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9 담판(談判)

3학년2반 | 2021.11.28 07:22:18 댓글: 0 조회: 436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047
담판(談判)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지령회를 나선 묵향일행은 당문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점심때가 지나서 당문에 도착한 일행은 문주와의 회담을 원했고 그 회담은 받
아들여졌다. 먼저 일행을 안내한 나이든 고수는 태청당(太晴堂)이라는 건물로
묵향일행을 안내했다. 묵향이 바라보니 크지않으면서도 꽤 위엄있게 잘 지어
진 건물에는 웅대한 필치로 太晴堂(태청당)이라는 현판이 붙어있었다. 이때
그들을 안내해온 나이가 지긋한 사내가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무기는 가지고 가실 수 없으니 저에게 맡기시지
요."

"알겠네. 너도 검집을 풀어라."

묵향은 묵혼검과 옥령인의 검을 죽에게 주며 말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난(蘭), 예물을 다오."

준비한 예물을 난이 묵향에게 건네주자 묵향은 옥령인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
갔다. 안에는 7명이 묵향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쪽에는 6개의 의자가 놓여있
었고 그 반대쪽에는 7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 의자에 모두들 앉아있다가
일어나며 묵향 일행을 맞이했다. 그런데 묵향으로서도 경악스러운 것은 사천
으로 오는 도중에 놀려준 그 여인이 7개의 의자 중 중간에 앉아있다가 일어서
며 똥씹은 얼굴로 묵향을 노려보있다는 사실이었다. 묵향은 그 여인을 잠시
바라본 다음 껄껄 웃으며 말ㅎ다.

"하하하... 정말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그러더니 오랜만이구료.
옥소저."

그 여자는 노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허리의 검을 뽑으며 외쳤다.

"흥! 못된녀석! 네녀석의 농간 때문에 그 쓴 약재를 3번이나 씹어먹었는데 당
문주의 말로는 그게 절대 춘약이 아니라고 하더군. 나를 가지고 놀다니 내 기
필코 네놈을 찢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묵향이 싸늘하게 말했다.

"오늘 화해는 그른 것 같은데 할 수 없이 지금 모두 죽여서 조속히 해결해야
겠다."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묵향의 손에서 푸른색 강기가 치솟아올랐다. 그
길이는 무려 3척에 이르렀고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막대기 같은 모양이었다.
모두들 이걸 보고 경악성을 터트리며 다급히 검을 뽑아들며 일어섰다.

"심검(心劍)을..."

묵향은 중인들이 경악하건 말건 싸늘히 외쳤다.

"나를 원망하지 말게나..."

그와 동시에 묵향의 신형은 앞으로 쏘아나갔다. 제일 첫 번째 목표는 옥소저
라는 그 버릇없는 계집이었다. 묵향이 섬전과 같은 속도로 자신에게 쏘아져
들어오자 옥소저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고 대신 옥소저의 좌우에있던 사내들이
날렵하게 몸을 날리며 묵향의 강기를 맞받았다. 검과 강기의 덩어리가 충돌하
며 불꽃을 일으켰고 다음순간 두 남자는 피를 뿜으며 뒤로 퉁겨져 나갔다. 묵
향이 재차 목표를 향해 강기의 덩어리를 날리려는 순간 옥령인이 묵향의 앞을
가로막았다. 묵향은 싸늘히 그녀를 향해 외쳤다.

"비켜."

"이러지 마세요. 말로 해결하면 될 것을 꼭 힘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이리 온
것도 서로 좋게 해결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리고 그걸 저한테 다 맏긴다고 했
잖아요. 그런데 왜?"

"지금 분위기를 보고도 몰라. 저쪽에서 먼저 검을 뽑았다구. 그럼 내가 목을
내밀며 '날 죽여주슈' 할줄 알았어?"

묵향과 옥령인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그들의 대화
를 들어보고 아직도 말로 풀수있다는 희망이 있음을 깨닫고 그들의 대화에 끼
어들었다.

"이보시오 대협. 우리 서로 말로 잘 풀자고 모인게 아니오. 서로 이성을 찾고
말로 해결해 봅시다."

그 남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묵향의 무공을 보고 도저히 이 방
에있는 모든 사람이 덤빈다 하더라도 상대가 불가능한 고수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심검(心劍)은 왕년의 정파 최고의 고수 구휘조차도 이론적으로 가
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힘들다고 두손을 들었던 지고(至高)의 무공이다. 그런
데 이걸 익힌자라고 한다면 구휘보다 더 강했으면 강했지 약할리가 없기 때문
이다. 일단 나중에 싸우게 되더라도 일단 상대의 말을 들어서 믿질거는 없기
에 그는 대화를 청하고 나온 것이다. 이때 튕겨나가서 벽과 심하게 부딪쳐 그
호신강기 덕분에 벽에 구멍을 뚫을 뻔한 남자가 몇번 기침을 한 다음 피를 뱉
아내고는 일어서며 말했다.

"잘 해결하자고 모인것이니 서로 말로서 해결하도록 해봅시다."

그러면서 옆에 떨어진 자신의 애검을 보니 검날은 다행히 상하지 않았다. 그
의 검이 보검이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검과함께 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그리고 옆의 사람을 보니 그도 주춤주춤 일어서고 있었다. 그의 도(刀)도 대
대로 물려내려오는 보도였기에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때 밖에서 한명이 다
급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의 뒤에는 약 50여명의 수하들이 검을뽑고 서있
었다.

"문주님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묵향에게 말로 해결하자고 하던 건장한 체격의 그 남자가 말했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으니 너희들은 소란떨지말고 나가거라."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그 건장한 체격의 꽤 정성들여 수염을 다듬은 문사풍의 얼굴을 가진 사내는
수하들이 물러가자 묵향에게 말했다.

"아직 소개를 못했군요. 본좌는 이곳의 문주인 당진천(唐眞天)이라고 합니다.
자자 모두들 앉으십시다."

그러면서 그가 자리에 앉자 묵향으로서도 더 이상 소란을 피울 수 없어서 강
기를 거둬들인 다음 의자에 앉았다.

"밖의 분들은 안들어 오십니까?"

"아. 그들은 모두 제 수하들입니다. 그 아이들은 적수공권(赤手空拳)에 능하
지 못해서 저혼자 들어왔죠. 그리고 제 검과 이 소저의 검을 지킬 사람도 필
요하구요. 너도 거기 서있지 말고 이리와서 앉거라."

옥령인이 묵향의 옆에 앉자 묵향이 정식으로 자기 소개를 했다.

"본인은 지령회를 대신해서 중재를 위임받은 마교의 부교주 묵향이라고 하오.
그리고 이쪽은 그쪽과 대화를 풀어나갈 옥령인 낭자요."

그러자 상대방 남자는 옥령인의 얼굴을 보고는 잠시 곤욕스런 표정을 지었는
데 그 반대쪽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한결같이 이상했다. 물론 묵
향으로서는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아무래도 저 여자와 자매라고 하
니까 그래서 그럴거라는 생각만 하고있었다. 이번에는 저쪽에서 소개를 해왔
다.

"저분은 종리세가(鍾里世家)의 패도(覇刀) 종리영우(鍾里英宇) 대협이십니
다."

그러자 묵향에게 도를 맞대고 튕겨나갔던 그 남자가 포권을 해왔다.

"그리고 이분은 제갈세가(諸葛世家)의 패검천령(覇劍天嶺) 제갈기(諸葛忌) 대
협이십니다."

"대협은 무슨.... 아무튼 그대의 대단한 무공에는 정말 놀랐소이다."

그러면서 검을 잡고 튕겨나갔던 사내가 포권을 해왔다.

"그리고 이쪽은 무림맹에서 나오신 매화문검(梅花文劍) 옥매화(玉梅花) 여협
이십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묵향을 모르는체 했다. 그녀로서는 방금전에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되었는지 거친숨을 아직도 내쉬고 있었다.

"이쪽은 내 자식인 당인걸(唐仁傑)입니다. 귀하의 눈에는 차지도 않겠지만 그
래도 무림에서는 꽤 소질이 있는 기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식인지 당 문주는 자랑을 약간 한 다음 다음사람을 소개했다.

"저 두사람은 본문의 외총관 이정과 내총관 당평입니다. 그럼 회의를 진행해
보기로 하지요. 이봐라. 차를 가져오너라."

그러자 밖에서 시비(侍婢) 3명이 들어와 각자의 의자옆 팔걸이에 차를 올려줬
다. 묵향은 시비중 한명에게 예물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작은 성의이니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서로 말을 잘 해뒀으
니 옥령인과 상의를 해보십시오."

그러자 당 문주는 의아한 듯이 묵향에게 물었다.

"저 옥령인 소저는 무림맹주의 손녀입니다. 그런데 그녀와 만약 의논을 해서
합의점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귀교에서 그걸 받아들일 겁니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옥령인 소저에게는 내가 모든 걸 말해뒀으니 서
로 상의해 보도록 하십시오. 나는 원래 여기 저 소저의 생명의 안전만 책임지
기로 하고 따라왔으니 말이오."

그러자 옥령인 소저가 말했다.

"천마신교는 지령회와 당문이 쓸데없는 일에 자존심을 세워 지금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냥 서로 휴전할 수는 없을까
요?"

그러자 내총관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본문이 입은 피해는 상당합니다. 우리는 그 피
해에 대한 보상을 어느정도 받기를 원합니다."

"만약 보상을 안해주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옥매화 소저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그렇다면 회의는 해보나 마나야."

그녀의 말에 외총관도 거들었다.

"다시 소모전을 하는 수밖에 없소."

당 문주가 그들의 말에 추가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

"무림맹에서 추가로 40여명의 고수가 가담했고 새로이 제갈세가와 종리세가에
서도 100여명의 고수가 도착했습니다. 그 외에 주변의 문파들에서 다음에 벌
어질 충돌에 자신들의 제자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문파가 3곳이나 됩니다.
우리는 지령회의 회주가 당문에 정중히 사과하고 피해를 어느정도 보상해 줘
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묵향이 나직히 그러나 또박또박 물었다.

"그 문파들의 이름을 알려줄수 있습니까?"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당 문주가 말했다.

"그건 왜 묻습니까?"

그러자 옆에 앉은 옥령인이 말했다.

"묵향 부교주는 이곳에 오실 때 수라마참대를 이끌고 오셨습니다."

그러자 앞에 앉은 사람들은 경악했다. 수라마참대라면 마교의 최고 정예가 아
닌가? 그들을 이런 별볼일 없는 소모전에 끌고오다니... 거기다이 싸움은 마
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것도 아닌데..?

정신을 수습한 당 문주가 묵향에게 물었다.

"옥령인 소저가 하는 말이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귀하는 우리들에게 협박을 하는 겁니까?"

그러자 옥령인이 당 문주에게 대답했다.

"협박이 아니에요. 지금 천마신교는 이 별볼일 없는 소모전이 오래 끄는걸 원
하지 않습니다. 너무 질질끌면 천마신교의 이름에 먹칠이 된다는 것이죠. 그
래서 협상을 해보고 잘 끝나면 다행이지만 만약 무력을 써야한다면 수단 방법
을 가리지 말고 재빨리 종결지어버리라는 교주의 명령이 있었답니다."

"아무리 수라마참대라도 당문과 2대 세가를 한번에 무너뜨리기는 쉬운일이 아
닐거요."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묵향 부교주는 지금 앉아계신 여러분들부터 먼저 죽인
다고 했습니다. 그런 후 수라마참대를 풀어 우두머리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나
머지를 한번에 처리할거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하는 말은 거짓이 보태진건 없
습니다. 대신 여기서 서로가 화해를 한다면 서로간에 예물이 와야하며 서로간
에 사과가 대외적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대신 천마신교측에서는 예물을 보태
어 좀 더 많이 이쪽으로 드릴것입니다. 천마신교가 원하는 것은 양쪽 다 외부
에 체면을 손상당하지 않고 일이 끝나는 것이죠. 그리고 이건 빨리 해결되어
야 합니다."

"귀교가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군요. 우리 두 세가가 여기 합동한 것도
귀교가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랜시간 모른체 하다가 갑자기 빨리 화
해하지 않으면 쓸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다니... 그 이유부터 설명해주지 않
겠습니까?"

그러자 묵향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그대들은 암흑마교(暗黑魔敎)라는 단체를 알고 계십니까?"

그러자 옥맹화 소저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알고있어요. 본맹에서 수집한 정보로는 그것은 혈교의 한 분파인 것 같으며
그수는 거의 5000에 이르는데 고수들이 많아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고있어
요."

"그 암흑마교는 본교에서 이탈한 1000명의 제자들이 세운 단체요. 그대들이
말하는 사천왕의 한명인 흑살마제(黑殺魔帝) 장인걸(張仁傑)이 그를 추종하는
천여 고수들을 이끌고 나가 세운 단체지요. 그들의 행동을 본교에서는 치밀하
게 감시하고있고 또 아수혈교도 그렇고 여러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판치고있
습니다. 그들에 대해 신경쓰는 것만 해도 마교에서는 벅찰 지경이오. 몇해 전
에는 많은 부녀자들이 납치되는 것을 보고 일종의 사이한 대법을 연성하는 무
리가 있는 줄 알고 새외(塞外)로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가 출동하기도 했소.
그들을 토벌하고 나니 단순한 인신매매단이라는 걸 알고 철수했지만.... 아무
튼 우리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으로 정신이 없소. 그래서 교주의
명령으로 그대들과의 협상을 중재하고 있고 만약 안된다면 수라마참대를 빨리
본교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기습을 가해 잿더미로 만들 수밖에 없소."

그러자 옥매화 소저가 비웃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알았으니 기습은 힘들텐데요."

그러자 묵향은 싱긋 웃으며 옥령인에게 말했다.

"당신 언니는 이번에 쓴약을 너무 먹어서 머리가 잘못된 모양이군. 왜 내가
돌아갔다가 이리 다시 와야하지? 솔직히 말해서 당문쯤 박살내는건 나와 사군
자만 있어도 충분해. 지금 수라마참대는 제갈세가와 종리세가를 부술 준비를
하고있지. 당문이 박살났다는 말을 들음과 동시에 그 두 세가도 끝장날거야."

그럼과 동시에 문 밖에서 묵향의 검이 날아들어왔다. 묵향은 자신의 앞에 날
아와서 둥둥떠있는 묵혼검을 집어서는 허리에 차며 말했다.

"그대들은나에대한 예비지식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군. 본교에서도 교주의 근
처 2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검을 차고있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지. 역대로
제법 많은 교주들이 암습으로 저세상에 갔거든. 하지만 그 규정에 유일한 예
외로 인정받은 사람이 나야. 아무리 교주라도 내가 검을 가지고 있던 없던간
에 내가 죽이고자 마음먹으면 곧장 천국으로 보내드릴 수 있다는 걸 모두들
알기때문이지. 자 그대들은 어떻게 하시겠소? 화해요? 아니면 싸움이오?"

그러자 당 문주가 굳어진 얼굴로 대꾸했다.

"이건 완전한 협박이란걸 알고 있소?"

그의 말에 묵향도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는 당신에게 불리한 걸 권하는게 아니오. 오히려 유리하지. 본교에서는 그
대가 화해에 응한다면 은화 2000냥을 드릴거요. 대신 그대들도 우리쪽에 예의
를 표시해야 하오. 그대들이 지령회에 은화 1000냥 정도 주면 그들은 아주 좋
아할거요. 그리고 본교에서 가지고있는 당문의 실전된 무공비급 중 3가지를
돌려드리겠소. 내가 양보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요. 서로 상의들 해보시오."

그런다음 옥령인에게 말했다.

"너는 밖에서 기다려라."

"예? 왜그래요?"

"만약 혈투가 벌어지면 사군자가 너를 지켜 줄거다."

"당문에서 거절한다면 살육전을 시작할건가요?"

묵향이 말없이 고개를 약간 끄덕이자 그녀는 슬픈듯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저는 그냥 여기서 언니를 도와 당신과 싸울거에요."

그런다음 옥령인은 천천히 걸어서 옥매화 소저의 앞에 섰다. 그런 모습을 보
며 묵향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배운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으로 말인가?"

"예. 그동안 저한테 정말 잘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때밖에서 옥령인의 검이 날아와서 옥령인의 앞에 멈춰섰다. 묵향은 진기를
이용해 옥령인의 검을 주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싸우고 싶다면 검이 있어야겠지. 일단 시작되면 서로 편하게 제일 먼저 저세
상에 보내줄께. 내가 해줄수있는건 이것밖에 없구나."

"고마워요."

전음으로 쑤근거리면서도 그들은 묵향과 옥령인이 하는 대화를 모두 들었다.
묵향은 거의 방심상태인 듯 진기를 끌어모으지도 않고 앉아서 습관적으로 가
만히 묵혼검을 쓰다듬고있었고 옥령인도 그런 묵향을 바라보며 그냥 서있었
다. 이때 묵향이 긴 침묵을 깨고 말했다.

"함께한 시간이 얼마되지도 않았지만 정말 즐거웠어. 이런 상황에서 만났다는
게 아쉽군. 우리는 아주 친한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요. 하지만 당신은 너무 장난이 심해서 아주 친한 친구는 안될 것 같아
요."

"하지만 재미있잖아. 우리가 처음만났을 때... 큭큭큭.... 너의 언니에게 십
전마령환(十煎魔寧丸)을 먹인다음 그걸 춘약이라고 하니까... 하하... 너는
옆에 있으면서 그 당황한 표정을 못봤지?"

그러자 상황이 이렇게도 급박한데도 옥령인은 까르르 웃고말았다. 반면 저쪽
에서 열심히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던 옥매화의 얼굴은 점점 뻘개지기 시작했
다.

"그때 정말 그 표정 걸작이었다구. 그런데 나는 지금도 궁금한건 네 언니가
내가 써준 약재들을 꼭꼭 씹어먹으면서 어떤 표정을 짓고있었을까 하는 점인
데.... 하하하... 이거 원 웃음이 멈추지 않는군."

옥매화는 그 비웃는 말에 머리꼭대기까지 화가나서 검을잡고 묵향에게 뛰어들
려고 했지만 주변에있는 사람들이 잡는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했다. 묵
향이 옥령인을 잡고 여행중에 있었던 재미있는 사건들을 골라서 얘기해대자
옥령인은 배를잡고 웃어대며 맞장구를 쳤고 묵향도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나
눴다. 이때 옆에서 당문의 문주가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말했다.

"험험... 묵향 부교주. 이쪽은 결론이 났습니다."

"어떻게 하실건지?"

그와 동시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정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묵향이
기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있었다. 정말이지 묵향은 순식간에 엄청
난 공력을 끌어모아 출수를 준비했고 얼마나 그 기세가 대단했는지 주변에 바
람이 일 정도였다. 그때 모든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중 하나도 이때
벌어졌다. 묵향과 마찬가지로 옥령인도 최대한 빠른속도로 기를 끌어모으며
준비하기 시작했고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 발검자세를 취했다. 이들은 지금
까지 농담을 나누며 히히덕 거렸었는데.... 이곳에 모인 7명은 묵향이 방금전
에 농담처럼 했던 가장먼저 너를 죽이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라고 했던 말이 진담이라는 것을 모두들 느꼈다. 아마도 묵향이 최대한도의
공력을 끌어모으는 것을봤을 때 자신이 가진 최강의 무공을 사용해옥령인을
비롯해 여기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일격에 죽일거라는 것을 어렵지않게 짐작
할 수 있었다. 당문의 문주는 막상 대답을 하려하는데 묵향이 필요이상으로
기를 끌어올려대자 그 엄청난 위용에 압도되어 온 몸이 떨려오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저.... 그대의 조건을 ... 받아들이겠소."

그러자 모두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묵향의 폭발
적으로 증가하던 기는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보통 기를 끌어모으는 것도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일단 최고조로 끌어모은 기를 다시 가라앉추는데도 약간
의 시간이 걸린다. 이것들이 거의 순간적으로 벌어졌다는 것은 묵향이 자신이
가진 모든 공력을 끌어모으지 않았다는 걸 단적으로 말해준다. 묵향의 기가
순간적으로 사라진것에 비해 옥령인은 아직도 몸 전체의 기를 천천히 해소하
며 근장했던 근육들을 풀고있었다.

"잘되었소. 그럼 이걸로 그대들과도 이별이군. 교주님께서도 그대들의 선택에
만족해 하실 것이오."

그러더니 밖에다가 외쳤다.

"국(菊)!"

"예."

"준비한 것을 가져오라."

"예."

국이라 불리운 사내가 안으로 들어오며 천으로 감싼 꾸러미 세개를 묵향에게
건넸다. 지금까지 사군자가 무엇인가를 들고온 것이 보이지 않았던 점으로 미
루어 이 각각의 꾸러미는 사군자 3명이 각각 품속에 보관하고있었던 모양이
다. 묵향은 국에게서 그것을 받은 다음 국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 동방 장로에게 가서 본교로 귀환하라고 일러라. 본좌도 곧 따라갈
것이다. 너는 동방 장로와 함께 귀교해라."

"존명!"

그와 동시에 국은 섬전과 같이 튀어오르며 최고의 속도로 경공술을 펼치며 사
라져갔다. 그 엄청난 속도를 보며 중인들은 경악했다. 그 속도만으로 봤을때
는 거의 자신들의 아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들이 부교주를 직접
호위하는 자들이니 뭔가 달라도 다른점이 있을거라 생각하고있을때 묵혼이 국
에게서 받은 세 개의 꾸러미를 당 문주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이 약속한 비급들이오. 물론 모두 다 정본이오. 대신 본타에는 이것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베낀 사본이 있으니 그점은 양해해 주시기 바랍
니다."

그런다음 품속에서 금표한장을 꺼내며 말했다.

"이것은 꽤 신용있는 전장에서 발행한 금표로 금화 100냥입니다. 오늘 중으로
화해를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지령회주에게는 벌써 말해두었으니 그도 화
해를 아주 좋아할겁니다."

묵향이 화해의 선물로 약속했던 것들을 순식간에 내주자 당 문주는 다소 얼떨
떨한 표정이었다.

"될 수 있으면 서로 좋게 지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 본교에서 사
건이 좀 생기지 않았으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었을거요. 그럼
본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묵향은 그들에게 정중히 포권한 후 옥매화에게 말했다.

"깜빡 잊고 그냥갈뻔 했군. 이건 당신거니 돌려드리겠소."

그런다음 품속에서 전에 옥매화에게서 뺏았았던 모든 물건들을 걸상위에 올렸
다. 그 속에는 텅빈 지갑도 끼어있었다.

"죄송하게도 지갑안에는 돈이 한푼도 없는데... 가난한 절에 당신의 건강을
빌며 시주했으니 아마 죽을때까지 춘약의 피해는 입지 않을거요."

묵향이 이죽거리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머리 끝까지 화가난 옥매화 소저가
순간적으로 검을 빼들고는 묵향을 찔러왔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묵향의 몸
근처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무엇에 막힌 것처럼 튕겨나갔던 것이다.
그걸 보고 옥매화가 낭패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이게 무슨 사술(邪術)이냐?"

그걸 보고 묵향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이게 뭔지 알려줄거요."

묵향은 고소하다는 듯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옥령인
이 조르르 따라나오면서 물었다.

"벌써 갈려고 그래요?"

"그럼. 올때도 말했지만 나는 해결사나 비슷한 존재야. 본교에서 해결하기 힘
든 일이 있을때만 내가 나서게 되지. 이제 일이 끝났으니 돌아가야지."

"돌아가시면 뭘 하시는데요?"

"뭘하긴. 매일같이 수련이지. 너도 나같은 고수가 될 수 있어. 매일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죽자고 수련만 한 30년 하면 되지."

"저는 그럴수가 없어요. 어떻게.... 아무리 무공을 좋아하는 언니도 그정도까
지는 안한다구요."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어. 일이 끝났으니 가서 또다시 수련을
해야지."

"당신같은 고수도 수련이 필요해요?"

"나는 아직 너희들이 말하는 현경(玄境)의 수준에 머물러있어. 그래도 남자로
태어나서 생사경은 넘어봐야 하지 않겠냐?"

"본맹에 한번 찾아오실수는 없으세요? 할아버지가 참 좋아하실거에요."

그러자 묵향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갑작스런 묵향의 웃음에 옥령인은 약간 괘씸한 듯 물었다.

"왜 웃는거에요?"

"네 할아버지는 정파의 기둥이고 나는 천마신교의 부교준데 뭘 좋아하겠니?
이 철없는 아가씨야... 네 언니처럼 검을 뽑아들고 죽이려고 하지 않으면 다
행이지."

"그건 당신이 만날때마다 언니를 놀려대니까 그러죠."

"내가 없더라도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열심히 익힐 수 있지?"

"예."

"그럼 다음에 혹시 만나면 비무를 해보기로 하지. 그때는 그런 엉터리 검무를
추지 않기를 바래."

그런다음 사군자를 향해 외쳤다.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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