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묵향 28 기루와 금(琴)

3학년2반 | 2021.11.30 08:02:09 댓글: 0 조회: 349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623
기루와 금(琴)

5일 후 그날도 격렬한 대련이 끝난 후 국광이 옥항에게 말했다.

"이제 제법 움직임이 갖춰지기 시작하는구나."

"정말이십니까?"

"그래. 하지만 검을 사용하는데 너무나 제멋대로구나."

"예? 하지만 초식은 별로 신경쓰지 말라고 사부님께서..."

"그런 말이 아니다. 너는 검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있어. 그냥 너 마음내키는
대로 검을 휘두를 뿐이다. 조용히 검을 잡고 생각해 보거라. 검이 상대를 찌
르기를 원하는 부분을 찾아라. 그리고 검을 따라 그 부위를 찌르거나 베어가
는거야. 검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좋은 공격이 될 수 없지."

"신검합일(身劍合一)이란 말씀인가요?"

"말을 만들어 붙이면 그렇게도 부를 수 있겠구나. 너는 전혀 그걸 생각하지
않고있어. 앞으로는 주의하거라."

"말은 쉽지만 신검합일을 하려면 어떻게?"

"방금 말했지 않느냐?"

국광은 자신이 지금까지 옥항을 두들기는데 사용하던 몽둥이를 들어 옥항이
내려치기 좋은 위치까지 들어올린 다음 말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베어 보거라."

옥항이 죽을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지만 무언가에 막힌 듯이 몽둥이는 잘리지
않았다. 아니 흠집도 낼 수 없었다. 그냥 튕겨져 나와 옥항의 손아귀에 엄청
난 충격만을 주었다. 옥항은 당황하면서도 손이 저려와 검을 내려놓고 손아귀
를 주무르며 국광에게 말했다.

"이 몽둥이가 왜 잘리지 않죠?"

"나는 몽둥이와 하나가 되어 너의 힘을 막은 것 뿐이고 너는 그냥 손아귀 힘
만 믿고 쇳덩이로 내려쳤을 뿐이니 잘릴 리가 있겠느냐?"

"...."

"무릇 검을 쓸때는 그 한동작 한동작에 마음이 움직여야 하고 또 그 마음에
따라 기를 움직여야 한다. 기의 움직임은 곧 마음의 움직임. 검과 기가 동시
에 뻗어나가야 하는 거야."

"그럼 처음부터 공력을 사용하라고 말씀하시면 될걸 가지고 무슨 마음이 어쩌
고..."

"떽! 네녀석은 몸통위에 있는 이거 사용안하고 뭐하려고 붙여놨냐?"

그러면서 국광은 옥항의 머리를 콩콩콩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너도 나중에 지나보면 느낄거다. 공력을 쓰자고 마음을 먹고 공력을 사용한
다면 그건 별볼일 없는거야. 무의식중에 마음이, 또 육체가 움직이면 기도 함
께 일어나야 하는거야. 이건 무술에 있어서 상당히 높은 경지다. 이걸 네가
익힐 수 있느냐 없느냐는 너의 노력에 달려있어. 언제나 검을 사용할 때 검과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노력해라."

그러자 약간 쑥쓰러운 듯 옥항은 조금 과장되게 머리가 아프다는 시늉을하면
서 말했다.

"예. 가르치심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부님..."

"왜그러느냐?"

"저... 할아버지께서 같이 가실데가 있다고 준비를 좀 하시라던데요."

"준비? 준비할것이 있냐? 옷은 이것 뿐인데..."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옥항은 나는 듯이 달려가더니 잠시 후에 옷을 한벌 가지고 왔다. 연한 푸른색
비단을 사용한 옷으로 한눈에도 고급스럽게 보이는 옷이었다.

"이건 뭐냐?"

"수련이 끝나고 난 다음에 잘 차려입고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오시랬어요.
아마 함께 같이 가실곳이 있는 모양이던데요."

"그래?"

옥항은 옥영진 나으리를 꼬셔서 국광과 함께 기루에 가기를 권했다. 마침 수
도인 중경(中京)에는 아주 그럴듯한 기루가 수없이 많았고 또 그중에는 아주
유명한 곳도 몇군데 있었다. 옥영진 나으리는 손자의 부탁을 받아들여 손자를
가르친다고 수고해주는 국광을 데리고 분위기 좋은 기루에 갈 것을 작정했고
그날이 오늘이었다.

국광은 어느날 갑자기 정신을 차린 이래 최고로 화려한 복장을 하고 옥영진
나으리와 함께 집을 나섰다. 옥영진 나으리가 국광을 안내한 곳은 중경에서
아주 큰 몇 개 안되는 기루(妓樓)들 중 하나였다. 국광이 그 화려하고 거대한
집의 문을 보니 정문의 커다란 현판에 제법 격식을 갖춘 글씨로 請成樓(청성
루)라는 글씨가 써져있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아주 괴상한 법칙이 존재하는 기루지."

"괴상하다뇨?"

"이 기루는 아주 화려하고 거대하게 새워졌기에 처음 만들어질 때 꽤 화제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야. 현판이 말하듯이 請成樓(청성루) 즉, 뭔가 뜻을 이룬
사람을 청한다는 곳인데 술값도 비싸지만 손님을 가려받기로 유명한 곳이지.
돈만 많다고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이곳에는 아주 좋은 술
과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아 고관대작들도 권세를 믿고 좀 더 나은 대접을 받
으려고 하지만 원체 까다로워서...."

"뭐가 까다롭다는 겁니까?"

"손님을 받는 조건이지. 아까도 말했잖아? 뭔가를 이뤄야만 한다고... 일단
그 손님이 가진 재주 중에서 뛰어난 것을 시험해서 그 실력에 따라 술시중을
드는 여인들이 들어오지. 이곳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계집들을 만나본 사람은
거의 손가락에 끼일 정도고.... 루주(樓主)를 만난 사람은 한명도 없어."

"어떤 재주라도 상관없습니까?"

"그렇네. 시, 서, 화, 금, 무공, 진법 등등.... 아부하는 재주 말고는 안들어
주는 조건은 거의 없지. 어때 자네도 들어가 볼텐가?"

"원래 그러려고 오신게 아닌가요?"

"허허... 그래이곳 손님대접이 제법 쓸만하지. 너무 계집들이 음란하지도 않
고 상당히 재간있는 아이들이 많아. 내 이름만으로도 꽤 괜찮은 계집들을 만
날 수 있지. 노부도 처음에는 시험을 거쳐서 지금의 위치를 받아냈거든... 자
들어가세나."

그들이 문을 들어서자 위사인 듯한 사내가 장검을 차고 길을 막으며 말했다.

"손님. 검을 가지고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국광은 다시 돌아 나가며 옥영진 나으리에게 말했다.

"저는 이 검이 없으면 마음을 놓지 못하니 검을 가지고도 마실 수 있는 곳으
로 가죠."

이때 옥영진 나으리의 얼굴을 알아본 한 사내가 황급히 쫓아나오며 말했다.

"왜그러십니까요? 대장군 나으리"

"노부가 데려온 동행에 약간의 말썽이 있는데.... 좋은 방법이 없겠나?"

"무슨 말썽이십니까?"

"검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는 거야."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본채로는 들어가시지 못하고, 저쪽에 별채가 지어져
있는데 그리로 가셔서 즐기시면 어떻겠습니까요?"

"좋네. 안내해 주게나."

국광은 옥영진 나으리와 방에 들어간 다음 묵혼검을 풀어서 옆쪽 구석에 치워
뒀다. 국광은 묵혼검을 언제나 허리에 차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묵영이라
불리는 비수는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보통 한번씩 옥영진 나으리가 국광을
데리고 사냥을 갈 때 가지고 다녔는데 그걸 이용해서 사슴의 가죽을 벗기는데
사용하는 걸 보고 옥영진 나으리는 그 좋은 보검을 이용해서 가죽이나 벗기는
데 사용하는 걸 보고 속으로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리잡고나서 잠시 지나자 아름다운 두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그들의
말투나 시중드는 자세, 그리고 금을 타는 솜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국광의
옆에 앉은 여자가 몇 등급 떨어지는 걸 묵향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는 국광의 나으리였으므로 처음 온 그로서는 아무런 불평도 있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제법 깔끔하게 차려진 맛깔스런 안주상에 풍미가 넘치는 술에 깊이
매혹되기 시작했다.

국광은 옆에 계집이 앉아있는게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으므로 그녀에게
금을 타줄 것을 부탁했고 그녀는 옆에서 금을 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열심
히 술을 마셔댔다. 국광이 말도 않고 급히 술만 마셔대는 걸 보고 옆에 앉은
자신을 취월(就月)이라 소개한 여인이 그를 멸시하는 시선으로 힐끔바라보는
걸 느낀 옥영진 나으리는 약간 쑥스러운 감정이 생겨 국광을 나무랐다.

"술이란 천천히 그 향기와 맛을 음미하며 마셔야지 그렇게 마구 마시면 안
돼."

"원래 술이란 통쾌하게 마셔야지. 뭘 그렇게 좀스럽게 마신다는 겁니까?"

"허어... 이사람이..."

"이 술은 아주 깊은 맛이 있고... 향기가 진한걸로 보아 볕이 잘드는 땅에서
수확된 작물로 만들었다는 걸 알수있죠."

"왜 볕이 잘드는 땅에서 만들어졌다는 건가?"

"볕이 잘 안들면오곡백과나 과실이 충분히 익지 못하니 이정도 풍미를 풍기
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좋은 술이 계절을 잘 못만나 나으리께서는 별로
맛을 제대로 보고 계시지 못한 것 같으니 그게 아쉬울 뿐입죠."

"계절을 잘 못 만나다니?"

"지금은 여름이라 국화가 쑥쑥 자라나는 계절로 밤낮으로 무더우니 이 술
을..."

그런다음 한잔 꿀꺽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아무리 지하의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 하더라도 여기서 좀 지나면 뜨뜻해져
제맛을 못내죠. 원래 이 술은 약간 차게 해서 마셔야 더욱 좋죠."

"그걸 어찌 아나?"

"뭔가 모자라기에 좀 술을 덮여서도 먹어봤고 차게도 먹어봤고... 여러 가지
로 해보니 역시 약간 차게 마시는게 가장 좋은 맛이더군요. 나으리도 그렇게
드시겠습니까?"

"그러세나."

"그럼 잔을 비우시죠."

그런다음 국광이 술을 직접 따라주며 말했다.

"다시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드시죠."

"과연... 맛이 더욱 뛰어나군. 훌륭해..."

그러자 취월이 국광의 앞에 놓인 술병을 쥐어보고 그 술병이 아주 차다는 것
에 놀랐다. 그녀가 약간 놀란 눈으로 국광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보니 음공(陰功)을 익히신 분이셨군요."

"뭐 음공이랄것도 없고 그냥 술병을 차게 했을 뿐이야. 그러니 술이 더워지기
전에 열심히 먹어야지. 다시 술잔을 잡고 차게 만들어대며 마시기는 귀찮거
든. 이봐 자네도 이리와서 한잔 하게나."

그러자 여태껏 금을 타던 혜영(慧瀛)이라 소개했던 여인이 와서 그의 옆에 앉
았다. 국광은 그녀에게 술을 한잔 따라 준 다음 말했다.

"지금껏 금을 탄다고 수고했으니 쭉 마시게."

"감사합니다."

"뭐 나한테 감사할건 없어. 계산은 저 나으리가 하는 거니까..."

그의노골적인 말투에 약간 아미(蛾眉)을 찌푸리는 것 같았지만 잔말않고 술
을 쭉 마셨다.

"어때 술맛이 괜찮나?"

"예."

"그런데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건데... 왜 저 안주에 해주분(解酒粉)을 뿌려
놨는지 대답을 해주실까?"

그러자 그녀는 경악한 표정이 흘러지나갔지만 곧이어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건... 소첩들이 술에 취해버리면 제대로 시중을 못들기에 저희들이 술을
깨기위해 준비해둔 겁니다. 그건.... 그건... 나으리들께서 드시기 위해 준비
한게 아니죠."

"그래? 그럼 그런걸로 알고 있겠어."

또다시 국광이 직접 술을 따라 쭉 마시자 취월이 말했다.

"나으리, 혜영이 마음에 안드신다면 다른 아이를...."

그러자 국광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나는 이 아이로 충분해. 혜영아. 금을 이리 다오."

"여기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국광이 금을 달라고 하자 옥영진 나으리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 사이에 금도 배웠나?"

"아뇨. 한번 만져보고 싶어서 그럼니다."

묵향은 기분 내키는대로 금의 현을 튕겨댔다. 보다못한 혜영이 국광에게 금의
현을 어떻게 다루는지 옆에서 조금 가르쳐 줬다. 그러자 국광은 조금 지나자
아주 자연스럽게 현을 튕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쳐대더니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그 튕겨대는 소리는 하나의 곡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두
여자는 묵향의 처음에는 장난같던 솜씨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걸 보고 처
음에는 일부러 잘치는 사람이 장난삼아 못치는 척 하다가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들은 경악하기 시작했다. 약 한
시진 정도 뜯어대니 그 실력은 이미 거의 보기드물 정도의 명인(名人)의 수준
이었다. 국광이 점점 더 자신이 받고있는 그 감동을 현을 통해 분출해 나가자
급기야는 혜영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일 정도까지 발전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
기 국광이 금을 치던걸 중단했다. 모두들 곡에 취해있다가 갑자기 중단하자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국광은 금을 혜영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정말 아주 좋은 소리가 나는군요."

"이렇게 잘타는줄 몰랐는데 내 다음에 좋은 금을 선물함세."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이때 밖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런다음 문이 열리며 한 아름다운 여인이 금을 가지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혜영아. 너는 나가거라."

그런다음 국광에게 깊숙히 인사하며 말했다.

"고인(高人)을 몰라 뵙고 소녀가 맞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소녀의 이름
은.."

"네 이름은 중요하지 않아. 저 아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내보내는 거
지?"

"혜영이가 잘못한게 아니라 혜영이의 능력으로는 나으리가 힘에 부친지라 제
가.."

"나는 혜영이가 나으니 자네는 돌아가게.."

"하지만 이건 저희 루에서"

"자네가 꼭 나를 대접해야 하는 것이 루의 규칙인가?"

"루의 규칙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니면 됐네. 나는 술자리에서 옆사람이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 아이
를 다시 불러다 주게."

"그렇지만 금에 있어서는 혜영이보다 낫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는지요."

"내가 원하는건 금실력이 아냐. 혜영이는 각법(脚法)만 익혀서 내가 기습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너같은 애가 옆에 있다가 기습하면 나는 감당하기 힘들
지."

그러자 금을 든 여인의 얼굴색이 노래졌다. 그 말을 들은 옥영진도 대경해서
물었다.

"저 아이가 무공을 할줄 안단 말인가?"

"그럼요. 제가 검을 풀지 않겠다고 한것도 이 술집이 원체 고수들이 많아, 만
약에 어떤일이 벌어지면 제 짧은 무공실력으로는 검 없이 나으리를 보호하기
힘들거든요. 여기같으면 그래도 밖으로 탈출하기가 쉽기에 따라들어온 겁니
다."

"몰랐군.... 여태껏 오면서 여기에 고수들이 있다는건 조금도 짐작을 못했는
데...."

"그건 나으리 탓이 아니죠. 남자의 경우 무공을 익히면 태양혈이 불쑥 튀어나
오지만 여자는 아니니까요. 거기다 자신의 내력(內力)이나 무공 정도를 숨기
는 방법들이 많지않습니까? 혜영의 경우도 일부러 장법이나 그런 기타의 손을
사용하는 무공을 익히지 않아 보통 손이나 얼굴, 눈만 보고 짐작하는 방법으
로는 알아내기 힘들죠."

"그럼 자네는?"

"저요? 참 설명하기 힘들군요. 그냥 느낌이랄까... 여기 처음 들어오면서부터
이곳에 고수들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 아이들이 처음 들어올때부
터 저 아이들도 무공을 익혔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특히나 제 옆에 앉은 아이
는 그래도 각법만 익힌 것 같아서.... 이봐 너는 나가라구. 나는 금음도 좋지
만 마음놓고 술을 마시고싶어."

그러자 여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고 곧이어 혜영이가 다시 들
어왔다. 그녀는 자신을 다시 불러주어 감사한 마음과 엄청난 고수인 것 같은
정체모를 사내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술을 마셨지만 이곳이 무림인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걸 눈치챈 사람
은 없었기 때문이다. 혜영은 용기를 내어 국광에게 말했다.

"나으리는 참 불가사이한 분이군요. 처음에는 옥 나으리가 모시고 오신 무관
인줄 알았는데..."

"왜 무관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관부에 있는 사람은 그정도로 무공이 고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라고 생각하나?"

"혹시... 무림의 어떤 방파에?"

"아냐. 나는 그냥 옥 나으리의 수하일뿐... 어떤 무림인도 아냐. 그런데 너는
왜 각법만 익혔냐?"

"저희 루에서는 모두들 처음에는 각법을 익힙니다. 어렸을때부터 각법을 익히
면 다리가 날씬하고 탄탄해서 손님들이 좋아하시거든요."

"오호... 그런다음 공력이 쌓여 충분히 손의 모양이 망가지지 않을때쯤 손을
사용하는 무공을 배우기 시작하는거군. 기루의 여인이 무공을 배워서 뭘하려
고?"

"그냥 호신과 미용을 위해섭니다."

"호신을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좀 과한편이지만 그냥 그렇다고 해두고 참.. 술
을 마시니 국화 생각이 나는군. 혹시 여기 국화가 있으면 좀 가져다 줄수없
나? 한송이라도 좋아. 안되면 국화 그림이라도 좋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혜영은 밖에 나가더니 조금 후 국화 한송이를 물병에 담아 들어왔다. 물병을
탁자위에 놓자 국광은 추억에 어린 평안한 눈동자로 국화를 지긋이 바라보며
술을 한잔 한잔 마시기 시작했다. 국광이 술만 마시는 걸보고 혜영이 안주를
집어주며 말했다.

"술만 드시면 몸에 해롭습니다. 안주도 좀...."

"나는 안주는 안먹어..... 너는 지붕위에 있는 녀석보고 지금 사라지지 않으
면 몸통 위에 머리가 붙어있기 힘들거라고 전해줘."

"예?"

"아... 지금 도망갔으니 전할 필요는 없겠군. 여기는 편히 술마시기는 정말
힘든 곳이야."

그러면서 국광은 열심히 술을 마셔댔다. 혜영이나 그곳에 있는 여자들로서도
이정도 주광(酒狂)은 본적이 없었다. 국광은 혼자서 거의 10병의 술을 마셨
다. 지금 국광이나 옥영진 나으리가 마시는 술은 아주 향기롭고 맛있는 술이
지만 상당히 강한 미옥주(迷玉酒)라는 술이다. 그 맛과 향기에 취해 마시다
보면 정신을 잃기 쉽상인 술이다. 그런데도 이자는 보통 무림인들이 하는 짓
거리인 내공을 통해 술기운을 몸밖으로 토해내지도 않고 그냥 술을 마셔대고
있는 것이다. 보통 내력이 강하지 않고서는 6병을 넘기기 힘든 술을 이렇듯
마셔대는 걸 보고 그녀들은 놀랐다. 그래서 혜영이 말했다.

"술을 좀 천천히 드시지요. 미옥주는 아주 독한 술입니다."

"상관없다. 돈계산할 나으리와 가까운 친구, 그리고 좋은 술이 있으니 이때가
아니면 언제 술을 마셔보겠나?"

"자네, 이 술맛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내 다음에 이 술 몇통을 구해다가
집에 가져다 두지."

"뭐... 그렇게 마음쓰시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아무 술이나 마시면 되죠.
그리고 제일 좋은건 안마시는거죠. 술을 마시는건 몸에만 안좋을 뿐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렇게 폭주를 할 필요는 없잖나?"

* * *

"살펴보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정말 대단한 고수로군요. 그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문의 사람으로 만들어
야 해요."

"노력은 해보겠지만 거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지금 옥영진의 밑에 있는 것은
구명에 대한 은혜 때문입니다. 묵향을 떼놓으려면 옥영진을 없애는 수밖에 없
죠. 하지만 그건 쉬운일이 아닙니다."

"시도를 한번 해보세요."

"벌써 시도를 했습니다. 본문의 1급 살수를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옥영진은 살아있다는 건가요?"

"예. 어떻게 알았는지 밤에 잡입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강렬한 살기가 느
껴지더니 곧바로 목에 싸늘한 검이 와 닫더랍니다. 뒤로 다가오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기에 거의 기절할만큼 놀랐다고 그러더군요. 그가 하는말이 지금
당장 사라지지 않으면 몸뚱이 위에 있는 물건이 무사하지 못할거라고 낮게 말
하기에 아무생각없이 죽자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미행은?"

"미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살수만 쫓아냈을 뿐... 더 이상의 행동은 없
었습니다."

"거의 짐승에 가까운 감각을 지니고 있는 자로군요."

"예. 적이 된다면 가장 힘든 상대죠. 그 때문에 교주도 그를 없애려고 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여간 어떤 변화가 없는지 그를 감시하고 사람을 보내어 그에게 과거에 대
한 정보제공을 미끼로 본문에 가입할 의사가 없는지 물어보세요. 그가 복수하
는데 본문이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을 거라는 말도 함께 하세요. 그런데
마교의 상태는 전과 같나요?"

"예.. 지금도 신경전 중인데 아마 어떤 계기가 있다면 사건이 벌어질 것 같습
니다."

"누가 유리한가요?"

"장인걸 부교줍니다. 지금 묵향이란 희대의 고수를 없애는데 있어서 대단히
비열한 방법을 동원했기에 교내의 핵심고수들의 상당수가 교주에게 등을 돌렸
거나 아니면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탭니다. 장인걸의 경우 묵향과
처음부터 끝까지 정면대결을 펼쳤기에 그에게는 별로 이번의 암살이 명성에
지장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교체에 있어 가장 강력한 열쇄를 쥐고있는 자들은
원로원이라고 봐야합니다. 원로원에서 지금의 사태를 방관할지 아니면 누군가
의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전대교주가 간섭할 가능성은?"

"전대교주는 지금의 난국이 교주의 치졸한 암습에의해 벌어진 일이기에 중립
적인 위치에서 관망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기에 아마 나서지 않을 것 같
습니다. 어쩌면 교주를 폐하고 현재 소교주를 올릴수도 있겠지만 소교주의 무
공은 아직 부교주들과 겨눈다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누가 주인이 될지에 따라 현 무림의 정세가 결정될 일이니까 신경써서 감시
하세요. 지금까지의 정보로는 최악의 상대가 장인걸입니다. 장인걸은 상당히
호전적인 인물로 알려져있고 혈교의 무공을 흡수한 전례가 있는 만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자인 것 같아요."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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