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44 날개를 펴는 묵향

3학년2반 | 2021.12.04 07:17:16 댓글: 0 조회: 554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29930
날개를 펴는 묵향

금의위의 위사들을 천랑대가 학살하는 모습을 보면서 묵향은 생각했다.

'역시 아무래도 세력이 좀 더 있어야 해. 예전에 교주가 나한테 그랬었지. 나
는 독보강호(獨步强豪)는 가능해도 무림재패(武林制覇)는 불가능한 위인이라
고.... 나도 이럴 생각은 없지만 내가 복수하고자 하는 상대들이 거대 문파를
거느리고 있고 또 그들이 나와 단독대결을 벌여줄 가능성이 없는이상 나도 세
력을 거느려야만 해. 우선 한중평까지 끌어들인 후 계속적으로 마교의 오대세
력(五大勢力)을 본인이 흡수해 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천리독행이 묵향의 앞에 부복(俯伏)하며 말했
다.

"모두 처치했습니다."

"좋아. 이제 염왕적자에게로 가자."

"저..."

"뭔가?"

"옥 대장군 관저(官邸)에 본대의 부상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거두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까?"

"얼마나 있나?"

"거의 500명 정도..."

"그럼 수하들을 보내 그들을 수습하여.... 가만있자... 어디를 본거지로 삼는
게 좋을까?"

"300리(90Km정도)떨어진 곳에 흑룡문(黑龍門)이 있습니다. 아쉬운대로 그들
을 접수하심이 어떨까요?"

"좋아. 수하들을 수습하여 그곳에서 합류하기로 하지. 부상자가 그렇게 많다
면 자네가 직접 지휘하도록."

"존명!"

"염왕대의 위치를 아는자가 있나?"

"예."

천리독행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진철(眞鐵)!"

그러자 뒤쪽에서 흑의인이 쏜살같이 날아와 부복하며 외쳤다.

"옛!"

묵향은 그 진철이라 불린 흑의인에게 말했다.

"너는 본좌에게 염왕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존명!"

묵향은 진철을 따라 몸을 날리며 천리독행에게 말했다.

"흑룡문에서 만나자. 본좌가 도착하기 전까지 접수를 완료하도록!"

"존명!"

그들이 달려간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앞쪽에서 많은 수의 흑의인들이 최대
한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훗. 저쪽에서 찾아오다니 일이 편하게 됐군."

묵향과 진철이 잠시 기다리자 주변에 흑의인들이 병장기를 뽑아든채 포위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묵향이 말했다.

"염왕적자!"

상대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자 묵향은 다시 한번 더 외쳤다.

"염왕적자! 네놈은 본좌가 누군지 잊었나?"

그러자 묵향 앞쪽의 흑의인들 뒤쪽에서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훗! 회음전성(回音傳聲) 따위 얄팍한 술법을 쓴다고 본좌가 네녀석의 위치를
모를 것 같은가? 네녀석은 둘중 하나만 선택해라. 본좌를 따르던지 아니면 교
주의 충실한 개로서 여기서 영광스런 죽음을 맞이하든지..."

회음전성이란 기를 이용하여 음을 굴곡시켜 동(東)에서 말한 것이 서(西)에서
들리도록 조작하는 고차원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그걸 바로 지적하자 상대의
경악스런 목소리.

"헉! 기억을 되찾으셨습니까?"

"물론... 천리독행은 나와 함께하기로 했다. 이제 너의 선택만이 남았다."

"그는... 천리독행은 어디 있습니까?"

"부상자들을 수습하러 대장군 저택에 간다더군. 참내... 마교가 아무리 썩어
도 겨우 대장군부 하나를 부수는데 천랑대 전력의 9할이 부숴지다니.... 믿어
지지가 않는 일이야."

그러자 경악한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

"예?"

"선택하라. 지금 죽을건지. 아니면 따를건지."

사실 묵향이 정파의 고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들은 철혈의 세계에서 자라온
강자들...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묵향이 마교의 부교주라는
점을 들고나온 이상.... 이건 어디까지나 교내의 권력투쟁이 되는 것이다. 이
때는 좀 더 강한자 밑에 들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봐서 자신들에게 낫다. 무엇
보다도 묵향이 마교가 낳은 최강의 고수라는 사실은 변할수 없는 진실이기 때
문이다. 일단 마음이 정해지자 그는 묵향앞으로 튀어나갔다. 놀랍게도 그는
목소리와는 달리 묵향의 오른쪽에서 나와 부복(俯伏)하며 외쳤다.

"따르겠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절대 후회는 없습니다. 본교를 접수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겠지. 더불어 지난날의 복수도 해야할거고.... 하지만 밑의 인물들에
게 죄는 묻지 않겠다. 사실 너희들이 그때 나를 암산하는 것을 도운게 너희들
의 뜻이 아님을 본좌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무기를 들고 포위하고있던 모든 흑의인들이 저마다 병장기를 놓고 부
복하며 외쳤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염왕적자!"

"예."

"모두들 대장군부로 가서 천리독행을 돕도록 하라."

"존명!"

염왕대와 천랑대는 대장군부에서 부상자들을 수습하여 흑룡문으로 향했다. 그
러는 도중에 묵향은 천랑대가 괴멸적인 타격을 받은 것이 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을 듣고 놀랐다.

"모든 것이 내가 한 일이라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묵향은 망연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제기랄.. 나는 암습을 당한 다음 국(菊)이 나를 이끌고 물속으로 들어간 것
까지 외에는 기억나지 않아. 참. 그러고 보니 그건 총타 부근에서 벌어진 일
인데... 여기는.."

그러자 천리독행이 신중하게 말했다.

"속하도 자세히는 모르나 부교주께서는 암습을 당하신 후 옥대장군가 사람들
에게 구조되어기억을 잃은 채 찬황흑풍단에서 일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에 옥 대장군을 척살하는 사건에 연루되신겁니다. 부교주께서 기억을 잃으신
다음 무공이 감소된 것을 아시고 교주께서 능비계 부교주에게 천랑대와 염왕
대를 주어 부교주를 없애라는 명을 내리신거죠. 그런데 도중에 부교주께서 기
억을 되찾는 바람에 능비계 부교주가 사망했는데..... 중간의 기억을 또다시
잃으셨다니 하늘의 뜻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기억이 나시겠
죠."

"크흐흐흐... 그따위 기억 없어도 상관없어. 무림인으로서 관부(官部)의 개가
되었던 것이 뭐 자랑이라고 그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하겠나. 우선은 힘을
비축하여 새로운 역사를.... 피(血)의 역사(歷史)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마인
(魔人)의 도리(道理). 기왕에 잃은 수하들은 어쩔수 없는 노릇이고 남은 부상
자들만이라도 완쾌시켜 전력에 보탬이 되도록 해라."

"존명!"

흑룡문은 흑도계열인 문도수 삼천 정도의 제법 큰 방파다. 묵향 일행이 그들
을 택한 것은 자신이 거느린 삼천에 가까운 식솔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그
럴듯한 보금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흑룡문도 주위에서는 알아주는 문파였
으나 마교의 정예앞에서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간단한 싸움으로 항복하고
묵향의 수하가 될 것을 맹세하고 만다. 묵향으로서는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묵향은 타고난 무인(武人)이라 여태껏 수련에만 전념해 왔었는데 반란도배(叛
亂徒輩)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자니 별의별 잡일을 다 떠맏아야 했던 것이다.

식량, 의복, 무기 등이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천의 문도를
거느린 방파라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그 모든 것은
서류라는 형태로 묵향에게 돌아왔다. 묵향의 밑에 있는 천랑대나 염왕대의 경
우 무인들로 구성된 집단들... 막강한 힘은 있으나 경영에 관한 머리는 깡통
이나 다름없기에 묵향으로서는 아쉬운 대로 흑룡문주 흑수마령(黑手魔翎) 갈
파(葛把)에게 경영을 맏겼지만 백지나 다름없는 그가 옆에서 보기에도 갈파또
한 영 아니올시다 였던 것이다. 그래서 묵향은 이 중대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
해 천리독행과 염왕적자, 갈파를 불러들여 회의를 열었다.

"아무래도 경영의 귀재를 영입해야겠어."

"맞습니다. 모두들 검밖에 모르는 돌머리들 뿐이니...."

"왜 본교가 근래에 이르러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지 지금에야 알것같
더군. 혁무상 그녀석이야."

"적미살소 혁무상 장로 말입니까?"

"그래. 나한테도 그런 머리좋은 녀석이 하나 필요해. 어디 괜찮은 인물이 있
다면 천거를 좀 해주게. 내가 책임지고 끌고올테니까."

"그럼 혁무상을 납치해오면 어떨까요?"

"그건 별로 좋은 의견이 못돼. 그녀석이 자결이라도 한다면... 거기에 성심껏
협력할지도 의문이고.."

"무공을 몰라도 상관없습니까?"

"뭐... 무공이야 몰라도별 상관없지. 나는 무공실력을 원하는게 아니라 머리
를 원하는거야."

"그렇다면 괜찮은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섭하기는 힘들겁니다."

"누군가?"

"진량산 부근에 보면 천륜장원이 있는데 그 장원의 주인이 꽤 실력자라고 들
었습니다."

"장원의 주인? 그럼 무림인인가?"

"아뇨. 무림인은 아닙니다. 적당한 땅을 가지고 있고 상행위도 약간 하는데
그 장원의 주인이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들었습니다."

"흠.... 그는 안돼."

"예?"

"무림에 뜻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놔두는게 좋아. 피의 법칙이통하는 무림에
그런 순수한 사람들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겠지. 그거 말고 예전에 망한 단체
의 제정을 맏았다든지... 뭐 그런 인물들 중에 뛰어난 자는 없나?"

"아. 한명 있습니다. 예전에 천마문(天魔門)에서 일하던 사람인데 알력이 생
겨 쫓겨난 인물이 있습니다. 천마문이면 그런대로 흑도 계열에서도 1만의 문
도를 거느리는 큰 문파인데다 거기서 문상(文相)의 직위에 있었던 설무지(설
무지(雪無知)란 인물입니다. 이름은 호(湖)인데 익히면 익힐수록 더욱 모르는
것이 많더라고 하여 자신의 무지를 한탄하여 자를 무지(無知)라 붙인 인물입
니다."

"구미(口味)가 당기는군."

"그때 쫓겨난 다음 칠야산(柒倻山)에서 은거하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좋아. 그자로 하지. 내가 돌아올 동안 저놈의 흑룡문 현판은 떼버리고... 흑
룡문은 약간 정파같은 냄새가 나서 영 껄끄러우니까 아무 이름이나 적당한 걸
로 현판을 걸어놓도록!"

"존명!"

이때 갈파가 말했다.

"그런데... 부교주님."

"왜그러나?"

"소인이 깔아놓은 정보망에 걸린 건데.... 부교주님의 기억에 없기에 지금은
별 문제될 것이 없으나 나중에 기억이 돌아온 다음에...."

서론이 길어지자 짜증이난 묵향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서론은 빼고 결론만 말해!"

"옥영진을 구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염왕대와 충돌했던 흑풍단의 일부가 반도
라고 규정되어 관군(官軍)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주심이 어떨는지
요."

"내가 왜 그들을 도와줘야 하지?"

"아마도 그들중에는 부교주님과 친했던 인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기
억이 돌아오신 다음 후회해도.."

"알겠다. 그들은 지금 어디있나?"

"확실하지는 않으나 관군에게 쫓기면서 지금 감숙성의 무산(巫山) 부근에 있
다고 합니다. 체계적인 정보조직이 없기에 들리는 소문만을 종합했기에 정확
한 것은 가봐야만 알것입니다."

"흠...."

그러자 천리독행이 말했다.

"만약 구하러 가신다면 수하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아니야. 그럴필요는 없어. 괜히 그러면 관부와 충돌이 생기니까 혼자가기로
하지. 대신 나는 바로 그리로 갈테니까 군사(軍師)를 호위할 수하들은 10명정
도 데려가기로 하지. 천리독행! 눈치빠른 놈들로 부탁하네."

"존명!"

이때 갈파가 비단 주머니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부교주님의 무공으로는 별 필요없겠으나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돌아와야 하
는 일입니다. 혼자 가시겠다면 이게 필요할겁니다. 그냥 들판에 뿌리기만 하
시면 됩니다."

묵향은 그 주머니 위에 써진 글자를 읽어본 다음 언뜻 이체가 떠오르며 말했
다.

"이런것도 있었군. 잘 쓰겠네."

"감사합니다."

* * *

* * *

"이런 빌어먹을... 칠야산이 이렇게 넓을줄은 생각도 못해봤군."

묵향은 벌써 10인의 호위무사를 거느린채 4일째 수색중이었다. 칠야산 곳곳을
이잡듯이 뒤져댔지만 찾으려는 인물은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행방
이 묘연하다.

'칠야산에 불을 지르면 숨이 막혀서 튀어나올까...?'

급기야는 짜증스러움에 이런 망상(妄想)까지 하게 될때쯤... 동쪽을 살펴보러
갔던 수하가 달려와서 묵향의 앞에 부복하며 외쳤다.

"찾았습니다."

"그래? 가자!"

자그마한 모옥(芼屋)... 그 모옥을 중심으로 묵향의 신호에 따라 사방에서 수
하들이 몰려들었다. 모든 수하들이 도착한 다음 묵향은 그들을외곽에 놔둔채
혼자만 모옥으로 다가갔다. 그런다음 모옥앞에 이르러 부드럽게 외쳤다.

"계십니까?"

"......."

"계십니까? 저는 묵향이라 합니다."

아무런 답이 없자 묵향은 조심스레 다가가 문을 열어봤다. 안에는 아무도 없
었다. 대신 방안의 공기가 절대 폐가가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덧
붙여 황급히 떠난 듯 살림살이도 거의 다 있었고 일부만이 어지러이 방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몇시진 전까지 사람이 있었다. 볼일이 있어 딴곳에 갔나? 아니면 저놈의 마
기를 풍겨대는 수하놈들 때문에 겁먹고 도망가버렸나..... 하여튼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군.... 쯧쯧'

묵향은 멀찍이서 기다리고 있는 수하들을 원망스레 바라보다가 생각을 돌렸
다.

'일단 겁을 먹었다면 어쩔 수 없다. 편지나 남겨두고 돌아간 다음, 다음에는
혼자 와서 뒤져보는 수밖에. 강한건 좋은데 모두들 마기를 안풍기는 놈들이
없으니... 그래서 사군자는 일부러 마기없는 놈들만 넣은거였는데...'

묵향은 주인도 없지만 실례를 무릎쓰고 방안에 놓인 지필묵(紙筆墨)을 이용해
서 그럴듯한 편지를 한 장 남겨둔 다음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주변에
남으면 아마도 감시중일게 분명한 상대가 더욱 조심할 것이 염려되어 아예 모
두를 이끌고 마을로 내려가버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묵향은 수하들을 이끌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그런다음
모옥에서 50장(약150M) 밖에 그들을 대기시켜 둔 후 모옥으로 향했다. 모옥에
도착해보니 모옥 앞에있는 밭에서 한 남자가 곡괭이를 들고 밭을메고 있었다.
묵향은 그에게 다가갔다. 한 50살은 되었으리라... 희끗한 수염에 얼굴 곳곳
에 새겨진 세월의 상처들이 그의 경륜을 나타내는 듯 하다. 맑고 잔잔한 눈에
적당히 솟아오른 콧날... 확실히 농부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지적인 얼굴이다.
묵향은 그가 일을 마칠때까지 그냥 옆에 서서 기다렸다.

이윽고 곡괭이 소리가 멈추더니 그 농부는 묵향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차라도 들시겠소?"

"예."

농부는 부엌에 들어가더니 손수 차를 준비해 왔다. 묵향이야 별로 차를 즐기
는 인물은 아니었기에 그런대로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정도로만 행동하며 차를
마셨다. 그런 의미에서 유백 사부는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던 것이다.

조용히 차를 마시는 묵향을 바라보며 농부는 생각했다.

'알수가 없군. 차를 마시는 모양으로 보아.... 결코 교육을 잘 받은 사내는
아니다. 타고난 무골처럼 행동하지만 겉모습으로는 무공을 익힌 것 같지도 않
으니.... 거기에 저 칙칙한 눈동자.... 결코 정도를 걷는 인물은 아닌가....
아니야.. 계속 보니 그냥 칙칙한게 아니군. 맑지만 너무나 깊다보니 칙칙하게
느껴지는... 그렇다면..?'

"손님께서는 어떻게 오셨는지요?"

"이미 편지를 통해 아시겠지만 저는 설 대인을 애타게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느린 식구가 많다보니 먹여살리기도 힘들고 또 효과적으로 이들을 통
제해 나갈 인물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설 대인의 뛰어난 능력을 저와 함께 꽃
피워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함께 꽃피워 뭘하자는 것입니까? 무림통일? 대문파로 키우는 것? 도대체가
알수가 없군요."

"뭐가 말씀입니까?"

"저도 관상(觀相)을 볼줄 압니다. 하지만 당신은 피비린내 나는 무림과는 별
로 상관이 없다고 보고.... 더구나 무림통일따위 허황된 꿈을 쫓을 인물도 아
닌 듯 한데...."

"우선 저는 작은 꿈을 이루려 합니다. 나머지는 그 후에생각할 문제죠."

"작은 꿈이라니요?"

"사적인 저의 자그마한 복수입니다."

그러자 설 대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 복수라구요? 겨우 하찮은 복수따위를 해주자고 자신의 인생을 맡
길 인물도 있을까요?"

"하하하.. 그것도 상대 나름이죠. 저의 상대는 마교.... 아니지 어쩌면 무림
전체를 상대로 싸워야 합니다. 그들을 부수려면 너무나도 큰 힘이 필요하
고... 그런 힘을 효과적으로 이끌 능력이 제겐 없습니다. 힘을 빌려주지 않으
시겠습니까?"

그러자 설대인은 아연한 표정으로말했다.

"작은 복수가 아니군요. 어쩌면 세상을 뒤집을 일인데.... 과연 당신에게 그
런 능력이..."

그의 말에 묵향은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미 마교가 가진 드러난 힘의 4할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마교의
인물. 천마(天魔)의 법칙(法則)을 잘 알기에 승산이 없는 대결은 피하는 사람
이니 저를 믿어주실수는 없을까요?"

묵향의 말이 떨어지자 설 대인은 경악했다.

'드러난 힘의 4할이라고? 그러면 왠만한 문파 정도가 아니라 세상을 피로 물
들일 힘이로군. 놀라운 인물이로다. 그런데 전혀 마인처럼 보이지가 않으니
도대체 어느정도로 수련을 쌓은 인물인지 상상도 가지않는군.'

묵향은 그가 경악한 표정으로 말이없자 다소곳이 말했다.

"지금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시다면 며칠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한 일주일 정
도 시간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야 별수없다. 눈앞의 인물이 별볼일없는 인물도 아니었고
또 자신또한 죽는 그날까지 초야에 묻혀지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모사
(謀士)란 주인을 잘 만나야 그 능력을 꽃피울수 있다. 자신의 느낌으로는 그
런 인물이 눈앞에 있는 흑의인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인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삼고초
려(三顧草廬)를 하시겠다니...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으리를 모시겠습니
다."

"감사하오."

"소인에게는 자식이 둘 있습니다. 둘다 멍청하지는 않으니 속하와 함께 거두
어 주실수는 없겠습니까?"

"좋소. 능력있는 자는 아무리 많아도 부담이 되지 않는 것. 좋을대로 하시
오."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설무지는 신형을 날려 뒷산으로 날아갔다. 보통 인물들이 봤을때는 꽤 괜찮은
신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무공에 대한 성취는 학문에 못따라가는 모양이군. 하기야 말이좋아 팔방미인
(八方美人)이지.... 오히려 여러 가지를 조금씩 아는 자 보다는 한가지에 정
통한 자가 더욱 필요하지. 한평생을 바쳐 한가지도 이룩하기 어렵거늘... 수
십가지 재주를 모두 꽃피울수는 없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설무지는 두명의 자식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한명은 조금
병약해보이는 사내였고 또 한명은 그런대로 튀지도 빠지지도 않는 얼굴을 가
진 여자였다. 둘다 무공은 겉만 핥았을뿐... 진수(眞髓)를 맛보려면 애시당초
그른 인물들이었지만 묵향에게는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너무나도 필요함을 한
눈에 알수 있었다. 설무지는 둘에게 말했다.

"주군(主君)이시다. 앞으로 충성을 다해 모시도록 해라."

"예."

"이 아이는 설민(雪旻)이라 하옵고 이 아이는 설령(雪 )이라 합니다. 예로부
터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있습니다. 실지 무림사(武林史)를 거슬러 보
면 영웅(英雄)은 목적한 바를 이룬 후 끝까지 영화(榮華)를 누렸으나 그를 도
운 모사(謀士)의 말로는 비참하게 끝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주군을 받듦에
있어 제 생을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제 능력을 시험하고자 합니다. 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보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나중에 남은 것이 죽음이라 하
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설무지는 품속에서 비수(匕首)를 꺼내어 그의 머리카락과 그 아이들의 머리카
락을 조금씩 잘라 묵향의 앞에놓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주군이 저희들의 목숨을 원할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여태껏
있어왔던 역사의 순환... 저는 그걸 지금도 거스릴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없
을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생명(生命)이니 나중에 일이 끝난후 실물(實物)을
취해가셔도 저로서는 제가 지닌바 모든 능력을 다할수만 있다면 아무런 여한
이 없다는 점을 여기서 밝힙니다. 대신에 주군께도 그만큼의 신뢰(信賴)를 부
탁드립니다."

"좋소. 내가 아무리 사냥감이 없어져 배가 고파도 그대들을 삶아먹을 생각은
없지만 그대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그 뜻만은 받아들이지.... 여봐라."

묵향의 부름이 있자 50장(150M정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와 부복하며 외쳤다.

"예"

"일단 도착할때까지 이들의 몸에 티끌만한 상처라도 생긴다면 너희들의 목숨
으로 그 죄를 묻겠다. 이들의 경호에 최선을 다하라!"

"존명."

"너희들은 군사(軍士)를 모시고 돌아가라. 나는 일이 있어 따로 행동하겠다."

"존명!"

묵향이 갑자기 군사(軍師)라 칭하는 것을 보고 설무지 등은 놀랐다. 사실 그
들에 대해 아는것이라고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보자마자 그 직위를 결정해서
준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커다란 신뢰의 표시였기 때문이다.

"주군께서는 어디로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흠....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오. 좀 쑥스러운 말이지만 날 아는 사람
들을 좀 데리러 가는 길인데.... 나중에 본거지에 도착해보면 자연히 알수 있
을거요. 그럼 나는 가볼테니 가는길에 몸조심 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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