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9 텐령 평원 대회전의 결말

3학년2반 | 2021.12.02 08:34:39 댓글: 0 조회: 416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9269
텐령 평원 대회전의 결말

마교의 밀실에서 비밀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철진천과 옥영진이 지휘하는
대군이 몽고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판 승부를 벌였다. 현
재 송은 모든 국력을 요와의 전쟁에 쏟아붇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런때 옥영진이 거느린 정예를 물리친다면 송은 요와의 전쟁을 마치고 국력을
회복한 후가 아니면 몽고를 건드릴 수가 없다. 하지만 대 전쟁 후 국력의 회
복이 하루이틀에 될 일이 아니고 또 대전쟁 후에는 언제나 염전사상(厭戰思
想)이 판을 치기에 왠만한 시일이 흐르지 않고는 타국에 대한 침략을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위정자(爲政者)가 침략을 하고싶다고 해서 전쟁을 무조건 할수 있는게 아니라
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저 고구려라는 중원의 변방에 자리한 강대한 이민
족을 정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중원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던가. 하지만
고구려와의 전쟁에 지친 국민과 군대를 부추겨 반기를 들어 수나라를 건설한
양제도 자신이 무엇을 이용해 정권을 찬탈했는지 잊어먹고 다시 고구려를 건
드렸다가 아들인 문제한테 목이 날아갔다. 양제의 아들 문제 역시 자신이 어
떤 배경으로 아버지를 시해할 수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고구려를 쳤다가 나라
가 망하는 사태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중원의 역사야 알던 모르던 호전적인 몽고족도 계속적인 전쟁에는 지친다는
것을 잘 아는 철진천이기에 무슨 짓을 해서라도 옥영진의 목을 베어 이 전쟁
을 승리로 이끌기를 원했다. 하지만 옥영진 편에서도 이 전쟁을 져줄수는 없
었다. 무엇보다 몽고 통일을 염원하고 또 그정도의 능력이 있는 철진천을 죽
여없애 후환을 없애지 않는다면 송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수하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더럽고 치사한' 살육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다. 그로서는 몽고인들이 앞으로 수십년은 아예 '중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공
포에 질리게 만들 심산(深山)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모든 것이 옥영진 나으리의 생각대로 진행되었다. 옥영진 나
으리는 3개의 부대로 나누어 전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덩어리로 하려고
했었는데 적이 각기 1만씩의 좌우날개를 만들어 포위당하는 것을 방비함과 동
시에 여차하면 적을 포위할 수 있는 진형을 사용할거라는 카타쿠이의 정보와
같았다. 혹시나 하고 처음에는 진형을 완전히 갖추지 않았었는데 그들이 진형
을 갖춘 것을 보고 옥영진 나으리는 황색 깃발을 흔들어 각기 1만씩의 몽고연
합군이 상대 좌우날개와 대치하도록 지시했다. 실지 몽고군 좌우 날개의 우두
머리인 카타쿠이나 테쿠진이 이쪽편인 이상 좌우날개에 대한 대비군을 보낼
필요는 없었지만 이쪽이 보내지 않으면 철진천이 의심할거 같아서 취한 조치
였다. 그리고 만의 하나 마길수 상장군의 조언대로 적의 속임수일 수도 있다
는 점에 대한 대비이기도 했다.

전쟁의 진형은 좌우 날개의 몽고군 1만씩과 중군의 몽고군 6만. 후군의 흑풍
단 9천의 당당한 진형이다. 보병들은 방어작전이 아닌 이런 광활한 평지에서
의 기동전에는 써먹을수 없으므로 본진을 지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있었다. 개전(開戰)부터 전세(戰勢)는 연합군에게 유리하게 진
행되기 시작했다. 적의 좌우날개는 어쩐 일인지 싸움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밀리기 시작했고 좌우측 날개가 밀리자 연합군의 좌우날개와 중군에게 집중공
격을 받은 몽고군은 막심한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그 전투를 흐뭇한 표정으
로 뒤에서 바라보고있던 옥영진 나으리가 옆에 있는 마길수 장군에게 말했다.

"하하하... 자네의 우려와는 달리 아주 빨리 끝나겠군."

"모든게 다 대장군의 복(福)이십니다. 허허... 언제나 무운(武運)이 함께하시
는군요."

"이상태라면 흑풍단을 투입할 필요도 없겠군. 괜히 노영을 불러들였어."

약간의 질책성이 있는 옥영진 나으리의 말에 마길수 상장군이 약간 무안한 듯
웃으면서 사과했다.

"허허.. 제가 너무 과민했던 것 같습니다. 용서해 주시기를...."

"하하하... 뭐 용서할 것 까지 있나. 자네도 잘되자고 한 말이었는데 말일
세."

이러쿵 저러쿵 희희낙낙(喜喜樂樂) 농담을 하면서 관전(觀戰)을 하는 사이 전
세(戰勢)가 일변(一變)하기 시작했다. 좌우날개가 밀리면서 중간에 노출되어
집중타를 얻어맞던 적의 중군(中軍)이 일시적으로 뒤로 후퇴를 시작했고 몽고
연합군은 그 뒤를 바짝 추격해 들어갔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때 뒤로 밀
리던 중군이 돌아서면서 연합군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여태까지 아군이라고 믿
어의심치 않게 만든 적의 좌우 날개가 갑자기 밀고 들어간 연합군의 측면과
후면을 포위하면서 집중공격을가해왔다. 독안에 들어가버린 몽고연합군의 군
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에따라 전사자가 속출(續出)하기 시작했다. 전세
의 변화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던 마길수 상장군이 옥영진 대장군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전투는 패색이 짙군요. 후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무리를 해
서라도 지금 결판을?"

"흠.... 지금 결판을 내기로 하지. 이번 싸움에서 밀리면 우리측에 가담한 몽
고 족장놈들이 무슨짓을 할지 모르니까. 정말 철진천이라는 자는 대단하군.
한번씩 나를 놀라게 만드니 말일쎄..."

"그럼 흑풍단의 총력으로 적의 좌군을 박살내버리고 그 여세를 밀어붙여 적의
중군을 포위공략하심이 어떨까요?"

"그게 그런대로 좋겠군. 수하들에게 지시하라. 하지만 전투는 일부러 완만하
게 진행해서 동맹한 부족들에게 피해가 좀 크게 돌아가게 하도록. 이 전투에
서 모두들 힘을 소진해버려야 더 이상 통일하겠다고 깝죽거리는 놈이 없겠
지."

"예"

마길수 상장군의 지시를 받은 흑풍단 9천기(騎)는 좌측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
다. 그런 다음 적의 좌군과 함께 치열한 기마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흑풍단
은 뛰어난 고수들로 편성된 만큼 몽고군들이 그 적수가 되지 못했다. 다만 옥
영진 나으리의 지시로 연합군에 참여한 몽고병들의 피해가 더 커지게 전투는
완만한 속도로 진행되었다.

아침에 시작된 그날의 전투는 해가질때까지 계속되었고 쌍방의 피해는 막심했
다. 연합군쪽에 흑풍단의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몽고병측은 거의 반이상의 사
상자가 나온 격렬한 전투였다. 그리고 몽고가 배출한 뛰어난 무장 철진천은
이 전투에서 누군가의 칼에 맞아 전사했으니.... 그로인해 새로운 영웅이 배
출될때까지 몽고의 통일이 50년은 뒤로 늦춰지게 된다. 혼전(混戰) 중에 철진
천이 전사하고도 전쟁은 계속됐다. 몽고에서 패배란 곧 노예로 전락됨을 의미
했기에 그들은 죽기를 무릎쓰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더 이상 싸울 여력마저 떨어진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후퇴를 시작했고 그에따
라 쫓기는 자들에 대한 처절한 사냥이 시작되었다.

추격전의 주역은 흑풍단이었다. 그들은 전력(全力)을 다해 전투를 전개하지
않았기에 연합군에 비해 더 많은 체력을 비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몽고통일
의 뿌리까지 뽑아버리기 위해 추격전은 밤새도록 도가 지나칠 정도로 전개되
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옥영진 나으리는 흩어진 천인대장급 이상의 고급
장수들을 소집하여 뒷마무리에 따르는 작전시시를 했다. 5개 천인대를 제외한
나머지 천인대들은 모두 다 흩어져서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필요없어진 보병대는 본진 수비를 위한 천명을 남겨두고 모두
본국으로 후퇴하라는 명령도 함께 떨어졌다.

국광은 자신의 백인부대를 이끌고 추격전에 나서기 전에 자신의 막사에 들렀
다. 그로서는 이번 작전이 아마도 몽고에서 마지막 작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전이 끝나면 흑풍단은 본국으로 후
퇴를 시작할 것이고... 본국에 도착하면 자신에게 주어졌던 하부르는 노예로
팔려갈게 뻔했기 때문이다. 타오르는 국광의 속은 알리없는 하부르는 국광이
들어오자 반갑게 맞이했다. 전장에서 무사히 돌아온 남편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도리였기에...

"무사하셨으니 다행이에요."

자신을 껴안는 하부르를 떼놓은 다음 국광은 수하에게서 얻어온 흑색 의장용
(儀裝用) 경갑주(輕鉀 ) 한벌을 하부르에게 내밀며 말했다.

"빨리 이걸 입어라."

"예?"

"빨리 입어. 그리고 바지와 신발은 내것을 써라. 그거 입은 다음 나하고 같이
말타러 가자."

"예."

엉겁결에 하부르는 갑주를 입기 시작했고, 국광이 멀리 나들이를 데리고 가겠
다는 말에 옷을 갈아입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국광은 복장을 갖춘 하부르
를 백인대에 끼워넣어 표시안나게 만든 후 출발했다. 옥영진 나으리에게 부탁
하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거절당했을때는 아예 하부르를 빼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국광이 서둘렀던 것이다. 안면보호대까지 착용해 두 눈만 내놓
은 하부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갑옷을 보면 똑같은 번호
를 가진 사람이 둘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국광의 부탁을 받긴 했지만 정이 많
이 든 백인대 대원들은 하부르를 놓아줄거라는 말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열심히 보호했으니 점쟁이가 아닌 바에야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국광 일행은 북쪽으로 달리고 달려 마을을 찾아 헤맸다. 다른 백인대들도 국
광의 일행처럼 마을이나 패잔병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다만 국광의 일
행과는 달리 그들은 약탈과 살인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북쪽으로 4일간 달려 올라갔을 때 산에 가린 작은 마을 하나를 발견할 수 있
었다. 만일을 대비해 대부분의 수하들을 마을 주변에 포진시킨 다음 국광은
하부르와 몇몇 수하들만을 거느린 채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 마을사람은 한명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걸 보고 마화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거 벌써 누가 다녀간거 아냐?"

"아닐거야. 다녀갔다면 시체가 즐비할텐데.... 알다시피본보기로 죽이는 거
니까 묻을 필요가 없지."

"그렇군."

국광은 말에서 내린 다음 파오 앞에 서서 낮지만 내공을 실어 목소리가 멀리
퍼지도록 해서 몽고어로 말했다.

"모두들 나오시오. 족장을 만나서 얘기할 것이 있소."

저쪽 파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노인과 몇 명의 장정이
나왔다.

"나으리...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희 부락은 작아서 식량도 없고 또 쓸만
한 처녀도 없습니다요."

국광이 뭐라 말하려는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된다는 만류소리 등 소란
중에 한 소년이 국광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당신들이 원하는 사람은 나지 이사람들이 아니오. 나만 잡아가고 이들을 헤
치지 마시오."

15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단단한 체격과 어딘지 모르게 기품있는 말투와 분
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국광은 그 아이에게 흥미가 감을 느끼고 아이의 생김
새를 자세히 뜯어보며 말했다.

"만약 그러지 않겠다면?"

아이는 그 나이또래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하게 말했다.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이오. 이들을 헤칠 필요는 없지않소?"

소년의 말을 듣고 국광은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네녀석의 힘으로 나를 막을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소. 당신들 검은악마들은 너무나 강하오. 하지만 아무리 강하다
해도 재미로 사람을 그렇게 죽이는 것은 옳지 못하오. 늑대도 배가 고플때만
사냥하듯 당신들도 그 강함에 맞게 저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시오."

"하하하... 재미있는 녀석을 이곳에서 만났군. 하부르."

"예."

국광은 갑자기 정중한 어조로 소년에게 말했다.

"용의 눈을 가진 소년이여. 나는 자네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고싶다. 물론그
부탁을 들어준다면 나도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지."

소년은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엇이오?"

"저 아이는 하부르. 이번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다. 내가 딸처럼 아끼던
아인데 사실 중국인인 내가 몽고애인 저 아이를 데리고 중원에 들어갈수는 없
다. 저아이에게도 이곳에 남는 것이 좋을거고. 저 아이를 맡아주겠나?"

"부탁이란 그것 뿐이오?"

"그렇다."

"하지만 내가 저 아이를 당신이 떠난 후에 죽여버릴지 어떻게 믿고 나에게 맏
긴다는 거요?"

"나는 너를 믿는다. 용의 눈은 아무나 가지고 싶다고 가져지는 것이 아니거
든."

둘의 대화를 듣고있던 하부르가 마침내 참지못하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두손을 꼭 쥐고 국광에게 사정했다.

"나으리... 저를 버리실건가요?"

국광은 그런 하부르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타일렀다.

"아니야. 다만 너를 위해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길인지 선택했을 뿐이다. 너는
몽고인... 몽고의 초원에서 동족들과 있어야 행복할 수 있겠지. 내 말대로 하
거라. 응?"

"나으리....흐흑.."

국광은 울고있는 하부르를 이끌어 그 소년에게넘겨주며 말했다.

"이 아이의 이름은 하부르. 아무도 손도대지 않은 순결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
자네가 좋은 배필(配匹)을 얻어 짝을 지워줬으면 하네... 성격도 착하고 순박
한 아가씨야."

"약속하겠소."

국광은 그 소년을 다시한번 자세히 바라본 후 떠나려고 하다가 말했다.

"용의 눈을 가진 소년을 만난 기쁨의 표시로 자네에게 이걸 선물하고 싶군.
자네는 무기가 없으니 지니고 있으면 자그마한 보탬이 될걸세."

국광이 갑자기 허리에 찬 검을 풀어서 건네주자 약간 당황한 소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이걸 받을 이유가 없소."

"내 작은 성의라고 봐주게. 이 검은 그렇게 좋은 검도 아니고 그냥 호신용으
로 쓰기에 적당한 그저그런 검이니 받아주게나. 그리고 나한테는 따로 좋은
검이 하나 있어."

사실 몽고에서는 철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몽고에서는 검을 대단히 아끼
며 정강(精剛) 정도로만 만들어도 보검에 놓을 정도다. 역대로 중국에서는 몽
고 등 이민족에게로 무기는 물론 철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었고 철로 된 솥도
좋은 철로 만들면 그걸 잘라서 무기를 만든다고 일부로 불순물이 많은 철로
만들어 수출하고 있었다. 그런 형국이니 국광이 내미는 보석이 많이 박힌 검
은 그들이 한눈에 봐도 뛰어난 보검임이 확실했기에 아무 이유도 없이 주는
것을 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광이 사정하듯 말하자 소년은 망설이다가 그
검을 받았다. 소년에게 검을 건네준 다음 말했다.

"몸을 잘 숨기도록 해라. 아마 한달 정도 지나면 우리들은 몽고에서 철수할거
다. 장차 몽고의 별이 될 자네를 지금 죽이지 않음은 내 상관인 옥 나으리에
대한 반역이나 다름없으나, 나는 큰 나무가 될게 분명하다고 싹부터 자르고
싶지는 않아. 자네는 요절(夭折)하지 않는다면 몽고의 역사에 남는 영웅이 될
거야. 쓸데없는 만용(蠻勇)을 부리지 않는다면 자네를 죽일수 있는 사람은 거
의 없겠지. 그럼 훗날 인연이 있다면 볼수 있겠지. 잘있게나."

그 말을 끝으로 국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소년은 당당히 떠나가는
국광을 보고 불현 듯 그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다급히 외쳤다.

"당신의 이름은 뭐요?"

국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갔다. 다만 그의 목소리만이 초원을 꿰뚫고
들려왔다.

"내 이름은 국광(菊狂)... 아니지. 묵향(墨香)... 묵혼검(墨魂劍)의 주인이
다."

소년은 세월이 지나며 뛰어난 무장(武將)으로 성장했지만 국광의 우려대로 우
연히 만난, 사이가 좋지못한 부족의 식사 초대에 응했다. 사실 그들 부족의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아도 문제될 것은 없으나 '겁쟁이'라는 비난을 받고싶
지 않아 식사에 동참한 후 독이든 마유주를 마시고 젊은 나이에 죽었으니 또
다시 몽고의 통일은 뒤로 미루어졌다. 훗날 소년과 결혼해 네명의 자식을 낳
은 하부르는 그 장자(長子)의 이름을 테무진(鐵武眞)이라 지었다. 몽고의 통
일은 3대에 걸친 소망으로 내려오다가 송의 약체를 틈타 테무진의 손에서 마
침내 이루어 지게 된다.

마을에서 멀어지며 마화가 물어왔다.

"묵향(墨香)은 또 뭐에요? 대장 이름은 국광이라고 안그랬어요?"

"......"

국광으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자 마화는 옆에있는 임충에게 확인을 구했다.

"임충! 대장 이름이 국광 맞지?"

"응"

마화는 조금 놀리는 투로 말했다.

"갑자기 애한테 국광이라고 하려니까 부끄럽던 모양이죠? 없는 이름을 지어서
불러주게? 묵향이라고 하니까 지금 대장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

"앞으로 계속 묵향이라고 불러도 되요?"

"안돼!"

"왜요? 국광보다는 백배 나은데..."

그러자 떼를 쓰던 마화의 귀에 소리가 들려왔다. 국광은 입도 달싹이지 않는
데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고 마화는 그것이 말로만 듣던 어기전성(御氣傳聲)
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왜 안되는가 하면 그건 내 본명(本名)이기 때문이야. 과거를 모르는 만큼 만
약 나에게 적이 있다면 나는 아주 좋지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국광의 말은 아주 정당했기에 마화도 할수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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