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과 웬디 16

나단비 | 2024.02.09 00:04:25 댓글: 0 조회: 103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6301
제16장 집으로 돌아오다


그날 아침에 종이 두 번 울리자 그들은 모두 서둘러 움직였다. 큰 항해가 있을 예정이었다. 갑판장인 투틀스도 무리에 섞여, 밧줄을 한 손에 쥐고34) 담배를 씹고 있었다. 모두들 무릎 근처에서 잘라 낸 해적 옷을 입고 깔끔하게 면도를 한 채 갑판에 모였으며, 진짜 뱃사람 같은 태도로 바지를 추켜올렸다.

선장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닙스와 존은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를 맡았다. 배에는 여성도 한 명 있었다. 나머지는 돛대 앞의 타르35)였고, 앞 갑판에서 지냈다. 피터는 이미 타륜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선원을 호출했으며, 그들에게 짧은 연설을 했다. 그들이 씩씩한 선원으로서 임무를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자기는 그들이 리우와 골드 코스트〔황금 해안〕의 쓰레기들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그에게 말대꾸를 하면 그들을 찢어발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퉁명스럽고 귀에 거슬리는 말들은 선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이들은 그를 향해 신 나게 환호성을 올렸다. 곧이어 몇 가지 날카로운 명령이 내려지고, 이들은 배를 돌려서 영국을 향해 나아갔다.

팬 선장은 해도를 살펴본 다음에, 이 날씨가 계속된다면 6월 21일쯤에 아조레스 제도에 도착할 것이며, 그때 이후로는 날아가는 편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해 주리라고 계산했다.

일부 아이들은 이 배를 정직한 배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또 다른 아이들은 해적선으로 유지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선장은 이들을 개처럼 대했으므로, 아이들은 차마 사발통문36)에서라도 자기네 소원을 그에게 감히 드러내지는 못했다. 즉각적인 순종이야말로 유일하게 안전한 것이었다. 슬라이틀리는 측심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멍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열몇 대를 얻어맞았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피터가 지금은 웬디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한 정도로만 정직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옷이 준비되면 변화가 있을 텐데, 그 옷으로 말하자면 후크의 가장 사악한 복장 일부를 고친 것으로, 웬디는 그 일에 반대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피터를 위해 옷을 만들고 있었다. 나중에 아이들 사이에서 오간 속삭임에 따르면, 피터는 그 새로운 옷을 입은 첫날 밤에 선실에 한참 동안 앉아서, 후크의 궐련 물부리를 입에 물고, 한쪽 손은 움켜쥔 상태에서 가운뎃손가락만 펴고 있었는데, 그 손가락을 구부려서 마치 갈고리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위로 치켜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배를 지켜보는 대신에, 이제 우리는 오래전에 주인공들이 무정하게도 날아가 버렸던 쓸쓸한 집으로 돌아가 봐야 하겠다. 지금까지 줄곧 14번지를 등한시했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 같다. 그래도 우리는 달링 부인이 이에 대해 비난하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더 일찍 이곳으로 돌아와서 안타까운 동정심을 품고 바라보았다고 치면, 그녀는 아마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어리석은 짓 말아요! 내가 뭐 중요하겠어요? 어서 돌아가서 아이들이나 지켜봐 주세요.” 어머니들이란 늘 이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항상 어머니를 이용해 먹는다. 그들은 이 사실을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와서야 우리는 저 친숙한 육아실을 들여다볼 텐데, 왜냐하면 그곳의 적법한 주인들이 지금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단지 이들보다 한 걸음 먼저 달려와서, 이들의 침대가 잘 정돈되어 있고, 달링 씨와 부인은 저녁에 외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는 기껏해야 하인일 뿐이다.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전혀 고마워하지도 않고 서둘러 떠나 버렸는데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들의 침대가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돌아와 보니 부모님은 주말을 교외에서 보내고 있었더라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적절하지 않을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들을 만난 이후로 줄곧 그들에게 필요했던 도덕적 교훈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식으로 궁리한다면, 달링 부인은 우리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무척이나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는, 바로 저자들이 하는 방식대로 아이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목요일에는 이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그녀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이 일은 웬디와 존과 마이클이 고대하던 ‘깜짝 등장’을 몹시도 완벽하게 망쳐 버릴 것이다. 그들은 배에서 이 계획을 세웠다. 어머니의 환희, 아버지의 기쁜 외침, 나나의 공중으로 뛰어오르기와 함께, 모두들 이들을 먼저 끌어안으려고 덤빌 텐데, 그러기 위해서 이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잘 숨어 있기였다. 그런데 이 소식을 미리 폭로함으로써 그 모두를 망쳐 놓는다면 얼마나 달콤한 일일까. 그러니까 아이들이 당당하게 집에 들어섰을 때, 달링 부인은 웬디에게 심지어 입도 맞춰 주지 않고, 달링 씨는 토라진 듯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빌어먹을, 여기 이 녀석들이 다시 들어왔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일에 대해서도 아무런 감사의 인사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때쯤 우리는 달링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으므로, 아이들에게서 작은 즐거움을 빼앗은 데 대해 그녀가 우리를 매우 야단치리라고 충분히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친애하는 부인, 목요일까지는 아직 열흘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씀드린다고 치면, 우리는 당신에게서 열흘 동안의 불행을 덜어 드리는 셈입니다.”

“그래요, 하지만 그 대가를 보세요! 아이들에게서 10분 동안의 기쁨을 빼앗는 것이잖아요.”

“아니, 당신께서 꼭 그런 방식으로 보시겠다면야.”

“그렇다면 제가 그렇게 말고 다른 어떤 방식으로 봐야 할까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여성은 제대로 된 생각이란 것 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나는 그녀에 관해서 이례적으로 좋은 이야기들을 할 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경멸하며, 이제는 그 이야기들 중 단 하나도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녀는 뭘 준비하라는 조언을 사실상 필요로 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이미 모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침대는 모두 정리되어 있으며, 그녀는 결코 집을 비우지 않았고, 창문이 열려 있는지 살펴본다. 우리가 그녀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다시 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 만큼은 계속 곁을 지키며 바라보는 게 좋겠다. 우리는 말 그대로 지켜보는 사람들이니까. 아무도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따끔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부디 그들 중 누군가는 아파하기를 고대하자.

야간 육아실에서 눈에 띄는 유일한 변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곳에 개집이 더 이상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날아가 버리고 나서, 달링 씨는 이 모두가 나나를 쇠사슬에 묶어 둔 자기의 책임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느 면으로 보나 자기보다는 개가 더 현명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물론 우리가 이미 살펴본 대로 그는 상당히 단순한 사람이었다. 만약 대머리를 도로 없앨 수만 있다면, 그는 다시 남자아이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또한 그는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고결한 정의감과 투철한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아이들이 날아가 버리고 나서, 이 문제를 무척이나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그는 네발로 기어서 개집으로 들어갔다. 달링 부인이 온갖 말로 어르고 꾀어서 나오라고 했지만, 그는 서글프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여보, 나한테는 여기가 딱이야.”

후회의 씁쓸함 속에서 그는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결코 개집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달링 씨는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반드시 과도하게 해야만 했으며, 그렇지않으면 그는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한때는 자부심이 강했던 조지 달링보다 더 겸손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으니, 그는 저녁 시간에 개집에 들어앉아 아이들에 관해서, 그리고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 모두에 관해서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우 감동적인 부분은 나나를 향한 그의 복종이었다. 그는 비록 이 개가 개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만, 그 외의 다른 모든 문제에서는 이 개의 의견에 암묵적으로 따랐다.

매일 아침 개집은 달링 씨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채로 택시에 실렸고, 그렇게 해서 그의 사무실까지 운반되었다가, 오후 6시면 같은 방식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과거에 그가 이웃의 의견에 얼마나 민감했는지를 우리가 기억한다면, 이 남자의 성품에 들어 있는 강인함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남자는 이제 일거수일투족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내면적으로는 그 역시 고통을 겪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의 작은 집을 비판할 때에도 그는 태연한 외관을 유지했으며, 그 안을 들여다보는 숙녀에게는 항상 정중하게 모자를 들어 올리며 인사를 했다.

그건 돈키호테 같은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한 일이기도 했다. 머지않아 그가 하는 행동의 숨은 의미가 외부로 흘러 나가면서 수많은 대중이 감동을 받았다. 사람들이 택시를 따라왔고,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예쁜 아가씨들이 택시에 올라와서 그의 사인을 받아 갔고, 비교적 고상한 축에 속하는 신문에 그의 인터뷰가 실렸으며, 사교계 인사들은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개집에 들어가 오셔도 무방합니다.”

사건이 많았던 바로 그 목요일, 달링 부인은 야간 육아실에서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우 슬픈 눈을 한 채로. 이제 우리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노라면, 그녀가 예전에는 얼마나 쾌활한 여성이었는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아이를 잃어버린 이후로 이 모두가 사라져 버렸으므로, 나로선 여하간 그녀에 관해서 나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하찮은 아이들이 그렇게나 좋다니 어쩌겠는가. 그녀가 의자에 앉아서 잠들어 버린 모습을 보라. 그녀의 입가, 사람들이 맨 처음 바라보는 그곳은 생기 없이 시들어 있었다. 그녀의 한 손은 침착하지 못하게 가슴에 놓여서, 마치 그곳의 고통이라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어떤 사람은 피터를 가장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웬디를 가장 좋아하지만, 나는 그녀를 가장 좋아한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그 개구쟁이들이 지금 돌아오고 있다고 우리가 잠결에 그녀에게 속삭인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실제로 이곳 창문에서 3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지점에 도달했으며, 힘차게 날아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다만 그들이 오고 있다는 말만 속삭여도 그만일 것이다. 어서.

우리가 실제로 그렇게 하자, 안쓰럽게도 그녀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고 오로지 나나뿐이었다.

“아아, 나나, 우리 귀여운 아이들이 돌아오는 꿈을 꾸었단다.”

나나는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지만, 이 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자기 앞발을 여주인의 무릎에 올려놓는 일뿐이었다. 개집이 도착했을 때에도 이들은 그 상태로 앉아 있었다. 달링 씨가 고개를 내밀어 부인에게 입을 맞출 때, 우리는 그의 얼굴이 예전보다는 더 늙어 있음을, 그러나 더 부드러운 표정이 생겨 있음을 본다.

그는 모자를 라이자에게 건넸고, 하녀는 코웃음 치는 듯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상상력이 없었으므로, 이런 남자의 동기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바깥에서는 택시를 뒤따라 집까지 온 사람들이 여전히 환호성을 올려 댔으니, 그는 여기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소리 좀 들어 봐요.” 그가 말했다. “무척 뿌듯하군.”

“꼬마 남자아이들이 아주 많네요.” 라이자가 빈정거렸다.

“오늘은 어른도 몇 있었어.” 달링 씨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그녀에게 장담했다. 하지만 그녀가 머리를 홱 치켜들었어도, 그는 차마 그녀를 야단칠 말을 찾지 못했다. 사회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는 교만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상냥해졌다. 한동안 그는 개집에서 몸을 반쯤 내밀고 앉아 있었으며, 이러한 성공에 관해 달링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러한 성공 때문에 남편이 초심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인이 말하자, 안심시키려는 듯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하지만 내가 연약한 남자였다면” 그가 말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만약에 연약한 남자였다면!”

“그리고, 조지.” 그녀는 소심하게 말했다. “당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후회로 가득하죠, 안 그래요?”

“후회로 가득하지, 여보! 내가 받는 벌을 좀 보라고요. 개집에서 살아가잖소.”

“하지만 이건 벌이잖아요. 안 그래요, 조지? 이걸 즐기지 않는다고 당신은 자신할 수 있어요?”

“여보!”

여기서 부인은 남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여러분은 확신할 것이다. 곧이어 졸음이 오자, 그는 개집 안에서 둥글게 몸을 말았다.

“내가 잠들 때까지 당신이 연주를 해 주면 어떻겠소?” 그가 물었다. “육아실의 피아노로 말이에요.” 그녀가 주간 육아실로 건너가는 동안, 그는 무심코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저 창문은 좀 닫지 그래요. 바람이 찬데.”

“어머 조지, 저더러 그렇게 하라고 부탁하지는 말아요. 저 창문은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 열려 있어야 해요, 언제나, 언제나.”

이번에는 오히려 남편이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차례였다. 그녀는 주간 육아실로 들어가 피아노를 연주했고, 그는 금세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든 사이에 웬디와 존과 마이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이런, 그들이 아니다. 우리가 배를 떠나기 전에 아이들이 궁리한 귀여운 계획이 바로 이것이었으므로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났음이 분명한데, 지금 방으로 날아 들어온 것은 그들이 아니라 피터와 팅커 벨이었기 때문이다.

피터의 첫마디는 그간의 일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

“서둘러, 팅크.” 그가 속삭였다. “창문을 닫아. 문고리도 걸고. 바로 그거야. 이제 너랑 나는 문을 통해 여기서 나가는 거야. 그러면 웬디는 여기 왔다가 어머니가 창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를 내쫓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면 그녀는 나와 함께 돌아가게 될 거야.”

그제야 나는 지금까지 어리둥절했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해적을 물리치고 난 뒤에도 왜 피터가 혼자 섬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팅크가 알아서 아이들을 영국까지 안내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는지 하는 것이었다.

자기가 나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감정 대신에, 그는 오히려 기뻐서 춤을 추었다. 그러다가 그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누구인가 보려고 주간 육아실을 흘끗 들여다보았다. 그는 팅크에게 속삭였다. “웬디의 어머니야. 예쁜 숙녀지만, 물론 우리 어머니만큼 예쁘지는 않아. 입가에는 골무가 수두룩하지만, 물론 우리 어머니만큼 수두룩하지는 않고.”

물론 피터는 자기 어머니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때때로 이렇게 어머니에 관해 허풍을 떨었다.

그가 잘 알지도 못했던 그 곡조는 바로 <즐거운 나의 집>이었는데, 그는 이 노래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음은 알았다. “돌아와라, 웬디, 웬디, 웬디.” 그러자 그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당신은 결코 다시는 웬디를 보지 못할 거야, 숙녀님! 왜냐하면 창문은 걸어 잠갔으니까.”

음악이 갑자기 멈추어서 그는 왜인지 알아보려고 다시 한 번 방을 들여다보았다. 피아노 뚜껑에 머리를 올려놓은 달링 부인이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창문을 도로 열어 놓기를 원해.’ 피터가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안 할 거야, 안 할 거라고!’

그는 다시 한 번 방을 들여다보았는데, 여전히 눈물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어쩌면 다른 눈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녀는 웬디를 끔찍이 좋아하는구나.” 그가 혼잣말했다. 웬디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 때문에 그는 이제 화가 나 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도 그녀를 좋아하니까. 우리 두 사람이 나란히 그녀를 가질 수는 없어, 숙녀님.”

하지만 숙녀는 웬디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어서 피터는 언짢았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으나, 그런 뒤에도 그녀는 호락호락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까불고 뛰어놀면서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지어 보였지만, 그런 행동을 멈추자마자 그녀가 다시 그의 마음속에 들어와 문을 두들기는 것만 같았다.

“아, 알았다고.” 피터는 마침내 이렇게 말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더니 고리를 풀고 창문을 열어 버렸다. “어서, 팅크!” 그의 외침에는 자연의 법칙을 향한 섬뜩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어리석은 어머니 따위, 우리한테는 필요 없어.” 그는 날아가 버렸다.

그리하여 웬디와 존과 마이클은 자기들을 위해 활짝 열려 있는 창문을 발견했는데, 이는 물론 이들이 받아 마땅한 것 이상이었다. 이들은 마루에 내려앉았으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었다. 가장 어린 녀석은 이미 자기 집도 잊어버린 채였다.

“존.” 마이클이 의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 여기는 예전에 한 번 와 본 것 같아.”

“당연히 와 봤겠지, 이 멍청한 녀석. 저기 네 옛날 침대가 있잖아.”

“정말 그러네.” 마이클은 이렇게 말했지만, 아주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개집이 있어!” 존이 외쳤다. 그러면서 그는 그쪽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쩌면 나나가 거기 있을지 몰라.” 웬디가 말했다.

하지만 존은 놀랍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다. “이런, 웬 아저씨가 있는데.”

“아버지잖아!” 웬디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아버지면 나도 좀 보여 줘.” 마이클이 간절히 애원하더니, 결국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죽인 해적만큼 크지도 않은걸.” 아이가 워낙 솔직한 실망을 드러냈기 때문에, 나로선 달링 씨가 잠들어 있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만약 그가 꼬마 마이클에게서 맨 처음 듣는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면, 무척이나 슬퍼했을 테니까.

웬디와 존은 자기 아버지가 개집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존은 자기 기억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말했다. “아버지가 개집에서 주무신 적은 없지 않았어?”

“존.” 웬디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어쩌면 우리의 예전 생활에 관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잘 기억하지는 못하는 건지도 몰라.”

아이들은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그럴 만도 했다.

“어머니는 무척이나 무신경하셔.” 어린 악당 존이 말했다. “우리가 돌아왔는데도 여기 계시지 않으니까.”

바로 그때 달링 부인이 피아노를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야!” 웬디가 이렇게 외치며 그쪽을 돌아다보았다.

“정말이네!” 존이 말했다.

“그러면 누나는 사실 우리 어머니가 아닌 거야, 웬디?” 이렇게 말하는 마이클은 졸린 모습이 역력했다.

“어머, 얘!” 웬디는 깜짝 놀라 외쳤으며, 그제야 처음으로 진정한 후회의 고통을 느꼈다. “이제는 우리가 돌아올 때가 된 거야.”

“우리 몰래 방으로 들어가자.” 존이 제안했다. “그래서 우리 손으로 어머니 눈을 가리는 거야.”

하지만 웬디는 이 기쁜 소식을 좀 더 부드럽게 폭로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나은 계획을 내놓았다.

“우리 모두 자기 침대로 들어가 있자. 어머니가 들어오시면 우리는 거기 있는 거지. 마치 한 번도 어디 다녀온 적이 없는 것처럼.”

그리하여 남편이 잠들었는지 확인하려고 달링 부인이 야간 육아실로 돌아왔을 때, 침대에는 모두 사람이 누워 있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기쁨의 외침을 내놓기를 기다렸지만, 그런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을 보았지만, 아이들이 거기 있다는 걸 믿지 못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녀는 꿈에서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워낙 자주 보았던 터라, 이 역시 여전히 자기 곁에 떠돌아다니는 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난롯가의 의자에 앉았고, 그곳은 예전에 그녀가 아이들을 돌보던 자리였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셋 모두 싸늘한 공포를 느꼈다.

“어머니!” 웬디가 외쳤다.

“저건 웬디지.”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게 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머니!”

“저건 존이고.” 그녀가 말했다.

“어머니!” 마이클이 외쳤다. 이제는 그도 어머니를 알아보았다.

“저건 마이클이네.”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는 품에 안을 수 없을 저 작고 이기적인 세 아이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러나 그녀는 품에 안고야 말았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그녀에게 달려온 웬디와 존과 마이클을 양팔로 끌어안았던 것이다.

“조지, 조지!” 말문이 터지자마자 그녀는 외쳤다. 달링 씨도 자다 말고 일어나서 그녀가 받은 축복을 함께 나누었고, 나나도 달려 들어왔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광경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이는 창문에서 쳐다보던 기묘한 남자아이 하나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결코 모를 황홀감을 그는 수없이 느낀 바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창문 너머로 바라보고 있는 그 한 가지 기쁨으로 말하자면, 그로선 반드시 영영 멀리해야 할 것이었다.




34) 갑판장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꾸물거리는 선원들에게 밧줄을 채찍처럼 휘둘러 체벌을 가하는 것이었다.
35) ‘잭 타르’는 일반 선원을 지칭하는 표현이며, 이들의 거처는 대부분 배 한가운데인 돛대 근처였다.
36) 맨 처음 서명한 주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원 둘레에 돌아가며 서명을 적은 연판장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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