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2 최초의 전투

3학년2반 | 2021.12.01 08:14:01 댓글: 0 조회: 480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8933
최초의 전투


10일후 드디어 흑풍단은 당당히 몽고와의 국경선을 넘었다. 하지만 이틀간 계
속되는 진격에도 몽고의 병사는 만나볼 수 없었다. 대신 말이나 양을 치는 순
박한 몽고인들을 간혹 만났다. 흑풍단의 주위에는 계획대로 100개의 십인대가
물샐틈없는 정찰망을 갖춰 끊임없이 주위의 상황을 대장군에게 보고했다. 그
러다가 칠삼사 십인대에서 긴급연락이 도착했다.

<전방의 진령골에는 거의 2만 정도로 추정되는 몽고군이 매복하고 있습니다.
칠삼사 십인대장 장패(張覇)>

그걸 보면서 부단장인 옥염왕(玉閻王) 마길수(馬吉壽) 상장군이 말했다.

"대장군. 진령골로 진입할까요? 본 흑풍단이라면 충분히 돌파가..."

"아냐. 구태여 위험을 안고 진령골로 들어갈 수 없지. 진령골은 험준한 골짜
기... 매복을 당한다면 기마대에다가 중갑주를 입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
해. 윗쪽의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경공을 전개해야 하는데 그런 무거운걸
입고 속도가 나겠나? 그렇다고 갑주를 벗자니 적의 화살이 문제가 될테고..."

그러면서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어 펼치면서 말했다.

"오천하(五泉河)쪽으로 나간후 이곳 진풍령(進楓嶺)쪽으로 넘지."

"하지만 진풍령으로 가려면 거의 400리(120Km정도)를 돌아가야 합니다."

"400리 정도 돌아간다고 며칠 손해보는 것 말고는 거의 피해가 없어. 하지만
적이 있는걸 그것도 매복한걸 뻔히 알면서 들어가서 죽을 필요는 없쟎아."

"죽는게 아니지않습니까? 물론 약간의 피해는 있겠지만 그정도는 충분히..."

"약간의 피해가 될지... 아니면 더욱 큰 피해가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네. 적
도 그만큼 이쪽에 대해 잘 알테고 그만큼의 대비를 했을테니 돌아가는게 좋
아."

"정 그러시다면..."

"대신 본대는 보병 때문에 진격속도가 느리니까 우선은 진령골로 가는 척 하
면서 시간을 끌기로 하지. 그러면서 천인대 2개를 보내 빨리 진풍령을 장악하
는거야. 그런다음 우리가 진풍령쪽으로 꺽어지면 적은 미처 대비를 못하게 될
테지..."

"묘책입니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2개 천인대의 대장들에게 주의를 단단히 주게
나. 적의 매복에 걸리지 말라고... 지금 눈앞의 소수의 적 때문에 피해를 조
금씩 입기 시작하면 나중의 진짜 운명을 건 회전(回戰)에서는 참패를 면하기
힘들어."

"명심하겠습니다."

다행히도 몽고군은 진풍령에는 천명 정도의 저지대(沮止隊)만 붙여놨을 뿐 대
량의 매복군이 없었기에 흑풍단은 별 피해없이 진풍령을 넘을 수 있었다. 일
단 진풍령을 넘자 파죽지세(破竹之勢)... 엄청난 속도로 철진천이 도사리고
있는 오지(奧地)로 진격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만나는 모든 몽고부
족으로부터 말, 양 등 식량이 될만한 것들을 닥치는 대로 징발(徵發)했다. 어
느정도까지 전쟁을 끌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후방에서 보급이 된다고 하더라
도 될 수있으면 보급물자를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철진천의 주력부대와 흑풍단은 진령하(震逞河) 주변에서 만났다. 몽고
와의 국경선을 넘은 후 거의 15일이 경과한 다음이었다. 몽고는 수많은 소수
부족들이 모인 국가라고도 부르기 힘든 나라였기에 이들을 만났다는 것은 곧
이제부터가 철진천의 영토라는 걸 뜻하고 있었다.

서로가 대치한 곳은 진령하 주변의 그렇게 넓지않은 평원.... 하지만 대부대
가 기마전을 펼치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면적을 가진 대지였다. 무수히
많은 몽고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옥영진 나으리가 말했다.

"생각보다 많군..."

그러자 마길수 상장군이 대답했다.

"예... 얼핏봐도 10만 밑은 아니겠군요. 아무래도 우리쪽의 숫자가 적기 때문
에 처음부터 힘으로 밀어붙일 계획인 모양입니다."

"맞아... 거의 11만 정도는 될거야. 이번 전투는 꽤 재미있겠군. 정찰조로부
터 연락은 없나?"

"저들의 주둔지 후방 100리 정도 뒤쪽에 몽고인들의 군락이 있다는 보곱니다.
거의 주민이 5,0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꽤 큰 부족이군. 그래 특이한 점은?"

"남자들이 하나도 없답니다. 아마도 모두 이곳에 투입된 모양입니다."

"크크... 모두란 말이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쟁뒤에는 그 마
을부터 본보기로 완전히 쑥대밭을 만들어야 하겠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지금 정찰조들은 어디까지 나가있나?"

"이 부근 150리 까지 나가있습니다."

"그럼 내일까지 20개 정찰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적의 뒤편에 집결한 다음
적의 후미가 떨어져 나오면 기습하라고 일러라."

"예."

"적은 숫자를 믿고 내일 날이 밝으면 도전을 해올거야. 원래가 야전(夜戰)은
숫자가 적은쪽에서만 하는거니까... 이쪽에서는 일부 군사를 뽑아 교대로 함
성을 지르며 꼭 쳐들어가는 척을 해주면 아마 오늘밤 뜬눈으로 지새게 되겠
지. 잠을 못자면 처음에는 표가 안나지만 장시간 싸우면 당연히 피로가 빨리
오지. 내일 아침에 전면전(全面戰)이 시작될거야. 적이 야간공격을 해올 가능
성이 아주 적긴하지만 있으니 경계는 철저히 하도록!"

"예."

"일단 적이 내일 공격해오면.... 저곳에서 막은 다음 바로 8개의 천인대를 투
입해서 난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나머지 1개의 천인대는 이쪽으로 돌아가서
후미를 본대와 분리시키면서 공격을 하고.... 이때 또다시 뒤쪽에서 기습이
가해질거고... 철진천과의 연락이 두절된 적이 혼란한 틈을 타서 더욱 철저히
부숴버리면 될 것 같군."

"묘책입니다. 그렇다면 우회하는 1개 천인대는 누굴 보내실 요량이신지?"

"지금 정찰나가있는게 제칠천인대인가?"

"예."

"그렇다면 제팔천인대를 이용하도록 하지."

"제사천인대가 아니고요? 지금 그들이 천인대들 중에서는 가장 강합니다."

"아냐. 제사천인대는 적과 격전을 벌이는 가장 정면에 세워라. 그러면 아군의
피해가 좀 줄어들지도 모르지. 그리고 제사천인대장에게 사육 백인대를 가장
앞에 세우라고 지시하게."

"예? 거기는 대장군이 아끼시는 국광이란 자가 대장인데 왜 가장 위험한 곳
에?..."

"사람은 써먹으려고 아끼는거지 놀려두려고 아끼는게 아냐."

"존명."

이런저런 작전을 논의중인데 연락병이 급히다가왔다.

"대장군께 아룁니다. 칠삼이 십인대로부터의 보곱니다."

그러면서 작은 종이 조각 하나를 건넸다. 옥영진 나으리는 그걸 유심히 읽어
보더니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흥!... 이녀석들이 아주 웃기는군."

"왜그러십니까?"

"지금 2만의 적병이 후방에서 접근중이다."

"예?"

"그러니까 처음부터 철진천이 모은 군대는 13만이란 말이지. 2만이 오고있는
방향으로 보아 아무래도 진령골에서 매복했던 녀석들이 우리들이 이쪽으로 돌
아나오니까 매복을 풀고 뒤로 따라붙은 모양이야."

"제법 괜찮은 작전이군요. 그 2만에 대한 대비도 해야할텐데...."

"적이 두방향에서 압박해오면 이거 보통일이 아니지... 지금 어림군에게 연락
해서 5천의 병력을 후방 30리 지점의 숲에 매복하고있다가 적에게 기습을 가
하라고 일러라. 그리고.... 그리고...."

"보병만 보내면 쉽사리 먹이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쪽으로 흑풍단을 잘
라서 보내는 것도 문제군요."

"음.... 제오천인대를 그리 보내지. 그리고 자네가 후방을 맡아주게."

"예."

"그런다음 적들과 교전이 시작되면 불을 놓아 신호를 해줘. 적들이 교전을 회
피하고 우리 뒤로 기습해올지도 모르니 대비는 해둬야 예의지.."

"존명!"


다음날 아침이 되자 양측은 폭넓게 진을짜고 적과 일전을 벌일 준비를 시작했
다. 몽고측은 숫자를 믿고 정공법(正攻法)을 취해왔다. 주위가 밝아지자 몽고
의 기마대는 곧장 돌격을 감행했다. 수만의 인마(人馬)가 달려나오자 그 말굽
소리는 지축을 뒤흔들 정도였다.

어림군은 옥영진 나으리의 지시대로 제일 앞줄에는 큼직한 사각방패를 가진
병졸들이... 그 뒷열은 장창(長槍)을 가진 자들이 나열해서 손잡이의 끝을 땅
에대고 창날을 기병의 위치까지 들어올려 기병의 돌입에 대비했다. 그 뒤쪽
의 궁병(弓兵)들은 모두 화살을 먹인 상태로 명령을 대기했다. 그 뒤에는 100
틀의 쇠뇌가 잔뜩 화살을 머금은 상태로 상대에게 쏘아붙일 시간만을 기다리
고 있었다. 그 쇠뇌의 뒷편에는 8천에 달하는 흑풍단이 돌격명령을 기다렸다.

원래 쇠뇌란 것은 노(弩)라고도 부르며 사람이 쏠수없을 정도로 거대한 활 몇
개를 중첩으로 붙여놓은 장치로서 일반 화살보다 좀 더 긴 것을 10개 정도 동
시에 발사하는 강력한 무기다. 그 사정거리는 활보다 길었지만 정확도는 아무
래도 좀 떨어진다. 그러나 일대일의 대결이 아닌다음에야 떼거리로 접근중인
적에게는 아무렇게나 쏘아도 맞을 확률이 컸으므로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몽고의 기병이 접근해오자 먼저 쇠뇌가 날아가기 시작했고 수많은 말들이 거
꾸러지는 장관을 연출해냈다. 그렇게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몽고의 돌격은
중지되지 않았다. 몽고병들이 더욱 가까이 접근해오자 이번에는 궁병들이 화
살을 날리기 시작했고 그에 대해서 몽고의 기병들도 달려나오며 활을 쏘아댔
다. 몽고의 기병들은 달리면서도 자유자재로 활을 다룰 줄 안다. 그자들은 태
어나서 죽을때까지 말과 함께 생활하기에 기마술이 뛰어났다.

드디어 몽고병과 어림군이 격돌한 다음에야 흑풍단이 투입되었다. 흑풍단은
양옆에서 적을 몰아붙이며 폭넓게 공격해 들어갔다. 아무리 몽고병들이 수가
많고 강하다고 하지만 무술이 뛰어난 흑풍단을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는 없었
다.

일단 기병전이 벌어지자 마화는 자신의 앞에서 달려나가며 장도(長刀)를 휘두
르는 국광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몽고병들의 화살이 한번씩 날와왔지만 그는
검지판의 그 1치정도되는 좁은 면으로 튕겨내거나 장도를 비스듬히 들어 튕겨
내버렸다. 그런식으로 검을 비스듬히 눕혀 튕겨내는 기술은 힘도 적게들뿐 아
니라 다른적과의 대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정도로 숙달된 검놀림을 보이려면 하루이틀로는 어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
며 마화는 착환순을 이용해서 상대의 화살을 튕겨냈다.

'그럼 그렇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착완순을 안했지...'

국광의 무공은 정말 엄청났다. 국광의 일검을 받아내는 상대는 단 한명도 없
었다. 모두 다 일검에 검과 방패까지 포함해서 두토막이 나버렸다. 하지만 그
런식으로 검이나 방패를 함께 노릴때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경우 순간적으
로 보이는 상대의 빈틈에 도를 쑤셔박는 걸 보고 주변의 수하들은 놀라고있었
다.

'화경이란 정말 무섭군... 나도 화경에 올라갈 수 있을까?'

모두들 주변에 달려드는 적을 베면서도 약간의 틈이라도 나면 국광의 검술을
힐끗힐끗 훔쳐봤다. 국광은 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면서 허리의 묵혼검까지
왼손에 뽑아들고는 눈앞의 적을 모두 다 베어버리며 돌아다녔다. 국광은 최대
한 넓은 면적을 돌아다니며 몽고병들을 베면서 수하들을 보호했다. 몽고병이
많은 곳은 언제나 국광이 뛰어들어 상당수를 죽여버린 다음 일단 상태가 호전
되면 또다른 위험한 곳으로 급히 이동했다. 그러다보니 가엾은 말은 아무리
국광이 경갑주만을 입었다 하더라도 이미 마갑(馬鉀)의 무게까지 있어 계속
뛰어다니자 눈에띄게 지치기 시작했다.

국광은 다시금 달려드는 몽고병 두명을 거꾸러트린 다음 그중 한명의 말위에
올라탔다. 기병전을 장시간 벌이며 지친 말을 버리고 상대의 싱싱한 말을 바
꿔 타는 것은 흑풍단의 단원으로서는 필수의 기술이다. 처음 돌격때 적의 화
살에 말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터운 마갑을 입힌데다가, 중갑주를
입었기에 말은 빨리 지쳤고 일단 말이 지치기 시작하면 예비말을 바꿔타기 위
해 본진으로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 상대의 말을 빼앗아 타는 방법이 가
장 좋다.

마화가 멍하니 잠시 국광의 몸놀림을 지켜보는데 바로 옆에서 마화를 향해 돌
진해오던 몽고병이 검을 맞고 쓰러졌다. 임충은 마화에게 돌진해오던 몽고병
을 쓰러트린 다음 정신이 딴데 가있는 마화에게 소리쳤다.

"야. 너 죽고싶냐? 싸우다가 정신을 딴데 팔면 어떻해? 제기랄! 이번이 세 번
째란 말이야."

문득 정신을 차린 마화가 국광을 가르키며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봐!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말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황궁무공의
정수(精髓)가 저안에 있다구."

임충이 옆에서 달려드는 몽고병과 엉켜들어 검을 나누며 마화에게 되물었다.

"황궁무공이라고?"

"응. 화려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그지없이 완벽한...."

"제기랄!"

임충은 욕설을 내뱉으며 상대 몽고병을 밀어붙였다. 몇번 검이 오가자 상대방
의 약점이 드러났다.

퍽!

그는 몽고병을 쓰러트린 다음 말했다.

"황궁무공이 정확해? 황궁무공으로 화경에 올라간 사람은 무림 역사상 한명도
없다구. 내가 청성파(靑城派) 출신이라고 속일생각 하지마!"

"아니야. 진짜라구."

"헛소리 하지말고 눈앞의 상대나 잘보라구. 황실에서 저런 고수를 길렀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어."

"....."

마화는 입을 실룩거리며 뭐라고 대꾸를 하려고 했지만 그걸 입에서 내뱉으면
옥영진 나으리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었기에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 * *

옥영진 나으리는 전세(戰勢)를 바라보며 말했다.

"놈들도 꽤 하는군....."

그러자 옆에 대기하고있는 제팔천인대장 장각(張角)이 말했다.

"대장군. 진격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왜? 모두들 싸우는데... 몸이 근질근질 하나?"

"예. 벌써 개전한 후 1시진 반이나 흘렀습니다. 왜 출동명령을 안내리십니
까?"

"음.... 저걸 보게나..."

"예?"

"정말이지 황궁무공이 저렇게 아름다울 거라고는 생각해보지도 못했어."

"무슨 말씀이신지?"

"저기... 저자를 보라구."

"아. 사육백인대장 국광을 말씀하시는군요.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있는건 사실
이지만 저런식으로 야만인들을 상대로 어기충검술(御氣充劍術)을 남발했다가
는 좀 지나면 진기가 딸려서 고생을 할겁니다.."

그러자 옥영진 나으리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생각은 달랐지만 그걸
구태여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뒤에 떨어진 옥영진 나으리가
봐도 흑색갑주에 피를 뒤집어쓰고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장도(長刀)를 휘둘
러대는 국광의 모습은 단연 돋보였다. 그걸 보고 일단의 적 장수들이 국광을
없애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전사자만 더욱 늘렸을 뿐이다.

'저녀석이 오지 않았다면 힘든 싸움이 되었을지도... 철진천이 생각보다 많은
병력을 모은건 사실이니까...'

이때 뒤를 바라보고있던 병사가 후방의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장군 각하. 뒤에서 불길이 치ㅅ고 있습니다."

"음... 이제야 왔군... 장각!"

"예."

"송 장군에게 말해서 어림군의 일부를 뒤로 돌려 뒷쪽에서의 기습에 대비하라
고 이르게."

"옛"

곧이어 전방의 방패, 그다음 장창, 그다음 궁병들로 메워져 근처에서 흑풍단
과 접전중인 몽고병들에서 화살을 날리고있던 어림군은 우선 뒤쪽으로 쇠뇌부
터 옮기기 시작했고 병력의 거의 반을 빼서 뒤쪽에 다시 기병에 대한 방어진
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뒤에서 어느정도가 쏟아져 나오느냔데.... 적병이 너무 많으면 자네
가 수고를 좀 해줘야겠어."

"애타게 기다리던 말씀입니다."

하지만 거의 반시진이 지나도 적병은 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적들은
이쪽에 11만이나 되는 대군이 있는이상 그쪽에 매복한 흑풍단만 전멸시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옥영진 나으리는 난전(亂戰)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전장(戰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은 끌 수 없군.... 더 이상 기다리면 탈진해버려 아무것도 안
돼.'

"장각!"

"예."

"2개 백인대만 남겨두고 적의 후미와 본대를 분리시켜라. 그런다음 후군을 몰
아붙여."

"예."

그와동시에 장각은 이제야 내려진 전투명령에 신이나서 8개 백인대를 이끌고
전장으로 달려나갔다. 완벽한 소모전의 양상을 띄고는 있었지만 팽팽하게 진
행되던 전투가 갑자기 무너진것도 이때다. 제팔천인대가 적진을 뚫고 파죽지
세로 후군으로 접근해 들어가자 순간적으로 적들에게서 동요가 일어났다. 하
지만 거우 800기 정도의 병사였기에 그들은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일단의 몽고병들이 제팔천인대를 저지하기위해 달려들었지만 그 진격속도를
저지할 수는 없었다. 곧이어 후군과 제팔천인대와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2만
대 800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800기는 그 무공의 강함덕분에 폭넓게
진을쳐 포위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적의 후군과 격렬한 전투를 시작했다.
이때 몽고병들 후방의 숲속에서 또다른 1개의 천인대가 철진천을 향해 돌격하
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갑자기 후방이 새로운 적의 병력에게 기습을 당하자 아무리 후군이 2만이라고
하지만 그 숫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돌격해 들어오면서 닥
치는 대로 베어들어갔고 후방에 위치한 중요한 장수들이 조금 지나서 먹이가
되었다. 뒤쪽에서 난리가 나자 철진천의 안위를 알 수 없는 본대의 몽고병들
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때를 이용해 흑풍단은 더욱 맹위를 떨치며 적을 밀
어붙였다. 후방의 기습으로 적이 당황하기 시작하자 모두가 사기가 올라가며
새로운 힘이 났던 것이다.

몽고의 후진은 2천기의 흑풍단의 기습으로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고 그들이
중상을 입은 철진천을 호위하여 후퇴해버리자 남겨진 본대도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때를 이용해서 흑풍단은 적을 더욱 심하게 밀어붙였고 끝내는 적
의 본대도 후퇴를 시작했다. 일단 본대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 혼란은 걷잡
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으며 이건 후퇴가 아니라 도망이라고 봐야했다. 흑
풍단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적들을 따라붙으며 처절한 추격전을 감행했다.
원래가 가장 피해가 크게 나는 것은 정면전이 아니다. 정면전을 벌여 5할 이
상의 병력을 잃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때 진편이 퇴각하는
것을 상대가 따라붙으며 살육전을 전개하기에 거의 5할 이상의 피해를 적에게
입히게 되는 것이다.

도망가면서 화살을 쏘기는 어렵지만 추격하면서 화살을 쏘기는 그보다는 쉽
다. 기병끼리의 추격전에 있어서 활은 필수무기다. 몽고의 병사들은 큰 활을
사용한다. 이건 큰활이 작은 활에 비해 더 강하기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
술이 떨어지기 때문에 강력하면서도 작은 활을 만들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 마상에서의 사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각궁(角弓)인데 이것은 물소
의 뿔로 만든 아주 탄력성이 좋은 활이다. 탄력성이 좋은만큼 활이 크지 않아
도 멀리 화살을 날릴 수 있으니 마상(馬上)처럼 좁은 공간에서 쓰기에 더없이
좋은 활이다. 예로부터 각궁은 고려의 것을 최고로 쳤으니 중원의 기술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각궁을 만드는 실력은 동이(東夷)라 불리는 활의 민족을 당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황제 직속인 찬황흑풍단에서는 모든 단원들이 고려에
서 수입한 각궁을 사용하는데 만자루나 되는 각궁을 수입하기 위해 고려의 중
신(重臣)들에게 상당한 량의 뇌물을 줘야만 했었다.

그렇게 어렵게 구입한 각궁들이 이때 제 위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수많은 적
들이 죽었으며 노획한 말도 부지기수(不知其數;아주 많다는 말)였다. 전투가
일단락되자 그 전과를 보고받으며 옥영진 나으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번 한번의 전투로 거의 9만의 적을 섬멸한 것이다. 뒤쪽에서 접근했던 2만의
병력도 매복한 부대의 완강한 저항을 받자 장시간 전투를 벌이다가 몽고의 본
대가 패퇴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사기가 급속도로 무너지며 끝장나버렸다. 옥
영진 나으리는 자신의 앞에 무릎꿇린 적장들을 쓱 훑어본 다음 말했다.

"모두 참수(斬首)하여 효시(嚆矢;나무 등에 매달아 높이 올려둬 본보기로 삼
는 행위)하라. 그리고 장각!"

"예."

"네 부대가 그래도 피로가 들할테니 먼저 달려가 전방 100리 정도 거리에 있
는 마을을 점령하고 한명도 도망 못가게 잡아둬라."

"예."

장각이 달려나간 후 나머지 부대들을 이끌고 전장에 흩어진 모든 몽고병 부상
자 및 포로들을 참수하고 전리품을 챙긴 다음 마을로 출발했다.

마을에 도착한 다음 옥영진 나으리는 모든 천인대장들을 불러들였다. 천인대
장들과 부단장이 모이자 옥영진 나으리가 말했다.

"마을을 약탈하고 쓸모없는 노약자들은 모두 죽여버린 다음 가치가 있는 젊은
계집들이나 어린아이들은 모두 잡아들여 노예로 본국에 이송해라. 만약 계집
을 원하는 자가 있다면 가져도 좋다고 일러라."

그러자 여태까지 아무런 민폐도 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던 장각이 불만을 토로
했다.

"그러면 이 부족은 완전히 파괴될 것입니다. 아무리 야만족이라 하더라도 그
건 좀..."

"자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네만... 이건 본보기로 삼는거야. 우리들에게 거
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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