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血剑 2-3

3학년2반 | 2022.01.15 07:47:02 댓글: 0 조회: 338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2436

* 제 2 권 *

- 3 - 금사랑의 딸

초공례는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 자살을 하려 했으나 스스로가 이미 몸을 가눌 수 조차 없게 되었다. 그래서 전표(錢標)를 꺼내어 부러진 칼에다 던졌다.
[금사랑군이 올 수가 없어서, 그의 아들과 형제를 대신 보내어 화해를 하자는 것이군.]
노인들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금사랑군의 명성을 들었다. 또 그의 무예가 놀랄 만하다는 것과 그의 행동이 신출귀몰 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근 10여년간 강호에서 이미 자취를 감췄던 것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사람을 보내다니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초원아 역시 놀라면서도 기뻤다.
[아빠, 바로 그에요!]
초공례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곁눈질로 그 풋내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의심을 막을 길 없어 고개를 약간 갸우뚱했다.
손중군이 날카롭게 소리를 냈다.
[네 이름이 무엇이라고? 대체 누가 너를 여기로 보냈지?] 원승지는 잠깐 생각했다.
(내 비록 나이가 어리고 또 너에 비해 후배라고는 하지만 어찌 이렇게도 무례할까?)
그러나 당장에 얼굴색을 바꾸지는 않았다.
[제 성은 원이오. 금사랑군 하(夏) 대형님의 명으로 초맹주님을 뵈려고 왔습니다. 오늘 마침 이렇게 인연이 닿아 여러 선배 영웅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그는 여럿을 향해 예를 올렸다.
초씨편 사람들은 이미 그가 초공례의 목숨을 구한 것을 본지라 모두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 민씨편 사람들은 십력대사 등 몇몇만이 예를 갖추어 답례할 뿐, 나머지는 모두 그가 젊다고 여겨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손중군은 나이 20여세에 불과했지만, 성미마저 급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무슨 금사랑이야? 빨리 덤벼라. 여기서 다른 것은 할 필요 없어!] 청청은 차갑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손중군은 계속 화가 나서, 이 뻔뻔한 것이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경박하게 말했다.
[저 건방진 것이?]
갑자기 그는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배를 향해 칼을 들이대었다. 바로 화산파 검술 중의 하나인 <혜성비타(彗星飛墮)>였다. 그것은 본시 신검선원 목인청의 독창적인 무술이었으니 청청이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원승지는 이미 이 검술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노했다. 그녀와 손중군은 초면으로서 원수진 일도 없는데 이렇게 고약하게 대하다니, 그는 급히 손을 써서 그녀를 구해 냈다. 그 행동은 몹시도 재빨랐다. 청청의 옆으로 가서 왼발을 높이 들어 한 발로 걷어차니, 손중군의 장검이 힘을 잃고 땅에 떨어졌다. 이것은 금사비급 속의 무술로 좌중에는 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주변은 일시에 놀라움으로 술렁거렸다.
손중군은 칼을 집어들며 미동도 않고 상대방이 왼손으로 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면으로 돌진해 왔다. 원승지는 그녀의 끈질김에 놀라면서 잽싸게 한 다리를 움직였다. <탁!> 소리를 내며 장검이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유배생은 사매(師妹)가 수세에 몰리는 것을 보자 즉각 손을 쓰려 했다. 매검화는 원승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보고 유배생을 붙들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잠깐만, 저 엉터리 같은 녀석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원승지는 소리를 질렀다.
[민대감, 민대감 대형의 행위는 매우 부당한 것입니다. 초맹주님께서 가는 길도 정녕 평탄치 않습니다. 이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금사랑군께서는 명백히 알고 계십니다. 그는 초맹주님과 선도파(仙都派)의 사부 황옥도장을 찾아가 두 통의 서신을 올렸습니다. 황옥도장은 서신을 읽은 후에 다시는 이 일을 추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생각컨데 이 두통의 편지가 바로 그것이 아닐는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땅위에 찢어 흩어진 편지를 가리켰다.
[이 자가 편지들을 찢은 것을 모른다 하심은 무슨 뜻입니까?] 초공례는 그의 말이 조금도 틀림없음을 알고 크게 기뻤다. 이제야 비로서 그가 정말 금사랑군이 보낸 사람임을 믿게 되었다. 그러자 매검화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조작된 거짓 서신입니다. 이것을 빌미로 초씨가 사람들이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니 어찌 찢어 버리지 않겠습니까?]
원승지가 대답했다.
[우리들이 왔을 때 금사랑군은 서신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편지들이 이미 찢겨졌다 해도 이 사부님과 민대감님은 이미 보셨습니다.] 그리고는 머리를 돌려 십력대사와 벽해장경 정기운에게 말했다.
[금사랑군의 후배들에게 서신의 내용을 대략 말해 주기만 해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변명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십력대사와 정기운이 대답했다.
[좋아! 그럼 말해 보시오!]
원승지는 민자화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민대감님의 형님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도 거듭, 거듭 언급하는 것은 형님께 그리 영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꼭 내 입으로 말을 해야 합니까?]
민자화는 허탈해졌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득한데서 그가 말하지 않으려는 서신의 내용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이마에 푸른 힘줄이 불끈불끈 솟았다.
[내 형은 어떤 사람이었지? 이 소식은 거짓이지?]
원승지가 청청에게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청! 그 편지의 내용을 모두 말해 봐!]
청청은 즉시 맹랑한 목소리로 외워 버렸다. 그녀는 여숙에서 편지를 읽어본 후 미주알 고주알 모두를 외웠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용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구도래(具道來)의 사함(謝函)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낭랑했으며 구변이 좋았다. 한 자, 한 자 사람들이 분명히 들을 수 있었으며 중요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각한 어휘를 써서 민자화를 몹시 곤란하게 했다. 그녀는 몇 십 줄만 읽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계속 고개를 빼고 귀를 기울였다. 그때까지는 여론이 분분했다. 어느덧 반쯤 읽어 내려가자 민자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만! 너희들은 그 젊은이가 아니야! 이 여자도 아니야! 너희들은 대체 누구지?]
청청이 얼른 대답하지 않자 매검화가 덧붙였다.
[이 녀석은 초가의 부하일 거요. 분명 금룡이 도우려 보낸 것일 게야. 그들은 사전에 미리 내통한게 틀림없어! 그게 뭐 이상한 일이라고.......] 민자화는 갑자기 뭘 깨달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너희들은 금사랑군이 보냈다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 여기서 그런 엉터리 수작을 부리다니.......]
원승지가 대답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우릴 믿겠습니까?]
민자화는 장검을 빼들며 일어섰다.
[강호에는 금사랑군의 무예를 흠모한 나머지 자기가 금사랑군의 후배라고 떠드는 자들이 많다. 게다가 그는 이미 가버렸는데 너는 단지 내 가문의 칼을 이기려 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사실 그는 내심으로 이미 그 편지가 틀림없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러 동문과 사형들까지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며 오히려 그에게 해결할 것을 권했을 것이다. 말을 하면 할수록 추해질 것 같아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여겨졌다. 원승지가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정말로 금사랑군이 그를 보냈다면 뛰어난 무술을 익혔을 것이 분명하므로, 비록 그가 어려도 어떤 무예인가를 익혔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그것을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토록 재기불능이 되도록 패하고 보니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홍안의 소년이 읽은 편지를 무작정 믿는 사람은 없다. 형의 원수를 보복하기 위해 초공례를 죽이려는 것은 잠시도 제쳐놓을 수 없는 중대한 일이다. 죽은 형님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이었고 또 선도파의 명예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원승지는 잠깐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금사랑군이 괴력을 지닌 기이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내가 그의 심부름꾼으로 행세하려면 교만하고 방만한 행동을 취해야만 해. 그래야만 비로서 저들이 믿을 것이야)
그래서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주저않고 술잔을 들이키고 젓가락으로 고기 완자를 집어먹었다.
[네 수중의 검을 이기려면 금사랑군의 외양만 배우고도 충분해. 그런데도 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한심스러워.......] 민자화는 이 말에 크게 노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고? 이 녀석이 감히 건방지게. 썩 물러가지 못해!]
원승지가 마침 손중군의 장검을 짓밟았기 때문에 그만 그의 무술이 노출되고 말았다. 민씨편의 무사들은 비로서 그에게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다면 벌써 다른 사람이 그에게 덤벼들었거나 그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승지는 또다시 술 한잔을 들이켰다.
[전부터 선도파의 검법이 오묘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왔지만 오늘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이제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전에 말했듯이, 내가 승리하더라도 당신과 초맹주님의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만일 다시 원수의 생사를 찾는다면 여기 무림 여러분들도 모두 공평한 도리라고 말할 것입니다.]
민자화는 이 말에 더욱 노했다.
[여기 십력대사, 정도주 등이 모두 증명할 수 있어! 그런데 만일 네가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께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좋아! 그럼, 덤벼라!]
민자화가 장검을 번쩍 빼드니 검신(劍身)에서는 금방 챙챙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민씨의 무사들은 일제히 응원의 소리를 쳤다. 검의 떨림은 결코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아주 득의만만해 하면서, <네 녀석의 몸에 어떤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우리 선도파의 위풍을 나타낼 수 없지> 라고 생각했다.
원승지가 입을 열었다.
[금사 대형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지요. 선도파의 영보권, 상청권, 상청검은 모두 넓고 심오하며 무예 또한 뛰어나다고, 그러나 다만 이들의 권법과 검법이 너무나 어려워 민씨들은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도요. 단지 양의검법만을 제대로 익히고 있다고 했습니다. 금사 대형님께서는 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네가 이번에 가거든 이렇게 해라. 민씨들과 서로 이해하고 싸우지 말며 너의 제안을 듣지 않으면 손을 써도 좋다. 하지만 그들의 검법만은 조심해야 한다고요.]
민자화는 눈을 흘기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의 말은 사실 조금도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 원래 민자화의 스승인 황옥도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선도파에게 대대로 전승되는 영보권, 상청권, 상청검을 가벼이 여긴다는 것과 그들이 제일 뜻을 두는 무술이 양의검법이라는 것도 금사랑군이 언급한 적이 있었다. 금사비급의 <파적편(破敵篇)>에서는 공동, 선도파 등의 무술을 파괴하는 방법이 언급되어 있고 양의검법에 대해서는 더욱 상세히 서술돼 있었다.
원승지는 그의 스승이 이미 여기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는 것을 계산에 넣었다. 민자화는 이 검법에 대해서 이미 무술을 발휘할 수 있을 터이니, 이 점을 언급하면서 그의 심중을 떠보자는 것이었다.
[금사랑군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그 검법은 내 손안에 있지만 그러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돼. 자, 내가 이 검법을 무너뜨릴 비법을 대감께 가르쳐 주겠다.]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사람들 가운데서 홀연히 한 중년 도인이 뛰쳐나와 화가 난 음성으로 외쳤다.
[좋아, 양의검법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어디 금사랑께서 어떻게 가르쳤나 한 번 좀 볼까?]
그는 곧 칼을 휘두르며 원승지의 얼굴을 향해 질주해 왔다. 원승지는 왼쪽으로 피하면서 대청 한가운데로 몸을 날렸다 왼손으로는 술잔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으로 닭고기 한 점을 들고 있었다.
[사형의 존함을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나는 동현, 선도파 제 13대 제자로 민자화의 사제지.] [다시없이 좋은 이름이군요. 금사 대형님과 귀하의 사부 황옥도인께서는 당시 선도산에서 용과 호랑이를 보시고 검에 대해 논하셨습니다. 황옥도인께서 스스로 창안하신 양의검법이 천하무적이라고 하셨습니다. 금사 대형님께서는 미소를 지을 뿐 뭐라 말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다행히 우리 후배들이 다시 모여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반갑군요.]
동현도인이 크게 소리쳤다.
[양의검법이 천하무적이라고 우리 황옥도인께서 말씀하신 적은 없어! 우리 선도파는 그렇게 방약무인하게 교만하진 않다. 그러나 너같이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애송이 따위는 가볍게 해치울 수 있지!]
민자화에게 읍을 하고 난 그는 쌍검을 모아 쥐고 바람을 가르면서 원승지에게로 달려들었다. 원승지도 몸을 날려 재빨리 쌍검의 날카로운 칼끝 사이로 지나갔다. 동현과 민자화의 칼이 동시에 어우러졌다.
그때 갑자기 청청이 소리쳤다.
[세 분은 잠시 멈추세요. 할말이 있어요!]
민자화와 동현도인은 동시에 칼을 가슴으로 거두었다. 민자화는 오른손으로 칼을 잡았고, 동현은 왼손으로 칼을 쥐었다. 두 사람은 이미 양의검법의 기수식(起手式)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형은 다만 민대감만을 상대하려고 했는데 어째서 다른 분이 또 가세하려는 것이지요?]
동현이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
[너희 형이 자초한 일이다. 그는 이미 가짜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양의검법은 두 사람이 한다는 것을 누군들 모르느냐? 더욱이 금사랑군처럼 위대한 분이 모를 리가 없잖느냐?]
청청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못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잠시 생각했다.
(이번에는 내가 실수했구나. 그렇다면 그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까?)
그는 상대방을 이리저리 잡아끌면서 말했다.
[원래 선도파가 다른 사람과 싸우려면 반드시 두 사람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만약 한 사람이 쓰러지면 급히 말을 타고 선도산으로 돌아가서 한 사람의 동료를 말에 태워 다시 돌아와서 다시 한 어우리를 만든다는 말입니까? 사람들이 만약 당신을 따르지 않는다면, 당신 홀로 싸워야 되는데, 양의검법이 이렇게 되어도 천하무적일 수가 있겠습니까?]
이때 원승지가 입을 열어 말했다.
[양의검법은 음양생극으로서, 본래 두 사람이 어우러져야만 일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야. 존경하는 황옥도인처럼 무예가 높으신 분도 혼자서 만드시진 않았을 거야.]
청청은 양의검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원승지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이에 걱정스러운 나머지 멋대로 입을 열었던 것이다.
원승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면서도 더 이상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애썼다. 사실 선도파의 양의검법은 이제까지 두 사람이 함께 이루어 온 것이었다.
민자화와 동현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했다.
(사부님도 이 검법을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이 이 풋내기가 어림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니.......)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기들 스승이 혼자서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청청은 원승지가 거침없는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생각했다.
(그는 본래 진실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교활해질 수도 있다니 정말 놀랍군!)
원승지는 미소를 지으며 제안을 했다.
[이미 당신들 두 사람이 모였으니, 그럼 내기에 걸 물건을 하나 더 내놓으시오.]
민자화가 발끈해 물었다.
[무얼 더 걸라고?]
[만약에 당신들이 승리하면 다시는 초맹주님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당신들이 패했을 때에는 선도파의 대저택을 우리에게 내 놓으시는 것입니다.]
민자화는 잠깐 생각했다.
(무엇을 걸어도 순식간에 단칼로 그를 베지 않으면 그의 몸에 상처만 입힐 것이다.)
그러더니 문득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지. 그러나 우리들에게 큰 힘으로 작은 것을 누르고 다수가 소수에게 승리했다고 하면 절대 안돼!]
청청이 대답했다.
[당신은 그럼 적은 힘이 큰 힘을 누르고 소수가 다수를 이끌지 어떻게 알아요? 그것은 정말 하늘만이 아는 것이에요. 선도, 선도, 소가죽으로 뚜뚜뚜!] 야유를 받은 민자화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원! 그렇다면 네가 나에게 상처를 입으면 무엇을 주겠느냐?] 원승지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초공례가 거들었다.
[민형, 당신의 저택은 얼마나 하지?]
민자화는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너 같은 동생 둔 일 없어. 이 저택은 지난 달에 구입한 것인데 은전 사천오백냥이 들었다. 집은 오래된 것이지만 터는 아주 넓다. 왜?] 초공례는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넓고 큰 것에 비하면 매우 싸게 구입했군. 세 분은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는 딸에게 뭐라고 몇 마디 이야기를 했다. 초원아는 내실로 급히 들어가더니 곧 돈 상자를 내왔다.
초공례가 입을 열었다.
[원형, 이렇게 힘써 주시니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소. 여기 은 사천삼백냥이 있소. 만약에 원형이 두 사람을 당해 내지 못한다면 민형이 이것을 가져 가시오. 그 밖에 민형은 나를 다시 찾아오시오. 우리는 승부에 승복할 것이오. 좋은 친구가 의롭게 도와주려 하니 여러분 모두 정숙합시다.] 그는 원승지가 당연히 대적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기를 위해 해를 받기를 원치 않았다.
정기운은 본시 성격이 호탕하고 도박을 아주 좋아했다. 그는 즉시 도박성을 발휘하여 거들었다.
[그 말 한 번 잘했소. 승부에 비해서는 물건이 너무 작소. 나는 민형에게 걸겠소.]
그는 품에서 금화를 꺼내어 탁자 위에 내놓았다.
[우리는 3대 1로 하겠소. 여기 금 삼백냥이 있으니 누가 은 천냥을 걸겠소?]
그가 몇 번이고 계속 소리쳤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사람들은 원승지가 너무도 어려 선도파의 양대 고수를 어떻게 이길 것인지 궁금해했다. 비록 3대 1의 도박이긴 해도 아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때 초원아가 나섰다.
[정숙부, 내가 숙부와 걸겠어요!]
계단 밑에 있던 보석 촛대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사람들은 이 촛대의 휘황찬란함을 보고 그것이 매우 진기한 것임을 알았다. 정기운은 평생 도박을 해 왔기 때문에 보물에 대한 식견이 높았다. 촛대를 한 번 들어보더니 싱긋 웃었다.
[이것은 은 삼천 냥쯤 되겠는데? 나는 어린애를 속일 수 없으니 이봐, 육천냥 내게 더 가져와!]
그의 부하가 곧 금 네 덩어리를 더 가져왔다. 정기운이 픽 웃으며 말했다.
[만일 네가 이기면 이 돈은 네 혼수감이 되겠구나.]
청청은 <혼수감>이라는 말을 듣자 그것이 원아에게 한 말인 것을 알고는 갑자기 마음이 산란해지기 시작했다.
비천마녀(飛天魔女) 손중군은 갑자기 반 동강 난 칼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외쳤다.
[나는 이 검을 걸겠어!]
그녀의 장검은 전에 원승지에게 절단이 나 버렸었다. 그러나 그 검은 그의 스승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좌중의 사람들은 여론이 분분해졌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반 토막난 칼을 주워 들었다.
청청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너는 이 칼로 누구를 원하지?]
주위 사람들도 기이하게 여겼다.
손중군이 대답했다.
[나 도한 3대 1이에요. 만약에 이 젊은이가 요행히 이긴다면 당신은 반 동강 난 이 칼을 가지고 나를 세 번 찌르세요. 그가 이기면 나는 당신 몸을 한 번 찌르겠어요. 취(臭)야! 이해할 수 있겠니?]
대청 안의 호걸들은 평생 흉악한 살인이나 대도박에 대해서 다소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목숨을 건 도박은 생전 보지 못했으므로 손중군의 말을 듣고는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청청이 차갑게 웃으며 반문했다.
[너처럼 아름다운 미인이 내 손에 목숨을 맡기겠다고?] 매검화가 사납게 소리쳤다.
[망할 계집! 입 닥치지 못해?]
청청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손중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초씨편 사람들을 휙 둘러보았다.
[금룡파는 강남 개산에서 단을 쌓았다. 그래서 몇몇 인재들도 모였지만 그러나 여자들 또한 쓸개빠진 얼간이들 뿐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초원아가 맞섰다.
[여자들이 어떻다고? 나는 네게 걸겠어.]
초씨의 제자 중에 네다섯 사람이 동시에 나서서 일제히 소리쳤다.
[동생! 나도 그녀에게 걸겠어!]
원아가 잘라 말했다.
[필요 없어! 내가 걸겠어!]
손중군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정도주, 당신이 공증해 주세요.]
정기운은 살인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대해적이다. 천성이 도박을 아주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 꼴은 정말 눈뜨고 못 볼 일이었다.
[두 아가씨들! 내기를 하려면 무슨 연지분 같은 것이나 걸지 어째서 이렇게 심각하게 나오는 것이오?]
원아가 대답했다.
[그녀가 우리를 사형의 반열에 올려놓고 그녀의 두 검을 치워 버린다면?] 정기운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뭐라고 권하지 않았다.
매검화는 냉랭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초낭자는 이들 금사의 제자들에 대해 어떤 정분이 있군요? 그를 대신해서 목숨을 버리려 하는 걸 보니.......]
초원아는 얼굴을 붉혔다.
[너도 내기를 하고 싶니?]
청청은 매검화의 말을 듣자 발끈했다.
[나는 이 형편없는 걸에 걸겠어.]
[무엇에 걸겠다고?]
[나 또한 3대 1로 너에게 걸겠어. 그가 지면 나도 당장 네게 아버지라고 세 번 부르겠다. 그가 이기면 네가 나를 한 번 불러 주면 족해. 네겐 아주 유리하지.......]
사람들은 이 말에는 웃지 않았다. 그들은 이 젊은이의 장난이 정말 지나치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검화가 화를 냈다.
[누가 너의 장단을 맞춰 준다더냐? 난 여기서 기다리겠다. 만일 그가 이기면 나는 다시 가르침을 받겠다.]
청청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당신 혼자 검을 들고 선도파 두 사람이 동시에 덤벼드는 양의검법을 당해 내겠어? 나는 화산파, 그들의 선도파. 각각은 나름대로의 검법이 있어. 나를 충동하지 말아.]
동현도인은 그들의 말이 틀림없음을 듣고 문득 마음이 초조해져서 소리쳤다.
[이제 더 말할 것 없어. 자, 어디 해볼까?]
그가 즉각 칼을 휘두르며 원승지에게로 향했다. 민자화도 따라서 대문을 넘어 들어왔다. 한 명은 오른손에, 한 명은 왼손에 칼을 들고 팔팔 육십사괘의 괘상을 취했다. 두 개의 검이 종횡으로 난무하니 섬광이 번득였고, 검에서 뿜어 나오는 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불빛이 번쩍번쩍 빛났다. 팔괘(八卦)란 각 괘를 둘씩 겹쳐 만든 예순 네 개의 괘를 일컫는다.
예전에 금사랑군이 선도산에 황옥도인과 검법에 대해 이렇게 논했다. 그의 양의검법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그러나 또한 적지 않은 결점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구태여 입을 열어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황옥도인은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 검법에 몇 가지 결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이 검법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천하에 없을 것이다.]
금사랑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후에 온씨 5형제와 대적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보낸 고수중에는 선도파의 검객도 끼어 있었다. 그들의 허점을 틈타 공격했기 때문에 불과 몇 분 안에 양의검법을 격파할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금사비급 속에다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때문에 원승지는 믿는 바가 있어 두려움 없이 그들의 칼을 맞이해서도 태연자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민자화와 동현도인의 쌍검은 질풍처럼 불꽃을 튀며 달려들었지만 끝내 그의 몸에 닿지는 못하였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볼수록 놀라워했다.
정기운이 십력도사에게 말했다.
[이 젊은이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무술만은 뛰어나니, 과연 금사랑군의 명성은 정녕 거짓이 아닙니다!]
십력대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 중에도 이처럼 뛰어난 인재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야.] [저 녀석은 피하기만 할 뿐 공격은 못하잖아? 저것도 무술이라고.......] 민자화는 곧 죽일 것 같은 기세로 원승지의 가슴으로 칼을 내리쳤다. 동현도인도 동시에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좌우개궁(左右開弓) 검법을 날렸다. 두 사람이 협공으로 나오니 그는 피할 수가 없었다. 원승지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왔다. 동현은 아래로 나와 왼쪽 어깨를 돌려 민자화의 왼쪽 팔을 쳤다. 동현은 크게 놀라 칼을 휘두르며 그를 방해했다. 그러자 민자화는 일어서며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자식! 제 주인을 쳐?]
원승지는 이번에 손을 써서 분규를 조정하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원한을 살 생각은 없었다. 민자화의 욕설을 들으니 자기 스승에 대한 치욕이라 생각되어 화가 치밀었으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 이 두 사람을 압도해 버리면 이 사건은 더욱 수습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이들의 위풍을 떨치지 못하게 되면 언제라도 기회를 엿보아 덤벼들 것이니 주위의 사람들도 계속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끝까지 금사랑군의 제자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둘째 형의 체면이 깎이는 것이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단지 오만불손하게 행동하고 평소의 자기 모습과는 반대로 행해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탁자 옆으로 가서 술잔을 들어 벌컥 마시고는 소리 질렀다.
[빨리, 빨리! 내게 술도 부족하고 먹을 음식도 부족해!] 민자화는 그가 자기를 이토록 경멸하는 것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더욱 거세게 칼을 휘둘렀다.
동현도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민사형! 노기를 거두세요. 거두지 않으면 격장(激將)의 계(計)를 꿰뚫지 못할 거요.]
민자화는 그 말을 즉시 알아들었다. 두 사람은 좌우로 돌았다. 쌍검은 더욱 음험하게 빛났다. 그들은 원승지를 원 안으로 유인했다. 원승지는 왼손으로 술잔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을 집어들고 검을 따라 움직였다. 두 사람의 검법이 뛰어 나긴 했지만 어떻게 그를 이길 것인가?
칼 빛이 번득이자 원승지는 갑자기 올가미에서 뛰쳐나와 탁자 위에 술잔을 놓으며 소리쳤다.
[청! 내게 술을 따라 줘!]
[좋아요!]
원승지는 탁자 옆에 서서 왼손으로 의자를 들어 두 사람이 칼을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술잔이 채워지자 젓가락으로 닭다리를 집어들고 의자를 놓더니 다시 술잔을 들고 대청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는 닭다리를 베어 문 채 소리 질렀다.
[양의검법에는 큰 결점을 가지고 있다. 너희들 또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니 어찌 나를 당하겠느냐? 오늘 대결에서 너희들은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났다!]
청청은 평소에도 근엄하고 온후한 이 원형이 돌연한 자태에서 시종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충 비슷하게 해내며 몇 마디 농담도 지껄이는 것을 보고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원승지가 평소에 이렇게 넉살좋은 너스레(弄)를 도대체 어디에서 배웠을까? 아마도 금사랑군을 떠올리며 반은 대사형 황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반은 그때 온가의 집에서 보았던 여칠선생의 허풍에서 본땄을 것이다.
청청은 웃으며 말했다.
[원형, 당신과 숨바꼭질을 하면 당할 자가 없겠어요. 당신을 찾아낼 수 없을 거요. 내가 문장을 지어 무료함을 덜어 볼까요?]
[좋아, 어떤 문장을 지어 보겠느냐?]
동현이 소리쳤다.
[이 녀석, 칼을 받아라!]
청청이 웃으며 말했다.
[있지요. 제목은 <금사의 사자가 검을 희롱하는 우스운 이야기>로 하지요.] [제목이 좋으니 문장도 훌륭할 것 같군.]
청청은 머리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가다듬어 읊었다.
[대저, 칼이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데는 편리한 기구, 바보 천치는 얼간이의 별칭. 첫째 얼간이가 턱이 빠지도록 웃기고 둘째 얼간이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기네. 두 얼간이가 장검을 휘두르며 사람을 죽이려 하니 나는 눈물이 날 지경이라네.]
원승지가 소리쳤다.
[눈물이 날 지경이라. 꼭 들어맞는 얘기로군!]
청청은 계속했다.
[이에 나는 금사랑군의 사자를 기쁘게 바라보네. 그는 비록 어리석다지만 이렇게 우스꽝스러울 줄이야. 사방에서 술잔을 멈추고 싸움을 바라보니, 세 명의 간적은 근심이 밀물처럼 밀려오네. 검법중에 양의검법이라는 것이 있다 하네. 대저택을 걸고 도박을 하니 지고 또 져서 그것을 지킬 수 없네. 선도파의 두 얼간이 손발을 움직이면서도 그들의 결점이 드러나는 것도 모르네. 금사랑군의 사자는 어찌하리오. 나야 물리칠 뿐이지!]
원승지는 청청이 <물리칠 뿐이지!> 라고 할 때 갑자기 몸을 돌려 들고 있던 닭다리로 민자화의 면상을 냅다 후리쳤다. 동시에 들고 있던 젓가락으로 동현의 칼을 끼워 힘을 주어 그 젓가락을 세우면서 소리쳤다.
[칼을 치워! 어서!]
순간, 쨍그랑 소리와 함께 동현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장검을 떨어뜨렸다. 그는 오른손을 세우고 왼쪽 발을 별안간 쳐들었다. 원승지는 두 발을 모아 몸을 날려 그의 공격을 피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만자화의 왼손 곡지혈(曲池穴)을 향해 던졌다. 만자화는 손을 급히 떨더니 급기야 칼을 떨어뜨렸다.
원승지는 한아괘수(寒雅卦水;겨울 까마귀 강으로 간다) 술법을 써서 내리쳤다. 쌍검을 손쉽게 빼앗았다. 그는 재빨리 그것을 양손에 하나씩 나누어 들었다.
[너희들은 한 사람이 하는 양의검법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자세히 봐라!]
그는 칼을 든 채 한 손으로 공격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수비를 하였다. 오른쪽 왼쪽으로 동시에 공격하고 수비하니 과연 양의검법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검법은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했다. 동현과 민자화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은 혼자서도 선도파의 2대 제자가 보여준 검술을 훌륭히 해내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아연실색했다.
원승지의 검술이 절정에 이르자, 칼 빛은 무지개처럼 빛났고 그 기세는 산천초목도 삼킬만했다. 그는 양의검법 육십사 술법을 완전히 해냈다 외마디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쌍검은 그의 두 손에서 빠져나와 천정의 큰 기둥에 가서 꽂혔다. 이 천외비룡술(天外飛龍術)은 화산파 목인청의 필수의 무술이다.
원승지는 그들에게 기막힌 재주를 한 번 보인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원승지는 내심 후회스러웠다.
(아아, 잘못했어! 내가 흥분해서 그만 화산파의 절묘한 기술을 썼으니 둘째 사형을 어떻게 만난다?)
그때 청청이 소리쳤다.
[하하, 누가 내게 아버지라 부르겠어요?]
정기운이 웃으며 거들었다.
[초낭자, 당신이 이겼구료. 자, 받으시오!]
그리고는 곧 금화 무더기를 내놓았다. 원아는 몸을 굽혀 감사해 하며 말했다.
[정숙부, 제가 숙부를 대신하여 주겠습니다. 여기 은 구천 냥은 정도주와 내가 내기에 건 돈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손수 먼 길을 찾아 오셨는데 금룡방의 대접이 소홀하여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여기 이 돈으로 여러분 선배, 숙부, 형님, 언니들이 데려온 하인들에게 각기 백냥씩 나눠주십시오. 내일 제가 여러분 거처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사람들은 다행히 다치지 않고 원한이 해결 된 것을 보고 금룡방의 처치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민자화와 동현만이 대패를 당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초공례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성미 급하게 덤벼서 민대감이 실수하였으니 정말 유감 천만입니다.
지금 이곳의 여러 영웅들은 민대감께 사죄합시다. 원아! 어서 민숙부께 예를 올려라!]
이렇게 말하면서 민자화에게 절을 했다. 초원아가 사제 뻘이므로 먼저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
민자화는 강호에서 훌륭한 사나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만일 후회하면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시 서로 돕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금사랑군의 제자의 무예가 이토록 뛰어나니 자기도 도저히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깨달았다. 게다가 서신을 본 후인지라, 이 기회를 타서 예를 올리고자 했다. 그러나 돌아가신 형을 생각하니 흐르는 눈물을 금할 길이 없었다.
초공례가 말했다.
[민형의 도량이 크셔서 지난 일을 나무라지 않으시니 형제의 감회가 끝이 없습니다. 저택을 내기에 건 것은 이 분의 농담이셨으니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형은 즉시 두 분에게 저택은 별개의 것이라고 말하십시오.] 청청이 턱을 쳐들며 외쳤다.
[그것은 안돼요. 군자의 일언은 금과 옥조와도 같은 것인데 이제와서 어떻게 그걸 번복할 수 있습니까?]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초공례가 이미 저택은 별도로 하자고 했는데다, 팔고자 하는 저택은 민자화의 집보다 십여배 가까이 큰 것이니 이상할 것도 없는데 어째서 언약을 바꾸는 것일까? 초공례는 청청에게 한 번 더 절을 하고 말했다.
[아가씨, 당신들의 은혜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오. 제발 나를 한 번 도와주시오. 형제는 남문에 있고 남경에는 명성을 날리시는 두 분의 배려에 그 분들께서도 모두 만족하실 것이오.]
[이 민대감은 방금 당신을 죽여서 원수를 갚으려 했는데 이제 와서 내게 그를 죽이지 말라니, 아량을 베풀면 만족할 것이라고요? 그가 받아들일까요?] 초공례는 그녀에게 몇 마디 쏘아붙였지만 그녀는 부끄러워 말을 못하고 쓴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는 머리를 돌려 딸에게 말했다.
[이 분께서 이미 민대감의 저택을 원하시니, 너는 사람을 시켜 은 사천삼백 냥을 가져오게 해서 민대감에게 돌려주어라.]
그러자 민자화가 말했다.
[그만 둬! 다 그만 두라구! 내가 무슨 은을 원한다고? 대장부 한마디는 중천금이오. 나와 초맹주님의 원한은 이것으로 해결했소. 나는 내일 고향에 내려가 밭을 갈며 살겠소. 다시는 강호에서 낯 붉히는 일은 없을 것이오. 이 저택은 두 분께 드릴 것입니다.]
그는 한바퀴 돌며 사람들에게 절을 했다.
[여러분들이 먼 길을 오셔서 도와주셨지만 내게는 패기가 없는데다 무예마저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돌아가신 대형께도 원수를 갚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나는 다만 후에 다시 보답할 것입니다.] 원승지는 그의 말이 시원시원하였으므로 그제서야 그를 여지없이 모욕했음을 깨달았다.
[민대감, 대감이 비록 저의 손에 패했어도 사실 저의 무술은 대감과 동현도인의 그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는 개념치 마시고 부디 후배의 무례함을 널리 용서해 주십시오.]
원승지는 두 사람을 향해 엎드렸다. 그리고 일어나 곧 몸을 날려 기둥에 꽂혀 있던 칼을 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와 두 사람에게 돌려주었다.
사람들은 그가 힘도 들이지 않고 칼을 빼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이 젊은이는 무술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겸손하고 예를 차릴 줄도 아는구나.)
그러면서도 스스로 겸손한데다 무예마저 남다른 것을 보고 누구도 뭐라고 달리 말하지 못했다.
원승지가 입을 열었다.
[두 분은 제 손에 패한 것이 아니라 금사랑군의 손에 패한 것입니다. 그는 두 분의 검술을 이미 헤아렸던 것입니다. 두 분 앞에 경박하게 굴어서 두 분을 화나게 한 후 틈을 엿보아 공격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정말 무례했습니다. 금사랑군은 당대의 무인이셨으며 그의 무예는 헤아릴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분의 뛰어남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합니다. 다만 우연히 만나 싸움을 중재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두 분은 그의 손에 패하셨는데 어찌 부끄러워 하십니까? 다만 제가 드리는 말씀을 두 분께서 듣지 않았을 뿐입니다.]
동현과 민자화는 이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마음은 이미 안정을 되찾았다. 동현이 입을 열었다.
[우리 형제들의 체면을 세워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존함을 좀 알려 주십시오.]
원승지는 청청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가씨가 바로 금사랑군의 친 딸, 하(夏)씨. 하낭자이며 저는 원가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금사랑군의 성명도 모르고 있었다가 이제 비로서 하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자화가 초공례에게 절하며 말했다.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내일 댁으로 가서 사죄하겠습니다.]
[원, 별말씀을!]
모두가 떠나려 하자 청청이 외쳤다.
[반동강 칼의 내기는 어떻게 된 거죠?]
초원아는 아버지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안에 들어가 차나 드시지요. 그리고 이 일은 다시 거론하지 말아요.]
[아직도 한 녀석이 나를 친아버지라 부르지 않았어요. 안돼겠는데요?] 그녀는 으쓱하고 득의만만 했지만 방금 매검화의 말 중에서 초원아가 원승지에게 정염을 품고 있다는 것을 듣고는 꺼림칙하여 물러설 수가 없었다. 매검화는 원승지의 무술이 뛰어나고 몸놀림이 괴이한 것을 보고 그냥 물러나려 했는데, 청청이 다시 꼬투리를 잡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매검화는 원승지에게 소리쳤다.
[네가 누구라고? 쌍검을 기둥에 꽂은 것은 <천외비룡>인데 어디서 그걸 훔쳐 배웠지?]
원승지가 말했다.
[훔쳤다고? 내가 무얼 훔쳐 배웠다는 것이야?]
손중군이 말을 받았다.
[제기랄! 역시 그랬었군!]
[빨리 말해! 어디서 훔쳤지?]
[나는 화산파의 제자야!]
손중군은 다시 파르르 했다.
[그런데 왜 금사랑군의 간판을 달고 행세하려고 했어? 좋아! 당신이 화산파라고 실토했겠다!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려고 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여기 우리들 세 사람도 화산파야!]
원승지가 끼어들었다.
[나는 일찍이 그걸 말했었지. 우리와 금사랑군과는 어떤 관계도 없으며 단지 좋은 친구였다고. 당신들 세 사람이 화산파라는 것을 나는 진작에 알았었어. 우리들은 같은 파라는 것도.......]
세 사람 중에 유배생이 비교적 신중하게 말을 했다.
[황사백의 제자라 했는데 난 당신을 보지 못했소. 손사매, 너는 황사백이 최근에 어떤 제자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느냐?]
원승지는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맞습니다. 동필철산반 황사형의 안목은 확실히 높습니다.] 사람들은 원승지가 황진을 황사형이라 칭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
유배생이 물었다.
[누구를 황사형이라 하는 것이지?]
[나의 사부님의 성은 목이고, 사람 인자, 푸를 청자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신검선원>이라고 부릅니다. 동필철산반은 나의 대사형입니다.] 매검화는 원승지가 스스로 화산파라 칭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이제 그가 스승의 사형제라는 소리를 들으니 그의 터무니없는 말이 모두 믿어졌다. 그의 스승은 원래 행적이 기이해서 그 자신도 스승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이 젊은 녀석이 스스로를 사부(師父)라 하니 실로 대담무쌍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나의 사숙이 되는가?]
[나는 감히 세 분의 사숙이라 자처하지는 않겠습니다.] 매검화는 그의 말 속에 장난기가 들어 있음을 알고 입을 열었다.
[나는 화산파의 명예를 더럽힐 수 없습니다. 사숙! 우리 세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고 가르쳐 주십시오!]
매검화는 이미 36, 7세 정도였는데 이렇게 말했다. 민씨의 무사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원승지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귀 사형들이 여기 오시면 몸소 당신들을 가르칠 것이오.[ 매검화는 노기를 띠고 장검을 빼 들었다.
[이 녀석! 아직도 허튼 소리야?]
초공례는 대세가 이미 평온해졌는데 다시 조그마한 사건이 벌어지니 초조해졌다.
[원형이 농담하시는 것이니 매형은 노할 필요가 없어요. 자, 들어가서 술이나 한잔 합시다.]
그는 원승지가 매검화의 사숙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매검화는 사납게 소리쳤다.
[너 이 녀석, 나에게 사숙이라고 세 번 불러 보아라! 나는 형태없는 것으로 답례를 받아야겠어!]
이때 청청이 말했다.
[어? 형태없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나에게 아버지라 불러야 해. 내기에 졌으면 빚을 갚아야 당연하죠. 안 그래요?] 원승지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청!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그리고는 매검화에게 말했다.
[귀사형을 뵌 일이 없고 더구나 세 분은 저보다 연장자이시니 제가 사숙이라는 것도 말도 안됩니다.]
매검화는 눈썹을 곧게 세우고 하늘을 향해 크게 웃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있었다.
[너 정말 우리를 훈계하려는 거냐?]
[우리들 화산파에 대대로 전해지는 12계가 있는데, 제가가 지켜야 할 의무 말입니다. 제 3조, 5조, 6조, 11조는 무엇이죠?]
매검화는 얼른 대답하지를 못했다. 그러자 손중군이 반토막난 칼을 들고 원승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나 화산파의 법령을 외우려므나!]
칼날은 푸른 빛을 띠며 번득였다. 원승지는 단검을 피하고는 오른손으로 위로, 왼손을 아래로 해서 단검을 양손에 잡으며 말했다.
[이것을 횡배관음(橫拜觀音)이라고 하지?]
매검화와 유배생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확실히 화산파의 장법이다. 게다가 적을 맞이할 때 쓰는 것이다. 변화무쌍하고 기묘하여 사부님은 아직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유배생은 한 발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방금 하신 것은 화산파의 장법입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원승지가 대답했다.
[유대형, 당신의 별명은 오정수(五丁手)로 오정개산이라고도 불리며 권력, 장력이 대단하지요. 그러나 우리의 복호장법과 벽석, 파옥권법도 정말 배울만 합니다.]
유배생은 원승지가 방금 한 무술을 보고 이미 탄복했다.
[스승께 배운 것은 결점 투성이니 더 논할 것도 없습니다.] [유대형, 너무 겸손하십니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속으로는 힘이 깊고 돈후하시지만 제자들에게 너무 과욕하시지 못한 탓으로 내실이 견실하지 못한게 큰 흠이었어요.] [사부님의 별칭은 <신권무적>이신데 권법은 과연 오묘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유대형께선 능히 독자적인 권법을 가지실 만한데....... 오정수 3자로도 부끄러울게 없습니다.]
[사람 놀리지 마시오. 나의 무술로는 어림없소. 실로 부끄럽습니다.] 손중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이 젊은이에게 갈수록 공경하는 마음이나 사숙으로 인정하는 것이 못마땅해 견딜 수가 없었다.
[유대형, 어떻게 된 거에요? 다른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말을 빌어 당신을 놀리려 하는데?]
원승지는 그녀를 개의치 않고 유배생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를 사숙으로 인정 하겠습니까?] [당신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무예는 정년 저보다 뛰어나시는데요.......]
원승지는 매검화와 손중군의 무예를 본 적이 있는데, 유배생도 그들과 비슷했다.
[당신의 스승은 내실이 견실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당신이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오? 저의 무예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남의 이름을 사칭했을 뿐입니다.]
매검화는 사제가 그를 이기지 못할 것으로 걱정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고, 동문중에서도 제일인자인 유배생마저 압도당한다면 그의 허튼 소리는 믿을 만한 것이라 여겨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합시다. 내가 지켜 보겠어요.]
유배생이 한 번 절하더니 말했다.
[나의 무예가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가르쳐 주십시오.] [나의 제일의 술법은 석파천경(石破天慶)입니다. 오세요!] [좋아!]
유배생은 잠깐 생각했다.
(나를 위쪽으로 오게 할 것이나, 나는 아래쪽으로 공격해야지.) 그래서 그는 주먹을 쥐고 호흡을 단전하면서 원승지가 아래로 공격해 올 것을 기다렸다. 원승지는 손바닥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돌진해 왔다. 과연 화산파의 절묘한 <석파천경>이었다. 유배생이 오른손을 내뻗자 원승지는 그의 면전으로 질주해 와서 갑자기 멈추었다.
[내 말을 믿지 않습니까? 한 손을 막지 못하면 두 손이 동시에 나갑니다.] 유배생은 그의 기세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당장에 자신의 코를 뭉그러뜨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그가 멈추었기에 피할 수가 있었다.
원승지가 말했다.
[다음에 세 가지는 <역벽삼관>, <포박인옥>, <금강체미>입니다. 어떻게 막아내시겠소?]
유배생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나는 <봉폐수>, <백운출수>, <방화불류>로 하겠소!] [앞의 두 가지는 맞는데 뒤의 것은 틀렸습니다. <방화불류>는 적의 기미를 알아차렸을 때에는 좋은 것이지만 수비를 할 때는 힘이 반으로 줄어 적당치 않죠. 그것으로는 나의 <금강체미>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천근타지>를 쓰겠소.]
[좋습니다. 자!]
[무예의 도에 구애받지 마세요. 사부님은 내게 <역피삼관>은 오른손으로 쓰는 것이라 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왼손도 무방합니다.] 말하면서 유배생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막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유배생은 <백운출수>로 막았지만 상대방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가슴의 급소를 맞았다. 그는 반격하지 못하고 수세에 몰렸는데 두 다리는 땅에 못 박힌 듯 꼼짝하지 못했다. <천근타지>는 과연 천근의 힘이 필요했다. 유배생이 <금강체미>로 나오자, 원승지는 왼손으로 그의 등을 잡았다. 유배생은 아직도 그런대로 견뎌냈다. 두 발로 달려들면서 여유있게 휘둘렀다. 그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원승지가 입을 열었다.
[대형이 나를 막아낸 술법은 아주 잘한 것입니다. 스승님이 가르친 제자들은 정말 비범합니다. 나의 다섯 번째는 <기수식>입니다.] 유배생은 좀 이상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원승지가 설명했다.
[대형이 기수식을 단지 손님에게 행하는 의례적 겸양으로만 여긴다면 적을 맞았을 때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부님께서 이 술법을 창시하신 것은 적을 제압하고 승리를 거두자는 것이지요. 자, 보세요.] 그는 몸을 살짝 움직여 오른손으로 왼쪽 주먹을 싸쥐고 몸을 읍한 자세로 앞으로 질주했다. 그리고는 곧장 유배생의 왼쪽을 강타했다. 상대방도 곧 몸을 날렸지만 그대로 넘어졌다. 원승지는 다시 한 번 뛰어 올라 양손을 연결해서 땅에 내려놓았다. 유배생은 그대로 땅에 엎드려 절을 했다.
[후배가 사숙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원승지도 급히 예를 갖추었다.
[유대형께서는 저보다 연장자 이시니 저희 형제들에게는 형님이십니다.] [저 같은 후배가 어떻게 감히....... 사숙의 권법은 신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다섯 번째 술법은 우리의 권법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입니다. 저는 감격했습니다. 부디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원승지는 살짝 웃었다. 유배생은 이 다섯가지 술법의 요지를 익혀 이후에 그의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그의 권법은 놀랍게 향상되었다. 그래서 그는 평생 원승지를 존중하게 되었다.
매검화와 손중군은 이때 다시 한 번 그에 대해 회의가 일었다. 매검화는 검법에 있어서만은 화산파에서는 정수라고 자부하고 있는 터였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손과 발놀림은 날렵한지 몰라도 검술로는 나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때 손중군이 말했다.
[매사형, 어디 당신의 검법도 시험해 보지요?]
[좋아!
[저는 그대에게 검법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말투는 비록 비교적 겸손했지만 얼굴 표정은 더없이 오만했다.
원승지는 잠깐 생각했다.
(아마도 이 자는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는 모양이지. 여태껏 강적을 만나보지 못했겠지. 기세가 너무 등등하고 오만방자해. 이 자를 한 번 꺾어 놓으면 다시는 화산파의 이름을 손상시키지 않겠지?)
[그 칼은 좀 쓸만 하군요. 그러나 승패가 난 후에는 나의 말이 생각날 것이오.]
매검화가 오만하게 대답했다.
[아직 승부가 난 것은 아니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야!] 그는 장검을 왼손에 빼 들었다.
유배생이 소리쳤다.
[매사형, 머리를 더 수그려!]
매검화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원래 동문끼리 겨룰 때에는 규칙이 있었다.
후배와 선배가 검법을 시도해 볼 때는 고개를 숙여서 적대감이 아님을 표시해야 한다. 그것은 또한 후배가 선배한테 배우는 것이고 존경의 뜻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매검화는 왼쪽으로 고개를 숙여 똑같은 서열로 대하여 끝내 그가 사숙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왼손의 칼을 굳세게 쥐며 말했다.
[칼을 쓰시지요!]
원승지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초공례에게 말했다.
[초백부님, 사람을 시켜 십병검을 가져다 주세요.]
초공례가 황급히 대답했다.
[원상공, 그렇게 부르지 마시오. 만부당합니다.]
초원아는 일찍이 초공례의 제자 몇몇이 썼던 십병검을 꺼내왔다. 그녀는 원승지가 그들의 사문을 위해 애쓰는 것을 보자 가장 좋은 무기를 꺼내왔다. 초원아는 십병검을 탁자 위에 늘어 놓았다. 십병검들은 불빛을 받아 몹시 번쩍거렸다. 사람들은 십병검과 원승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그가 과연 어떤 칼을 쓸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원승지는 그 중에서도 손중군의 반토막난 칼을 집어 들었다.
[나는 이 반토막난 칼을 쓰겠소.]
이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놀라움으로 술렁거렸다. 그 칼은 칼자루도 없는데 어떻게 쓴단 말인가? 원승지는 칼을 들어 오른손 엄지와 식지 사이에 끼웠다.
[자! 덤벼 봐.]
매검화는 드디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가 나를 이토록 멸시하니 내게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네가 진짜 사숙이건 가짜 사숙이건 이렇게 미친 짓을 자행하고서야 어찌 살아 남겠느냐!] 그는 온몸의 힘을 모아 칼을 휘둘렀다. 칼 빛은 섬뜩하게 번쩍였다. 칼 소리가 바람을 갈랐다. 칼 끝이 원승지의 손목을 향했다. 그는 이제 매검화의 칼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칼끝을 쳐다보았다. 날카로운 칼이 원승지의 손목을 살짝 스쳤다. 그러자 그제야 반토막 칼을 뽑았다. 두 칼이 서로 교차했다. 다만 <쨍그랑>, <탑탑!> 하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었다. 순간 매검화가 손에 들고 있던 칼은 칼자루가 토막나 버리고 칼 날마저 땅에 떨어져 버렸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와!> 하고 소리쳤다.
원승지가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를 위해 십병검을 준비했다. 자, 이제 칼을 바꾸지.] 사람들은 그제서야 그가 십병검을 요구한 이유를 알았다. 상대방을 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매검화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 화도 났다. 그는 즉각 탁자에서 칼을 집어들고 원승지에게 달려 들었다. 원승지는 이미 그의 허점을 알고 있었기에 달려들었다. 다시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매검화가 들고 있던 장검이 이번에도 두 동강이 났다. 그는 이어서 세 번째 칼을 집어들었으나 그 칼도 곧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보다 못한 손중군이 입을 열었다.
[저 괴상한 검법은 어떻게 된 거죠?]
원승지는 토막난 칼을 치우면서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는 탁자 위에 있는 칼 두 자루를 집어서 한 자루는 매검화에게, 한 자루는 손중군에게 주며 말했다.
[다행히 당신들은 우리 문중 사람들이어서 화를 면했다. 이것은 혼원공인데 당신은 이것을 괴법이라고?]
매검화는 이때를 틈타 갑자기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는 전광석화처럼 재빠르게 그에게 달려들었다. 실로 눈깜짝할 사이였다. 원승지가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하면서 소리쳤다.
[덤벼라!]
매검화는 <창응박일(蒼應搏逸)을 썼다. 원승지도 따라서 이 검법을 사용했다. 매검화는 격식대로 몸을 피했다. 그는 원승지의 칼이 자기 몸을 스쳐감을 알았다. 매검화는 그의 칼끝을 느끼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이리저리 칼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위협했으나 결국 같은 문하의 사질(師姪;스승의 조카)이었기 때문에 큰 해는 가하지 않았다.
원승지는 그가 이미 떨고 있음을 알았다. 결국 그는 사질이었기 때문에 칼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
[이건 우리 문중의 검법이야. 아직도 배우지 않았겠지?] 매검화는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쉬었다.
[이것을 <부골지저>라고 부르지요?]
원승지가 이름은 듣기에 좋지 않아도 검법은 매우 유용한 것이야.] 그때 청청이 소리쳤다.
[당신을 무영자(無影子)라고 불렀는데 어떻게 배후에서 사람을 찌릅니까? <무영자>라는 별명을 <검영자(劍影子)>라고 고쳐야겠어요.] 매검화는 시무룩하니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이 20년 익혀 온 검술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보니 더없이 마음이 우울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해봅시다!]
원승지가 차분이 말했다.
[이것은 모두 본문의 정통 무공이오. 그런데 어째서 잡학이란 말이오? 좋소, 그럼 또 칼을 잡으시오.]
매검화는 다시 칼을 들고 원승지를 공격하였다. 원승지는 원을 그리며 비호같이 공격하였다.

- 계속

* 옮긴이 덧붙임
말도 안맞는 구석이 너무도 많아서 옮기는데 고생이 많았습니다.
지금 봐도 안 맞는 구석이 많아요. 가령 호칭이라든가, 말투라던가, 문단 이라던가.
그래서 말투는 가급적 손대지 않았고 호칭은 상황에 따라 마구 변해서 그 대로 썼습니다. 그러나 문맥이 안 맞는 부분은 말이 되게 손을 대었습니다.
<금사검> 제본을 읽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엄청스럽게 이상하다는 것 도 아시겠죠?
그럼 계속 애독해 주세요.
원제: 벽혈검(碧血劍) / 김용(金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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