이상 마교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숨어서 나간다 해도 어떻게 할 수 없죠. 변장을
하고는 당당하게 나갈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경비가 허술한 곳이 없습니까?"

"경비가 허술한 곳은 없어요. 탈출할 곳은 이쪽을 통해섭니다."

묵향은 붓을 들어 종이에 대강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했다.

"여기서 이쪽을 통해서 나가면 5번 보초에게 발각되게 되죠. 그리고 여기저기
매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띌겁니다. 하지만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
니기 때문에 내가 앞장서서 나가면 나는 자주 이곳을 왕래했기 때문에 별로
의심받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변장을 잘해야되요."

그러자 전사형이라 불린 사람이 의심에 가득찬 눈초리로 묵향을 바라보며 말
했다.

"당신이 말한 것은 너무 눈에 잘띄는 길이에요. 산길을 타고 갈 수는 없습니
까?"

"산길로는 매복이 더 심하죠. 그리고 각종 진법들이나 기관매복이 깔려있습니
다. 이곳은 마교의 총타가 위치한 곳입니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마교가 아
직 단 한번도 총타를 적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아무리 숲
속이 총타의 내부보다 매복이나 함점들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수많은 첩
자들이 저세상으로 떠날 정도로 강력해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거랴면 좀
더 편하고... 그러면서 가능성이 많은 쪽을 택하는 것이 좋을거요."

소사매가 묵향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길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인가요?"

"그래요. 나는 이길의 통행증을 가지고 있고 또 자주 왕래하기에 모두와 안면
이 많습니다. 모두들 망태기를 지고 속에다가 약초 등속을 집어넣은 다음 여
기서 약초를 캔 다음 시내에 내다 팔거라고 말하면 되죠. 얼굴에 진흙을 묻히
고 내가 옷을 줄테니 그걸 입고나가면 됩니다. 당신들이 입고있는 그 옷을 입
고 나가면 1리도 못가서 잡혀갈게 뻔합니다."

그들은 어찌되었던 묵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기에 묵향을 따라나섰다. 허
름한 옷과 망태기에는 약초를 몇뿌리씩 넣고 그들은 길을 재촉했는데 벌써 묵
향의 지시를 받은 보초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제제도 하지않았다. 묵향은 그들
을 거느리고 십만대산을 내려온 다음 말했다.

"십만대산을 기준으로 100리 안쪽까지는 마교의 영향권 안이오. 일단 100리만
벗어나면 그래도 좀 안심할 수 있을겁니다. 낮에는 쉬고 밤에는 걸어가면 괜
찮을 겁니다. 헤헤.... 그런데 돈은 어떻게? 지금 계산하시겠습니까?"

"지금은 돈이 없습니다. 나중에 본문에 돌아간 다음 사람을 보내어 계산해 드
리죠."

"제 칼도 돌려주시죠. 이제 위험은 벗어났는데 제 칼까지 뺏아가는 건 너무하
시는 처사인데요."

그러자 임사제라는 사람이 등에진 봇짐을 풀어 검을 돌려주며 말했다.

"정말 좋은 검이더군요. 잘 썼습니다."

묵향은 검을 받아 허리에 찼다. 그런다음 싱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예의가 없는 친구들은 아니군."

묵향의 말투가 갑자기 바뀌자 그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러면서 모두들 진기를
끌어올리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묵향은 그들의 행동에 아랑곳 하지 않고 외쳤
다.

"난(蘭)!"

그러자 난이 숲속에서 섬전과 같은 속도로 뛰어나와 묵향의 앞에 부복했다.
그 전에 식량과 약재들을 가져다 줬던 여자임을 알아본 그들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지며 만전을 기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부탁한걸 주게나."

"여기있습니다."

묵향은 난에게서 건네받은 작은 꾸러미를 소사매라 불린 여자에게 내밀며 말
했다.

"갑자기 닥친 일이라 좋은걸 준비할 수 없었다. 자그마한 나의 성의로 알고
받아주렴."

묵향이 부드럽게 말하자 소사매라 불리는 여자는 망설이는 기색으로 그 꾸러
미를 받아들었다. 묵향은 꾸러미를 건넨 후 품속에서 주머니를 하나꺼냈다.
그런다음 그걸 전사형이라 불리는 남자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안에 은자가 약간 들어있다. 모두들 무일푼일테니 여비로 쓰게나."

그런다음 묵향은 아주 먼곳을 바라보는 듯한 추억에 잠긴 시선으로 소사매라
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다. 몸조심 하거라."

그런다음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소사매라 불리는 여자는 그 꾸러
미를 풀어보자 그 안에는 예쁜 한쌍의 귀걸이와 작은 보석이 달려있는 금목걸
이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여자는 그걸 보면서 한참 말이없더니
급기야 뭔가 떠오른 듯 멀어져가는 묵향을 향해 외쳤다.

"아빠!"

그렇지만 묵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들에게서 멀어져갔다. 이걸 보고 난
(蘭)이 궁금한 듯 묵향에게 물었다.

"따님이십니까?"

"응. 내 양녀(養女)지. 낙양에 있을 때 거둬들였었는데.... 천지문에 들어갔
을 줄은 생각도 못했군. 무림인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었는데 말이야."

"그러면 좀 아는체라도 하시는 것이...."

"아니야... 나는 사파고 저 아이는 정파니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게 저 아
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을거야. 그리고 내가 이렇게 젊은 얼굴을 하고있는데
다른 두명이 설마 의심하겠어? 그냥 내가 저 여자애에게 흑심을 조금 품었나
하고 생각하겠지. 죽(竹)에게 연락해서 저들이 천지문에 도착할때까지 저들이
모르게 호위해 주라고하게나."

묵향이 집으로 돌아가자 국(菊)이 초조한 듯 기다리고 있다가 묵향이 오자 말
했다.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빨리 오시랍니다."

"알겠네."

묵향이 교주가 기다리고있는 곳으로 가자 그곳에는 장로들과 능비계 부교주까
지 앉아있었다. 묵향이 다가가 교주에게 인사하자 교주는 약간 노기가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묵향 부교주, 이번일은 어떻게 설명하겠나? 왜 그들을 놓아줬지?"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것인지 확정되어 있
었습니까?"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자네 혼자서 독단으로 처리할 정도로 가벼운 사항은
아니었어."

"감히 교주님께 청합니다. 천지문의 포로들을 돌려보내고 그들과 비밀리에 교
섭을 하여 될 수 있으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갑자기 자네가 왜 그러나? 천지문이란 곳이 2000명 정도의 제자들을 거느리
는 제법 큰 방파라 하더라도 우리가 숙이고 들어갈 필요없이 정예고수들을 보
내어 초토화를 시켜버리는 것이 간단해. 왜 쓸데없이 그들과 협정을 맺느니
어쩌니 해서 시간을 낭비하나? 이번에 놓아준 사람 중에 한명이 친분이 있는
사람인가?"

"예."

교주는 탁자에 놓인 서한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묵향에게 말했다.

"자네가 여자애한테 그정도로 빠질줄은 몰랐군."

"제 양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년도 전에 낙양에서 헤어졌고 또 핏줄도 아닌데 자
네가 그정도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들을 놓아줄 필요가 있나? 그렇다면 사전
에 나한테 상의라도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교주는 들고있던 서한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흐유.... 자네가 그렇게 정이 많은사람인줄은 몰랐군. 겨우 낙양에서 3년 정
도 같이 있었고 거기에 그 여자애는 자네가 부리던 하녀의 자식이 아닌가? 집
안이 좋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네의 무예를 전수받은 제자도 아니
고.... 그런 거렁뱅이한테 상당한 재산까지 투자해서 독립시켜 줬으면 자네가
할 도리는 다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저의 양녀인지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일단 자네가 저지른 일이니 자네가 수습하게나.
혁무상 장로."

"예"

"자네가 묵향을 도와주게. 그리고 이번 일에 책임을 물어 묵향 자네는 이번
일을 수습하는대로 5년간 근신할 것을 명하네."

"교주님의 은혜 감사드립니다."

"그만 물러가게나... 쯧쯧... 모두들 물러가게...."

그런다음 능비계 부교주를 가르키며 말했다.

"자네는 남게나. 내 할말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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