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41 떨어지는 별

3학년2반 | 2021.12.03 08:43:09 댓글: 0 조회: 625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9617
떨어지는 별

국광이 음희의 거미줄에 걸려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옥영진 나으리의 저택
에는 불가사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옥영진 나으리가 호출하지도
않은 100여명이 넘는 방문객이 쳐들어온 것이다. 그들의 내왕을 통보받은 옥
영진 나으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이 지금 이시간에 자기
한테 올 일이 없기때문이리라... 옥 나으리는 하인의 안내로 들어오는 방문객
중의 한명에게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ㅎ다.

"자네가 여기는 왠일로 왔나?"

"예? 회의를 겸해서 원정의 성공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멋지게 한턱낼테니 모
두 오라고 해서 왔는데요.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레 수상한 태도로 나오는 옥영진 나으리에게 전포(戰袍)기는 하지만 한
껏 멋을 낸 마길수 상장군이 되물었다.

"그렇다면 백인장급 이상이 모두 다 왔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관지와 관지를 보좌할 백인장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왔습니
다. 관지는 별로 이런자리를 안좋아하기에.... 왜그러십니까?"

"누가 그 말을 전하던가? 나는 그대들을 부른 적이 없는데..."

"단장님 댁의 하인이라고 자청하는 자가 전해왔습니다. 저희들도 그런줄 알았
구요."

"이거 큰일이군. 아무래도 모종의 흑막이 있는거 같아. 자네는 빨리 돌아가서
부대를장악하게. 나도 준비가 되는대로 갈테니까..."

"예."

이때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껄껄껄... 그러실 필요 없소이다. 옥영진 대장군 나으리. 그대를 모반 혐의
로 체포하라는 어명(御命)이 계셨소이다."

"뭐시라?"

어느덧 경악한 옥영진 나으리와 그 수하들을, 사방에서 앞부분에 禁(금)이란
글씨가 수놓아져있는 황의를 입은 무사들 천여명이 날아와 포위했다. 그리고
그들의 뒷편에서 親(친)이란 글씨가 써져있는 적의를 입은 사람 12명 정도와
황의를 입은 사람 3명이 함께 걸어나왔다. 방금 한 말은 그중의 한명이 내뱉
은 말이었다.

모반(謀叛)... 이 얼마나 살떨리는 단어냐... 말도안되는 모함이라도 그것에
걸려들기만 하면 삼족(三族; 친가;親家, 외가;外家, 처가;妻家 그러니까 그와
혈연이 있는 모든 자)이 살아남을 수 없다. 옥영진 나으리는 기가막혀 말도
안나올 정도로 분노가 끌어올랐으나 차분히 노화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여기
서 꿀리면 모든게 다 끝장나는 것이다. 별볼일 없는자가 이런말을 한다면 웃
어넘길수도 있지만 복장을 보아하니 이들은 모반의 냄새를 찾아 다니는 황제
의 사냥개, 금의위인 것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그대는 누구요?"

"소인은 이번에 금의위의 포박대 대장으로 임명된 엄사량이라고 합니다. 만약
대장군께 죄가 없다면 그건 취조하는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본 금의위에서는
대장군이 모반(謀叛)을 획책(劃策)하고 있다는 확실한 물증(物證)을 잡고 있
습니다."

옥영진 나으리는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이들을 불러 모은것도 그대들의 짓인가?"

"그렇습니다. 뿌리를 남겨두면 안되죠. 화근의 씨앗은 뿌리채 뽑아야..."

상대의 단호한 대답에 옥영진 나으리는 허탈한 음성으로 사정했다.

"그대들이 원하는 것은 본인의 목.. 수하들은 놔줄수 없겠나?"

"그럴수 없음은 대장군께서도 잘 아실겁니다. 여봐라. 모두 다 포박하라."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자 옥영진 나으리는 지금 잡혀가든지 아니면 일단 이들
을 물리치고 후일을 도모하던지 두가지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함을 알았다.

'지금 잡혀간다면 끝장... 보나마나 혹독한 고문 끝에 그냥 죽임을 당할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으으으... 나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손을 쓰게 만드는구나. 좋다. 너희들
의 목을 베고 황상께 따지리라. 나의 죄가 무엇인지.... 쳐라!"

옥영진 나으리의 판단을 기다리던 무장들도 그의 명령에 따라 검을 뽑아들었
다. 이왕에 자신들에게도 역적의 누명이 씌워진 이상 모두 함께 행동하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기에....

사방에서 전포를 입은 흑풍단의 장수들과 금의위의 위사들간의 격돌이 벌어졌
다. 찬황흑풍단은 기병대(騎兵隊)라 원래가 마상전(馬上戰)에 익숙한 무리들
이다. 하지만 여기 모인 자들은 모두 백인장급 이상의 일당백의 용장들... 전
마(戰馬)도 없고 갑주(鉀 )도 입지 않았지만 그들의 무공은 뛰어났기에 삽시
간에 금의위의 위사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차분히 바라보던 적의(赤
衣)를 걸친 한 사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자가 입을 열
자 남자의 목소리도 아니고 여자의 목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도와줘라!"

그에 답하는 적의 무사들의 목소리도 그와 비슷했다.

"존명!"

이들이 달려들자 장내의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그만큼 적의무사들의 무
공은 가공할정도로 뛰어났다. 아마도 이들이 지닌 이상한 목소리도 그들이 익
힌 괴이한 사공(邪功)때문인 듯 싶었다. 적의무사들이 장내로 뛰어들어 순식
간에 몇 명의 전포를 입은 무사들을 베어버리자 그 장면을 보고있던 옥영진
나으리가 뒤에 서있던 사내에게 말했다.

"항아. 황상의 경호대인 친황대(親皇隊)까지 나선 것을 보면 아무래도 뒷일을
기약하기 힘들 것 같구나. 참. 국광은 어디있냐?"

그러자 옥항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할아버님. 방에 있는 것 같았는데 일이 시작되었을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있다면 사태가 역전될수도 있었을 것을.... 아마도 그녀석의 무공이 강
하니 꾀어낸 다음 일을 벌였겠지. 그도 지금쯤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을게다.
내 검을 다오."

"여기 있습니다."

옥영진 나으리는 검을 건네는 옥항의 손에서 검을 통채로 건네받지 않고 손잡
이만을 잡은 후 검을 뽑았다. 그런다음 적의를 입은 무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
다. 옥영진 나으리는 황궁이 자랑하는 3대 무공의 2가지를 익힌 인물답게 그
쏘아가는 신법또한 엄청나게 빨랐다. 적의무사가 흠칫하는 사이 그는 이미 그
의 뒤에 떨어져내렸고 그와 동시에 번쩍이는 보검을 쳐올렸다. 순식간에 1명
의 적의무사를 토막낸 다음 또 다른 먹이를 향해 쏘아갔다. 그가 두 번째 상
대를 베고 세 번째 상대에게 검을 날렸을 때 그의 검은 옆에서 튀어나온 검에
막혔다.

캉...

두 검에서 불꽃이 튀었고 상대방 검의 압력에 밀려 옥영진 나으리는 두걸음이
나 밀려난 다음 자세를 잡고 상대를 쏘아봤다. 상대는 적의의 사내들에게 명
령을 내렸던 사내로 거의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쏘는듯한 눈빛을 지닌
예쁘장하게 생긴 자였다. 그는 희고 깨끗한 피부에 시원하게 솟은 콧날, 수염
이 나지 않은 갸냘픈 턱선으로 말미암아 언뜻보기에 계집이 남장(男裝)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과 더불어 황궁오대고수(皇宮五大高手)에 끼이는 인물이
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남성을 상실한 태감(胎減)으로 뛰어난 무공에의 자질로 말
미암아 황제의 경호단인 친황대에 뽑힌 인물이다. 친황대는 100여명의 내시
(內侍)들로 구성되어 황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호한다. 과거에는 무술이 뛰
어난 자들을 뽑아 경호무사로 삼기도 했으나 그들도 남자인지라 여자들만 있
는 황궁에서 황제의 잠자리 가까이까지 호위를 하다보니 문제가 심각하게 벌
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궁녀와 경호무사가 눈이맞아 애까지 가지는 사태가 벌
어지자 그들은 모두 황궁외곽 경호로 내몰고 다소 무공이 떨어지더라도 내시
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측근경호대를 조직했다.

이게 친황대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하지만 무림의 정설대로 내시들은 근력(筋
力)이 떨어져 절정무공을 익히기가 어려워 뛰어난 실력자가 없었다. 그런데
모반에 연루되어 사형(死刑)을 언도받은 황궁의 고수(高手)가 태감이 됨으로
서 그 죄를 씻고, 50여년간 황궁내에서 무공을 연구한 다음 황궁무공 최고의
걸작인 규화보전(閨花寶典)을 만들어냄으로서 그 문제가 해결된다. 규화보전
은 전편은 내시들이 속성으로 내공을 익히는 토납법이 기록되어있고 후편은
검법이 기록되어있다. 규화보전은 세월이 지나면서 후인들이 더욱 발전시켜
황궁삼대무공(皇宮三大武功)에 들어갈 수 있을정도로 뛰어난 무공이 되었다.
하지만 보전 자체가 내시들이 발전시킨 무공이기에 그 무공을 익히는 초기단
계의 내공수련에서 급격히 차오르는 음기로 때문에 정상인은 익힐 수 없는 괴
이한 무공이 되어버렸다.

남자가 익히는 경우 급격히 차오르는 음기와 기존의 양기가 더해지는 상승효
과로 인한 욕념(慾念) 때문에 도저히 주화입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여자가 익히는 경우 기존의 음기에 초기에 차오르는 강렬한 음기가 더해져 극
음(極陰)의 상태가 되기에 도저히 몸이 버티지를 못한다. 그러나 태감(胎減)
을 당한 내시의 경우 몸속에 차오르는 강렬한 음기를 다슬릴 양기가 내제되어
있으면서도 그들이 엉켜 상쇄되며 일어나는 욕화가 일어나지 않기에 극성까지
익힐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규화보전은 아주 익히기 까다롭고 또 그 위력이 엄청나기에 100여명이
나 되는 친황대의 무사들 중 일부만 익히는 것이 허락되었다. 보통 친황대 고
수들 중 20명 정도가 보전의 무공을 익히는데 그중에서 보전이 완성된 후 극
성까지 익힌 몇 안되는 인물중의 한명이 자신의 검을 막은 해공공(海公公)이
라는 사실을 옥영진 나으리는 잘 알고있었다. 자신도 황궁 3대무공중 2가지나
익히고 있지만 오늘 한차례 검을 부딪쳐본 다음에야 해공공의 무공이 자신보
다 아쉽지만 한수위라는 사실을 느꼈다. 하지만 해공공은 거의 실전경험이 없
었고 자신은 막대한 량의 실전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옥영진 나으리는 그점에
기대를 걸고 해공공과 감히 맞설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또 달리 선택의 여지
도 없었기에....

'저녀석은 실전경험이 적으니 무조건 선제공격과 암수를 교묘히 조화시켜 정
신을 못차리게 만들면 승리가 가능하다.'

옥영진 나으리는 슬며시 상대가 눈치못채게 내력으로 품속에 들어있던 동전
(銅錢) 몇 개를 왼손으로 끌어당겼다. 갑자기 받은 기습으로 무기를 챙기지
못했기에 암기대용으로 쓰려는 것이다.

"호.... 친왕대를 맏으시고 계신 해공공께서 어찌 황상곁에 계시지 않고 여
기까지 나오셨소이까? 거기에 거의 보이지도 않던 고수들만 뽑아가지고..."
"흐흐흐... 그대를 없애버리라는 황제폐하의"

해공공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해공공이 말을 하
는 순간을 노려 옥영진 나으리의 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실지 한번이라
도 상대의 기습에 혼줄이 난 다음부터는 조금 힘이 들더라도 어떤 때라도 내
력을 유지하지만, 실전경험이 없는자들은 기습을 당해보지 않았기에 대화를
나눌때는 자연히 끌어올렸던 내력(內力)이 흩어진다. 바로 이점을 노린 한수
였다.

"이얏!"

옥영진 나으리의 검은 화려한 광채를 날리며 36방위를 거의 순간적으로 찔러
들어갔다. 그러면서 그 검끝에서는 막대한 검기(劍氣)가 뿌려져 나왔다. 상대
에게 들키지 않도록 순간적으로 내력을 끌어올렸기에 10성의 내력을 사용하지
는 못했지만 웅후한 옥영진 나으리의 6성 공력으로 펼쳐지는 황궁삼대무공의
하나 파황벽사검법(破荒壁邪劍法)의 위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그 검기를 막아
내며 가까스로 뒤로물러선 해공공... 그의 옷은 6군데나 길게 찢어진 흔적이
만들어졌지만 놀랍게도 하나의 상처도 없었다.

하지만 옥영진 나으리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상대가 뒤로 빠질 것을
염두에 둔 탓인지 해공공을 향해 3개의 동전이 파공성을 흘리며 날아갔고 그
뒤를 쫓아 이번에는 자신이 할수있는한 최대한도로 공력을 끌어올리며 쏘아져
들어갔다. 옥영진 나으리는 해공공이 검으로 동전을 막는사이 두 번째 공격을
가할 작심이었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해공공은 슬쩍 옆으로 비켜서며 2개의
동전만을 피했을뿐... 나머지 하나는 그냥 몸으로 받아버렸다.

'3개를 다 맞으면 충격이 오지만 겨우 하나쯤은 맞아도 상관없다는 건가?'
"이야압!"

파황벽사검법의 마지막 초식 파천파지(破天破地)! 64곳을 찔러들어가며 강기
(剛氣)들이 백룡의 형상으로 사방을 덮었고 막강한 검기와 검풍이 사방으로
몰아치며 주변에 있던 황의무사들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64마리중 급속도로
뒤로 물러서고있는 해공공이 있는곳으로 날아간 것은 겨우 십여마리... 해공
공은 간단히 검들을 놀리며 그들을 튕겨버렸다. 놀랍게도 해공공이 초식을 펼
칠 때 그의 검은 이전과 달리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기충검(御氣充劍)! 놀랍게도 저자는 화경(化境)의 고수로군. 그러나 방법
이 없는건 아니지.'

옥영진 나으리는 거의 무리다 싶을 정도로 막대한 내력을 소모하는 파황벽사
검법을 써댔다. 하지만 해공공은 일부러 옥영진 나으리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지 적당히 피하거나 받아칠뿐... 본격적인 공격은 가해오지 않았다.

"깔깔깔... 황궁오대고수의 실력이 겨우 이건가? 웃기는군.... 깔깔깔..."

이때 놀랍게도 옥영진 나으리의 검법을 요리조리 피하며 도망다니던 해공공
의 뒤에서 갑자기 막대한 검강(劍剛)이 뿜어져 나왔다. 이번만은 해공공도 준
비하지 못했기에 검강 중의 몇 개가 해공의 등판을 때릴수 있었다.

"큭!"

그 검강은 해공공의 호신강기(護身剛氣)의 벽을 뚫기는 했지만 강력한 타격
을 입히지는 못했다. 해공공은 치밀어오르는 핏덩이를 꿀꺽 삼킨다음 비웃듯
이 말했다.

"오호... 마길수 대인을 잊었군... 깔깔... 언제부터 황궁오대고수들이 기습
이나 일삼는 치사한 도배(徒輩)들로 전락했지?"
"갈!"

옥영진 나으리는비웃는 해공공을 향해 왼손을 들어 황궁오대무공중 하나인
파열태양장(破熱太陽掌)을 먹인 다음 본격적인 합공(合攻)을 시작했다. 오래
전에 정해졌던 황궁오대고수의 첫째 자리를 옥영진 나으리가 차지하고 있다면
두 번째는 전 금의위의 대영반이었고 세 번째가 해공공 네 번째가 마길수 상
장군이었다. 하지만 해공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공무(公務)로 바빠 연
공(練功)을 할 시간이 없었던 반면 황상의 호위만을 전담한 친황대의 해공공
은 열심히 무공을 닦았으니 세월이 지난 다음에 벌어진 대결에서 그 실력이
월등히 차이가 나버린 것이다.

암습에 의해 상처를 입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해공공에게 치명타를 먹일수 없
었다. 20초가 경과하자 옥영진 나으리나 마길수 상장군은 해공공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관지(關知)가 여기 있었다면 저 요물(妖物)을 처치할수 있었을텐데..... 하
늘이 나를 버리는구나...'

관지는 연회같은 공식적인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수하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있는 황궁오대고수의 말석(末席)을 차
지하는 뛰어난 무장(武將)이다.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도 세명이 진법을 형성
하여 공격한다면 물리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도 화경에는 못미치지만 뛰어
난 고수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뿐이라 그 단순한 삼재진(三才陣)도 형성
할 수가 없으니.... 이건 하늘이 자신들을 버렸다고밖에는 생각할수 없었다.

옥영진과 마길수, 두 노장(老將)들은 수많은 전장을 누볐던 백전의 용장들이
다. 상대도 그들과 비슷한 종류의 무공을 익혔다면 아무리 화경에 올랐다 하
더라도 실전경험이 떨어지는 이상 벌써 시체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해공공이
사용하는 규화보전의 무공은 너무나도 괴이한 검법이었고 무엇보다 쾌(快)를
중시하기에 그 들고 빠지는 속도가 섬전(閃電)과도 같아 얄팍한 술수에 걸려
들지 않았다.

초수(初數)가 거듭될수록 옥영진 나으리와 마길수 상장군의 몸에는 작은 상
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순간 얍하는 괴이한 기합소리와 함께 해
공공의 신형이 섬전처럼 움직였고 그 다음 마길수 상장군의 움직임이 중지되
었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자 그의 손에서 검이 툭하고 떨어지더니 마길수 상
장군의 육중한 몸이 뒤로 천천히 쓰러졌다. 그의 심장에는 언제 생겼는지 하
나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마길수 상장군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옥영진 나으
리가 악에받쳐 외쳤다.

"더럽게 빠르구나. 네녀석을 찢어죽이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옥영진 나으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몸을
사리며 공격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완전히 동귀어진
(同歸御盡)을 각오한 필살의 공격이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무식한 공
격이 몇초 진행된 후 약간 수세에몰리던 해공공의 입에서 괴이한 기합성이
터졌다.

"끼요옷!"

캉...

그와 동시에 은빛 광선이 옥영진 나으리의 몸을 떠나 왼쪽으로 빛과 같이 빠
른속도로 튀어나갔고 그 선상에 있던 금의위 무사의 몸에 연결되었다. 금의위
무사는 아닌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자신의 복부에 삐죽이 나온 검날을 쳐다보
다가 숨을 거두었다. 옥영진 나으리의 검이 부러짐과 거의 동시에 어느덧 옥
영진 나으리의 가슴에도 마길수 상장군과 같은 상처가 생겨있었다. 가슴에서
뿜어져나오는 피를 보며 옥영진 나으리는 허탈한 듯이 말했다.

"허허허... 황상을 위해 내 평생을 바쳤거늘..."

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숨을 거두지 않고 헛소리를 지
껄이는 옥영진 나으리의 목을 간단히 잘라버린 다음 그 수급을 들어올리며 해
공공이 말했다.

"깔깔깔.... 황궁오대고수... 이름이 좋구나... 깔깔... 너희들도 빨리 항
복하거라. 더 이상 손을 쓰기도 귀찮으니.... 깔깔깔..."

그러나 해공공의 비웃는 듯한 항복권유에도 모든 일이 글렀다는걸 알면서도
찬황흑풍단의 장교(將校)들은 한명도 검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들도 무인(武
人)이었기에 이길수 없음을 알지만 구차스런 목숨을 건지려 들지는 않았다.
설혹 여기서 목숨을 건진다 하더라도 남은건 혹독한 고문뒤의 죽음이라는 당
연한 결과가 남아있다는걸 모두들 알고있는 것이다.

열락(悅樂)의 결과(結果)

관지는 마길수 상장군 이하 대부분의 백인장급 이상 고급장교들이 옥영진 나
으리의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간후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사태에 면밀한 점
검을 하고있었다. 평상시라면 막사에 모여 술을 마시는건 거의 당연한 일과였
지만 오늘은 백인장급 이상이 없으니 만일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수습하기 힘
들다는걸 의식한 때문이다. 수하들에게는 내일 걸직하게 한잔 하자는 약속을
하며 방비태세를 점검했다. 지금 요와의 전쟁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기에 요
로서도 총력전을 펼쳐 원정군이 어려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걸 잘 알고있었
다. 어쩌면 이번의 휴식과 보급을 완료한 후 다시 요와의 전선(戰線)에 투입
될지도 모른다. 거기에 오랜 전쟁으로 민심도 흉흉해지기 시작했고 그를 이용
해 어쩌면 모반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막사 앞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 인물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상대는 관지도 알고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옥영진 나으리의 경호원이라 할
수 있는 무림인이었는데 뛰어난 검술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암행, 첩보에 뛰어
난 재주가 있어 옥영진 나으리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있는 충복(忠僕)이었다.
그는 관지의 앞에 부복(俯伏)하며 긴급히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뭔가?"

"대장군 관저(官邸)를 금의위의 무사들이 포위하는 것을 보고 속하는 나으리
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달려왔습니다."

"뭐라고? 금의위가 왜?"

"이번에 대영반이 엄승의 수족으로 교체되었기에 아무래도 흑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속히 결단을.."

'대장군 정도의 인물을 무조건 체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건 황상의
묵계(默契)가 있어야 가능한 일. 지금 군(軍)을 움직이면 대장군은 구하겠지
만 역적(逆賊)의 누명(陋名)을 면키 어렵고..... 또 외면하자니 정의가 아니
로구나... 어찌하면 좋을까...'

"금의위 무사가 몇 명이나 동원되었더냐?"

"천명 가량 되옵니다."

"천명이라. 그렇다면 이쪽에서 도울 필요도 없다. 금의위의 실격이 뻔한
데... 그들의 실력으로는 대장군을 잡을 수 없음이지. 다만 대장군의 결단만
이 있을 뿐.... 우리는 기다리는 수밖에..."

"그러하오나... 금의위와 함께 친황대의 무사 10여명이 있었사온데... 그중
한명은 친황대의 대장 해공공이 분명했습니다. 친황대까지 동원되었다면 대장
군께서 순순히 포박을 받지 않았을 때 모든 고급장교들까지 없앨수 있다는 계
산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해공공과 친황대가 분명하더냐?"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거짓을 아뢰겠습니까?"

'해공공은 황궁오대고수중의 한명. 그도 대장군과 상장군의 무위(武位)를 모
르지 않을터... 충분한 승산이 있기에 달려들었겠지. 그렇다면....?'

"맹각(孟覺)!"

"예. 대장."

"대장군을 구출하러 간다. 이건 황명이 아니기에 출동명령을 내릴수는 없다.
자네가 자원자(自願者)를 모집하라."

"옛!"

"자원자들은 무장을 갖추고 연무장(練武場)에 집합하라."

"옛!"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관지는 자원자 사천여기를 이끌고 옥영진 대장군의 관저를 향해 출동했다.
사천기 정도만을 이끌고 떠난 이유는 지금 수행하려는 일 자체가 살얼음판을
달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림인 출신으로 의를 숭상하는
자들이었고 또한 그들이 가담한다 하더라도 집안에 피해가 없는 자들만을 고
른 것이다. 관부(官部)에 인척(姻戚)을 가져 만약 역적으로 몰리면 집안이 풍
지박산 날 가능성이 있는자들은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사천여기에 이르는 흑풍단이 무장을 갖추고 달리는 모습은 일대 장관을 이루
었으나 이들의 진격도 성 외곽에서 괴이한 인물들의 출현으로 막힐 수밖에 없
었다. 관지는 한눈에 흑의를 입은 상대들이 정상적인 수행을 쌓은 무사들이
아님을 알수있었다. 그들의 몸에서는 뭐라 형언할수 없는 마기(魔氣)가 음울
하게 배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밖에서 난리가 났는지도 모르고 황홀한 여체에 싸여 시간을 보내던 국광....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점차 정신이 들기 시작한 국광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자신도 나체였지만 옆에는 오랜 정사의 흔적을 온 몸에 지닌
설약벽이 기진(氣盡)한채 누워있었다.

'내가 살아있단 말인가....???'

몸속에 기를 일주천 시켜봤으나 이상하게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공력
은 없어진것도 생긴것도 없이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동자공을 익힌게 아닌가... 아니면 이들이 나를 묵향이란 인
물로 착각한 것인가... 알수가 없군.'

국광이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있는데 이윽고 정신을 차린 설약벽이 국
광을 보고 대경해서 외쳤다.

"부교주.... 당신은... 당신은.... 동자공을 익힌게 아니었나요?"

그녀는 나체인 상황에서 그건 신경쓰지 않고 침상 옆에 서있는 국광의 상태
만을 보고 다급한 표정을 떠올리는 것이 우스워 국광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
만 곧 약간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글쎄... 나는 전에 어떤 녀석에게도 말했듯이 부교주가 아닌지도 몰라. 어
쨋든 이번일로 동자공(童子功)을 익히지 않은 것은 확실하군."

국광의 말에 설약벽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수가... 당신은 부교주가 맞아요. 당신에게 금(琴)을 가르친 것은 저라
구요. 오랜시간 함께했기에 당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에요."

국광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랬군. 금을 가르친건 당신이었어. 혹시나 했었는데....."

국광은 묵혼을 허리에 차면서 말했다.

"그럼 과거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겠나?"

설약벽은 일어나 앉은 후 밑에 떨어져있는 겉옷을 줏어 입으며 말했다.

"당신이 동자공도 안익혔고.... 또 이렇게 정력이 좋은줄 알았다면 진작에
안기는 건데... 아야야... 온몸이 안쑤시는 곳이 없군요...."

"약탓이지 정력이 좋은건 아냐. 엄살 그만떨고 이제 대답을 해주실까...."

"간단히 말해드리죠. 당신은 마교의 부교주였어요. 당신의 강함이 교주와 다
른 부교주들에게는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당신을 처치한 것이죠."

"다른 부교주들?"

"예. 교주, 능비계, 장인걸 부교주 모두 사마제(四魔帝)에 들어가는 극마(極
魔)의 고수들이죠. 당신이 없어진 지금 점차 교주와 장인걸 부교주의 사이가
나빠지고 있지만... 당신이 존재하는 한은 당신을 없애는데 힘을 합칠것이 분
명해요."

"재미있군. 하지만 나도 그들에게 호락호락 당할정도로 형편없지는 않아."

"과거에는 그랬죠. 하지만 본교에서 익혔던 모든 무공을 잊어버린 지금...
당신은 그들의 합공을 당할 수 없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허나 그때는 그때고... 나는 과거에 내가 무슨일을 당했
는지 기억도 못하는 상황에서 복수를 할만큼 어리석지는 않아. 대신 상대가
나를 죽이려고 든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을 끊고 잠시 생각을 하던 국광이 말했다.

"우선... 그대를 지금 죽이고 싶지는 않아. 하기야 나에게 살수를 쓰지도 않
았는데 죽일 필요도 없지. 나는 이만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데 괜찮나?"

설약벽은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살려주신다니 고맙군요. 좋을대로 하세요."

"좋을대로 하라고?"

"예. 이 집에는 본교의 고수는 한명도 없어요. 모두들 옥영진 대장군의 집에
몰려가 있거든요. 그러니 당신을 가로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뭐라고? 거긴 왜 갔지?"

"왜긴요. 옥영진 대장군을 처치하기 위해 갔죠."

"이런 맙소사."

그와 동시에 국광의 신형(身形)은 창문을 뚫고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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