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 14

3학년2반 | 2022.01.21 07:56:20 댓글: 0 조회: 608 추천: 0
분류인터넷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3992

달빛 조각사 14 권

차례
1.드워프 마을 아이언핸드
2.쿠르소
3.조각술 으뢰의 비밀
4.전율의 지휘간
5.데스핸드와의 싸움
6.대륙의꿈
7.어린 드워프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8.정령 창조
9.어두운 게이머들의 대화
10.황야의여행자
11.다인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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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드워프 마을 아이언핸드』

"저기요, 조각술 스킬이 몇이세요? 중급은 확실히 넘으신 것 같은데, 중급 6레벨 정도 되나요?"
"제가 아끼던 철광석 하나 드릴 테니, 어떤 식으로 조각품을 만드셨는지 비결이라도 좀 알려 주시면 안 되나요?"
드워프들이 짧은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는 특이한 광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위드가 조각사 길드에서 영원한 조각사의 길을 걷게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띠링!

-영원한 조각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조각술에 대한 진지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면서 일부 스텟에 변화가 생깁니다. 웅장한 예술성과 높은 기량을 성취하게 되는 데에
다소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각사의 세계에 정식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귀족들과 왕족들이 그대의 이름을 조각사 길드 등을 통해서 듣게 될 것이고, 다른 조각사들은 불타는 경쟁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무한한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 창조성을 가진다면 조각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 할 수 있게 됩니다.

-조각술에 대한 열정으로 예술스텟100이 증가합니다.
-매력이 50 늘었습니다.

-조각술과 관련 스킬들의 효과가 20% 증가합니다. 특정 영구 소모 스킬들의 경우에는 레벨과 스탯 소모량이 20% 감소합니다.

얻을 수 있는 다른 헤택들을 포기하고 택한 조각사의 길.
위드는 이미 조각술 분야에서는 유저들의 중심에 서 있다.
군중의 관김을 받으면서 만든 조각품이 세상을 놀라게 만들 수 있을 테니 굉장한 영광과 명예가 따라오는 길이었다.
드워프 교관이 말했다.
"조각술의 심오한 세계는 평생을 바치더라도 끝을 보기 어려운 것이라네. 모험과 사냥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 조각술을 업신여기지만, 선조인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는 모험을 무척 즐겼다고 하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가?"
주변에서 조각술을 성장시킨 비결을 알려 달라고 떼를 쓰던 드워프 들이 잠잠해졌다.
드워프 교관이 무언가 정보를 이야기 하는 것 같으니 유심히 듣는 것이었다.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다던 퀘스트에 나오는 그 드워프의 이름이잖아'
'헌데 시작하는 설명이 그때와는 좀 다른데.'
'어서 못들어 봤다고 해!'
드워프 들이 교관의 말을 더 들어 보기 위해 내심 안달을 내고 있을 때였다.
위드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뛰어나오는 추임새.
"그랬군요. 도전을 즐기는 우리 드워프 에게는 참으로 바람직한 자세 입니다. 드워프 조각사라면 탄탄한 다리로 어디든 걸어 다닐 수 있죠."
"암. 그렇지, 체력이 약한 인간 따위나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게지."
"여행의 멋과 낭만은 역시 도보입니다. 직접 걸을 때에만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이 있는 법이죠."
"역시 자네는 뭔가를 아는군."
구경하던 드워프들은 좀 짜증이 났다.
'무슨 교관과 이렇게 화기 애애하게 대화를 나눠.'
'언제까지 수다만 떨려는 거야.'
드워프 교관이 다시 정색을 했다.
"아무튼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 드워프였지만, 누구도 그분을 해치지 못하였지. 엘프들에게도 극도의 존격을 받는 유일한 드워프라고 할 수 있네. 거만한 엘프들은 우리 드워프들을 존경할 줄 모르지만, 그분에 대해서만큼 예외였지."
"매우 훌륭한 조각사였던 것 같습니다. 엘프들은 웬만해서는 조각사를 싫어할 텐데요."
엘프의 종족적인 특징이었다.
그들은 나무나 바위, 혹은 점토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조각품을 경멸했다. 모든 사물들은 자연 그 자체로 완전한데 인위적으로 조각한다는 것을 마땅치 않아 했다.
조각을 위해 나무들의 생명을 빼앗기 때문에라도, 엘프들은 조각사를 굉장히 싫어했다.
그런 이유로 엘프들의 숲에는 조각사 길드조차도 없었다.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지.
그분의 조각술은 가히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으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남겨진 작품들이 없어."
자하브의 조각품은 로자임 왕구에서 탄압을 받아 대부분 파괴되었다. 하지만 예쑬품 수집가들의 창고나 다름 왕국의 왕성 등에는 상당수 보관되고 있었다.
교단의 신전이나 전사의탑, 마법사의 탑에도 흔히 거장들의 조각품들이 보존되어있는데,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는 아예 자신의 작품을 후대에 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은 그래서 드워프들 사이에서만 그분의 실력을 짐작 하고 있을 뿐이지. 교만한 엘프들은 자신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우리 선조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하지 않고‥‥."
"제자나 가족도 없습니까?"
위드는 어떻게든 켄델레브의 후인이라도 보고 싶었다.
"없다네. 혼자 다니기를 너무 좋아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쓸쓸하게 지냈다는군. 마지막에 그분이 지내시던 곳이 어디 였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아. 다만 우리 드워프들은 자신이 만들 작품을 매우 사랑하지."
"그렇지요."
드워프들은 자신이 만든 무기나 방어구, 예술품들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종족이었다.
"평생 만든 조각품을 아무도 볼 수 없게 파괴해 버렸다고는 믿지 않아. 추측일 뿐이나 아주 찾기 힘든 곧에‥‥ 우리 드워프들 중에서조차도 뛰어난 장인이 아니라면 들어가지 못하는 그런 곳 어디엔가 자신의 거처를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 안목이 남다른 조각사라면 그곳을 발견 할지도 모르지."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도 모르겠군요."
"혹시라도 그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거든 꼭 나에게도 알려 주게. 오만한 엘프들과 인간들의 콧대를 눌러 주고 싶어서그러네."

띠링!

-조각술 교관 조르비드의 부탁
드워프 조각사 길드에 오래전부터 흘러 내려오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드워프들에게도 불과 물, 밝음과 어둠을 조각할 수 있는 조각사가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드워프들은 질이 뛰어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종족이긴 하지 하지만 높은 기량이 있다고 해도 예술에 대해서는 무지한 어린아이와 같아. 키도 작은 그들이 조각품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나? 하하하!"
엘프들이 했던 모욕적인 언사도 숲에 메아리쳤다..
"드워프들은 자연이 주는 신비함과 아름다운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있어요."
모든 드워프들에게 굴욕적인 말이었지만, 항변할 수 없었다.
드워프 자긍심을 되찾기 위하여,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의 흔적을 찿아라.

난이도 : 드워프 종족 조각사 퀘스트.
보상 : 드워프들의 영광
퀘스트 제한 : 드워프 조각사 한정.
실패할경우 드워프 말을에서 인간, 엘프 들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됨.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드워프들이 극구 만류했다.
"이 교관 또 이퀘스트 내놓네."
"받지 마세요. 조각술을 이제 막 익힌 드워프들에게도 막 내주는 저급 퀘스트예요. 일단 받고 나면 포기도 어렵고요,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퀘스트예요. 장담해요."
"저 이퀘스트 받아 봤는데, 켄델레브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라요. 이틀이나 고생하다가 내던진 퀘스트예요. 하락한 명성이랑 친밀도 다시 올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드워프 들은 처음 보는 드워프에게 주는 의뢰라면서 절대하지말라고 만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상당히 의아하기는 했다.
'그때 나한테 늘어놓던 의뢰 설명과는 조금 다르기는 한데‥‥‥.'
솔직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다짜고자 켄델레브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냐면서, 본인이 궁금하다고, 알아봐 달라고 강압적으로 의뢰를 한다.
종족 퀘스트, 성공하면 추가적인 보상이 있을 것 같아 받아들였지만, 땅을 치고 후회한 드워프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위드에게는 무언가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 주는 것이었다. 명성과 친밀도 그리고 조각술의 수준에 때라 교관의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는 예다.
그리고 위드는 말했다.
"우리 드워프들에게도 위대한 조각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저는 믿습니다. 엘프들의
높은 콧대를 뭉개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찿아보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셧습니다.

"고맙네.꼭 찾기를 바라겠네."
교관이 감사의 뜻으로 조각용 엘프목을 선물해 주었다.
"아! 정말 퀘스트를 받아들였어."
"그렇게 말렸는데..님,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취소하세요."
옆에 있던 드워프들이 더 극성이었다.
솔직히 뭔가 불안하기는 했다.
본인이 받았던 퀘스트가 실패할 무렵만 해도, 아무도 깨지 못할 퀘스트라고 여겼다. 그런데 위드가 받으니 왠지 모르게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 것이다.
"교관님, 저도 그 켄델레브란 조각사에 대해서 믿습니다. 저도 찾아보고 싶습니다."
"저도..."
"자네들은 예전에 이미 실패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런 좋은 일에는 많은 드워프들이 참여할수록 좋겠지."
눈치 빠른 드워프들은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고 교관으로부터 같은 의뢰를 받아 냈다.
그 틈을 타서 위드는 조용히 조각사 길드 밖으로 나왔다.
* * * * * * * * * *

드워프 마을 아이언 핸드는 험준한 산봉우리를 따라 지어졌다.
대장간이나 집 들이 경사지게 지어지고, 광장은 계단 형태로 만들어져있다. 평평한 지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좁아서 비싼 자릿세를 내야 했다.
어느 마을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물픔들을 팔교,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광장만큼 좋은 장소가 없었다.
위드는 그 광장의 구석에 자리를 잡은 채로 조각품을 깎았다.

사각사각.

"저 드워프가 조각술이 뛰어나던데, 정말일까?"
"두고 보면 알겟지. 아무도 깨지 못했던 켄델레브의 퀘스트도 자신 있게 받아들였대."
"잘 지켜봐야겠어."
위드를 감시하는 드워프들도 있었다. 켄델레브의 퀘스트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갖고 있던 유저들.
퀘트르를 해결하기 위해 위드를 따라다닐 작정이었다.
위드는 자리를 뜨지 않은 채로 조각품만 만들었다.
둥그런 나무토막을 빙글빙글 돌리며 마치 사과 껍질 깎듯이 잘라 내는 신묘한 기술!

드워프가 되고 난 이후에도 미지의 존재들이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무시해서 미안해. 어서 나를 조각해 줘.
-나를봐 나를 보고 조각하란 말이야. 조각사란 원래 그런 존재잖아.
-약해. 나약해. 힘을 갖고 싶지 않아?

조각술의 비기를 써서 드워프로 변신한 탓인지, 유혹의 말을 속삭이는 그들의 태도에 정중함이 깃들었다.
조각사 길드에서 실력을 보여 줄 때부터 저주를 걸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마음 놓고 조각을 했다.
"지,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 조각품을 만들어 드립니다. 줄을 서세요, 줄을!"
그러면서 어린 드워프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아먹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드워프들은 장인의 직업을 많이 택하지 않지만, 워리어나 전사가 되는 이들도 많다. 또 체구가 작으면 전투 시에 유리함도 상당히 컸다.
그럼 드워프들에게 조각품을 만들어서 팔아먹고,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찾아온 상인들, 관광객들에게도 조각품을 판매한다.
"1쿠퍼만 더 주시면 안 되요?"
"열심히 만든 조각품인데‥‥. 1개만 더 깎아 주세요. 싸게 모실게요."
"특별 할인 행사합니다. 지금 조각품을 깎는 분에게는 30% 할인! 선착순 5명까지만 받습니다."
영업을 위한 각종 멘트들에, 감시하던 드워프들의 자존심이 붕괴되어 갔다.
지켜보던 드워프들의 절받이 떨어져 나갔다.
감시자들을 떨어트리기 위해 벌인 일이었지만, 위드는 정말로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다른 마을이나 왕궁에서 조각품을 깎아서 팔던 것과는, 고객들의 반응이 차원이 달랐다.
"드워프가 만드는 것이니 뭔가 다르겠죠. 1골드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참 예쁘네요."
"드워프 마을에 온 기념품이라고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주신 거예요? 고맙습니다."
드워프 장인 정신을 존중하여, 웬만해서는 부르는 값을 그대로 쳐준다. 인간들의 마을에서 잡상인 취급을 받던 때와는 달랐다.
손님들의 외모를 드워프의 형태로 익살스럽게 변형해서 주는 조각품도, 절정의 인기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서 간혼 만들어지는 걸작들!

띠링!

-걸작! 드워프 소년를 완성하셧습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유쾨한 드워프 어린이.
동심을 찾아보기 힘든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덜 자란 수염은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자세히 본다면 조각사의 심도 깊은 예술성이 어딘가에서 발견될 수도 있음

예술적가치 : 자질 있는 조각사의 작품 73.
특수 옵션 :행운 7 상승.
지금까지 완성한 걸작의 숫자 : 34

-조각술 스킬의 숙력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1 올랐습니다.

자잘한 물품들을 조각했을 때에는 걸작이 잘 나오기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매우잘했다 싶을 때에도,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올 정도 였다.
그런데 영원한 조각사의 길을 걷기로 한 이후로는 걸작들이 상당히 번번하게 나왔다.
'스킬의 효과가 늘어난 덕분이겠지.'
위드를 흡족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였다. 조각술만이 아니라 연관 스킬들의 효과도 20%나 늘어날 테니까.
조각 검술은 위력이 20% 늘어나고, 조각 변신술은 종족의특성이 강화되었다.
매에 갈무리 하던 완속도 높은 경지를, 이미 10대 중반에 불법 아르바이트를 하면거 터득한 위드였다.
그렇게 걸작들을 45개가량 모았을 무렵에는 돈도1.200골드나 벌 수 있었다.
다른 장인들에 비하면 푼돈이었지만, 모든 자산을 모라타에 투자하고나서 빈털터리 신세였으니 이마저도 귀한셈!
위드는 밤새 조각품을 만들었다.

아침이 되면 드워프해방단체 소속의 드워프들이 광장을 돌았다.
"하루치 세금을 남부하게!"
광장에서 상업 행위를 하려면 세금을 내야 되고, 세금을 내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난다.
아이언핸드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길드는 드워프해방단체!
드워프해방다넻가 지배하는 마을들의 세율은 다른 곳보다 높은편이라서, 무려35%나 되었다.
살인적인 고세율!
단체의 이름과 걸맞지 않게 횔포를 부린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이름은 바꾸면 좋겠군. 드워프 착취단체가 더 나을 텐데.'
드워프해방단체를 포함하여 8개 정도 길드들이 토르 왕국의 중소 마을들을 다스리고 있다.
악룡 케이베른에게 매달 생산품들을 상납하는 데다가 또 길드들이 뜯어 가서, 어지간한드워프들은 부유하지 못했다.
대장장이 스킬이 중급에 이른 드워프들은 두 눈을 부라리면서 세금을 깎아주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고 엄포라도 놓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영향력도 안 되는 이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달라는 세금을 그대로 내야만 했다.
드워프해방단체에서는 위드에게로 다가왔다.
"아트핸드, 너도 세금을 내야지."
"어르신들,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의 가난한 드워프입니다."
"다른 조각사들도 다 세금을 내고 있다. 그리고 듣기로는, 꽤나 잘 버는 축에 속하다던데."
"제가 조각술에만 매진하면서 손님들이 다소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른 이들이 저를 질투하며 중상모략 하고 있는 거지요. 조각사가 벌어봐야 얼마나 벌겠습니다?"
"15골드만 받아 주세요."
"20골드 한푼도 못 깎아 주니, 싫으면 마을을 떠나."
워리어 드워프들의 협박 속에 위드는 20골드를 납부해야 했다. 다른 무기 장인들이 수백 골드씩 세금을 내는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이런 수입들이 모여, 드워프해방단체의 수익은 엄청났다.
악룡 케이베른의 비호 속에 몬스터들이나 다른 왕국의 침입이 없으니 군대를 유지할 이유도 존재하지 않았다. 드뤄프 세력끼리 충돌은 가끔 벌어졌지만, 심한 수준으로 확대되지 않고 금방 사그라졌다.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공성전이 어려운 종족이었다.
지형이 험한 산에 마을이나 도시들이 지어져 있어서 수비하는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마법사나 궁수의 직업을 택할 수 없나 보니 공격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드워프들은 왕국에 실망했다.
그들에게는 고향이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쌓으면 베르사 대륙 전체로 흩어지게 되는 이유였다.

* * * * * * * * * *

"아! 참 예쁜 조각품이네요, 최근 만드신 것 중에 제일 좋아요."
"무슨 소리야, 핀. 어제 만든 황동상이 더 위엄 있었는데.드워프 꼬마의 심란한 상태라는 조각품이 얼마나 괜찮았나."
"여자가 보기에는 오늘 만드신 조각품이 더 마음에 든다니까요."
위드나 만든 조각품을 가지고 옥신각신 싸우는 두 사람이 있었다.
드워프 대장장이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헤르만. 그는 조각품을 만드는 위드를 보자마자 말했다.
:"자네는 대장장이 기술도 뛰어날 것 같아 보이는구만."
위드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셧습니까?"
"탁보면 알지. 자네는 원래 이곳 토박이 드워프가 아니지?"
"예."
"이곳 드워프끼리는 서로 안면 정도는 트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다른 이들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드워프더라고,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르다네."
수염의 길이, 모발의 색깔, 재킷을 형태, 머리의 크기까지도 드워프들의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다른 인간이 보기에는 구분하기 어려워도, 정작 같이 소속된 드워프라면 알아보기 쉬운 법이다.
헤르만이 수염을 가볍게 쓸면서 얘기했다.
"토르 왕국의 조각사 드워프들은 내가 어느 정도 아는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 중에 자네와 같은 이는 없었어."
"조각사를 알고 계시는군요."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지. 조각술이야말로 손재주의 기본이 되는 스킬이 아닌가?"
"...."
"조각술의 경지에 이르도록 수련했다면 다른 스킬들을 배우지 않았을 까닭이 없지. 대성하기는 어려워도, 일정 수준 까지는 쉽게 익힐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 드워프가 많나 봅니다."
"조각술을 익힌 드워프라면 거의 대부분 그럼 꿈을 꾼다고 봐도 되겠지. 하지만 솔직히 그 숫자가 많진 않을 거야. 조각술 하나만 익히기도 벅찬 마당에 다른 스킬들까지 어찌 익히겠는가? 하지만 자네정도라면 가능할 것도 같군."
"어째서 저를 그렇게 높이 쳐주시는지요?"
"자네가 이 자리에서 빵 부스러기를 먹으며 조각품을 만든 지 몇 시간쨰인지 아는가?"
위드는 시간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벌써 22시간째야. 침착성과 끈기 그리고 범상치 않아 보이는 조각술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틀립없이 다른 스킬들도 익히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을 뿐이네."
드워프 중에는 유난히 나이 많은 유저들이 많다.
생산, 제조 등의 특정한 분야에 매진한다는 것은 형기가 왕성한 젊은 청년들에게는 심심하고 지루한 까닭이다.
헤르만도 40대 중반의 지긋한 나이를 가진 유저였다.
아들과 딸은 다른 왕국에서 군인, 정원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서너 달에 한 번씩 들른다고 한다. 헤르만은 자식들이 오면 만들어 놓은 무기와 방어구들을 손봐 주는 재미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헤르만과 함꼐 있는 여성 유저의 이름은 핀.
귀여운 이름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종족은 요정족!
파리크기의 페어리들과는 달리, 성인 인건과 비슷한 몸을 가지고 있는 요정족이었다. 직업도 정령술사였는데, 드워프 마을에 여행왔다가 정착했다. 핀이 익히고 있는 정령술의 특징때문이었다.
대지계열의 졍령술이 토르 왕굴에서는 효과가 배가 된다.
졍령술을 골고루 익히기 위해, 취약항 대지 계열 정령술을 중급 이상까지 올리고 싶다면서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위드는 아이언핸드 마을의 광장에서 이십여 일간 조각품을 만들면서 두유저 외에도 다수의 드워프 주민들과 친분을 나눴다.
"아트핸드, 주문한 수제 자개장은 끝났나?"
"예. 여기 만들었습니다."
위드는 미리 만들어 두었던 자개장을 건넸다.
순수한 조각품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간단한 가구들. 손이 많이 가는 가구들은 만들 수 있었다.
목공, 철공, 각종 절단, 세공, 붙임 등 조각술은 손으로 하는 모든 작업의 기본과 같은 기술이었으니, 실용적인 면도 은근히 뛰어나다.
자개장은 꼼꼼하고 쓰기 편해야 된다. 그러면서 예술적인 면이 필요해 쉽게 만들지 못했다.
"좋아, 아트핸드! 어려운 부탁이었을 텐데 재대로 마음에 들어. 과연 우리 드워프 일족답게 꼼꼼하게 마무리해 주었군."
드워프가 값을 치르고 자개장을 받아 떠났다.
위드도 이런 거래는 만족이었다.
재료비가 많이 드는 자개장 같은 의뢰는 제법 돈이 남으니까.
"아트핸드, 부탁했던 검집 세공은 어찌 됐어?"
"여기. 다 해 놓았습니다."
"고마워. 다음에 또 부탁하지."
드워프들은 계속 찾아왔다.
"아저씨, 제가 떨어트려서 깨진 학 조각상은 다 고쳐놨어요? 엄마한테 들키면 큰일 나요."
"고급 접착제를 이용해서 목부분을 원래대로 붙였단다."
"전혀 티가 안 나는 거죠?"
"그럼."
위드는 드워프 주민들이 부탁하는 모든 의뢰를 해치우고 있었다.
가끔 특별한 조각 품을 만들어 달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소한 읠회들이 주를 이루었다, 드워프들은 크게 원하는 예술품이 있다면 스스로 만드는 종족이지 남에게 부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드워프 주민들이 요청하는 의뢰들은 명성이나 친밀도, 보상이 그리 크니즌 않았다.
가끔 까다로운 조각품 제작 의뢰에만 신경을 집중하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는 수준!
그때 붉은 조끼를 입고 있는 주정뱅이 드워프가 거리를 걸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디 있지? 어디에 가면 구할 수 있을까. 아저씨와의 약속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모습을 발견한 위드는 눈을 빛냈다.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을 끝낼 떄가 되었군.'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에 대해서는 마을의 어떤 드워프도 알지 못했다. 토르 왕국의 이들이 조사를 해 보지 않았을리가 만무했던 것.

-그들은‥ 태초부터 있어 왔지만 형태를 갖추지 못한 존재들. 조각술을 사랑하는 자여, 그대가 가야할 길은 작은 이들의 왕국. 고집 세로 섬세한 그들이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는 장소에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 떄문이 아니더라고, 프레야 여신의 기원으로 얻은 정보를 위해서라도 위드는 가야할 장소가 있었다.
위드는 주정뱅이 드워프를 향해 말했다.
"혹시 좋은 철광석을 찾고 계십니까?"
"맞아! 맞아! 어떻게 알고있지? 아냐.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아무튼! 혹시 쓸 만한 철광석을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 좀 팔겠는가? 어려운 부탁인 것은 나도 알아. 다른 드워프 들에게는 감히 이런 부탁을 안 할 거야. 자넨 곤경에 빠진 이들의 청을 거절하지 않는다니까 해 보는 소릴세."

-드워프 데인핸드의 요청.
게으른 주정뱅이 데인핸드는 대장간에 가져다주기로 한 철광석을 매번 정해진 시간 내에 준비하지 못해서 매우 곤경에 빠져 있다. 드워프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소 무리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철광석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다.
난이도 : F
보상 :금전적인보답.
퀘스트제한 : 2등급 이상의 철광석20개

위드에게는 드워프들의 외뢰를 받으면서 보상으로 받은 철광석이 있었다. 드워프 주민들은 돈이 아니라 주로 광석이나 단검들을 주었던 것이다.
"제가 철광석을 구해 드리겟습니다."
"그래주겟나? 정말 고맙네."
-퀘스트를 수락하셧습니다.

"그럼 시간이 급한데 말이야. 언제까지 철광석을 구해다 줄 수 있겟나? 난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드워프야. 자네도 약속에 늦지 않게 철저하게 지켜줘야 되거든."
"마침 지금 가지고 있는 철광석이, 있으니 바로드리겟습니다."
위드는 배낭을 뒤적여 2등급 철광석 20개를 골라 건내주었다.
"이, 이렇게 고마을데가! 이거라면 대장간 노블핸드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겟구만!"
띠링!

-드워프 데인핸드의 요청 완료
데인핸드는 철광석을 받아서 대장간에 가져다줄 수 있게 되었다.
퀘스트 보상: 데인핸드에게 직접 요구하십시요.

데인핸드가 물었다.
"그래, 철광석의 가격으로는 얼마나 주면 되겠나? 시세보다 20실버쯤 더 쳐주면 되겠지?"
2등급 철광석 1개의 시세는 1골드30실버.
상인이 흥청을 통해 넘기는 금액은 이보다 높을 수도 있지만, 위드에게는 괜찮은 가격이였다.
그러나 위드는 터무니없다는 듯이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급한 사정을 이용해서 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드워프가 아닙니다. 원래 시세인 1골드30실버만 주시죠."
"그럼 그렇게 할까? 실은 선술집에 밀린 맥주 값을 내야하는 처지이긴 해."
데인핸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워했다.
"자네, 참으로 마음에 드는 드워프로군. 철광석을 20개나 가지고 다니는 걸 보니 철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야. 그리고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고 제 가격을 받으려고 하다니, 매우 양심적인 드워프군."
위드는 철광석의 가격으로 26골드만을 받았다. 그러자 데인핸드가 선심쓰듯 말했다.
"혹시 노블핸드 어르신의 대장간을 구경해 보고 싶지 않나?"
위드는 전혀 모르는 드워프처럼 반문했다.
"대장간요?"
"원래 아저씨는 친한 드워프들이 아니라면 대장간에 누가 들어오는 것을 무척 싫어하시지만, 내 부탁이라면 거절하진 않을 거야. 난 선술집에 가야 해서 바쁘니, 대장간에 이 철광석도 가져다주면 좋겟어."
다시금 나타난 난이도F급 퀘스트!
철광석 20개를 드워프 노블핸드의 대장간까지 가져다주는 간단한 의뢰였다.
위드는 의뢰를 받거ㅗ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르만과 농담을 하며 놀고 있던 핀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퀘스르트를 하러 가시는 거예요?"
"네."
"성공하시길 빌어요."
헤르만도 손을 흔들었다.
"수고하게."
"그럼 다음에 뵙겟습니다."
위드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인 후에 발걸음을 옮겼다.

* * * * * * * *

"가네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는 않겠죠?"
"목적했던 바를 이루었으니까. 역시 데인핸드의 의뢰를 기다리고 있었군."
그가 멀리 떠나는 것을 보며 핀과 헤르만은 아쉬운 눈길을 보냈다.
헤르만이 광장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쿠르소로 가기위한 여덟 가지 방법. 가장 쉬운 방법은 데인핸드의 의뢰를 잡는 ㄱ지만, 상당한 끈기가 필요하지"
"그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어딘가 정보통이 있지 않았겠나. 아무튼, 더 이상 우리도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겠어."
헤르만과 핀이 자리를 털고 있어났다.
광장의 다른 드워프들은 잠시 그들을 눈여겨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다시 쿠르소로 돌아가는 건가요?"
"그래야지. 우리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먼저 가서 기다리다가 놀라게 해주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어린 아갘시가 그에게 빠진 모양이로군."
"숙녀를 놀리지 말아욧! 그리고 그런 거 아니란 말이예요."
핀은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고개를 흔들때마다 요정족 특유의 초록빛 더듬이가 머리카락 사이에서
잠깐씩 보였다.
헤르만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껄껄! 이상한 매력이 있지? 평범해 보이면서 무심하고, 괜히 시건을 잡아끄는 그러한 매력 말이야."
"그래요. 솔직히 신경이 쓰이기는 해요. 드워프를 남자로 느껴보기는 처음이거든요. 그런데 아직 사랑이나 애정같은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리고, 뭐?"
"그래고 말해 두지만, 조각품을 만들 떄의 손 움직임은 충분히 매력적이예요.
"껄껄껄!"
헤르만은 유쾌하게 웃음을 지었다.

2부 『쿠르소』

드워프의 대장간에도 등급이 있다.
실력이 낮은 축에 드는 드워프들은 마을의 아래쪽에 대장간을 차렸다.
물론 그들의 솜씨도 인간이나 다른 종족들보다는 훨씬 뛰어난 편. 파손이 심한 무기나 방어구의 수리 따위는 금세 해치워 버린다. 대장간에서 직접 생산한 물품들의 품질도 나쁘지 않아, 상인들의 손에 의해 베르사 대륙 전역으로 팔려 나갔다.
노블핸드의 대장간은 아이언핸드 마을에서도 가장 위쪽에 있었다. 그만큼 존중받는 드워프 장인이라는 뜻이다.
위드가 대장간으로 찾아갔을 때, 드워프 노블핸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끼의 날을 세우는 중이었다.
:무슨 일인가, 어린 드워프!"
"데인핸드를 대신해서 철광석 20개를 가져왔습니다."
"그 어린 녀석이 이번엔 웬일로 약속을 지키는군. 혹시라도 내가 풀무질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구석에서 지켜봐도 쾐찮아."
퀘스트에 성공하고 나서도 3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노블핸드의 의뢰도 받았다.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할 시간이 없다면서, 알아서 녹여 철괴로 만들어 오라는 의뢰!
굳이 지정된 대장간에서 주문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위느는 철광석에서 직접 순도 높은 철을 뽑아냈다.
대장장이 스킬 초급 3레벨만 되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급했는데 일을 빨리 잘 처리해 줘서 고맙군. 그리고‥‥."
노블핸드는 철괴를 보더니 크게 놀랐다.
"어떤 드워프가 이 철괴를 만들었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적단한 무게 배분에 크기가 일정핟고 순도도 높군. 이런 실력의 대장장이라면 100개의 검을 만들더라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겟어."
노블핸드는 위드가 만든 철괴를 크게 칭찬했다.
검을 100개 만든다고 하면, 아무래도 몇 개는 의도치 않는 실패작이 나오기 마련이다. 미세한 재료량의 차이, 불의 온도, 두드리는 강도에 따라서 말이다.
나무 조각품의경우에는 철보다 훨씬 적은 질량을 가지고 황금 비율을 맞춰야 하며, 조각의 세밀도도 훨씬 높다.
나무 조각품으로 단련된 덕분에 그리고 손재주 덕에, 철괴의 일정함을 유지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노블핸드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런데 양이 40그램씩 모자란 것 같은데‥‥. 20개의 철광 석에서 이 정도의
철밖에는 추출되지 않았나?"
"‥‥‥."
"뭐, 이 정도의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으니 넘어가지. 혹시 자네도 모두가 놀랄 망한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싶지 않나?"
다크 게이머 길드의 정보를 읽었을 때 여기서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 무기를 갖고 싶습니다. 드워프들이 만든 무기만이 그에 걸맞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블핸드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래. 우리드워프들만이 고아물을, 보석 들을 다룰 능력이 있지. 인간들의 실력은 절대 우리를 쫓아오지 못해."
드워프들의 끝을 모르는 자부심!
불을 다루는 일에서만큼은 최고로 정평이 나 있었으니 근거 없는 자만심은 아니었다.
:드워프의 무기라....자네는 얼마나 되는 무기를 구매하기를 원하나?"
비싸게 부른다고 해서 사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만 부르면 된다.
위드는 당당하게 말했다.
"5천억 골드짜리 무기를 사고 싶습니다."
그러자 노블핸드는 버럭 짜증을 냈다.
"5천억 골드! 우리드워프들이 가진 돈을 다 합쳐도 그렇게는 안 되겠어.
이렇게 허황된 꿈을 갖고 있을 줄 몰랐군. 썩 내 대장간에서 나가게!"
이대로 물러나면 그간의 고생은 모두 헛일이 된다.
위드는 급히 자신의 말을 보완했다.
"드워프들의 무기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가진 돈은 2만골드 정도입니다."
실제로 가진 돈은 2.600골드밖에 없다.
잡템이나 필요하지 않은 장비들도 다 팔아서, 그야말로 거지 신세!
"2만 골드나 있다고?"
"예."
"드워프들이 만든 무기를 사기 위해서 가져온 돈인가?"
"맛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겠군. 드워프들은 모두 부유해 보이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아. 늘 뭔가를 만들어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까닭에 돈이 별로 없다네. 언제나 비싼재료 값에 허덕이니 적자야, 적자."
상인들이 드워프 왕국에 올 때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은 두 종류다.
재료 아이템과 맥주.
드워프들은 그들이 만들려고 하는 물품의 재려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아, 시세가 비싼 편이다.
그러나 다른 사치품들은 거의 사지 않는다.
드워프들의 여윳돈이 그리 많지 않았고, 또 어떤 장식품이라고 해도 어울리지 않는 외모 때문이었다.
귀거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드워프나 코를 뚫은 드워프가 어디 상상이나 되는가.
사실 1명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드워프 사회에서 전부 매장당했다.
"자네가 가진 2만 골드라면 내가 아는 드워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들이 만든 물품이들이야말로 진짜 최고라고 할 수 있어. 소개장을 써 줄 테니 이것을 가지고 동쪽 네인핸드 마을로 가게. 그리고 가장 오래된 폐광을 찾으면, 진짜 뛰어난 드워프들이 사는 곳을 볼 수 있을 거야."
띠링!

-드워프 노블핸드의 소개장을 획득하셧습니다.

위드가 필요로 하던 물건은 바로 이 소개장이었다.
다크 게이머 연합의 정보를 뒤져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간신히 알아낸 장소.
재주가 뛰어난 드워프들이 모여 있으며, 고급대장장이 스킬까지 배울 수 있는 곳.
빛 한 점 없는 오래된 폐광을 걸어 들어가면, 지하 호수와 함께 드워프들의 도시가 나타난다.
돌과 철, 금으로 세워진, 드워프 장인들이 사는 도시였다.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다.

* * * * * * * *

위드는 어렵지 않게 네인핸드 마을로 가서, 가장 오래된 폐광을 수소문해서 들어갔다.
폐광은 끝을 모르도록 깊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저벅저벅.
횃불이 흔들릴 때마다 위드의 그림자가 격하게 춤을 추었다.
주변만 간신히 밝히는 횃불에 의존한 채로 지하로 내려가는 것은 원초적인 두려움을 자아낸다.
30분 정도 걸어가니 폐광은 천영 동굴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때부터 나타나는 종유석이며 정적을 깨며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등이 공포감을 가중시켰다.
로열 로드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이후 공포 영화의 관중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베르사 대륙을 모험하다 보면 인적이 뜸한 지역이 많고, 함정, 몬스터 들로 이루어진 던전을 탐험하다 보면 온갖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 때문에 공포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는 초등학생들조차도 공포 영화의 소재들에 대해 놀라지 않게 된 이유가컸지만.
"좀비다!"
"레벨30은 되겠네. 전염병 특성은 없을거야."
"축복 한 방 받고 싸우면 금방 없애 버릴 텐데."
좀비에게 도망치는 주인공들을 보며 이런 말들을 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위드는 어두운 동굴을 내려가며 공포감에 빠지지 않았다.
"뭐라도 1마리 튀어나오면 심심하지 않을 텐데."
몬스터나 함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긴장감도 없다.
벽에는 드워프들이 한 낙서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의미 없는 글귀들이었다.
-철광석 5개와 은광석 1개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베인 마을의 드워프들은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것은‥‥나도 몰른다.
베인 마을의 드워프들은 알고 있을까?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라. 뒤를 돌아보게 되면‥‥‥.


괜한 심란하게 만들어서 공포감을 자아내는 낙서들이었다.
드워프들의 성격은 낙천적으로, 익상스럽고 장난을 좋아한다.
불을 좋아하고 어둠을 싫어하는 탓에 이렇게 낙서들을 즐겼다.
이러한 낚서들의 연관 관계를 조사해 본 모험가도 몇몇 있지만, 전부 손을 들었다. 드워프들이 만든 탐광에는 어김없이 낙서들이 있었지만, 그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아무 소득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어두운 동굴 속에서 걷는 것이 익술해질 무렵 점차 길이 밝아져 왔다.
드디어 목적지에 가까워진 것이다.
위드의 발걸음도 저절로 빨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의 끝에 도달하는 순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공동이 있었다.
지하 수로에서 모여 온 물길들이 호수로 떨어지고 있다. 수면에서는 신비로운 은빛 알갱이들이 반딧불처럼 돌아다닌다. 호수의 옆에는 돌과 흙으로 지어진 아기자기한 집들이 마을을 이루었다.
드워프들이 사는 집.
수로를 통해 호수의 물을 집들마다 끌어오고 있었다.
은빛 알갱이들이 호르는 물길이 드워프들의 마을을 굉장히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대장간들은 끊임없이 흰 연기를 뿜어내는 중이었다.
어떤 집들은 금이나 은, 귀한 미스릴과 보석 들로 세워져있다.
다분히 과장을 좋아하는 드워프들이었지만, 인간들처럼 화려한을 추구하진 않는다.
금은보화로 지어진 집들은 선술집이었다.
광물들을 이용해서 술집을 만들어야 맥주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하였던가.
드워프 장인들이 모여있는 도시 쿠르소다운 모습이었다.

* * * * * * * *

죽음의 사제 퀘스트.
로열 로드 최초의 S급 퀘스트를 위해 데이몬드는 로열 로드 게시판에 선포했다.


-우리 대지의 약탈자 길드에서는 북부의 보스 몬스터들을 사냥한다.
그 어떤직업도 가지리않는다.
함깨도전할전사들을 구합.
사냥이 성공했을 때에는 획득 전리품을 한 가지만 제외하고 골고루 나누어 주겠다.
최소한 보스 몬스터의 위치만 알려 주더라도, 1만 골드의 포상금을 주겠다.


유저들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대지의약탈자 길드라면 이미 한물갔잖아."
"성도 마을도 다 빼앗기고‥‥북부에 가서 사냥을 하고 있었군."
"과연 성공이나 할 수 있을까."
사냥에 참여하기로 한 유저들은 적었다.
북부 전체가 깨어난 몬스터와 마물 들로 뒤덮이기라도 한 것 같은 상황이라서, 멀리 원정을 가기에는 무리라를 판단.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고 있는 소규모 탐험대로부터 소식들은 모이고 있었다.
"엘드라 호수의 동쪽에 히드라들이 사는 통곡의 늪이 있습니다. 다른히드라보다 유난히 크고 머리가 많은 녀석이 있는데‥‥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르겟습니다."
보스 몬스터의 제보가 들어왔다.
데이몬드는 길드원들을 이끌고 엘드라 호수로 향했다.
근처의 조그만 개척 마을에서 제보자를 만나 정말로 만 골드를 주었다, 그러고는 통곡의 늪으로 갔다.
히드라는 몸집이 6미터가 넘을 만큼 컸다. 움직이는 속도는 느리지만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고, 각 머리들이 강한 독을 쏘아 낸다.
갑옷과 방패의 내구력을 순식간에 낮춰 버릴 정도의 산성 독!
히드라들이 사는 땅도 발이 깊숙하게 빠져드는 늪이라, 사냥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자."
데이몬드와 워리어 수반이 앞장섰다.
히드라들을 뚫고, 이튿날에는 제보가 들어왔던 보스 몬스터를 발견했다.
7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각 머리들은 저주와 독을 쉬지 않고 사용했다.
머리를 휘두르 기도 하고 집어 삼키기도 한다.
대지의약탈자 길드에서는 25명이 넘는 피해를 입고 겨우 사냥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을 명예의 전당에 생생하게 올렸다.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하긴 한 모양이네."
"분부에서는 히드라를 잡은 것이 최초인가?"

다음 제보들은 더 많이 들어왔다.
데이몬드는 그중에 가까운 곳을 골랐다.
"어떤 성의 잔해가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크고 꾸물거리는 지렁이들이 있는데‥‥무심코 들어갔다가 탐험대가 전멸했습니다."
지렁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었다.
공격을 해도 꿈틀꿈틀 잘 죽지 않는 데다가, 희귀하게도 언데드였다.
언데드 지렁이!
"보스급 몬스터 이름은 라바 녹색의 몸을 가졌고 머리는 인간처럼 생겼습니다."
대지의약탈지 길드는 타수 피해를 입었지만 라바를 사냥할 수 있었습니다.
복부의 보스 몬스터들이 몇이나 될지,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 대지의 약탈자 길드는 무모한 도전으로 점점 주목을 끌었다.
* * * * * * * * * *

쿠르소는 과연 드워프 대장장이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했다.
뚱땅뚱땅.
거리에서도 망치를 들고 뭔가를 두들기는 드워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광물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완성된 물품들도 쌓여 있었다.
아이언핸드나 다른 마을에 비하면 드워프 숫자도 많지 않고 한적한 편이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엑버린이 이번에 제조한 창을 알고 있어?"
"알지. 기본 공격력만 90이 넘는 차잉 나왔ㅅ다지 않나."
"거기에 정령의 화염 구슬, 바람의 구슬을 넣어 불의 회오리 효과를 넣었다더군."
"그럼 공격력이 얼마나 추가되는거야?"
"무려23이나 돼. 매번 적용되는 건 아니더라도, 굉장한 무기지."
"엑버린의 위신이 크게 새워졌겠군. 그만한 무기를, 그것도 활용성이 좋은 창을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창을 만들려고. 처음으로 공격력 100이 넘는 창을 만들어 보겠어."
드워픋르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조에 푹 빠져 있었다.
그들은 위드가 지나가는데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파비오 어르신은 여전히 방어구를 만들고 계시다던데."
"그분이야말로 방어구 제작에는 거장이라고 할 만하니까. 돈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면 , 검보다는 방어구를 만드는 편이 낫지."
"젠장. 나도 돈만 있다면 이러고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런 말은 하지도 말게. 파비오 어르신도 다 당신 능력으로 돈을 벌어들이신 것 아니겠나? 진투할 일이 아니야."
"누가 그걸 모르나."
위드도 파비오에 대해서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토르의 드워프 대장장이 파비오는 굉장히 유명한 유저였다.
위드가 천공의 도시 리비아스에서 데스 나이트와 싸울 무렵부터 방어구 강화로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파비오의 손만 거쳐 가면 방어구들이 묵은 때를 벗겨 낸듯이 빛을 발한다고 한다.
명장의 손 파비오.
그에게 의뢰를 부탁하기 위해 베르사 대륙의 소위랭커들, 명문 길드들이 돈 보따리를 싸 들고 모여들었다.
방어구를 강화하게 되면 무게가 다소 늘어나지만, 튼튼한 갑옷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죽었을 때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위드처럼 집요하게 인내력과 맷집을 키우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현실이었다.
사람들은 명검만큼이나 명품 갑옷들을 선호했고, 그렇게 비싼 갑옷들을 강화하는 데 돈도 아끼지 않았다.
파비오는 그 시절에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대장장이로서 거부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CTS미디어에서 한떄 위드와 함께8명의 유저들에 대한 방송을 했는데, 그때 함께 선정되었던 유저이기도 하다.
그 후 중급 대장장이 유저들이 많이 등장했다.
미스릴 광산들이 개발되고 유저들의 레벨이 높아지면서 더 좋은 대장장이 재료들이 등장한 덕분에, 대장장이 스킬을 올리기가 조금이나마 쉬워졌다.
방어구 강화를 택한 유저들이 점차 늘어날 무렵, 파비오는 베르사 대륙에서 모습을 감췄다.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던 차였는데, 쿠르소에서 대장장이 스킬을 연마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위드의 발걸음이 거의 멈춰졌다.
길가에 있는 다른 드워프들이 만드는 물품들 그리고 완성된 물품두르이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드워프들은 자신의 물건만을 만들 뿐, 남이 구경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살 테면 사고, 사지 않을 거면 가라는 식이었다.
"헤르만 어르신은 요즘 뭘 하고 계시지? 한동안 안 보였는데."
"모르겠어. 다시 돌아오셧는데, 지금은 아마도 검을 만들고 계시지 않을까?"
"쯧쯧, 헤르만 어르신은 너무 신중한 게 흠이야. 한때 그 분의 솜씨를 따라갈 대장장이가 거의 없지 않았나."
"옛날에는 그랬지. 한4개월, 5개월 전만 하더라도 우리 장인들 사이에서 헤르만 어르신의 실력은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으니."
"검 한 자루를 만들더라도 심혈을 기울인 명품만 고집하고‥‥‥. 그렇게 일주일. 1달씩 걸려서 만들면 뭐해. 사 가는 사람은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럼. 맞는 소리지."
"그리고 경매 들을 통해 비싼 값에 팔지도 않으니 뒤처지는 수밖에 없지. 대장장이도 결국은 돈이야, 돈."
위드는 얼마 전까지 헤르만과 함께 있었다.
베르사 대륙에 동명이인이 한둘이 아니지만, 드워프 대장장이 그리고 쿠르소와 가까운 마을인 아이언핸드에서 만난 헤르만이라면 다른 드워프일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군.'
위드는 인연에 대해서는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폐일 들과 참 많은 사냥터를 같이 다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크 게이머로서 그는 위험한 의뢰들을 거부할 수 없다.
잠을 자고 학교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로열 로드에 투자하는 상황이라, 다른 사람과 함께 다니기는 어렵다.
'인연이 있다면 보겠지.
위드는 쿠르소의 행정청으로 향했다.

* * * * * * * * *
행정청은 드워프 왕국 쿠르소를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기관이다.
다른 왕국들의 나랏일이 국왕이나 귀족들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면, 행정청은 특이한 의사 결정 방식을 가졌다.
드워프 장로들의 협의에 따라 모든 정책들이 결정되고, 장로들은 매해의 첫 주에 뽑힌다.
무력이 강한 드워프 3명, 솜씨가 뛰어는 드워프 7명으로 총 10명의 장로가 선출되어 행정청을 이끌어간다. 물론 성년도 넘기지 못한 너무 어린 드워프들은 일단 장로가 될 자격이 없다.
장로가 되는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유저가 장로가 된 경우는 아직 없었다.
행정청에는 각기 1명씩의 장로가 번갈아 가며 근무하고 있었다.
"새로 쿠르소에 온 드워프로군. 등록을 원하나?"
"예. 원합니다."
"직업이 무엇인가?"
"조각사입니다."
쿠르소는 악룡 케이베른에게 세금을 바치지 않는다. 드워프해방단체처름 무력으로 지배하는 길드도 없었다. 그렇기에 아직 드워프들의 규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다.
쿠르소에 들어오는 것은 자유!
하지만 한 번이라도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최소 민망하지 않을 수준에 이른 작품을 만들어야 하며, 그것을 바쳐야 한다.
조각사에게는 조각품이 될 것이다.
더 좋은 물건이 있으면 대체해도 되지만, 더 나쁜 물건으로 바꿀 수는 없다. 마지막에 완전히 떠날 때에도 최소한 한 가지는 남겨놔야 한다.
쿠르소에서 활동하기 위한 최소한 조건이었다.
세금만 꼬박꼬박 바치면 되는 다른 왕국들과는 달리 특별한 제한이다.
드워프 장로가 위드를 향해 물었다.
"이름이 무엇인가?"
"아트핸드입니다."
"좋은 이름이야."
이것으로 등록 절차는 전부 끝났다. 쿠르소를 떠나기 전까지 하나의 조각품만 만들어 주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위드는 행정청을 나가지 않았다.
"질문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헤 보개. 쿠르소의 안내를 원하는 건가? 아니면 하고 있는 일이 없다면 내 부탁을 들어주겠는가?"
드워프 장로의 의뢰!
하지만 위드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제안이었다.
위드의 명성이 엄청나다고는 해도, 드워프로 종족을 바꾼 이후에도 전부 적용되지는 않았다.
드워프 종족의 특성에 맞춰서 예술품으로 쌓은 명성은 남아 있었지만, 모험을 통해 얻은 명성은 일시적인 제한을 받았다.
그럼에도 막대한 명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쿠르소는 다른 왕국과 교루가 빈번하지 않는 편.
베르사 대륙이나 북부에서 쌓은 명성은 당연히 쿠르소에 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위드의 명성이 높다고 해도, 당장 이곳에서는 수준 낮은 의뢰들밖에는 받지 못했다.
"안내나 의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혹시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에 대하여 알고 계십니까?"
토르 왕국에서 찿을 수 없다면 쿠르소에서는 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위드의 생각!
위드가 던진 질문에 드워프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드워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조각사였지. 그분의 조각품들은 생동감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찼었다고 해. 나도 선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말이네."
켄델레브에 대한 당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적어도 켄델레브가 실존했던 드워프라는 사실만큼은 확인이 된 셈이다.
위드는 희망을 갖고 물었다.
"그분의 제자나, 남기신 조각품을 어디에 가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것만은 나도 알지 못하겠네. 그분은 따로 조각품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인연이 있다면 발견할 수도 있겟지. 그러고 보니 켄델레브에 대해서 물어보는 드워프들이 참 많았군."
"저 외에도 다른 드워프가 물어봤던 적이 있습니까?"
"많았지. 적어도 스물은 넘었을 걸세."
위드처럼 쿠르소에 와서 켄델레브에 대해 질문을 한 드워프가 스물이 넘는다. 그럼에도 그들도 모두 의뢰를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쿠르소에 있었다는 단서는 사실이다. 이 사실이 소문이 안 난 이유는, 자기는 포기하더라도 다른 드워프에게 기회를 주지 ㅇㄶ을 생각에서일 거야.'
본인 스스로는 도저히 켄델레브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드워프는 발견할지도 모르기에 자신의 발견을 공개하지 않고 숨긴 것이리라.
위드는 다른 질문을 했다.
"미지의 존재들, 저에게 말을 하는 이들을 조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드워프장로는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가?"
"‥‥‥."
"쿠르소에서는 필요한 게 있다면 직접 찾아봐야 되지. 원하는 게 있다면 스스로 얻어야 할 걸세."
결국 이것도 쉽게 얻을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위드가 얻고자 하는 답은 어쩌면 아무도 가르쳐 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
'미지의 존재들. 그들 자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 이미 그들을 조각했다면 나에게 조각해 달라고 떼를 쓸 필요도 없겠지.'
조각술이 경지에 이르면서 단 1명만이 얻을 수 있는 기술!
조급해하지는 않았지만 쉽게 얻기 힘들 것임은 짐작하고 있었다.

3부 『조각술 의뢰의 비밀』

위드는 행정청을 나와서 다시 쿠르소를 제대로 살펴보기로 했다.
거리에는 드워프 장인들이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고, 대장간들이 많았다.
파비오의 대장간, 엑버린의 대장간, 밤비의 대장간.
이름이 있는 대장간들은 아마도 스스로 돈을 모아서 지었거나, 자격을 갖춰 입주한 것이리라.
다른 왕국에서도 국가에 대한 공헌도를 채우거나 기사가 되면, 자기만의 별장이나 주택을 가질 수 있다.
'쿠르소에서는 대장장이 실력을 바탕으로 평가하겠지.'
재봉이나 다른 세공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광물을 바타응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대장장이 기술을 최고로 쳤다.
"난 드워프 힌스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러는데, 나와 같이 창 100개 만들기에 도전할 사람이 있나? 대장장이 공방의 의뢰다."
쿠르소에도 필요에 따라 동료를 모으는 이들이 있었다.
"무튼 상회의 의뢰다. 갑옷을 20개 만들어 줘야 하는데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대장장이 스킬 초급 8레벨 이상의 제련 전문가를 찾는다. 재료는 지급되며 보수는 300골드. 스킬 성자엥 관심이 많은 드워프만!"
"8번 갱도에 몬스터들이 나타나서 채광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들을 퇴치하시고 8번갱도에 평화를 되찾아 주실 분. 보수는 1인당 20골드씩입니다."
'1개의 보호구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된다. 방어구 상점 주인의 의뢰인데, 방어력30 이상의 방패를 만들어서 납품하는 거다. 같이할 드워프?"
인간들의 성이나 마을 들에서는 사냥이나 퀘스트를 위해 동료를 구하거나 물건들을 사고파는 게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물품들을 함께 제작하거나, 필요한 재료를 구해 달라는 요청들이 상당히 많음 편이다.
혼자 하기 힘든 의뢰의 경우에는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편이 훨신 낫다.
덕분에 각종 제작 의뢰드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실력이 떨어지는 드워프라고 해도 할 일이 무척 많았다.
쿠르소!
고대 드워프 왕국의 이름을 딴, 드워프 장인들의 영광스러운 도시!
드워프들의 집은 입구가 좁고 작았지만, 천장은 인간이 들어가서 서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충분히 높다.
무기점이나 여러 상점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수십 개의 상점들이 보였다.
그중에 가장 많은 것은 대장간이었고 그다음은 선술집으로, 드워프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이번에 만든 무기가 말이야, 내 취향대로 아주 잘 뽑혔어. 오크들의 머리를 쳐 내기에는 아주 적합해."
"대장장이라면 역시 쿠르소에서 살아야지."
"우리가 베르사 대륙의 대장장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될 거야."
드워프 유저들의 왁자지껄한 대화도 들려왔다.
위드처럼 폐광이나 다른 뒷길로 들어온 사람들도 많은지, 인간이나 엘프 요정 들도 상당했다.
"흐에에엥! 왜 이렇게 가격이 비싸요."
유저로 보이는 엘프 미녀가 울상을 지었다. 매우 마음에 드는 활을 발견한 모양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드워프는 강직하게 말했다.
"엘프 따위에게는 비싸게 팔 수밖에 없어. 사기 싫으면 사지 마!"
"후엥, 사고는 싶은데‥‥."
"그럼 어서 돈을 내놔!"
"어떻게 하지. 르미야 돈좀 없어?"
"응 1,500골드나 모자라. 조금만 깎아 주면 좋겠는데. 절대 안깎아 주잖아."
까칠한 드워프들!
동족인 드워프들에게와는 달리 엘프나 인간에게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동료들로 보이는 미녀 엘프 5명이 상점 앞에 있었는데, 1골드도 깎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위드는 흥정을 하고 있는 엘프와 드워프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갔다.
엘프 여자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고 없었다. 그저 쿠르소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활의 성능이 과연 어느정도 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중앙 대륙의 그 어떤 상점보다도 쿠르소에서 거래되는 물건의 성능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니 흥미가 상당했다.
위드는 엘프 여성이 원하는 활을 가리켰다.
"이 물건을 좀 보고 싶습니다."
"제가 먼저 보고 있던 상품인데요."
엘프 여성이 발끈했지만, 위드는 얼굴빛 하나 별하지 않고 물었다.
"사실 겁니까?"
"도, 돈이 모자라서‥‥."
"그럼 제가 좀 봐도 되곗죠?"
"그런‥‥‥."
엘프 여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료들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위드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
드워프 주인은 선뜻 활을 건넸다.
"우리 가게의 활을 동족이 써 준다면 더 고맙지."
위드는 드워프로부터 활을 넘겨받아서 세심하게 살폈다,
"감정!"

-드워프 우노반의 전투용 속궁 : 내구력40/40, 공격력65, 사정거리14.
활 제작 장인 우노반이 사냥을 위하여 만든 활.
빠른조준과 정확도, 연사 속도에 최적화가 이루어져 있는 강력한 무기.
제한 : 레벨280, 민첩730.
궁수, 혹은 중급 이상의 전사 이용 가능.
옵션 : 연사 속도 +20%
관통 데미지 향상.
속사 시에 정확도 상승
강철 화살, 불화살, 독화살 사용 가능.

'나쁘지 않군.'
일반적인 감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중급 대장장이 스킬을 가지고 있는 위드는 무기의 더욱 상세한 정보를 보는게 가능했다.

-제작무기.
대장장이 스킬이 중급에 오른 이에게만 보이는 무기의 특성.
강철 화살을 마흔다셧 발 이상 연속 사용 시에는 시위가 늘어져서정확도와 사정거리 20%감소.
화살 공격력의 평균적인 차이는 23%가량임.
장인 우노반이 대중적으로 만든 무기들의 하나로, 활의 중심이 완전하게 조율되지 않아 100미터의 거리에 15센티 정도씩 목표물과 의 오차가 발생할 수있음.
그러나 기본에 충실하게 만든 제품으로, 제대로 길이 들수록 빛을 발하는 물건.
솜씨가 나은 대장장이가 조물을 해 준다면 활의 특성상 최대 사정거리, 공격력이 얀간씩 늘어날 여지가 있음.

위드는 활을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돌려주었다.
" 이 무기가 얼마라고요?"
드워프가 대답했다.
"15,500골드요."
"흠."
"살 거요, 말 거요?"
위드는 한 걸음 물러섰다.
"안 살 겁니다."
하이 엘프 예리카의 활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살펴본 것은 그저 무기의 시세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드워프들의 무기들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을 뿐!
직접 구매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드워프가 혀를 찼다.
"아쉽군. 하기야 우리 드워프들에게 활이란 그리 필요하지 않은 무기이긴 하지."
마음에 드는 무기였는데 위드가 사지 않겠다고 하니 그들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런 그들에게 위드가 말했다.
"저 활 사지 마세요."
"네?"
엘프 여성들이 큰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래 미녀들도 있겠지만, 엘프의 특성상 미녀가 많다.
피부가 깨끗하고 눈이 크고, 몸매도 늘씬하다. 귀가 뾰족하고 초록색 머리를 하고 있는 엘프 여성들은, 남자가 보면 예쁠 수밖에 없다.
"싸구려입니다."
"넷? 그게무슨‥‥."
"어린 드워프 친구! 그게 무슨 말인가!"
상점의 드워프가 발끈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위드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세심하게 정성을 들여서 만들지는 않은 무기더군요. 드워프들이 아닌 엘프들이나 쓰라고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무게중심도 안 좋고, 평균 공격력도 내구성도 평균 이하입니다."
엘프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좋은 무기였다. 그런데 드워프 주인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로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라?"
"자존심 강한 드워프가 화를 안 내네?"
위드가 말을 이었다.
"연사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중심조차도 제대로 조율이 안 된 무기를 만 골드도 넘게 받아먹는 것은 완전히 바가지죠. 정 저 활을 사고 싶다면, 멀리 있는 목표물을 한번 쏴 보고 사세요."
말을 마친 위드는 더 이상의 용건이 없었으므로 빠르게 걸어서 그곳 상점에서 멀어졌다.
몇 마디의 조언이라도 해 준 것은 여동생과 비슷한 또래였기 때문.
드워프는 수치를 느끼는지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기본저긍로 손재주를 가지고 잉ㅆ는 장인이다.
위드가 말한 내용이 틀림없음을 알고 반박하지도 못했다.
"엘프들, 살 텐가 말 텐가."
쫌 전에 무기를 원하던 엘프가 살짝 긴장한 채로 물었다.
"가격은 얼마에 해 주실 건데요?"
"12,500골드."
"무게중심이 안 좋다던데‥‥‥."
"그럼 사지 말든가."
깐깐한 드워프는 다시 오만하게 팔짱을 끼었다.
엘프 여성은 위드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멀리 떨어지려고 하는 그를 지목하고 급히 친구 신청을 했다.
"친구 등록!"

-친구등록이 거절 되었습니다.

"‥‥."
여성 엘프의 입장에서, 남자가 친구 등록을 거절한 건 처음이었다.
전장에서, 혹은 퀘스트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엘프가 아니던가.
특유의 빠른 발놀람과 궁수로 인하여 제역할은 톡톡히 해낸다. 그리고 예븐 얼굴과 몸매로 인해 늘 남자들의 배려를 받아 왔다.
실제로 현실에서의 외모는 평범하고 책에 푹 파묻혀서 살 것 같은 모범생이이지만, 로열 로드에서는 인기가 많았다.
여성 엘프는 자존심도 버리고 재차 신청했다.
"친구 등록!"

-친구등록이 거절 되었습니다.

"친구 등록!"

-위드 님과 친구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세 번에 걸친 시도 끝에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위드? 그 사람의 이름이 위드였구나.'
엘프 이델이 뭐라고 귓속말을 보내려고 하는 찰나, 예상이나 하고 있다는 듯이 무뚝뚝한 말이 먼저 들려왔다.
-드워프들의 실력과 정성을‥‥‥.

이델은 귓속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드워프들의 실력과 정성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요, 이활은 우리 못난 엘프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싸요. 드워프님들은 이 정도의 활은 쉽게 만드실 수 있는 걸로 아는데요."
"12,000골드."
흥정이라곤 불가능하다고 소문이 난 깐깐한 드워프와 흥정이 되고 있었다. 아무가 통하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평균 공격력‥‥‥.
이델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평균 공격력이 일정하지 않다는데요. 활은 공격력이 일정하지 못하면 큰일이예요. 나쁜 오크들이 다가오기 전에 사냥을 해야 되잖아요."
오크들은 드워프에게나 엘프에게나 공통적인 숙적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드워프 쪽이 훨신 오크들을 혐오한다.
"11,000골드. 더이상은 곤란해."
"내구성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10.500골드."
이 정도면 이델이 가지고 있는 도능로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와!"
"이델이 흥정에 재능이 있었잖아."
동료 엘프들은 환호를 지르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아직은 이델이 활을 구입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델은 확인하듯이 한 번 더 물어보았ㅅ다.
"그게요‥‥멀리 있는 목표물을 한번 쏴 보고 구해를 해도될까요? 드워프님이 만든 무기라면 틀림없겠지만, 얼마나 좋은 활인지 사용해 보고 결정하고 싶어요. 그런데 만약 목표물에서 조금이라도 빗나간다면, 깎아 주실거죠?"
드워프의 안색이 처음으로 창백하게 변했다.
"9,000골드만 주게. 다소 흠이 있는 활이긴 하지만 9,000골드에 산다면 나쁜 물건은 아닐 것이야."
그렇게 이델이 최종적으로 구매한 금액은 9,000골드였다.
활을 쏘면 약간의 오차가 생기고, 공격력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큰 단점!
하지만 궁술 스킬로 인하여 결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레벨에 비해서 강한 공격력과 속사의 기능이 있는 활을 이정도 가격에 구입한 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인간이라면 엘프들에게도 우호적이지만, 친밀도가 열악한 드워프를 상댈로는 대박이다.
이델은 위드에게 감사의 귓속말을 보내려고 했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활을 구입할 수‥‥‥.

-수신 거부되셨습니다.

* * * * * * * * * *

쿠르소 왕국의 의뢰들은 대부분이 드워프 종족 그리고 대장장이에 대한 것이었다.
조각술에 대한 것은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물었고, 수준도 높다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헐헐, 맥주 값이 떨어져서 사 마실 수가 없어. 이건 참 아쉬운 일인데 드워프 체면에 구걸을 할 수도 없고. 마침 술집 여주인이 조각품을 좋아한다더군, 목조품이라도 하나 만들어 주지 않겠어? 대신 내가 쓰던 곡괭이를 주지. 어디에팔수도 없는 물건이지만, 그럭저럭 사용할 수는 있을 거야."
띠링!

-드워프광부의 부탁
조각품과 곡괭이를 바꾸자는 요청.
들어주게 된다면 곡괭이를 얻을 수 있다.
난이도 : F
보상 : 곡괭이
퀘스트 제한 : 조각사 한정.

"바로 조각품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셧습니다.

"조각사라고? 조각사라‥‥‥. 나도 어랠 때에는 꽤 대단한 조각품들을 많이보고 다녔어. 뭐,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고?"
"아닙니다. 드워프들이야말로 훌륭한 예술가이고, 섬세한 장인이죠."
:맞아. 드워프들이 예술에 고나심이 없다는 건 인간들의 오만이야, 오크 놈들과는 달리 지성을 가진 우리는 아름답고 강인한 것을 사랑하지. 우리 쿠르소에도, 전투에서 물러설 줄 모르던 드워프 전사들이 참 많았지. 그 추억을 집에 간직하고 싶군. 자랑스러운 드워프 전사의 조각품을 하나 만들어 줘."
띠링!


-드워프 전사의 용맹함
드워프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과 브레스도 막을 수있는 갑옷이 있다면 악룡 케이베른조차도 잡을수 있다고 호언 장담한다.
그것이 대장장이 스킬을 발전시키게 된 원동력일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가능성은 거의 완전히 없는 일!
그럼에도 드워프들은 상대가 드래곤이 아닌 이상 싸우기 전에 겁부터먹고 물러서는 법은 모른다.
용감한 드워프 전사를 조각하라.

난이도 : E
보상 : 드워프가 심심풀이로 대충 만들어본 무기 세트.
퀘스트 제한 : 조각사 한정.
청동 조각품을 만들어야함.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셧습니다.

닌이도F급의 의뢰들도 가리지 않고 받았다.
이른바 잡퀘스트 해결사!
조각술의 비기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각술과 관련된 의뢰들은 닥치는 대로 해결했다.
'쿠르소는 좁은 곳이야.'
거주하는 드워프들도 천 명이 넘지 않는다.
비어있는 검물도 많고, 규모에 비해서 한적한 동네였다.
인간이나 엘프 여행객들마저 없다면 정말로 적적한 곳이 되리라.
'계속 조각술 의뢰들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미지의 존재를 조각하라는 의뢰도 들어오겠지.'
적어도 단서쯤은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십 개의 의뢰들을 해결해도, 특별한 의뢰는 나타나지 않았다. 의뢰의 수준이 아이언핸드 마을보다 전체적으로 좀 더 높은 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D급을 넘지 않는다.
연계 퀘스트조차도 드물었고, 기껏해야 조각사를 원하는 다른 드워프를 소개시켜주는 정도였다.
순간 위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서운 생각!
'설마 조각술 퀘스트는 이게 한계인가?'
전투 계열 직업들은 모험을 할 수 있었다.
모험가의 경우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유적 발굴, 동식물 실태 조사. 몬스터 생포.
흥미로운 의뢰들이 끝을 모르게 이어진다.
성직자들도 교단에서 내려오는 특수한 수행들을 경험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조각사에게는 어쩌면 그런 퀘스트란 게 애초에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로자임 왕국에서 왕의 무덤을 만들던 퀘스트도 그랬지.'
난이도 B급의 조각술 의뢰!
다른 의뢰들의 난이도가 그정도라면 굉장한 모험을 경험해야 했고, 또 베르사 대륙에 일정한 영향도 주었다.
하지만 왕의 무덤을 만드는 일은 어렵기는 했어도 노가다였다.
'노가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그러고 보면 프레야의 여신상도 별다를 바는 없지.'
위드가 노가다에 능숙했고, 또 일이 생길 때마다 긍정적으로 환영하며 받아들였다.
다른 까다로운 조각품 의뢰들은 실제로 겁부터 나는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수만 골드의 보석들을 주면서 이것으로 세기에 남을 만한 목걸이를 만들라는 의뢰가 있다면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위드는 단순한 노가다로 반갑게 받아들였고, 조각술의 상당부분도 그렇게 성장시켰다.
하지만 그러면서 조각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지 않은 것 같았다.
'조각술로 받을 수 있는 의뢰들, 그것을 어쩌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거대 조각상들을 특기처럼 만들었으나, 그게 조각술 의뢰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모험을 하고, 전투를 하고, 동료들을 구하는 이런 일들은 조각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골방에서 끝없이 조각품을 만들어야 될지도 모른다.
재봉사나 대장장이도 사실 그 형편이 그렇게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쨋든 간에 조각사로서는 모험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들었다.
'아니. 젠장. 이건 사실일거야. 조각술로 모험을 하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잖아?'
위드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 * * * * * * * *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점점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들이 사람들의 관심사로 부각된 것은 하베린의 협곡에서 킹 그리핀을 사냥했을 때다.
죽이는게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킹 그리핀!
그리고 북부의 숱한 모험가들을 대지의 고혼으로 만들었던 노란 그리핀 무리.
공중을 날아다니며 민첩하고 영리한 탓에 그리핀 무리와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펴져 있었다.
하베린의 협곡은 많은 모험가들을 정말에 빠뜨린 장소였다.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그런 하베린의 협곡에 진입했다.
영악한 그리핀들은 침입자들을 향해 바위를 굴러 떨어뜨리고, 나무들을 공중에서 내던지는 것으로 가벼운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그리핀들은 전면 공격은 가하지 않았다.
'더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라. 너희들은 절대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주위를 에워싼 채로 밤마다 기습을 가해 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협곡의 입구에서 삼분의 일정도,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깊숙하게 들어왔을 무렵부터에서야 그리핀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변했다.
그러자 대지의약탈자 길드에서 사망자들이 속출했다. 실패라는 단어들이 떠오르려고 할 쯤이었다.
다른 길드에서는 전부 대지의 약탈자 길드가 무모하다고 비웃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하베린의 협곡에 도전해서는 안 되지."
명문 길드들은 대지의약탈자 길드보다도 훨씬 큰 무력을 가졌다. 그럼에도 감히 하베린의 협곡처럼 위험한 지역은 공략하려고 들지 않았다. 패배했을때의 추락 때문이었다.
명문 길드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베르사 대륙의 유저들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칫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평판이 크게 하락한다.
더군다나 성공하더라도, 주축 유저들이 많이 사망하게 되면 크나큰 손실을 입었다.
길드 차원에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겁도 없이 하베린의 협곡에 들어간 대지의 약탈자 길드를 조소했다.
"그런 식으로 길드를 운영하니 망하고 북부의 떠돌이 신세가 되었지."
하지만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희생자들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나아갔다.
그러자 안달이 난 것은 그리핀 떼였다.
그리핀들은 공중 몬스터이기 때문에 화살가 마법이 아니라면 잘 죽지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안식처는 있었다.
하베린의 협곡의 중앙부에 있는 그리핀의 둥지!
그 둥지에는 아직 날개를 펴고 하늘은 나는 법을 모르는 새끼 그리핀들이 있다.
데이몬드가 이끄는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그 둥지에까지 다다라서 그리핀 떼와 치혈한 혈전을 벌여, 믿기지 않은 승리를 거두었다.
킹 그리핀을 사냥하고, 새끼 그리핀 35마리를 포획한 것이었다. 그리핀은, 길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탑승용으로 쓸 수도 있어서 가치가 대단했다.
하베린 전투의 동영상은 실시간으로 명예의 전당을 통해 시청할 수 있었다. 데이몬드도 그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마지막까지 킹 그리핀과 싸우던 투사로 시청자들에게 각인 되었다.
시청자들은 대지의약탈자 길드가 보여 준 무모함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 * * * * * * * *

조각술 의뢰의 가치에 대한 위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조각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묵묵히 의뢰들을 수행할 뿐!
"수고했네."
"아니, 뭘요."
의뢰를 맡겼던 드워프들이 와도 위드는 퉁명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오! 정말 대단한 작품이군."
"발로 깎았습니다."
"표면을 이토록 매끈하게 다듬을 수 있다니‥‥‥. 그리고 이 조각품의 겉에 흐르는 선을 보게. 이선의 흐름이 보여주는 절정의 미라니!"
'신경 써서 만들었으니까 잔말 말고 돈이나 주십쇼."
까칠함의 극치!
환심을 사 봐야 조각술 의뢰에 그리 큰 대가는 없다. 미리정해진 보상을 받을 뿐이다.
물론 의뢰보다 좋은 조각품이 나왔을 때에는 대가가 좀 더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말 몇 마디에 해 준다고 해서 보상이 커지진 않았다.
드워프들은 위드의 까칠함에도 부드럽게 웃었다.
"조각사라면 이 정도의 자부심은 가져야지."
"아, 글쎄! 일 다 봤으면 이제 가라니까요."
"멋진 성격을 가진 조각사로군. 다음에 맡길 일이 있으면 또 오겟네."
"다음에는 돈 되는 조각 의뢰 좀 해 주세요."
위드가 짜증을 부려도 드워프들은 흡족한 듯이 조각품을 가지고 떠났다.
웬만한 조각품 의뢰들도 거의 한 번씩은 해 본 상황!
베르사 대륙에서야 무덤이니 여신상이니 만들 것도 많았다. 하지만 드워프 장인들의 도시인 쿠르소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유적, 기념관, 박물관 등, 쌓여 있는 잡품들과 실력이 출중한 드워프 장인들이 많아서 , 오히려 조각품 의뢰는 심한 가뭄이었다.
"정말 실속도 없군."
위드는 그러면서도 조각품을 깎았다.
-우리나 조각해 달라니까.
- 조각사여, 왜 어긋낫 길을 가고 있는가.
미지의 존재들이 떠드는 것도 익숙해지는 참이었다.
위드는 조각 재료점, 조각 상점 그리고 길거리만 일정하게 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각 상점의 주인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박쥐를 ㄷ람은 조각품을 내밀었다.
:아트핸드, 이것 좀 봐 주게."
"왜요."
"이 석조품을 감정해 주지 않겠는가?"
위드는 건들거리며 반문했다.
"귀찮은데, 원래 조각사는 이런 일 잘 안 한다는 거 알고는 계시나요?"
"알지 그러니 이처럼 부탁하는 게 아니겠는가. 내, 보상은 섭섭하지 않게 함세."
"그러면 내가 만든 조각품이라도 비싸게 사 주시나요?"
"1할을 더 쳐주지. 자네가 만든 조각품은 인기가 높아서 금방 팔리거든, 그렇다고 다른 조각품보다 아주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조각품도 상거래에 따라 시세가 오르고 내렸다.
만약 상인들이 대거 쿠르소로 와서 조각품을 사재기한다면 가격은 오른다. 실제로 토르나 쿠르소의 무기 방어구 가격은 인기에 비례해서 비쌌다.
시장 경제에 따라 가격이 맞춰지고 있기에, 아무리 위드의 조각품이라고 해도 특별히 높은 가격은 받지 못했다. 정성을 기울여서, 특별한 재료와 주제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만드는 조각품의 한계였다.
"1할이라, 어디 한번 보죠."
위드는 반쥐 조각상을 세밀하게 살폈다.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데‥‥‥."
조각품을 많이 만들다 보니, 눈썰미도 굉장히 늘었다.
질이 그리 좋지 못한 암석으로 만든 박쥐 조각상은 실력이 뛰어난 조각사의 작품도 아닌 것 같았다.
'표현도 세밀하지 못하고, 투박한 칼자국도 많아. 영 별로로군.'
위드였다면 실패작으로 여겼을 작품이다.
조각술이란 투자한 시간만큼 실수가 줄어드는 법인데, 이조각상은 실수가 잦았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 감정!"

-이름 모를 박쥐 조각품
날개로 몸을 가리고 있는 박쥐의 조각상.
샤스펜동굴의 흡혈박쥐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 : 3

위드는 조각품을 주인에게 넘겨주려고 했다.
"별거 아니로군요. 가치도 없고 그냥 막 만든 것에 불과 한 것 같은데요."
"그런가? 실망이로군. 호수의 급류에서 발견된 조각품이라 기대를 많이했는데."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위드는 석조품의 눈을 보았다.
오싹!
섬뜩함이 살아 있는 흡혈박쥐의 눈!
박쥐의 눈은 퇴화했다고 하지만, 안구는 남아 있었다. 놀랍게도 붉은 동공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은 돌이 아니라 고급 보석인 루비로 만들어져 있었다.
위드는 침을 꼴깍 삼키며 다시 석조품을 살폈다. 루비는 손끝으로 만져보고, 빛에 비추어 보며 관찰했다.
'다듬지 않아 원석에 가까운 루비. 조금만 건드린다면 수천 골드는 쉽게 받을 수있는 루비야 박쥐 조각품 따위에 넣을 물건은 아무리 봐도 아닌데.'
그때 나타난 메시지!
-샤스펜 흡혈박쥐 석조품에 대한 흔적을 발견 하셧습니다.

위드는 다시 감정했다.
"감정!"

-샤스펜의 흡혈박쥐
드워프 장인 구돌프의 작품.
샤스펜 동굴에서 마지막으로 완성되었다.
예술적 가치 : 245

* * * * * * * * * *

쿠르소 왕국, 호수 너머의 동굴 밀집 지역.
개미굴처럼 복잡한 동굴들로 인하여 길자빙 없이 간다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드워프들은 타고난 감각 그리고 광맥의 힌적을 읽는 기술로 인하여 지하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동굴 길은 지도가 있더라도 헤매기 일쑤라서, 보통 용기있는 드워프가 아니면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드워프 청년 구돌프는 그 동굴로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야말로‥‥보석 광산을 찾아내야돼.'
구돌프는 장인으로서도 이름이 높았지만, 그보다는 지하 광맥을 잘 파악했다.
"그녀에게 예쁜 브로치를 선물해야지."
그는 연인에게 직접 캐낸 보석으로 만든 브로치를 선물하며 청혼을 할 작정이었다.
그돌프의 걸음은 샤스펜 동굴로 향했다.
"르비 광맥의 흐름이 이쪽으로 이어지고 있어."
샤스펜 동굴은 드워프들도 오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구돌프는 조심조심 동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좁은 동굴!
종유석들을 지나고, 잠들어 있는 흡혈박쥐들을 지나쳤다.
목숨을 걸고 보석을 캐기 위하여 전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굴의 깊은 곳에서, 걀국 광매그이 흔적을 발견했다.
"여기다!"
구돌프는 환호하면서 곡괭이를 내리쳤다.
붉고 투명한 최상급 루비 원석이 있는 보석 광산의 발견!
"이거라면 그녀를 위해 브로치를 만들어 주기 충분해!"
구돌프는 희열에 빠졌다.
하지만 루비를 캐내느라 벌인 곡괭이질 소리에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들이 모두깨어났다.
ㅂ혈박쥐들은 날갯짓을 하며 날아와서 구돌프의 온몸에 이빨을 박았다
"아, 안 돼! 드워프 살려!"
구돌프는 몸에 박쥐를 매단 채로 동굴의 깊은 곳을 향해 달아났다. 어딘지 살필 겨를도 없이 무작정 도망을 친 것이었다.
도달한 곳은 뜨거운 용암이 끓어오르는 지대!
박쥐들은 열기에 도망을 쳤지만, 그돌프에게는 남아있는 생명의 힘이 없었다. 혈관의 메마른 피는 의식을 깜빡깜빡 놓게 만들었고, 걸어서 동굴을 빠져나갈 힘도 없다.
돌아 나갈 길이라고 해 봐야 샤스펜뿐인데, 흡혈박쥐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어‥‥‥."
구돌프는 가지고 있는 루비 원석들을 다듬어서 보석 브로치를 만들었다.
연인인 드워프 제나에게 바칠 청혼을 위한 물품.
작은 바위를 다듬어 샤스펜의 흡혈박쥐를 만들고, 눈에는 남은 루비를 박았다.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구돌프는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꼇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상지에 옷으로 감싼 석조품을 넣어 급류에 흘려보냈다.
이물길이 흐르고 흘러 쿠르소에 닿을 것이라는 염원을 담아‥‥!


흡혈 박쥐 조각품이 든 상자가 지하 급류를 타고 흘러갔다.
쿠르르르르.
우당탕탕!
강물처럼 깊고 유속이 원만한 곳도 있었고, 틈도 없이 꽉막힌 미로 같은 통로를 거세게 지나치기도 했다.
지하의 땅과 종유석에 부딪칠 때마다 상자는 점점 파손되었다. 그럴 때마다 조각품도 따라서 충격을 받았지만, 구돌프의 옷으로 감싸인 덕분에 다행이 무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구돌프의 염원대로 쿠르소의 호수에까지이르렇다.
벌써 1달이 넘은 후였지만, 무사히 쿠르소까지 흘러와서 드워프들에게 발견되었다.
그렇게 조각 상점까지 흘러들어 온 것이다.

* * * * * * * * * *

위드는 감정을 하는 순간,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 조각품에 대한 유래 등을 볼 수 있었다,
띠링!

-조각품의 추억스킬을 터득하셧습니다.
조각품에 숨겨진 과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띠링!

-구돌프의 꿈
드워프 장인 구돌프는 마지막 희망을 조각품에 담았다.
흡혈박쥐들에 대한 그의 복수를 이루어 주고, 연인 제나에게 구돌프가 남긴 브로치를 선물해주자.
그 대가로 구돌프가 발견한 루비 광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 B
보상 : 샤스펜의 루비 광산.
퀘스트 제한 : 샤스펜의 흡혈박쥐에 대한 정확한 감정, 중급 조각술 이 상을 습득해야 함.

위드는 머릿속을 해머로 두들긴 것 같은 둔중한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조롱거리가 되었던 조각술!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되었던 조각품만큼은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난 조각사. 조각사였어."
다른 사람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에 의해 수준 낮은 의뢰들을 구걸하듯이 받아 낼 필요도 없다.
조각술에 대한 의뢰는 조각품에 숨겨져 있었다.
조각품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직업!
그것이야말로 조각사였다.

4부 『전율의 지휘관』

위드는 샤스펜 흡혈박쥐 조각상을 구입하기로 했다.
상점 주인은 헐값에 넘겨주었다, 루비 값도 되지 않는 가격이었ㅅ다.
"3골드만 내게. 그리고 구돌프의 염원을 이루어 주기 바라네."
위드가 조각품에 얽힌 이야기를 해 준 덕분이었다. 상점주인의 호의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자네의 조각술이 이 정도일 줄을 몰랏군. 앞으로는 자네가 만든 조각품을 2배의 가격에 구입하겠네."
2배라고 해도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같은 재료비를 들인다면 위드의 마진은 상당히 많이 남았다.
조각품만 만들어도 먹고살 정도가 된 것이다.
"그렇게 비싼 가격에 구입을 하셔도 쾐찮겟습니까?"
위드가 정중하게 물었다.
도도하고 까칠하게 굴던 태도는, 주인이 2배나 되는 가격에 사겠다고 하는 순간에 재빨리 벗어던진 것이다.
"2배도 싼 가격이지. 아트핸드, 자네 정도의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싸구려 취급하는 것은 나 스스로 용서가 안돼!"
"저는 별 볼일 없는 조각사에 불과합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말씀은 거둬 주시지요."
의드가 겸양의 말을 했다.
겸손은 언제나 미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점 주인이 정말로 말을 취소한다면 최소한 사흘 정도는 욕을 퍼부어 줄 용의가 있었다.
"내 예술가의 그런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
"예술가는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버릇이 있지. 나는 가게 주인으로써 소신과 긍지를 갖고 자네의 조각품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려고 하는 것이라네. 고맙네. 내 상점에 자네의 조각품을 판매해 줘서 말이야."
"‥‥‥."
위드는 그렇게 샤스펜의 흡혈박쥐 조각품을 구입했다. 그러자 새로운 의뢰를 공유하게 디었다.
띠링!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
드워프 장인 구돌프의 생명을 빼앗은 흡혈박쥐들에게 복수를 하라.
드워프 전사들은 의무적으로 이 싸움에 참여해야 한다.
구돌프의 뜻을 이어받은 드워프는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됨
난이도 : B
보상 : 드워프의 영광
퀘스트 제한 : 드워프들의 의무적인 참전.
종족강제 퀘스트.

위드가 받은 의뢰와는 달랐다.
그리고 쿠르소에 있는 모든 드워프들에게 퀘스트 창과 메시지 창이 동시에 떴다.

-구돌프의 조각품을 가지고 있는 드워프에게 가서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를 퇴치하는데 도움을 주십시오.
어떠한도움이라도 주어야 하며, 의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쿠르소에서 강제 추방됩니다. 그리고모든 드워프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것입니다.

드워프들은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동조겡 대한 복수를 하지 않을 경우, 상대를 드워프 취급도 해 주지 않는다.
"참여하겠습니다."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를 퇴치하겟습니다."
드워프 전사들은 서둘러 의뢰를 받아들이겠다는 맹세를 했다. 그리고 외쳤다.
"구돌프의 조각품을 가지고 계신 분 찾습니다!"
"어떤 분입니까?"
"여기 드워프 전사 파티가 있습니다. 이끌어 주세요."
쿠르소가 떠들썩해지고 있었다.
위드를 찾는 고함 소리가 사방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 * * * * * * *

샤스펜 동굴의 정벌!
드워프 전사와 워리어 들은 급한 일도 내던지고 달려왔다.
넘쳐 나는 드워프 대장장이들은 사용할 무기와 방어구 들을 빌려 줬다.
"잘 쓰고 돌려주게."
"꼭 퀘스트를 성공하게나."
쿠르소의 드워프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쿠르소는 유저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 드워프 대장장이거나 전사로서 동질감이 있다 보니,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았다.
"종족 퀘스트라‥‥‥. 인간이나 다른 종족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긴 하지만, 신기한 일이로군, 어떻게 받았나?"
"드워프 조각사라니 놀라운걸!"
헤르만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무기를 잔뜩 들고 핀과 함께 달려왔다.
"내가 만들었던 무기들일세. 대부분 실패작들이지만, 필요한 만큼 빌려 가게나."
그의 기분에서는 실패작이라지만, 다른 드워프 장인들이 만든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이렇게 쿠르소에서 다시 만났는데 인사할 시간도 없이 떠나게 되는군."
"다음에 또시간이 있겟지요."
"그래야지, 아무튼 대단하네. 조각사에게도 이런 퀘스트가 있을 줄이야."
위드는 다른 드워프 장인들도 만났다.
엑버린이나 밤비 등 쿠르소의 5대 유명장인들. 헤르만도 그중 1명이었다.
파비오는 대리인인 딸을 통해 방어구들을 전해 줬다.
조각사인 위드의 레벨이 낮더라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직업 제한이 없는 초보용에서부터 레벨200대까지, 골고루 가져왔다.
"입을 수 있는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셧어요."
전투용이 아닌 순수한 방어를 위한 특수 보호구!
레벨 제한이 낮고, 힘이 없어도 착용이 가능하지만 무게가 심하게 무거웠다, 민첩이 거의 좌절할 정도로 하락해서, 살찐 하마처럼 행동해야 했다.
든든한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만 믿고 생존을 해야 하는 셈.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제게는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네?"
"죽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 죽으면 대형 사고다.
조각 변실술이 풀리는 것은 물론이고,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해 되살아나게 될 테니!
그 광경을 다른 드워프 전사들이 보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위드는 자신이 있었다.
'ㄷ드워프 구돌프가 남긴 자산 때문이지.'
구돌프를 통해 샤스펜 동굴의 지형와 흡혈박쥐들의 공격수법 등을 파악했다.
위험할 일은 조금도 없었다.

* * * * * * * * *

"진군."
위드는 샤스펜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제집처럼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에 드워프 워리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트핸드, 정신 나간 거 아냐?"
"상한 맥주라도 몇 통 마신 건가?"
드워프들은 걱정부터 됐다.
의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위드가 반드시 살아야 한다.
그들의 임무는 위드의 지휘 아래 싸우는 것!
그런데 대장이 이런 철부지였으니 가슴이 졸아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위드는 흡혈박쥐들이 있는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텅 빈 동굴 속을 걸어가는 드워프 무리.
놈들의 서식지가 500미터쯤 남았을 때 위드가 손을 들었다.
"여깁니다."
"응? 무슨 말인가."
드워프 전사 빈델이 물었다.
그는 네 가지 이상의 무기를 다룰 줄 알고 각종 공격술에 통달한, 드워프족 내에서도 최상위 전사였다.
"이곳에서 전투를 하겠습니다."
"무슨 말인가. 여기에는 몬스터가없는데?"
위드는 명쾌하게 답했다.
"당연히 데려와서 싸워야죠."
드워프 전사들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미련하군, 전투는 우리가 전문가이니, 지금부터는 우리가 맡겠다."
"자넨 그냥 안전한 곳에서 쉬고나 있어."
"흡혈박쥐는 이동속도가 빨라서 유인이 안 된다는 것도 모르고, 쯧쯧! 더구나 우린 전사들이라 활도 가져오지 않았어."
드워프들이었기에 이곳에 이르기까지 위드를 존중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드워프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었다.
모든 몬스터들을 다 유인해서 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게 어려운 몬스터도 많았고, 사냥은 단순하지 않았다. 적어도 수십가지의변수들이 있기에 경험이 중요했다.
드워프들이 위드를 무시한 채로 지나치려고 할 때였다.
위드가 조각칼을 꺼내서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그게 무슨짓인가!"
빈델이 소리 질렀다.
자신을 비롯한 다른 드워프들이 말을 들어 주지 않자 자살을 사도하려는 것으로 착각!
어쨌든 간에 위드가 죽어 버리면 의뢰는 실패하고, 강제퀘스트로 참전한 쿠르소의 드워프들에게는 엄청난 피해가 돌아간다.
드워프들이 놀라고 있을 때, 위드는 나직하게 말했다.
"드워프 부대 전투준비!"
"응?"
"아직도 그 소리야?"
위드가 답답하다는 듯이 빠르게 설명했다.
"샤스펜 동굴 흡혈박쥐의 인지 범위는 사방 200미터. 그러나 피 냄새를 맡았을 때에는 반경 600미터까지 먹이를 인식."
"‥‥‥."
"동굴의 구불구불한 경로에 따라서 그 길이가 달라지긴 하지만, 이곳에서 놈들이 있는 곳까지는 거의 직선 경로. 천장이 낮고 종유석들로 인하여놈들이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드워프 군단 전투준비!"
위드의 단호함에 드워프들은 일단 무기들을 꺼내서 전투 태세를 갖췄다.
'방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흡혈박쥐들이 여기까지 온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촤라라라라락!
어둠을 뚫고 흡혈박쥐 떼가 날아들었다.
"진짜로 왔다."
"적이다!"
드워프들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탓에 해머를 내려치고 도끼를 휘두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불규칙적인 날갯짓에, 게다라 어두운 동굴에서 기습을 가하는 흡혈박쥐들의 속성상 놈들이 달라 붙는 것을 완전히 봉쇄하지는 못했다.
성직자들의 신성 마법이 있다면 쉽게 떨쳐 낼 수 있겟지만, 아쉽게도 그런 지원을 바랄 수는 없는 처지라서 기초 체력으로 버텼다.
전사나 워리어 들이라서 기본적인 체력과 생명력이 높고, 든든하게 갖춰 입은 방어구를 믿고 흡혈박쥐 떼와 싸우는 것이었다.
그때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진형 변경, 5열 종대로!"
콰과과과광!
동굴 안에서 굉음처럼 울리는 사자후!

-사기가 276 올랐습니다.
모든 혼란 상태를 회복합니다.
행운이 6 상승합니다.

각자 파티를 맺고 싸우던 드워프들에게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 창이었다.
파티에서는 사기 수치도 중요하다. 사기가 낮으면 공격력이나 마법효과가 잘 발휘됮 않는다. 그런 사기가 2배가 넘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박쥐들의 공격으로 인한 혼란 상태 회복, 덤으로 행운까지 증가!
"5열종대로!"
위드의 사자후가 반복적으로 터지고 있었다.
효과가 중첩되어서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소음이었다.
좁은 동굴에서 같은 말이 메아리치는 것이다.
"5열종대로!"
"5명씩 서자, 어서!"
드워프들은 정신없는 전투의 와중에도 동료들과 함께 5명씩 늘어섰다.
이유가 무엇인지, 어째서 위드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지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
경험많은 고위 드워프 전사들도 놀라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사태였다.
"방금 우리가 들은 건 기사들이 사용한다는 집단 지휘 스킬 아닌가?"
"스킬의 효과가‥‥ 이렇게 사기를 상승시켜 주는 스킬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좁은 동굴에서 5명씩 서서 싸우기는 하지만, 드워프 전사들은 금세 깨달았다.
'큰 효과는 없다.'
5열종대로 늘어섰다고 해서 별달리 전투가 쉬워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드워프들의 전투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을 정도라서,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와중에도 적당한 숫자로 뭉쳐 있었다.
4명, 6명 등 약간씩 차이는 있었어도 동굴의 간격에 스스로 맞춰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진형을 갖추었을 무렵 위드의 사자후가 다시금 터졌다.
"선두 열3보 전진, 둘째 열 현위치 고수!"
선두 열은 본인들을 뜻하는 말인 줄알고, 흡혈 박쥐들을 제치고 세걸음 나아갔다.
그러자 공간이 생겼다.
흡혈박쥐들은 뒤로 돌아와서 선두 열의 드워프들을 노리려고 했다.
"둘째 열은 선두 열을 엄호하라!"
둘째 열에 있던 드워프들은 무기를 휘둘러서 흡혈박쥐 떼를 내리쳤다.
전사나 워리어 들이 전투 시에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바로 동료들의 안전!
동족을 아끼는 드워프들의 속성상 쉽게 따를 수 있는 명령이었다.
"선두 열다시 3보 전진, 둘째 열 3보 전진 셋째 열 현위치 고수!"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되면서 드워프들은 깨달았다.
무작위로 몇명씩 뭉쳐 동굴에 있던 흡혈박쥐들을 상대하다 보면 진형이 엉클어질 수밖에 없다. 밍착한 동료들로 인하여 무기를 제대로 휘두르며 싸울 수도 없고, 배후 공격도 겁이 나서 사방을 경계해야 했다.
상처 입은 흡혈박쥐들은 도주해서 회복되면 돌아왔기에 거의 줄어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위드의 말에 맞춰서 진형을 잡으니 흡혈박쥐와 싸우기에 훨씬 편하다.
자신의 앞과 위만 경계하면 되었고, 뭉쳐서 날아오던 흡혈박쥐들은 6열, 7열을 거치면서 분쇄되었다.
어두운 동굴과, 고통을 주지 않는 흡혈박쥐의 속성상 몸에 달라붙어 있으면 잘 알기도 어려웠는데, 뒷열에서 알아서 떼어 주니 걱정도 멀었다.
'이길 수 있겟다.'
'충분히 이긴다.'
드워프들의 눈이 초롱초동 빛날 때, 다시근 사자후자 터졌다.
"도든 열 속보로 전진. 돌파!"
드워프들의 잛은 발이 급하게 움직였다.
따다다다닥!
진형 전체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면서 흡혈박쥐 떼와 싸운다.
드워프들의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다.
이런 전투는 경험해 본 적조차 없다!
5명이나 6명이 하나의 파티로서 단단히 결속하기도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비롯해 백 명도 넘는 드워프들이 일제히 행동을 맞춰서 싸우고 있다.
집단 진형을 갖춰서 흡혈 박쥐 떼와 싸우는 스스로의 모습에 엄청난 퀘감이 느껴졌다.
몸이 흥분으로 달아오르고 전투가 즐거워 지고 있었다.
절묘하게 터지는 위드의 지휘.
"가속!"
속도를 더하라는말.
가속, 가속, 가속!
드워프들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 혼잣말처럼 되뇌면서 무기를 휘두르며 달렸다.
흡혈박쥐들이 드워프의 무리와 부딪치면 선두 열에서 한 대 맞고 튕겨 나와서 세 번쨰 열, 다섯 번째 열, 운이 좋다면 여덟 번쨰 열에서도 한 대씩 맞고 죽는다.
사기가 치솟을 대로 치솟은 드워프들은 제 몸을 사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고, 위드는 이를 부추겼다.
"가속하라!"
"가속!"
"가속!"
"가속! 가속!"
드워프들이 일제히 복창하면서 달렸다.
전투를 하면서 이만큼 신 난 적이 있던가!
좁고 어두운 동굴에서 이렇게 싸울 줄은 몰랐다. 제 힘보다도 훨씬 잘 싸웠다.
"선두 열에서부터 셋째 열까지, 동굴의 좌우로 붙는다. 네번쨰 열은 무시하고 전진.선두 그룹은, 본진이 지나가고 난 뒤에 후방에 붙는다!"
진형의 선두에 있ㄷ던 드워프들은 은근히 걱정도 되던 참이었다.
흡혈박쥐 떼와 전면에서 싸우느라 체력손실도 크고 생명력도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앓은 소리를 내기 싫어서, 신바람이 난 전투를 계속 이어보고 싶어서 버티는 데까지 버틸 작정을했다.
선두 열이 무너져 버리면 진형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으로 손발을 움직였다.
한데 위드는 선수에 있던 드워프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이, 막 걱정이 커지고 있을 무렵에 교체를 해 준다.
선두에서 싸우다가 동굴의 좌우로 달라붙은 드워프 들과, 그들이 지나치는 드워프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잘했어.'
'수고했다.'
신뢰감이 듬뿍 담긴 눈빛!
모든 드워프들의 마음을 하나로 결속시켜 주고 있었다.
"전력 돌파!"
선두가 바뀌자 위드의 명령도 변화했다.
그때부터 드워프들은 힘껏 달리면서 흡혈박쥐 떼를 소탕했다.
샤스펜 동굴의 박쥐들은 군집을 하는 탓에 규모가 엄청 났다.
'그냥 싸웠다면 고전했겟군.'
'진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사와 워리어 들로만 이루어진 우리가 이런 식으로 싸울 수 있다니.'
드워프들에게 이번에 깨달은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선두를 다섯 번 교채했을 부렵, 흡혈박쥐 때를 완전 돌파했다.
드워프들은 여전히 힘이 남아돌았다.
최초 선두에 섰던 드워프들 외에는 빠른 교체를 통해 힘을 비축해 두었기 때문이다.
"전원 뒤로 돌아."
드워프들이 척척 뒤로 돌아섰다.
물론 위드는 철저하게 호휘한 상태다.
위드의 명령이 어떤 식의 효과를 거두는지를 확인하였기 때문에 보호해 주려는 마음이 절로 커진 탓이다.
"돌진!"
방금 전에 지나쳤던 흡혈 박쥐들을 내버려 두고 갈 수 없었다.
지나온 길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잡템들을 줍기 위해서 조금전의 전진을 거꾸로 반복했다.
드워프 빈델이 위드를 향해 물었다.
"잡템은 어떤 식으로 분배할까?"
원래 그들이 경험했던 파티라면 잡템은 알아서 줍는 게 관례였다. 전투 중에도 떨어진 잡텝에 욕심을 내다 보니 사냥이 어지러워지고, 파티가 깨지는 경우도 잦았다.
이렇게 많은 드워프들이 있을 때에는 그런 점들도 간과할 수 없다.
선두에 서는 드워프들이 자연스럽게 욕심을 부리게 될테니 위드에게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잡템은 본이닝 알아서 줍습니다. 단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주워서 다른 이들보다 이동속도가 느려지거나 전투에 피해를 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강제 방출 조치를 합니다."
"‥‥‥."
"조금 전과 같은 싸움은 이 동굴이 끝나기 전까지 신물이 나도록 이어질 겁니다. 그러니 전투력을 보전하고 이동속도가 느려지지 않도록 그때그때 적당량만 줍는 편이 이로울 것입니다."
그말에 드워픋ㄹ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질없는 욕심을 부려서 동료들로부터 매장당하느니, 잡템은 적당히 취하는 편이 낫다.
앞으로도 이런 전투는 셀 수 없이 이어질 테고, 기회는 많을 것이기 때문.

* * * * * * * * * *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 사냥!
드워프 전사와 워리어 들의 전투 경험이 쌓이면서부터는 효율이 더욱 높아졌다.
"가속! 가속! 가속!"
"전진, 돌격!"
"다 부숴 버린다!"
드워프들은 미친바람처럼 동굴 안을 휩쓸었다.
흡혈박쥐들의 주요 서식지!
인간들은 물론이고 드워프들조차 움츠러드는 좁고 어두운 동굴에서, 지형적인 불림 따위는 역으로 바꾸어 놓은 듯이 설쳤다.
지금까지는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며,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전투다.
일부 드워프들은 공공연하게 떠들었다.
"이전부가 로열 로드의 게시판에 올라가면 난리가 나겠지."
"아마 전부 뒤집어질걸."
쿠르소의 드워프 전사, 워리어들은 수준이 높아서,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유저도 있다.그런 유저들도 동영상을 올려야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위드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함께하는 의뢰라서 동영상까지 독점할 수는 없다. 더구나 위드의 계정으로는 공개해서는 안 될 입장이었다.
드워프 모습으로 다른 이들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가는 직업과 조각 변신술의 비밀까지도 만천하에 공개 하는 꼴!
위드는 실속만을 챙겼다.
"흠, 박쥐의 눈물이라‥‥ 마법사에게는 중요한 시약이 되는 것이로군."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는, 극소량의 양으로 가격이 비싼 잡템들만 골라 주웠다.
남들에게는 잡템 때문에 사냥에 차질을 주면 방출해 버린다는 엄포를 놓았다.
위드의 지배력과 권위를 항층 높여 준 발언!
드워프들은 위드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조각사로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또 다른 드워프들의 인식도 호의적이다.
'조각사가 주워봐야 얼마나 줍겠어?'
'전투에 큰 공로를 세우고, 사실 이 의뢰도 저 드워프 덕분인데‥‥. 소득이 너무 적은 거 같아서 불쌍하군.'
오히러 동정심까지 가졌다.
샤샤샤샤샤샥!
위드가 호주머니로, 배낭으로 챙기는 잡템의 앵이 상상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전전으로 인식의 차이였다.
평소 많이 챙길 것 같은 드워프는, 잡템을 줍는 광경을 서너 번만 보여 줘도 굉장히 욕심을 낸 것같다.
하지만 위드는 잡템 따위는 한눈으로 살폈다.
또르륵.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구르면서 싸구려 잡템들이 있는 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다른 드워프들이 줍도록 느긋하게 시간을 배려하면서, 본인은 드워프들의 신경이 무디어졌을 때 충분히 그리고 비싼 물품들로만 골라 가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투의 속도는 떨어지지 않아, 아내 샤스펜 동굴의 끝에 이룰수 있었다
"여기다!"
드워프 시신을 발견한 선두에서 고함을 질렀다.
위드는 흡혈박쥐에게 피를 흡수당해 말라붙은 미라처럼 된 시체와, 구돌프가 최후로 만든 루비 브로치를 찾아냈다.
띠링!

-구돌프의 루비 브로치를 습득하셧습니다.

위드가 뒤로 돌아서서 말했다.
"됐습니다. 이제 쿠르소로 돌아가죠!"
드워프 전사, 워리어 들이 의뢰에 성공한 것이다.
* * * * * * * * * *

쿠르소에서는 제나라는 드워프를 찾아서 루비 브로치를 건네주었다.
위드가 책임자로서 나선 그 일에는 다른 드워프들도 둘러 싸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무척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구돌프는‥‥당신을 가장 사랑했고, 마지막으로 이것을 남겼습니다."
"흐흑!"
여성 드워프 제나는 루비 브로치를 받고 오열했다.
"구돌프, 당신이 이렇게 죽다니‥‥‥."
띠링!

-구돌프의 꿈 완료
드워프 장인 구돌프의염원은 이루어졌다.
흡혈박쥐에 대한 복수와, 연인 제나를 위해 만든 보석 브로치가 전해졌으니 그는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명성이 120 올랐습니다.

-쿠르소의 드워프들과의 우호도가 10이 되었습니다.

-드워프 제나의 호감도와 신뢰가 최상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오르셧습니다.

-레벨이 오르셧습니다.

다른 드워프들에게도 의뢰의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 창이 떴다. 위드는 거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제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았다.
'남겨진 사라밍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경험해 봐야만 알지.'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겪었던 설움들.
자식들을 놓고 떠나야 하는 부모님들도 편히 돌아가시지 못했을것이다.
제나가 눈물을 훔치며 일어났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군요, 제가 울고만 있는다면 구돌프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이 보석 브로치는 그가 저에게 청혼을 한 증거, 저는 구돌프의 아내로서 평생을 살아가겠습니다."
드워프 여자들도 강인한 면이 있었다.
제나는 웃으며 말했다.
"발견한 샤스펜 동굴의 루비 광산은 아마도 구돌프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일 거예요. 광산을 개발해서 예분 루비들을 많이 캐시길 빌겠어요."
-샤스펜 동굴의 루비 광산 개발권을 획득하셧습니다.

루비 광산의 개발권 획득!

* * * * * * * *

위드는 행정청에 광산을 등록했다.
샤스펜 동굴의 아트핸드 루비 광산!
쿠르소 행정청 차원에서 고아부들과 전사들을 모집해서, 이제 샤스펜 동굴의 루비를 캐내게 될 것이다.
인건비와 안전을 위해 용병을 고용하는 대가로 채굴할 루비의 6할을 바쳐야 되지만, 그러고도 막대한 이익이 남았다.
점점 치안이 확립되면서부터는 용병의 고용비도 줄어들 테니 순이익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수고 많았네."
"단기간에 가장 빨리한 의뢰로 기억에 남을 거야. 다음에도 일이 있거든, 보수는 덜 받아도 좋으니 언제든 불러 주게."
전투에 참여했던 드워프들도 대단히 만족스러워하며 흩어졌다.

5부 『데스핸드와의 싸움』

위드의 조각술 의뢰에 불이 붙었다.
소녀의 눈물 상!
길거리에 있는 때 묻은 조각상이었다.
"감정!"

-아버지는 매일 도끼만 만드셧어요.
어머니는 매일 재봉만하셧죠.
저와 제 동생과는 아무도 놀아 주지 않았어요.
놀아 줄 사람이 어디에 없을까요.

난이도는 E급!

위드는 그 드워프를 찾아냈다. 하지만 조각상이 만들어진지 아주 오래되어서, 이미 나이를 한참 먹은 아줌마 드워프!
그녀는 재봉을 하던 와중이었다.
"실례합니다. 놀아 드려도 될까요?"
위드가 그녀를 불러넀다. 어린 드워프들이 좋아하는 사과맛 맥주를 사 주고 30분간 놀아 주었다.
"어릴 때의 꿈을 이런 식으로 이루는군요. 제가 만든 옷인데‥‥드리겟어요."
드워프 수제 푸른 로브 획득!
레벨130의 제한이 있는 마법사 전용 복장이었다, 제한은 낮지만, 마법사의 로브라는 게 중요했다.
마법사들은 방어력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가장 강대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에, 마나 회복 속도와 파괴력에 중점을 둔다.
사실 아무리 좋은 로브를 껴입더라도 열악한 생명력과 방어력은 어쩔 수가 없기에 자포자기한 셈이 크기도 했지만, 드워프 수제 푸른 로브는 마나의 저장 효과와 빠른 주문의 옵션이 있어서 무려 7,000골드가 넘는 가격에 팔린다.
마법사들에게는 지팡이 많이 아니라 로브, 부츠까지도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격이 높았다.
조각상 의뢰의 보상이 엄청났던 것이다.
"조각술은, 진정 예술의 꽃이라고 할 수있다!"
위드는 조각술을 아낌없이 찬양했다.
"어서오게, 아트핸드!"
"안녕하세요. 경비경 어르신. 집에 좀 들어가 봐도 될까요?"
"자네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드워프 경비경의 집에도 방문했다.
위드는 아부와 돈 안 드는 선물을 기반으로 한 친화력으로 경비병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경비경의 집 안에는 조각품이 있었다.
누르소의 드워프들의 특성은 인간과는 차이가 있다.
조각품이나 그림 등의 예술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1∼2개씩의 조각품은 꼭 보관하고 있다.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만들어진 조각품도 적지 않지만, 특별한 의롸나 어떤 단서가 되는 것도 많았다.
"훌륭한 조각품 같습니다."
"암. 우리 선조가 보관해 오고 있던 것이지."
"좀 세밀하게 봐도 될까요?"
"자네처럼 능력있는 조각사가 봐 주겟다면 나로서는 영광이지."
"감사합니다. 감정!"

-추악한 요물이 우리 쿠르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드워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요물이라‥‥.'
왠지 난이도가 제법 될 것 같았다.

-그 요물은 모습을 바꾸어 가면서 순진한 드워프들을 농락한다. 요물의 정체는 시시각각 변하기에 어떤 드워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요물이 우리 드워프들을 조롱하는 형태는 비슷하다.
어떤유능한 드워프가 괜찮은 물건을 만들어 내면, 그 요물이 접근을 한다. 매우 실력이 없는 드워프의 행세를 하다가, 순식간데 재주를 익혀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 버리는 것이다.
손재주를 삶의 목표로 삼는 드워프들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위드는 충분히 심하다도 생각했다.
'내 입장에서도 용서할 수 없지.'
본인이 1골들을 벌 때 옆에서 2골드, 3골드를 벌어들인다면 그것은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

-그 요물에게 복수를 해야한다.
드워프의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 드워프들이 무력을 앞세워서 요물을 처단해서는 안된다. 그래 서는 우리 종족의 긍지가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 요물을 발견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실력으로 당당히 겨루어서 제압을 하는 것이 옳다.
다행이 그 요물이 여러 방면에서 탁월한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번 난이도는C급!
"제법 짭짤한 보상이 기대되는군."
요물과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주로 겨루어야 된다는 점.
위드는 요물의 가능성이 높은 드워프를 금방 찾아냈다.
드워프 유저들이 물건을 생산하면, 그 옆에서 더 뛰어난 물건을 만드는 드워프가 잉ㅆ었다.
그의 이름은 데스핸드!
"클클클."
호쾌한 드워프 답지않게 음소를 터트리며 무언가를 만든다.
어떤 의뢰를 줄지 모른다면서 쿠르소에서는 이미 유명한 드워프였다.
'맥주도 안 마신다니 틀림없겠지.'
위드는 하루를 따라다녀 보고 확신했다.
맥주를 마시지 않는 드워프는 정상이 아니다!
일부러 옆에서 보란 듯이 마셔 보았는데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 제대로 찾은 듯싶었다.
"에휴, 어디 이런 검으로 수박이나 자루겠나."
"크윽‥‥."
데스핸드 옆에서 또다시 좌절하는 드워프가 있었다.
그는 모아 둔 돈을 다 써서 최상급 뼈를 구했다. 몬스터의 뼈로 만든 검!
오우거의 다리뼈를 이용해 제법 괜찮은 검을 만들고 나서 기쁨의 환호성을 터트렸다.
"아싸! 드디어 오우거 소드가 완성됐다!"
다른 드워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전, 데스핸드가 다가왔다.
"허 참, 정말 어렵군. 어떻게 뼈로 검을 만들지?"
그는 가지고 있던 오크의 뼈를 이용해 검을 만들어봤지만 몇번이나 실패작만 나왔다.
'설마.'
오우거의 뼈로 검을 만든 드워프는 데스핸드에게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니겠지. 이번에는 아닐거야.'
철음 검을 만들기에 가장 편한 재료다.
녹여서 두들기면 형태를 조정하기도 좋고, 검날도 재질의 강함에 힘입어서 완성하기 편하다. 만들어진 검은 숫돌로만 갈아도 그예기를 금방 되찾는다.
이에 반해 뼈 검은 만드는 과정에서 일체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며, 재료 자체의 특성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대장장이 스킬이 높은 드워프라고 해도, 재료의 숙련도가 따라주지 않으면 못 만드는 검.
데스핸드는 실패작을 몇 번 만들더니, 오우거의 뼈를 꺼냈다.
"이건 비장의, 아껴 두던 건데‥‥."
그러더니 뚝딱뚝딱 금세 오우거 뼈 검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훨씬 더 좋고, 모양도 멋들어진 검이었다.
그러나 데스핸드는 자신의 검을 바닥에 내던지더니 질글질금 밟았다.
"에잇, 실패작이야! 이런 검으로는 수박도 자르지 못해. 사과도 못 자를 거야. 바나나도 베지 못할 실패작!"
"크흐흐흑!"
오늘도 데스핸드의 희생양이 비통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 * * * * * * * * *

위드는 데스핸드 옆에 아주 보란 듯이 자리를 잡았다.
"뭘 만들어야 될까, 에휴. 재능이 없다 보니 뭐든 만들기가 어렵군."
초보 조각사롯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그리고 초보용 조각칼을 꺼내 무려 10시간에 걸쳐서 다람쥐를 조각했다.
꼬리를 조각하는 데 4시간, 머리를 조각하는데 2시간, 몸통을 대충 만들었는데도 꽤 긴시간이 흘럿고, 다리는 아예 없었다.
다람쥐인데 앙증맞은 볼은 어디 갔는지, 오소리나 족제비에 가깝다.
크기는 거의 멧돼지급이었으니 도무지 다람쥐라고는 볼수조차 없다.

-조각품의 실패로 인해 명성이 23 감소하였습니다.

"클클클."
데스핸드가 완성된 다람쥐를 보며 비웃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 다람쥐는 실패작이었으니까!
위드는 다시금 의욕을 다지며 초보 조각칼을 쥐었다.
"괜찮아, 실패란 더 나은 작품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니까!"
이번에는 황소를 조각하려고 했다.
온순하며, 일을 잘하는 소.
다람쥐보다도 훨씬 공을 들여서 조각을 했지만, 이번에도 도저히 눈뜨고 못 봐줄 정도 였다.
4개의 다리는 굵기와 길이가 서도 달랐고, 꼬리는1센티가 될까 말까다!
머리는 금이 가서, 그저 붙어 있다고 해도 다행일 수준!
어디에서도 황소임을 알아볼 수 있는 증표가 없었다.
우당탕!
그나마 만들어진 조각품마저도 빈약한 다리가 하중을 이기지 못한 채 무너ㅈ서 박살이 났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갈수록 퇴보하는 조각사라니!

-조각품 실패로 인해 명성이 39 감소하였습니다.

"클클클클! 크히히힛!"
데스핸드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남의 불행을 보며 좋아하는 성격의 그에게는 위드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조각사라면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지만‥‥."
데스핸드는 그래도 위드를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조각술을 펼치지 못하게 박살을 내 줘야겟지!"
* * * * * * * * * *

위드와 데스핸드의 조각술 승부!
좁은 쿠르소에서 소식은 금방 퍼졌다.
데스핸드는 지금까지 모든 드워프들을 실력으로 조롱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각술을 겨루는 승부였다, 승부를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드워프들에게는 단연 위드가 화제였다.
"냉정하게 말해서 누가 이길까?"
"데스핸드겠지."
"아니야. 나는 아트핸드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데스핸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면 좋겠는데!"
샤스펜 동굴에 들어갔던 전사 드워프들은 위드의 편이다.
"기술이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는가? 불리한 전투에서도 역전은 가능하지만, 손재주는 거짓말을 안해."
"그래도 아트핸드라면 가능할 거야."
"내기할까?"
"좋아! 지는 쪽이 오늘의술갑을 포함해 백일간 술 사기다."
"얼마든지. 여기 맥주 두통 추가!"
호기를 부리며 내기를 거는 모습도 종종 볼수 있었다.

* * * * * * * * * *

데스핸드가 만드리골한 것은 발게스트의 유령기사였다.
거대한 전투마를 타고 전장을 누빈다는 악독한 몬스터 기사!
발게스트의 기사가 등장하면 몬스터들도 공포에 떤다. 절대적인 위압감을 가지고 있는 고위 몬스터.
"클클클."
데스핸드는 상다잏 빠르게 발게스트의 기사를 완성해 갔다. 크기가 상당했기에 점토를 구워서 만들고 있었다.
"아, 조각술은 정말 어려줘."
엄살을 부리는 데스핸드.
위드가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앓는 소리를 했다.
처음 말의 다리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위드가 만든 황소처럼 두께와 길이 들이 달랐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간단한 수선을 했다. 몸통을 함께 만들면서 오히려 앞발을 치켜든 채로 포효하고 있는 형상으로까지 변화를 시켰다.
데스핸드가 얄밉게 입가를 실룩였다,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내가 운이 좋군."
말이 가진 섬세한 근육들의 형태가 잦춰지고, 웅장한 발게스트의 유령마가 되었다.
체인 메일과 철퇴 그리고 그 위에 덧입은 찢어진 옷까지, 발게스트의 기사가 완벽하게 표현되었다.
"어휴 이 정도밖에 만들지 못하다니‥‥‥. 나같이 무능한 조각사가 있을까. 나처럼 못난 조각사는 죽어야 돼. 죽어 마땅하고 말고."
데스핸드는 슬퍼서 끅끅대며 울었다.

-걸작! 발게스트의 친위 기사 조각상
몰락한 발게스트 공국의 유령기사.
전장에서 포효하는 형상의 조각품.
질이 떨어지는 점토로 완성되었고, 그위에는 검은 물감을 칠했다.
예술적 가치 : 416
특수 옵션 : 전투마의 이동속도 7% 향상
가시들의 스킬이 한단계씩 올라감.

"아이고, 난 다시는 조각품을 만들지 말아야겠구나. 이런 미천한 실력으로 어찌 조각품을 만들 자격이 있을까."
데스핸드가 대놓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구경을 나온 드워프들이 혀를 찼다.
"또 불쌍한 희생자가 등장하겠군."
"그러게, 이번에는 정말 잔인한데, 저런 말까지 들으면 조각품을 만들 수조차 없잖아."
자존심의 밑바닥까지 밟아 버리는 데스핸드의 수작!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아트핸드이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냥을 물러서지 않을 거야. 확실해."
드워프들은 위드의 실력을 정확히 짐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조각술로 난이도 B급의 의뢰를 받을 정도였으니, 아무리 우닝 좋더라도 기본 실력이 상당할 거라 예상 할 뿐이다.
위드는 초보용 조각칼을 추어올렸다
"‥‥‥."
드워프들과 데스핸드가 그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드는 조각칼을 든 채로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로 다시 손을 내려싸.
순간 터지는 한숨 소리들.
"아!"
"역시 포기인가?"
드워프들이 안타까워할 때였다.
"조각칼 따위는 필요 없겠지."
위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더니 빈손을 추어올렸다.
조각칼도 없고, 심지어는 조각을 할 재료도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그러자 마법처럼 나타나는 은은한 빛!
위드가 조용히 되뇌었다.
"이것이 달빛 조각술이지."
조각품을 깎는 것은 오히려 쉽고 편하다. 조각품에 빛을 어리게 만들어서, 예술적인 가치를 높인다.
하지만 진정한 달짗 조각술은 빛 그 자체로 조각을 하는 것이다.
위드의 열 손가락에서 실타래처럼 빛줄기들이 풀려 나왔다.
"으악! 저건뭐야."
"마법 같은데‥‥드워프가 마법을 써?"
드워프들이 모여들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처럼, 빛의 조갓술을 다루는 위드가 현재의 주인공이었다.
데스핸드조차도 기겁한 얼굴로 위드를 보고 있었다.

* * * * * * * * * *

가느다란 빛줄기들이 색색의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어떠한 빛깔로도 재현해 내기 어려운 빛 그 자체의 오묘한 색채.
위드의 손이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뭉친다. 묶는다. 퍼트린다. 흘린다. 확장시킨다. 실수 따위는‥‥없어야 한다.'
위드의 집중력이 고도로 확장되었다.
달빛 조각술을 제대로 시현하는 것은 최초.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뿐더러, 오랫동안 느긋하게 살피면서 조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목조나 석조를 다루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이도의 조각술.
빛의 조각술이다.
손가락에 힘을 줄 때마다 더 강한 색채의 빛이 흘러나오면서 소량의 마나가 소모되었다.
달빛 조각술의 미묘한 조율.
빛의 색깔조차도 조절이 된다.
각 부분별로 다른 색들을 적용한다면 엄청난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피라미드를 능가하는 규모에, 수만 가지의 색채로 만든 조각품!
상상도 하지 못할 굉장한 작품이 될 것이지만 자칫하다가는 조잡해지기 쉽다.
몇 날 며칠에 걸쳐서 집중력을 최고로 유지해야 할 테고, 아직은 나도 그만큼 받쳐 주지 못한다.
조각사의 상위스킬인 달빛 조각술!
숙련도에 따라서 마나를 소모하는데, 현재로써는 마나의 소모 속도가 만만치 않았고, 색상을 바꾸는 데에도 일정량이 필요했다.
'내 실력이 아직 그정도는 아니야.'
위드는 한 가지 색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선명한 붉은 색이 먼저 피어올랐다.
'붉은색, 아니야. 너무 과감하고 화려해.'
붉은빛으로는 어울리는 조각품이 한정되어 있다.
그다음에 위드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색깔은 노란색.
마찬가지로 조각을 하기에는 까다로운 색깔이다.
초록색, 주황색, 파란색, 검은색, 보라색, 색들이 변해 가고 있었다.
그 어떤 색도, 색감이 너무나도 좋았다.
홀린 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맑고 뛰어난 색감!
위드는 괜히 어린 시절이 한스러웠다.
'젠장! 눈으로 보고있으면서도 무슨 색인지 알 수가 없어.'
가난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시간에 8색 크레파스만은 사용했던 후유증!
둔감한 색감으로 인해 특정한 색을 고르기 어려웠다.
색들은 계속 병하고 있었다.
마흔여덞 가지의 색도 아니고, 예순 가지의 색도 아니다.
색도, 채도, 명도가 서로 다른 수만 가지의 색의 은근한 변화들.
위드는 마음으로 색을 정하기로 했다.
'제일 예쁜 색이 아니라, 내 마음이 끌리는 색으로 정하자.'
너무 많은 색이있고, 빠르게 변화한다.
어떤 색을 정하더라도 아쉬움은 남겠지만 마음이 와 닿는 쪽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됐다. 이거야.'
이드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밝은 은색과 고급스러운 푸른색이 서로 뒤섞인 빛이었ㅅ다.
은빛에 푸른 광채가 함꼐 흐르는 빛.
8색 크레파스를 썼던 위드의 색상 감각으로는 설명할 수 도 없는 실버블루!
빛으로 표현되기에 더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색깔이었다.
파앗!
지금까지 쌓여 있던, 위드에게서 흘러나왔던 빛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수백가지가 넘는 빛의 샐들이 커다란 공처럼 뭉쳐 있었는데 순식간에 없어지고, 위드의 손에서 은푸른빛이 나왔다.
달빛 조각품의 시작이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위드의 고민은 빛을 보는 순간에 사라졌다.
조각술은 재료를 다루는 기술이다. 재료에 따라서 만들 수 있는 작품도 제약을 받는다.
당연히 달빛 조각술로 족가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몇 가지 염두에 둔 것이 있었다,
'서윤, 충분히 많이 우려먹었지만 빛으로 만든다면 정말 여신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빛으로 사람을 빚어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조형미를 갖추기도 어렵고, 피부를 표현하는 것도 굉장한 난이도.
언젠가 도전해 볼 만한 괴제이지만, 아직까지는 무리라고 여겨졌다.
'빙룡이나 와이번도 괜찮겠지.'
이미 만들어 봤던 조각품을 빛으로 만드는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그러나 흘러나오는 오묘한 빛을 보는 순간, 위드는 마음을 정했다.
'이 빛에 어울리는 조각품을 만들자.'
정해 놓은, 이미 익숙한 조각품보다는 주제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정하기로 했다.
위드의 손이 허공을 누볐다.
빛들이 엉키고 흔들리면서 질서를 잡아 간다.
조각물을 깎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만드는 조각품!
세심하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10개의 손가락이 악기를 만지는 것처럼 예민해졌다.
힘의 강도와 시간에 따라 빛의 굵기나 색감, 길이 등 변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감각이 극한에 이르지 못한다면 시도도 못 할 조각술이었다.
완전히 집중한 모습으로 빛의 조각품을 만드는 위드의 모습은 엄청난 카리스마.
빛과 함께하며, 빛을 어루만지며, 빛을 발산하는 조각사의 극치!
천둥 벼락이 옆에 떨어지더라도 모를 만큼, 빛과 형태를 갖추어 가는 조각품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마침내 은푸른색으로 만들어진 2장의날개가 완성되었다!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위드는 작품을 보며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빛의 날개."
다른이들이 지금 조각품에 이름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가슴을 치며 크게 안타까워할 일이었다.
빛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날개.
이것에 그저 빛의 날개라고 이름을 붙이다니!
하지만 위드는 뚜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나의 작면 센스는 정말 최고야.'

-빛의날개가 맞습니까?

"맞아."
띠링!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달빛조각 대작! 빛의 날개를 완성하셧습니다!
베르사 대륙에서 오랫동안 실전되었던 빛의 조각품!
소수의 조각술 마스터들 그리고 그들의 제자들만이 알고 있었다는 빛을 다 룬 조각품.
역사에 전설로나 기록되어 있던 조각술이 복원되어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조각술의 기념비가 되어 마땅할 작품.
두 쌍의 날개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음은 아쉬는 부분이다.
예술적가치 : 역사적인 조각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의 작품.17,900
특수 옵션 : 빛의 날개 상을 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 가 하루 동 안 15% 증가한다.
전 스탯 25 상승.
어둠의 마법에 대한 내성35% 상승.
눈멀기 마법에 대해 면역.
조각품이 있는 마을이나 도시 전체는 밤에도 치안의 하락폭이 감소함.
밤에 강화되는 몬스터들의 힘을 3% 억제.
빛의 사제들의 신앙심과 스킬의 효과가 15% 증가함.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달빛 대작의 숫자 : 2

-조각품에 대한 이해의 스킬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명성이 332올랐습니다.

-예술 스탯이 30상승하셧습니다.

-지혜 2 상승하셧습니다.

-매력이 7 상승하셧습니다.

-빛의날개 상이 조각품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재능있는 조각 사들이 이조각품을 본다면 조각술을 수련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 것입니 다.

-달빛 대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4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압도하는 엄청난 작품!
달빛조각술을 응용한 작품을 몇 번 만든 적은 있지만,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달빛 조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가치가 엄청난 덕분에, 위드가 만들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예술적 가치도 뛰어났다.
공중에 떠있는 채로 펄럭거리거리고 있는 한 쌍의 우아한 빛의 날개.
위드는 땅을 치며 한탄했다.
"실패작이야, 실패작."
"‥‥."
얼이 빠져 있던 드워프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위드를 욕하고 비난하고 싶었다.
'제정신이냐, 이 미친 드워프야!'
'이런 작품을 만들어 놓고 실패작이라니, 누굴 놀리냐!'
전설로만 전해 오던, 사실 이곳에 있는 어떤 드워프도 모르고 있던 빛을 이용한 조각품.
그런 조각품을 만들어 놓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니!
"나처럼 재능 없는 조각사는 죽어야 돼, 흑흑. 어떻게 이런 형편 없는 조각품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
"너무 건성으로 만든 탓이야. 조금만 더 공을 들여서 만들걸."
위드도 사실 빛의 날개를 조각하기가 지금까지의 어떤 조각품보다도 힘겨웠다.
빛의 강도와 색을 균일하게 맞추기 위해서 손끝의 감각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다. 머뭇거리거나 망설여서도 안 된다. 과감하게 움직이면서도 순간순간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
빛의 날개를 조각하는4시간여 정도가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지경.
위드의 이마와 등줄기에도 식은땀이 흥건했다.
"데스핸드."
"응? 나, 나를 불렀는가?"
멍하니 빛의 날개를 보고 있던 데스핸드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거의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위드는 다짜고자 사과부터 했다.
"죄송합니다."
"뭐, 뭐? 왜 나에게 사과를‥‥."
"당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저처럼 무능한 조각사는 작품을 만들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
"조잡한 실력으로 이처럼 형편없는 실패작을 만들다니,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네요."
"‥‥."
빛의 날개에도 약간의 결함은 있었다.
한 쌍의 날개를 만드는 것이기에 양쪽이 동일해야 하는데, 먼저 만들어 놓은 다른 부분을 살필 겨를이 없어 좌우의 날개가 조금은 달랐다.
이처럼 미세한 결함이 있었지만, 직접 만든 위드가 아니라 다른사람이 잠깐 구경하는 정도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작은차이였다.
사실 완벽한 조각품이 드물기도 하고, 빛으로 만든 첫 작품임을 감안하면 대성공에 가까웠다.
실제로 위드는 명작 정도만 나와도 성공이라도 생각했으니까.
"수치스럽고, 창피합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예요. 저같이 무능한 조각사는 그냥 죽어야 돼요."
데스핸드가 했던 말들을 똑같이 되돌려 주는 위드였다.
"조각술을 제가 더럽힌 것 같아서 말이죠. 앞으로 저처럼 쓸모없는 조각사는 다시는 조각을 하지 않아야 될 것 같은데, 데스핸드,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다?"
"나, 난‥‥."
쿠르소에서 악명을 떨치던 데스핸드가 수세에 몰려 당황하고 있았다.
빛의 날개에 놀라던 드워프들이 정신을 차렸다.
위드와 데스핸드의 조각술 승부!
위드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아트핸드가 이겼다.'
'드디어 데스핸드가 패배했다!.'

* * * * * * * * * *

데스핸드는 위드와 다른 드워프들이 보는 앞에서 항복 선언을 했다.
"졌다. 몬난 실력으로 오만하게 굴어서 미안하다."

-쿠르소의 요물을 퇴치하셧습니다.

경비경의 조각품에 숨어 있던 의뢰의 해결!
"드워프 중에도 재주 있는 자가 있었군. 언젠가 너의 실력을 누를 수 있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
데스핸드는 품에서 15겐티 크기의 조각상을 꺼내서 위드에게 주었다.

-죽음의 상을 획득하셧습니다.

'다시 만날 날까지 이 조각품을 잘 간직해 주기 바란다."
데스핸드는 쓸쓸히 돌아서서 떠났다.
"뭐야, 겨우 조각품 1개 주고 끝이야?"
"이렇게 허탈한 전개라니‥‥."
구경하던 드워프들도 어깨에 힘이 빠졌다.
발게스트의 친위 기사 조각상도 묘사가 탁월한, 대단한 작품이었다. 아울러 빛의 날개를 만드는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데스핸드의 명성이나 실력, 행동에 비해서 겨우 이걸로 끝이라니!

6부 『대륙의 꿈』

유니콘.
몬스터나 신수의 이름과 같기도 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주식회사 유니콘을 먼저 떠올린다.
로열 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의 전신!
새로운 세상의 창조로 인해 지구의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회사였다. 캡슐과 휴대용 소형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막강한 제조 산업체를 거느리고 있었다.
로열 로드의 운영 비용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순수익이 매달 창출된다.
여기에 첨단 통신망 구축과 캐릭터 사업, 영상 문화 부문, 여행, 레저 분야에 이르기까지 유니콘의 발자취는 넓게 퍼졌다.
새로운 세상의 창조, 미지의 신대륙을 만듦으로서 그 막대한 파급효과를 통해 급성장하는 주식회사 유니콘.
여전히 핵심음 로열 로드였다.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로열 로드의 운영과 신규 유저 창출은 가장 중점이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니콘 사에서는 본사의 핵심 인재들이 모인 중요 회의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중장기 홍보 전략을 맡고 있는 프로젝트팀의 장윤수 팀장이 회의를 이끌었다"김 부장님,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 먼저 약간의 정보 공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유저들의 성장 속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김한서 부장은 잠시 자료를 뒤적여 보더니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회의실을 돌아보았다.
"네, 여신베르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한서 부장입니다."
"여신 베르사.
베르사 대륙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의 이름.
김한서 부장을 포함한 17인의 천재 과학자들이 동참해서 만든 인공 자아였다.
대륙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여신 베르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로열 로드의 실질적인 창조주 역할을 한 절대 자아!
지금은 스스로의 규칙을 가지고 대륙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휴식을 취할 뿐이었다. 오직 김한서 부장이 있는 시스템관리 부서에서만 여신 베르사에 의한 유저 리포트들을 받아 볼 수 있다.
"아시겠지만‥‥지금부터 제가 발표하는 내용들은 회사의 극비 자료들이니 어떠한 경우에도 외부 유출을 금지합니다.
사내에서도 상급자는 물론이고, 부하 직원에게 지나가는 말로라도 해서는 안 됩니다. 이 점부터 확실히 해 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회의실에 들어오면서 각 분야의 담당자들은 이미 비밀 엄수 선서를 했다.
회의에 참여한 이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에서 거론되는 자료들은 자칫, 베르사 대륙 전체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는 엄청난 것들이다. 이런 정보들이 공개되면 어떤 소란이 버러질지 모를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유저들은 430을 조금 하회하는 정도입니다."
"정확히890명입니다. 현재까지는 우리의 예상 수치 아래에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로열 로드.
하지만 주도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국 유저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끝장을 보려고 하는 유저들.
그들로 인하여 세계 게임의 역사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홍보부와 운영전담 부서에서는 이런 유저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의에 참관을 하고 있던, 대외협력 부분의 수인혜 대리가 손을 들었다.
"질문이 있어요. 미국이나 중국, 일본등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유저들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나요?"
"아직은 미흡한 수준입니다. 그들은 초창기에 로열 로드가 자리를 잡을 때 외면했던 탓에 그 세력이 약하고, 변방의 섬이나 마을 들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로열 로드에 대해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핏대를 세웠다. 유니콘 사에서 개발된 가상현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완벽한 이론을 정립하고 실제 구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국가의 언론들은 부정적인 내용들만을 발표했다.

-최초의 가상현실. 아직은 이르다
한국의 기업,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발표
국내 과학자들,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평가절하
과학은 사기가 아니다

로열 로드에는 전 세계의 유저들이 가입할 수 있었지만, 그들 국가의 유저들의 유입이 늦은 이유였다.
뒤늦게 다른 국가의 유저들도 들어왔지만 주도적인 세력화는 이루지 못했다.중앙 대륙의작은 국가나 섬에 모여서 플레이하거나, 혹은 자동 통역 프로그램에 힘입어서 국가를 밝히지 않았다.
로열로드 내에서는 모든 언어가 동일하게 통할 수 있었으므로, 국가는 큰 의미가 될 수 없었다.
전략운영실의 손일강 실장이 살짝 웃었다.
"그것은 참 다행이지요. 적어도 황제가 될 수 있는 유저가 외국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을 테니까요."
"아마도 그렇겠지요."
장윤수 팀장도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로열 로드.
베르사 대륙을 최초로 일통한 황제에게는 상금으로 1달 매출액의 10%를 준다.
대륙에서 가장 큰 모험인, 모든 자들의 지배자가 되는 꿈을 이룬 이에게 주어지는 과감한 특전.
언론에서는 이 상금의 어마어마함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돈이 아닌, 다른 특전도 있었다.
유니콘 주식의 5%
참여한 과학자들과 연구원,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시스템 부서와 전략 운영실에서 밀어붙여서 통과된 포상이다.
황제가 된 이는 절대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베르사 대륙에 인간이나 다른 종족들이 이룬 모든 것을 붕괴시킬 수도 있고, 혹은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베르사 대륙에 기반한 첨단 경제 기업, 주식회사 유니콘을 지우지할 수도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신 베르사조차도 율법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장한 지배자는 건드리지 못한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상현실 세상의 황제.
그것은 외부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엄청난 일이었다.
* * * * * * * * * *

로열 로드에 대한 새로운 홍보 전략, 신규 기술에 대한 지원, 사업 파트너들에 대한 논의들이 오전의 회의에서 거론되었다.
하지만 회으의 당사자들에게는 바드레이와 다른 랭커들, 길드의 수장들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계속 이어진 오후 회의에서는 미루어 놓았던 각종 안건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었다.
"전략 윤영실에서 말씀들이겠습니다. 최근에 호드왕국의 주민 NPC들이 깜찍한 외모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캐릭터사업부에 공문을 보냈는데 찾아보셨는지요?
"네. 관련 캐릭터 생산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여행에서 트로체 마차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빠른 속도, 안전함에 대해 호평이 자자합니다. 리조트에 설치한다면 어떨까요?"
"리조트 내 이동 수단으로요? 산악 탐험이나 스키, 골프장에서 이용한다면 괜찮겠군요. 고려해보겠습니다.
가벼운 아이디어 회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각 부서의 수장들끼리 간단히 나누는 대화였다.
식사가 금방 끝나고, 장윤수 팀장이 다시 분위기를 잡았다.
"그럼‥‥대외적인 로열 로드의 세력 균형부터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손일강 실장이 일어났다. 그리고 중앙의 전면 스크린을 작동시켰다.
각 길드의 영역과 성, 마을들이 표시된 전체 지도였다.
"대륙별로 보자면 중앙 대륙의 힘이66, 동부가10, 서부가 8, 남부가 13, 북부가 3 정도 됩니다."
장윤수 팀장은 스크린을 보다가 깃발들의 개수가 많은 곳을 지적했다.
"동부가 생각 외로 크군요. 마을을 차지하고 있는 길드도 많고 유저들의 수치도 대단합니다."
"네 신규 유저들을 기반으로 한 로자임 왕국도 급성장하고 있지만, 절망의평원 너머 오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탓입니다."
종족들을 아우르는 큰 시야에서의 세력균형이었으니, 오크들의 등장도 포함되었다.
"남부는 전통적인 공국 세력에서 모험을 즐기는 이들이, 서부에서는 부족별로 소소한 분쟁이 심하여 유저들의 숫자는 적어도 강한 전사들이 태동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될 것은 중앙 대륙입니다.
손일 강 실장이 베르사 대륙의 중심부를 가리켰다.
칼라모르 왕국과 하벤 왕국등, 중앙 대륙의 전통적인 강국들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정치와 경제, 인구 추후 발전의 여지를 놓고 볼 때에 그 어떤 지역보다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거두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될 유저들은 대략149명 정도입니다.
장윤수 팀장이 가벼운어조로 물었다.
"네 우리가 주목해야 될 유저는 어떤 식을 결정하셨습니까?"
"네, 인지도나 레벨,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결정했습니다."
"대체로 길드의 수장이거나 귀족, 성주들이 많겠군요."
장윤수 팀장조차도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에는 자료를 받아 보지 못했다. 물론 회의실을 나갈 때에도 관련 자료를 가지고 갈 수 없다. 그렇기에 나누어진 회의 자료들을 보면서 묻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눈의 띄는 유저들이 몇 명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먼저 대륙의 명문 길드들이 가진 힘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보시지요."
회의에 참가한 중역들은 잠시149명의 정보가 담긴 서류철을 살폈다. 회의실에는 조용히 서류 넘기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 정보는 게임 방송사에서 공개하는 것과는 차워니 다르다. 전략운영실과 시스템 부서에서 철저하게 모은 정보들이라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
서류의 내용을 보면 국가별, 성별로 길드들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국가 내에 최강 길드가 있으면, 조금 뒤떨어지는 5∼6개의 길드들이 동맹을 맺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혹은 한 국가에서 10여 개 이상의 비슷한 규모의 길드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베르사 대륙이 넓고, 많은 유저들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균형이 뒤틀어질 때마다 약한 쪽은 패방하고, 잡아먹는 쪽은 조금 더 커졌다, 하지만 더 많은 적들의 견제가 시작된다.
균형이 조금 틀어질 만한 전쟁들이 벌어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대륙의 판도를 뒤바꿀 정도로 영향을 주고 있지는 못했다.
본사 기획부의 하윤지 과장이 셔루를 읽던 도중에 의아한 듯이 말했다.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무력이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이것은 무엇을 기반으로 평가한 것인과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질문하셨습니다."
회의실의 시선들이 손일강 실장을 향해 모였다.
회의 자체가 극비를 다루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유니콘 본사에서도 유저들의 전반적인 황동 동향이나 퀘스트 진행도 등만을 포괄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들만 공유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수의 핵심 인재들에게만 열람되는 특급정보들이었다.
그 정보에는 헤르메스 길드가 군사력, 재정, 영토, 기술과, 생산력, 모든 부분에서 하벤 왕국 내의 다른 명문 길드들을 5배 이상 압도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바드레이는 굉장한 유저입니다. 로열 로드의 오픈 초기서부터 선두권으로 뛰어올랐고, 헤르메스 길드를 창설했습니다, 길드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짐시 뒤처진 감은 있지만, 다시금 최고 레벨의 유저로 등극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바드레이의 레벨이 447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아셨을 것입니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드레이는 물론이고. 레벨400대의 유저가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
방송국이나 유저들은 바드레이의 레벨410정도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훨씬 상회했고, 경쟁자인 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다. 바드레이 정도만큼은 안되더라도, 일반 유저들에게는 좌절할 정도의 격차였다.
회의실의 사람들도 그 자료들을 보며 은근히 경악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선두권에 있는 유저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개인적인 무력, 레벨만이 아니라 스킬의 운용 능력, 실전 전투 감각을 기반으로 한 응용력 등이 일반 유저들의 수준을 휠씬 넘습니다."
소위 랭커들의 동영상이 유행을 타는 이유도, 그들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고려시대의 검객들을 연상시키는 빠르고 정확한 전투.
월등한 개인 기량을 갖추고 새로운 방식으로 몬스터를 사냥한다.
그들이 던전이나 몬스터들의 성채를 부수는 광경은, 잘 만들어진 판타지 액션 영화를 보는 그 이상이었다.
어느 한 암살자 유저는, 바이마르 왕국의 유명한 몬스터들 성에 단신으로 들어가서 매일 밤마다 열 이상의 목숨을 취했다.
몬스터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해서 성채를해산시키고, 자신의 깃발을 성의 가장 높은 곳에 걸었다. 새로운 성주의 탄생이었고, 그 동영상을 통해서 많은 휘하 세력을 만들었다.
즉흥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미리부터 준비를 해 두고 한순간에 터트렸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무서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모험이나 전투를 즐기는 유저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길드나 마을 들을 점령하고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시 세력의 힘을 키우기 위해 정치적인 모략이나 합종 연횡도 서슴지 않습니다. 특히 헤르메스 길드의 경우에는 세력을 확대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하벤 왕국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반헤르메스연합 길드. 이번 조사를 하던 도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들 중에서도 헤르메스 길드와 깊은 연관을 가진 길드가 3∼4개 정도 되었습니다."
"‥‥."
친목을 기반으로 한 길드가 아닌, 패권을 위한 길드.
가상 현실 베르사 대룩의 가치는 엄청난 것이라서 그 권력을 쥐려고 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중역들이 이마를 감싸 쥐었다.
"정말 대단한 인간들이 많군."
"소름이 돋을 정도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지?"
김한서 부장이 말했다.
"너무 놀라실 것 없습니다. 이 정도는 로열 로드를 오픈하면서부터 예상을 했던 부분입니다."
"‥‥."
:가상현실, 그 안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생길 거라 모두 짐작하지 않았습니까?"
예상은 했지만, 그들의 사고를 넘는 유저들의 행동에 당황 되었다.
화면에는 몇몇 상위권 유저들의 전투가 보였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진짜 판팆 대륙에서 몬스터들과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킬 운용 능력, 담대함, 칼날 같은 날카로움.
그저 게임을 좀 잘하는 유저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는 베르사 대륙을 지배하고자 하는 재능 있는 야심가들의 활약!
그들은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로열 로드에 대해 전율을 느꼈다.
"새로운 세상입니다. 그렇게 로열 로드를 봐야 됩니다. 그리고 그 로열 로드의 지배자는 어떤 시긍로든 우리와 깊은 연관을 가질 수밖에어 없으므로 주의 깊게 지켜봐야 됩니다. 그것이 이 회의의 목적입니다."
김한서 부장의 말에 회의실의 인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일강 실장이 다시 말했다.
"바드레이를 비롯해 다른 상위권 유저들도. 방송사나 언론 매체에 자신들의 정보를 다 밝히지 않습니다. 지금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본다면, 다른 유저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적은 정보들을 제한적으로 보여 주는 선전 전까지 평치고 있습니다."
장윤스 팀장이 신음했다.
"홍보부에 섭외하고 싶을 정조의 인물들이로군요."
바드레이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길드의 몰아주기를 바탕으로 쉽게 성장한 유저.
이런 사실조차도 조작된 것이라니.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정도로, 어느 정도의 개인 기량을 갖추고 있으며 일만 이상의 유저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은 149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레벨이나 길드의 무력들을 기준으로 나눠 본다면, 13명 정도의 유저들이 정말 뛰어납니다. 질풍의 로암이나 사자성의 군트 등, 매우 강하고 교활하 유저들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나 변화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현제로써는 위의 1449명 중에 황제가 되는 유저가 나올 가능성이 70% 이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 * * * * * * * * *

회의는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베르사의 대륙의 힘의 역학 관계, 길드들의 영향력에 대한 토의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유저들의 경악할 정도의 활약상은,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 하게 만들었다.
회의가 다 끝나고, 장윤스 팀장과 손일강 실장 그리고 스템부의김한서 부장이 남았다.
"휴! 다 끝났군요. 손 실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진행하느라 장 팀장님이 고생하셨지요."
서로 덕담을 나누고 가볍게 커피를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에, 장윤수 팀장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했다.
"손 실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네?"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저가 있어서 그런데요, 그 사람에 대한 평가 자료는 올라와 있지 ㅇㄶ더군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황제가 될지도 모를 만한 유저 에 대해서는 모두 보고를 마쳤는데‥‥‥.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데요?"
"위드입니다."
"위드라면 불사의 군단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던 유저군요."
"손일강 실장은 장윤수 팀장과 함께 그 동영상을 보았다.
언데드들의 동향과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위드는‥‥개인 레벨이나 영향력 면에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장윤수 팀장이 아쉬워했다. 그런데 김한서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설혹 149인에 포함되었더라고, 가장 형편없는 가능성을 가졌을 겁니다."
"네? 왜죠?"
"김한서 부장은 평온하지만 신랄한 어조로 답했다.
"목표가 없기 때문이지요."
장윤수 팀장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목포가 없다니요. 세상을 놀라게 만드는 퀘스트를 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그 위드가 언제 로열 로드를 시작했는지 아십니까?"
하지난 손일강 실장도 김한서 부장과 같은 편에 섰다.
"저도 그 위드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를 갖지 않고 있습니다."
"‥‥‥."
"실은 그에 대해서는 우리 전략운영실에서도 상당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조사해본 바로는 최근에 역사적인 팔랑카 전투도 경험하고, 뱀파이어 왕국에도 다녀온 것 같더군요."
김한서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관심이 있었지요. 나또한 마법의 대륙을 했던 유저니까."
위드의 퀘스트들은 시스템부의 과학자들도 모두 보았다.
손일강 실장이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그것뿐입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퀘스트들은 할지 몰라도‥‥그게 전부입니다. 그가 경험한 퀘스트들이 나 행동, 스킬, 전투 시의 능력들을 기반으로 본다면, 그와 모리타의 영주는 동일 인무일 것입니다."
"네? 전신 위드가 모라타의 영주, 아니 조각사라고요?"
"99% 이상 신뢰해도 될 자료입니다."
장윤수 팀장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당황했다.
위드가 조각사라는 사실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니까.
조각사로서 1년도 안 되는 시점에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불사의 군단 퀘스트를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맞을 겁니다. 전투형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기에는 그가 보여주는 기본적인 방어력, 마법적인 능력이 모두 너무 취약합니다. 그것을 개인의 전투에 대한 감각과 기량으로 극복하고 있는 거지요."
장윤수 팀장은 도짛 믿기지가 않았따. 하지만 김한서 부장은 고개를 끄덕여서 사실임을 알려 주었다.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김한서 부장은 유니콘 사에서도 모든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는 거의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각사라는 직업, 그것 때문에기대를 갖지 않으시는 거로군요."
:틀렸습니다."
뜻밖에 김한서 부장은 직업도 그 이유가 아니라고 했다.
"우리 시스템부에도 그를 좋아하는 동료들이 많습니다. 전신 위드, 전설적인 다크 게이머, 보다시피 몇 개의 큰 퀘스트를 맡아서 하며 개인 기량을 뽐내기도 했지요. 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지금은 실망했습니다.
"왜지요?"
"그는‥‥ 어떤면에서 본다면 온실 속에서 자라 왔다고 할수 있습니다."
"‥‥."
"자신과 아는 몇몇의 사람들과만 사냥과 퀘스트를 하고, 세상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온실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과실들을 머긍면서, 욕심도 없이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다크 게이머들이 대부분 저지르는 잘못이지요. 애초에 왜 베르사 대륙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습니까?"
장윤수 팀장은 로열 로드 초창기 기획을 떠올리고 답했다.
"유저들은 베르사 대륙의 주민이니까요? 그리고 법이나 질서도 그 주민들이 스스로 정해야 하기 때문에‥‥‥."
"맞습니다. 우리는 유저들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 하지 ㄶ습니다.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야심을 가진 이들, 자신의야망을 평치고 싶어 하는 이들을 막지 않습니다."
로열 로드에서는 지배자, 통일 제국의 황제가 되는 길을 열어 놓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진짜 꿈을 꾸어 보라고, 자유를 주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다크 게이머들은 아이템을 팔거나 의뢰에 동참해 주는 용병 역활로 짭짤한 돈을 벌어들인다. 그에만족하고, 더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방송이나 명예의 전당을 통해서도 돈을 벌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런 수입들이 꽤나 짭짤하겠지요, 다크 게이머로서는 꽤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한서 부장은 이형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퀘스트나 인지도, 사냥의 기록만 보더라고, 어지간한 대기업 과장급 이상의 수입을 거두고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비밀은‥‥ 언제까지나 지켜지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먼저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도, 사실은 그 비밀을 지켜 주기 위한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전략운영실에서 알아낼 정도라면 다른 이들도 알아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온실에서 스스로를 감추고 있는 위드이지만, 결국은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멀지 않은 시기에.
장윤수 팀장이 옹호하듯이 말했다.
"그래도 조각사로서 이 정도까지 하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김한서 부장은 신랄한 반응을 보였다.
"조각사로서 대단하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혹은 그의 적들이 동정심이라도 가져야 됩니까?"
"그건 아니지만‥‥‥."
"모라타가 많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북부의 거점 도시로 성장하고 있죠. 북부의 모험을 주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엄ㅊㅇ난 규모의 자금 투자도 이루어 졌습니다."
"프레야 교단의 보호가 끝나면, 그리고 북부에 유저들이 더 많아지면 욕심을 갖는 이들이 생기겠죠. 모라타로 침공할 적들이, 영주가 조각사인지 아닌지에 대해 관심이라도 가져 줄까요?"
"‥‥"
"전쟁의 신이라는 광오한 명성. 그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을 해야 됩니다. 명성이 주는 달콤함만을 맛보다가는 추락하게 될 날이 금방입니다."
장윤수 팀장도 더 이상은 뭐라 두둔해 주기 어려운 분위기, 김한서 부장이 정점을 찍었다.
"베르사 대룩을 여행하면서 스스로가 원하는 게 있으리라고 봅니다. 지키려고만 하고 도전하려 들지 낳으면 무엇도 얻지 못합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짓밟혀서 죽을 겁니다.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유저가 되어버리거나‥‥. 베르사 대륙은 무능한 자에게는 기회를 열어 주지 않습니다."
김한서 부장이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장윤수 팀장이 위축될 정도였다.
유니콘의 핵심 중역, 과학자로서의 역량, 탁월한 두뇌.
전 분야에 걸쳐서 석학 소리를 듣는 김한서 부장이었으니 그의 말에는 절대적인 신뢰가 실렸다.
손일강 실장이 무심코, 분위길르 밝게 만들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그 위드가 정말로 베르사 대륙에 뜻을 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평범하게, 어떤 의도도 가지지 않고 내던져 본 질문이었다.
김한서 부장은 눈을 감도 오랫동안 침묵했다.
길어진 회의로 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무렵, 그가 눈을 뜨고 말했다.
"베르사 대륙이 그의 손에 떨어질지도‥‥."
"‥‥."
"그가 꿈을 꾸기 시작한다면 모든 상황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숨겨진 재능이 빛을 발하고, 그 거대한 명성이 움직이면 전신 위드의 꿈이‥‥베르사 대륙에서도 재현될지도 모르지요."

* * * * * * * * * * *

데이몬드는 북부의 보스급 모스터들을 사냥하고, 죽음의 교단으로 가는 지도 조각들을 모았다.
대지의 약탈자 길드는 이 지도 조각들을 모으기 위해 어떤 피해도 감수했다.
"죽어도 좋아. 마지막 희망이 여기에 걸려 있다,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쓰더라도 성공해야 돼!"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웃었다.
보스 몬스터들이 위험한 까닭은, 그들이 강하기도 하지만 습성이나 공격패턴을 알지 못한드는 점이 컸다.
정보의 부재는 더 큰 피해를 낳는 법!
사냥에 실패한 몬스터에게는 몇 번이고 도전하면서, 열 번이나 죽는 길드원까지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투혼에 반한 북부의 유저들이 힘을 모아서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지의약탈자 길드 만세!"
"최고의 사냥 길드가 탄생했다."
"보스급 몬스터만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전사들의 길드."
12마리의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한 대지의약탈자 길드를 추앙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데이몬드와 그의 길드는 미련없이 몸을 숨겼다.
목적으로 했던 7개의 지도조각을 다모은 직후였다.
북부의 보스 몬스터들을 최초로 사냥한 영광도, 그들에게는 어떤 감흥도 주지 못했다. 몇 번씩이나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그런 시시한 영광에는 눈길도 안갔다.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음침한 지하실로 들어갔다.
"대장."
"왜?"
"하필 지하실인 이유가 뭐예요?"
나르도의 물음에 데이몬드는 느긋하게 답했다.
"그래야 무언가 음험한 일을 꾸미는 이들답잖아."
"쳇! 너무 분위기를 탄다니까"
나르도의 핀잔에도 데이몬드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품에서 지도 조각들을 꺼냈다.
"그럼 이제 맞춰 본다."
긴장이 역력한 목소리.
데이몬드는 퍼즐을 맞추듯이 7개의 지도 조각들의 위치를 일일이 맞췄다.
화르르륵!
지도에 갑자기 불이 붙었다.
"아!"
그리고 데이몬드와 길드원들의 몸이 경직되었다.
불에서 어떤 영상드링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폐화된 대지를 지나서, 몬스터들의 뼈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장소를 지난다, 산과 들, 간신히 발을 디딜 수 있는 절벽들을 통과해, 안개의 숲을 넘는다.말라붙어 죽은 나무들이 이정표였다.
숲을 넘으면 죽음의교단이 나타난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닫혀 있던 장소, 그곳의육중한 문이 보이는 것으로 영상은 끝났다.
지도는 다 타버린 재만 남겨 놓고 사라졌다.
데이몬드가 이글거리는 눈을 들었다.
"모두 똑똑히 보았겠지?"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
"지금 우리는 이곳으로 간다."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곧바로 출발했다. 모라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빠른 말을 타고 남쪼긍로 사흘 그리고 서쪽의 황무지를 건넌다.
황무지는 던전들만 드문드문 있을 뿐이라, 여행자들이 거의 오지 않은 장소였다.
"데리암의 황무지, 여기를 거쳐야 될 줄이야."
"우리가 사냥했던 보스 몬스터가 있던 장소잖아."
"녀석이 숨어 있는 장소를 찾느라 무진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나는군."
북부 원정대 그리고 모험가들은 상당수의 장소들을 탐험했다. 하지만 황무지나 안개의 숲들처럼, 대충 훓고 지나간 것이 대부분이다.
베르사 대륙의 면적이 너무도 광활하여,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한다면 던전도 그냥 지나가 버리기 쉬웠다.
황무지를 최초로 탐험한 모함가라고 해도, 그것의 던전 몇개를 보았을 뿐 그 전체를 둘러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영상에 나왔던 장소를 찾기 위해 대지의약탈자 길드에서는 황무지를 건너고 절벽들을 지났다.
안개의 숲에서는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을 찾으면서 겨우 길을 가늠할 수 있었다.
모든 난관을 지나서 드디어 죽음의 교단 신전.
말을 닮은 기괴한 마수가 낫을 들고 있는 조각이 새겨져 있는 신전에 도착했다.
베르사 대룩의 역사에 남을 위대한 발견이었다.
데이몬드는 긴 세월에도 먼지만 두껍게 쌓이고 파손되지 않은 신전의 웅장함을 보았다.
"문에는 뭐라고 쓰인 것이지?"
길드의 마법사가 대신 해석을 해 주었다.
"고대어로지옥의 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문을 열지 말란 뜻인가."
데이몬드는 짧은 순간, 고심에 빠져들었다.
석조 신전 내부로 통하는 문을 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순수한 공포심이 앞섰던 것이다.
조금의 트매도 없이 아귀가 맞게 막혀 있는 문을 보고 있자니, 열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지."
데이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죽음의 교단의 위치를 찾은 것으로 퀘스트가 끝난 게 아니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지, 나는 가 본다."
데이몬드는 철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무수히 많은 마물들이 그들을 반겼다. 상상 속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몬스터들!
그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서 사냥했던 보스급 몬스터들도 있었다.
"데, 데이몬드! 조심해."
겁을 모르던 워리어 수반마져 말소리가 떨려 나왔다.
나르도가 마물들을 관찰했다.
"공격하지 않네요."
"응?"
"우리를 보고도 가만히 있잖아요."
나르도가 움질일 때마다 수천에 이르는 마물들의 눈동자만 또르륵 굴러간다. 공격적인 의사를 표시하지도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만 있었다. 마물들은 좌우로 도열해 있고 중앙에는 충분히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언제라도 주둥이를 내밀어서 잡아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나르도를 물지 않았다.
"이 길로 가 봐요."
"그래. 가 봐야겠지."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묵직한 발걸음을 떼었다.
S급 난이도 퀘스트의 단서가 되는 지도를 모으기 위해 노력할 때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음의 신전을 찾아오면서부터 조금씩 실감이 나더니, 지금은 그 부담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데이몬드는 어깨를 펴고 걸었다.
'목숨이야‥이미 버린 셈이지.'
마물들이 어느 정도 많아야 저항할 의지라도 생기는 법이다.
죽음의교단에 모여 이쓴 마물들.
이름도 없고, 셍김세도 제멋대로인 몬스터들에게 그들은 한 끼 식삿거리밖에는 안 도리 테니 차라리 마음을 비웠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죽기밖에 더하겠어?'
입구에서 보았던 말을 닮은 마물의 조각상이 실감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제단에는 알 수 없는 상징물들과 고대어로 적힌 문구들이 보였다.
-원통하게 죽은 자들은 살아 있는곳을 그리워한다.
숭고한 부활의 힘은 엠비뉴 교단의 열한번째 권능.
죽은 자들이 많아질수록 엠비뉴 교단의 신도들이 늘어난다.
사재의 의무. 많은 이들을 죽이는 것, 많은 이들을 살리는 것.

뜻을 이해하기 힘든 문구들이었다.
데이몬드는 의문에 대해서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엠비뉴 교단? 처음 들어 보는 곳인데, 알아야 할 글귀들이라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죽음의 교단에 와 있으니 신기한 것을이 너무나도 많았따.
닫혀 있는 방들이나 장식물, 쌓여 있는 물건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돌아다녀 볼 곳이 많았따. 하지만 데이몬드와 그의 길드원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죽음의 교단은 찾았으니, 사제에 대해 알아볼 때야. 먼저 사제실로 가자."
데이몬드를 따라서, 길드원들이 싸울 준비를 하고 움직였다.

-부활의 사제실

죽음의 교단인 줄 알고 왔는데, 뜻밖에도 전혀 반대인 부활이라는 낱말이 나왔다.
"다른 사제실은 없지?"
"없어. 안보여, 사제실이라고는 이것뿐인데."
"그럼 이 사제실로 들어간다.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마"
거미줄과 먼지로 가득 찬 사제실의 문을 밀어서 열고 들어갔다.
사제실에는 살아 있는 인간은 없었고, 미라가 되어 말라붙어 잉ㅆ는 시체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여 있는 한권의 책.

≪부활의 경전≫.

금빛 수실로 장식되어 있는 책이다.
데이몬드는 그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들이 맡은 의뢰는 죽음의 교단, 그 사제들이 가진 비밀을 파헤치는 것.
시체를 조사하고, 이 사제실에 있는 물건들을 통해 다른 어떤 일을 해야 될 것 같았지만,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사제의 물건에 손을 댄 것이다.
"감정!"

-부활의 마법서:내구력58/60
엠비뉴 교단의 열한 변째 지파의 경전.
기초적인 부활에서부터 전영병, 불명의 삶까지의 마법이 수록되어 있 다. 흗마법서에서도 가장 사악하고 이단시 되는 마법으로, 부활에 대 해 다루었다.
죽은 자들을 다시 일으켜서 언데드로 만드는 것이 네크로 맨스 마법이 라면, 큰 희생을 바탕으로 죽은 자들은 지옥에서 데려온다.
이는 완전한 부활이 아니다. 지옥의 몬스터와 죽은자들은 강제로 깨워 서 지배하는 사악한 계약에 가깝다. 학문을 기반으로 탄생한 언데드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금서!
부활의 교단의 존립 기반이 되는 책이다.

제한:부활의 사제로의 전직이 가능함. 전직을 해야만 사용 가능.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취해야 함.
옵션:모든 마법에 대항 저항력+50.
모든 스탯+10
마나의 회복 속도가 25% 빨라짐.
불명의 삶 마법을 펼치고 있을 때에는 생명력이 감소하지 않음.
부활한 이들을 조종할 수 있다.

* 부활:필요 생명력인 20인. 적들의 생명을 취해 죽은 자들을 부하로 되살 린다.
* 전염병:필요 생명력 150인. 마나를 사용해 강력한 병을 창궐 시킨다. 일정 한 거리까지 유효하며, 매개체에 따라서 확산 속도가 달라짐.
* 불멸의 삶:단 1회 사용가능. 해제 불가능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다 하지만 희생물들의 공급이 끊어지면, 불명의 삶마법도 풀려 시전자의 목숨도 사라진다.

엠비뉴 교단.
알려지지 않은 열한 번쨰의 지파로서, 죽은 자들을 일으키고 지배하기 위해 끝없이 살아 있는 생명을 취하려고 하는 곳.
죽음의 교단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띠링!

-부활의 사제로의전직이 가능합니다.
지금 전직하시겟습니까?
전직하게 되더라도 현재의 스킬이나 스탯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부활의 마법서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부활의 사제들은 베르사 대륙을 자신이 부활시킨 이들로 가득 채어야 하 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과의 계약으로 섭리를 거스르게 됨으로써, 본인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 면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됩니다.

부활의 사제가 될 수 있었다.
교단에 있는 마물들, 추종자들을 휘하 세력으로 거두게 되면 대지의약탈자 길드의 적력은 대번에 상위권이 된다.
동맹 길드나 돈을 주고 모집한 용병, 쉽게 자리를 바꾸는 뜨내기 길드원이 아닌 무조건 복종하는 마물들.
부활의 마법도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한 번이라도 죽게 되면 그것일 데이몬드는 영원한 죽음을 겪게 된다.
짧고 굵은 강자의 길.
로열 로드에 있는 모든 이들이 데이몬드를 주목하게 하느냐, 아니면 계속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사제의 비밀을 파헤쳐야 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부활의 사제가 되고 싶다."
데이몬드는 전직을 택했다.

* * * * * * * * * *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부활의 교단이 가진 재산과 마물들을 접수했다. 보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구나 저주 아이템들은 다수 있었다.
길드원들도 본래의 직업을 버리고 부활의 사제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마지맛 유희가 되는 셈이로군."
데이몬드가 희미하게 웃었다.
부활의사제, 그 권능과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죽음의 희생물을 바탕으로 죽은 이들을 부활시킬 수 있는 것.
베르사 대륙을 혼란과 파탄에 빠트리게 될 거란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부활의 사제가 된 수반이 웃었다.
"시원하게 한바탕해 보는 거지요."
나르도는 마녀복을 벗어 던지고 입은 사제복이 어색한 듯이 몸을 뒤틀며 말했다.
"꼭 일찍 죽으라는 법도 없잖아요. 오랫동안 살아서, 아니 반드시 살아서 우리의 깃발을 휘날려야죠."
데이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죽음의 사제들이 가진 비밀을 파헤치라는 퀘스트는 취소 되었다. 대신, 베르사 대륙이 부활의 교단이 이름은 퍼트리라는 퀘스트가 발생했다.

7부 『어린 드워프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

빛의 조각품을 만들도 데스핸드를 제압한 위드!
보상은 겨우 죽음의 상 하나였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팔아먹으면 비쌀 것 같아!"
모든 물품이 돈으로 연결되었다. 무기나 방어구, 보석이 아니더라도 비싼 값만 받을 수 있으면 만족. 표현의 정밀도나, 재질인 흑옥을 보면 범상치 않는 물건이었다. 말을 닮은 마수가 묘사된 조각상은 굳이 이름이 아니더라도 풍기는 느낌만으로도 죽음을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다.
"어쨋든 급한 건 이게 아니지."
위드는 야밤에, 드워픋ㄹ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시간에 자신이 조각한 빛의 날개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은푸른색의 오묘하고 황홀한 광채, 바람이 불 때마다 움직이는 우아한 날갯짓.
빛의 조각술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것을 본 5대 드워프 대장장이들조차도 감돌을 받고 의욕을 불태웠다고 한다.
드워프 왕국에서의 이름인 아트핸드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인 것이다.
위드는 두 손을 넒게 평쳐서 빛의 날개를 어루만졌다. 빛이 손을 뒤덮으면서 신비로운 광경이 벌어졌다.
"여동생에게 보여 주었따면 참 예뻐할 텐데‥‥. 어쨋든 수금은 해야지. 나의 소중한 조각품이여, 숭고한 예술혼으로 만들어진 너에게 내 생명을 나느어 주노니, 이제 그 오랜잠에서 깨어나 나와 함께하라. 조각품에 생명 부여!"
빛의 조각품을 아깝께 쿠르소의 관상용으로 놔둘 수는 없었다.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릭 위해 생명을 부여해 버리는 것이었다.

-생명을 부여하기에 마땅항 형태가 아닙니다 불완전한 형체를 가지고 있기 에 스스로 활동하지는 못ㅎ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다른 생명체에 기 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부여하시겟습니까?

"생명을 부여한다."

-조각품에 생명을 부여하셨습니다.
조각품의 능력은 현재 설정된 예술 스탯 1,196에 따라 레벨에 맞춰 406으 로 변환됩니다.
대작 조각품의 효과로 인해서20%의 레벨이 추가가 되어 487로 늘어납니다.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레벨의10%가 페널티로 줄어듭니다.
생명력이 적지만,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체에 세 가지 속성이 부여됩니다.
조각품의 모양과 수준에 따라 부여되는 속성의 수준과 능력치가 다릅니다.
빛의속성(100%), 물의속성(100%), 신앙의 속성(100%).
물은 어떤한 것에도 굴복하지 않습니다. 매우 강한 투지를 가졌으며, 높은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갖추었습니다.
불의 힘을 이용해 적을 태울 수 있습니다.
모든 저주 마법에 대해 면역을 갖습니다. 흑마법에 대해 강한 저항력이 생 깁니다.
약간의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빛의 대작이었던 조각품이기에 특수한 능력이 부여됩니다.
전장에 있는 모든 저주 마법들을 강제로 해제합니다, 언데드나 나쁜 속성 을 가진 몬스터들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마나가 5,000사용되었습니다.
스킬의 효율이 증가해서 생명을 부여할 때 소모되는 레벨과 스탯의 양이 20% 감소합니다.
예술스탯이 6. 영구적으로 줄어듭니다. 줄어든 스탯은 조각품이나 다른 예 술과 관련된 활동을 통해 보충할 수 있습니다.
레벨이1 하락합니다. 레벨하락에 따라서 보유하고 있는 스탯이 5 줄어듭니 다. 줄어든 스탯은 레벨 올리게 되면 다시 부여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부여된 조각품을 소중히 다루어 주십시오. 목숨을 잃으면 다시 생 명을 부여해야 합니다.
완전히 파괴되었울 경우는 되살릴 수 없습니다.

빛의 날개가 위드의 등 뒤로 와서 달라붙었다. 몸통이나 다른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위드의 등에서 수십 미터나 되는 거대한 빛으로 이루어진 날개. 아무런 소리도 없이 빛이 발산 되면서 날개가 펼쳐진다.
위드가 빛의 전사라도 된 것처럼 보이는 장엄한 날갯짓이었다.
위드의 몸이 두둥실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만 내려 줘."
분위기를 깨는 한마디.
빛의 날개가 더 넓게 펼쳐졌다.
은프룬색이 확장되면서 거리를 고귀한 빛으로 물들였다.
자신이 가진 힘을 보여 주어서 주인을 만족시키려는 기특한 행동!
위드가 이마를 찌푸렸다.
"불 꺼."
"‥‥."
"내려가기나 해. 이미 많이 날아 봤거든."
"‥‥."
빛의 날개가 15규모로 작게 축소되면서 위드의 몸이 가볍게 바닥에 내려섰다.
"주인님, 저의 이름을 정해 주세요."
빛의 날개로부터 공손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광오한 말투의 빙룡이나 성질 사나운 와이번들과는 달리, 빛의 날개는 순수하고 착한 소녀 같은 음성이었다.
"네이름은‥‥.""
"빛날이로 하자."
"‥‥."
이곳에 와이번이나 금인이, 빙룡이 있었다면 동료가 생겼다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했을 것이다.

* * * * * * * * * *

위드는 죽음의 상은 일단 방치해 두기로 했다.
"이조각상에도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데‥‥‥."
감정을 해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만들어진 수준과 데스핸드의 연계 퀘스트!
심상치 않은 의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귀찮은 건 나중으로 미뤄 둬야지."
위드는 일단 미루어 두기로 했다.
쿠르소에는 다른 조각품도 많이 있을뿐더러, 급한 것은 켄델레브의 흔적을 찾는 것!

-어릴 때 잃어버린 드워프 형제 찾기. 단서는 어린 모습이었을 때의 조각상.

어린시절의 조각상을 보고, 다 성장한 드워프를 찾아야 하는 의뢰였다. 드워프들은 어릴 때의 모습을 거의 간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면 정말 어려운 의뢰다.
의드는 쿠르소의 동굴 속에 기거하는 동생 드워프를 찾아냈다.
"맞아요. 제이름이 노만인데요. 어떻게 절 알아보실 수 있었죠?"
'너처럼 무식하게 생긴 드워프는 많지 않거든.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우에에엥!"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는 드워프 노만!

-정체를 알기 힘든 광물로 만든 조각품.

조각품의 재질을 분석하고, 그 광물이 매장되어 있응 동굴을 발견하는 의뢰였다.
대장장이와 광부 드워프들을 동원해서 의뢰를 해결했다.
그 덕에 트위터라는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고 위드의 이름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루비 고아산에 이어 광산이 개발되면서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

10여 개의 의뢰들을 더 수행했지만, 켄델레브의 흔적은 발견 되지 않았다.
모든 조각품이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잦았다.
쿠르소에 있는 조각품들을 모두 감정하고 나서도 켄델레브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역시 쉬운 의뢰는 아니었어."
드워프 교관 조르비드의 의로를 받았던 다른 드워프들이 모두 멍청이는 아니었던 것.
"역시 난 되는 일도 없고‥‥."
하지만 아이언핸드 마을로 가서 퀘스트를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열흘간만 더 쿠르소에 머무르기로 했다.

* * * * * * * * * *

"아트핸드, 자네는 참 열씸히 하는구만."
위드의 옆에는 헤르만이 와 있었다.
핀과 함께,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각품을 깎는 위드를 구경하기 위해 온 것이다.
헤르만과 핀뿐만이 아니라, 그의 조변에는 무려 50명이 넘는 드워프들이 있다.
조각술 퀘스트를 하면서 친해진 드워프들. 그리고 위드가 빛의 조각품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기다리는 드워프 들이었다.
하지만 위드는 빛의 조각품을 만들지 않았다.
'완전한 조각술이 아니야.'
빛의 날개는 대작이 나왔지만, 본인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미흡했다.
역사적인 작품!
조각품들의 특성상, 틀별한 가치가 부여될 때에는 예술적인 가치가 크다. 하지만 매번 그런 효과가 발생되지는 않았다. 항상 최초가 되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뭐든지 앞소 나갈 수는 없는 법!
빛의 날개를 만들면서 자잘한 실수가 수도 없이 일어났고, 또 생각해 볼 여지도 있었다.
'빛을 다룬다, 빛으로 만든다, 빛의 특성을 이용한다. 빛의 성질을 보다 잘 이해하지 않으면 안돼.'
조각술의 기본은 재료를 파악하는 것이다.
위드는 달빛 조각술을 발휘해서 빛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가 마나가 고갈되면 평범한 나무조각상을 깎으며 휴식을 취했다.
빵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하는 모든 일과가 조각술이었다.
"‥‥."
위드는 헤르만에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노인을 공경하는 법을 알고 있는 위드였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일주일이 넘도록 옆에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캐묻고 있으니 귀찮았던 탓.
위드가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고, 헤르만은 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끈기를 가지고 있는 남자라면 뭘 해도 성공할 거야. 핀아, 너도 착실한 남자를 만아야 된다."
"그럼요. 하지만 이렇게 착실한 남자를 어디서 만날 수 있겠어요?"
"가까이 있는데 굳이 멀리서 찾을 이유가 있겠느냐?"
"어머, 할아버지도 참."
둘이 나누는 대화에 스트레스가 심하게 쌓이고 있었다.
헤르만이 자리를 비우고 없을 때라도, 다른 드워프들이 말을 걸었다.
드워프들과는 퀘스트로 그리고 같은 장인이라는 이유로 상당히 많은 교류가 이루어 졌다. 그들이 만든 무기나 방어구에 조각사로서 전문적인 세공을 담당해 주었으니까.
쿠르소의 드워프들이 만든 거의 모든 물품들이 위드를 거쳐갔다.
대장장이 스킬의 완성을 놓고 겨루는 드워프들의 경쟁이 나 수준을, 위드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파비오의 방어구들은 엄청난 성늘을 자랑한다. 다른 특성들은 유니크그브이 아이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방어력만큼은 최상급이야.'
위드도 탐이 날 정도로 파비오의 방어구들은 뛰어났다.
'질좋은 재료, 명성만큼 확실한 실력. 실수가 거의 없는 작품들을 만드는군.'
재료를 아끼거나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승부를 한다.
'이 정도라면‥‥고급 대장장이 스킬을 익혔ㅅ다고 봐야 된다.'
위드는 파비어가 만든 가장 뛰어난 작품, 칠색 보갑을 보며 확신했다.
"감정!"

-칠색 보갑 : 내구력 150/150. 방어력159
몬스터들이 가장 싫어할 만한 드워프의 작품.
비밀스러운 일곱 가지의 재료들이 함께 섞여 만들어져 있다.
몸 전체를 덮는 풀 플레이프 갑옷 그리고 극상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지위 가 낮은 기사는 착용할 수 없을 것 같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자 않아 아직 사용된 적이 없으며, 완벽한 상태로 보 전되어 있다.
제한 : 기사, 전사전용
레벨 350
옵션 : 물리방어력30%
마법 저항력20%
민첩 -50
기품 +80. 매력+60.
지휘스킬 강화.
약한 공격을 일정한 확률로 피해없이 튕겨냄.

방어력 만큼은 인정!
위드처럼 손재주가 뛰어는 것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내구력은 적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력만 있다면 수리해가면서 쓰니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위드의 대장장이 스킬이 파비오보다 낮기 때문에 재료의 양과 이름을 파박할 수는 없었다. 미스릴이나 흑철처럼 사용해 본 재료들은 대충 알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대장장이의 상징과도 같은 파비오에게는 온갖 고급 재료들이 모이고, 그것들을 잘 활용해서 방어구를 만들고 있었다.
'파비오 다음으로는, 엑버린이나 헤르만 어르신이 경쟁자라고 할 수 있지.'
창과 검을 만드는 2명의 대장장이.
그들의 실력도 파비오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장장이들끼리는 경쟁이 치열하고 자존심들이 강해서, 본인의 실력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들을 본다면, 이 둘의 실력도 고급 대장장이 스킬에 올랐을 것 같았다.
'이 세 사람이 고급 대장장이 스킬에 올랐다면, 만나 본 적이 없는 둘을 포함해 5대 장인들 모두가 고급대장장이 스킬을 익혔을 가능성이 높겠군.'
엑버린의 창은 세공을 해 주면서 보았고, 헤르만의 검은 그가 구경이나 하라고 보여 주었다.
미완성의 검이었지만, 헤르만이 검에 갖는 열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좋은 재질의 철을 담금질하여 한 자루, 한 자루 완성시킨다.
헤르만은 검이 좋아서, 검을 만들기 위해 대장장이가 된 경우였다.
파비오나 엑버린이 대장장이 스킬의 마스터를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면, 헤르만은 더 좋은 검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다.
대장장이들끼리도 성격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최초의 대장장이 마스터는‥‥ 아무래도 파비오가 될 것 같군.'
베르사 대륙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대장장이로, 권력도 상당하다.
그가 만들어서 제공하는 방어구들을 보면 최상위 랭커들과도 안면이있는 것 같았다.
고래벨 유저들과 친분을 나누면서 그들이 획득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그들에게 방어구들을 만들어 주고나 개량해 준다.
파비오의 야심을 본다면 확실히 그가 가장 먼저 대장장이 마스터가 될 듯하다.
'다른 드워프들, 특히 헤르만의 실력도 대단해.'
위드는 그렇게 쿠르소의 모든 드워프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조각술 퀘스트를 맛본 워리어와 전사들은 친구 등록은 하고, 일거리가 없는지 수시로 질문을 해 온다. 대장장이 드워픋ㄹ은 조각사의 전문성 때문에라도 위드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 주먹밥을 싸 오는 드워프들도 있으니, 적어도 쿠르소에서 굶어죽을 일은 없으리라.
* * * * * * * * * *

위드는 빛의 조각술에 익숙해 지는 데 시간을 쏟았다.
조각술 스킬의 향상이 얼마 남지도 않았을 뿐더러, 빛을 다루는 데 점점 능숙해 지고 있었다.
빛을 이용해 만들어 보고 싶은 조각품들, 생명을 부여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기에 더욱 조각술에 매진했다.
레벨과 예술 스탯의 감소를 감안한다면 조각품 만드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
위닥 조각품을 만드는 마지막 날, 오늘도 주변에는 드워프들로 가득했다.
"조각사도 노력을 하는데, 나도 검이나 만들어야겠군."
위드로 인하여 다른 드워프들도 대장장이 스킬 연마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아름답군."
오늘도 핀과 헤르만이 옆에 붙어서 위드가 만드는 조각품을 보았다.
기본적으로 조각품을 만드는 것은 익숙했다. 수백 일을 만들었을텐데 손에 익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조각술 스킬 레벨, 손재주 들의 효과로 위드가 만드는 나무 조각품들은 겨이 자연스러웠다. 가장 많이 다루어 본 나무는, 위드의 손을 거치면 살아 있는 것처럼 생기를 더해 갔다.
"자네는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나?"
헤르만이 불쑥 묻는 말에 위드는 무심코 대답했다.
"돈이 안 되는 기술이죠."
"화가들은 엄청난 부자인 경우도 많은데, 뉴스를 보면 수백억짜리 그림들도 많잖나."
"그거야 보통 그 그림을 마들고 죽고 난 이후의 가격이잖습니까."
작품이 수백억, 혹은 수천억에 팔리면 뭐하겠는가.
당사자는 죽고 난 이후의 일인데.
위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얼마나 배가 고팠을지는 그 화가만이 알 수 있을 겁니다. 가족들까지 굶겼다면 정말 무책임 한 일인 거죠."
"하지만 그런 굶주림이 있었기에 세기에 남을 역작들이 만들어 진것 아닐까?"
"그림이든 조각품이든, 오늘 저녁에 먹을 수 있는 한 끼의 식사만 못하죠."
말이 잘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듯, 헤르만은 입맛을 다셨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은 다 다른 것이니‥‥. 그래도 일생을 살면서 남과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데에 가치가 있지 않겠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나이가 되니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먹고 사는 문제가 전부가 아니라 평생을 살면서 단 하나라도 진정으로 해 보고 싶은 일이 있고, 또 그 일을 한다면 정말 성공한 인생이라는 것을‥‥‥."
헤르만의 말에는 깊이가 있었지만, 위드는 별로 느끼지를 못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불과 1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묵을 가져와서 맛있는 탕을 만들어 달라고 귀찮게 했으니까.
뭔가 있을 듯한 저 말도, 핀과 함께 어묵 꼬치를 먹으면서 늘어놓는 것 아닌가.
'어묵의 재료가 좋았으니 당연히 맛있겠지.'
그때 위드의 저각칼이 딱 멈췄다.
"조각술 교관 조르비드의 부탁 퀘스트 정보 확인."

-조각술 교관 조르비드의 부탁.
드워프 조각사 길드에 오래전부터 흘러내려 오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드워프들에게도 불과 물, 밝은과 어둠을 조각할 수 있는 조각사가 있었다 고 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따.
"드워프들은 질이 뛰어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종족이긴하지. 하지만 높은 기량이 있다고 해도 예술에 대해서는 무지한 어린아이 와 같아. 키도 작은 그들이 조각품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나? 하하하!"
엘프들이 했던 모욕전인 언사도 숲에 메아리쳤다.
"드워프들은 자연이 주는 신비함 과 아름다운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있어 요."
모든 드워프들에게 굴욕적인 말이었지만 항변할 수 없었다.
드워프들의 자긍심을 되찾기 위하여,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의 흔적을 찾 아라.
난이도 : 드워프 종족 조각사 퀘스트.
보상 : 드워프들의 영광
퀘스트 제한 : 드워프 조각사 한정.
실패할경우 드워프 마을에서 인간, 엘프 들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됨.

불과 물, 밝음과 어둠을 조각했다는 켄델레브!
퀘스트 설명에 단서가 숨어 있었다.
'조각술의 기본은 재료다. 그렇다면 불과 물을 조각하려면 무슨 재료가 필요할까?'
당연히 불이 필요하고, 물이 팔요할 것이다. 밝은과 어둠을 조각할 때에도, 재료가 있어야 한다.
위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호숫가를 향해 달렸다.
잛은 다리로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부리나케 뛰는 모습에 헤르만과 핀은 영문도 모르면서 따라 나섰다.
"무슨 일일까요?"
"가 보면 알겠지."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주면의 드워프들도 하던 일을 멈추거 위드를 따라 호수로 향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조각품을 만들기 지겨워서 저러는 거 아니야?"
위드는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이 훤히 보이는 호수에서 잠시 심호흡을 했다.
'내 추측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켄델레브는 조각사였어. 조각사가 조각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돼. 그가 만든 조각품은 쿠르소에 숨어 있는데, 다만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것뿐일 것이다.
위드는 호수로 몸을 던졌다,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호수 깊이 잠수해서 들어갔다. 다른 드워프들은 따라서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누구 수영할 줄 아는 드워프?"
"드워프가 수영을 어떻게 해."
드워프들은 체형 탓에 맥주병이었던 것이다.
위드는 호수의 밑바닥까지 가라앉아서 손으로 옆을 더듬었다.
맑고 투명한 호수로 인해 대지에 있는 드워프들도 위드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물에 빠진 드워프 같진 않은데."
"뭔가를 찾아서 헤매는 것 같아."
위드가 더듬거릴 때마다 잉어나 숭어 등이 아슬아슬하게 손길을 빠져나갔다.
조금만 추적하면 물고기들을 잡을 수도 있었지만, 관심을 두지 않고 호수의 물을 더듬기만 했다.
'어딘가 있을 것이다, 쿠르소에 있다면 찾을 수 있다.'
숨이 가빠오고 있었지만, 위드는 양팔을 넓게 펼친 채로 정신없이 호수의 바닥을 걸어다녔다. 드워프의 팔다리가 짧다는 사실이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순간이 없었다.
'숨이 막혀.'
인내력을 바탕으로 참고 있었지만, 슬슬 한계가 다가왔다.
피잉!
갑자기 호수로 무언가가 쏘아졌다.
엘프의 화살 그리고 그 주변에 가득 담겨 있는 공기.
예전에 활을 구매할 때 위드에게 신세를 졌던 이델이 활을 쏜 것이다. 요정족인 핀이 바람의 정렬을 불러서 신선한 공기를 담아주었다.
위드는 그 화살로 걸어가서 숨을 들이마셧다.
"어서 나오세요!"
이델이 물 위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위드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뜻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던 터라, 고개를 젓고 계속해서 호수밑바닥을 걸어 다녔다.
이델을 몇 번이나 화살을 쏘아서 공기를 보충해 주었다.
그러나 위드가 점점 호수의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가자, 화살의 힘이 그곳까지는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조각품이 있을 장소라면 아마도 호수의 가장 깊은 곳.'
위드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되돌아 나올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해서 이곳에서 언데드가 되어 버릴 각오까지 했다.
조각사인 이상, 쿠르소에 있다면 분명히 이곳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
다시 올라올 수도 없을 것 같은 호수의 깊은 곳에서, 위드의 소넹 무언가가 닿았다.
딱딱한 물체가 아니라, 달라진 물의 흐름이었다.

-켄델레브의 물의 조각상을 발견하셧습니다.

-발견으로 인해 명성200 오릅니다.

-켄델레브의 물의 조각상을 복원 하시겟습니까? 20,000 이상의 마나가 필요 하며, 예술 스탯 500이 넘는 예술 계열의 직업만이 복원할 수 있습니다.

위드는 수락했다.

"구륵꾸륵. 보. 보보복, 워원."
입을 벌릴 때마다 호수 물이 들어와서 발음은 엉망이었지만 뜻은 표시했다.
그 순간, 호수의 물들이 움직였다.
중력을 무시한 것처럼 공중으로 떠올랐다.
별이 떠오른다.
새들이 재잘거리면서 날았다.
나비들이 날개를 펄럭이고, 꼬마 드워프들은 짧은 다리로 춤을 추웠다.
호수의 물방울 들이 조각품이 되어 쿠르소를 수놓았다.
"우와!"
"호수가 조각품으로 변했어!"
위드가 있는 곳에서부터 새로운 물의 길이 보였다.
수십 개의 물줄기들이 공중으로 솟구쳐서 흩어지고, 다시 모여서 급류가 되어 흐른다 폭포처럼 떨어지고 시냇물처럼 졸졸거렷다.
그 물길에는, 물로 만들어진 배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돛대와 선원, 솟구치는 돌고래들도 모두 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름답고 평온하고 행복하며, 기쁨으로 가득한 느낌이었다.
물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

-드워프가 만든 조각품을 복원하면서 조각술 스킬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예술과 카리스마, 매력, 행운 스탯이 10씩 오릅니다.
명성이 50증가 하였습니다.

-켄델레브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물놀이를 감상하셨습니다.
드워프 조각사 켄델레브가 만든 작품.
물의 성질에 대한 성찰과 조각사의 동심 어린 순수한 사각이 돋보이는 작 품이다.
감성이 충만해져서 지혜와 지식이3씩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켄델레브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물놀이는, 직접 사용해야 효과를 제대로 만 끽할 수 있습니다.

위드는 망설이지 않고 물줄기에 몸을 던졌다.
분수처럼 힘차게 솟구치는 물이 몸을 높이 띄웠다, 그리고 미끄럼틀을 타는 것처럼 물을 타고 미끄러졌다.
물배들을 지나치고, 물의 섬을 통과했다.
익살스러운 돌고래들이 뛰어올라서 위드의 얼굴에 부딪쳐, 물벼락을 안겨주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물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생명력과 마나, 체력이 급속도로 회복됩니다.
체력의 최대치가 증가합니다.
수계마법이나 물의 정령술 스킬을 익히고 있다면, 관련 친화력이 향상됩니 다.

"재밌겠다!"
"우리도 가자!"
드워프들, 엘프들 요정도 물의 미끄럼틀을 탔다.
"끼얏호!"
"신 난다"
쿠르소 전체를 뒤덮듯이 도도하게 흐르는 물의 미끄럼틀.
대장간들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고, 시계탑 밑의 네모난 공간은 빠르게 통과했다.
"만세!"
"즐거워서 죽겠다!"
미친 드워프 모양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
얼굴과 몸을 흠뻑 적셔주는 시원한 물길. 급류에서 몸을 뒤집고, 수상스키를 타는 것처럼 일어나서 묘기를 부리고, 물의 상어와 경쟁하듯이 입을 크게 벌려본다.동화적인 분위기의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
물놀이를 즐기면서 휩쓸려 가다 보면 선명하게 피오나는 무지개!

-켄델레브의 기적의 무지개를 감상하셨습니다.
눅눅한 동굴에서 광석을 캐내거나 대장간의 화로를 보며 일과를 보내는 드 워프들에게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비가 오는 날이면 동네 주점에 앉아 맥주를 들이마시는 드워프가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빗물이 수염을 타고 흐르는 것을 싫어하는 드워프들에게, 무지개란 드물게 발견할 수 있는 신비로운 선물이 되리라.
생명력의 최대치가 하루동안 증가합니다.
영구적으로 행운이 6 늘어납니다.
1달간 비가 오는 날, 관착력과 시야가 확장됩니다.

"아, 예뻐!"
손에 닿을 것처럼 가까워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무지개.
두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어둠도 통과했다.

-켄델레브의 휴식의 오후를 감상하셨습니다.
잠을 사랑한 조각사 켄델레브!
그는 드워프 조각사로서는 드물게 게으른 편이었다 아침잠도 많고, 맥주라 도 마신 날이면 저녁이 되어야 일어났다.
휴식이야말로 재충전을 위하여 필요한 것.
켄델레브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꿀맛이었다.
생명력과 마나, 체력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35% 증가합니다.
하지만 연속해서 사흘 이상 휴식의 오후를 감상하게 되면, 하루 동안 회복 속도가 50% 더 감소합니다.
마법사들의 마법 캐스팅 속도가 증가면, 메모라이즈를 통해 사용 대기시켜 놓는 마법 개수가 40% 늘어납니다.

빛과 어둠의 조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거북이와 달팽이.
물이 청량하게 흐르는 소리.
유유히 떠가는 구름도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위드는 켄델레브의 조각상을 발견한 것이다.

8부 『정령 창조』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접수한 마물을 분류했다.
거의 드래곤의 몸집에 육박하는 초대형 마물들이 50! 중형 이상의 마물들은 수천이 넘고, 소형 마물들은 수만 이상이었다.
"일단 실험부터 해 봐요."
나르도의 의견에 데이몬드는 긍정했다.
"우리가 가진 힘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겟지."
마물들의 외관상으로는 끝내줄 것 같았지만, 실제 전투에서의 증명이 필요했다.
마물들을 모두 이끌고 부활의 교단을 나와 황무지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불행한 상대는 우연히 지나가던 맨티코어 떼였다.
대형 사자를 닮은 맨티코어는 매우 빠르고 공격력이 강해, 대지의약탈자 길드도 사력을 다해야 한다. 과거 였다면 약간의 피해를 거두고 승리를 할 수 있었을 테지만, 퀘스트를 하며 약화된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적.
"저놈들을 공격해."
데이몬드의 명령에, 초대형 마물들이 대지를 쿵쾅쿵쾅 울리며 진격했다.
귿ㄹ이 앞서 나갈 때마다 땅이 움푹움푹 파였다. 마물들은 엄청난 체중으로 맨티코어들을 향해 돌진, 온통 짓밟고 뭉개버렸다.
앞발에 걷어차인 맨티코어들이 허망하게 허공을 날자, 다른 마물들이 뿔로 되치거나 내려찍었다.
맨티코어들이 물고 할퀴는 힘은 마물들에게 거의 피해도 주지 못하는 모습.
맨티코어가 죽을 때마다 데이몬드와 길드원에게는 부활의 힘이 차올랐다.

-적의 생명을 거둠으로써 부활 에너지가 35 습득되었습니다.

-엠비뉴 교단에 대한 충성도가 늘었습니다.
엠비뉴 교단의 공헌도가 증가합니다.
미천한 하급 신도의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마물들이 사냥에 성공할 때마다 부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엠비뉴 교단에 대한 수치들도 늘어 갔다.
부활의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불어나는 데이몬드의 군대!
나르도가 박수를 쳤다.
"이정도라면 성벽도 부술 수 있겟어요."
공성용 무기가 따로 없었다.
초대형 마물들을 앞세운다면, 그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
부활의 군대가 가진 힘의 실체를 보며,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전율이 일었다.
중형 마물, 소형 마물 들의 능력도 압권이었다.
부활의 권능을 사용하면서, 원통하게 죽은 병사들이나 기사들을 되살릴 수 있었다. 되살아난 이들은 원래의 이성을 읽어버린 채, 포악하고 잔인하게 적들과 싸울 뿐이었다.

* * * * * * * * * *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해야 될 때다."
데이몬드가 뼈로 만든 지팡이와 투구를 쓰고 말했다.
부활의 군대를 가지고 황무지에서 사냥을 하며 얻은 상급 아이템들!
"일단 이곳부터 뜨지."
수반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젠 인간들, 아니면 엘프들이지배하는 왕국을 점령해 볼 때라고 봐."
부활의 군대는 더욱 커져 있었고, 황무지에서는 마땅한 사냥터를 구하기도 어렵다.
중형 마물들만 동원하더라도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어 버리니 몬스터 떼를 찾아다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대지의약탈자 길드 또한 본래 전투와 약탈을 기반으로 하기에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인적이 뜸한 황무지에서는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슬슬 움직여야 할 때이긴 하지."
마빈도 동감이었다.
이런 힘을 가지고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악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베르사 대륙에 있는 웬만한 왕국보다도 강한 힘.
세상을 혼돈으로 어지럽힐지도 모르지만, 당사자로서는 그 때문에 걱정을 하거나 참을 수 없었다.
나르도가 물었다.
"여기서 가장 가따운 마을이 어디죠?"
"이 황무지에도 소규모 개척 마을들은 있었지."
부활의 군대를 끌고 다니면서 작은 사냥꾼, 혹은 화전민 마을들을 지나친 적이 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어. 지나가다가 보이면 휩쓸어 버리면 되는 거고, 목적지로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는 모라타가 좋지 않을까?"
마빈이 모라타를 추천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사람들이 밀집한 마을! 하지만 수반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모라타에는 프레야 교단이 있어. 모험가들의 수준도 높은 편이고, 처음부터 그런 곳을 공격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텐데."
"약간의 피해 정도야 감수해야지. 마물들이 죽더라도 다시 되살리면 되는 문제잖아."
"그건 나도 동감이야. 하지만 모라타의 주변에는 마땅히 점령할 만한 왕국이나 다른 마을이 없지않아?"
"그야 그렇지만‥‥."
"모라타를 점령하고 나서 북부의 자잘한 마을들을 쓸어버리는 동안, 중앙 대륙의 왕국들은 우리에 대해 준비를 할 수 있게 돼. 아직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알지 못할 때, 그때 중앙 대륙을 치고 빠르게 힘을 확장시켜야 돼."
나르도도 수반의 의견에 공감이 가는 눈치였다.
"이길 수밖에 없는 작은 전투들. 그걸 하면서 시간을 끌면 나중에 불리해질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싸울 장소가 많은 중앙 대륙으로 가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근처의 마을부터 차근차근 공격하자는 쪽과 모라타로 곧바로 향하자는 의견이 대립되었다.
"중앙 대륙으로 간다. 우리의 땅을 빼앗고 형제들을 죽인 놈들에 대한 복수가 가장 먼저야. 힘은 충분하니, 시간을 끌 필요가 없지. 이곳에서 대지의약탈자 길드의 이름은 버린다. 부활의 교단의 이름으로 진군하기로 한다."
부활의 교단 사제들은 데이몬드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전투 계열 길드로서,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다른 군말들이 나오지 않는다.
부활의 교단은 마물들과 함께 남하했다.

* * * * * * * * * * *

"마물들이 침공한다!"
"끔찍할 정도의 몬스터들이 쳐들어오고 있다."
"사냥을 떠났던 유저들이 잇소르왕국의 북문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
"무슨 일이야?"
"몬스터들이 공격을 한다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유저들이 성벽 근처로 몰려들었다.
웬만한 몬스터들이야 두꺼운 성벽을 뚫지 못하니 화살과 마법의 밥이 되기 쉽다.
"사냥 파티가 몬스터 떼를 건드리고 성으로 귀환한 모양이지?"
"어떤 몬스터이기에 저렇게 놀라서 도망을 오는 거야?"
사람들이 느긋하게 입담을 나누면서 지켜보는 사이, 북문을 통해 들어온 유저들은 다급했다.
"모두 피난 준비를 하세요!"
"잇소르 왕국을 떠나야 삽니다, 어서요!"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비명처럼 외치는 그들의 음성에서 무언가 다급함을 느끼고, 꾸벅꾸벅졸며 장사를 하던 상인들과 광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전사들이 일어났다.
그들은 도망치는 대신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피기 위해 성벽으로 향했다.
"후회해도 난 모릅니다!"
"분명히 피난을 가라고 했어요."
북문을 통해 들어온 유저들은 곧바로 남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들과 친분이 있는 유저들도, 반신반의하면서도 함께 따라나섰다.
그때 잇소르 왕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집결되어서 북문의 성벽 위로 포진했다. 웬만해서는 잘 나오지 않는 마법사들도 지팡이를 들고 전투준비를 갖췄다.
유저들은 그제야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잇소르 왕국을 떠나서 피난을 가야 할지를 고민할 무렵, 북쪽에서 어마어마한 마물의 떼가 다가왔다.
크기가 하나의 성채만 한 초대형 마물들.
수만의 마물 군단을 이끌고 부활의 교단이 등장한 것이다.
마물들을 성문 너머에 질서 정연하게 집결시킨 후, 데이몬드가 말을 탄채 앞으로 나왔다.
"내 이름은 데이몬드다!"
데이몬드는 성벽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거리가 수십 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유저들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데아몬드라면, 유저야?"
"북부에서 보스 몬스터들을 사냥했다던 그 유명한 유저인 것 같은데‥‥‥."
"지금 몬스터 군단을 거느리고 나타나다니, 무슨 퀘스트를 한 걸까?"
의구심과 함께 데이몬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마도 몬스터 군단을 이끌고 온 만큼, 잇소르 왕국에 상당량의 재물을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항복을 권고할 것으로 짐작하면서.
하지만 데이몬드의 다음 말을 듣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 잇소르 왕국에 전쟁을 선포한다. 싸우고 싶지 않는 사람은 10분의 여유를 준다, 성물을 나와서 남쪽으로 도망쳐라. 이 경고를 무시한 자들은 죽을 것이다."
과감하다 못해 광오하기 짝이 없는 발언!
하지만 데이몬드가 이끌고 있는 몬스터 군단을 보면서, 유저들은 조용히 잇소르 왕국을 떠났다. 그러나 그냥 가지는 않고, 인근의 언덕 등에 올라서 잇소르 왕국과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데이몬드와 부활의 교단에서는, 구경꾼은 그냥 내버려 두었던 것.
"10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성에 남아 있는 모든 이들은 우리의 적이다."
데이몬드와 부활의 사제들이 마법을 발휘하니, 성이 히색연기에 휩싸였다.
전연병이 창권하면서 병사들과 기사들의 얼굴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허약해져서 갑옷의 무게도 버티지 못하고 성벽 위를 나뒹구는 이들!
"어스 드래곤. 돌격!"
나르도가 이름을 붙인 초대형 마물들이 묵직한 걸음을 떼었다.
성채만 한 마물둘이 뒤뚱거리면서 한 걸음씩 어색하게 움직이더니, 금새 가속도가 붙어서 무석이 짝이 없는 속도로 성벽에 부딪쳤다.
크콰쾅!
성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초대형 마물들이 연방 성벽을 때려 부스고, 중형 마물들이 성묵을 공격했다. 뛰어서 성벽을 타고 오르거나, 초대형 마물들을 통해 성벽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잇소르왕국의 병사들이 활을 쏘고 마법을 뿌렸지만, 마물들은 적중당하더라도 금세 다시 일어났다.
부활의 사제들이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보충해 주고 있디 때문이다.
초대형 마물들에 의해 성벽이 완전히 파괴되고, 내성까지 박살이 났다.
성 전체가 기울어져서 우지끈 무너지는 광경은, 구경하던 유저들에게 잊을 수 없는 공포.
데이몬드와 부활의 교단에서는 화끈하게, 성안에 1명의생존자도 남기지 않았다.
허망하게 무너진 잇소르 왕국에, 부활의 군대는 더욱 강성해졌다.
전투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마물들.
생명력을 취해서 일반 병사들과 기사들까지 부활시켰다.
데이몬드의 부활의 군대가 잇소르 왕국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베르사 대륙에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 * * * * * * * * *

쿠르소의 드워프들은 때 아닌 물장난을 벌이느라 소란이었다.
"낄낄낄!"
"물놀이를 하며 마시는 맥주는 더욱 일품이야."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물놀이를 줄기고, 물의 미끄럼틀을 타며 맥주를 마시는 게 금세 유행이 되었다.
헤르만과 핀은 위드를 출하해 주었다.
"켄델레브의 조각품! 드워프 조각사 길드 교관이 주는 종족 퀘스트 아닌가. 그것을 내가 아는 사람이 발견할 줄이야. 정말 놀라운 일이군."
"축하드려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의뢰를 깨셨잖아요."
드워프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절설이던 켈델레브의 흔적이 발견된 건 대단한 일이었다.
위드의 퀘스트 창에도 변화가 생겨서, 조각사 길드의 교관인 조르비드에게 보고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변했다.
헤르만을 비롯한 드워프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위드가 본인의 생각으로는 겸손을 떨며 말했다.
"뭘요. 그냥 하다 보니 찾은 건데요."
"‥‥‥."
"쿠르소는 다 뒤져 보았으니, 대충 있을 만한 장소가 그곳 뿐이지 않았습니까?
"‥‥‥."
"제가 특별하거나 잘한 게 아니라, 다른 드워프들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던 것뿐입니다.
정이 뚝 떨어지는 말투!
위드는 남의 칭찬이 어색했기에 나름대로는 대충 농담으로 넘기려고 했다.
'절대 칭찬을 받아선 안 돼!
미성년자로 취업을 했을 무렵, 일을 못할 때에는 만날 욕을 먹었다, 밥보다도 욕을 더 많이 먹던 시절.
하지만 노력으로 부족한 체력을 극복하고, 기술을 익혀서 다른 사람들만큼 일을 해내었다.
벽돌도 몇 장씩 더 나르고, 인형 눈도 더 붙이고, 신문도 잘 배달했다.
"자네 이쪽 분야에 자질이 있었군."
"꼭 필요한 인재였어."
사장들의 칭찬이 늘어 갈수록 그가 해야할 일의 분량도 증가했다.
호프집의 아르바이트를 할 때가 압권이었다.
"정말 뛰어나! 완벽한 맛의 배합이야! 앞으로 이쪽 일을 이현 네가 다 하도록 해."
칭찬이란 들을 때에는 귀가 즐겁지만, 곧 온몸이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위드였다.
헤르만의 경우에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위드는 본능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일부러 속이는 것도 아니다.
모든 발견들은 이루이지기까지가 어려운 법이지, 막상 찾고 나면 당연하게 느껴지기 일쑤였으니.
"조각사로서 완성된 작품만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되는 거였죠. 어떤 조각품이든 만들어진 재료와 장소, 특성 들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재로와 특성의 이해라‥‥‥. 검은 완성시키는게 아니라, 그 과정에 몰입을 한다?"
평범한 말이지만 헤르만은 무언가 힘트를 얻은 듯이 한참 생각에 빠졌다.
핀이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퀘스트도 성공하셨으니 이제 쿠르소를 떠나실거예요?"
조각술 퀘스트를 대부분 해낸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고, 켄델레브의 흔적까지도 발견했다.
사실 위드가 할 수 있는 의뢰는 폭넓고 다양했다.
모험이나 전투 계열의 의뢰들. 재봉, 대장일 등의 생산 의뢰들. 조각술을 바탕으로 한 예술 계열의 의뢰들!
잡캐답게 받을 수 있는 의뢰들이 널려 있다.
보통의 드워프들은 위드를 보면 금세 부탁부터 했다.
"동쪽 탄광 지역에 레드 웜들이 엄청나게 들끓고 있어. 놈들을 해결해 주게나."
레드 웜은 레벨 300대 후반의 몬스터다.
위드의 레벨로 사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땅속을 파고들기 때문에 마법이 아니면 잡기 힘든 몬스터였다. 위협을 느끼면 해독이 어려문 독을 뿜어내기도 했다.
"무쇠도 가룰 수 있는 검,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전설의 검이 우리 왕국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야, 믿기나? 이걸 찾아 줬으면 좋겠어."
전설의 검 퀘스트.
난이도 A급으로, 쿠르소에서 해결한 사람이 없는 대표적인 퀘스트였다.
단서들이 적어서, 드워프 주민 모두와의 친밀도를 최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유력한 가설이 있다.
아부가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위드로서는 도전해 볼 만한 의뢰였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의뢰의 중간 단계에 고급 대장장이 스킬이 필요했다.

"드워프들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연매가 쿠르소 남쪽 호수늪지에 있다는데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지. 자네가 한번 해 볼 텐가?"
난이도B급의 의뢰.
성직자와 파티를 이루어야 하며, 늪 속의 던전을 헤매서 열매를 찾아야 한다.
이런 난이도A급, 혹은B급의 의뢰들이 마구 쏟아졌다.
그야말로 퀘스트의 홍수라고 할 수 있다.
위드는 핀의질문에 간단히 대답했다.
"떠나야 되겠죠."
"역시 ‥‥‥."
"하지만 아직은 그때가 아닙니다. 이곳에 온 목적,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 * * * * * * * *

켄델레브의 수준은, 확실하진 않지만 조각술 마스터는 아닌 것 같았다.
"조각술 마스터라면, 그의 흔적을 찾았으니 조갓술의 비기를 남겨 놨어야 하겠지."
하지만 그 덕분에 무엇을 조각해야 할지를 알았따.
켄델레브는 대단한 친화력을 가진 조각사였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물을 조각품으로 빚어낼 수 있다는 것은, 물의 성질을 완전히 익히고 있으면 제 몸처럼 다룰 수 있다는 뜻과도 같다.
조각사의 비밀!
사물과의 친화력을 극상으로 올리면 그 어떤 것도 조각할 수 있다는 것.
위드가 빛을 다루는 달빛 조각술을익혔듯이, 특수한 조각술은 어디에나 있다. 조각을 하고 싶어 하는 조각사의 마음이 원천이고 원동력이 된다.
늘 자신을 조각해 달라며 떼를 쓰는 미지의 존재들도 이제는 조각할 자신이 생겼다.

-무능한 조각사여, 둔한 손과 머리를 써서 나를 조각해 다오.

-나를 조각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뭐든 들어줄 테니 나를 만들어 줘!

'그들을 이해하면 돼. 그들이 주는 느낌대로 그들을 만들어 주면 되는 거야.'
물방울이 반짝이고 예쁜 이유는, 특색을 살렸기 때문이다. 바람은 자유로웠고, 무지개는 환상적이었다.
꿈속에서처럼 아련하게 보이는 무지개의 특징들이, 켄델레브의 조각품에는 살아 있었다.
어른들 마저 동심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풍부한 감성!
위드는 두 손에 조각칼을 들었다.
'내가그들이된다. 그들이 주는 느낌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만들어주자.'

-조각사여, 나를 만들어 주겠는가?

정중하고 중후한 목소리,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 따뜻한 격려를 해 주는 목소리
위드는 느낌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인간, 몬스터 , 혹흔 제멋대로 생겨서 이름조차 붙이기 힘든 마수, 어떤 구분도 하지않고 목소리에 충실했다.
목소리는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다.
현재의 감정과 성격, 어울리는 육체, 전체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정이 살아 있는 눈, 평균 이상의 큰 손, 넓고 건장한 어깨와 몸. 늠름한 느낌으로, 그리고 따뜻함을 빼놓아서는 안되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미리 고민하지 않고, 감점의 흐름에 따라 조각품을 만들어 나갔다.
다리가 길고, 팔도 길고. 모든 것이 인간보다는 조금씩 길다. 하지만 몬스터처럼 흉측하지 않고, 자애로운 아저씨라는 생각이 드는 조각품이었다.
"이게 내가 만든 당신의 조각품이다."
띠링!

-정령 창조 조각술을 습득하셨습니다.

-정령 창조 조각술 : 조각사가 새로운 정령의 몸을 창조하는 조각술.
베르사 대륙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령들. 하지만 그들 중에 서 형체를 가지고 있거나 이름이 지어진 정령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정령들의 형체를 조각해 주면, 그 정령들은 앞으로 그 몸으로 베르사 대 륙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으며, 정령의 아버지가 되어 그들을 전투나 생활에 동원할 수 있다.
이때 소모되는 마나의 양은 미세한 저옫이며, 처음부터 중급 정령 이상을 곧바로 소환할 수 있다.
정령의 왕성된 육체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상급 정령이나 정령왕을 소환 할 수도 있다.
차후 소환되는 정령들의 질과 숫자는 조각술 스킬과 친밀도 등에 따라 좌 우된다.
조각술 스킬을 마스터 하면 종족 창조 조갃술을 습득할수 있게됨.

제한 : 고급 조각술을 익힌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스킬 요구량 : 예술 스탯 200(영구적 소모)
주의 사항 : 정령들은 처음 탄생한 날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정 령들의 성격은 자신들의 몸을 창조한 조각사에 달려 있습 니다.
상극인 정령들을 동시에 소환하면 그들끼리 싸우게 됨.
질 나쁜 정령들을 다수 만들었을 때에는 악명 들이 오를 수 있음.
완성된 육체를 가진 정령 족의 정령왕이 소멸당하면, 새로운 정령왕이 탄 생할 때까지 정령들 전체의 힘이 약화됨.
스킬을 마스터 하면 몬스터 유사 인간 종족, 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모 든 스탯이 20씩 감소함.

-새로운 정령을 창조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60소모됩니다.
-고급 조각술 스킬의 레벨이 6으로 상승했습니다. 조각술이 놀랍도록 섬 세하고 세밀해집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260얼랐습니다.

-매력이 60올랐습니다.

조각 검술, 조각품에 생명 부여, 조각 변신술에 이은 새로운 조각술의 비기를 획득한 것이다.
정령 창조 조각술.
세상에 존재하는 정령들을 구체화시키고 형체를 정의해주는 조각사의 비기!
위드가 나무로 깎아놓은 조각품의 옆에, 지면의 흙들이 일어나서 똑같은 형상이 되었다.
흙으로 된 덩어리가 정중하게 입을 달싹였다.
"조각사여, 나의 몸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제 이름을 정해다오."
위드는 심사숙도해서 대답했다.
"흙꾼으로 하자."'
"알겠다."
아무래도 대지 계열의 정령인 것 같았으니 떠오르는 것이 땅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니 나를 머리를 써서흙꾼이라고 붙였다.
'역시 나의 섬세한 작명 센스를 따라갈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
위드가 물었다.
"몸은 마음에 드는가?"
"활동하기에는 불편할 것 같지만 마음에 드는구나."
조각품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니 혹시나 싶은 마음에 위드는 감정을 시도해 보았다.
"감정."

-흙꾼
땅의정령.
재능을 과시하는 조각사에 의하여 탄생하였다.
온순하고 믿음직스러운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걸맞지 않은 몸을
가지고있어서 능력의 발휘가 35%까지로 제한되어 있다.
중급 정령까지 활동 가능.
정령술사의 소환들을 통한 지상계의 활동에 따라서, 더 많은 정령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기 : 지진, 땅파기, 파묻기, 수액찾기, 농작물의 성장 촉진.
첫시도라서 정령들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무난한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더러운 조각사! 감히 나부터 조각해 주지 않고 다른 놈부터 만들어 주다 니! 화가난다. 다 태워 버릴 거야.

위드는 실패를 거울 삼아서 다시 조각칼을 들었다.
'정령이다. 아예 인간과 비슷할 필요가 없어.'
타오르는 불을 만들었다. 불의 육체에 길쭉한 팔과 다리를 만들었다.

-새로운 정령을 창조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60 소모됩니다.

-조각술 스킬의 순력도가 향상 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260 올랐습니다.

-매력이 60 올랐습니다.

위드의 조각품에 불이 붙었다. 나무들이 잔해만 남고 금세 다 타버리고, 그곳에는 동일한 형태의 불길이 남았다.
"마음에 든다, 이 몸. 아주 흡족하다. 조각사야, 내 이름을 말해라!"
불의 정령이 좋아하고 있었다.
"화돌이가 어떨까."
"화돌이라니! 진짜 마음에드는 이름이군."
"감정!"

-화돌이
극고온의 불의정령.
조각술의영역을 새록게 개척하고 있는 조각사에 의해 탄생하였다.
조급하고 폭력적인 성격을 가졌다.
매력은 없어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몸을 가지고 있어 능력의 발휘에 유리하다.
62%까지 힘을 쓸 수 있다.
상급 정령까지 활동 가능.
정령술사의 소환 등을 통한 지상계의 활동에 따라서, 더 많은 정령들 이 힘들 발휘할 수 있다.
특기 : 불의 창, 방화, 전소.

"흙꾼 소환, 화돌이 소환!"
위드의 눈이 번뜩이면서, 전신의 마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땅이 들썩이면 일어나고, 거센 불길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흙꾼과 화돌이 수백씩 소환되었다.
중급 정령, 상급 정령 들. 고급 조각술 스킬이 보여 주는 위력!
여간한 정령술사들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정령을 대여섯 이상 소환하지 않는다. 정령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지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 세상에 나올 수 있다니! 이 꿈만 같은 일이 사실이만 말이야?"
"이거 봐. 이게 우리의 몸이야. 실체도 있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어."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정령들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몸을 보며 감탄하고, 발로 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흙꾼이가 그럴 때마다 땅이 미약하게 흔들리고, 화돌이의 경우에는 불길이 심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탄생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금세 위드에게 주목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만들어준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깊은 친밀도를 갖게 된 것이다.
위드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사자후!
"커헝! 내가 너희를 만들어 준 주인이다. 너희에게 생명을 주었으니 나에게 충성을 다하라."'
처음 만든 흙꾼과 화돌이는 특별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졍령들의 대표자.
하지만 다른 일반 정령들은 허리를 숙이며 복명했다.
"주인을 따라서 땅의 힘을 일으키겠습니다."
"주인을 위헙하는 적들을 반드시 태울 것입니다."
도열해 있는 정령들의 충성 맹세!
위드가 사이비 교주처럼 두 팔을 번쩌 쳐들었다.
"나를 믿고 따르라!"
"예, 주인님!"
"믿느냐, 믿는 자에게 복이 올 것이다."
"내가 누구냐!"
"전지전능하시며, 우리를 창조해 주신 주인님입니다."
"끝없이 정진하는 조각사이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영웅적인 조각사이십니다."
흙꾼과 화돌이들이 경쟁하듯히 아부를 했다. 위드에 의해 탄생한 정령들인지라, 안 좋은 것부터 배웠다.
"나의 머리는?"
"전 대륙에서 가장 똑똑 하십니다."
"천재입니다."
"내가 할 살 때 걸음마로 100미터를 0.1초 만에 주파하고. 두 살 때는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아다녔다."
"오오오오!"
위드의 망토 뒤에서 빛의 날개가 획장되어 활짝 펼쳐졌다.
영롱하며. 찬연한 광채! 다닞 거짓말을 위해 동원되는, 생명까지 부여한 달빛 대작 조각품!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정령들을 보며 위드의 가슴이 들끓었다.
"내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 나보다 잘생긴 인간은 이 세상에 없을걸! 내가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면 그 어떤 여자라고 해도 넘어오지 않고는 못 배긴다."
"‥‥‥."
"‥‥‥."
흙꾼이의 표정이 떫은 감을 씹은 것처럼 변했다.
"그건 좀‥‥‥."
위드는 반사적으로 화돌이를 보았다. 화돌이는 괜히 멀쩡한 풀뿌리를 말려 죽이고 있었다.
"오냐오냐 들어주었더니 진짜 한도 끝고 없네."
"그러게. 우리가 이런 꼴까지 당하면서 꼭 몸을 가져야 했던 거야?"
"그냥 정령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화돌이드링 작게 소곤거리고 있었다.
위드가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허허험! 안타까운 일이군. 어렵게 만든 정령들이 이세상에 만족하지 못하다니‥‥‥. 조각 파괴술로 그냥 다 부셔 버리고 없던 일로 할까?"
목숨의 위협을 느낀 흙꾼과 화돌이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위드 님 만세!"
"주인님이여, 영원하라!"
기쁨의 시간도 잠시, 두팔을 든 상태로 흙꾼과 화돌이 들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져 갔다. 위드가 가진 마나가 모두 소진되어서 더 이상 몸을 구성하지 못하고 역소환 되는 것이다.
"언제든 불러 주십이오, 주인님!"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흙꾼들과 화돌이들이 사라지면서 외치는 소리들이 아련하게 남았따.
모든 흙꾼과 화돌이가 역소환되고 난 후, 위드는 잠시 명상을 하며 마나를 보충했다.
정령 창조 조각술.
조각술의 비기를 스스로 찾아서 습득하기 위해 노렷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각을 하며 저주까지 받았던 지난 세월들!
마나가 가득 차자 위드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흙꾼 소환. 화돌이 소환!"
땅과 불이 일어나며, 다시금 소환된 흙꾼과 화돌이!
위드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위드 만세!"
"만세!'
철저한 세뇌 작업이 하루 종일 진행 되었다.
존경심을 품지 않고는 못 배겨 나갈 치밀한 세뇌작업!
"내가 누구냐!"
"절대 불멸하며, 하찮은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어 육체를 만들어 주신 창조자입니다."
"나의 말은?."
"이땅에서 소멸되더라도 지켜야 할 절대적인 명령입니다."
"하찮은 이 몸뚱아리가 창조주의 명령을 수행하다 소멸되는 것은 더없는 영광일 것입니다."
그다음 날, 흙꾼들이 야심차게 동원된 장소는 위드의 소유인 루비광산이었다.
"조심해서 캐네라. 조그만 흠집이라도 생겨선 안돼!"
정령술사들은 정령들을 친구처럼 대하며, 존중해 준다..
귀엽고 깜찍한 정령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베르사 대륙을 모험한다.
하지만 위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
정령들은 일용직 노동자처럼 루비를 캐내는 데에 부려지고 있었다.

9부 『어두운 게이머들의 대화』

이현은 다크 게이머 연합 길드의 채팅 방에 접속했다. 정보 공개와 질문란의 답변, 아이템 판매들으로 등급이 올라서 채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보통 채팅이라면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크 게이머들끼리는 다르다, 활동하는 왕국, 직업, 의뢰등의 분류를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교류했다.
게시판을 통해 등급만 허용된다면 누구든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수의다크 게이머끼리만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채팅을 통해 들은 이야기의 비밀을 엄수해 주는 것음 기본이었다.


-후니:어서 어서 오세요. 현 님.

-현: 또 뵙네요.

-후니:네, 반갑습니다.

-사악마인:처음 뵙겠습니다, 현 님.

채팅 방에는 7명 정도의 유저들이 있었다.
잠수를 타고 있는 듯한 유저들을 빼면, 실제로는 후니와 사악마인 정도만이 채팅에 참여하고 있었다.

-후니:현 님은 밤늦게 잠깐씩만 점속하시던데, 요즘엔 무슨 일을 하고 계세 요?

-현: 그냥‥‥직업 스킬들을 익히고 있습니다.

-후니:직업 스킬이라, 아주 중요한 거죠. 보통 채팅방에 접속해 놓으시 고 말씀이 없으시던데, 아이템 시세 들을 확인하시죠?

-현:예.

-사악마인:저도 자주 그러는 편인데요.

-후니:아마 다크 게이머들이 다 그렇겠지요. 우리만큼 바쁜 직업도 없 으니까 말이죠.

다크 게이머로서 매일의 아이템 시세, 의뢰, 사냥터를 확인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력 뿐만아니라, 정보 그 자체가 중요했으니까.
남들보다 앞써 나가야만 하는 다크 게이머들은 모험도 순수하게 즐길 수만은 없었다.

-후니:저는 다크 게이머 경력 7년차입니다. 두 분은 몇 년이나 되셨어 요?

-사악마인:전 햇수로 3년째입니다. 실제 기간으로는 2년정도 됩니다.

-후니:제가 선배가 되는 셈이군요. 별 의미는 없지만. 2년이라면 로열 로드부터 다크 게이머로 활동을 하셧나 봐요?

-사악마인:맞습니다. 로열로드가 막 오픈했을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좀 빨리 성장한 덕분에, 초창기부터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 다.

-후니 :부럽군요. 현 님은요?

-현:다크 게이머의길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후니: 굉장하군요!

-사악마인:정말이예요? 이 등급의 채딩방에 오실정도라면 보통 레벨은 아니실 텐데‥‥.레벨만이 아니라 공개하는 정보의 질이나 답변의 수 준도 중요하게 보거든요.

-후니:1년이라니 진짜 놀랍습니다. 비결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다크 게이머로서 돈을 번 것은 그보 다 훨씬 전부터이고, 미리 주닙도 했거든요.

-사악마인:역시 그러셨군요. 로열 로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냥 은 어렵죠.

-소룡이:안녕하세요. 제가 잠수를 타고 있던 사이 재밌는 대화를 나누 고 계셨군요. 저는 다크 게이머 6년차입니다.

잠수 했던 유저들이 깨어나면서 채팅 방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글들이 빨리 올라갔다. 그래봐야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잠잠해졌지만.
다시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컴퓨터를 캬 놓고 나간 것이다.
이현도 잠깐 다른 정보들을 보다가 채팅방으로 돌아오니, 후니와 사악마인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후니:현 님. 자리에 계시나요?
-현:예.

-후니:실은 제가 이번에 수행하고 있는 퀘스트가 있는데‥‥두분께 상의하 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악마인:어떤 퀘스트인데요?

-후니:먼저, 퀘스트의 상세한 내용은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세 요.

-사악마인:당연한 거죠.

-현:이해합니다.

-후니: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은 제가 조금 특수한 퀘스트를 수행 하고 있는데요.

-사악마인:위험한 퀘스트인가요?

-후니:그런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가 높기도 하지만‥‥퀘스트의 진행 도중 다시 되살아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악마인:되살아나지 못한다는 말씀이 이해가 안 가는데요. 무슨 뜻이죠?

-현:로열 로드에서 캐릭터가 완전히 사망한다는 말씀이신가요?

-후니:예. 맞습니다.

캐릭터의 완전한 죽음.
금단의 마법을 익히거나, 혹은 어떤 사건을 위해 영혼을 바쳤을 때에 이루어지는 일. 다크 게이머라면 이런 의뢰는 받아들이지 않는 게 정석이다. 풀기 힘든 저주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캐릭터가 사라지고 나면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현도 초창기에 달빛 조각사로 전직을 하고 나서 불만이 상당했지만 전직이나 다시 키우는 것을 포기했던 이유도,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었다.

-현:어쩌다 그런의뢰를 하게 되셨습니까?

-후니:제가 운영하는 길드가 있고, 그 길드 차원에서 하던 퀘스트였거든요.

-사악마인:길드를 운영한다면 상당히 뛰어난 캐릭터일 텐데 아깝군요.

-후니:예. 지금은 조금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친구나 동료들 때문에 너무 무리한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닌지, 하지만 그 의뢰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보상이 상당하기도 합니다.

-사악마인:다크 게이머로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요?

-후니:의뢰의 진행도를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나름 큰 보상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사악마인:저로서는 걱정이 앞서는군요. 그래도 캐릭터를 다시 성장시키기 가 힘들 텐데요.

-후니:7년쨰 다크 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기회이고 새로운 도전인 것 같습니다. 그간 벌어 놓은 돈이 조금은 있으니, 죽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요.

행간에서, 후니라는 다크 게이머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억지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크게이머에게 캐릭터의 상실이란, 실직과도 같은 엄청난 일!
고용 보험이나 실직 연금 등도 기대할 수 없는 신세임을 감안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현도 만약 위드라는 캐릭터가 영구삭제될지도 모른다면 그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도 없으리라.
'본전도 못 뽑았는데!'
노가다를 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그런 의뢰는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없다. 할머니의 병원비나 생활비 등은 실시간으로 다가오는 위협이었으니. 여윳돈을 다소 모아 놓았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게 다크 게이머들 대부분의 신세였다.
사냥을 하다가 죽으면 레벨과 스킬 숙련도가 떨어지고,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면 다크 게이머에게는 헤아리기 힘든 타격이 되었으므로.

-사악마인:아이템 많이 얻으시길. 아이템이 남는겁니다.

-후니:물론이죠.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아이템들은 전부 따로 모아서 처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애착을 갖고 키우던 캐릭터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아직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지만, 정말 가슴이 아 픕니다.

-현:고민이 크시겠습니다.

-후니:어쩔 수 있나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현:경험이 있으니 다시 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퀘스트를‥‥.

이현은 키보드를 두들기던 손가락을 멈췄다.
짐작이었지마느 보통 저런 종류의 퀘스트라면, 퀘스트 자체를 성공했을 때에 캐릭터가 삭제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누구도 그런 퀘스트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니라는 다크 게이머는 죽음까지도 고려하고 있었다.
'정말 어려운 퀘스트를 받아들인 것 같군.'
성공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명 통과하는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의뢰이리라 짐작되었다.

-현:퀘스트의 성공을 위해 무운을 빕니다. 이말 밖에는 드릴 수 없군요.

-후니: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도 그런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 습니다.

-사악마인:두 분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정말 흐뭇합니다.

-후니:사악마인 님, 현 님. 우리서로 친구할까요? 나이도 모르고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다크 게이머로서 채팅에서만이라고 친구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요.

-현: 저도 좋습니다.

-후니:먼저 제소개부터 하죠. 저는 스물여덟 살입니다.

-현:저는 스물 세살입니다.

-후니:현 님은 제 동생뻘이군요.

-현:예, 형님. 말씀 편하게 놓으세요.

-후니:그래도 될까? 그럼 사악마인 님의 나이는 어떻게 되십니까?

-사악마인: 형님들! 제 나이는 열다섯 살입니다. 제가 막내니까.
두 분 형님들이 귀엽게 봐 주세요.
-후니:‥‥‥.

-현:‥‥‥.
-후니:마인아.

-사악마님:넵!
-후니:벌써 11시다. 일찍 자야지.

-사악마인: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네요. 엄마 돌아올 시간인데‥‥.공부하는 척하다 자야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현:‥‥.

-후니:‥‥.

* * * * * * * * * *

이현의 학교생활도 바쁘게 돌아갔다. 시험은 대충 때운다고 쳐도, 과제가 계속 나왔다.
로열 로드에서의 험과제.
그것들을 위해 최상준과 박순조 등이 덩전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고, 준비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고 한다.
"형은 그냥 적당할 때 오셔서 조각품이나 보여 주시면 돼요."
최상준이 호기롭게 말했다.
어쨌든 과제는 팀을 이루어서 하는 것이었으니 이현도 동참해야 되지만, 조각사에게 기대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조각품을 보여 주고, 조원들이 감동하는 정도를 연출해 준다면 교수에게 점수를 따기에 적절하리라는 계산.
'조각사가 포함된 조에서 어려운 던전을 탐험한다면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
최상준은 던전 탐험을,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으로 마들 작정이었다. 흑사자 길드의 고위 서열에 있는 친형에게 아이템도 빌리고 레벨도 몰아주기로 올리고 있었다.
그에게 신경이 쓰이는 존재는 오직 도둑으로 고래벨인 박순조!
'던전에서 도둑이 할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나를 도와줄 도둑이 1명쯤은 포함된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 반가운 일이야.'
도둑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함정 해체나 문열이 정도이리라 여겼다.

던전 탐험을 위한 점심시간의 회의도 이현을 제외하고 벌어졌다.
민소라가 학교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말했다.
"근데 우리, 나머지 조원 2명은 누구로 할 거야? 축제가 다가와서 다들 들떠 있고 정신 없는데, 미리 정하고 준비해야 되잖아."
그녀가 포함된 C조의 현재인원은 5명!
2명의 영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상준도 은근히 새로운 조원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가 최대한 돋보이려면, 너무 뛰어난 조원은 안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핑요한 조원을 데려오고 싶었다.
'성직자나 샤먼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직 조가 정해 지지않은 사람이 누가 있더라? 다른 조에서 1명 빼 와야 되나?'
최상준이 여러모로 염두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MT에서 같은 조였던 주은희와 홍선예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저기, 우리도 조를 안 정했는데, 같이하면 안 될까?"
최상주닝 반색을 하고 물었다.
"직업과 레벨이 어떻게 돼?"
"원소술사. 레벨 266. 현재위치는 데일왕국이야."
"난 레인저. 레벨285. 위치는 네칸성. 은희랑 같이 사냥하고 있어."
마법사 계열의 원소술사와 레인저.
최상주닝 원하던 성직자나 샤먼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다.
"우리와 같이하자!"
그럼에도 최상준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여자라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특히 주은희와 혼선예라면 예분 얼굴과 몸매 때문에 학과 내에 눈독을 들이는 남자들이 많았다.
'은희는 정말 너무 예뻐.'
최상준의 이상형이은희였으니 거부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주은희가 보조개가 파일 정도로 활짝 웃었다.
"정말? 고마워. 상준아."
"으응."
이유정이 한심하다는 듯이 최상준을 보다가 얘기했다.
"데일 왕국이라면‥‥우리도지금 데일 왕국인데. 네칸성이면 하루 거리밖에 안 되잖아."
"유정이 넌 레벨이 얼마인데?"
"검사237. 여기 소라는 인챈터로. 144야."
"그, 그랬어?"
주은희와 홍선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사는 레벨이 너무 낮고, 인챈터는 덤전탐험에 쓸모가 많지 않은 직업이었으니까.
그녀드링 꺼림칙해하는 기색을 느낌 탓인지 민소라가 물었다.
"정말 우리와 같은 조를 해도 괜찮겠어?"
"응. 뭐, 괜찮을 거야. 근데 있잖아‥‥."
홍선예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물었따.
"이현 오빠는 왜 여기 없어? 이현 오빠도 너희 조 아니야?"
"오빠는 회의에 참석 안 해."
"왜?"
"바쁘다고 해서. 그리고 조각사라서 탐험에는 필요가 없거든."
"‥‥."
"너희. 우리랑 같은 조 하기로 한 거 맞지?"
"마, 맞아."
어쩌다 보니 거절하지 못하고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로의 직업과 레벨을 알게 된 이후로 다들 느끼고 있었다.
'최악이구나‥‥.'
'내가 이런 조에 끼다니‥‥.'
'망쳤다.'
'나중에 재수강해야지.'

* * * * * * * * * *

이현은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먹기 위해 잔디 광장으로 향했다.
'오늘도 있구나.'
빨간색의 여자 도시락.
열흘쯤 전부터 그가 식사를 하는 장소에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당연히 이현은 그 도시락에 손을 대지 않았다.
'남의 도시락이니까.'
주인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열어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 날에도 도시락이 자리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흰 손수건에 싸인 노란색의 도시락이었다. 쪽지까지 남겨져 있었다.

-먹어주세요.

굉장히 세련되고 예쁜 필체.
이현은 도시락을 보며 중얼거렸다.
'누군지 몰라도 부럽다.'
얀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락!
'자고로 어떤 설물이든 먹을 것만큼 좋은 게 없지. 저런 여자친구를 둔 남자는 얼마나 좋을까. 밥값도 공짜로 굳고."
이현을 쓸쓸하게 웃으며 자신이 싸 온 도시락을 먹었다.
당연히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와서 그 도시락을 먹을 것 이라고 생각하면서.
단 한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 그에게 온 도시라고는 믿기질 않았던 것.
그다음 날이었다.

-이현. 이 도시락을 먹어주세요.

쪽지에는 조금 길고 자세한 문장이 아름답게 쓰여 있다.
긴장한 탓인지 꾹꾹 눌러쓰여 있었지만, 이현은 이를 의식하지도 못했다.
"내 도시락이었구나!"
넙죽 도시락을 열어 보았다.
도시락 안에 가득 들어 있는 것은 김밥!
"하필 김밥이라니."
이현은 푸념을 했다.
학교에 올 때마다 매번 그가 싸 오는 음식이 김밥이 아니던가. 편의와 시간을 절약을 위해 김밥을 싸 오지만, 뭔가 다른 음식을 먹어 보고 싶은 마음도 없는 건 아니였다.
"김밥도 뭐, 맛만 있으면 되지."
이현은 김밥을 1개 먹어 보았다.
입안에서 이루어지는 감동적인 맛들의 조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맛!
단무지, 게맛살, 시금치로만 맛을 내던 그의 김밥과는 재료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김밥의 옆구리에 살짝 비치는 것은 철갑상어의 알에, 바닷가재의 오동통한 다리 살!
요리에 해박한 이현이었지만 이런 재료는 본 적도 없었다.
"동태 알이 신선하군. 그리고 도대체 어디 게맛살인데 이렇게 맛이 좋은 거야?"
최고의 력셔리 김밥!
이현은 맛있게 김밥을 먹고 나서, 빈 도시락에 쪽지를 남겼다.

-다음에도 또‥‥.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남겨 둔 쪽지였다.
그다음 날 잔디 광장으로 가니, 또다시 도시락이 있었다.

-맛있게 드셔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드셔 주세요.

이현은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이번에도 모양은 김밥이었지만, 상어 지느러미에 장어, 연어가 속 재료였다. 후식으로 신선한 과일 샐러드까지 준비 되어 있었다.
"맛있다."
그날부터 이현은 도시락은 싸 들지 않고 학교에 다녔다.
도시락은 싸 오지 않더라도, 음식이 늘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윤은 이현이 도시락을 먹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가 기뻐하면서 김밥을 먹을 때마다, 먹지않아도 배가 부르는 기분이었다.
'친구‥‥‥.'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
서윤은 그가 먹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부족한 요리 실력 탓에, 처음 시도에는 김밥의 옆구리가 터져서 재료들이 그대로 다 튀어나왔다.
김밥을 맛있게 싸기 위해 특급 호텔 주방장들에게 배운 솜씨였다.
서윤은 이현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움을 타고 있는 여신의 모습이었다.

* * * * * * * *

위드는 소모된 예술 스탯을 보충하기 위해 쿠르소에서 노가다를 개시했다.
'예술 스탯을 가장 빨리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세공품들이다.'
조각품은 성공만 하면 다량의 예술 스탯을 얻을 수 잇다.
정성석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 성곡 확률이 만만치 않다.
위드의 상상력과 표현할 수 있는 기술에 한계가 있었기에, 매번 조각품을 성공시키기도 어려운 일.
그에 비하면 보석 세공품들은 예술 스탯을 1이나2씩 올리는 노가다를 하기에 좋았다.10개를 해야 하나가 오르는 비효울적인 일이었지만, 적성에는 딱 맞았따.
"노가다는 거짓말을 안하는 법이야. 노가다만큼 고마운 것이 없지."
덤으로 켄델레브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의 동영상이 로열 로드의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었다. 드워프 유저들이 경쟁적으로 빠르게 동영상을 올린 것이다.
쿠르소는 그간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비밀스럽게 존재해 왔다. 하지만 물놀이를 즐기는 드워프들의 영상 공개로 인하여 그 비밀의 베일이 벗겨졌다.
사람들의 관심사에 오르게 되면서, 쿠르소에 들어가는 방법도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말았다.
"여기야!"
"와! 드워프 왕국이다."
인간과 엘프 들도 더 많이 찾아오고, 쿠르소의 유저 숫자가 5배가 넘게 증가했다.
새로 들어오는 드워프들이 가지고 있는 조각품!
지상에서 이래저래 의뢰들을 통해 획득했던 조각품들이 위드의 손에 전해졌다.
"아트핸드 님, 조각품을 감정해 주신다고 들었어요."
"으흠. 아무 물건이나 해 주지는 않는데‥‥. 특별히 시간이 남는 편이니 감정을 해 주지."
"고맙습니다!"
최고의 장인들이 모인 쿠르소에서도 가장 뛰어난 조각사 드워프 아트핸드.
샤스펜 동굴의 전투, 데스핸드와의 승부!
쿠르소에서 벌어졌던 조각술 퀘스트들이 선술집에서 떠드는 드워프 전사, 워리어 들의 수다를 통해 전설이 되어 신입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아트핸드의 행세를 하고 있는 위드에게 조각품들이 모이는 것이다.
"감정."

-참회하는 새
한쪽 다리를 들고 반성하고 있는 비둘기 점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조각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범상치 않은 마감실력과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지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만든 이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예술적 가치:30

-작품을 감상하여 얘술 스탯이 1 올랐습니다.

감정을 통해서도 획득하는 얘술 스탯!
그림이나 명검, 전설적인 방어구 들에서도 예술스탯을 조금씩 얻을 수 있었다.
'예술 스탯은 다른 스탯과는 조금 다른 것 같군.'
조각품을 만들거나 스킬을 사용하면 예술 스탯이 소모된다. 하지만 다시 올릴 때에는 복원력이 있어서 좀 더 쉽게 오르는 느낌이었다.
조각품의 감정으로도 여간해서는 예술 스탯을 획득하기 어렵지만, 정령 창조 조각술을 쓴 이후로는 스탯이 2배쯤 잘올랐다.
좋은 원단을 구해 재봉을 해도 예술 스탯이 오르고. 대장장이로 무언가를 만들어도 예술 스탯이 생겼다.
'그렇다고 해도 자주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복원력은 말 그대로 회복이 빠르다는 것뿐!
예술 스탯을 소모해 버리기만 한다면, 더 높은 수준에 다를 수 없다.
위드는 예술 스탯을 보충 하기 위해서 쿠르소에 남아 드워프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아트 핸드, 맥주나 한잔하겠나? 내가 한잔 사지."
"혹시 가입하신 길드가 있으세요?"
조각사를 영입하기 위하여 접근하는 길드들.
위드는 매번 거부했다.
하루는 그 광경을 지켜보던 헤르만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길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네. 생산직들은, 아! 자네는 생산직은 아니로군. 아무튼 우리처럼 장인의 직업을 가진 이들은, 길드을 끼고 있는 것이 편해."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그럼 길드에 가입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다크 게이머라는 사실이 못내 걸렸다. 마법의 대륙을 할때에도 혼자서만 활동을 했으니 길드의 울타리 안에 들어간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헤르만이 눈을 끔뻑이며 웃었다.
"말하기 힘든 사정이라도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길드라고 해서 모두가 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밝히면서 사는건 아니라네."
"‥‥‥."
"알리고 싶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되고, 편한 대로 활동하면 되지. 길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탈퇴해 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야 그렇지만‥‥."
"내 나이쯤 되면 젊어서 많은 일을 해 보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워. 후회도 저질러 보고 나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겟나? 너무 걱정만 하고 사는 것도 젊은이에게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야."
위드는 결정했다.
'활동하기 편한 길드가 있다면 가입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여러모로 외톨이가 될지도 모르지만, 길드라는 것 자체를 배척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그의 사형들인 검치 들도 길드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지 않던가. 로자임 왕국에서 길드를 만든 이후로는 거의 유명무실해져서 본인들조차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굳이 사형들의 길드에 가입할 필요는 없겠지.'
검치를 비롯한 사형들과는 가깝게 지내고, 또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친구 등록도 되어 있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니, 검치 들의 길드에 가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위드가 흔들리는 기색을 눈치챈 것인지, 헤르만이 넌지시 운을 뗏다.
"혹시 황야의여행자라는 길드를 들어 보았는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길드라네, 말없이 사냥만 하는 이들더 많고, 모험만 하는 이들도 많고‥‥. 제멋대로인 인간들이 모여서 만들어 놓은 길드지."
"인원은 얼마나 되지요?"
"대략 스물다섯쯤? 접속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야. 연령층은‥‥나처럼 늙은이도 있고, 20대나 30대, 40대가 많지. 따로 소속된 왕국도 없고, 입단식이나 번거롭게 하는 일들이 없어서 편할게야. 우리 길드에 가입하지 않겠나?"
"만약 불편해지면요?"
"그떄는 탈퇴하면 되지."
위드에게도 헤르만의 제안은 괜찮게 느껴졌다.
'조각사라고 이것저것 요구하지 않겠군.'
위드를 영입하려는 대부분의 길드는, 그가 조각사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을 한다.
길드를 위한 조각품.
목적을 가지고 길드에 초대를 한다. 헤르만의 길드는 그럴일은 없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가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내가 초대를 하면 되네. 길드에서 1년 이상 활동한 회원에게는 추천권이 있지."
띠링!

-헤르만 님이 황야의여행자 길드에 초대를 하셨습니다.
황야의여행자 길드에 대한 정보
소속인원 :25
길드장 : 공석
성향 :선
적대길드 : 없음
적대왕국 : 없음
세부적인 길드의 정보는 가입한 후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볼 수 있습니다.
초대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전쟁 중이거나 적대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가입하기 꺼려지지만, 무난한 길드라면 손해 볼 것이 없다.
"가입하겠습니다."
띠링!

-황야의여행자 길드에 가입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위드의 메시지 창에 새로운 글들이 떴다.

-사비나 : 신입 회원이나. 가입하신 거 환영해요!
-핀 : 어서오세요

-에드윈 : 반갑습니다.

신입 회원에 대한 환영의 글들!
접속해 있는 길드원 목록을 보니, 위드를 포함한 26명 중 24명이나 접속해 있었다.
접속률은 정말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그럼에도 인사를 하는 사람은 3명뿐.

-위드 : 안녕하세요 위드입니다. 길드 회원 분들, 반갑습니다.

-헤르만 : 다른 사람들은 사냥이나 의뢰로 바쁜 모양이구만. 우리 길드 는 길드 메시지 창을 아예 꺼 놓고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네. 그래서 필요한 게 있다면 직접 친구 등록을 해서 말을 걸어야 될 거야.

-위드 : 참고하겠습니다.

-핀 : 그런데 헤르만 할아버지, 아트핸드 님도 가입한다고 하지 않으셨 어요?

-헤르만 :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지금 가입한 사람이 아트핸드인데.

-핀 : 그럴 리가요. 지금 가입하신 분은 위드 님인데요. 확인해 보세요 , 할아버지.

-헤르만 : 내가 틀렸을 리가 없다. 아트핸드에게 직접 손을 올리고 길 드에 초대를 한 것인데‥‥. 허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정말 핀 네 말대로 가입한 사람이 위드로구나.

위드는 가입을 하자마자, 레벨과 직업 등을 비공개로 설정해 두었다.
아직은 친하지 않은 길드. 어떤 사람들이 있는 지도 모르는 길드에 함부로 공개하기가 꺼려졌던 탓이다.
하지만 이름은 그래도 보였다.

-위드 : 제가 그 아트핸드입니다.

-헤르만 : 정말 드워프 조각사 아트핸드가 맞는가?

-위드 : 예. 하지만 드워프는 아닙니다.

-헤르만 : 드워프가 아니야?

-위드 :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드워프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핀 : 아트핸드 님, 반가워요, 그런데 드워프가 아니라니요? 완벽하게 키 작은 드워프‥‥앗! 드워프에게 키 작다는 말은 실례죠, 죄송해요. 아무튼 헤르만 할아버지와 같은 종족 아니예요?

-위드 : 아닙니다.
-핀 : 그럼 원래의 종족은 뭔데요?

-위드 : 인간입니다.

위드의 옆에 멍하니 서 있던 헤르만의 얼굴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굳었다.
위드가 만들고 있는 정밀한 세공품 그리고 조각술 퀘스트를 하던 모습, 빛의 날개를 만들었던 놀라운 사건들.
헤르만의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헤르만 : 인간 그리고 조각사 위드라면 설마‥‥모라타의 영주?

-위드 : 바로 저입니다.

10부 『황야의여행자』

위드가 모라타의 영주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는 길드의 채팅 창이 잠깐 소란스러워졌다.
잠수하고 있던 사람들이 2∼3명 일어나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핀과 헤르만은 감쪽같이 몰랐다면서 놀라워하기도 했다.
"하기야, 자네처럼 조각술의 경지가 높은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헤르만이 웃으며 말했다.
돌이켜 본다면 갑자기 뛰어난 조각사 드워프가 등장한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드워프 장인들의 세계는 협소한 편이라서, 이런 정도의 실력자라면 금세 알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헤르만도 굉장한 유명 인사였다,
쿠르소뿐만 아니라 베르사 대륙 전체를 뒤져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장장이!
정성을 다한 검만을 내놓기에 제작한 물건이 많지는 않아도, 이름은 널리 퍼져 있다.
위드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얼굴이나 외모는 드워프의 신전에서 바꾼 건가?"
"결과적으로는 대충 비슷합니다."
신전에서는 일시적으로 그 종족의 모습을 하는 축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고, 사제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해 주어야 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신전에 대한 공현도가 낮다면 받을 수 없는 특수한 종류의 축복이었다.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군."
헤르만은 웃으면서 넘겨 주었다.
황야의여행자 길드의 사람들도 세세하게 묻지는 않았다.
히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그냥 비밀을 덮어 주기로 한 것이다.
길드에서는 사적인 잡담들이 주로 오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위드가 놀랄 차례였다.

-사비나 : 에드윈.

-에드윈 : 네, 누님.

-사비나 : 혼자 크롤드 잡아 본 적 있어?
-에드윈 : 몇 번 있죠. 그놈들의 수액이 상처 치유제를 만드는 데 도움 이 되어서요.

크롤드는 레벨380대의 몬스터.
상처 치유제는 심각한 보상을 당했을 때에 바르고 쉬면 회복에 도움을 주는 약이다. 성직자의 치료 마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매우 비싼 가격에 소량씩 거래되었다.
성직자가 전투 중에 사망을 하거나 정말 큰 부상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 상비약으로 하나씩 챙겨 두면 나쁘지 않다.

-사비나 : 내가 잡을 수 있을까?

-에드윈 : 쉽죠, 뭐. 생명력이 약해서 금방 잡을 수 있어요. 지금 사냥 하시는 곳이 어딘데요?

-사비나 : 메아리의 동굴.

-에드윈 : 크롤드까지 가는 길이 번거로울 뿐, 사냥하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안으로 쭉 들어가면 되겠네요.

-사비나 : 고마워.

헤르만의 수준을 보고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길드원들의 레벨이 보통이 아니었다. 초보자들이나 하는 자잘한 질문도 없었다.
위드가 모라타 영주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도 놀라움에 잠시 화제가 되었을 뿐, 금방 묻혔다.
'여기도 보통 길드는 아닌 것 같군.'

* * * * * * * * * *

이현은 다크 게이머 연합의 길드 정보가 모여 있는 장소에 접속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황야의여행자를 입력했다.
"뭐든 확실한 게 좋으니까. 기왕이면 제대로 알고 있어야겠지."
그는 다크 게이머였고, 긴장의 끝을 놓고 즐길 수만은 없다. 그러므로 황야의 여행자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본 것이다.

-황야의여행자 길드.
로열 로드의 초창기, 아르멘 왕국에서 창설된 길드. 창설된 이후로 왕 국 내에 특별한 거점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짐.
소수 정에로 구성된 길드이며, 가입자들의 신원이나 정확한 숫자도 확 인되지 않음.
전쟁에 참여한 전력이 없으며, 특별히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지는 않고 있음.
가끔 길드 사냥등을 통해 매우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보 아, 무시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진 길드.
참고 사항 : 친목 성향으로 분류를 해 두지만, 길드원들의 수준이 매 우 높음.
-신뢰도 : 상.

-자금력:중상으로 추정. 고정적인 수입원은 확인 안 됨.

다크 게이머 연합에도 상세한 정보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것을 보면, 활동이 많은 길드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쁜 이야기는 없으니 다행이군."
이현은 다크 게이머의 의뢰 게시판에도 접속했다. 호송의뢰, 사냥 의뢰, 적 길드와의 전투 의뢰 등으로 게시판에 글이 넘쳐 났다.
다크 게이머를 용병으로 영입하는 비용은 매우 삐삼에도 불구하고, 모집 종료가 상당수 떠 있었다.
보통 떄 이형은 베르샤 대륙의 정세 파악이나 의뢰에 대한 정보들을 습득하기 위해서 등어올 뿐이었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의뢰를 하기 위한 접속!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될까.'
이현은 잠시 갈등을 하다가 글쓰기를 시작했다.

-제목 : 특정 인물에 대한 조사 의뢰 신청
-필요 용병 등급 : B
-직업 압살자, 추적자, 도둑 등.
리튼 왕국 셀지움의 만돌과 그의 아내에 대한 정보를 요청함. 사흘 이상의 관찰로 대상의 외모 및 성격, 거주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함.
-의뢰비용 5,000골드.
저 또한 다크 게이머로써 20% 할인된 가격에 부탁드립니다.
식비나 추가 수당 지급 안 됨!

용병 등급B 이상 그리고 은닉이 가능한 직업에 대한 공식 의뢰 비용은 5,000 골드.
막판에 에누리를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앉았다.
"위험한 의뢰는 아니니 웬만하면 받아 줄 테지."
용병 등급을 올려놓았고, 해당 직업을 가진 다크 게이머가 아니라면 열람 불가.
최소 4,000골드의 지출이 발생하겠지만, 만돌과 그의 아내, 딸을 조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주고 싶었다.
돈은 매우 중요하지만, 다시 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다면 무엇도 진심으로 해낼 수 없게 된다.
"무료 시식 코너에서 배를 채울지언정, 남의 식당에서 무전 취식은 하지
않는다."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것과 같은 이현의 논리!
* * * * * * * * * *

잇소르 왕국을 장악한 부활의 교단.
왕국에는 대규모 토목공사들이 벌어져서 부활의 신전 등을 건립하고 있었다.
신전들이 많아질수록 부활의 권능과, 데이몬드와 사제들이 가진 힘도 따라서 커진다. 마물들의 생명력도 왕성해지면서 부활의 군대의 힘도 더욱 커졌다.
그때를 기점으로 해서, 베르사 대룩의 각 교단에 신탁이 내렸다.

-이 땅의 북쪽에 세상을 피로 뒤덮을 존재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발걸 음을 멈추어라.

일제히 내린 신탁으로 하여 성기사와 사제 들을 주축으로 잇소르 정벌군이 탄생!
"잇소르 왕국의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저희도 책무를 다하고 싶습니다."
"기사로서 명예로운 전투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각 성을 지배하고 있던 세력과 길드들이 시커먼 속셈을 가지고 여기에 동참했다. 부활의 교단이 사라지고 무주공산이나 다를 바 없는 잇소르 왕국을 장악할 속셈으로 군대를 일으킨 것이다.
잇소르 1차 정벌군의 숫자는 무려 9만!
기세등등하게 잇소르 왕국을 향해 쳐들어갔지만,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거대한 요새가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데이몬드가 잇소르 왕국의 주민들을 강제로 징발해서 만든 석조 요새!
높이가 30미터에 이르고, 궁수들이 성벽 위에 배치되어 있었다, 산악 지형을 중앙으로 관통하는 협곡을 틀어막는, 천혜의 요새였다.
"요새를 우회하자."
"아니야. 우회해서 돌아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렇게 많은 군대를 끌고 가는데 굳이 피할 이유가 없잖아."
용병으로 참여한 유저들은 피해 가자는 쪽이었지만, 귀족이나 영주 들의 생각은 달랐다.
'급조된 요새의 방어력이 높을 리가 없다.'
'우리가 무서웠겠지. 그래서 수비를 위해 이렇게 큰 요새를 쌓았을 거야.'
일반적으로 요새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동력과 돈이 필요하다. 공성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요충지라고 하더라도, 성벽을 보수하거나 새로이 축성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이렇게 큰 요새를 쌓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를 두렵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만일 데이몬드의 군대가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면, 요새를 만들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상식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면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 의로운 정벌군의 행진이라면, 신께서도 축복을 해주실 것입니다."
정벌군의 총회의장.
군대의 수장으로 참여한 유저들은, 각 교단의 대표와 사제들에게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
사실 그들의 뒤에도 정벌군들이 속속 조직되어 따르고 있다. 잇소르 왕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정벌군에 동참하기 위한 군대가 일어나는 중이었으니, 서두르려고 했다.
귀족들과 영주들의 뜻이 받아들여져서 요새에 대한 공성전이 결정되었다.
"발석기를 만들어라."
"화살은 충분히 비축하고 사다리를 설치할 준비를 해. 땅굴은 어디까지 파고 있나?"
정벌군은 진지를 설치하고, 공성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승리를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잇소르 왕국을 장악한 부활의 군대에 대한 경계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끌고 NPC 병사들도 소중한 전력이었다. 애지중지 훈련을 통해 성장시킨 병사들을 이곳에서 잃고 싶지 않았다. 석조 요새는 매우 높고 두꺼워 보여서, 여간해서는 뚫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마법사들을 보강하고, 전쟁에 대한 준비를 차곡차곡 갖추었다, 그렇게 시잔이 흘러 밤이 되었다,
몬스터들의 힘이 가장 강화되는 그믐날의 새벽!

데이몬드가 이끄는 부활읙 군대가 정벌군을 급습하였다.

요새의 성문이 부서지면서 대형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쿠우웅ㅡ 쿠우우웅ㅡ 쿠우우우우웅!
마물들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심한 징동이 일어났다.
막사에서 휴식을 취하던 정벌군이 벌떡 일어났다.
"적이다!"
"놈들이 기습을 할 줄이야!"
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온 영주들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흘렀다.
그들이 경헝함 공성전은, 아침부터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는게 일반적이었다. 진짜 전쟁처럼 심야의 기습은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
성내에서 지키고만 있으면 유리했으니, 무리할 까닭이 전혀 없다, 야습을 하려고 해도,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돌격대에 참여할 유저가 없는 탓도 크다.
본인이 죽을 가능성이 매운 높은 것을 알면서도 돌격대에 편성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칼라모르 왕국과 하벤 왕국의 전쟁에서는 야습이나 보급대 습격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진짜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 적었다.
"모두 일어나서 막아라!"
"싸움이다! 싸울 준비를 갖춰라!"
막사들에서 유저들이 튀어나왔다.
휴식을 취하며 포커를 하고나 술을 마시면서 완전한 전투력을 갖추기는 힘든 상태.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서는 술을 입에 대기 힘들 테니 마지막으로 무리를 한 것인데, 그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게 생겼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왔던 잇소르 왕국의 마을 창고에는 유독 술병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었지. 다 이걸 노린 것인가?'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치했다. 그럼에도 경계의 허점을 노리는 의외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먹혀들었다.
정벌군 이동 중에 발견된 술들은 보급품으로 분류되었고, 그 술이 다 떨어지기 전에 서로 경쟁적으로 마셨다.
그 덕에 취하도록 마신 것이다.
"에잇, 잔꾀를 부리다니!"
유저들을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도 검을 뽑아 들었따.
어쨌든 정별군의 절반 이상은 성기사와 사제 들이다. 술을 마셨을 리는 만무할 테니, 그들에게 전투를 맡기고 숨어 있을 작정, 앞장서서 적들과 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검이 매우 무겁게 느껴졌다.

-질병에 걸리셨습니다.
체력과마나가 감소합니다.
호흡이 어려워지고 기침이 발생합니다.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다면 병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진영에 전염병이 퍼져 있었다.
막사들의 주변을 가로지르는 쥐 떼가 어느새 옮겨 놓은 것.
"성직자, 사제님!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 질병을 치료해 주세요!"
유저들은 성직자와 사제들부터 찾았다.
그러나 치료가 가능한 사제들이 있는 장소는 이미 공중에서 날아온 마물 부대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어진 부활의 군대의 진격.
야습이 아니라, 모든 마물들을 집결시켜서 벌이는 건곤일척의 공세.
쿠우우우웅!
"으아악!"
"적들과 싸워라. 다들 어디에 갔어!"
"도망쳐!"
"도망치지 말고 싸워라!"
그믐날의 습격은 정벌군을 거의 전멸로 몰아넣었다.
부활의 군대는 최소한의 패하로 살아 있는 목숨을 거둠으로써, 더 많은 마물들과 동료들을 얻었다.
성과 마을을 덤령하고, 다른 교단의 신전을 파괴하며 싸워서 승리할 때마다 얻게 되는 힘과 권세!
잇소르 왕국을 수비하고도 남을 병력을 모은 데이몬드는 전격적으로 다시 남하를 결정했다. 과거에 대지의약탈자 길드가 다스리던 데카드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서였다.
다시금 정벌군이 모집되고, 부활의 군대의 진격로에 있는 성주들은 자신의 영토에서 최대한의 병력을 모았다.
부활의 군대가 지나간 곳은 마물들의 천국이 되었다.

* * * * * * * * * *

위드는 노가다 끝에 예술 스탯을 100까지 복구했따.
"소모된 예술 스탯을 올리는 일도 고역이로군."
과거 시점까지는 빠르게 회복이 된다고 해도, 스탯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조각술 스킬 숙련도도 조금이나마 늘어서 70%가 되고, 손재주 스킬도 고급6레벨이 되었다.
노가다의 증표라고도 할 수 있는 손재주 스킬!
위드는 정성껏 귀걸이를 세공했다.
-예술 스탯이 1 올랐습니다.

-조각술 스킬 숙련도가 미세하게 올랐습니다.
-손재주 스킬 숙련도가 미세하게 올랐습니다.

-액세서리 세공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액세서리 세공: 반지나 목걸이, 귀걸이 등을 만드는 스킬. 스킬의 레 벨이 높을 수록 매력이 높고 아름다운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이제101!
위드의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세공사들의 전유물이던 액세서리 세공 스킬까지 습득한 것이다.
위드는 탄식했다.
"노가다에는 불가능이 없구나."
이러다가 마법이나 주술까지 습득하는 게 아닐지 우려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무튼 마스터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파티 채팅 창에는 길드원들이 재잘거리고 있고, 위드는 액세서리들을 만드는 데에 전념했다.
'만들어야 될 조각품이 정말 많군'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각품들은 예술 스탯을 다 복구한 이후로 아껴 두었다. 겨우 복구를 위해 조각품을 만들기에는 아까웠으니까.
뼛속까지 노가다에 대한 근성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돌아가기. 전기세가 아깝다고 25층 빌딩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벽돌을 나르던 현장 사무소장에게 배운 끈기였다
그때 화령에게서 귓속말이 들려왔다.

-위드님. 뭘하세요?

-쿠르소에서 세공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공품을요?

-네. 이제 액세서리를 만드는 스킬을 터득했거든요.

-조각사도 세공이 가능한 건 알지만, 전문 스킬까지도 습득할 수 있는 거예요?

-한 1,000여 개 만드니까 되더군요. 원래 세공사나 조각사는 직업적으 로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부류니까요.

-어쩜! 저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고생을 하고 계셨군요. 댄서에게 액세 서리는 정말 생명과 같은 건데‥‥‥. 너무 고마워요.

-‥‥‥.

프레야 여신상 이후로 위드가 만드는 조각품에 대해 부쩍 관심이 깊어진 화령이었다.
말하는 모양을 보니 당연히 본인을 위해서 위드가 액세서리 세공 스킬을 익혔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위드는 솔직하게 말했다.

-화령 님을 위한 세공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성공적인 액세서리들은 화령을 위해 아껴 두었다.
돈 많은 그녀에게 팔아먹을 작정으로.

-고마워요. 빨리 뵙고 싶네요.

그런 식으로 화령과 속닥이며 세공품을 만들도 있을 때였다.
쿠르소에 있는 대장장이들이 불안하게 쑥덕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어제 데이몬드의 군대가 노프넴 평원까지 점령했다던데."
"베르사 대륙의 이십분의 일을 자신의 영토로 차지한 건가?"
"현재로써는 최고의 힘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잇소르 왕국 등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마물들이 탄생하고 있다니, 그의 군대가 갈수록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지 않은가."
"정말 두려운 일이군."
위드는 액세서리를 만들며 그 아야기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 사이에 아이템 거래 가격이 폭등했다. 부활의 군대가 전면적으로 침공하면서, 베르사 대륙의 전사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돈을 아까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연합 차원에서는 크게 걱정하고 있기도 했다.
강성해지는 부활의 군대로 인하여 그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각 세력의 전쟁은 그치지 않았고, 높아진 물가를 바탕으로 다크 게이머들만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부활의 군대라. 쩝, 어떻게 해야 되나.'
위드도 방송을 통해서 부활의 군데 영상을 보았다.
엄청나다고밖에는 표현이 안 될 마물들을 이끄는 군대!
한 왕국의 무력을 통째로 짓밟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악의 군대였다.
데이몬드는 반항하지 않는 일반 유저나, 휴양을 즐기는 단순 여행객들의 안전은 보장해 주었다, 그 덕분에 부활의 군대가 점령한 지역에 대한 영상도 방송을 탈 수 있었다.
말의 형상을 하고 낫을 들고 있는 마물의 신전!
부활의 군대가 대대적으로 만드는 신전이다.
문젠느 이 신전의 형태가 위드에게 매우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데스핸드가 남기고 간 조각품이 그랬는데‥‥.'
아무래도 연계 퀘스트일 거란 의심이 들었다.
데이몬드의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들을 막기 위한 퀘스트이거나, 어느 쪽이든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문제는‥‥ 이 퀘스트를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퀘스트를 받아들이면 또다시 엄청나게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위드는 그래서 세공품을 만들며 갈등했다.
'이거 그냥 확 팔아먹어 버릴까.'
팔고 싶었지만 조각술 스킬이 높지 않다면, 적어도 고급이 아니라면 써먹지도 못할 물건일 테니 구매자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11부 『다인의 기다림』

김한서 부장은 그의 스승이며, 하늘이 내린 진정한 천재 과학자 유병준을 보고있었다.
하얗게 센 머리에 핏발이 선 것처럼 충혈된 눈동자, 두꺼운 안경알.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유병준이었지만, 그의 두뇌는 천재라는 수식어조차도 실례가 될 정도다.
'세상에서는 나와 17인의 과학자들이 함께 로열 로드를 만든것으로 알고 있지만‥‥.'
김한서 부장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외부로 알려진 것과 진실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는 스승님꼐서 개념을 만들고, 선도 기술들도 개발하셧지. 나와 다른 과학자들은 스승님깨서 만들어 준 뼈대에 살을 붙인 정도에 지나지 않아.'
김한서 부장과 다른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개발 파트를 수행하기도 벅찬 지경이었다.
불가능하다고 일컬어지는 완벽한 가상현실 시스템은 말 대로 신기루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실패의 악몽을 꾸며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났던 것도 수십차례.
길이 막혀 있을 때마다 유병준이 나서서 도움을 주었고, 시스템 전체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그뿐이다.
김한서 부장을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도 일반적인 업무를 위해 여신 베르사를 다룰 수 있었지만, 권한은 제한되어 있었다.
김한서 부장은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어 유병준의 앞에 섰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본사의 애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더냐?"
"예. 부활의 군대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클클. 그럴테지."
"특히전략운영실의 손일강 실장은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고 앓는 소리를 하더군요."
"클클클."
유병준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웃기만 했다.
"데이몬드라는 유저, 스승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글쎄다. 뭐, 나쁘지 않구나."
유병준은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부활의 군대 퀘스트‥‥ 뭐, 굉장한 힘을 얻을 수 있는 의뢰이기는 했지."
시스템관리 부서에서 메인 콘솔을 다루고 있던 과학자들이 이곳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명리를 초월해서, 본인읜 능력을 세계에 공개하지 않고 은둔 자중하고 있는 과학자 유병준.
외부에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실제로 이곳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을 진정 경악하게 만들고, 소름 돋게 했던 것은 여신 베르사의 위력이었다. 어떤 오작동도 없으며, 인위적인 개입으로 수정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로열 로드가 문을 연 이후로 완전무결하게 동작하고 있는 슈퍼 인공지능.
진정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가공할 시스템이었다.
로열 로드만이 아니라, 관련된 유니콘 본사의 행정적인 업무까지 관장한다. 그러고도 아직 여신 베르사가 가진 관리 자원은 채 20%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에게는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 노릇.
이런 시스템을 1명의 과학자가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도무지 믿지 않았을 것이다.
유병준을 아는 과학자들의 평가는 이랬다.

―인류 천만 명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과학자.
―로열 로드가 아닌 다른 것을 만들었다면, 세계의 기술 발전 속도를 30년 정도는 앞당길 수 있는 과학자.

과학자들에게는 경이로움과 함께 존경의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유병준과 동시대의 사람이라는 게 자부심을 줄 정도였따.
"탐욕 때문에 일을 그르쳤어. 잔꾀가 있기에 승승장구하고 있지만‥‥나중에는 더 많은 적을 만들게 될테지."
유병준의 말을 의심하는 과학자는 없었다.
이 세기의 천재가 하는 말은 틀린 적이 없다. 그가 그렇다고 말한다면 언제든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신 베르사를 통해 예정된 퀘스트와 숨어 있는 위협들을 알고 있는 과학자들에게는, 부활의 군대가 진정한 위기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로열 로드는 위대한 가상현실이다.
복잡하게 적용된 기술만큼이나, 대륙에 숨어 있는 사연들, 역사들이 무수하다.
숨어서 힘을 키우고 있는 모험가들, 전사들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의뢰를 진행하고 있는지 아는 과학자들로서는 부활의 군대쯤에 긴장을 할 까닭이 없기도 했다.
너무 넓은 대륙과, 인류 사회의 집약판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유저
과학자들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이 개발에 참여했지만, 로열 로드는 정말로 재미있는 가상현실이다. 로열 로드가 문을 열고 나서 인류의 행복도가40% 이상 늘었다는 보고도 나왔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과학자들은 본연의 업무로 돌아갔다.

* * * * * * * * * *

유병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세상 사람들은 너무 쉽게 착각을 해."
그가 보고 있는 화면에는 베르사 대륙에서 활약하는 모험가들이 보이고
있었다.
남들이 찾지 않는 정글에서 사냥을 하며 힘을 키워 나가는 유저.
대륙에서 가장 험난한 산을 오르며 기초 체력을 단련하는 유저.
몬스터로 가득한 무인도에 상륙하여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며 강해지는 유저.
유병준은 이런 유저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끊임없는 한계 실험, 지구에서는 겪을 수 없을 극한상황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로열 로드가 게임이라니 말이야."
로열 로드가 만들어지고 문을 열었을 때 언론 매체들은 그 기술에 열광했다.
가상현실을 실제로 구현시킨 첨단 기술!
급증하는 유저들과 기존 게임들의 몰락.
유저들에게는 신천지가 열렸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던 일반인조차도 매료되어 버리는 게임성으로 인하여, 로열 로드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평정했다는 기사들이 속속 뒤를 이었다.
현실에서는 기업의 과장, 부장 들이 중세의 성에서 손님들에게 과일을 팔고, 칼을 차고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즐거움인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긁어모으며, 게임 업계의 차세대 주자라는 칭송을 받았다.
유병준은 그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왔따.
"나약하고 게으른 인간들. 그들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는 것도 모르고 있지."
유병준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평생을 로열 로드의 연구에 바쳤다. 열과 혼을 바쳐 그가 자식처럼 만들어 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기껏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면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을 것이다.

* * * * * * * * * *
노을 해골의 종적을 뒤쫓았던 파티는 장장 이레에 걸친 추격을 벌였따, 마침내 공동묘지 근처에서 대상을 발견, 성직자의 신성 마법으로 정화할 수 있었다.
"성공이예요!"
"모두 잘하셨습니다."
성직자와 파이크맨이 특히 기뻐했다.
"특히 다인 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을해골을 쫓는 것은 숙련된 사냥꾼이 있더라도 어렵다. 몬스터들이 많은 산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던전을 찾아서 내부로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
노을 해골을 뒤따라가서 사냥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곳으로 도망을 쳐 버린 뒤였다.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샤먼의 마법이 없었다면, 노을 해골을 잡기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다인은 살짝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별거 아니에요. 전투에는 큰 도움도 안 되었는데요."
"아닙니다. 샤먼인데도 치료와 각종 부가 스킬의 위력은‥‥정말 다인 님이 없었다면 의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다인 언니는 정말 진정한 샤먼이에요."
그녀는 파티원들의 신뢰를 단단히 받았다.
"언니, 계속 우리와 함께해요."
"같이 다음 의뢰를 하시겠습니까?"
"네, 그럴게요."
다인은 파티원과 함꼐 몇 달이나 자유롭게 모험을 즐겼다.
인지도도 날로 향상되었다.
샤먼 다인을 모르는 모라타의 유저들이 드물어질 무렵, 그녀는 검은 저주의 땅으로 모험을 떠났다.
모라타의 정예 모험가들이 스무 명 넘게 자발적으로 참여 한 모험 원정대!
새로운 몬스터들과 던전, 의뢰를 경험하고 모라타로 돌아왔따.

* * * * * * * * * *

"휴우! 겨우 다시 모라타구나."
다인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모라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천공의 도시 라비아스에서 고독을 만끽하던 그녀가, 북부에 새로 자리를 잡고 모라타에서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이다.
"근데 저주를 해결해야 되는데‥‥‥."
다인이 곤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검은 저주의 땅에서 원정대 전체가 저주를 받았다.
피부가 다크 엘프처럼 흑색으로 변하고, 원시 부족 같은 문양들이 생겼다.
마법이나 스킬의 효과도 절반이나 감소하는 강한 저주!
샤먼이나 성직자의 신성 마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저주였다.
:사제들부터 만나 봐야겠지.'
모험 원정대의 사제들도 속수무책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것은 사제들뿐이었다.
다인은 프레야 교단으로 들어갔다.
함꼐 왔던 원정대를 비롯하여, 축복을 원하는 유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인은 한참이나 차례를 기다려 프레야 교단의 사제를 만났다.
"제가 당한 저주를 해제하고 싶습니다."
"오래된 악령의 저주를 받으셨군요."
"네."
"들어가서는 안 될 땅에 들어간 대가. 침입자를 좋아하지 않는 곳을 탐험하면서 생긴 저주입니다. 저주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겔피 나무와 백금 가루, 당근, 흰 토끼의 피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 재료들을 몸에 바르고 갈아서 마시면, 저주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겔피 나무를 제외하면, 모으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거려도 어려운 물건은 없었다.
다인은 예상외로 쉬운 해결 방법이란 생각에 미소가 나왔따.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모든 조화가 여신님의 뜻대로."

* * * * * * * * * * *

"잡템 사고팝니다!"
"필요하신 물건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프레야 교단을 나서서 광장으로 나왔더니 상인들이 줄지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상인들의 경쟁은 이제 베르사 대륙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다인은 모아 놓은 잡템들을 모두 처분하고, 차분히 광장을 거닐었다.
'이번에는 느긋하게 기다려 봐야지.'
모라타로 온 이유는 위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위드는 모라타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기다림에 지쳐 모험을 떠났다.
그랬는데 프레야의 여신상이나 여러 조각품들이 만들어지고, 성도 발전되어 있다.
모라타의 백작 위드가 돌아왔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현재는 다시금 어딘가로 모험을 떠났는지, 만나기 어렵다고 한다.
하필이면 그녀가 없을 때 왔을 건 또 뭐란 말인가.
모라타의 발전한 거리. 없었던 건물을 보면서 다인은 외롭게 걸었따.
'프레야의 여신상이라‥‥‥."
화려한 외모의 여신상을 보면서 질투심도 생겼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이더라도 평범해서 약간 예븐 정도인 그녀로서는 솔직히 짜증나 났다.
추억이 어려 있는 라비아스 동굴벽화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위드를 만나기는 더 어렵게 된다.
다인이 광장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저기요."
누군가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키가 작고 날씬하며, 눈매가 굉장히 선해 보이는 아가씨였다, 성직자나 사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흰 로브 차림이었따.
"저를 부르셨어요?"
"네."
"무슨 일인데요?"
"저기, 초면에 죄송하지만‥‥샤면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다인이라는 분 맞죠?"
"맞아요."
"휴! 겨우 찾았네요. 제 이름은 이리엔이에요."
이리엔은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한지 무척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인을 발견해서 기쁜 듯한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저희 파티다 지금 퀘스트를 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거리도 멀고, 여러 모험 계열 마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샤면 한 분을 초대하려고 해요."
페일이 발견한 퀘스트의 이름은. '고대 흉갑의 제조 비법'.
제조하는 방법이 기록된 책자가 북부의 땅 어딘가에 묻혀 있다고 했으니 모험가와 샤면을 영입해서 떠나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다인이라는 유명한 샤먼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이리엔이 다시 긴장된 기색으로 설명했다.
"난이도는 C급이에요. 괜찮다면 저희와 함꼐 모험을 하시겠어요?"
다인은 천천히 이리엔의 얼굴을 살폈다.
'착해 보이는 사람이내. 나이도 나와 비슷한 것 같고‥‥.'
그래도 모험을 떠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지금은 누군가를 기다려야 할 입장이다.
위드가 모라타로 돌아오기만을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겠지만, 방금 모험을 마치고 온 후라서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죄송해요. 지금은 쉬려고‥‥‥."
다인이 막 말을 이을 때, 상점이 있는 방향에서 보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걸어왔다.
그녀가 사뿐사뿐 걸을 때마다 광장에 있는 유저들의 시설들이 따라서 움직였다.
걸음걸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느낌의 소유자.
'댄서구나.'
하지만 드레스를 입고 모험을 하거나 사냥을 할 수 있는 직업은 음유시인이나 댄서밖에없다.
팔찌와 목걸이, 귀걸이 들과 춤을 추기 편한 낮은 구두.
악기를 들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댄서라고 생각했다.
"화령 언니, 어디에 있었어요?"
"식당에서 밥 먹고 있었어. 근데 이분은?"
"다인 님이세요. 샤면으로 유명하신‥‥."
"아, 그분!"
화령이 새삼스러운 얼굴로 다인을 보았다.
검은 보석 같은 피부를 가진 샤먼이라니, 무척 독특했으니까.
"의뢰에 같이 가실 거냐고는 물어봤어?"
"네. 하지만 아쉽게도 같이하지는 못하실 것 같대요."
화령과 이리엔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다인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저기, 저생각이 바뀌었어요."
"예?"
"방금 전에 이야기하신 그 모험, 저도 같이하고 싶어요."
"정말요? 잘됐네요! 잘 부탁드려요."
"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다인은 이리엔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라타 영주 위드가 조각한 프레야의 여신상!
여신상의 얼굴과 화령이 절묘하게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 * * * * * * * * *

이현은 안현도의 도장에서 매일 몸을 단련시켰다.
조근의 군더더기도 없이 갈라질 듯한 선명한 근육, 육체적인 힘과 지구력도 나날이 강해졌다.
4명의 사범들이 각기 30분씩 이현을 맡아서 지옥 훈련을 시킨다
그 훈련을 경험하면서 이현의 몸은 무기가 되고 있었다.
"날카로운 검이라고 해도, 인간의 몸이 둔하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지고 만다, 제 한 몸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영영 검을 쥘 수 없다. 훈련이 거칠더라도 검을 쥐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다."
정일훈의 따금한 훈계에 이현은 충실하게 따랐다. 불만을 가지지도 않고 지옥훈련을 수행했다.
사법들끼리 의논을 할 정도였다.
"훈련 강도가 너무 쎈거 아닙니까?"
"저러다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나도 모른다. 스승님께서 시키라고 하셨으니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지."
"역시 그러시겠죠?"
"가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으시긴 하지만‥‥‥."
"‥‥‥."
이현은 몸을 다스리면서 정식력도 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육체가 고되어지면 정신의 힘이 고양된다.
고된 훈련을 거쳐야만 생기는 의지력!
사범들과 함께 지옥 훈련을 마치고 나면 안현도가 내주는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
"인삼차다."
"고맙습니다, 스승님."
이현은 인삼차를 후루룩 마셨다.
갈증이 나기도 했고, 몸에 좋은 차를 한 잔 더 마시기 위한 것!
안현도는 인삼차를 한 잔 더 따라주고 나서 물었다.
"훈련이 힘들지는 않더냐?"
"할 만합니다."
"그래. 기특하구나. 그런 자세라면 더 많이 발전할 수 있겠지. 그외에 다른 생활은 어떠냐?"
"생활이라니요?"
"너 자신의 삶 말이다. 너 자신의 생활이 어떠냐는 말이다."
이현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좋아? 무엇이 좋은데?"
"할머니는 치료를 잘 받고 계시고, 동생은 학교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현은 잠깐 망성이다가 말했다.
"생황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어렵던 시절에는 먹고사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따.
아파도 치료를 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제법 저축도 하고 있다. 로열 로드를 하면서 필요로 하던 것들을 장만하고 있으니 불만을 가질 만한 요소가 없다.
안현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 그대로 일상적인 너의 생활일 뿐이지 않느냐."
"‥‥‥."
"지금의 너의 삶에 만족하고 있느냐?"
"예."
이현은 쉽게 대답했다.
학교 수업들이 좀 귀찮고 성가시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원하던 것들을 얻고 있으니 충분히 만족하며 살고 있따.
"지금이 딱 좋습니다. 대학교에도 다니고 있고, 여동생은 공부도 잘하고, 할머니는 건강을 되찾고 계시고‥‥‥."
안현도가 불쑥 물었따.
"그럼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
"‥‥하고 싶은 일요?"
"어릴 때부터 가졌던 목적이라든가, 혹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것 아니냐."
이현은 잠시 침묵했다.
어린 시절에는 여동생을 위해서 살았다.
밤에 잠을 자면서,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던 시절. 밥을 먹으면서는 허기가 사라지고 난 이후가 걱정되던 시절.
희망도 없고, 자포자기하면서 살았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었다면 진작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이제 여동생도 성장해서,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할머니도 큰 수술들이 다 끝나고 회복만을 기다리신다.
인생의 목표가 가족들을 위해서 사는 것이었다.
막상 가족들을 보살피고 난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이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꿈이 없습니다."

* * * * * * * * * *

검치 들은 절망의 평원 너머 유로키나 산맥에 있는 오크 마을에 도착했다.
돼지 얼굴을 하고 있는 오크 유저드리 바글바글했다, 번식력이 매우 좋은 편이라서 일가족을 이룬 경우도 있따.
암컷, 혹은 수컷들이 서로를 배우자로 정하고 밥 한 끼만 함께 먹어도 어디선가 새끼 오크들이 슴풍슴풍 튀어나왔다.
검오치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망했다. 유부녀 오크들이라니‥‥‥."
검삼치가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괜찮습니다, 사형 그냥 남자랑 여자랑 밥 한 끼 먹는 것뿐이잖습니까. 오크들은 원래 이런다니 이해를 해야지요."
검사치도 끼어들었다.
"사형, 남자다운 대범함으로 승부하는 겁니다."
로열 로드에서는 실제 성관계도 당연히 가능했다.
인간이나 엘프 들이 집을 구하는 목적도, 사랑하는 연인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함인 경우가 상당수다.
하지만 오크들은 특수한 경우로서 배우자, 혹은 친밀한 사이인 경우 저녁에 밥 한 끼만 먹어도 새끼 오크들이 나왔다.
초창기에는 당연히 너무 비현실적인, 쉬운 전개가 아니냐고 아쉬워하는 수컷 오크들이 많았다.
오크의 종족 특성상 왕성한 번식력이 특징이다. 이런 성향을 이용하여 음흉한 속셈, 본능을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금세 오크들이 밤만 먹어도 어린 새끼 오크들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상대는 오크암컷 콧구멍에 손가락이 4개는 들어가겠어.'
'상대는 오크 수컷!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면 수박도 통째로 삼키겠군.'
'뒤룩뒤룩한 옆구리 살과 배를 좀 봐, 맨정신으로 같이 자기 힘들다.'
'다행이다.'
밥만 먹어도 된다는 사실에 극히 만족하며, 오크들은 번식을 거듭했다.
유로키나 산맥에 오크 마을들이 늘어 가고 있었다.
어른 오크들은 어린 새끼 오크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성장시킨다. 오크족의 일가를 형성하고, 부족을 다스리는 오크들이 등장했다.
세에취는 오크 지휘관으로서, 유로키나 산맥에 도착하고 나서 재능이 빛을 발했다.
"오크들이여, 취취췻! 우리는 더 많이 먹어야 된다. 더 많이 가져야 된다. 싸우자. 취익!"
타당한 설명이나 이유 따위는 없다.
먹고 싸우자는 단순한 논리로 오크들을 만족시키고, 부하들을 만들었다.

오크 마을 인근에는 호기심으로 구경 온 여행객들이 다수 있었다.
"오크들은 정말 특이하게 생겼네."
"개개의 오크들은 약하지만 번식력만큼은 무서울 정도야. 용병을 구하는 게 아니라, 새끼 오크들을 쉽게 낳을 수 있ㅅ고 끝없는 충성심을 바치게 되니‥‥‥. 오크들은 정말 빨리 성장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크 엘프과는 극히 나쁜 사이라고 하던데 괜찮을까?"
"다크 엘프들도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끼리의 대립이 첨예하게 이루어지겠지."
"훗날 인간과의 전쟁도 이루어질 수 있겠군."
"오크와 인간의 종족 전쟁? 가능성이 없진 않을 거야. 오크들의 개체 수가 늘어서 중앙 대륙으로 나온다면 부딪칠 수 밖엥 없을 테지."
"오크들의 힘이 약한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오크들과 싸워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잖아. 인간의 군대가 절망의 평원을 넘어서 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고. 오크들과 싸움이 벌어지면 그 자체로 퀘스트가 될 수도 있으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
구경꾼들은 마을에 들어가지는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 오크와 인간의 사이는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가까이 가기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치들이 스스럼없이 오크들의 마을에 들어가고, 암컷 오크들과 함꼐 퀘스트를 진행하는 광경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오크들이 전혀 경계를 하지 않잖아."
"퀘스트 도중이겠지."
"내 생각에는 직업의 특색일지도. 다른 종족과의 친밀도가 높은 직업이 있다고 들었어."
구경꾼들 사이에 의견들이 대립되고 있을 때, 유력한 해답이 나왔다.
"생긴 걸 봐. 수컷 오크랑 무슨 차이가 있어?"
"‥‥‥."
자세히 보니 그도 그럴듯했다.
인간 종족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떡 벌어진 어깨나 체격들은 오크들마저 압도 하고 있다.
단순한 오크들은 그 체구만 보고도 쉽게 친해지도 있었던 것이다.
* * * * * * * * * *

"차합!"
검치는 거칠게 투핸디드소드를 휘들렀다.
오우거. 힘으로만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몬스터가 상대였다.
기와 교, 검술의 최정점에 있는 검치는 쌓여 있던 분을 억누르지 못했다.
검의 움직임이 빠르고 격렬했다.
크오오오!
오우거가 극도로 분노해서 도끼를 휘둘렀따, 풍압이 얼굴을 쓸고 지나갈 정도였지만, 검치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했다.
"탓!"
검치가 휘두른 검이 오우거의 옆구리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의 뛰어난 공격력으로도 오우거는 잘 죽지 않았다.
스킬을 아예 시전하지 않고 있으니 마나는 펑펑 남아돈다.
일부러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지도 않고 오우거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늦게 거둔 수제자가 낮에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꿈이 없다고‥‥‥."
검치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내겐 싸움뿐이었다.'
강함을 쫓아서 피가 튀는 싸움터를 전진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끔찍한 부상을 입어서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강자들을 꺾으면서 아주 잠깐 만족함을 느꼈지만, 더 강한 자들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에 불과할 뿐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싸움과 단련만 하다가 젊은 시절이 지나갔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니 검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강자들을 꺾을 때마다 받았던 칭송과 상처투성이의 영광.
검으로 누구도 오를 수 없는 신기원에 오른 검치였다.
일반인 중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무술인, 뒷골목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가 그를 경외시하고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검치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목적을 이루고 나니 일생의 반려자도 없고, 가족들도 모두 그가 죽을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난 가족이 없었지."
일생을 바쳐 이루었던 목표에 대한 공허함과 허탈감!
"검으로는 최고가 되었지만, 내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검치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족을을 찾고 제자들을 기르는 평범한 생활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고독의 시간을 지나야 했다.
제자는 그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리가 없다.
가족들에 대한 부담감이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떄문이었따. 가족과 친구, 사형제들이 함께할 것이므로 고독함을 느낄 까닭이 없으리라. 위드는 강한 의지와 판단력,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을 가지고 있다. 뭐든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는다. 간혹 매우 소심한 경향을 보이기는 해도, 남자였다.
현재의 상태는 평생의 목표와 꿈을 찾고 있는 아이와도 같다.
"그 녀석이 부럽다."
검치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수제자가 백분 이해되었다. 이혜연처럼 예쁘고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다면 그도 가족을 떠나지 않았으리라.
"친구들은 또 어떻고."
화령이나 이리엔, 로뮤나처럼 아름답고 싹싹한 아가씨들도 주변에 있다.
검치는 회상해 보았다.
자신의 젊은 시절은 과연 어떠했던가.
"재수 없게 생긴 사내놈들밖에 없었다! 건방진 놈들을 밟아 주기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했어."
위드처럼 부러운 환경에 있었다면 외 젊어서 싸움만 했겠는가!
"이런 지긋지긋한 독신 인생."
검치는 푸념을 하며 결심을 굳혔다.
"사범 녀석들에게만 맡겨 놓고 너무 내버려 두었지. 이제 가르칠 때도 되었어."
진정한 지옥 훈련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리라.
위드에게 진정한 검을 가르쳐 줄 작정이었다.

* * * * * * * * * *

축제가 다가오면서 부터 한국 대학교 교정에는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학생들이 부쩍 많아졌다.
학과마다 연극과 뮤지컬을 준비하고,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되었다. 가요제, 마술 쇼, 인근 대학과의 운동회까지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풍문으로 퍼졌다.
이현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텔레비전을 보면 나오는 걸 굳이 왜 해야 되는 거지?"
철저하게 메마른 감수성으로, 축제란 학교에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반가운 것에 불과했다. 지역 문화와 어울리고, 유명 인사들도 많이 찾아오는 한국 대학교의 축제도 이현에게는 번거로운 일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학과의 선배들이 나와서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 축제에는 다른 과에 뒤지면 안 된다. 신생 학과라고 얕보이면서 살 수 없어. 모두 알겠지?"
"네!"
웃는 얼굴로 화답하는 신입생들.
이현은 혀를 찼다.
"쓸데없는 경쟁 심리야. 왜 얕보이면 안 되는 거지? 무시당하면서 사는 인생이야말로 편안한 건데. 한 학교 내에서의 반목과 편 가르기라니, 정말 말세로군."
불만이야 상당히 있었지만 번거로운 일에 끼고 싶지 않았으니 침묵을 지켰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하겠지.'
축제에 모두가 참석하라는 법은 없으니, 그냥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축제의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가상현실 학과에서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로열 로드의 캐릭터들로 분장해서 행진을 하는 건 어떨까요?"
"대형 공룡을 만드는 거예요. 티라노사우루스를 영상화 시켜서 축제에서 돌아다니게 하면 압권일걸요."
"잔인성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벨로시랩터들은 어때요?
수백마리가 뛰어다니면서 인간 사냥에 나서면‥‥."
황당무계하고 거창한 의견들만 나오다 보니 실속 있는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축제가 이 주일 정도 남았을 때였따.
학회의 임원들은 전체 학과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도 뭔가는 해야 해."
학회장을 비롯한 학회 임원 선배들의 통일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아무 준비도 계획도 없었따.
"매번 축제마다 뭘 준비하기도 피곤하고, 이미 시간도 없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요?"
최상준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복학생 선배가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교수님들이 방학하기 전에 학과MT를 가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중이라시던데."
"‥‥."
"실미도 6박7일 코스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축제에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귀찮아하던 선배들이나 신입생들의 의견까지도 하나가 되었다.
"문제는 뭘 하느냐인데‥‥운동회에는 당연히 학과 이름으로 참석을 해야 되고. 우리 과에는 여자들이 많으니까 많이 나서 주면 좋겠어. 싫은 사람?"
"‥‥."
"없구나. 그럼 전원 참석하는 걸로 해."
학회장의 말은 절대적이었따.
실미도에 가느니 축제날 조금 고생을 하는 편이 백번 낫다.
"그다음으로는 급히 가요제라도 나가 봐야 될 것 같아. 교수님들이 가요제는 꼭 챙겨 보시니까."
"가요제에는 다섯 팀 정도 연습시켜서 올려 보내죠."
의견이 빠르게 일치를 보고 있었다. 학생들이 즐겨야 하는 축제였지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뭐든 해야 했다.
학생들도 본인이 참석하는 것만 귀찮아할 뿐, 한국 대학교의 축제는 유명하고 볼 것도 많았으니 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저도 열어야 될 것 같은데. 주점에서 행사 진행비를 벌어야 되거든. 주점에 참여할 사람?"
주점이라면 늦게까지 요리도 해야 하고, 잡일이 많다. 이래저래 피곤한 일이었지만 이현은 선뜻 손을 들었다.
"이현 맞지? 그래, 고맙다. 또 할 사람?"
분위기상 신입생이나 선배들이나 뭐든 최소 하나씩은 참여해야 될 것같았다.
차라리 상대적으로 편한 주점의 일을 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
"이 주일 내내 연극이니 뭐니 준비하느니, 축제 기간에만 고생하는 편이 더 낫겠지.'
주점은 낮부터 문을 여니 시간도 나름 남길 수 있다. 이현을 제외하고는 자진해서 손을 드는 학생은 없었다. 주점에서 일하면 축제를 구경하기도 여러모로 힘들고 귀찮다고 여겼으니,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손을 든 1명의 여학생이 있었다.
그저 같은 학교를 다녀 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그녀. 학교에서 매일 보고 있긴 하지만 꿈인지 현실인지 혹은 천국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
서윤이 손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학회장도 당황해서 존댓말을 했다.
"설마 주점 일에 참가하시려고요?"
서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학생드링 일제히 손을 들었다.
"학회장님, 저요! 저도 주점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먼저 손들었습니다. 꼭 시켜만 주세요."
"선배. 아니 형님! 저 동훈이입니다. 저 끼어 주실 거죠? 그렇죠?"

"상혁아, 내가 졸업할 때까지 술 살 테니 주점 일에만 좀 부탁한다. 정말 평생의 은인으로 모신다!"
남학생들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참여하겠다고 나서면서, 주점의 인원은 금방 채워졌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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