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5 텐령 평원 대회전의 서막

3학년2반 | 2021.12.02 08:30:39 댓글: 0 조회: 416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9265
텐령 평원 대회전의 서막

본대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계집들과 아이들의 손을 긴 줄에 묶은 행렬이 지나
갔다. 부근을 약탈한 부대들은 본대에서 회전(回戰)을 통해 확보한 진령골에
이르는 비교적 안전한 보급로를 이용하기 위해 본대를 거쳐 모든 약탈물들을
본국으로 수송했다. 그 때문에 국광으로서는 보고싶지 않아도 절망적인 눈빛
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묶여서 끌려가는 장면을 봐야만 했다.

닷세가 지나자 추격전에 나섰던 3개 천인대가 돌아왔다. 그들은 돌아오는 길
에 주변에 흩어진 모든 몽고 부락들을 약탈하면서 오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린
것이다. 그들도 수많은 몽고인들을 끌고왔으며 노획한 물자들을 수레에 가득
히 싫고서 돌아왔다. 옥영진 나으리는 일단 그것들을 모두 다 본국으로 출발
시킨 다음 천인장급 이상만 소집하여 장시간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국광으로서도 현재 사방을 돌아다니며 약탈사업(掠奪事業)에 열중인 40개 백
인대로부터 줏어들은 정보들이 있었다. 비록 부상은 당했지만 철진천이 후퇴
하여 전력(戰力)을 재정비중인 위치를 알아낸 것이다. 국광이 멀리 떠있는 구
름을 바라보며 이생각 저생각 하고있는데 뒤에서 마화가 천천히 다가왔다. 오
랜 휴식때문인지, 아니면 부근의 적은 모두 다 전멸시킨 안도감인지 평소에는
언제나 입고있던 갑옷을 입지 않은 그녀는,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오똑한
콧날과 고집스러워 보이는 눈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마화는 바람에 날리는 머
릿카락을 귀찮은 듯이 쓱 정돈하며 말했다.

"무슨생각 하고 있어요?"

갑작스런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국광이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
다.

"응? 뭐라고?"

"무슨생각을 그렇게 멍하게 하고있냐구요."

"아... 이놈의 전쟁이 언제 끝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그거야 철진천(鐵眞天)인지 동진천(銅眞天)인지 하는 양반이 언제 죽느냐에
달린게 아닐까요?"

"꼭 그를 죽여야 한다면 빨리 진격해서 끝장을 내야지. 왜 여기서 이런 추악
한 짓거리를 하고있지?"

"그거야 이 부근은 모두 철진천의 부족들이 거주하는 곳이니까 이들을 없애버
리면 그만큼 철진천의 입지가 약화되지 않겠어요?"

"과연 그럴까.. 너무 이런식으로 하면 이 일대 부족들의 반감만 살 것 같은
데..."

"그건 너무 중원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중원식이라고?"

마화는 아직도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어린애를 타이르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 이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철저하게 약육강식(弱肉强食)
의 법칙에 따르는 종족들이에요. 본때를 보여주면 뭔가 결과가 나오게 된다구
요. 제가 듣기로는 이미 5개 부족이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전령을 보내 온 모
양이에요. 그러니까 다음 작전은 몽고족들과 함께 할 것 같아요.."

"몽고족들과 함께..."

"예. 이들은 한 국가를 이룬적이 없어요. 그렇기에 동족(同族)이란 개념이 없
어요. 자신들의 부족에게만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구요.
다른 부족을 없애는 걸 도와서라도 자신들에게 화(禍)가 미치지 않는걸 원해
요. 지금 단장은 그 5개 부족의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듣기로는 8
만정도가 도착할거라고 하던데요."

"확실한거야?"

마화는 애교스럽게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예. 저는 아주 귀가 크다구요."

국광은 빙글 놀리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너무 귀가 크면 명대로 못사는 법이야. 예로부터 모르는게 약이라고 했거
든."

그러자 마화는 한술 더떠 어린애를 가르치듯 깔보는 듯한 목소리로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그게 아니에요. 큰 귀를 가져도 입이 무거우면 보탬이 된다구요.
뭘 모르시는군... 아는게 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흠.... 그럴지도.... 그럼 언제 진격을 시작할지 아나?"

"사흘 후쯤에 출발할거 같아요. 몽고족들과는 툴라이라는 벌판에서 합류한다
고 그러더군요."

"벌판에서?"

"예. 그들의 속셈을 확실히는 알 수 없으니 기습은 막아보자는게 단장의 생각
이겠죠. 벌판에서기습이 될턱이 없고 또 기습이 아니라면 우리 흑풍단이 겨
우 몽고족들에게 치명타를 입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도 그렇군."

* * *

8일 후 몽고족의 대군과 흑풍단이 합류했다. 서로가 믿을 수 없는 사이였기에
관례에 따라 5명의 부족장들은 자신의 아들들을 인질로 보내왔다. 그렇게 하
는편이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감(信賴感)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쪽은 이쪽
대로 저쪽이 헛수작을 부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저쪽은 저쪽대로 이
쪽에서 인질을 보냈으니 우리를 의심하지 않을거라는 신뢰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몽고군 8만을 포함해서 이제 10만의 군세로 늘어난 정벌군은 철진천이 세력을
정돈하고 있는 마추하 부근의 텐령 평원으로 진격했다. 드넓게 펼쳐진 몽고의
대초원에서는 얄팍한 술수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서로가 기병... 기습은 거
의 불가능하다. 야습이 좋기는 하지만 아군끼리 충돌할 위험도 있으므로 순전
히 소규모의 정예만을 차출해 상대의 진지를 휘저어놓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
다.

연합군은 드넓게 펼쳐진 텐령 평원에서 철진천의 12만 군세와 마주쳤다. 전번
의 패배 정도로는 아직 정신을 못차린 듯 몽고족들은 아직도 투지에 불타고
있었다. 사실상 전쟁이 시작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서전에서 치명타
를 입긴 했지만 아직은 여력이 있었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신뢰하는 철
진천이 비록 부상은 당했지만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옥영진 나으리는 당당하게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몽고병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단장에게 말했다.

"저 자식들이 아직 정신을 못차린 모양이군."

"예. 그만큼 철진천이란 인물에 대한 신뢰도가 대단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
실 전번 전투에서 투입된 주력은 거의가 철진천의 동맹 부족들이라고 봐야 하
니까요. 전번의 대패로 인해 동맹을 맺었던 부족들은 거의 다 떨어져 나가고
세 부족 정도가 그를 도와 병사를 보내준 모양입니다."

"그래? 그럼 이번에 대패하면 그나마도 끝나겠군."

"아마 그럴겁니다."

"흠.... 이번에는 정면공격으로 하기로 하지. 사실 이런 대평원에서 따로 얄
팍한 전술을 써봐야 통할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써야합니다. 안그러면피해가 클겁니다."

"바로 그거야. 피해가 커야해."

"예?"

"그러니까 어떻게 하느냐 하면..."

그러면서 검을 뽑아 검 끝을 이용해 땅에다 쓱쓱 도형들을 그리며 설명했다.

"우선 여기에 넓게 어림군을 포진시키는 거야. 그런 다음 5부족의 부족장들에
게 명령해서 어림군의 뒷편에 주둔하게 해."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공격을 해올까요?"

"글쎄...."

"전에 저들은 수가 많기에 정면돌격을 해왔지만 어림군의 활과 쇠뇌덕분에 많
은 병사들을 잃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병력이 엇비슷한 상태...아
니 보병인 어림군을 빼면 이쪽은 9만이니까... 일부러 이쪽의 보병과 싸우지
않기 위해 선제공격 해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흠.... 그래도 만일의 사태를 위해 어림군은 포진시켜야 하니까... 이렇게
하고 그 뒤에 몽고병을 놔둬. 적이 공격하면 좋고 안그러면 이쪽에서 공격하
면 되니까... 그리고 저쪽의 몽고병들이 배신하면 일단 어림군이 진형을 짜고
있는 곳까지 후퇴해서 어림군을 의지해서 싸우면 도움이 되지."

"예."

"적이 공격해오지 않으면 먼저 몽고병들을 어림군의 양쪽으로 출동시켜 적진
으로 돌격시켜 전투를 벌이는거야."

"...."

"그 뒤를 따라서 흑풍단의 5개 천인대씩이 좀 더 진격해 들어가서 적의 뒤를
치는거야. 그러면 아주 광범위한 포위망이 형성되게 되는거지. 하지만 우리는
뒤에서 치게되고 5개 부족은 정면을 감당하니까 당연히 5개 부족의 피해가 엄
청날거야. 그러면 철진천도 잡고 몽고족들끼리 서로 싸우니까 전력도 약화되
고... 일거양득(一擧兩得)이지. 이번에는 완전히 포위해서 철진천의 목을 확
실히 베어야해."

"좋은 작전입니다. 하지만 전처럼 철진천이 후군을 구성해서 뒤로 빠지면 어
떻게 하죠?"

"전에는 전군과 후군간의 간격이 커서 분리되어 격파당했기에 이번에는 아마
함께 행동할게 확실해. 후군이 있다면 미끼일 가능성도 있지."

다음날 아침이 되자 양군(兩軍)은 진형을 급히 짜기 시작했다. 흑풍단쪽에서
열심히 몽고군을 꼬셨지만 한번 패배를 맛본 철진천은 쉽사리 선공(先攻)을
취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쪽의 보병들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보병
은 후퇴하면 자중지란으로 전멸하고 만다. 그렇기에 보병에게 있어 후퇴란 말
은 용납되지 않는다. 적이 앞에 있다면 사수(死守)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병은 다르다. 기병이란 그 속도 때문에 일부 기병이 달려나와 상대를 약올
리거나 화살을 조금 쏘는 등 도발행위를 한 다음 적이 달려나오면 재빨리 후
퇴한 다음 매복, 또는 진형을 갖추고 대기중인 보명들이 있는 장소로 유인하
는데 많이 사용된다. 그렇기에 기병에게는 후퇴라 하더라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외에 전군이 퇴각하는 경우 보병이 앞서 퇴각하고 기병은 언
제나 뒤에 남아 퇴로를 확보한다. 기병은 언제라도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잇
점이 있기에 항상 먼저... 그리고 항상 나중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몇번의 도발이 통하지 않자 옥영진 나으리는 두 번째 작전을 시작하라는 신호
를 하달했다. 그와 동시에 휘하의 전 기병들이 적진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러
자 상대도 함께 돌격해 들어오며 대규모 기병전이 벌어졌다. 일단 상대방도
이쪽이 기병들을 대량으로 사용함으로서 더 이상 보병들을 걱정할 필요성을
못느낀 것이다. 양군이 얽혀있는 상태에서 미친 지휘관이 아니라면 보병들에
게 쇠뇌를 발사하라는 명령은 할 수 없으므로....

수많은 기병들이 드넓은 텐령 평원에서 충돌하며 최고의 장관을 연출했다. 몽
고병과 몽고병.. 또 몽고병과 흑풍단의 전투를 지그시 바라보던 옥영진 나으
리는 갑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하는 전세를 보고 경악하여 옆에 서있는 마길수
부단장에게 외쳤다.

"남은 4개 백인대를 이끌고 적의 돌파를 저지해. 빨리!"

흑풍단이 교묘히 뒤로 돌며 철진천의 군단을 포위하자 위기감을 느낀 철진천
이 측면돌파를 지시했고 그에따라 몽고병들은 측면의 몽고연합군이 위치한 비
교적 약하다고 생각되는 부위에 맹공을 퍼부었다. 마길수 상장군이 예비병력
인 400명의 흑풍단을 이끌고 적의 돌파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일단 새기시작한
둑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리듯 적의 기세를 꺽을 수 없었다. 옥영진 장군
을 비웃기나 하듯 몽고의 대병력은 거대한 포위망을 깨끗이 돌파하여 몽고병
들은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로서 대회전의 첫 번째의 전투는 연합군의 판정
승... 문제는 거기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항아리 모양 적을 포위했던 옥영진 나으리의 연합군은 항아리 속의 쥐떼가 도
망침에 따라 자연히 항아리의 면적을 좁혀나오며 도망치는 후위의 쥐떼들과
격전을 벌였다. 그런데 철진천이 부상을 무릎쓰고 몸소 지휘하는 몽고병들은
예상과 달리 한쪽을 돌파하자 후퇴할 생각은 안하고 일단 돌파한 부대들이 양
방향으로 나뉘며 쫓아들어오는 연합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안과 밖이 훌떡 뒤집히며 도리어 연합군이 철진천의 대군단에 포위된 형국이
되고말았다. 일단 포위되면 그 중앙에 갖힌 쥐들은 양옆이 우군이니 칼을 놀
릴 도리가 없이 쉬어야 한다. 대신 원의 밖에있는 쥐떼들과 그를 포위한 항아
리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사실 서로가 충돌하는 면적은 같으므로 서로
가 죽자고 싸운다면 포위가 되건말건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일단 포위되면
사방이 적인 것 같아 사기가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작전은 옥영진 나으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기 시작했고 한번의
포위작전에서 궤멸이 가능할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적에게 포위되어
버리자 철진천의 무서움을 아는 몽고 연합군 내에서 제일먼저 동요가 일어나
기 시작했다. 거기에 옥영진 나으리는 흑풍단과는 떨어져 보병들과 함께 멀리
떨어져있으니 그들을 이끌 장수가 없는 연합군과 비록 부상은 당했을망정 지
휘관이 함께하는 몽고병.... 이건 처음부터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몽고의 대병력에 포위되어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연합군의 마길
수 부단장이 휘하의 400기와 부근의 몽고 연합군을 몰아쳐서 정면의 포위망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마길수 상장군은 일단 포위망을 돌파하자마자 전 기병
대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어림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까지 후퇴하라!"

"흑풍단은몽고군의 후퇴를 지원해라!"

9만의 연합군이 뒤로 나르듯 후퇴를 시작하자 12만의 몽고군이 추격전을 개시
했다. 사실 철진천의 몽고병은 12만... 숫자도 많았지만 가장 큰 잇점이 자신
하나만을 믿고 의지하는 단일한 군사집단인데 비해 9만의 연합군은 흑풍단의
위력 때문에 더욱 강한 힘을 가지고는 있으나 각기 따로 움직이기에 대규모
기병전에서 벌어지는 신속한 대응에 응하질 못했기에 이런 낭패가 발생한 것
이다.

9만의 기병대가 전속력으로 후퇴를 시작하는 걸 본 옥영진 나으리는 어림군의
진형(陣形)을 더욱 튼튼히 짜서 적의 난입(亂入)에 대비하는 한편 보병대의
양옆으로 퇴각해서 들어오는 기병들을 재편성(再編成)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윽고 흑풍단에 이어 몽고의 추격대가 들이닥치자 일제히 쇠뇌들이
발사되었고 수없이 많은 화살들이 몽고병들에게 날아갔다. 일진이 화살에 무
너지는 걸 지켜본 철진천도 더 이상 오늘은 전투를 벌일 생각이 없는지 퇴각
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기나긴 하루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치
열한 기동전(起動戰) 덕분에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밥을 먹을 시간
도 없어 간신히 입속에 육포나 우물거리며 칼을 휘둘러 허기를 모면했었는데
서로가 떨어지자 먼저 쌍방간에 ㅅ부터 걸고는 식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필승(必勝)을 위한 작전(作戰)

때늦은 점심식사가 끝난 후 천인장 이상급 간부들이 모여 작전회의를 시작했
다. 첫 번 대회전에서는 철진천의 부족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타부족의 지
원군이었기에 이정도로 뛰어난 기동력을 나타내지 못해 간단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막상 철진천의 주력부대와 부딪치고 보니 무식한 몽고놈들이라고
깔보던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이다. 옥영진 나으리는 전군을 파멸에서 구
해낸 마길수 상장군에게 그점을 치하한 다음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적의 전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니... 이것 참... 제장들의 의견은 어떻소?"

옥영진 나으리의 말에 마길수 상장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철진천은 뚜렷한 병법책을 읽은 위인도 아니고 그의 전술적(戰術的) 감각(感
覺)은 수많은 실전경험(實戰經驗)에서 이뤄진 겁니다. 거의 짐승과 같은 예리
한 감각이 있다고 봐야 할겁니다. 그러니... 속보이는 함정보다는 아주 치밀
한 함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감각은 있되 그 감각을 쓸수 없도록... 그러니까
뻔히 알고도 당하도록..."

마길수 상장군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옥영진 나으리가 물었다.

"그럼 어떤 방책이 좋겠소?"

마길수 상장군은 일부러 말을 약간 늦춰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천천히 말했다.

"일단은 장군과 멍군을 불러 서로 비긴셈이니... 오늘은 이만 작전을 종료하
고 야간에 흑풍단의 천인대 하나만을 동원해서 야습을 해보는건 어떨까요? 정
면승부가 아니라서 전과는 그리크지 않겠지만 동맹인 몽고병들의 사기를 올
리는데는 잇점이 있을겁니다."

"흐음... 그도 그렇군."

"그러면서 이 전투를 장기전(長期戰)으로 끌고나가는 척 하는겁니다."

옥영진 나으리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척?"

"예. 흑풍단의 2개 천인대 정도를 뽑아서 부근의 몽고족 마을들을 완전히 쑥
대밭을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그러면 철진천은 이쪽이 장기전으로 나가며 자
신의 주력부대(主力部隊)를 이곳에 잡아두고 휘하 부족들을... 그것도 남자들
은 거의 빠져나간 허약한 부족들을 우리들이쳐서 자신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걸로 생각하겠죠. 그리고 휘하의 부하들도 가정이 박살나니... 사기도 떨어질
겁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뿐... 일부 병력을 뽑아내어 우리의 약탈부대를
치기위해 병력을 분산할것이고..."

"아하! 그때 적을 완전히 박살낸다... 그것 꽤 괜찮은 생각이군."

그 말에 관지 장군이 말을 이었다.

"대장군. 여기에 소장의 생각으로는 철진천의 동맹부족에게는 손대지 않는 것
이 좋겠습니다."

"왜?"

"동맹부족의 본거지를 공격하지 않으면 동맹부족들은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지
않을거고... 그러면 그만큼 철진천에 의해 단련된 병사들의 비율이 적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죠. 그러면 이번과 같이 신속한 대응능력은 떨어질겁니다."

그의 의견에 감탄했다는 듯이 옥영진 나으리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것도 묘책이로다."

그 말에 장각 장군이 대꾸했다.

"하지만 대장군. 이건 너무 비겁한 술책인데요? 무식한 몽고병들을 상대로 이
토록 비겁한 방책을 써야만 합니까?"

장각 천인대장은 비교적 정통적인 가문의 무장인지라 무엇보다 의를 중시하기
에 나온 말이다. 그는 아무리 상대가 악하다고 해도 자신은 정통적인 수법으
로 적을 상대해야만 그 공명정대함에 상대도 감탄하여 마음으로부터 무릎을
꿇는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친구다. 이에대해 노영(盧英)장군이 반론을 제기했
다.

"흐흐... 소장은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몽고 오랑캐를 치는데 꼭 정공을 택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은 그쯤해두고 그래 이 부근에 있는 철진천의 부락은 조사를 했소?"

옥영진 나으리의 질문에 마길수 상장군이 답했다.

"예.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한 소장이 10개 십인대를 투입하여 부근을 조사했
습니다. 몽고 부족 몇 명을 납치하여 고문도 했고... 이리저리 모든 정보를
종합해본 결과 부근에 4개 부락이 있는 걸로 밝혀졌습니다."

"좋아. 그럼 각 부락에 5개 백인대씩 보내기로 하지. 그들은 그 부락들을 멸
한 다음 회군하지 말고 주변의 모든 몽고부락들을 조사하여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좋겠군."

"누구를 보내시ㄱ습니까?"

"공지! 노영!"

"예!"

"너희들은 지금 수하들을 거느리고 출발하라! 자세한 위치는 마길수 상장군이
지시할 것이다."

"예."

제 칠,십천인대장들이 막사를 나가자 그걸 지켜보던 마길수 부단장이 물었다.

"오늘밤의 야습은 실행합니까?"

"그렇지! ... 오늘 야습은 꼭 해야겠군. 관지!"

"예."

"너는 지금 본대에서 이탈하여 기회를 노리다가 밤에 기습을 감행하라."

"예."

"물이 있는곳까지 뒤로 80리(약 25Km) 정도를 이동해야 하니까 오늘 밤 장작
불을 여기저기 피워 본대가 후퇴한 것을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동시에
밤에 야습을 감행하면 적이 그 소란통에 우리가 빠져나갔는지 조차 알기 힘들
거야."

"좋은 작전입니다."

"오늘 저녘에 일정거리 후퇴하여다시 진지를 구축한다고 몽고 족장들에게도
통보해두게."

"예."

* * *

"빌어먹을.... 이번에는 완전히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군..."

임충의 투정에 마화도 약간은 동의한다는 투로 말했다.

"맞아. 이번에 보인 몽고군의 움직임은 완전히 예술이던데? 안그래요? 대장"

마화의 물음에 국광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의 용병술(用兵術)도 대단하더군. 하지만 그정도로는 흑풍단을 멸할
수는 없어. 이쪽이 무공이 강한 집단인 이상... 저쪽도 무림인들을 투입하지
않는 한... 아무리 해도 흑풍단에 타격을 주기는 힘들지... 그래도 이번 전투
로 몽고병들의 타격이 크니까 그게 문제라면 문제군."

"하지만 우리 연합군에 있어서 몽고병은 원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
재들 아닙니까? 그들의 사기가 좀 떨어진다고 해서 문제될게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아. 처음부터 흑풍단만으로 전투를 벌이는 것과 저들과 함께 연
합군을 구성하는 건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지. 아무리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라 생각이 들어도 저들 족장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게 현실이야. 둘이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혼자해서 될일도 안되니까. 최악의 경우 족장들의 배신으
로 양쪽에서 공격을 당해 전멸할 수도 있으니까."

"그도 그렇군요. 참 이제 전투도 끝났는데 하부르한테 안가봐도 돼요?"

"끅..."

기껏 자기딴에는 그래도 신경써서 말해줬는데 국광이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괴이하게 여긴 마화가 물었다.

"왜그래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마화와 질린듯한 표정의 국광... 이들의 표정을 보며 재미
있어진 임충이 자신은 다 안다는 투로 국광을 놀리는 어조로말했다.

"하하.... 요즘은 하부르 생각만 해도 마유주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날고기가 함께 떠오르는 모양이죠?"

"아닌게 아니라 좀 그래. 요즘은 꿈에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날고기가
입속으로 뛰어드는게 보이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가장 좋은건 잠시 떨어져서 지내면 어떨까요?"

"떨어져서? 말은 쉬운데 그게 좀...."

"왜그러십니까? 뭐 약점이라도 잡히셨나요?"

"약점?"

국광은 속으로 '그럴지도 모르지...' 하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부르는 처음에는 흑색갑주에 안면보호대를 착용하고 싸늘한 눈만 들어낸
국광의 공포스런 분위기에 압도되어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자 갑주를 벗은 이면에는 문약한 서생과 같은 모습과 약간 무뚝뚝하
기도 하지만 정이 많고 여자에게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치열한 생존경쟁
을 뚫고나가는 몽고남자에게서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을 곧 눈치챌 수 있었
다. 이런 약점들을 본능적으로 포착하자 그 다음부터는 하부르의 세상이었다.
수하들도 어린 하부르에게 휘둘리는 국광을 보고 매우 재미있어 하면서'남자
의 속성(屬性)'이나 '남편은 이렇게 교육(敎育)시켜야 한다' 등등 옆에서 교
육까지 시켜가며 부추키며 바람을 넣어대 지금의 국광으로서는 죽을지경이었
던 것이다.

'어린 계집애 하나 데리고 살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한숨을 푹푹 쉬고있는 국광에게 이때 아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령이
씨근벌떡 달려오더니 외쳤다.

"관지 대장께서 출동준비를 하시랍니다."

갑작스런 전령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국광이 물었다.

"왜?"

"작전상 준비가 되는대로 본대에서 이탈한답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구요."

그러자 국광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듯이 빙그레 미소지으
며 말했다.

"그래? 이런 공교로운 일이.... 돌에 걸려 넘어져도 동전(銅錢) 있는 곳에 얼
굴을 쳐박는군 그래. 잘됐다. 마화!"

국광의 혼잣말에 못말린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마화가 답했다.

"예."

"출동준비하라 지시해라. 혹시 모르니 며칠 먹을 건량도 같이 준비하라고 일
러라. 나는 막사에 다녀오겠다."

그러자 마화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하부르 한테 보고하시게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쑥스러워진 국광이 그걸 감추기 위해 화를 버럭내며 외
쳤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고 빨리 가봐!"

"예."

국광이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하부르가 쫓아와서 국광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제 끝난거에요?"

"그런대로 오늘 싸움은 끝난 것 같아."

"피곤하시죠... 앉으세요. 식사 준비할까요?"

국광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식사는 되었고 지금 출동해야 하거든... 그래서 한 며칠 못볼지도 몰
라."

국광의 말을 들은 하부르는 약간 서운한 듯 했지만 곧 기운을 차려 부산하게
움직이며 활기차게 말했다. 남편이 전장으로 떠나는데 마음편히 떠나게 해야
지 앙탈을 부리면 안된다고 죽은 엄마에게 배웠던 것이다. 하부르는 한 대접
가득히 마유주를 담아와서는 생긋이 웃으며 권했다.

"지금 가더라도 식사는 하고 가야하쟎아요? 고기는 아직 준비된게 없고 마유
주라도 든든하게 드시고 가세요."

하부르의 말에 국광은 억지로 미소지으며 사양했다.

"괜찮은데...."

하지만 전장으로 떠나는 남편을 든든히먹여보내야 한다고 굳게 믿고있는 하
부르로서는 자신에게 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온 이상 뒷치닥거리를 해줘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래도 좀 드세요. 초원의 밤은 춥다구요. 마유주를 든든히 마셔두면 몸도
따뜻하다구요."

생긋이 미소지으며 마유주를 한 대접 가득 담아 성의껏 권하는데야 뿌리칠 재
주가 없다. 국광이 사발을 받아들고 꿀꺽꿀꺽 모두 마셔버리자 미소를 지으며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고있던 하부르는 다시 한잔 더 따라줬다.

"더 드세요. 장정(壯丁)은 많이 먹어야 해요."

"이제 배부른데...."

그러면서도 국광은 한잔 더 마신 다음에야 마유주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었
다. 국광은 두잔 다 마신다음 하부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자신이 죽을 가능성은 없다고 굳게 믿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전쟁의 경
험이 없는 국광으로서는 전장으로 떠나면서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 간혹 들기도 했기 때문에 언제나 떠날때는 하부르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

"얌전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착한 아이지..."

"예."

* * *

드넓게 펼쳐진 텐령 평원.... 하지만 말이 평원이지 완전히 평평하지는 않고
높지않은 완만한 둔덕들이 군데군데 솟아있다. 그중 한 귀퉁이에는 흑풍단 대
원들이 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었고 또 한쪽... 둔덕의 윗부분에서 몇몇
흑색 갑주를 입고 저마다 큰 칼을 허리 또는 등에 진 자들이 지평선 가까운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꽤 넓게 돌아서 왔으니 상대가 눈치채지는 못했겠지?"

"그렇겠죠. 하여튼 관지 대장도 기습전에는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에요."

"흐흐흐... 놀라운 일이야."

"뭐가요?"

그러자 국광이 비꼬는 어투로 말했다.

"대(大) 찬황흑풍단이 알고보면 기습전에나 도가 튼 집단이라니..."

그러자 마화가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피... 그건 할 수 없잖아요. 소수정예의 묘(妙)를 살리려면 기습이 최고라구
요."

"그건 그렇고 25리(약 8Km)정도 떨어져서 보니 정말 인마(人馬)가 개미만 하
군. 파오는 완전히 장난감 같은데?"

이때 아래쪽에서 임충이 몽고옷을 입고 헐떡거리며 달려오더니 국광과 마화에
게 옷을 한벌씩 건넸다. 그걸 무심결에 받아들면서 마화가 물었다.

"이게 뭐야?"

임충은 씩 웃으며 말했다.

"뭐긴 뭐야. 몽고놈들 옷이지. 이걸 입고 야습한다는 관지대장의 명이야. 그
리고 이 하얀 천을 왼팔에 감아서 아군을 표시나게 하는거지."

마화는 갑주를 주섬주섬 벗은 다음 받아든 몽고옷을 입으려다가 인상을 찡그
리며 말했다.

"크.... 이게 무슨 냄새야?"

마화의 반응에 당연하는 듯이 임충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몽고애들 거의 목욕도 안하니까 당연히 옷도 뻔한거 아니겠어? 그래도 대장
과 너를 위해서 특별히 냄새가 들나는 걸로 골라가져왔다구."

그러자 성의는 생각하지도 않고 마화가 열을 내면서 따졌다.

"골라 가져온게 이거냐? 이거냐구!"

"할 수 없잖아. 갑자기 내려진 명령이라 옷도 300벌 정도밖에 못구했다구. 이
걸 세탁할 시간이 어디있었냐?"

"그러고 보니 .... 이럴줄 알았으면 하부르 것을 한벌 얻어오는건데..."

"좋은 생각이지만 본진은 벌써.... 저쪽으로 몇십리는 돌아서 가야해. 너혼자
다시 갔다올래?"

"....."

"잔말말고 입어. 누군 코가 없어서 이걸 그냥 입은줄 알아?"

말없이 몽고군의 진영을 바라보고있던 국광이 임충에게 말했다.

"기습은 언제라고 하던가?"

"예. 인시 초(寅時 初;새벽 3시)에 시작한다고 하셨습니다. 옷이 300벌 뿐이
라 천인대 안에서도 무공이 뛰어난 순서로 옷을 입고 나머지는 갑주를 지키며
이곳에 매복해있다가 기습조의 퇴각을 도우라는 지십니다. 남는 매복조는 맹
각(孟覺) 대장이 지휘할겁니다."

추천 (0) 선물 (0명)
IP: ♡.221.♡.42
23,508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더좋은래일
2024-04-24
0
2
더좋은래일
2024-04-24
0
3
더좋은래일
2024-04-24
0
2
chillax
2024-04-24
0
2
더좋은래일
2024-04-23
2
47
chillax
2024-04-23
1
98
더좋은래일
2024-04-22
3
259
chillax
2024-04-22
1
201
더좋은래일
2024-04-21
3
322
나단비
2024-04-20
1
852
chillax
2024-04-19
2
776
나단비
2024-04-19
0
729
나단비
2024-04-19
0
79
나단비
2024-04-19
0
57
나단비
2024-04-19
0
59
나단비
2024-04-19
0
49
chillax
2024-04-18
2
151
나단비
2024-04-18
0
44
나단비
2024-04-18
0
49
나단비
2024-04-18
0
52
나단비
2024-04-18
0
58
나단비
2024-04-18
0
67
나단비
2024-04-17
0
70
나단비
2024-04-17
0
55
나단비
2024-04-17
0
45
나단비
2024-04-17
0
61
나단비
2024-04-17
0
46
나단비
2024-04-16
0
74
나단비
2024-04-16
0
122
나단비
2024-04-16
0
7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