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6 뒷 수습

3학년2반 | 2021.11.28 07:18:03 댓글: 0 조회: 358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042
뒷 수습

묵향은 교주가 묶고있는 천마전(天魔殿)에서 나오자 밖에는 사군자가 기다리
고 있었다. 묵향은 그들과 집으로 걸어가며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죽(竹)은 떠났나?"

그의 질문에 난(蘭)이 대답했다.

"예. 그들이 모르게 호위해 주라고 전했습니다."

"매(梅), 자네는 비영대 출신이니까 여러 가지 정보수집에 능할거다. 너는 난
(蘭)과 국(菊)을 데리고 지금 낙양으로 출발해라. 그런다음 소연이가 어떻게
해서 천지문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좀 알아보게. 그리고 소연이의 어미는 어
떻게 지내는지... 등 세부사항을 알아보도록 하게."

"존명"

"그리고 천지문의 문주가 어떤 사람인지 철저히 조사를 해봐. 과연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1달의 시간을 주겠다. 철저히 알아보도록!"

"존명!"

묵향은 품속에서 부교주를 나타내는 영패(令牌)를 꺼내 매에게 주며 말했다.

"될수있으면 최대한 빨리 알아내라. 그 일을 하는데 모든 수단을 사용해도 상
관없다. 내가 연락을 해둘테니까 너희들이 낙양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낙양의
비밀분타와 천령원의 방대인(龐大人)이 사람을 풀어 조사를 시작할거야. 자네
들은 그 자료들을 검토해서 정확한 사실을 뽑아내라. 그리고 너희들이 도착하
는대로 그들을 지휘해서 더욱 확실한 정보를 나에게 보내주면 된다. 대략적인
자료는 비영대에 있을테니 내가 원하는 것은 비영대도 모르는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 1달은 짧은 시간이지만 죽자고 파해치면 알아낼 수 있을거야. 나는
한달 후에 낙양에 갈거다. 그때 나에게 그 자료를 알려주도록!"

"존명."

"그리고 낙양으로 가고있는 죽(竹)에게 연락해서 임무가 끝난 다음 본교로 복
귀하지 말고 낙양에서 합류해서 자네들의 일을 도우라고 하게. 죽이 실질적인
수장이지만 이번일은 정보수집이니 임시로 매가 수장으로서 모두를 이끌도록
하라."

"존명"

"빨리 가봐라."

수하들을 보낸 후 묵향은 혁무상 장로를 찾아갔다. 혁무상 장로는 교주가 묵
향에게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묵향의 의도를 물어왔다.

"교섭을 하러 사람을 언제 보낼까요?"

"교섭이 빠를 필요는 없소. 자네는 천지문의 문주가 누군지 아나?"

"예."

그러더니 옆에서 기다리고있던 문사(文士)사림을 한 중년의 사내에게 지시했
다.

"천지문의 문주에 대한 자료를 가져와라. 그리고 천지문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가져와."

"예."

문사차림의 사내는 곧이어 한 뭉치의 서류들을 가져왔다. 그중에서 하나의 서
류를 골라낸 다음 혁무상은 묵향의 앞에 펼치며 말했다.

"이자가 천지문의 문주인 대력도패(大力刀覇) 진양(振揚)입니다. 6척 1촌
(185Cm)의 장신에 근육질의 사내로서 대단히 뛰어난 무인입니다. 현재까지 드
러나기로는 대단히 광명정대한 인물입니다. 가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죠. 그
런데 마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젭니다."

"마교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마교의 고수와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고 거의 5달의 치료를 받
다가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뭐 그냥 흔히 있는 일이죠. 낙양에
저희들이 세력권을 뿌리내리던 초기에 천지문과 약간의 충돌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그는 마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보기보다는 증오한다고 봐야겠죠."

"흠...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 그거지."

"예. 그렇지만 증오는 이성을 잃게 만들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천지문의 제자가 2000명 정도라고 교주님이 말씀하셨는데 그중에 쓸만한 자
들은 몇 명인가?"

"예. 500명 정도는 꽤 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번의 충돌로 인해 그중 삼
분지 일은 본교의 뇌옥안에 있다고 봐야하지요. 만약 화해 쪽으로 끌고나가신
다면 그들도 응해올겁니다. 진양 문주도 바보가 아닌이상 한번만 더 본교와
충돌하면 멸문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테니까요."

"그들이 외부 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최근의 정보에 의하면 진양은 무림맹에 원조를 청했고 무림맹의 고수 200명
이 천지문에 와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원체 잘난척을 하며
거드름을 피워대서 천지문의 수하들과 약간씩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알아냈습니다. 무림맹의 용천익 당주가 그들을 이끌고 있는데 그들의 행태에
진양까지도 별로 곱지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꽤 자세히 알고있군."

"예. 저야 교내의 모든 정보를 책임지다 보니, 저의 맡은바 일에 충실할 따름
입니다."

"만약 한치라도 그 정보가 잘못된 점이 드러난다면?"

"속하의 목을 치시죠."

"글쎄...."

그러면서 그는 무의식을 가장해서 묵혼의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혁무
상 장로의 안색이 미세하게 바뀌는 것과 함께 기(氣)가 불안정해지며 그가 한
껏 속으로 긴장했다는 것을 알고는 묵향은 내심 만족해했다. 그의 마지막 사
부인 유백의 말에 따르면 한번씩 이렇게 겁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묵
향은 그걸 실천한 것이었다.

묵향의 검술실력은 마교 내에서도 최강(最强)이라는 사실을 수뇌부에 있는 인
물들은 모두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뇌전검황(雷電劍皇)을 죽일때부터 마
교의 수뇌부들은 묵향이 탈마의 경지에 들어서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
서 일단 묵향이 헤치우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교주도 그의 검을 피할 수 없다
는 점을 모두들 말은 안했지만 알고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교주도 그에게
교주의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던 것이다. 마교에서는 교주 앞 2장(6m정도) 안
으로 검을 차고 접근하는 것은 금지된 사항이었다. 암습을 방지하기 위한 것
이었는데 그것에 예외가 인정된 최초의 인물이 묵향이다. 묵향의 경우 거리에
상관없이, 그리고 검을 가지고있건 그렇지 않건 교주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묵향은 의아한 듯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혁무상 장로에게 능청스레 물었다.

"왜그러시오?"

"예? 예 갑자기 좀...."

묵향은 짐짓 자신의 손을 보는 척 한 다음 능청을 떨었다.

"아하. 검을 만지는 건 오랜 습관이라.... 미안하오. 이거무의식적으로....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오. 만약 자네를 없애려고 한다면 검따위 필요도 없
으니까..."

그 말을 들은 혁무상의 안색이 더욱 시퍼래졌다. 묵향은 이제 화제를 돌릴때
라고 생각했다.

"본좌는 진양에게 서로 불가침 협정을 맺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렇지만 그건 천지문으로서도 지키기 힘듭니다. 무림맹에서 만약 협동하여
본교를 대적한다면 그들만 빠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교와 연합하는 세력이라고 오해를 받고 심한 경우에느 무림의 공적(共敵)으
로 몰리게 되면 본교보다도 먼저 멸문당할 우려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그걸 피해나가면서 평상시에는 평화적으로 지낼 수
있는 조건이 없느냐 이말이오."

"그렇다면 협정 항목에 정파가 사파를 연대해서 공격한다면 그에 동참해도 된
다는 게 있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예외적인 사항들을 인정해 줘야
하기 때문에 불가침은 어렵고 조건부 불가침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군."

"........."

"자네가 먼저 협정서의 초안을 잡아주게나. 물론 천지문이 그 협정서를 타 문
파에게도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주게.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의심
을 받게되고 쓸데없이 무림맹의 시선이 낙양쪽으로 돌아가게 되지. 그러면 여
태까지 본교에서 벌여놓은 여러 가지 일이 들통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협정서는 언제까지 완성할 수 있겠나."

"여러가지로 의논을 해봐야 하니까 1주일은 걸릴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도 될까요? 정파와 협정서를 나눈 적은 본교의 역사상 한번도 없
었던 일입니다."

"괜찮아. 서로가 그런대로 편안하게지내면 되지. 왜 쓸데없이 긴장을 고조시
켜 피를 흘리나. 일단 피를 흘리면 완전히 뿌리를 뽑아서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게 만드는게 좋지만 처음부터 아웅다웅 할 필요는 없지."

10일 후 묵향은 총단에서 출발하여 낙양으로 향했다. 이번길은 여러명이 함께
했으므로 제법 숫자가 많았다. 혼자서 다니기 좋아하는 묵향으로서는 별로 마
음에 들지 않았지만 교주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다. 묵향은 사혈천신(蛇血
天神) 호계악(胡戒惡) 차석장로와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 외총
관,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 좌외총관, 묵인겁마(墨刃劫魔) 초진걸(楚眞
杰) 좌호법과 그가 거느리는 호법원의 고수 20명이 따라왔다. 묵향에게는 옥
관패 외총관이 눈에 거슬렸다. 고루혈마(枯 血魔)라는 명호에 어울리게 추하
게 생긴 비쩍마른 곱추였는데 안그래도 별로 예쁜 구석이 없는데 거기에 흑시
마조(黑屍魔爪)를 극성까지 익혀 광택이 나는 검푸른 빛을 띈 손을 가지고 있
어 더욱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이 흑시마조(黑屍魔爪)는 마교가 자랑하는 최강의 조법으로 10성까지 익힌 사
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걸 익히면 소수마공계열과는 달리 손의 모양이 갈쿠리
와 같이 비쩍 마르며 살이 빠지고 검푸른 빛을 띄게된다. 그모양이 아주 기괴
(奇怪)하기에 파괴력은 좋으나 여자들은 절대로 익히지 않는다. 아무래도 무
공을 익힐바에는 소수마공처럼 손이 희고 투명해져 너무나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있는데 궂이 이런 걸 익힐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흑시마조(黑屍魔
爪)를 익힐 때 처음 시작은 소의 뇌에 손을 담근 상태에서 익히기 시작하며 2
성이 넘으면 그때무터 시체를 이용하여 시독(屍毒)을 흡수하는 방법을 병행하
게 된다. 강철과 같은 손까락에 긁히면 시독에 중독되어 죽고마는 대단히 악
랄한 마공이다.

이것과 유사한 정파의 무공으로는 구음백골조(九陰白骨爪)가 있고 그 익히는
방법도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정파가 자랑하는 구음진경이라는 비급에 있는
데 구음백골조와 흑시마조는 상당히 유사점이 많기에 그에대한 논쟁이 분분했
다. 서로가 상대방이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파의 무공으로서는 구음백
골조는 익히는 방법이나 또 그 사악함에 있어 타 무공과 차이가 있기에 지금
에 이르러서는 구음백골조가 흑시마조를 상당부분 본따서 만들었다는 것이 지
배적인 의견이 되어가고 있다. 흑시마조는 마교에서 끊임없이 전해져 내려왔
지만 구음진경의 경우 매우 뛰어난 비급임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실전되어버렸
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가면서 쉬엄쉬엄 간 결과 20일만에 낙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길을 재촉하지 않은 이유는 사군자에게 1달 후 도착할 것이
라고 알렸었고 또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에게서 금(琴)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음희는 처음 자신이 명호를 음공(音功)을 사용해
서 사람을 기쁘게 해서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음희(音僖)라 지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와 냉혹한 성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금음으로 즐거워하다 죽게
만드는 재간을 보고 모두들 같은 음인 음란함을 즐긴다는 음희(淫嬉)로 바꿔
불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다 보니 그녀 자신은 음희(音僖)라고 우겼
지만 종내는 음희(淫嬉)로 바뀌어버린 웃지못할 사연이 있는 여고수다.

낙양분타에 묵향이 도착하자 사군자가 지금까지 조사한 것들을 묵향에게 설명
했다. 물론 묵향의 사생활인 소연 모녀에 관계된 자료는 발표하지 않았다. 매
는 묵향에게 두터운 서류뭉치를 건네며 말했다.

"대력도패(大力刀覇) 진양(振揚)은 내공(內功)과 외공(外功)을 고루 익힌 뛰
어난 고수로서 여태까지 약속을 어긴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는 산적토벌에 앞장서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때마다 돈을 아끼지 않
고 주변의 주민들을 도와 꽤 인심을 얻고있습니다. 그는 1명의 부인과 2명의
첩을 거느리고있으며 또다른 1명의 정부(情婦)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부는
지금 32살난 여자로 시어머니를 모시고있는 미색이 출중한 과부인데 그때문인
지 조심해서 만나고있으며 정부와의 사이에 1명의 딸이 있습니다. 시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시어머니가 죽고나면 정식으로 받아들일 계획인 모
양입니다. 그 외에 부인에게 2명, 두 첩에게서 3명 합해서 4남 2녀의 자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식들을 아주 사랑하며 부인들과의 사이도 꽤 원만한 것으
로 알려져 있고 저희들이 1주일간 주야로 감시했는데 한가지를 제외하고 소문
대로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원하신다면 하인을 몇 명
납치해서 주리를 틀수도 있겠지만 부교주님이 오시기 전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제자들의 행실도 대단히 좋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방금 한가지를 제외하고라고 했는데 뭔가?"

그러자 매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말했다. 마교의 인물들은 여색에 있어서
거의 극과 극을 달린다. 일부 여체를 필요로 하는 마공을 익힌 자들의 경우
완전히 호색한으로서 수많은 여자들과 동침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교내의
빡빡한 훈련과 수련, 그리고 각종 임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여색을 탐
할 시간조차 얻기 힘든 경우가많았다. 매도 후자의 경우로 그는 동자공을 익
힌것도 아니지만 본의아니게(?) 아직도 동정(童貞)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조금 변태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한번에 두세명
의 부인과 함께 성교를 나눈다던지, 손발을 묶어놓고 성교를 나누기도 하
고.... 심지어는 항문에다가도...."

주변에서 듣고있던 사람들이 킥킥거리자 매의 얼굴이 좀더 붉어지며 말을 멈
췄다.

"뭐... 조금 변태적인 짓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나쁠 건 없지. 안그래?"

그러자 호계악(胡戒惡) 차석장로가 웃으면서 묵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하하.. 그럼요. 자고로 침실에서까지 정인군자인 친구는 없다고 들었습니
다. 하하하"

그의 말을 들은 모든 남자들이 키득거리며 웃으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
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유일한 예외는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이었다. 그
녀는 명호와는 달리 얼굴이 벌개지면서 고개를 숙이고있더니 조금 지나자 그
냥 놔두면 음담패설(淫談悖說)이 언제 끝날지 몰라 말문을 막기위해 묵향에게
질문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진양이란 자는 꽤나 정대한 인물인 모양인데 부교주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요. 계획대로 그들과 협정을 맺으실겁니까?"

묵향은 두터운 서류뭉치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걸 살펴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별일이 없다면 3일 후에 찾아가기로 하
지. 그동안 자네들은 좀 쉬게나."

"알겠습니다."

일단 불이붙은 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진걸 좌호법은 나가면서 매한
테 물었다.

"하하하... 그래 그친구 양물(陽物)의 크기가 얼만하기에 그 안에 들어간단
말인가?"

"이만 하던데요."

기어들어가는 매의 목소리... 그러자 놀랍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인가?"

그러자 또다른 약간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그만한걸 그 안에 집어넣다니... 사람잡겠군...."

"킬킬킬..."

모두들 히히덕거리며 물러간 다음 묵향은 매를 조용히 불렀다.

"소연 모녀의 일은 알아봤나?"

"예. 그 안에 적혀있습니다."

"이걸 어느 새월에 읽는단 말인가? 무공비급도 아니고 시간낭비야. 그래 지금
소연의 어미는 어디서 살고있나? 예전의 그집인가?"

"아닙니다. 지금은 천지문 근처에있는 작은 집에서 살고있습니다. 수소문을
해본 결과 진양은 시간이 날때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능이있는 인재를
모아들이는데 우연히 낙양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녀가 상당한 수준
의 무공을 알고있다는 걸 눈치채고 몇가지 시험을 해보는 중에 내력(內力)은
상당한 수준인데 약간의 호신술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는 걸 알고 그녀를 제자
로 받아들였다고 하더군요. 타 문파의 무공을 익혔지만 그녀가 현문의 정통심
법을 익혔다는 걸 알고 진양은 따로 심법을 가르치지 않고 그걸 계속 익히기
를 권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지금 14살 위인 셋째 제자 장진(張璡)이라는 사
람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있는데 장진은 또 진양의 둘째 딸을 좋아해서 아마
결혼은 힘들거라고 그러더군요."

"뭐... 그런거야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장진은 지금 어디에 있나? 뇌옥에
있나?"

"예. 같이 탈출한 모양인데 본교의 추적을 받고 뿔뿔이 흩어져 도당치다가 장
진은 다시 체포되어 뇌옥에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연 어미는 건강하던가?"

"예. 정정하시더군요. 아주 지조있고 말수가 적으며 언제나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는 중년 부인으로 주변에 좋은 인상을 주는 여자였습니다. 몇번 청혼이
들어왔었는데 모두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멍청하기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텐데. 자네는 이만 나가보게나."

묵향은 이틀동안 천지문 주위를 배회했다. 소연의 어머니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마당에 묵향이 과거에 그들과 지내며 마당에 심었었던 화초들을 가꾸
고 있었다. 묵향은 그녀가 꽃밭에 물주는 모습을 멀리서 한참동안이나 바라보
다가 소연이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천지문은 상당히 넓은 문파였고
또 그 주변에서 안을 살펴볼수도 없어 묵향은 언덕위에서 그냥 천지문 내부를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언덕에서 2시진 정도 밑을 내다보는데 옆에서 어린 남자애가 다가왔다. 아마
도 12살쯤 되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 아이는 매우 개구쟁이 인 모양으로
옷은 흙투성이에 여기저기 풀잎이 붙어있었다. 그 애는 묵향에게 다가오더니
나무칼을 묵향에게 겨누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꼼짝마. 너는 밀정이지."

묵향은 그 애의 행동을 보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니라면?"

그 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니면 왜 여기서 천지문을 바라보고 있느냐?"

꽤 말투에 위엄을 지어보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고, 그 아이의 의복이 상당
히 좋은 걸로 미루어 아마 이 아이의 아버지는 천지문에서 꽤 높은 직위를 차
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묵향은 갑자기 장난이 하고싶어져서 그 애에게 말했
다.

"내가 천지문을 바라보고있는건 너를 납치하기 위해서인데, 마침 잘 만났군."

그러면서 묵향이 천천히 칼을 빼들자 그 애는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무.... 무.... 무엄하다."

"무엄하고 자시고.."

그러면서 묵향은 그 애를 향해서 묵혼검을 찔렀다. 그러자 그 애는 제법 침착
하게 대응했다. 묵향의 검이 그렇게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에 그 아이에게 여
유가 생긴 모양이다.

'자식이 다시 간이 커졌군.'

그 애는 초식을 펼쳐 묵향의 검을 비스듬히 쳐내며 묵향의 허리를 베어왔다.
제법 격식이 갖추어진 초식이었다. 그 애는 묵향의 허리에 목검이 격중되자
자신만만한 어조로 외쳤다.

"내가 이겼다!"

하지만 묵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튕겨진 묵혼검을 다시 돌려 그 애의 목
쪽으로 비스듬히 베어내렸다. 그 아이는 묵향이 졌다는 내색도 하지않고 자신
의 목을 향해 베어오자 놀란 모양이다.

"앗. 비겁하다. 내가 먼저 베었는데..."

하지만 그 아이의 검은 목검이었고 별로 힘도 없어서 묵향에게는 모기가 무는
정도의 타격도 주지 못했지만 묵혼검의 경우는 달랐다. 아무리 살살 베어도
그 애의 허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그 애는 놀라서 씨근
거리며 묵향을 향해 도술(刀術)을 펼쳐왔다. 아이를 데리고 노는것도 꽤 재미
가 있었다. 그 아이를 가르친 사람은 상당한 수준인 모양이고 제법 내공의 기
초도 잡혀있었다. 아마도 7살도 되지 않아서 심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을 거라
고 묵향은 생각했다. 아이는 24가지 초식을 쓰더니 이제 밑천도 다 떨어졌는
지 더이상의 초식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응용력은 대단해서 여러 가지 변
초(變招)로 묵향을 공격하거나 방어했다. 묵향은 그 아이의 초식만으로도 천
지문의 도법이 어느정도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천지문의
도법은 변화가 다양했고 상당히 많은 변초를 내포하여 상대의 헛점을 찌르는
교묘한 초식이 많았다. 하지만 변화가 너무 심해 어떤 면으로봤을때는 가벼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법이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야 한다. 항상 중
도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한시간 정도 애를 데리고 놀자 그 아이는 급기야 힘이빠져 핵핵대기 시작했고
땀을 비오듯 흘렸다. 묵향은 순간적으로 아이의 6군데 혈도를 봉쇄한 다음 천
지문에서 제일 가까운 음식점으로 어깨에 이고 갔다. 점소이를 불러 음식을
시키고 아이를 의자에 앉힌 다음 다리 혈도를 제외하고 모든 혈도를 풀어주면
서 말했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음식을 들어라. 너도 방금 내가 점혈하는데 쓴 초식을
보고 내 실력을 짐작했겠지. 다른건 몰라도 너같은 아이는 100명이 와도 안된
단 말이야."

"먹기 싫어."

묵향은 일부러 인상을 쓰면서 위협조로 말했다.

"안먹겠다면 끌고가서 똥을 입속에 퍼넣겠다."

그러자 아이는 혀를 빼서 묵향에게 내밀며 비웃듯이 말했다.

"아저씨는 비겁해요."

"그럼 나는 아주 비겁하지."

"그리고 치사해요. 아이를 핍박하다니..."

"그럼... 아주 치사하지... 그런데 이왕이면 격조높게 비열(卑劣)하다고 하거
라."

아이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 얼굴이 벌개
지며 성을 내는데 이양반은 한술더뜨기 때문이다.

"못할줄 알아요? 아저씨는 비열해요."

"그럼 그럼... 사양말고 칭찬해."

아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욕을 칭찬으로 듣고있으니 더 이상
떠들어봐야 입만 아프기 때문이다. 음식이 나왔다. 제법 괜찮은 요리였고 묵
향은 술을 천천히 마시면서 아이의 얼굴을 노려봤다. 아이는 입속에 똥을 넣
겠다는 말도 안되는 위협에 대해 절대로 똥은 먹을 수 없다는 듯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차곡차곡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음식을 먹는 자세
를 보고 묵향은 꽤 교육을 잘 받은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맛이 괜찮니?"

그라자 아이의 시큰둥한 목소리.

"아뇨. 맛없어요."

묵향은 싱긋이 웃으며 일부러 말소리를 낮춰서 위협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똥은 어떨까?"

그러자 아이는 잠시 얼어붙는 것 같더니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예... 예.. 이거 아주 맛있어요. 둘이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는데요."

적당히 음식을 먹은 다음 묵향은 아이의 다리 혈도를 풀어주면서 말했다.

"오늘 아주 즐거웠다. 너도 그렇지?"

그러자 혈도가 풀린 아이는 저만큼 도망가더니 소리쳤다.

"이 나쁜녀석아. 나중에 두고보자."

"하하하... 그래, 나중에 보자."

그 아이는 천지문을 향해서 달려갔다. 묵향도 이곳에 남아서 천지문과 시비를
벌일만큼 바보는 아니므로 혼자서 키득거리며 분타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친 후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다가 모두들 천지문으
로 갔다. 묵향일행이 도착하자 천지문의 위병은 갑자기 30여명의 무장한 무림
인들이 들이닥치자 일부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매는 가볍게 말에서 뛰어내
려 바짝 긴장하고있는 위사(衛士)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는 천마신교(天魔神敎)에서 왔소. 문주를 뵙고 상의할 일이 있소. 안에
기별해 주시오."

그러자 안으로 위사중 한명이 달려서 들어갔다. 1각 정도 지나자 그 위사는
또다른 중년인을 데리고 나왔다. 그 중년인은 묵향일행에게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문주께서는 귀교와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돌아가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매가 말했다.

"그러면 뇌옥에 갖혀있는 귀 문하의 300여명의 목이 떨어져 나가도 상관없
소?"

"그대들은 우리에게 협박을 하러 찾아온겁니까?"

"아니오. 몇가지 협상을 할게 있어서 찾아왔소. 먼저 문주를 만나게 해주시
오."

"기다리십시오."

그러더니 2각 정도를 기다리자 그 중년인이 다시 나와서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묵향이 말에서 내려 걸어들어가자 나머지도 하는 수 없이 말에서 내렸다. 묵
향의 뒤에서 지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남아 말을 돌보고 있어라."

묵향 일행은 문에 10명의 무사들을 남겨두고 중년인을 따라 들어갔다. 묵향일
행이 기다리는 중에 준비했는지 넓은 마당에 넓직한 탁자 2개가 연결되어 놓
여있고 의자 6개가 놓여있었다. 실지 탁자의 넓이로 봤을 때 충분히 10개 이
상의 의자를 놓을 수도 있는데도 한쪽에 3명씩 앉을 수 있도록 의자의 수를
제한해 놓은 것은 상대의 우두머리가 누군지 알아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저쪽의 의자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고 100여명의
고수가 검을 허리에 찬 채로 서있는 것으로 보아 문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묵향은 이쪽에 할당된 세 개의 의자중에 중간에 위치한 의자에 털썩
앉은 다음 문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1각 정도 더 기다리자 문주가 나왔고 그 뒤에는 크고 두꺼운 도(刀)를 가진
젊은이가 뒤따랐다. 과연 보고대로 6척이 넘는 큰 키에 다부진 근육을 가지고
있는 부리부리한 눈매의 소유자였다. 그는 중간의 의자에 어떻게 보면 문약한
서생같이 그렇게 근육이 발달하지도 않은 새파랗게 젊은 인물이 앉아있는 것
을 보고 약간 놀란 듯 했다. 그리고 앉기전에 한번 둘러본 다음 대부분의 위
사들이 40대 정도의 용모라는 점과 그 외에 상당히 젊게 보이는 사람들이 많
았고 또 왼편에 앉은 깡마른 곱추의 손이 검푸른 광택을 내는 것을 보고 점점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다음 묵향의 뒤쪽에 서있는 여자의 손이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밖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거
의 경악할 정도까지 놀랐다.

'이들은 마교의 최고 정예다. 저 검푸른 광택의 말라비틀어진 손에 말라깽이
곱추라면 마교서열 13위 외총관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가 틀림없
어. 그리고 저 서생같은 자 뒤의 사이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집은 소수마공
을 극성까지 익혔고 금음(琴音)으로 사람을 웃으며 죽게 만든다는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 좌외총관이다. 대부분 평생가도 저들 중 한명의 얼굴도 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이 둘이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소문대로라면 저 둘만으
로도 본문을 멸문시킬 수 있을거야.'

이때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이
가 다가왔다. 아주 깨끗한 고급옷을 입은걸로 보아 제법 신분이 높은 것 같았
다. 허리에 패도를 찬 걸로 보아 천지문의 인물은 아닌 모양이다. 그자는 문
주의 오른쪽에 비어있는 의자에 거만하게 앉더니 말했다.

"천마신교에서 여기 무슨일이오?"

그러자 곱추인 옥관패가 비웃음을 띄며 입을 열었다.

"네녀석은 여기서 입을 열 신분도 못돼. 우리는 네녀석이 아닌 문주하고 얘기
하기 위해서 총타에서 이곳까지왔단 말이다."

거들먹거리던 그 젊은이는 곱추를 째려봤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곱추의 손에
멈추자 일순간 말을 잊을 정도였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그가 말했다.

"귀하는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 어르신이 아니십니까?"

"알면서 왜 묻나?"

"이런 구석진 곳에 어떻게 천마신교 서열 13위의 나으리가 오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럽니다."

"본좌보다 더 높은분도 와 계신데 내가 못올것도 없지."

그 말을 들은 그 젊은이는 이제 정신을 차려 마교측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봤
다. 마교의 인물들 중에서 외부에 드러난 고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여태까지
고작해야 고루혈마 옥관패 외총관과 그 수하인 우외총관 천진악과 좌외총관
설약벽이 밖에 드러난 최고의 고수들이다. 그런데 그중 두명이 이곳에 있고
그나마도 음희 설약벽은 앉지도 못하고 서있는 걸 보고 그는 도무지 지금 돌
아가는 사태를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이정도 고수들이 이 구석진 곳에 왜 왔지? 솔직이 저뒷쪽에 서있는 인물들에
게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마기(魔氣)로 보아 모두다 보통 고수들이 아니야.
앞의 세명은 빼고 저기 서있는 자들의 반만 동원해도 이따위 시골 문파쯤 잿
더미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겠군. 맹에서 파견된 우리들까지 포함해서...
그런데 이해할 수가 없는건 이 중간에 앉은 젊은 녀석이군. 도무지 마기를 느
낄 수가 없어. 무림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하겠어. 어쩌면 마교의 핵심
인물인 혁무상인가? 혁무상이 마교의 두뇌라고 들었는데....'

그가 잠시 할말을 잊은 사이에 설약벽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대력도패(大力刀覇) 진양(振揚) 문주님. 이번에 저희들은 귀 문파와 협상을
하기위해서 왔습니다. 본교는 귀 문파와 조건부 불가침 협정을 맺고자 합니
다."

그러자 오른편에 앉은 젊은이가 말했다.

"문주님 속아서는 안됩니다. 저들은 계략을 통해 이 문파를 통채로 먹으려고
하는 겁니다."

설약벽은 그 젊은이에게 말했다.

"이 협정은 천지문과 본교와의 일입니다. 협정을 맺을 것인지는 천지문의 문
주님이 결정하실 일이지 무림맹의 용천익 당주 따위가 끼어들 일이 아니에요.
문주님, 이 협정이 맺어지면 물론 귀 문파에세 잡혀온 300여명의 포로들을 돌
려드릴겁니다. 이것이 그 협정서입니다."

일단 밑져봐야 본전이었으므로 진양은 그 협정서를 읽기 시작했다.

"一 : 이 협정서는 상대방이 해제를 원하거나 상대 문파의 수장(首長)이 바뀌
기 전까지 유효하다. 만약 한쪽의 수장이 바뀌면 다시 협정서를 작성, 협의해
야 한다.
二 : 천마신교와 천지문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하고 설혹 실수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면 무력보다는 상호 토의를 통해 원만히 처리함을 원칙
으로 한다. 아울러 천마신교는 천지문 문파를 기준으로 20리 안에는 절대로
침범할 수 없다.
三 : 만약 피치못할 사정으로 이 협정서를 위반해야 할 일이 발생하면 협정
서 해제를 원하기 1달 전에 상대방에게 통보해야 한다. 예외로 천지문의 경우
정파의 모든 문파가 서로 합동하여 천마신교를 침입해야 할 때 통지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예외의 경우 타 문파들의 압력에 의해 자의가 아닌 행
동이 되므로 아직 협정서는 유효하게 된다. 따라서 천마신교는 공격해 들어오
는 천지문의 제자들은 공격할 수 있으나 절대 천지문을 공격할 수는 없다.
四 : 만약 천지문에서 200리 내에서 천마신교가 정파계열의 문파와 충돌했을
때 천지문에서 중제를 요청하면 최대한 무력행사를 자제해야 하며 중제 요청
과 동시에 1달간 천마신교는 절대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
五 : 천마신교를 위협하는 세력이 천지문 20리 내에 존재할 때 천마신교는
그들을 임의로 공격할 수 없고 반드시 천지문의 허락을 얻어야 공격이 가능하
다.
六 : 천지문은 꼭 천마신교가 타 문파와 충돌을 일으켰을 때 도와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천마신교는 천지문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도와주어야 하고 만약
돕지 못한다면 천마신교에 서신도착 후 1달이내에 돕지 못하는 사유를 적어
천지문에 통보해 주어야 한다.
七 : 위의 여섯가지 내용은 협정서가 유효한 한 지켜져야한다."

찬찬히 읽은 다음 진양은 왼쪽에 앉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인에게
협정서를 넘겨주며 말했다.

"제가 읽어보니 이건 일방적으로 천마신교가 불리한 조항들이 많소. 귀하들의
진심을 알고싶소."

"우리들의 진심은 그것입니다. 첫째항을 둔 이유는 본교에서는 진양 문주님을
믿을 수 있지만문주님의 후계자까지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이건 귀 문파도 마
찬가지일 것입니다. 저희 교주님께서도 20년 안에 소교주님께 모든 권한을 넘
기실 겁니다. 귀 문파도 소교주님을 못믿기는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렇소."

"이번에 생긴 일도 서로가 잘 상의해서 넘길 수 있는 일인데도 귀 문파는 수
상한 점이 있다고 본교의 비밀분타를 공격해 왔습니다."

"그건... 원체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우리들은 그걸 산적들의
소굴로 판단하고 공격을 했는데 공격해 들어간 제자들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1
주일 전에서야 그중 3명이 돌아왔소. 그 아이들의 말을 듣고는 귀교와 충돌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이번 일은 교주님의 허락하에 벌어지는 것입니다. 될 수 있으면 본교는 귀
문파와 충돌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이걸 거절하신다면 저
희들은 지금 귀 문파를 멸문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점을 충분히 고려해 주
십시오."

진양은 힐끗 무림맹에서 파견나온 용천익 당주를 보더니 말했다.

"본인은 이 협정서의 일곱가지 내용을 수락하오."

여태까지 말이없던 묵향이 자신의앞에 놓여있는 협정서에 서명하고 인장을
찍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본교와 천지문은 조건부 불가침 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그 협정서
에 인장을 찍어 이리 주십시오."

진양이 서명하고 인장을 찍은 후 그 협정서를 묵향에게 넘겨주자 묵향도 자신
이 서명하고 인장을 찍은 협정서를 넘겨줬다. 옆에서 설약벽이 서로간에 협정
서 교환이 끝나자 말했다.

"건네 받으신 협정서에 다시 자신의 서명과 인장을 찍어주십시오. 각 협정서
는 각 문파에 따로 보관되며 협정이 유효한 한은 무한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
입니다."

진양 등은 넘겨받은 협정서에 써져있는 서명을 보고 경악했다. 용천익 당주는
서명을 보더니 얼굴을 들어 묵향을 멍청히 바라봤다. 그도 그럴것이 그 서명
은 이렇게 씌여 있었다.

<천마신교 교주 대리, 천마신교 부교주 묵향>

'겨우 이런 문파에 2만의 정예 고수를 가지고있고, 또 10만 사파를 영도한다
는 마교의 부교주가 오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진양이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용천익 당주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
다.

'마교에 새로운 부교주가 임명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정보다. 만약 저자가 진
짜 부교주라면 최소한 극마의 경지를 넘어선 자야. 빨리 본맹에 연락을 해야
겠군.'

서로가 각기 머리를 굴리는 사이 묵향은 벌써 자신이 보관할 협정서에 서명하
고 인장을 찍은 후 그 협정서를 설약벽에게 건넸다. 그런다음 주위를 둘러보
다가 갑자기 일어섰다. 묵향이 갑자기 일어서자 모두들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이때 묵향이 건물의 오른쪽 얕은 토담을 향해서 외쳤다.

"이봐. 이리 나와. 맛있는거 사줄께."

그러자 토담 안에서 한 개구쟁이의 얼굴이 나오더니 말했다.

"이젠 안속아. 이 비열한 녀석아."

그러자 갑자기 진양과 진양의 왼편에 앉은 40대 초반 사내의 얼굴이 동시에
홍당무가 되었고 주변에 있던 천지문의 고수들은 웃음을 참느라고 곤욕스런
표정이었다.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묵향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어제 둘이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다고 해놓고는.."

"헛소리 하지마! 우리 할아버지한테 일러서 네녀석을 죽여버릴거야."

"어제는 두고보자고 하더니.... 고작 한다는 짓이 할아버지를 찾는거냐? 꼬맹
아."

"난 꼬맹이가 아니야. 그럼... 그럼... 나중에 내가 직접 너를 죽여버릴거
야."

그 말을 듣고 묵향은 비웃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말했다.

"흥! 나중에? 나중에 언제?"

아이는 한참 망설이는 것 같더니 말했다.

"10년 후에 두고보자."

"하! 10년 후라."

그와 동시에 약간 묵향의 신형이 움직이는 것 같더니 그 순간 묵향은 제자리
에 서 있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 소년을 잡고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주변의 인물들은 묵향의 신법이 빠름에 경악했다. 거의 순간의 시간에 5장
(15m정도)거리에 있는 아이를 잡고는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묵향은 아이한
테 짐짓 화났다는 태도로 말했다.

"나한테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하고 빌어라.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그렇게는 못해! 놔 이자식아."

그러자 묵향은 가소롭다는 듯이 콧웃음을 치며 말했다. 묵향의 말투는 상대를
한껏 깔보는게 확연했다.

"흥! 그럼 내가 그 말을 하도록 만들어 주마! 좋게 말할 때 빌어!"

아이는 고집스런 얼굴로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안해! 못해! 놔 아자식아....."

"못된녀석! 네녀석이 비명을 지르고 잘못했다고 벌벌 떨게 만들어 주지."

그런다음 순간적으로 아이의 혈도 64곳을 점했다. 그런다음 아이의 몸 곳곳을
만져대자 뼈가 부서지는지 우두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애와 장난
을 치는 줄 알고 모두들 재미있어 했지만 사태가 진전될수록 진양과 그 왼쪽
에 앉은 사내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더니 급기야 제지하고 나섰다.

"이럴수가 있소?"

그런데 이때 설약벽이 언제 다가왔는지 진양의 손을 잡고 말렸다. 진양은 그
손길을 뿌리치려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
이 터지도록 입을 꽉 다물고 신음하고있는 손자를 보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
려 했다. 하지만 그의 괴성은 나오지도 못했고 몸은 앞으로 나갈수도 없었다.
그는 이 순간 요사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미녀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도달하
기조차 힘든 경지에까지 올라선 고수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협정을 맺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린애를 저렇게 괴롭히다니... 세상에...
어린애한테 분근착골(粉筋鑿骨)의 고문을 행하다니 저자식은 사람도 아니다.'

그의 눈에는 피눈물이 쏟아졌다. 그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수하들도
문주와부문주 그리고 부문주의 아들이 사로잡혀있기에 칼을 빼들고 달려들
수조차 없이 숨을 죽이고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림맹에서
파견된 용천익 당주도 자신의 1장 앞에서 노려보고있는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의 위세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며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수하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빨리 비명을 질러 이자식아.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이번에는 뼈다귀를 부숴
버릴거야."

묵향은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 그 아이를 위협했고 그 아이는 그에 질수 없다
는 듯이 비명도 지르지 않고 묵향의 고문을 견뎠다. 2각(30여분)이 지나자 아
이는 차츰 혈색이 돌아왔다. 아이의 몸속에서 들려오던 우드득거리는 소리는
멈춘지 오래였다. 또다시 1각여가 지나자 아이는 정신을 차렸다. 이제 모든
고통이 끝난 것이다. 그러자 묵향이 이번에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직히 말했
다.

"내가 진기를 유도할테니 운기조식을 해라."

묵향은 아이의 머리위에 손을 올린 다음 그 애의 운기조식을도왔다. 그런데
좌중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방식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이상하군. 운기조식을 도운다면 등에 장심을 붙이고 진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인데 저녀석은 왜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거지..'

점점 시간이 지나자 아이의 얼굴은 더욱 평안해졌다. 운기조식을 시작한지 2
각 정도가 지나자 묵향은 손을 떼고는 아이를 일으켜 주며 말했다.

"정말 용감하게 견뎠다. 내가 협정서가 조인된 기념으로 너에게 준 선물이다.
방금 너가 익힌 심법은 현문의 태허무령심법(太虛無靈心法)이다. 이미 정파에
서는 실전된 무공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모든 사마(邪魔)가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준다. 너는 매일 1시진씩 이 심법을 행해야 하고 그 어
떤 다른 심법도 익히면 안된다. 진기가 정순(靜純)하지 못하면 태허무령심법
으로 쌓은 내력은 별로 힘을 쓰지 못해. 이것은 내력이 쌓이는 속도는 느리지
만 일단 경지에 이르면 대단한 진전을 보이는 것이 장점이지. 너는 내가 임의
로 근골의 형태를 바꿔 환골탈태(換骨奪胎) 한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하면 더욱 빨리 무공을 익힐 수있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진짜를 맛볼거다. 그런데 이 방법은 대단한 효과가 있지만 그 고
통이 너무나 지독해 도저히 인간으로서 참을 수가 없지. 단 한번이라도 비명
을 지르면 기가 흩어져 그때까지의 고생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거기다 다시는
이방법을 쓸 수가 없다. 네가 참아낸 것이 대견하구나."

그러면서 묵향은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런 다음 아직도 어벙벙
한 상태에있는 좌중을 훑어본 다음 진양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그럼 안녕히... 저아이는 나중에 천지문을 이끌어나갈 최고의 고수가 될 것
입니다.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런 후 아이에게 미소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꼬마야! 다음에 만났을때는 그따위 엉터리 도법이 아닌 좀 더 좋은 솜씨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런다음 외쳤다.

"돌아가자."

모두들 묵향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미소를 머금은 설약벽이 진양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손자분의 성취에 축하드립니다. 저 무공은 진골축근마공(珍骨縮筋魔功)으로
극마(極魔)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시전이 가능한 대단히 높은 경지의 무공입니
다. 모든 천마신교의 젊은이들이 저 수법을 받아보기를 원하지만 실지로 받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의외로 부교주님께서 손자분이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저 수법을 받는 도중에 아이에게 충격을 주면 안되기에 다급한 상황이라 손을
썼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뇌옥에 갖힌 천지문의 제자들은 본교의
제자들이 호위해서 안전하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럼"

설약벽은 경신술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말이 기다리고있는 문쪽으로 몸을 날렸
다. 천지문의 중인들은 그녀의 그 비쾌한 경신술을 보고 찬탄을 아끼지 않았
다.

"정말 대단한 신법이군."

"음희(淫嬉)는 냉혹하고 지독한 손속에 음란(淫亂)한 계집이라고 들었는데 소
문이란게 얼마나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겠군."

현상범은 싫어요

묵향은 천지문을 벗어나자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급히 호계악 차석장
로가 쫓아오더니 말했다.

"부교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교주님께서는 이 일이 끝나는 대로 근신하시라
고...."

"일이 아직 안끝났어. 매(梅), 국(菊)!"

"예!"

"너희들은 호 장로를 모시고 교로 돌아가라. 그리고 옥 외총관"

"예"

"설 좌외총관을 좀 빌립시다."

"예?"

"나는 어디 좀 다녀올데가 있는데 여태까지 금을 배우던 것이 있어 며칠 더
빌립시다. 그리고 교주님께는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갈거라고 전해주시오."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는지?"

"2달 내로 돌아갈거요."

"제발 부교주님! 그러시면 저희들 목이 위태롭습니다. 좀 더 줄여주십시오."

"그럼 1달 반! 더 이상은 안돼"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오실거라고 교주님께 아뢰겠습니다."

* * *

묵향은 설약벽에게 금을 배우며 천천히 길을 갔다. 뒤따르던 설약벽이 궁금하
다는 듯이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응.. 묵은 빚을 받으러"

"빚이라구요?"

"그래."

"어디에 빚이 있으십니까?"

"무당파와 태진문! 그녀석들이 간 크게도 본좌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지. 많이
걸면 본좌도 묵인해 주려고 했는데 겨우 은자 40냥 정도... 날 뭘고보고..."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

"그 두 문파 장문인 녀석들 다리뼈를 부숴놔야겠어."

"그러시면 안됩니다. 그러면 혈풍이 불게 된다니까요"

"상관없어. 혈풍따위 불어도... 내가 천마신교에 관계되어 있다는 걸 아는사
람은 없어. 너희들은 근처까지 따라와서 내가 그 두 문파를 완전히 초토화 시
키는 걸 구경이나 하라구."

난과 죽, 그리고 설약벽은 무당파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묵향을 설득하려
했지만 묵향의 고집을 꺽을 수가 없었다. 최후에는 설약벽이 결심한 듯이 외
쳤다.

"만약 뒤집어 엎으려면 아예 무당파를 멸문시켜 증인을 완전히 없애버려야 합
니다. 그러려면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근처 분타들에 연락하겠습니다."

"그럴필요없어. 상대는 군대가 아니야. 활이나 쇠뇌따위로 공격하지 않고 방
패도 쓰지 않지. 나 혼자서도 충분해."

그러더니 문앞에서 보초를 서고있는 무당파의 제자 5명에게 걸어갔다. 그런다
음 차갑게 말했다.

"장문인을 불러다오."

"뭐라고. 웬 미친놈이..."

제자들은 검을 반도 뽑기전에 4명은 기절하고 한명은 묵향에게 목이 잡혔다.
묵향은 혈도를 짚는 수고를 생략하고 한방씩 주먹떡을 선사했고 늑골이 부숴
지고 오장육부가 진동하는 충격에 모두들 기절한 것이다. 묵향이 서서히 손아
귀의 힘을 가하자 점점 목이 졸려오는 걸 느낀 무당파의 제자는 기절초풍해서
검을 뽑을 엄두도 못내고 부들부들떨며 종내는 검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
다.

"장문인에게 안내해."

묵향은 그자의 목을 그러쥔 상태로 무당파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삼인은
묵향이 하는 짓을 보며 경악해서 그냥 멍청히 바라볼 뿐이었다. 한 괴한에게
동문제자가 목이 잡힌채 엉거주춤 들어오자 모두들 검을 뽑아들고 외쳤다.

"왠놈이냐."

"게 섰거라."

"겁도없군"

저마다 한마디씩 했지만 묵향은 단 한가지만을 원할 뿐이었다.

"장문인을 불러와라. 과거 빚진걸 받으러 왔다고 하면 알거다."

반시진 정도를 기다리고 있자니 한 도인이 여러명의 도인들을 거느리고 다가
왔다. 그는 묵향의 앞에서 간단히 포권하며 말했다.

"시주께서는 본좌에게 무슨 빚이 있다고 찾아오셨소?"

묵향은 이제 장문인을 만났기에 더 이상 그 제자를 잡고있을 필요를 못느끼고
주변에 칼을 뽑아든 채 모여있는 제자들에게 던졌다. 상대는 갑자기 동문을
자신에게 던지자 앞으로 겨눴던 칼을 황급히 내리며 날아오는 동문을 구출한
다음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묵향이 그냥 목만 잡고있었는데도 그의 목
에는 묵향의 손자국이 벌겉게 찍혀있었다.

"왜 왔느냐고? 당신은 나를 보고싶었으니까 내 목에 현상금을 걸었을게 아닌
가?"

묵향의 싸늘한 대답을 듣고 장문인은 경악했다.

'바로 그 검귀로구나. 뇌전검황이 고혼이 된 걸로 미루어 보아 오늘은 길(吉)
보다는 흉(凶)이 많겠구나. 전 제자가 달려든다면 죽일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 피해가 어느정도일지 짐작이 가지 않으니.... 그렇다고 벌써 은거하신 사
숙조(師叔祖) 어르신을 부를수도 없고...'

장문인은 먼 산을 가만히 보고있더니 제자들에게 명했다.

"모두들 물러서라."

이때 장문인의 왼편에 서있던 젊은이가 장문인을 말리며 말했다.

"장문인께서는 참으십시오. 제가 해보죠."

그런다음 묵향의 앞으로 나섰다.

"그대는 누군가?"

"나는 황룡문의 부문주다."

"자네와는 별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 또 황룡문과 원수지기는 싫으니
비키게나."

"황룡문을 알고있다면 여기서 물러서 주시오."

"제기랄! 황룡문은 어디에있지? 나는 지금 시간이 별로 없어. 황룡문까지 잿
더미로 만들시간은 없다구. 빌어먹을 빨리 비켜!"

그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자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기운을 읽으며 묵향도 천천히 묵혼검을 뽑으며 말했다.

"제법이군."

그 젊은이는 묵향의 빈정거림에 약간 화가났는지 기를 있는대로 끌어올렸다.
그는 옷이 한껏 부풀어오르자 곧바로 공격을 가해왔다.

"직교단월(直交斷月)!"

그와 동시에 10여개의 반월형의 푸른 검강(劍剛)들이 묵향을 향해 뻗어나갔
다. 순간 묵향의 몸이 앞으로 튕겨져 들어왔다. 그때 묵혼검은 검게 빛나며
검푸른 빛과 같은 것이 검신 주위를 5치 두께나 타오르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묵향은 묵혼검을 이용해서 푸른 검강들을 파괴하며 앞으로 다가서더니 곧바로
젊은이의 오른쪽 허리에서 왼쪽 어깨위 방향으로 베어올렸다. 그 젊은이는 경
악해서 최대한 빠른속도로 몸을 뒤로 빼며 자신의 도로 막았다. 하지만 묵혼
검은 그 젊은이의 도를 두토막내며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그 젊은이는 몸은
묵혼검의 사정권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묵혼검이 짧기에 얻어진 요행이었
다. 하지만 묵혼검의 앞쪽으로 흘러나온 어검술의 강기에 휘말려 젊은이의 호
신강기는 완전히 박살났고 그의 옷과 함께 오른쪽 허리에서 왼쪽 어깨까지 살
덩어리가 찢어져 나갔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았기에 내장까지 흘러내릴 정
도는 아니었다.

주변의 무당파 제자들이 황급히 그를 부축하자 그는 고개를 숙이며 피를 토했
다. 아마 호신강기가 무너지면서 상당한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요행이라도 그 젊은이의 호신강기가 강력했기에 이정도에서 끝난 것이
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검술에서 뻗어나온 강기의 회오리에 말려 두토막이 났
을 것이다. 그걸 본 묵향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쯧쯧... 겨우 청월검법(靑月劍法)따위를 믿고 나를 상대하려고 했다니... 자
네는 그 검법을 10성까지 익힌다고 고생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정도 무공으
로 다른사람 대신 목숨을 걸고 나설정도는 아닌 것 같군. 이보시오 장문인!
이제 당신이 나설차례인 것 같소만...."

제자들이 방금전에 보여준 묵향의 무공에 경악하여 엉거주춤 물러서자 장문인
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이 모든 일은 본인 혼자서 저지른 일이오. 나만 죽이면 될것이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검을 뽑지않지?"

"뇌전검황도 그대의 손에 목이 날아갔는데 빈도는 도저히 그대의 적수가 되지
못하오. 5초도 안되어 끝날텐데 반항해서 뭣하겠소. 그냥 내 목을 벤 다음 조
용히 떠나주시오."

뇌전검황의 목이 날아갔다는 말에 방금전에 묵향에게 덤벼들었던 <우물안 개
구리>는 경악한 시선으로 묵향을 바라봤다. 장문인은 옆에있는 도인에게 말했
다.

"풍진(楓進) 사제가 내 뒤를 이어주시게나. 절대로 내 복수는 하지말게. 뇌전
검황의 제자들도 그의 유언을 듣지않고 복수를 하려다가 결과가 어떻게 되었
는지 자네도 알걸세"

묵향을 에워싼 무당파의 제자들은 무림인같지도 않은 새파랗게 젊게 보이는
눈앞의 청년이 사실은 반노환동(反老還童)의 경지에 들어선 고인(高人)이라는
점에 놀랐는지 모두들 조금씩 더 뒤로 물러섰다. 묵향은 초연한 장문인을 보
고는 선뜻 베지 못하고 묵혼검의 그 맑게 빛나는 검은 검신(劍身)을 한참 들
여다 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그대와 같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주 힘드는 일이오."

그런다음 묵혼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대의 목숨을 살려줄테니 나중에 나의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겠나?"

"그럴 수 없소. 지금 내 목을 치시오."

"목숨을 잃는 것보다 작은 부탁 하나를 들어주는게 더 좋을텐데.."

"어떤 부탁은 목숨을 잃는 편이 더 좋은것도 있소."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군. 나는 자네가 내 부탁 한가지를 나중에
들어주기를 원하네. 물론 그 부탁을 들어본 후에 자네가 거절한 권리도 있지.
자네는 내가 부탁한 것 중에서 당신이 부탁을 들어줘도 상관없는 것 하나만을
택해 들어주면 되네."

"그렇다면 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소."

"이건 부탁은 아니지만 한가지 물어보겠네. 태진문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는게
가장 빠르지?"

"저쪽으로 걸어가면 되오. 60리(20Km정도) 정도 가면 볼 수 있을거요. 하지만
내가 사과할테니 태진문으로 가는 건 그만두는게 서로가 좋지 않겠소? 현상금
은 내가 태진문주에게 말해서 취소하겠소."

묵향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소. 나도 쓸데없는 살생은 하고싶지 않소."

그런다음 묵향은 무당파에서 걸어나가며 정문 부근에 서있는 3명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묵향 일행이 말을 타고 멀어지는 걸 보며 혼자말을 나직히 뱉었다.

"오늘 운이 아주 좋은지도 모르겠군. 내 평생 전설의 어검술(御劍術)을 볼 수
있을줄이야. 어검술에 죽을 수 있다면 억울한것도 아니지...."

장문인이 부상입은 청년에게 말했다.

"너무 억울해 하지 마시게나. 저정도 검객과 검을 섞어본 것을 영광으로 생각
하시게나. 저자는 아마 무림사상 두 번째 현경(玄境)의 고수로 기억될거야."

그러자 그 청년도 피가묻은 입 주변을 소매로 쓱 닦은 후 미소지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사람이 저정도로 강해질수도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괴물과 은원(恩怨)을 맺으셨습니까?"

"말하자면 길다네..... 안으로 들어가세나. 치료도 해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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