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5-4

3학년2반 | 2022.03.15 06:57:11 댓글: 0 조회: 346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56015

용천성에 이르자 칼을 파는 대장간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무든 대장간의 사람에게 물어 보았지만 그 누구도 주검곡의 소재를 알지 못했다.
일행이 더욱 급한 나머지 그렇다면 두 사람의 늙은 비구니중을 보았느냐고 물어보고 이 부근에서 사람들이 싸운 적이 있었느냐고 물어보았다. 여러 대장장이들은 누구도 싸움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비구니는 자주 보았다고 했다.
동쪽성의 수월암에는 여러 명의 비구니승이 있는데, 그리 늙지 않았다고 말들을 하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은 수월암의 소재지를 물어보고 나서 말을 타고 그쪽으로 향했다.
암자에 이르르자 암자의 문이 꼭꼭 잠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정악은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렸으나 그 누구도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의화는 정악이 또다시 한참동안 문을 두드렸는데 암자에는 아무런 소리가 없음을 보고는 더이상기다리지 못하고 검을 칼집에서 뽑고 담을 넘어 들어갔다. 의청은 따라서 몸을 날렸다.
의화는 말했다.

[저기 저기 있는 게 무엇이지.]

땅바닥을 가리켰다. 뜰에는 일곱 여섯개의 번쩍번쩍 빛나는 칼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결투를 하다 부러진 무기들이었다.
의화는 외쳤다.

[암자에는 아무도 없읍니까?]

암자를 돌아 뒷전으로 가보았다. 의청은 문에 빗장을 뽑아 문을 열었다. 영호충과 여러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녀는 부러진 한 자루의 검을 집더니 영호충에게 건네주면서 말을 했다.

[영호사형 이곳에 사람들이 싸운 흔적이 있읍니다.]

영호충이 그 부러진 칼자루를 보니 부러진 쪽은 번쩍번쩍 빛이 났다.
영호충은 물어보았다.

[정한, 정일 두 사백게서는 검을 사용하십니까?]

의청은 말을 했다.

[그 두 어른께서는 보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검법 연마를 다하면 목검이든 대나무검이든 충분히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어르신께서는 또 말씀하시기를, 칼은 너무나 흉칙해서 약간 실수를 하면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갈 수 있고, 병신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셨읍니다......]

영호충은 신음소리를 내며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두 분의 사백께서 끊어놓은 것이 아닐까요?]

의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뒤뜰에서 의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도 또 부러진 검들이 있읍니다.]

여러 사람들은 그 말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달려가 보았다. 전각의 탁자들은 먼지가 많이 쌓여져 있었다. 이 세상에 어떤 암자나 절들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 법인데, 먼지가 쌓여 있는 상태를 보니 최소한 며칠동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영호충은 또 암자 뒤에 있는 뜰로 나왔다. 나와 보니 몇그루의 나무가 날카로운 병기에 가지가 잘려 있었으며 잘려진 나무를 검사해 보니 이미 몇일이나 된 듯하였다. 뒤에 있는 동굴은 열려져 있고 동굴을 막는 쪽문은 수장밖으로 날아가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에 날아가버린 것 같았다. 뒷쪽문에는 작은 산 쪽으로 향하는 길이 나 있었다. 수십장을 길을 다라 나와 보니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의청은 말했다.

[모두들 두패로 나누어 찾아보도록 하지요?]

얼마 안 있자 진견이 있는 우측 길에는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화살이 하나 있읍니다.]

바로 이어서 또 다른 한 사람이 외치듯이 말을 했다.

[여기에 철추 한 개가 있읍니다.]

이 작은 샛길은 꾸불꾸불하게 이어진 산길과 통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은 즉시 앞으로 달려갔다. 연도에는 암기와 부러진 칼들을 이곳 저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갑자기 의청은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수풀 속에서 한 자루의 장검을 집어들고 영호충을 향해서 말을 했다.

[이것은우리 본문의 병기입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정한, 정일 두 분의 사태께서 적들과 결투를 하고 틀림없이 이곳을 지나갔을 것이오.]

모두들 장문과 정일 사태가 적을 상대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도망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호충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단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일 뿐이었다. 길가에 병기와 암기가 흩어져 잇는 것을 보아 틀림없이 이곳에는 매우 처참한 결투가 벌어졌으리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여러 시일이 흘렀기 때문에 구할 수 있을런지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걱정이 되어 발걸음을 빨리 놀렸다.
산길은 갈수록 구불구불 하였으며 험악하였다. 수리를 걸어가자 땅바작은 온통 바위투성이였으며 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항산파에서 무공이 비교적 약한 의림, 진견 등은 이미 한참 뒤처져 있었다.
또 얼마를 가니 산에는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우기 암기 등의 흩어진 물건이 없어 방향을 찾지 못했다.
모두들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좌측 산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영호충은 말했다.

[우선 빨리 저쪽으로 가서 봅시다.]

급히 그 쪽을 향해 달려갔다. 연기는 하늘끝까지 치솟았다. 한 언덕을 돌아가보니 아주 큰 산 계곡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풀과 장작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충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손짓을 하여 의화 등 일행에게 소리를 내지 말도록 했다.
바로 이때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한, 정일, 오늘 당신들은 서방 극락세계로 가서 인과응보를 실천하게 될 것이오. 그렇다고 우리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소.]
영호충은 내심 기뻤다.

(두 분의 사태게서는 아직 봉변을 당하지 않으셨구나. 우리가 늦게 오진 않았어.)

또 하나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방교주께서 당신들에게 항복하라고 진심으로 권하였는데 당신들은 끝내 고집을 부리며 듣지를 않았소. 오늘 이후로 무림에서는 항산일파가 사라질 것이오.]

맨 먼저 말한 그 사람이 말했다.

[당신들은 우리 일월신교를 악독하다고 원망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의 너무 완고함만을 탓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많은 제자들이 원망스럽게도 죽음을 당하였소. 정말로 아까운 일이오. 하하하! 하하하!]

계곡 속의 불길은 더욱 커졌다. 틀림없이 정한·정일 두 사태가 불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호충은 검을 들고 마음을 가다듬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무례하고 악독한 마교놈들아! 어찌 감히 항산파의 사태에게 그런 못된 짓을 하느냐. 오악검파의 고수들은 사방에서 구원하러 왔다. 이놈들아, 빨리 항복하거라.]

계속 외치면서 산계곡 쪽으로 내려갔다.
계곡 밑에 다다르니 장작과 풀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바짝 마른 나뭇가지는 삼장 정도의 높이로 쌓였으며, 영호충은 더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불길 가운데의 장작들은 아직 타지 않았다. 그가 앞으로 몇발짝 걸어나가니 두개의 돌로 만든 동굴이 보였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외쳤다.

[정한, 정일 두분 사태님게서는 어디 계시오. 항산파의 사람들이 원병을 왔읍니다.]

이때 의화, 의청 우수 여러 제자는 불덩이 바같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사부님, 사백님 제자들도 모두 왔읍니다.]

이어서 적의 질타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모두 죽여버려라!]
[모두들 항산파의 비구니 중들이군.]
[무슨 허풍쟁이들이냐! 오악검파의 고수들이 어디 왔느냐?]
바로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항산파의 제자들과 적들이 겨루고 있는 것이다.
돌굴에서는 커다란 사람의 그리자가 나왔다. 온몸에는 피로 적셔져 있었는데 바로 정일사태였다. 손에는 장검이 쥐어져 있었고 문을 막고 서 있었다. 비록 옷은 여기저기가 터지고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나,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여전히 늠름하였다. 추호도 고수의 기가 꺾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영호충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자넨...... 자넨......]

영호충은 말했다.

[제자 영호충입니다.]

정일사태는 말했다.

[나도 자네가 영호충이라는 것을 알고 있네만......]
그녀는 형산 군옥원 밖에서 창너머로 영호충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영호충은 말했다.

[제가 길을 트겠읍니다. 여러분께서 함게 이 길을 뚫고 나가지요.]

고개를 숙여 땅바닥에서 긴 막대기를 집어들더니 장작더미를 헤쳤다. 정일사태는 말을 했다.

[자네는 이미 마교에 들어가지 않았나?]

바로 이때 한 사람의 일갈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놈이 이곳에 와서 훼방을 놓는 것이냐?]

칼빛이 번쩍하더니 한자루의 강도가 불빛을 발산하며 내리질러왔다. 영호충은 화급을 다투고 정세가 위험함을 알았다. 그러나 정일사태는 의혹에 찬 눈초리를 보내고 있으니 그렇다고 감히 앞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지금 이 시기야말로 검을 휘둘러 살생의 계를 파괴해야만이 비로소 여러 사람을 이 위험에서 구할 수가 있었다.
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자는 단칼에 쓰러뜨리지 못하자, 두번째 검을 내리찍었다. 영호충의 장검이 나오더니 싹하고 소리를 내면서 그의 우측발을 찔렀다. 칼과 팔뚝이 땅에 잘려 떨어졌다. 바깥에서는 한 여자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항산파의 여제자가 일격을 맞고 쓰러지면서 내는 소리였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급히 불더미에서 밖으로 몸을 날렸다. 산 언덕 이쪽 저쪽에는 수백 사람이 이미 결투를 하고 있었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일곱 사람이 한 무리가 되어 검진을 만들고 적과 대항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 홀로 떨어진 항산파의 제자들은 검진을 짤 수가 없어 일대 일의 상황에서 적들과 접전을 했다.
검진을 만든 항산파의 제자들은 우위를 점하지는 않았으나 지금 상태로는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각자 있는 힘을 다하여 접전을 하고 있어서 이미 두명의 여제자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땅바닥에 뒹굴었다.
영호충은 두눈으로 전세를 한번 살펴보았다. 의림과 진견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세명의 사내와 결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영호충은 단숨에 그쪽에서 달려가는데 파란 섬광이 번적이더니 장검이 질풍처럼 자기를 향해 다가왔다. 영호충은 검을 뽑아 그 자의 목을 내리치니 그 자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몇번 몸을 날리자 의림의 앞에 당도하였다. 일검은 한 사내의 등을 찔렀고, 또 일검은 또 다른 사내의 옆구리를 관통시켰다. 세번째 사내는 강철의 째찍을 휘두르며 진견의 정수리를 찌르려고 했다. 영호충의 장검이 거꾸로 쳐 올라가자 그자의 팔이 땅에 떨어졌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의림은 영호충을 보며 약간 미소를 띠우고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영호 오라버니군요.]

영호충은 우수가 두명의 고수에게 심히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몸을 날려 싹싹 두검을 휘두르자 일검은 한 사내의 아랫배에 적중되었고, 일검은 우측발에 적중되었다. 적의 두명의 고수 가운데 한명은 죽고, 한명은 상처를 입었다. 몸을 돌려 장검이 이르는 곳에 마침 의화, 의청과 싸우고 있는 세명의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나이 먹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협력해서 먼저 이자를 처치하자.]

세개의 그림자가 대답을 하며 달려들었다. 삼검이 일제히 나와 각각 영호충의 목, 가슴과 아랫배를 향했다. 이 삼검의 검초는 정묘하여 매섭기 그지없었다.실로 일류 고수들의 검법인 것이다.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숭산파의 검법인데, 그렇다면 그들은 숭산파의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세개의 장검이 검끝은 이미 그의 세군데 급소를 향해 들어왔다. 영호충은 독고구검 중에 파검식의 요결을 운행하여 장검을 빙빙 돌려 적의 삼검의 공격을 일제히 피했다. 세 사람의 적은 뒤로 두발짝 물러섰다. 좌측에 있는 사람은 키가 크고 뚱뚱했으나 나이는 사십 살 정도로 아랫턱에는 짧은 수염이 나 있었다. 중간에 있는 자는 비쩍 마른 나이 먹은 사람이었는데 피부 색깔은 검었으나 두눈은 번쩍번쩍 생기가 돌았다. 그는 세번째 사람을 쳐다볼 겨를이 없이 몸을 옆으로 날려 싹싹 두검을 휘두르자, 정악을 둘러싸고 있는 적 두명을 찔러 쓰러뜨렸다. 그 세 사람은 큰 소리로 포효를 하며 뒤쫓아왔다. 영호충은 이미 어떤 생각을 했다.

(이 세 사람의 검법은 힘이 특출하다. 금방 쓰러뜨리지 않고 오래 시간을 끌면 항산파는 피해가 더 심할 것이다.)

그는 내공을 모아 조금도 쉬지 않고 동쪽으로 일초씩 서쪽으로 일검을 휘두르고장검이 이르는 곳마다 반드시 한 사람이 그칼에 맞아 쓰러졌다. 심지어는 죽는 자도 있었다.
그 세명의 고수는 소리를 지르며 뒤쫓아 왔다. 그러나 시종 일정한 간격이 떨어져 다가오지 못했다. 단지 차 한잔 마시는 시간에 이미 삼십여명의 적들은 영호충의 검에 쓰러졌다. 모두들 바람에 초목 쓰러지듯 했으며 그 누구도 그의 일초 일식을 막아내는 자가 없었다. 상대방은 순식간에 삼십여명을 잃자 승세가 오나전히 역전되었다. 영호충이 상대방을 쓰러뜨릴 때마다 항산파의 여제자들은 여유가 생겨 다른 동문들을 도와 주러 갔으며 원래는 적은 수가 많은 수를 상대했으나 오히려 역전이 되어 점점 강해지면서 승세가 굳혀졌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오늘의 이 일전은 목숨을 걸고 사워야지 절대로 어떤 양보가 있어서는 안된다. 만약 이 짧은 시간 안으로 적을 물리치지 못한다면 불길이 더욱 번질 것이고, 동굴 속에 갇혀 있는 정한사태 등은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발에는 마치 날개가 달린 듯 금방 앞으로 달려가더니 금방 옆으로 피해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일장 둘레의 적들은 누구도 피할 수가 없엇다. 얼마 안 있자 또 스물여명이 땅에 쓰러졌다.
정일사태는 동굴의 높은 곳에 서서 영호충이 이렇듯 신출귀몰하게 적을 죽이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검법의 정묘함이란 실로 평생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뻤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감이 약간 들었다.
나머지 사십여명의 적들은 영호충이 마치 귀신에 홀린듯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음을 보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스물여명은 수풀 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영호충은 또다시 몇명을 쓰러뜨리자 그 나머지 사람들도 싸울 기력이 없어 모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깨끗이 사라졌다. 오로지 그 세명의 고수만이 여전히 그의 뒤에서 따라붙어 다녔다. 그러나 이미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다.
영호충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일갈을 했다.

[너희들은 숭산파의 사람들이지? 그렇지?]

그 세 사람은 급히 뒤로 물러서더니 한명의 사내가 일갈했다.

[당신은 누구시오?]
[당신은 누구시오?]

영호충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우수 등을 향해 외쳤다.

[빨리 불길을 잡고 사람들을 구하시오?]

여러 제자는 나뭇가지를 들고 타고 있는 불길을 잡았다. 의화 등 몇명의 제자는 이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마른 풀과 장작은 한번 불이 붙자 아무리 끄려 해도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명이 합심하여 불길을 잡자, 한쪽의 불길이 꺼지며 구멍이 생겼다.
의화 등은 그 불길 속에서 몇명의 질식을 한 중들을 구출해 나왔다.
영호충은 물어봤다.

[정한사태께서는 어떻게 되었소?]

한 명의 매우 늙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염려를 해주어 아무 일도 없소.]

키가 약간 작은 몸매를한 늙은 비구니가 불더니 속에서 천천히 기어나왔다. 하얀 옷을 입고 있던 그녀는 아무런 피해 자국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점의 먼지도 붙어 있지 않았으며, 손에는 병기가 들려져 있지 않고 좌측 손에는 염주가 들려져 있었다. 자상한 얼굴하며 여유가 만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내심 생각하였다.

(이 정한사태게서는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렇게 처연하시다니 이런 와중에서도 몸가짐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으니 정말로 이름 그대로이다.)

그는 즉시 고개를 숙여 말을 하며 절을 했다.

[사태께 인사 올립니다.]

정한사태는 합장을 하며 예로써 답례를 했다. 그리고 말했다.

[뒤에서 급습을 하니 조심하시게.]

영호충은 대답을 했다.

[네.]

그러나 몸을 돌리지 않고 검을 뒤쪽으로 내리 향하니 그 뚱뚱한 사내의 일검을 막았다. 그리고 말을 했다.

[제가 너무 늦게 왔읍니다. 사태게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창그랑 창그랑 소리가 나면서 또 뒤에서 습격해 들어오는 두검을 막았다.
이때 불더니 속에서 십여명의 비구니들이 나왔다. 어떤 사람은 이미 질식해서 동료가 업고 나왔다. 정일사태는 성큼성큼 걸어나오더니 무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로 간악한 놈들이다!]

그녀의 옷자락에는 불이 붙어서 위쪽으로 타오르고 있었으나 그녀는 본체도 아니했다. 우수는 가서 그녀의 옷자락에 붙은 불을 껐다.
영호충은 말했다.

[두 분의 사태께서 별고 없으시니 실로 다행입니다.]
영호충의 등 뒤에서 삭삭 바람소리가 일었다. 세 자루의 장검이 동시에 찔러왔다. 영호충은 지금 검법이 정묘할 뿐만 아니라 내공의 힘도 이 세상 그 누구도 당할 자가없을 지경이었다. 검 소리가 들리자, 내공의 감응이 일어 그 초식의 길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장검을 휘두르더니 적의 손목을 향해 반격을 했다. 그 사람의 무공은 높아 급히 몸을 피했다. 그러나 그 키가 큰 사내의 손등은 그래도 칼자국이 생기며 붉은 피가 흘렀다.
영호충은 말했다.

[사태님 숭산파는 오악검파의 우두머리이고, 항산파와는 같은 한 줄기인데 어재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실로 알다가도 모르겠읍니다.]

정일사태는 물었다.

[사저는 어디 있읍니까? 그녀는 어째서 오지 않았읍니까?]
진견이 울면서 말했다.

[사부...... 사부께서는 적의 공격을 받아 힘껏 싸우셨으나...... 그러나......]

정일사태는 비분이 교차되어 욕을 하였다.

[이놈들, 어디 두고 보자!]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한 두어 걸음 가다가 몸이 휘청거리더니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녀의 입속에서는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숭산파의 세명의 고수는 연신 변초를 하여 공격했으나 결국은 영호충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상대방이 자기쪽으로 등을 돌리고 보지도 않고 검을 휘둘렀어도 그 검초의 신비함이란 예측할 수가 없는 지경인데 만약에 몸을 돌려 정면으로 공격을 한다면 더욱 자기들은 상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 사람은 암암리에 끙끙댔다.
어떻게든지 이 자리를 모면하고만 싶었다.
영호충은 몸을 돌려 싹싹 두검을 공격했다. 좌측에 있는 적은 좌측을 공격했고, 우측에 있는 적은 우측을 공격해서 세 사람은 갈수록 곤경에 빠졌다. 그의 한 자루의 장검이 세 사람을 에워싸고 연신 열여덟개의 검을 공격했고, 그 세 사람은 이 열여덟 초식을 막았지만 결국 한 수도 공격해 들어가지 못했다. 세 사람은 모두 숭산파의 정묘한 검법을 쓰고 있었으나 독고구검의 공격에는 손을 쓸 수도 반격할 수도 없었다. 영호충은 그들이 자기파의 검법을 노출시켜 더이상 변명하지 못하도록 작정을 하였다.
세 사람의 얼굴은 땀을 범벅되어 있었으며 그 표정들은 공포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검법은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았다.
틀림없이 그들은 수십년 동안 수행을 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과 조금은 달랐던 것이다.
정한사태는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조사형, 장사형, 사마사형, 우리 항산파와 당신파와는 아무런 원한이 없고 빚진 것도 없는데 세분께서는 어째서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우리를 저 불더니 속에 태워 죽이려고 했소. 소승은 모르겠으니 말씀 좀 해보시오?]
그 숭산파의 세명의 고수들은 성이 조씨, 장씨, 사마씨였다. 세 사람은 강호에서 그리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의 신분이 노출이 안 된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영호충에게 밀려 손도 쓸 수가 없고 갑자기 정한사태가 자기들의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랐다. 창그랑 창그랑 두 소리가 나더니 두 사람의 손목은 검이 적중되어 장검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영호충의 검끝은 그 조시성을 가진 키가 작은 노인의 목에 갖다 대더니 일갈했다.

[검을 버리시오!]

그 노인은 긴 한숨을 한번 쉬더니 말을 했다.

[천하에는 이렇듯이 무서운 무공이 있고 이러한 검법이 있다니 내가 이러한 자의 검끝에 쓰러진다 해도 그 누구를 원망하겠소.]
손목을 누르더니 내공이 이르는 곳마다 수중에 들고 있던 장검은 일곱여덟 토막이 되어 땅바닥에 떨어졌다.

영호충이 몇걸음 물러나니 의화 등 몇 사람은 그 세 사람을 에워쌌다. 정한사태는 천천히 말했다.

[당신들은 오악검파를 하나로 병합하여 오악파로 만든다고 하였소. 그러나 소승은 우리 항산파는 수백년 동안 백이 내려와 소승의 손에서 단절될 수가 없어 귀파의 제의에 거절을 했던 것이오. 이 일은 본래 오래 두고 생각해야 될 문제인데 어째서 여러분께서는 마교를 가장하여 이런 무서운 수법을 써 우리 항산파를 전멸시키려고 하였소. 이러한 행동은 너무 지나치지 않소이까?]

정일사태는 화가 나서 말했다.

[이 자들과 아무리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읍니다. 이들을 모두 죽여 버려 후환을 없애도록 하세요. 콜록콜록......]
그는 몇번 기침을 하자 또 피를 쏟았다. 그 사마성을 가진 키가 큰 사내가 말했다.

[우리들은 명을 받들고 따랐을 분이고, 그 내부의 사정은 알지를 못합니다.]

그 조씨성을 가진 노인은 화가 나서 말했다.

[그들이 죽인다면 죽으면 그만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소.]
그 사마성을 가진 자는 그가 이렇게 말을 하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에는 난감한 표정을 띠었다.
정한사태는 말했다.

[세 분께서는 삼십년 전에 강호를 휩쓸고 다니다가 후에는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읍니다. 소승은 세 분께서 이미 크게 깨닫고 자기의 행동을 뉘우친 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러나 뜻밖에 암암리에 숭산파에 들어가 또 다른 계획을 하고 있었군요. 그리고 숭산파 좌장문은 일대의 고인인데 많은 좌도의 인사들을...... 이렇게 많은 좌도 인사들을 끌어들여 동문에게 해를 끼치다니 정말로...... 정말로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녀는 비록 이렇게 큰 화를 당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남을 모략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 말투가 약간 지나쳤다고 생각이 되면 바로 말을 끊어 버리곤 했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물어봤다.

[내 사저인 정정사태 또한 당신들파가 그렇게 했지요?]
그 사마씨성을 가진 자가 표정을 약간 누그러뜨리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종사제......]

그 조씨 성을 가진 자가 그를 직시하며 쳐다보았다. 그 사마씨 성을 가진 자는 비로소 그가 실수한 것을 알고 자기 혼자 중얼거렸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속일 수가 있겠소? 좌 장문께서 우리들을 두패로 나누게 하고 각각 절과 민에 가서 이릉 띵하도록 명령하였소.]

정한사태가 말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좌 장문께서 이미 오악검파의 맹주 자리에 앉아 있어 모든 사람의 숭배를 받는데 왜 반드시 오파를 장악하여 장문의 직을 맡으려 하는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무력을 동원해서 같은 파의 사람을 죽이다니, 그 어찌 천하의 영웅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지 않겠소?]

정일사태는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저, 도둑놈의 야심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정한사태는 손을 휘두르더니 그 세 사람을 향해서 말했다.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고 사필귀정이니라, 이렇듯이 의롭지 못한 일을 하면 틀림없이 죄값을 받을 것이오. 당신들 세명의 가십시오. 가서 장문께 말씀드려 항산파는 지금부터 절대오 좌 장문의 명령을 받들지 않겠다고 전해 주시오. 우리는 비록 허약한 여자들이지만 절대로 굴하지 않겠소. 좌 장문의 병합의 뜻을 항산파는 따르지 않겠소.]

의화는 외쳤다.

[사백님, 그들은...... 그들은 악독한......]

정한사태는 말했다.

[검진을 풀어라!]

의화는 대답을 했다.

[녜.]

장검을 들자, 일곱 사람은 검을 거두고 물러섰다. 세명의 숭산파의 고수들은 이렇게 쉽게 풀려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스스로 감격하였다. 그래서 정한사태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더니 나를듯이 도망쳤다. 그 조씨성을 가진 노인은 수장을 달려가더니 걸음을 멈추고 낭랑한 소리로 말했다.

[검법이 신통한 소협의 성함이 어찌됩니까? 오늘 은혜를 받았으니 절대로 복수할 마음은 없소이다. 단지 누구인가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 장군은 천주 참장 오천덕이라고 합니다. 와서 서로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 자는 그의 말이 분명히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길게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돌려 사라졌다.

그때 불길은 더욱 거세져 숭산파의 죽거나 다친 자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십여명의 상처가 가벼운 사람은 흩어 사라졌으며, 중상을 입은 자는 피구덩이에 드러누워 있었다. 불길이 자기 있는 곳으로 타올라오고 있었지만 피할 수가 없어 어떤 자들은 큰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다.
정한사태는 말했다.

[이 일은 이자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모두가 좌 장문 한 사람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우수, 의청 그들을 좀 구해 주거라.]
여러 사람은 장문인이 평소에 자비로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누구도 거역하려 들지 않았다. 즉시 각각 숭산파의 중상자들을 살피었다. 숨이 붙어 잇는 자들은 옆으로 끌어내 그들에게 약을 주었다.
정한사태는 남쪽으로 눈을 돌리더니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사저!]

몸이 두번 흔들거리더니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달려가 부축해 보니 그녀는 새빨간 피를 흘리고 있었고 또한 정일사태의 상처도 몹시 깊었다. 여러 제자들은 상당히 난감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제히 영호충을 바라보고 그의 지시를 받고자 했다.
영호충은 말했다.

[빨리 두 어르신께 약을 복용토록 하십시오. 중상자들은 먼저 상처를 싸매어 피를 멈추게 하고 이곳은 화기가 여전히 뜨거우니 모두들 저쪽으로 가서 쉬도록 합시다. 그리고 몇분의 사매들은 가서 먹을 것이나 좀 구해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명령을 받고 각기 나누어 일을 했다. 정악, 진견은 주전자로 물을 떠다 정한, 정일사태에게 약을 복용토록 하고 상처를 입은 동문들을 보살폈다.
용천의 일전에서 항산파의 제자는 삼십칠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러 제자들은 정정사태와 싸우다 죽은 사저, 사매들을 생각하더니 모두 감상에 젖었다. 갑자기 어떤 이가 목놓아 울자,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산계곡은 처량한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정일사태는 엄격하게 꾸짖었다.

[죽은 자는 이미 죽은 것이다. 어째서 이렇듯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모두들 평시에 불경을 외고 부처님을 섬김 것은 이 모두 생사를 달관하고자 한 것이고 몸에 싸여져 있는 이 거죽을 벗어 버렸는데 그 무슨 미련이 있단 말이냐?]

여러 제자들은 이 사태가 성격이 불 같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감히 그의 뜻을 거역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즉시 울음을멈추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흐느적거렸다.
정일사태는 말했다.

[사저는 어떻게 화를 당했느냐? 악아, 너는 평소에 말을 할 때 이치가 분명하니 장문인에게 사실대로 아뢰어라.]

정악은 대답했다.

[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선하령에서 매복된 자에게 포위되어 영호충으로부터 어떻게 해서 구원을 받고, 또한 입팔포에서 적의 약에 중독되어 모두 잡히게 되고 또한 어떻게 정정사태가 숭산파의 종진에 의해서 위협을 당하게 되고, 또한 복면한 사람에게 포위를 당하고 다행히 영호충이 당도하여 그들을 물리쳤으며, 또한 정정사태가 깊은 상처를 입어 죽었는가를 일일이 설명을 했다.
정일사태는 말했다.

[됐다. 그만두거라. 숭산파의 못된 놈들이 마교를 가장하여 우리에게 교파를 합병하자고 위협을 하였다. 정말로 악독한 놈들이야.
만약 너희들이 모두 숭산파에게 잡혔다면 큰일날 일이지.]
그는 말을 하다가 기운이 딸려 목소리가 희미해져 갔다. 숨을 한번 쉬더니 또 말했다.

[사저께서는 선하령에서 적의 포위를 받자 적을 크게 물리칠 수 가 없다는 것을 알고 비둘기를 날려편지를 보내 우리들 보고 와서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뜻밖에...... 뜻밖에 우리가 그들에게 포위를 당했었지.]

정한사태 수하에 있는 두번째 제자인 의문(儀文)이 말했다.

[사숙님, 숨 좀 돌리십시오. 제자가 우리가 적을 만난 경과를 설명해 드리겠읍니다.]

정일사태는 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경과는 무슨 경과, 수월암에서 적의 야습을 받아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싸워왔던 것 뿐인데.]

의문은 말했다.

[녜.]

정한사태는 이렇게 몇마디로 며칠 동안 적을 만나 싸운 경위를 설명했던 것이다.
원래 습격을 받던 날 숭산파는 모두들 복면을 하여 마교 무리들로 변장을 했던 것이다. 항산파는 갑자기 공격을 받아 당시에는 절멸할 지경이었는데 수월암 또한 무림의 한 맥을 이루고 있어서 암자에는 다섯자루의 용천보검이 숨겨져 있었지. 주지인 청효사태(淸曉師太)가 위급할 때 보검을 정한, 정일에게 주어 적을 막도록 했던 것이다. 용천보검은 쇠가 좋아 적의 병기를 나무토막처럼 잘라 놓았고 또한 적지 않은 적을 물리치며 싸우면서 물러나 이 산계곡까지 도망쳐 왔던 것이다. 청효사태는 그 와중에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이 산계곡은 옛날 정철(精鐵)의 산지였으며, 수백년 전에는 원래 검을 만들었던 곳이었다. 훗날 정철이 나오지 않게 되자 거믓띵 만드는 노(爐)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몇개의 옛날에 쓰던 동굴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이 몇개의 동굴로 인해서 항산파는 비로소 여러 날을 지탱할 수가 있었고 큰 화를 당하지 않았던 것인데, 숭산파 사람들은 며칠 동안 공격을 해도 무너지지 않자 마른 풀을 쌓아 공격을 했던 것이다. 만약에 영호충 등이 조금만 늦게 왔다면 화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정일사태는 의문의 이런 이야기를 듣자,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두눈을 영호충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넨...... 자네는 찬 좋은 사람이구먼. 당신 사부는 어째서 자네를 문밖으로 쫓아냈는지 모르겠소. 자네가 마교와 함께 있다고 들었는데.]

영호충은 말했다.

[제자가 교우 관계가 신중치 못해서 확실히 몇명의 마교의 사람들을 알았읍니다.]

정일사태는 콧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숭산파처럼 이런 못도니 자들은 마교의 사람들보다 못도니 사람들이지. 정교의사람들이라고 마교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지.]
의화는 말했다.

[영호 사형, 나는 당신의 사부의 잘잘못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분명히 우리 차레서 고통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수방관을 하였읍니다. 이 순간에...... 이 순간에 그가 벌써 숭산파의 제의에 찬동했는지도 모르지요.]

영호충은 내심이 동했다.

이 말은 근거 없는 말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어려서부터 스승을 존경해 왔고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하기를, [내 사부께서는 수수방관한 것이 아니라 아마 그 어르신께서는 다른 일이...... 다른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정한사태는 계속해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다가 이때 비로소 천천히 눈을 뜨더니 말했다.

[우리가 여러번 어려운 고비를 당할 때마다 영호 소협께서 도와 주셨읍니다. 정말로 그런 은덕은......]

영호충은 급히 말했다.

[저는 약간 힘이 되어 준 것 뿐입니다. 사백님의 말씀을 저는 감당할 수 없읍니다.]

정한사태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소협께서는 너무나 겸소하시군요. 악 사형께서몸을 둘로 나눌 수가 없으니 큰 제자를 보내어 도와 준 것이니 사부께서 도와 준 것이나 다름이 없읍니다. 의화야, 절대로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례한 짓이다.]

의화는 말했다.

[녜, 제가 잘못했읍니다. 그러나...... 그러나 영호 사형께서는 화산파에서 이미 쫓겨났고, 악 사백은 벌써 그를 제자로 보고 있지 않읍니다. 또한 영호 사형 역시 악 사백이 파견하여 온 것이 아닙니다.]

정한사태는 잔잔히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왜 그리도 못마땅하냐?]

의화는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영호 사형께서 만약에 여자라면 좋겠읍니다.]

정한사태는 물어 보았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의화는 말했다.

[그가 이미 화사파에서 축출당하여 갈 곳이 없읍니다. 만약에 여자라면 우리 파에 들어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와 우리들이 같이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마치 한가족처럼......]

정일사태는 일갈했다.

[무슨 그런 엉터리 같은 말을 하느냐? 너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어린애 같은 소리만 하는구나.]

정한사태는 잔잔히 웃으면서 말했다.

[악사형께서는 일시적으로 오해를 했을 것입니다. 머지 않아 진실이 밝혀지면 틀림없이 영호 소협을 거두어 주실 것 입니다. 숭산파의 이런 간곗나 마음은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사파 또한 영호 소협의 힘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오. 설령 소협이 화산에 돌아가지 않는다손치더라도 당신의 이러한 무공을 가지고 혼자서 문파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지요.]

정악은 말했다.

[장문 사숙의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영호 사형, 화산파의 사람들이 모두 당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으니 당신은 혼자서......
혼자서 영호파(令狐派)를 하나 만들어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세요. 체, 제깟것들이 뭔데 화산파가 아니면 안 되나.]

영호충은 얼굴에 쓸쓸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사백님의 칭찬은 저는 실로 감당키 어렵습니다. 나는 단지 은사께서 앞으로 저의 과실을 용서해 주시고 다시 돌아오도록 허락만 하신다면 저는 그이상 바랄 것이 없읍니다.]

진견이 말했다.

[스승에게는 그렇다 할지라도 그렇다면 소사매는요?]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더니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수난을 당한 사저들의 유체는 우리는 안장을 해야 될까요, 아니면 화장을 해서 항산으로 가지고 가시겠읍니까?]

정한사태는 말했다.

[무두 화장을 하도록 하지.]

그녀는 비록 세상을 보는 눈이 깨우쳤다고 해도 그러나 많은 시체들이 땅바닥에 뒹굴고 이 모두가 여러해 동안 자기를 따르는 좋은 제자였기 때문에 이 몇마디를 할 때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여러 제자들은 또 몇 사람이 울기 시작했다. 어떤 제자들은 죽은 지 며칠이 되었고, 어떤 시체는 아직도 수십장 먼 곳에 떨어져 있었다. 여러 제자들은 동문들의 시체를 옮겨올 때 그 누구도 숭산파 장문의 악독함을 욕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일을 마치자 날이 이미 어두워서 그날 저녁에 여러 사람은 황량한 산에서 노숙을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여러 제자는 정한사태와 정일사태 그리고 상처를 입은 동문들을 들쳐업고 용천성내로 들어갓다. 그리고 일곱척의 오봉선(烏蓬船)을 빌려서 물길로 북쪽을 향해서 떠났다.
영호충은 숭산파 사람드링 또다시 물에서 공격을 할까봐 염려되어 같이 북상을 하였다. 항산파의 두분의 사태가 동행을 하니 영호충은조심을 하여 다시는 여러 제자와 말을 함부로 주고 받을 수가 없었다. 정한사태, 정일사태 등은 상처가 본래 깊지 않은데 다행히 항산파의 약이 영험하여 전당강(錢塘江)을 지나자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났다. 항산파 사람들은 이번 거사에서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도중에 다른 일을 부딪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될 수 있는대로 강호의 사람들을 피하면서 갔다. 장강(長江)에 이르자, 또다시 다른 배를 빌려 타 강을 거슬러 서쪽으로 올라갔다. 이렇듯 천천히 가는 것은 한구(漢口)에 도착되면 상처를 받는 사람의 열중의 여섯, 일곱은 나을 것이니 그때가서 다시 배에서 내려 육지를 택하여 북쪽으로 다시 꺾어져 항산에 돌아가려고 했던 것이다.
이날 심양호반(?陽湖畔)에 이르러 배는 구강(九江)에 정박하였다. 그때의 타고 있던 배는 심히 컸으나 수십명은 각기 두 배에 나누어 탔다. 영호충은 저녁이면 뒤 가반에서 선원들과 함께 동숙을 하였다. 이날 한밤중에 강언덕에서 사람이 가볍게 손뼉을 치는 소리를 들었다. 손뼉을 세번 친 다음에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손뼉을 세번 쳤다. 이어서 서쪽의 한척 배에서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쉬더니 또다시 세번의 소리가 울렸다. 손바닥 소리는 본래 작았으나 영호충의 내력은 강해서 자연히 귀도 밝아졌던 것이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즉시 꿈속에서 잠을 깨었다. 강호의 인물들이 주고받는 신호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며칠 동안 그는 수시로 수면의 도태를 살폈고, 적의 급습을 예방하였다. 그래서 내심 생각했다.

(앞에 나가서 살펴보자. 만약에 항산파와 무관하다면 다행한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정한사태와 그녀들이 놀래지 않도록 암암리에 처치해 버리자.)

정신을 집중하여 서쪽의 배를 쳐다보니 과연 한개의 검은 그림자가 수장 바같으로 몸을 날려 언덕에 닿았다. 그의 경공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영호충은 가볍게 몸을 날려 살며시 소리를 죽이며 언덕에 올랐다. 동쪽의 강변에 일려로 샅아둔 기름바구니 옆을 돌아 살며시 건너가 보니 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배의 비구니들은 틀림없이 항산파의 사람들이다.]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영호충은 천천히 다가갔다. 달빛가 별빛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한 사람은 얼굴에 수염이 났으며, 또 한 사람의 얼굴은 길다랗고, 뾰족하였다. 수박 형태는 저리가라이고 너무 길어서 해바라기 씨처럼 보였다. 얼굴이 길쭉한 사내가 말했다.

[우리들의 백교방(白蛟 )의 사람들은 숫자는 많지만 무공은 그들을 따를 수 없는데 분명한 이치를 가지고 손을 쓰기는 좀 그러하네.]

그 털보가 말했다.

[지는 것이 뻔한데 무모하게 덤벼들 수는 없고, 이 비구니들의 무공은 비록 강하지만 물에서는 아마 약할 것입니다. 내일 우리가 그 배를 강 가운데로 끌어다 넣고 물속에 뛰어들어 그녀들이 탄 배에 구멍을 내면 똑같이 몽땅 잡아들일 수 있지 않겠소.]
그 뾰족한 사내는 웃으며 말했다.

[그 계략이 참 좋은 것 같소. 우리 형제가 이렇게 은공을 세운다면 구강 백교방의 만아(萬兒)는 그로부터 강호에서 체면이 세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소이다.]

그 털보는 말했다.

[무엇이 그렇게 염려됩니까?]

그 뾰족한 얼굴의 사내는 말했다.

[그들은 오악검파와 동맹을 맺고 무슨 오악검파는 같은 줄기라고 합니다. 만약에 막대선생(莫大先生)이 이 일을 안다면 우리들을 찾아 귀찮게 할텐데, 그때 우리 백교방은 그 화를 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읍니다.]

그 털보는 말했다.

[흥, 이 몇년 동안 우리들은 형산파의 수모를 당했는데, 정말로 지긋지긋합니다. 이번에 만약 우리가 친구들을 위해서 힘을 쓰지 않는다면 다음번에 일이 있을 때 절대로 친구들은 우리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일이 성공이 되면 어쩌면 형산파는 전군이 전멸될 것인데 막대선생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소?]

그 뾰족한 얼굴의 사내가 말했다.

[좋소. 그렇게 정합시다. 우리 가서 사람을 불러오고 손쓰기 좋은 곳이나 골라 봅시다.]

영호충은 살며시 나와 검자루를 거꾸로 쥐고 그 얼굴이 뾰족한 자의 뒷머리를 살짝 치니 그는 즉시 정신을 일헝싶다. 그 털보는 손을 휘두르며 공격해 왔다. 영호충의 검이 쑥 내밀어 그의 좌측의 태양혈(太陽穴)을 적중시켰다. 그 털보는 마치 팽이처럼 빙빙 돌더니 땅에 꼬꾸러졌다. 영호충은 장검을 내밀어 두개의 기름이 담아져 있는 뚜껑을 열고는 두 사람을 들어 각기 기름통 속에 쑤셔 박았다. 기름통 속에는 기름이 가득 차 있었고 한통에 삼백근 정도의 기름이 들어 있었다. 원래 다음날 배에 실고 강 하류로 시러가려던 화물이었다. 두 사람은 풍덩 기름통 속에 빠지자 기름이 코속으로 들어갔고 차가운 기름이 온몸에 닿자 정신이 들어 꿀꺽 몇 모금의 기름을 삼켰다.
갑자기 배후에 어떤 사람이 말했다.

[영호 소협, 그들의 생명을 다치게 하지 마십시오.]

바로 정한사태의 목소리였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며 내심 생각했다.

(정한사태께서 언제 몸 뒤에 와 있었을까? 여태까지 내가 모르고 있었을까?)

즉시 두 사람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두 손을 늦추면서 말했다.

[녜.]

두 사람은 그 사이에 몸을 날려 통 밖으로 나왔다. 영호충은 말했다.

[움직이지 마라!]

검을 내밀어 두 사람의 정수리를 내리치니 두 사람은 또다시 기름통에 빠졌다.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앉으니 기름이 목까지 차왔고 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런 낭패한 처지를 어떻게 벗어날 도리가 없었다.

한 개의 회색 그림자가 배에서 몸을 날려 왔다. 그것은 정일사태였다. 정일사태는 물어봤다.

[사저, 좀도둑놈을 잡으셨읍니까?]

정한사태는 말했다.

[구강 백교방의 두분은 방주( 主)이네. 영호 소협께서 그들과 장난을 좀 치고 계시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털보에게 말했다.

[각하께서는 성이 역(易)이오, 아니면 성이 제(齊)입니까? 사방주(史 主)는 안녕하십니까?]

그 털보는 바로 성이 역씨였다. 내심 이상해서 말했다.

[제가...... 제가 바로 역씨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아셨읍니까? 우리 사방주께서는 별고 없으십니다.]

정한사태는 잔잔히 웃으면서 말했다.

[백교방의 역방주, 제방주께서는 강호 사람들은 장강쌍비어(長江雙飛魚)라고 칭하는데 이렇게 쟁쟁한 인물의 이름을 소승은 이미 벌써부터 알고 있었소.]

정한사태는 세상을 보는 안목이 훤하였다. 비록 평시에는 암자 밖을 나오지 않았지만, 강호의 각파의 인물들을 마치 손바닥에 있는 것처럼 훤하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숭산파의 그 세명의 고수들을 알 수 있었으며, 이 역씨성을 가진 털보와 제씨성을 가진 뾰족한 사내로 말할 것 같으면, 무림에 있어서도 삼사류에 속하는 인물인데 그녀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들의 신분과 정체를 알아맞췄던 것이다.
그 얼굴이 뾰족한 사내는 득의 양양해서 말을 했다.

[우리들의 이름을 알고 계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읍니다.]
영호충이 칼끝에 힘을 주자 그들의 머리통은 기름통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왔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저도 두 분의 성함을 익히 듣고 있었소.]

그 사내는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욕을 하려고 했으나 감히 할 수는 없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내가 한마디 묻겠소. 당신들은 사실 그래도 말을 해야 할 것이오. 만약에 추호라도 속이는 것이 있다면 당신들 장강쌍비어를 기름통 속에 빠져 죽은 미꾸라지로 만들어 주겠소.]

말을 하면서 그 사내의 머리를 눌러 기름통 속에 한번 더 집어 넣었다. 그 털보는 준비가 되어 있어서 기름이 뱃속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기름이 코를 통해서 들어가자 정말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정한과 정일 사태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웃었다. 그리고 내심 생각했다.

(이 젊은이는 매우 장난이 심하군. 그러나 이 방법도 실토를 받아내는데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영호충은 물어보았다.

[당신들 백교방은 언제 숭산파 사람들과 작당을 하였소? 누가 당신들 보고 항산파 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하라고 시키었소?]
그 털보는 말을 했다.

[숭산파와 작당을 하다니요? 그것 참 해괴망측한 일입니다. 숭산파의 영웅들을 우리들은 한분도 알지 못합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하하하! 첫마디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으니 당신 뱃속에 기름쳐넣어 주겠소.]

검으로 그의 정수리를 눌러 그를 다시 기름통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 털보는 비록 일류고수는 아닐지라도 무공은 그리 약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영호충의 두꺼운 내력이 장검을 통해서 전해지니 마침 천근이나 되는 돌이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기름은 코까지 와 닿고 두눈만 빵긋하게 나와 있었다.
심히 처참한 꼴이었다.
영호충은 그 얼굴이 뾰족한 사내에게 말을 했다.

[당신이 빨리 말하시지. 당신은 장강의 용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름속의 미꾸라지가 될 것인가?]

그 제시성을 가진 자는 말했다.

[당신 같은 영웅을 만났는데 기름 통속의 미꾸라지가 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읍니다. 형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소.
우리들은 절대로 숭산파의 그 누구와도 모릅니다. 더우기 숭산파와 항산파가 결맹을 맺었다는 사실은 무림의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숭산파가 어재서 우리들로 하여금 당신 귀파를 못살게 굴라고 하겠읍니까?]

영호충은 장검에 힘을 좀 늦추어 그 역씨성을 가진 자를 풀어주어 고개를 들게 하고 다시 물어봤다.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건대 내일 우리를 강심을 끌고가 항산파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낸다고 했는데 그렇게 악독한 방법을 쓰는 이유는 무엇이오? 항산파가 언제 당신들을 못살게 굴었소?]

정일사태는 늦게 왔기 대문에 영호충이 왜 두명의 사내들을 붙잡아 놓았는지를 몰랐다. 그러나 그의 이 말을 듣자 화가 머리끝가지 치밀어오르며 일갈을 했다.

[이놈들! 우리들을 강심으로 끌고가서 죽이려 했다고?]
그녀와 같은 항산파의 문하의 사람들으 열이면 여덟아홉은 북방사람으로서 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큰 강에서 만약에 배가 가라앉는다면 모두 고기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몸서리를 쳤다.
그 역씨성을 가진 자는 영호충이 다시 그의 머리통을 기름 속에 집어넣을까봐 걱정이 되어 먼저 말을 했다.

[항산파와 우리 백교방과는 아무 원한이 없읍니다. 우리들은 단지 구강 부두에서 살아가는 작은 패거리입니다. 우리 같은 작은 집단이 어떻게 항산파의 여러 사태들과 원한관계를 맺겠읍니까? 단지...... 단지 우리 생각에는 여러분들도 불문의 사람들이니 여러분들이 서쪽으로 가는 것은 아마 그들을 도우려고 그런 것 같아서 그랬읍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처지를 알면서도 그런 나쁜 마음을 먹게 되었읍니다. 다음에는 절대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읍니다.]

영호충은 들을수록 뭐가 뭔지 몰라 물어보았다.

[무엇이 불문에 속하고 서쪽으로 가서 누구를 도와준다고? 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니 뭐가뭔지 모르겠군.]

그 역씨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녜, 녜. 소림파는 비록 오악검파는 아니지만, 그러나 우리들 생각에는 중과 비구니들은 모두 한가족......]

정일사태는 일갈을 했다.

[되먹지 않은 소리?]

그 역씨 성을 가진 자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니 한 모금의 기름을 먹었다. 기름이 목구멍에 와닿자, 더이상 말 할 수가 없었다. 정리사태는 웃음을 참고서 그 얼굴이 뾰족한 사내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말하시오?]

그 제씨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녜, 녜. 만리독행 전백광(萬里獨行 田伯光)이라고 하는 자가 있는데 사태께서는 그를 잘 아는지 모르겠읍니다.]

정일사태는 대노하여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이 만리독행 전백광이라는 자는 강호에서도 악명이 높은 천하의 난봉꾼인데 내가 어찌 그를 잘 알 수가 있겠는가. 이 자가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이다.)

우측 손을 내밀어 그의 정수리를 내리치려고 했다.
정한사태는 손을 막으면서 말했다.

[사매께서는 화를 참으시게. 이 두 사람은 기름통 속에 있더니 머리가 돌은 것 같아. 이들의 말을 못들은 척 하게나.]
그리고는 그 제씨성을 가진 자에게 말을 했다.

[전백광이 어쨌단 말이냐?]

그 제씨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만리독행 전백광 전 어르신과 우리 사방주와는 사이좋은 친구입니다. 며칠 전에 전 어르신께서......]

정일사태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 자를 전 어르신이라고? 그런 악독한 좀도둑놈은 벌써 죽여야 했을텐데, 너희들은 그와 교분을 맺고 있으니 틀림없이 너희들 백교방도 좋은 사람들도 아닐 것이다.]

그 제씨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녜, 녜.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우리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정일사태는 물어보았다.

[우리는 한마디만 묻겠소? 백교방은 어째서 우리 항산파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으며, 왜 거기에 전백광이라는 사람을 끌어들였는가?]

전백광은 그녀의 제자인 의림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여 정일사태는 그를 죽이지 못한 것을 수치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 입에 그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원하지않았다.
그 제씨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녜, 녜. 말씀을 드리겠읍니다. 우리 모두가 임소저를 구해내려고 그러는데 정교 사람들이 그 중들에게 도움을 줄까봐 염려되어서 우리들은 이곳에서 나쁜 마음을 품어 당신들에게 손을 쓰려고......]

정일사태는 더욱 뭐가 뭔지를 알지 못했다. 탄식하며 말을 했다.

[사저, 이 두 사람은 아마도 당신이 물어보시는게 좋겠읍니다.]
정한사태는 잔잔히 웃으면서 물어봤다.

[임소저라니? 혹시 그 일월신교의 전교주의 딸이란 말인가?]
영호충은 내심 깜짝 놀랐다.

(그들이 지금 말하는 것은 영영이 아닐까?)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면서 손에 땀이 났다.
그 제씨 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녜, 그렇습니가. 전 어르...... 아니 그 전백광이라는 자가 구강에 와서 우리 백교방의 두목인 사방주와 술을 마셨지요. 그 자의 말로는 오는 12월 15일에 모두 그 소림사에 공격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임소저를 구출해낸다고 하였읍니다.]

정일사태는 그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그 말에 기어들었다.

[소림사를 공격한다고? 너희들이 무슨 능력으로 감히 그곳에 들어가려 하느냐?]

제씨 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녜, 녜. 우리들 힘으로는 안 되지요.]

정한사태는 말을 했다.

[그 전백광이라는 자가 발이 빠르니 그가 왔다갔다 연락을 하고 있지? 그렇지? 이 일은 누가 주동이 되었는가?]

그 역씨 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모두들 임소저가 소림사의 도둑...... 아닙니다. 소림사의 스님들에게 잡혔다고 들었기 그래서 서로 도와주려는 것뿐이지. 누가 주동이 된 것은 아닙니다. 모두들 임소저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임소저를 위해서라면 분신쇄골하는 것을 모두들 원하고 있읍니다.]

순식간에 영호충의 마음은 수 많은 의혹이 일었다.

(그들이 말하는 임소저란 혹시 영영이라는 여자가 아닐까? 그녀는 어떻게 해서 소림사 스님에게 잡혔고, 그와 같은 어린 나이에 평소 무슨 은혜를 베풀 수 있단 말인가? 어째서 이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구하려고 한단 말인가.)

정한사태는 말을 했다.

[당신들은 우리 항산파가 소림파에 달려가서 도와줄까봐 염려되어 우리 배를 가라 앉히려고 했느냐?]

그 제씨 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 생각에는 스님과 비구니들은......]
정일사태는 노해서 말을 했다.

[더 계속 말을 해라!]

그 제씨 성을 가진 자는 급히 말을 했다.

[녜, 녜. 그건...... 그건...... 소인들은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읍니다. 소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읍니다.]

정한사태가 말을 했다.

[12월 15일 던에 너희 백교방들도 소림사에 갈 것인가?]
두 사람은 일제히 대답했다.

[그거야 사방주님의 명령에 따라야겠지요.]

제씨 성을 가진 자가 또 말했다.

[모두들 달려가는데 우리 백교방 사람들은 뒤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한사태는 물었다.

[모두들 이라니 도대체 어던 패거리들인가?]

그 제씨 성을 가진 자가 말했다.

[그 전...... 전백광이라는 자가 말하기를 절남 해사방(浙南 海沙幇), 산동 흑풍회(山東 黑風會), 상서 배교(湘西 排敎)......]
단숨에 강호의 크고 작은 삼십개 방회의 이름들을 갖다대었다.
그자들이 말하는 패거리들은 무공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그자들이 말하는 방회나 문파들의 명칭은 익히 들어온 터였다. 정일사태는 눈쌀을 지푸리며 말했다.

[모두들 정당하지 못한 패거리들이고 좌도의 인사들이군. 그들의 숫자는 많으나 소림사의 맞수는 되지 못하지.]

영호충은 그 제씨 성을 가진 자가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천하방 방주인 은염교 황백류(銀髥蛟 黃伯流)가 있고 장경도 도주인 사마대(司馬大) 등의 몇 사람의 이름을 듣자 그날 모두들 오패강에서 만났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의심이 풀어졌다. 그들이 구하려고 하는 자는 틀림없이영영일 것이다. 갑자기 그녀의 소식을 듣자 마음속으로 기뻤다. 그러나 그녀가 소림파 사람들에게 잡히고, 또한 그녀가 몇명의 소림 제자들을 살해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물어 보았다.

[소림파 사람들은 왜 그 임소저를 잡아두고 있는 것입니까?]
그 제씨 성을 가진 자는 말을 했다.

[그건 우리는 모릅니다. 아마 소림파의 중들이 배불리 먹고 할일이 없어 고의적으로 핑계를 잡고 우리들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정한사태는 말을 했다.

[두분께서 당신들의 방주에게 항산파의 정한, 정일과 이 친구가 구강을 지나면서 사방주에게 인사도 못 드리고 실례가 많았다고 전해 주십시오. 우리들은 내일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갈 예정인데 두분께서 넓은 아량으로 더이상 다른 사람들을 파견하여 우리 배를 격침시키지 마십시오.]

그녀가 이렇게 말을 하자 두 사람은 바로 말을 이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정한사태는 영호충을 향해서 말을 했다.

[달이 휘엉청 밝으니 소협께서는 천천히 밤풍경이나 즐기십시오. 소승은 그만 물러가겠읍니다.]

정일사태는 손을 잡더니 천천히 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영호충은 그녀가 고의로 자리를 피하고 자기가 이 두 사람에게 자세히 심문해보도록 하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일순간 마음이 흐트러지면서 무슨 말을 물어봐야 할지를 몰랐다. 언덕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또 한참 물끄러미 강물을 쳐다보곤 했다. 초생달이 강심에 비치고 강물은 하염없이 동쪽으로 흘러갔지만 달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이미 11월 하순이니 그들이 다음달 15일에 소림사에 간다면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소림사의 방증, 방생 두 분의 대사는 나에게 매우 잘 대해주었는데, 이 사람들은 영영을 구해내주기 위해서 간다면 틀림없이 소림파 사람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일 것인데, 누가 이기든 간에 양쪽을 손실이 클 것이다. 내가 그곳에 가서 방증방장에게 부탁을 하여 영영을 구해낸다면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막을 수 있겠다.)

또 생각을 했다.

(정한, 정일 두 사태의 상처는 이미 완전히 치유된거나 다름없다. 정한사태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늙은 비구니에 불과한데 사실은 모르는 것이 없고 견문이 넓기 때문에 실로 무림 중에서 대단한 고승인 것이다. 그녀가 일행을 이끌고 북쪽으로 간다면 더이상 숭산파와 같은 강적을 만나지 않는 한 절대로 위험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간다고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이 며칠 동안 이 비구니들과 함게 죽을 고비를 넘겼고, 그들은 그를 존경하고 또한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며, 그가 문중에서 추방되고, 소사매에게 버림을 받은 일을 비록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마치 자기가 그런 일을 당한 것처럼 하였다.
화산파의 여러 동문들 중에서 육후아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없었다. 갑자기 중도에서 떠나간다는 말을 하기가 거북하였다.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천천히 다가왔는데 그것은 의림과 정악이었다. 그들은 영호충 가까이 오더니 외쳤다.

[영호 오라버니!]

그리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영호충은 그들 앞으로 다가가서 말을 했다.

[당신들도 놀라 잠에서 깨어났군요.]

의림이 말을 했다.

[영호 오라버니! 장문 사백께서 분부하시기를 우리들 보고 당신에게......]

그리고는 정악을 약간 밀치면서 말을 했다.

[네가 말하거라.]

정악은 말했다.

[장문 사백께서 당신 보고 말을 하라고 그랬는데요.]
의림이 말을 했다.

[네가 말을 해도 마찬가지이네.]

정악은 말을 했다.

[영호 오랍너가, 장문 사숙께서 말씀하시기를, 감사하다는 말은 전혀 입 밖에 낼 필요가 없고 앞으로 당신에게 어떤 일이 있든간에 항산파는 당신을 도와줄 것이고 당신이 만약 소림사에 가서 그 임소저를 구한다면 모두들 있는 힘을 다해 돕는다고 하셨읍니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며 내심 생각했다.

(내가 영영을 구하러 간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정한사태께서 임의로 말씀하실 수가 있을까? 아이고 맞다. 군웅들이 오패강에 모여 집회를 열고 나의 병을 치교하려고 야던법석을 떤 것은 모두가 영영의 체면을 보고 그러한 것이다. 이 일은 모르는 자가 없고 이 두명의 별볼일 없는 장강쌍비어라는 자들조차 알고 있는데, 정한사태께서 모를 리가 있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정악은 또 말했다.

[장문 사숙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일은 절대로 강경하게 나가서는 안 된다고 하셨읍니다. 그 어르신과 정일 사숙 두분은 이미 빨리 소림사에 가서 방장대사에게 부탁을 드려 그녀를 풀어주도록 하겠다고 하셨읍니다. 그리고 영호 오라버니께서는 우리와 함께 천천히 가시도록 부탁을 받았읍니다.]

영호충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한참 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을 들어 멀리 장강을 바라보니 작은 배가 하얀 돛을 올리고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감격하고 또한 부끄러워 내심 생각하였다.

(두분의 사태께서는 불문에서 튼 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또한 무림의 고수들이다. 그들이 친히 소림사에 가서 부탁을 한다면, 그 이상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고, 나처럼 강호를 떠돌아 다니면서 소행이 정당치 못한 일개 무명소졸이 가서 구하느니 보다 천백번 나을 것이다. 아마 방증방장께서는 두분 사태의 얼굴을 보고 분명히 영영을 풀어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놓였다.
고개를 들자, 역씨 성을 가진 자와 제씨 성을 가진 자가 아직도 기름통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감히 밖으로 기어나오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영호충은 이 두사람은 단지 충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영영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앞으로 다가가 공수를 하며 말했다.

[제가 일시에 너무 경망하여 백교방 장강쌍비러 두분의 영웅에게 죄를 지었읍니다. 실로 앞뒤를 가리지 못해서 그랬으니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하면서 읍을 했다.
장강쌍비어는 갑자기 그가 겸손해지고, 사과를 하는 것을 보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급히 허우적거리며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자, 기름이 사방으로 튀어 영호충은 여기저기 기름이 날아와 뭍었다.
영호충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의림과 정악에게 말을 했다.

[우리는 갑시다!]

뒤돌아 보니 항산파 제자들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의화, 진견, 이들은 평소에 모든 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나 그녀들은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것은 틀림없이 정한사태가 그들에게 단단히 분부를 하여 영호충이 난감할까봐 배려를 한 것 같았다. 영호충은 암암리에 감격했다. 그러나 몇명의 여제자들이 웃는 듯 마는 듯 이상야릇한 표정을 띠는 것을 보자 심히 낭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깊이 생각했다.

(그녀들의 이 표정은 마음속으로 영영과 내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단정을 하고 있는데, 나와 영영의 사이는 깨끗하다. 아무런 손가락질을 받을 짓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들이 물어보지를 않으니 내가 어찌 해명을 할 수 있겠는가?)

진견의 이상야릇한 표정을 보자, 영호충은 참지 못하고 말을 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은 함부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진견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우리가 무엇을 함부로 생각했단 말입니까?]

영호충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을 했다.

[당신들이 말은 하지 않아도 나는 짐작을 할 수가 있소.]
진견이 웃으며 말을 했다.

[무엇을 짐작한단 말입니까?]

영호충은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의화가 말을 했다.

[진 사매, 더 이상 말하지 말아라. 장문 사숙께서 분부하신 말씀을 잊었느냐?]

진견이 손으로 입을 막고 웃으며 말했다.

[녜, 녜. 잊지 않았읍니다.]

영호충은 몸을 돌려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 의림이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이 창백했으며, 표정이 매우 냉랭하게 보였다. 영호충은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네지 않을까?)

멍청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날 형산성 밖에서 상처를 입은 후에 그녀가 자기를 안고 광야를 달렸을 때의 얼굴 표정이 생각났다. 그때 그녀는 이러한 표정을 띠지는 않았다.
의화가 갑자기 말을 했다.

[영호 사형!]

영호충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대답을 하지 않자, 의화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영호 사형!]

영호충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왜, 그러십니까?]

의화는 말을 했다.

[장문 사백께서 말씀하시기를, 내일 우리들은 길을 바꾸어 육지로 가거나, 혹은 여전히 물길로 가든지 영호 사형의 분부에 따르라고 하였읍니다.]

영호충은 내심 육지로 가고 싶었다. 빨리 영영의 소식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들어 의림을 바라보니, 의림이 배의 한쪽 구석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처량한 모습으로 서 있어 말을 했다.

[장문 사태께서 우리들 보고 천천히 가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배를 타고 갑시다. 그 백교방 녀석들은 감히 우리를 어쩌지는 못할 것입니다.]

진견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안심해도 되겠읍니까?]

영호충은 얼굴이 검붉어졌으나, 곧 미소를 띠었다. 그때까지 대답을 하지 않던 의화가 일갈을 했다.

[진 사매! 어째서 애들처럼 그렇게 말이 많느냐?]

진견이 웃으면서 말했다.

[갑시다! 왜 가지를 않는거지요? 나무아미타불!]


다음날 새벽 배는 서쪽으로 향했다. 영호충은 노를 젖는 자에게 명령하여 배를 강가에서 가까이 몰게끔 했다. 그것은 백교방의 급습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호북(湖北) 경내에 들어가서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영호충은 항산파 제자들과 잡담을 하지 않았다. 매일 저녁에 배가 정박을 하면 홀로 언덕에올라 만취하여 돌아왔다.
이날은 배가 하구를 지나 한수를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저녁때 작은 읍인 계명도에서 정박하였다. 그는 또 언덕에 올라 한 주점에서 몇 주전자의 술을 마셨다. 그리곤 홀연히 생각했다.

(소사매의 상처는 나았는지 모르겠구나. 의진, 의령 등 사저가 보내준 항산의 영약은 틀림없이 그녀의 상처를 낫게했을 것이다.
임사제의 상처는 또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만약 임사제가 낫지 않는다면 그녀는 어떻게 나올까.)

여기까지 생각하자, 흠칫 놀라며 또 생각했다.

(영호충아, 영호충아, 너는 정말로 비굴한 놈이구나! 너는 비록 소사매가 하루 빨리 낫기를 희망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임사제의 상처가 깊어 죽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임사제가 죽는다면 소사매는 너에게 시집을 온다는 말이냐.)

자기 생각이 너무 허망하여 연신 술을 마셔댔다. 또 생각하기를, (노덕약과 팔사제는 누가 죽였는지 모르겠다. 그는 어째서 몰래 임사제에게 손을 대었을까? 사부님과 사모님은 근래에 편안하신지 모르겠구나.)

술잔을 들어 또 단숨에 마셨다. 작은 주막이라. 안주거리가 없어 여덟개의 땅콩을 집어 입속에 쓸어 넣었다. 갑자기 등뒤에서 어떤 사람이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천하의 남자들은 열이면 아홉은 불행하구나?]

영호충은 고개를 돌려 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니 흔들리는 촛불아래 자기를 제외하고 구석진 곳에 한사람이 드러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탁자에는 술병과 술잔이 놓여져 있었으며, 그의 형색은 남루하고 상스러워 그런 탄식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았다. 영호충은 그의 말에 대꾸도 않고 또 한 사발의 술을 마셨다. 또 다시 등뒤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한 사람을 위해서 태양을 쳐다볼 수 없는 곳에 감금되었는데, 이 자는 날마다 분냄새에 싸여서 어린 계집도 좋고, 대머리 비구니도 좋고 늙은이도 좋고 있는 대로 다 받아들이는구나. 아! 탄식할 만한 일이로다. 아, 탄식할 만한 일이로다.!]

영호충은 자기를 말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 깊이 생각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가 말하기를 '한 사람을 위해서 태양을 볼 수 없는 곳에 감금당했다'라고 하는데 이자가 말하는 사람은 영영일까? 왜 영영은 나를 위해서 그곳에 감금되었을까?)
또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들이 할일이 없어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해낸다고 하는구나. 서로가 선수를 치겠다고 먼저 달려드니 사람은 구하지 않고 자기편끼리 피를 흘리며 싸움을 하는구나. 아, 강호의 일이란 정말로 이 늙은이가 볼 수 없어.]

영호충은 술잔을 들고 그의 탁자로 가서 그의 앞에 앉더니 말했다.

[저는 말뜻을 확실하게 모르겠으니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는 여전히 탁자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풍류가 있는 곳에 죄악이 따르는 법이야. 항산파의 여자들과 비구니들은 정말로 한심하구나.]

영호충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깊이 읍을 하며 말했다.

[영호충은 선배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선배님의 가르침을 주십시오.]

갑자기 그가 앉아 있는 의자 옆에 한자루의 호금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금의 몸체는 진황색이었다.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깜짝 놀라며 그가 누구인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는 즉시 예를 차리고 말을 했다.

[후배 영호충은 형산 막 사백님께 인사올립니다. 조금 전에는너무나 실례를 범했읍니다.]

그는 고개를 들자 두 눈은 마치 전광석화처럼 차갑게 영호충을 쳐다봤다. 바로 형산파의 장문 소상야우 막대선생이었다. 그는 콧소리를 내면서 말을 했다.

[사백이라고 칭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구먼. 영호 대협, 요며칠 동안 재미가 좋으시오?]

영호충은 고개를 숙여 말했다.

[제자는 정한 사백님의 명령을 받들고 항산파의 여러 사제, 사매들을 데리고 소림사에 가고 있읍니다. 제자는 무지하나 절대로 감히 항산파의 사저, 사매들에게 추호도 실례를 범한 적이 없읍니다.]

막대선생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앉으시게. 자네는 어찌 강호의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가?]

영호충은 씁쓸히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제꼴의 주제파악을 못하고 경거망동한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도 저를 용납하지 않는데 강호에서 떠드는 풍문들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읍니다.]

막대선생은 냉랭히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 스스로 그 짐을 떠맡는다 해도 다른 사람은 꿈적도 하지 않을 것이네. 그러나 항산파는 수백년 동안 명예를지켜왔고 그 명예가 자네의 손에 없어져 버린다면 자네는 마음이 놓이겠는가? 강호에서 떠도는 풍문은 자네같은 남자가 항산파의 아가씨들과 섞여져 있는다는 말일세. 몇십명의 고수들의 명성이 자네 때문에 훼손을 당하고 심지어는...... 심지어는 그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노사태까지도 사람들의 웃음꺼리로 제공되고 있어 이건...... 이건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단 말일세.]

영호충은 두어발짝 물러나더니 검자루에 손을 대면서 말을 했다.

[어떤 자가 그런 해괴망측한 소문을 퍼뜨렸든지 그건 정말로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막 사백님께서 어느 자가 그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막대선생은 말을 했다.

[왜 자네가 그들을 죽이려고 하는가? 강호에서 이런 말을 하는 자들은 만명은 되지 못해도 수천명은 되지. 자네가 그자들을 모두 줄일 셈인가. 다른 사람들은 자네가 여복이 많다고 선망하고 있는데 그게 어째서 나쁘단 말인가?]

영호충은 털썩 의자에 앉더니 내심 생각했다.

(내가 항상 앞뒤를 가리지 않지만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항산파의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으니...... 이건 어떻게 처리해야 옳단 말인가.)

막대선생은 한숨을 쉬더니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한 닷새동안 자네가 타고 있는 배에 가서 염탐을......]
영호충은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내심 생각했다.

(막 사백께서 연신 오일 동안 배에 오셔서 동정을 살펴봤는데 나는 조금도 모르고 있었으니 정말 내가 무능하구나.)

막대선생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내가 보건대 자네는 매일밤 항상 뒤쪽의 갑판에서 단정히 잠을 자고 항산파의 여러 제자에게 추호도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마디의 농담도 건네지 않았음을 알고 있네. 영호세형(令狐世兄), 자네는 불량한 사람이 아닐 뿐 아니라 실로 예의를 지키는 군자일세. 배에 있는 묘령의 비구니와 꽃봉우리와 같은 소녀를 대하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했고, 하룻밤이 아니라 여러 날을 시종일관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네. 자네처럼 혈기가 왕성한 대장부가 그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고금에 없는 일이야. 막대는 실로 탄복을 금할 수가 없네.]

엄지 손가락을 쳐들더니 우측 손은 주먹을 쥐고 힘껏 탁자를 치면서 말을 했다.

[자자, 이 막대가 자네에게 술 한잔을 권하고 싶네.]
하고 말을 하면서 술주전자를 들고 술을 따랐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막 사백님의 말씀에 저는 오히려 몸둘 바를 모르겠읍니다. 저는 품행이 방정치 못해서 사문에서 쫓겨났읍니다. 그러나 항산파의 같은 길을 걷는 사매에게 어찌 무례한 행동을 하겠읍니까?]
막대선생은 껄껄 웃으면서 말을 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이야말로 사내대장부의 본색일세. 나, 막대가 자네처럼 젊었을 때 만약 밤낮으로 그렇게 많은 처녀들과 있다면 나는 자네처럼 그렇게 몸을 지키지는 못했을 것이네. 정말로 대단하네. 대단해. 자, 이 잔을 싹 비우게나.]
두 사람은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고는 서로를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영호충은 막대선생의 얼굴은 의기소침하고 차림새는 남루하여 강호를 진동시키는 일파의 장문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쩌다가 눈빛이 마주치면 마치 칼날과 같이 번뜩였으나 이러한 눈빛이 사라지면 또다시 모진 풍파에 고통을 당하는 사내의 형색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내심 생각히기를, (항산 장문인, 정한사태는 자상하고 따뜻하며, 태산파의 장문인 천문도장은 위엄이 서려 있으며, 숭산파의 장문인 좌랭선은 음흉하고 꾀가 많은 사람인 것 같고 나의 은사는 정인군자처럼 생겼고, 막 사백의 모습은 초라하고 처량하기 짝이 없어 마치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잡배처럼 보였다. 오악검파의 다섯 장문인은 한분 한분이 실로 신중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이 영호충과 같이 멍청하고 견문이 짧은 사람과는 정말로 하늘과 땅차이이지.)

막대선생은 말을 했다.

[내가 호남(湖南)에서 자네가 항산파의 비구니들과 섞여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심히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기를, '정한사태는 어떠한 인물인데 어찌 문하의 아이들에게 그런한 일을 내버려두고 있단 말인가?' 그래서 후에 백교방의 사람들에게 자네들의 행적을 물어 곧장 이리로 쫓아온 것이네. 영호노제, 자네가 형산 군옥원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울 때 나 막대는 당시에 자네를 경박한 소년이라고 여기고 있었지. 자네가 나중에 나의 유정풍(劉正風) 사제를 도와주었다는 소리를 듣고 내 마음속으로 자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한시바삐 쫓아와서 좋은 말을 좀 권하려고 했는데 뜻밖에 영협들 가운데 자네와 같은 소년 영웅이 있다니 정말 장한 일이야. 자자, 좋아 우리 술이나 실컷 마시세.]
라고 말하면서 주막집 주인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하여 영호충과 대작을 하였다.
몇잔의 술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형색이 초라해 보이던 막대선생은 기분이 좋아 연신 술을 시켰다. 그의 주량은 영호충과 대작을 할 수 없었다. 몇잔을 마시자 이미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말을 했다.

[영호 노제, 나는 자네가 술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이 막대는 자네가 좋아. 자네와 함께 몇잔의 술을 마실 뿐이야. 하하하 무림 중에서 이 막대가 술을 먹자고 하는 자는 몇명이 되지는 않을 걸세. 그날 숭산대회에서 좌석에는 대숭양수 비빈이라는 자가 앉아 있지 않았었나. 이자의 하는 꼴이 갈수록 눈에 거슬렸지. 그 당시에는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어. 이 사람은 갈수록 말이 불손하였지. 이놈의 꼬라지는 정말로 보기가 싫었어.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영호충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자는 자기 분수도 모르며 행패를 부렸지요. 결국은 끝이 안 좋았잖습니까?]

막대선생은 말했다.

[후에 듣건대 이 사람은 갑자기 실종되어 어디에서 잠적을 하여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영호충은 내심 생각했다.

(그날 형산성 밖에서 막대선생은 심오한 검법을 펼쳐 이 비빈이라는 자를 죽였는데, 그날 분명히 자기가 옆에 있었다는 것을 알텐데 지금 이와 같이 말을 하니 그것은 자기의 행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으로 영호충은 짐작했다.)

그래서 말하였다.

[숭산파 사람들의 행적은 실로 추측할 수가 없읍니다. 이 비빈이라는 자는 어쩌면 숭산의 어느 동굴에서 은거하여 무슨 검법을 연마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막대선생의 눈에 이상야릇한 빛이 번쩍이면서 잔잔히 웃고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툭치며 말했다.

[아, 그렇군. 만약 노제가 그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고, 사라진 연유를 모르고 있었을거야.]

술을 한모금 마시더니 또 물어봤다.

[영호 노제, 자네는 도대체 왜 항산파 사람들과 섞에게 되었는가? 마교의 임소저가 자네에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자네는 절대로 그녀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되네.]

영호충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했다.

[막 사백님께서도 알다시피 저는 모든 일이 여의치 않아 벌써 잊은지 오랩니다.]

소사매 악영산의 모습이 생각이나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이 발개졌다. 갑자기 깔깔 웃으며 낭랑한 소리로 말을 했다.

[저는 애당초 이 험난한 세상을 간파하고 출가하여 중이 되려고 했는데, 출가한 사람은 계율이 너무 엄격하여 술을 마시지 못할까 염려되어 중이 되지 못했읍니다. 하하하.]

비록 크게 웃고는 있지만 웃음 속에는 처량함이 깃들어 있었다.
한참 지난 뒤에 정한, 정일, 정정 세분의 사태를 어떻게 만났는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자기가 그들을 어데게 도왔는가를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담담하게 묘사를 했다. 막대선생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술주전자를 들고 멍청하게 있었다. 잠시 지난 후 말했다.

[좌랭선은 네파를 집어삼켜 하나의 큰파를 만들어 소림, 무당 양대 종파와 함께 삼개파가 되어 각기 무림을 지배하려고 기도하고 있었지. 그의 이러한 모사는 이미 계획된 지 오래 되어 비록 숨기고 노출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벌써 그 낌새를 아록 있었어. 그 되지 못할 놈이 나의 유사제의 금분세수를 허락치 않았고 암암리에 자네의 화산파 검종을 도와 악선생과 장문의 자리를 쟁탈하라고 도운 것은 모두가 다 그일 때문이지. 단지 그가 이렇게도 담이 크게 항산파 사람에게 대낮에 손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는 자기 신분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마교의 사람으로 가장하여 항산파 사람들이 어찌할 수 없도록 협박을 하였읍니다.]
막대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의 다음 계획은 아마 태산파 천문도장에게 손을 쓸 것이네. 마교는 비록 악독하지만 그보다 악독한 놈은 좌랭선이라는자지. 영호 형제, 자네는 지금 화산파 문하의 사람이 아니니 한가로이 떠다니는 구름과 자유로운 학처럼 어느 누구도 구속을 하지 않으니 무슨 정교인지 마교인지를 상관할 필요가 없네. 내가 권하는 것은 자네는 그 중이 될 생각은 말게나. 될 수 있는대로 그 임소저를 구해내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 되네. 다른 사람이 자네의 국수를 먹지 않는다면 이 막대는 혼자서 열그릇이라도 먹어 줄 수 있네. 제미랄놈들!]

그는 말을 할 때 말투는 점잖고 온화했으나 어떤 때는 욕지거리도 서슴지 않았다. 그럴 때면 그는 일파의 장문인 것 같지는 않았다.
영호충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실의에 빠진 것이 단지 영영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소사매의 일에 대해서 이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지.)

그리고 나서 물어봤다.

[막 사백님, 도대체 소림파에서는 어재서 임소저를 가누어놨다고 합니까?]

막대선생은 입을 크게 벌리고 두눈을 뚫어지도록 쳐다보며 얼굴에 이상하다는 표정을 띠며 말했다.

[소림파 사람들이 어째서 임소저를 묶어두고 있는지 자네는 정말 모르겠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고의로 물어보는 말인가? 상호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자네가...... 자네가 모르고 있다니.]
영호충은 말했다.

[지난 몇개월 동안 저는 감옥에 있어서 강호의 소문을 듣지 못했읍니다. 그 임소저가 옛날 소림파의 몇명의 제자들을 죽인 적이 잇는데 그것은 모두 저 때문에 일어난 불상사입니다. 그런데 후에 무슨 실수를 저질러서 소림파에게 잡혔읍니까?]

막대선생은 말했다.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로 자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구면. 자네의 몸속에는 기이한 진기가 들어 있어, 어떠한 약이라도 치료할 수가 없고, 듣건대 좌도의 수천명의 인사들이 오패강에 모인 것은 그 모두가 임소저의 체면 때문에 달려와서 자네의 상처를 치료했다고 들었는데 결국은 사람들은 속수무책이었지. 그렇지 아니한가?]

영호충은 말했다.

[녜, 바로 그렇습니다.]

막대선생은 말했다.

[그 일은 강호를 벌컥 뒤집어 놓았지. 모두들 영호충이라는 자는 여복이 있어서 상상도 못할 흑목애 성고인 임소저의 관심을 받게 되다니, 설령 그 병이 낫지 않는다고 해도 원망할 수 없지 하고 말하고 있네.]

영호충이 말했다.

[막 사백님께서 저를 위해 주시는군요.]

내심 생각하기를, (노두자, 조천추 그들은 비록 좋은 뜻에서 그랬지만 일을 너무나 경솔하게 처리해서 이 일이 강호에 널리 퍼져 영영이 화가 난 것도 무리가 아니지.)

막대선생이 물어봤다.

[그 후에 자네는 몸이 나았지. 그것은 소림파 역근경의 신공을 수련하였기 때문에 나았는가?]

영호충은 말했다.

[아닙니다. 소림사의 방장인 방증대사께서는 자비로우셔서 옛날 저의 허물을 탓하지 아니 하시고 소림파 최고의 무송을 전수해 주시겠다고 하셨읍니다. 그러나 저는 소림파 문하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읍니다. 소림파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림 신공은 절대로 전수받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별 수 없이 방장대사의 기대를 저버렸읍니다.]

막대선생은 말했다.

[소림파는 이 무림에서의 위치는 태산북두와 같은 존재이네. 자네가 그때 화산 문중에서 축출당했을 때이므로 소림파에 들어가기가 좋은 기회일텐데 어째서 자기 생명조차도 돌보지 아니했나?]
영호충은 말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은사와 사모님께서 거두어주시고 키워주셨읍니다. 그 은덕이야말로 갚을 수가 없지요. 단지 저는 먼훗날 은사께서 저의 허물을 용서해 주신다면 다시 문하에 들어가려 했을 뿐 다른 파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읍니다.]

막대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 또한 그렇구먼. 그렇게 맘나다면 자네의 내상은 나았는가? 그렇다면 또 다른 우여곡절이 있었겠지.]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의 내상은 아직 낫지를 못했읍니다.]
막대선생은 의혹에 찬 눈초리로 영호충을 보며 말을 했다.

[소림파와 자네와는 아무런 고나계가 없고 불문의 사람들은 비록 자비롭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자기파의 신공을 전수해 줄 수는 없는 일이야. 방증대사께서 역근경을 전수해주겠다고 승낙한 것은, 자네는 정말 그 사연을 모르고 있나?]

영호충은 말했다.

[저는 실로 무슨 연고가 있는지 모릅니다. 막 사백님께서 가르쳐주십시오.]

막대선생은 말을 했다.

[좋네, 내가 말을 하지. 강호에서 모두 말하기를, 글나 띵흑목애 임소저가 자네를 등에 둘러매고 소림사에 도착해서 방장대사를 찾아 방장대사가 자네의 생명을 구해 주기만 한다면, 그녀를 죽이든지 살리든지 소림사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말을 했었다고 하네.]
영호충은 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벌떡 일어서더니 탁자 위에 술잔들이 떨어졌다. 온몸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손과 발이 떨리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이건...... 이건...... 이건......]

머리속은 정말 복잡하였다. 그당시 자기 몸은 하루하루 연약해졌고, 어느날 밤중 비몽사몽간에 영영의 울음소리가 심리 처절하게 들리고 그녀가 말하기를, '당신은 하루하루 말라만 갑니다. 나는...... 나는......' 말투는 진지하기 짝이 없었으며, 자기는 내심 감격하고 피를 쏟은 다음 그로부터 아무일도 몰랐던 것이다. 자기가 정신이 들어 보니 자기 몸은 소림사의 방 안에 들어 있었고, 방생대사가 이미 온갖 마음을 써서 자기를 구해주었던 것이다. 자기는 줄곧 지금까지 자기가 어떻게 소림사에 갔고, 또한 영영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자기의 생명을 버리고 나를 구해주었구나.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지며 두뺨 사이로 주르르 흘렀다.
막대선생은 탄식을 하며 말했다.

[이 임소저는 풀신이 비록 마교이지만 사내에게 지성으로 다하여 대하니 정말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지 않을 수 없구먼. 소림파 가운데 신국량, 역국신, 황국백, 각월선사, 네명의 제자들이 그녀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가 소림사에 간다는 것은 정말로 무모한 짓이었네. 그러나 자네를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그녀는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것이야. 방증대사는 그렇게 때문에 그녀를 죽일 수 없었고, 또한 그렇다고 그녀를 놓아 줄 수도 없었지. 그래서 그녀는소림사 뒤에 있는 동굴에 갇히는 몸이 되었지. 임소저 휘하에 있는 많은 삼산오악의 무리들이 그녀를 구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 듣건대, 이 몇달 동안 소림사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으며, 잡은 사람은 적어도 백명 가량은 된다고 하지.]

영호충은 마음에 격동이 일어나 한참 동안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한참 지난 후 물었다.

[막 사백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를 모두들 앞에 나서려고하고, 자기편끼리 피를 흘리고 싸움을 한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또 어찌된 일입니까?]

막대선생은 탄식하며 말을 했다.

[이 좌도의 인물들은 평시에 임소저의 명령외에는 모두들 자기 분수를 모르고 으시대며 자기가 잘났다고 그 누구에게도 복종하려 들지 않았지. 이번에 소림사에 가 사람을 구출하는데 있어 모두들 알고 있다시피 소림사는 천하무학의 비조(鼻祖)가 아닌가. 그래서 상당히 어렵게 되었지. 하물며 단독으로 소림사에 침입을 하려는 자는 모두가 함흥차사였어. 그러므로 모두들 힘을 모으고 사람을 모아 동맹을 맺어 가기로 작정을 했지. 그러나 동맹을 맺으면 우두머리가 잇어야 되지 않는가? 듣건대 그 며칠동안 그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겨뤄 죽은 자와 불구가 된 자가 적지 않아. 영호 노제, 내가 보건대 자네가 급히 가야 그들의 행동르 막을 수가 있겠어. 자네가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막을 자가 없지. 하하하! 하하하!]

막대선생이 이렇게 웃자 영호충은 금방 얼굴이 새빨개졌다. 상황으로 보아 그의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 말에 복종을 한다는 것은 단지 영영의 체면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영영이 안다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다. 영호충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영은 나에게 지성으로 대하고는 있지만, 그녀는 얼굴 가죽이 비교적 얇아서 다른 사람들이 그녀가 나에게 혼이 빠질 정도로 좋아하고 있지만 나는 그 행동에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를 제일 싫어한다. 내가 그녀의 그러한 마음에 보답을 한다면 반드시 강호의 사람들이 영호충이 임소저의 치성스런 마음에 감동되어 그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버렸다는 말이 퍼져나가도록 해야 된다. 나는 반드시 홀몸으로 소림사에 들어가 그녀를 구해낼 수가 있다면 그것은 제일 좋은 것이고, 만약 구출해 내지 못해도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행동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말을 했다.

[항산파의 정한, 정일 두 사태께서 소림사에 가셨읍니다. 소림사에 가서 방장에게 그녀를 풀어주게끔 요청하기 위해서이지요. 그래서 이 피비릿내 나는 싸움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막대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어쩐지, 어쩐지. 일이 그렇게 되었구만! 나는 줄곧 정한사태와 같이 신중한 사람이 어떻게 그녀의 문하에 있는 아가씨들과 비구니들을 맡기고 떠났는지이상하게 생각했었지. 그녀가 다른 곳에 간 것은 무두가 자네를 위해서이구만.]

영호충은 말했다.

[막 사백님, 제가 이러한 일을 안 이상 화급을 다투지 않을 수가 없읍니다. 제 몸에 날개가 달려 소림사로 날아가 두 사태께서 부탁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보지 못하는게 한스럽습니다. 그러나 금방 떠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항산파의 이 사저, 사매들은 모두 여자이니 만약 중도에 어떤 이릉띵 당한다면 그것은 모두 저의 책임이니까요.]

막대선생은 말을 했다.

[자네는 거기까지 걱정말고 길을 떠나가게나.]

영호충은 기뻐서 말했다.

[제가 먼저 가도 괜찮을까요?]

막대선생은 대답하지 않았다. 의자 옆에 있는 호금을 들고는 호금을 타기 시작했다.
영호충은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항산파의 제자를 보살펴 준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막대선생의 무공은 비범하니 그가 떳떳이 나타나서 보호하든지 숨어서 보호하든지 항산파는 아무런 염려가 없을 것이다. 그는 즉시 고개를 숙여 예를 차리며 말을 했다.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막대선생은 웃으며 말했다.

[오악검파는 한 그루의 나무와 다름이 없네. 내가 항산파를 도와주는데 자네가 감사하다고 말할 필요는 없네. 그 임사제가 알면 질투가 날걸세.]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럼 제자는 여기서 물러가겠읍니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막 사백님께서 좀 보살펴 주십시오.]

말을 하면서 주점 밖으로 뛰쳐나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강쪽을 바라보니 여러척의 배들에게 비춰나온 불빛이 강물에 반사되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 같았고, 몸 뒤의 작은 주점에서 막대선생이 켜는 호금소리는 조용한 밤에 심히 처량한 감이 들었다.

영호충은 급히 북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날이 밝을 무렵에 큰 읍에 도착하여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호북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식사는 두피(豆皮)였다. 콩을 가루로 내어 얇고 넓적하게 만든 다음 그 안에다가 여러가지 나물을 섞어 먹는 것은 매우 맛이 좋았다. 영호충은 세 접시를 금새 먹고는 돈을 지불하고 문밖으로 나왔다.
앞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그 중에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뚱뚱하였다. 깜짝 놀라 보니 그는 황하노조의 하나인 노두자(老頭子)였다. 영호충은 마음속에 기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노두자! 안녕하십니까.]

노두자는 그를 보자나자 얼굴에는 심히 난감한 표정을 띠었다.
잠시 멈칫하더니 싹 소리를 내며 칼을 뽑아들었다.
영호충은 또 앞으로 한 발짝 걸아나갔다. 그리고 말했다.

[조천추(祖千秋)......]

단지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노두자는 칼을 들고 그를 향해 찍어 내려왔다. 그러나 이 일검은 비록 힘이 들어가고 상당히 매서웠으나 자세가 약간은 이상하였다. 그 칼은 영호충의 어깨에서 한척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휙 하고 지나갔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리곤 외쳤다.

[노선생, 나는...... 나는 영호충입니다!]

노두자는 말했다.

[나도 물론 당신이 영호충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들었지요. 성고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라도 영호충이라는 자를 만나 그를 잡아죽인다면 성고께서 후한 상금아띵 내리신다고요. 이 말씀을 모두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러 사람은 일제히 말을 했다.

[우리도 모두 알고 있소이다.]

여러 사람은 비록 이렇게 말을 했지만 표정은 심히 이상하였다.
그러나 한 사람도 검을 들고 싸우려는 기색은 없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는 킥킥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영호충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러나 영영이 노두자 등에게 말하기를, 자기를 반드시 죽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가 자기를 죽이라고 한 것은 자기를 그녀 가까이 묶어 두기 위함이고, 또 모든 사람에게 그녀가 절대로 영호충을 늘 마음에 둬서가 아니고 오히려 영호충을 미워한다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 뒤로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벌써 그러한 말을 깡그리 잊어먹고 있었는데, 지금에 이르러 노두자의 이런 말을 듣자, 그녀가 아직까지 그 명령을 취소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당시에 노두자 등이 그 말을 전했을 때 군웅들은 믿지를 않았고 그녀가 영호충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스스호 소림파에 잡혔다는 일이 소림사의 제자의 입을 통해서 누설이 되자, 삽시간에 강호를 진동하게 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그와 같은 행동에 대해서 찬탄을 보냈지만, 이 아가씨가 너무나도 강하고 고집이 세며 분명히 자기가 한 남자를 좋아하고 있으면서도 인정치 아니하고 목숨을 걸고 숨기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비웃기도 했다. 이 일은 비단 영영의 밑에 속해 있는 좌도의 호걸들은 상세하게 알 뿐만 아니라 정파중의 인물조차도 그러한 소문을 들어 항상 이야기의 소재거리로 삼고 한바탕 웃었던 것이다. 이때 군웅들은 갑자기 영호충이 나타나자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되어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노두자는 말했다.

[영호 공자, 성고께서 당신을 죽이라고 명령하셨읍니다. 그러나 당신의 무공은 심히 높아 조금 전에 내가 검을 내리쳤으나 적중하지 못했읍니다. 다행히 영호공자께서 봐주셔 제 목숨을 살려주셨으니 감사한 마음 금할 길이 없읍니다. 여러 친구들께서도 보시다시피 영호공자를 죽이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죽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나, 이 노두자가 안 되는데, 당신들도 아마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소?]

여러 사람들은 껄껄껄 웃으면서 말을 했다.

[맞는 말이오!]

한 사람이 말했다.

[조금 전에 우리가 한바탕 있는 힘을 다해서 대항했으나 쌍방이 모두 힘이 빠져 그 누구도 죽일 수가 없어 별 수 없이 싸움을 그쳤지요. 모두들 가서 술 시합을 해보면 어떻겠소? 만약에 우리중에 어떤 자가 영호공자에게 술을 먹여 줄일 수만 있다면 성고께서 물어보아도 적당하게 대답할 수가 있을 것이오.]

여러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모두들 말하였다.

[그것 참 묘안입니다. 묘안이오.]

또 한사람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성고께서 우리들에게 영호공자를 죽이라고 하셨는데, 반드시 칼로 죽이라는 규정이 없었소. 술을 먹여 취해서 죽여도 안 될 것이 없지 않소? 이것을 보고 힘이 미치지 못하면 머리를 쓴다는 것이오.]

여러 사람은 껄껄껄 환호하듯 웃어댔다. 영호충을 에워싸고 즉시 큰 주점으로 들어갔다. 사십여 명은 여섯개의 탁자에 가득 앉았다. 몇 사람이 의자와 탁자를 두드리며 크게 외쳤다.

[술을 가져와라!]

영호충은 좌석에 앉은 다음 물었다.

[성고께선 도대체 어떻게 되었소? 마음이 급해서 참을 수가 없소.]

군웅들은 그가 영영에 대해서 관심을 갖자, 모두들 기뻐하였다.
노두자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12월 15일에 소림사로 가서 성고를 마중하기로 했읍니다. 이 며칠동안 누가 맹주가 되느냐는 문제 때문에 서로가 다투고 싸움을 해서 일이 그칠 날이 없읍니다. 영호공자께서 도착하셨으니 더이상 좋을게 없군요. 맹주 자리를 당신이 앉지 않는다면 누가 앉겠읍니까? 설령 다른 사람이 그 맹주 자리에 앉는다 해도 성고가 나오시면 그 어르신께서는 그리 기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명의 머리가 하얀 노인이 말했다.

[그렇소이다. 영호공자께서 앞장서 이끈다면 설령 어려움을 만나 성고를 구출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어르신께서 그 소식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심히 기뻐하실 것입니다. 이 맹주의 자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호공자가 앉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호충은 말했다.

[누가 맹주의 자리에 앉느냐는 것은 작은 일입니다. 성고를 구출해 낼 수만 있다면 저의 몸이 가루가 된다해도 절대로 그 누구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오.]

그의 이 몇마디는 듣기 좋으라고 떠드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영영이자기를 위해서 몸을 버린데 대해 심히 감격했으며, 만약 그가 영영을 구하다 죽는다면 그 이상 바램은 없을 것이고, 만약 평상시 같으면 이런 자기의 생각을 마음속에 묻어 두고 여러 사람 앞에서 선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있는 목청을 다돋우어 자기의 일을 밝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더이상 영영을 비웃지 않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여러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더욱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성고의 안목에 내심 칭찬을 하고 있었다. 그 머리가 하얀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니 영호공자는 다정다감하고 정말로 의리가 있는 영웅이시군요. 만약 강호에서 떠도는 소문처럼 영호공자가 아무 일에 상관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말로 실망했었을 것이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이 몇개월 동안 저는 실수로 몸이 감금된 상태여서 강호의 일들을 하나도 모르고 있소이다. 그러나 밤낮으로 성고를 생각한 나머지 머리가 하얗게 세었소. 자자자 여러분들에게 술 한잔을 권하여 성고를 위해서 이렇게 몸을 돌보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말을 하면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술잔을 들어 마셨다. 여러 사람들도 따라서 술잔을 비웠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노선생, 노선생의 말씀은 맹주의 자리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투고 의리를 상하고 있다 하셨는데 일이 더 늦지 않게 빨리 가서 말려야 되지 않겠읍니까?]

노두자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조천추와 야묘자는 이미 그곳에 갔읍니다. 우리도 그곳에 가야만 합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모두들 어디에 모여 있는 모르겠군요?]

노두자가 말했다.

[모두가 황보평(黃保坪)에 모여 있읍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황보평이라니요?]

그 머리가 햐얀 노인이 말을 했다.

[그곳은 상양 서쪽에 있는 형산(荊山)에 있읍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우리 빨리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후에 황보평으로 갑시다. 우리들은 이미 삼일날 삼일밤을 술 시합했고 모두들 있는 힘을 다해서 싸웠으나 결국은 이 영호충을 죽이지 못했소이다. 앞으로 성고를 만나게 되면 그렇게 말을 하면 되겠지요.]

군웅들은 크게 웃으며 일제히 말을 했다.

[영호공자께서는 주량이 마치 바다와 같습니다. 아마 삼일낮 삼일밤을마신다 해도 우리가 어쩔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영호충은 노두자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걸었다. 그리고 물었다.

[따님의 병은 많이 나았는지요?]

노두자는 말했다.

[공자께서 염려해 주신 덕택으로 비록 아직 낫지는 않았으나 다행히 더 악화되지는 않았읍니다.]

영호충은 내심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 나머지 사람들이 자기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을 보자 물었다.

[여러분 친구들께서 말하기를 성고는 여러분에게 큰 은덕을 베풀었다고 하는데 나는 실로 그 사연을 모르겠읍니다. 성고와 같이 나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렇듯 많은 강호의 친구들에게 큰 은덕을 베풀 수 있었읍니까?]

노두자는 말을 했다.

[공자는 정말로 그 사연을 모르십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모릅니다.]

노두자는 말을 했다.

[공자는 우리 사람이므로 속여서는 안 되지만 우리 모두는 성고께 맹세를 했었읍니다. 절대로 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기로요. 공자게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호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말씀하시기가 불편하시면 말씀을 안 하시는게 좋겠지요.]
노두자는 말을 했다.

[앞으로 성고께서 공자께 친히 말씀해주시면 그게 더 좋지 않겠읍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 사람들은 도중에 두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도 역시 황보평으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합쳐지자 사람수는 이미 백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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