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42 마교(魔敎)의 출현(出現)

3학년2반 | 2021.12.03 08:44:31 댓글: 0 조회: 809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9618
마교(魔敎)의 출현(出現)

넓은 장원.... 그지어진 모양은 검소한 듯 하면서도 웅장(雄壯)함과 장대(壯
大)함이 곳곳에 어려 오랜 영광을 지닌 무가(武家) 옥씨 가문(家門)의 위상
(位相)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 저녘에 이르러 장원 근처에 거주(居
住)하는 모든 사람들은 창노한 기합성과 병장기가 부딛치는 소리... 비명성
(非命聲)에 잠을 설치며 두려움에 질려 있다. 어떤 변괴가 옥씨 가문에 도래
했음을 모두들 눈치챘지만 누구도 감히 그걸 확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집에
만 틀어박혀 떨고있을 뿐이다. 자신의 목숨이 두개가 아니므로...

수많은 시체들과 피로 넓은 마당은 어지럽혀져 있었고 곳곳에서 전포(戰袍;
무인들이 입는 걷옷)를 입은 무리들과 황색 복장에 禁(금)이란 글자가 수놓아
져 있는 옷을 입은 무리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격전은 거의 일방적이라 할 정도로 전포를 입은 무리들이 밀리
고 있었다. 그들의 무공이 약해서? 천만에.... 그들의 무공은 금의위의 위사
들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금의위의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전포를 입은 무사들을 몰아붙이는 십여명의 적의무사들
의 무공은 오히려 전포를 입은 무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때 흑의(黑衣)를 입은 천 명 정도의 인물들이 어디선가 날아들어 진형을
갖추었다. 순식간에 진형을 갖추는 움직임으로 이들이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
있는지 알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옆에서 구경만 할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들의 몸에서 짙게 풍기는 사이한 마기(魔氣)는 결코 이들
이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무리들이 아니라는 점과 그들의 무공이 약해서 이
난리통에 끼어들지 않음을 대변(代辯)해주고 있었다.

일단 전세가 완전히 가닥을 잡자 적의를 입은 무리들은 뒤로 빠졌다. 더 이
상 자신들이 손 쓸 필요를 못느낀다는 듯이.... 그들 중의 한명이 흑의를 입
은 준수하게 생긴 젊은이에게 다가간 다음 입을 열었다.

"조금 늦었군."

"예. 하지만 저희들이 손 쓸 필요는 없겠는데요. 해공공(海公公)"

"깔깔깔... 그렇지만 그대들을 부른건... 뒤를 맏기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저 영감탱이의 수하들이 부근에 주둔하고 있다보니 황명으로 억눌러는 놨으나
아무래도 일부가 이쪽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있지. 그래 얼마나 거느리고 왔
나?"

흑의를 입은 젊은이는 귀에 거슬리는 높은 음조의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미
소가 싹 겉혔다. 그 웃음에 감도는 공력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던 것이
다.

'사파의 하늘이라 불리는 사천왕에 버금갈 공력이라니.... 황궁도 가벼이 볼
존재가 아니군.'

그는 더욱 공손한 어조로 반남반녀(半男半女)인 혐오스런 상대에게 말했다.

"본교의 2개 대를 거느리고 왔습니다. 여기있는 천랑대(千狼隊)와 성 외곽에
서 대기중인 염왕대(閻王隊)입니다. 만약 흑풍단의 반도(叛徒)들이 몰려온다
면 염왕적자(閻王笛子)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믿을 수 있소?"

적의인의 회의적(懷疑的)인 반응에 흑의인은 자신있게 말했다.

"그럼요. 해공공. 만약 그의 힘으로 처치 못할 정도라면 이리로 도움을 청할
겁니다. 그러면 저기있는 천리독행(千里獨行)이 천마리의 늑대들을 이끌고 완
전히 끝장낼 겁니다. 하지만 흑풍단이 제가 가늠하고 있는 정도의 실력이라면
전체가 몰려온다고 해도 염왕적자의 손길을 피할수 없을겁니다. 죽음의 손길
을...."

"놀랍군. 일개 방파에서 보유한 1대(隊)의 힘이 흑풍단을 능가하다니...."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원래 정보에 의하면 흑풍단의 힘은 본교의 2개 대
나 아니면 천마혈검대와 맞먹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장교들이 여기있고 수하
들만 남은 머리가 없는 짐승의 힘이란 보잘 것 없는 것이지요. 본교가 10만
사파의 우두머리로 존재하는 것은 강력한 힘과 함께 정보, 그리고 책략이 없
이는 불가능하죠. 지금 가장 힘겨운 인물이 음희(淫嬉)의 손길에 녹아났으니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안심하십시오. 해공공."

그러자 해공공은 흥미가 있다는 듯 물었다.

"가장 힘겨운인물이라니? 옥 대장군 외에?"

"저희는 이번 일에 옥대장군이 아닌 다른 한 인물을 척살하기 위해 공공을
도운겁니다. 그는 본교의 반도(叛徒)로서 아주 위험한 인물이죠."

해공공은 더욱 흥미를 느끼고 물었다.

"무공이 강한가?"

"아마 지금은 저와 호적수(好敵手)를... 아니면 조금 앞선 정도일지도...."

"깔깔깔... 놀라운 일이군. 벽안독군(碧眼毒君) 능비계(凌非癸)라면 사파의
사천왕으로 이름이 높은 그 유명한 극마(極魔)의 고수인데... 그 반도라는 인
물이 궁금하군. 누군가? 장인걸인가?"

능비계는 공손히 말했다.

"아닙니다. 공공... 묵향이란 부교주죠."

"묵향? 들어보지 못했는데..."

"공공께서는 아마 못들으셨을 겁니다. 본교가 자랑하던 비밀무기였으니까
요."

"비밀무기?"

"예. 그의 무공은 지금 아마도 교주와 비등(比等)할 것입니다."

"놀라운 인물이군. 이제부터 오천왕으로 고쳐야겠군."

"아닙니다. 그는 음희(淫嬉)에게 제거되었을테니 사천왕이 맞죠."

"교주 정도의 고수를 음희라는 고수가 처리할 수 있을까... 아마 음희라는
별호를 보니 미혼약(迷混藥)이나 뭐.. 음약(淫藥)계통을 쓰는 음란(淫亂)한
계집인 모양인데... 그정도로 절대고수(絶對高手)를?"

"껄껄껄.... 그게 아닙니다. 그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죠."
"약점?"
"멍청하게도 동자공을 익힌겁니다. 그 때문에 본교에서 그를 처치하기는 쉬
웠지만 아마 다른 문파에서 그를 없애려 들었다면 그 사실을 모르기에 엄청난
피를 흘려야 되었겠죠."

"동자공? 깔깔깔.... 그따위 무공을 익히려면 아예 태감(胎減)이 되어버리는
게 낫지."

이때 갑자기 외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동쪽에서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뭐?"

과연 동쪽 하늘에서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접근해오는 인물이 있었다. 몸에
서 금색 광채를 내고 있었기에 금빛 혜성이 달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걸 보고있던 해공공이 중얼거렸다.

"금황신보(金皇神步)! 놀랍군. 미완성(未完成)의 경공술이 나타날 줄이
야...."

"미완성이라구요?"

"황궁 3대무공 외에도 많은 무공들이 황궁무고에 존재하지.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완전한 것들은 아냐. 일부 무공들은 창안한 자신들 조차도 공력이나
실력이 미천하여 미완성인 채로 버려진 것들이 많지. 하지만 그것들은 미완성
이니 만치 위력이 3대무공보다 떨어지기에 황궁의 무사라면 누구나 익힐 수
있다구. 하지만 완성된다면 그 위력이 삼대무공에 비할바가 아니지. 그런데
저자는 누구지? 황궁에 저정도의 고수가 있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는데..."

"저자가 묵향입니다. 아무래도 음희가 실패한 모양이군요. 저자의 무공은 화
경 정도.... 어쩌면 최악의 경우.... 이봐!"

능비계는 하던 말을 얼버무리며 옆에 서있는 흑의인을 불렀다. 처음부터 진실
을 말해줘 해공공을 겁먹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예!"

"한중평에게 염왕대를 이리 돌리라고 일러라."

"존명!"

"천랑검진(千狼劍陣)을 펼쳐라!"

"존명!"

능비계의 지시에 따라 천랑검진이 펼쳐졌다. 검진을 바라보면 해공공은 놀랍
다는 듯이 말했다.

"대단한 검진이군. 저정도 검진을 펼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모자랄지도..."

"뭐?"

"저자는 과거에 천랑검진을 익혔었습니다. 잘못해서 그의 기억이 돌아오기라
도 한다면...."

약간이나마 능비계의 얼굴에 공포가 스쳐지나가는 걸 본 해공공은 내심 경악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자는 능비계보다 약간 뛰어난 고수라야 했다. 하지
만 자신보다 조금 더 뛰어난 인물에게 저정도 공포를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
다.

'아무래도 나한테 숨기는게 있군.... 저들의 무공으로 봤을 때 지금의 흑풍단
정도 무너뜨리는 건 저기있는 천랑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고도 주리가 남을
지경이야. 그런데 또 염왕대까지 이끌고 왔다는 건....'

해공공이 의아심을 느끼고 있을 때 금빛 광채는 장원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
다. 돌진해 들어옴과 동시에 금빛 광채를 내는 괴인은 허리에서 검을 뽑아들
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무작정하고 부딪쳐 들어오는 국광
을 보면서 두근거리던 능비계의 마음은 놓이기 시작했다.

'천랑검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쪽에 승산이 있지.'

달려 들어올때까지만 해도 국광은 분노와 증오심으로 심장이 터져버릴 지경이
었다. 사방에 쓰러져있는 시체와 이제 30여명도 남지않은 흑풍단의 간부들...
그들 또한 많은 황의를 입은 무사들에게 둘러싸여 얼마 버틸 것 같지도 않았
다. 하지만 일단 검을 뽑고나자 그의 정신은 이 새로운 강렬한 마기를 발산하
는 패도적인 진세에 빠져들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흑풍단이나 옥영진
에 대한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앞에있는 먹이를 어떻게 공격하느냐 하
는 것 뿐....

삽시간에 장내에는 검강(劍剛)과 검풍(劍風)의 회오리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해공공은 천랑대와묵향이라 불린 젊은이의 대결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그로
서도 만약의 경우 마교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었으므로 마교의 무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에 대해 믿지도 않는 신께 감사하는 심정이었다.

'묵향이란 녀석은 완전히 황궁무공만 사용하는군. 정말이지 황궁의 잡학(雜
學)들이 저정도의 위력을 지닐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저자는 황궁삼대무
공은 익히지도 않은게 분명해. 그런데도 저정도의 위력이라니.... 거기에 대
적하는 천랑대도 대단하군. 천랑검진은 검진으로서는 졸작이라고 볼수있어.
기묘한 함정도... 어떤 볼만한 연수합격도 없어. 다만 그 진세 안의 인물들이
마음껏 자신의 힘을 쓸수있도록 돕고 한사람이 모든 압력을 받지않을 정도만
만들어주는.... 아주 자유스런 검진. 검진 자체의 위력은 별볼일 없으나...
그 검진을 펼치는 검수들의 실력은 상상 밖이군. 진세의 위력이 강하다면 그
검진이 깨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려 파멸의 길로 접어들지만 저토록
검진 자체의 위력이 약하다면 저걸 부수는 방법은 오로지 검수 하나하나를 모
두 없애는 방법 뿐.... 쉬운일이 아닐거야.'

해공공이 감탄하는 순간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국광은 계속되는 대결로 작
은 상처들이 늘어가고 있었고 왠만한 강기나 어검술을 가미한 강력한 초식으
로도 이놈의 진법을 관통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하자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이런식으로 시간을 계속 끌어봐야 좋을게 하나도 없는 것이
다. 마침내 그의 결정을 부추긴 것은 뒤쪽에 위치한 검수 5명이 공격해 들어
와 세군데에 가벼운 상처를 입힌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렇다면 할 수 없이.... 내가 아는한 가장 강한 초식으로.....'

"이야압!!"

고오오오오.....

그와 동시에 무시무시한 기세로 막강한 강기의 덩어리가 뿜어져 나갔다. 강기
의 덩어리와 부딪친 검수들은 피떡이 되어 흩어져 갔고 그들의 검들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쿠콰콰콰콰콰......

"크악!"

"캑!"

거의 국광을 중심으로 반경 20장(60M정도) 정도가 박살이 나있었고 그 검강의
덩어리들은 200여명 정도의 목숨을 한줌 육편으로 만들어놨다. 그리고 300여
명 정도가 강기와 검풍의 회오리에 말려들어 중상을 입은 상태로 튕겨나갔다.
그걸 본 해공공이 눈을 부릎뜨며 경악성을 터트렸다.

"파황천류도(破荒闡流刀)!"

능비계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파황천류도가 뭡니까?"

"저것 또한 미완성의 무공.... 저걸 창안한 사람조차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질
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인데.... 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인물이
군. 하지만 저자도 저걸 또 사용하기는 힘들거야. 저건 엄청난 내력을 필요로
하지. 어쩌면 지금쯤 약간의 내상을 입었을지도..."

수많은 검수들이 피떡이 되어 사라지며 검진이 파괴되는 그 순간을 이용해 국
광은 달려들었고 그의 어검술을 통한 초식에 많은 검수들이 저항도 못해보고
토막이 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뒤쪽에 쳐져있던 흑의를 입은 중년인이 외쳤
다.

"백랑검진(百狼劍陣)을 펼쳐라!"

그와동시에 검수들은 뿔뿔이 모여 5개의 검진을 구성했다. 일단 검진이 또다
시 구축(構築)되자 국광에게 더 이상 손쉬운 먹이감은 없어졌다. 각 검진은
국광을 중심으로 주위를 포위한 채로 순서대로 공격하며 차륜전(車輪戰)을 펼
쳤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국광을 힘으로 제압하기는 힘드니 계속적으로
순서대로 충돌하여 힘을빼자는 수작이 분명했다. 국광은 또다시 한번 더 최후
의 초식을 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어찌되던 그건 별 문제가 되
지 않았다. 몸이 가루가 되도록 싸울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즐겁게 만들
고 있었다.

"끼야압!"

고오오오오.....

쿠콰콰콰콰콰......

"크악!"

"으악!"

처음에 한번 호되게 당했기에 그들은 국광의 검에서 사이한 푸른 광채가 뻗어
나오자 마자 뒤로 재빨리 피했으나 검강의 속도는 그들의 경공술을 앞질렀다.
하지만 처음보다 피해가 적은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걸 보고있는능비계 입장
에서는 즐거운 기분이 아니다. 마교 최고의 정예에 속하는 천랑대가 거의 궤
멸 직전에까지 다가간 것이다. 보다못한 해공공이 말했다.

"놀랍군. 파황천류도를 연속해서 두 번이나 펼치다니.... 하지만 저자의 몸속
도 엉망일 것이고 내공도 크게 소모되었을 것은 당연.... 이 기회에 저자를
없애지 않는다면 천추의 한을 남길 것이오."

"맞습니다. 공공.. 하지만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거 같아 말씀드리는
데... 저자의 무공이 바뀌면 뒤돌아 보지말고 최대한 빨리 피하십시오."

해공공은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공이 바뀌다니?"

"저자는 전번에 치명타를 입은 후 기억을 잃어 본교의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
고 있습니다."

그러자 해공공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흠...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군. 상승 무공이란 거기서 거기... 거의 백짓
장 한 장 차이도 안되지. 황궁의 무공을 쓰던 마교의 무공을 쓰던 별 차이는
없을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각성(覺醒)한다면 무공만이 아니라 자신이 이룩한 경
지까지 되찾을 겁니다. 그게 문제지요."

"경지?"

"예. 그자는 교주도 어쩔수 없었던 탈마의 고수였습니다."

경악한 해공공이 되물었다.

"탈마? 현경이란 말인가?"

"예. 현경이라고 할수도 있죠."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보낼 수 없군."

이때 흑의를 입은 무사가 달려왔다.

"아룁니다."

"뭐냐? 염왕적자는 어디있냐?"

"염왕대는 지금 흑풍단과 교전중입니다. 지휘자가 빠졌는데도 의외로 분전(奮
戰)하기 때문에 그들을 격멸하려면 두시진 정도는..."

그러자 분노한 능비계가 외쳤다.

"갈! 너는 한중평에게 이곳이 더 위험하다고 그들을 패퇴시킨 후 추적하지 말
고최대한 빨리 달려오라 일러라."

"존명!"

능비계는 명령을 받은 흑의인이 쏜살같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며 툴툴거렸다.

"일이 재미없게 꼬이는군..... 이럴줄 알았으면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를 끌
고오는건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겠군."

해공공(海公公)

국광은 정신없이 진법이 깨지면서 허둥대는 검수들을 베고 있었다. 그런데 뭔
가 이상한 느낌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몸이 옆으로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크윽!"

급소는 피했다고 하지만 강렬한 타격이었다.

'무슨 일이지.... 벽사제류강(壁邪帝流剛)을 뚫고 나에게 충격을 주다니...
설마...'

국광이 두리번거리자 저쪽에서 흑의를 걸친 한 인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자로군.... 엄청난 고수다.'

국광은 순간적으로 옆에서 공격해오는 4명의 검수를 토막낸 후 새로운 강적을
기다렸다. 그의 입에서는 가는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공력의 소모가 너무 심했어. 거기에 방금전 무형무음(無形無音)의 일격...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내장이 약간 울릴정도.... 과연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되려
나...'

이때 국광의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있던 해공공이 능비계에게 말했다.

"이보게. 나한테 양보할 수 없겠나?"

"예?"

"깔깔깔... 저정도의 고수는 흔하게 만날 수 없지. 이 기회에 본좌의 무공도
한번 점검해 보고.."

능비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공공의 부탁을 거절할 입장이 아니었
기 때문이다.

"예.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검을 다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적의를 입은 무사가 검을 뽑아 해공공에게 건넸다. 해공
공은 검을 잡고는 방어자세도 없이 한발한발 국광에게 접근했다. 그걸 보고
능비계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도대체 뭘믿고 저러는거지? 황궁무학이라야 별볼일없는 수준.... 방금전의
그 뭐라더라 파황천류도는 대단했지만 본교의 무공보다 더 공력의 소모가 심
한 무식한 검법인 것 같고.... 승산이 별로 없을텐데.... 저녀석이 죽는건 별
로 아쉬울게 없는데.... 황궁과의 밀약(密約)은 누가 지키지?'

하지만 일단 하기로 나선이상 그가 뭐라고 제지할 입장이 아니었다. 해공공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황궁내의 실세중의 실세인 황제의 경호를 주임무로
하는 친황대(親皇隊)의 대장(隊長)이었기 때문이다. 친황대는 극소수의 막강
한 고수들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아마도 100명은 넘지 않을거라는 의견이 정보
를 관장하는 삼비대에서도 지배적이었다.

일단 국광과 해공공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자 능비계의 모든 걱정은 기우
(杞憂)였음이 밝혀졌다.

'역시 믿는 구석이 있으니 저 괴물앞에 나섰겠지.'

해공공의 검법은 쾌(快)를 생명으로 하고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름만을 전부로 하지 않고 그 위력도 엄청났다. 해공공의 검은 푸르
스름한 광체를 띄고있어 막강한 내력이 그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
음을 드러냈다. 거기에 기이할 정도로 빠른 보법... 국광이 점차 뒤로 밀리는
것을 보며 능비계가 경악했다.

'세상에... 저런 무공이 황궁에 있었다니...'

그는 염치불구하고 옆에 서있는 적의(赤衣)를 입은 무사에게 공손히 물었다.

"저게 무슨 무공입니까?"

그러자 그 적의를 입은 무사는 자못 거만스레 답했다.

"저건 규화보전(閨花寶典)의 신공(神功)이오."

상대가 거만스레 답하는 걸 보고 능비계는 상대를 더욱 띄어주었다. 기분이
좋아지면안할말도 하는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무공이군요. 저렇게 막강한 무공이 있는데... 어찌하여 황궁에
그렇게 고수가 많지 않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능비계의 질문에 그 적의를 입은 사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이유가 있지."

"이유라니요?"

"저 무공은 무상(無上)의 위력(威力)을 지니지만 신체적인 금제(禁制)가 필요
한 무공이오."

"금제요? 아주 어릴때부터 익혀야 한다든지... 아니면 뭐 특이한 신체라야만
한다든지 그런건가요?"

"아니오. 태감(胎減;거세한 남자를 이르는 말)만이 익힐수 있다 이거요. 저
무공을 익힐 수 있는 사람은 친왕대의 고수뿐이오."

"왜 그렇습니까? 아주 궁금하군요."

"규화보전은 남자가 익히면 초반에 급속히 차오르는 음기로 인한 욕화 때문에
주화입마에 걸리지. 여자는 자신이 가진 음기에다 초기에 차오르는 강렬한 음
기가 더해져 그 극음의 상태를 견딘다는게 불가능하거든. 하지만 우리들 내시
의 경우 몸속에 차오르는 강렬한 음기를 다슬릴 양기가 내제되어 있으면서도
상승효과가 불러일으키는 욕화가 일어나지 않기에 오로지 내시만이 익힐 수
있다 이거지. 하지만 아주 위력이 강하기에 경호를 위해 밤이나 낮이나 황제
폐하의 측근에서 경호하는 친황대 소속의 내시들만이 규화보전을 익히는 특전
을 누리지. 이제 알겠소?"

'크크... 그러면 규화보전을 익힌건 100명도 안된다는 소리군. 거기에 지금
말하는 자는 해공공의 발치에도 못미치는 무공을 지니고 있으니... 규화보전
이란 것도 별볼일은 없다고 봐야하나..'

하지만 내심과는 달리 상대를 칭찬하는 것으로 끝냈다. 어쨋든 고마운 정보였
으니까...

"오호... 그렇군요. 오늘 안계(眼界)를 넓히는 기분입니다. 정말 대단한 무공
이군요."

그런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해공공과 국광의 대결은 극을 향하고 있었다. 그
들의 대결은 인간이 어느정도의 쾌를 실현할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국광이 사용하는 무공은 황궁무공의 정점(頂點)... 은은한 금빛을 내는 호신
강기 벽사제류강(壁邪帝流剛)에 황궁무공중 최고의 속도를 내는 금황신보(金
皇神步)를 이용한 각종 정통무학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에대한 해공공의 무공
은 전혀 황궁무학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악(邪惡)하면서도 괴이(怪異)한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누군가 얼핏 보았다면 사파의 마두(魔頭)와 황궁의
신장(神將)이 대결하고 있다고 봐야할까...

하지만 이 대결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둘의 실력은 거의 막상막하... 아
니 이성적으로는 아니지만 본능적으로는 거의 현경의 수준을 유지한 국광이
회피나 그 반사적인 움직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해공공이 황궁의 무
학을 자세히 알고있었기에 국광의 공격을 해공공은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
다. 거의 반시진여 동안 검이 오간 후 국광은 이 사실 하나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움직임이 읽혀지고 있다. 이런식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저 요괴(妖怪)에게
유리하다. 나에게 남은 공력은 많지 않아. 내상도 약간 있다. 이때는 비장(秘
藏)의 수법을.....'

해공공은 상대의 움직임이 약간씩 늦어진다는 점을 포착했다.

'클클.... 공력을 비축하고 있군. 아마 조금 더 지나면 결정타를 날려오겠지.
그럼 어떻게 한다....'

국광의 최강의 공격법 파황천류도를 구경한 다음이라 해공공은 감히 방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보전에 기록된 최강의 호체기공 화령수라강기(花逞守
羅剛氣)를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에따라 그의 속도도 조금 늦춰져 또다시
평행선상을 달리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순간....

"끼얍!"

그와동시에 찬란한 금광(金光)이 뻗어나와 밤하늘을 밝혔다. 순간적으로 눈이
멀것같은 광채속으로 5가닥의 지풍이 해공공에게로 뻗어나왔다. 그 지풍중 3
가닥은 간신히 피했지만 2가닥은 해공공의 몸에 격중되고 말았다.

"큭"

하지만 지풍들은 화령수라강기를 관통하지 못했다. 대신 약간의 충격만을 주
었을 뿐... 휘청하던 해공공은 순간적으로 자세를 가다듬으며 검초를 날렸다.

"얍!"

'이상하군'

그의 검초에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클클... 도망갈 생각을 하다니.'

곧이어 시력을 회복한 해공공의 눈에는 저 멀리 금광(金光)을 흘리며 멀어지
는 국광이 보였다.

"받아랏"

그와 동시에 해공공이 가진 검이 허공을 향해 일직선으로 파공성을 내며 날아
갔다.

퍽!

국광은 뒤에서 뻗어오는 날카로운 예기(銳氣)에 사력을 다해 피했으나 검은
국광을 따라오더니 등을 관통했다.

"큭!"

국광은 자신에게 박혀있는 검을 공력을 이용해 해공공이 장난치지 못하게 앞
으로 튀어나온 검날을 손으로 움켜쥔 채 필사적으로 달려나갔다.

"제기랄.... 두고보자...."

'흐흐... 내 입속에서 두고보자는 말이 나올줄이야....'

하지만 국광으로서는 그 더러운 기분을 욕설을 내뱉는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해소할 수가 없었다.

"쫓아랏!"

그와 동시에 흑의, 적의를 입은 자들이 섬전과 같이 국광의 뒤를 쫓기 시작했
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더 이상 옥영진 나으리의 저택에서는 죽일것이 없다
고 판단한 황의를 입은 자들이 뒤따랐다. 벌써 옥영진나으리의 저택에는 목
숨이 붙어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옥영진 나으리의 시신은 머리가 잘린채 구
석에 쓰러져 있었고 그를 받들던 백인대장급 이상의 장수들도 작전회의라는
미명하에 소환되었다가 모두들 척살되었다. 거기에 집안에 있는 모든 남녀노
소를 불문하고 하인들 심지어는 개까지도 죽음을 면할 수는 없었다.

추천 (0) 선물 (0명)
IP: ♡.221.♡.42
23,50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chillax
2024-04-23
0
36
더좋은래일
2024-04-22
3
71
chillax
2024-04-22
1
40
더좋은래일
2024-04-21
3
102
나단비
2024-04-20
1
157
chillax
2024-04-19
2
116
나단비
2024-04-19
0
101
나단비
2024-04-19
0
54
나단비
2024-04-19
0
56
나단비
2024-04-19
0
59
나단비
2024-04-19
0
48
chillax
2024-04-18
2
124
나단비
2024-04-18
0
42
나단비
2024-04-18
0
48
나단비
2024-04-18
0
52
나단비
2024-04-18
0
56
나단비
2024-04-18
0
65
나단비
2024-04-17
0
67
나단비
2024-04-17
0
55
나단비
2024-04-17
0
44
나단비
2024-04-17
0
60
나단비
2024-04-17
0
45
나단비
2024-04-16
0
74
나단비
2024-04-16
0
119
나단비
2024-04-16
0
72
나단비
2024-04-16
0
72
나단비
2024-04-16
0
60
나단비
2024-04-15
0
77
나단비
2024-04-15
0
58
나단비
2024-04-15
0
9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