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형상성과 유모아

더좋은래일 | 2024.05.08 15:35:31 댓글: 1 조회: 209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992


소설


형상성과 유모아


미국작가 마크 트웬에게 편지 한장이 왔습니다. 뜯어보니 거기에는 적혀있기를

<<선생님, 작가가 되려면 물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데 어느만큼 먹어야 되는지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마크 트웬은 곧 회답을 썼습니다.

<<녜, 큰 고래 두어마리 잡수십시오.>>

이 경우에 트웬선생이 만약 작가가 되는데 물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것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하는 회답을 주었다면 그것은 그 당시에 아무러한 인상도 주지 못했을뿐아니라 후세에도 아무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것입니다.

유모아가 소설에서 발휘하는 위력도 대개 이와 같습니다.

한 가난한 선비가 겨울에 핫옷 즉 솜옷이 없어서 겹옷을 입고 덜덜 떠는것을 보고 어떤 사람이 괴이쩍게 여겨서 물었습니다.

<<선생님, 이 추운 때 어째 그렇게 겹것을 입구 떠십니까?>>

한즉 선비가 대답하기를

<<녜, 저 홑옷을 입으면 더 추워서요.>>

그 선비는 엄동설한에도 홑옷과 겹옷외에는 선택의 여지라는게 없다는것이 그 한마디의 말로 환히 드러납니다. 살림이 어떻게 곤궁하고 어떻게 쪼들리고... 길게 늘어놓아 설명하는것보다 듣는 사람의 가슴에 훨씬 더 많이 안겨오는게 있습니다.

형상화 즉 문학예술에서(우리로 말하면 소설창작에서) 예술적으로 형상한다는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프랑스작가 듀마가 독일에 관광려행을 갔을 때 유명한 버섯료리점에 들려서 명물의 버섯료리를 청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떡헙니가. 듀마는 독일말을 모르고 료리점 보이는 프랑스말을 모릅니다. 그래서 듀마는 머리를 썼습니다. 연필로 종이에다 버섯 하나를 그려보였습니다. 버섯료리를 가져오라는 뜻이지요. 보이는 그 그림을 들여다보더니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얼른 가서 우산 하나를 갖다주는게 아니겠습니까. 버섯을 어찌나 잘 그렸던지 보이가 우산으로 잘못 본것입니다. 이 한가지 사실로 듀마의 그림그리는 솜씨가 얼마나 알뜰하다는것도 드러났거니와 그보다도 버섯료리점 보이의 아둔하기짝이 없는 맹꽁이형상에 눈에 보이는것 같이 드러났습니다.

홍명의선생의 <<림꺽정>>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억석이의 딸 이야기가 난 뒤로 좌중의 여러 사람이 모두 지껄여도 입 한번 뻥긋 아니하고 앉았던 곽오주가 서림이의 말을 듣고

<<우리가 거북할게 무어 있담. 애비는 졸개루 대접하구 딸은 제수로 대접하면 고만이지.>>

하고 말하였다. 오가가 웃으면서

<<배두령의 안해를 제수로 대접하다니. 배두령이 자네 아운가?>>

하고 오주의 말을 책잡으니 오주가 코방귀를 뀌며

<<그럼 나이 어린 기집애라두 형되는 사람이 데리구 살면 형수대접해야지.>>

<<형수로 대접하구싶거든 하시우. 누가 말리우.>>

<<자네는 제수대접하구 나는 형수대접하면 을축갑자루 셈판이 잘되겠네.>>

오가의 말에 다른 두령은 고사하고 돌석이까지 웃었다.


이 몇마디의 대화를 통해서 입심 좋고 흥감스러운 오가와 넉살이 좋으면서도 무뚝뚝한 곽오주의 성격이 바로 옆에 앉아서 보고 듣는것 같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오가는 이러저러한 사람이고 또 곽오주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라고 길게 늘어놓아 설명을 하는것보다 훨씬 더 생동한 인상을 줍니다.

우리 집에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살 먹은 손자가 있습니다. 이놈이 몸에 열이 좀 있는것 같아서 불러다 앉히고 체온을 재여봤습니다. 36도 9분... 크게 념려할것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대로 체온계를 털었습니다. 수은주를 털었단 말입니다. 한즉 손자놈이 나를 쳐다보고

<<할아버지 몇돕니까?>>

하고 묻는게 아니겠습니까. 제따위가 몇도인지는 알아서 무어하겠습니까. 아나마나 마찬가지지요. 그래 나는 례사롭게

<<36도 9분이다. 일 없다.>>

하고 대답해주었습니다.

<<36도 9분? 어디 나두 좀 보겠습니다.>>

<<이제 할아버지 터는거 너 못 봤니? 벌써 털어버렸는데 어떻게 봐?>>

내 이 말을 손자놈은 곧 허리를 구푸리고 방바닥을 온데 찾아보는것이였습니다. 할아버지가 털어서 방바닥에 떨어진 36도 9분을 찾아보려는것입니다. 36도 9분을 아마 무슨 콩사탕 같은걸로 아는 모양입니다.

여섯살짜리 어린아이는 발전하는 지능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다는것을 잘 말해주는, 형상적으로 잘 말해주는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전에 농촌에 생활체험을 내려갔을 때의 일입니다. 저녁에 마을에 회의가 있다고 해서 갔더니 너무 일찍 가서 그런지 모인 사람이 얼마 안됩니다. 나중에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장내를 한번 둘러보더니 웃으며 하는 소리가

<<가물에 콩나듯했구먼.>>

회장에 사람이 덜 모인 형상을 이보다 어떻게 더 생동하게 묘사할수 있겠습니까.

어떤 한족사람이 헌 자전거를 보고

<<출라링뚜샹(除了铃都响)>>이라고 비웃는것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종만 빼놓고 다 소리가 난다는 뜻이겠지요. 정작 소리가 나야 할 종은 소리가 안나고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할 다른데서는 다 덜커덕덜커덕 소리가 난다는 말이니 이 얼마나 형상성이 강합니까. 이 세상의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동서고금의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헌 자전거를 묘사하는데 이보다 더 형상적으로 묘사를 하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림꺽정>>에서 또 하나 례를 들어봅니다.

꺽정이가 이야기를 하려고 돌아서니 황천왕동이는 리봉학이 뒤에 섰다고 옆으로 나서고 신불출이와 곽능통이는 황천왕동이 섰던 자리로 들어섰다.


림꺽정이는 화적패의 대장이고 리봉학이와 황천왕동이는 두령입니다. 그리고 신불출이와 곽능통이는 시위니까 신분의 차이가 모두 뚜렷합니다. 리봉학이와 황천왕동이는 같은 두령이라도 리봉학이가 퍽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대장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들은 모두 자기의 신분에 알맞는 자리에 서는것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림꺽정이의 이야기하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는것 같은 립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작자가 만약 이 대목을 그저 <<림꺽정이가 이야기를 하려고 돌아섰다.>> 해놓고 잇달아서 <<이야기>>로 들어갔다면 독자는 직접 눈으로 보는것 같은 립체감을 느낄수는 없을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형상화하는 면에서 실패로 될것입니다. 우리는-소설을 쓰는 사람들은-언제나 이 상세하고 구체적인 동작의 묘사를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어떤 남편이 밤낮 녀편네에게 눌리워 지냅니다. 다시말하면 늘 맞아대며 삽니다. 걸핏하면 녀편네에게서 비자루찜질, 부지깽이찜질을 당한다 말입니다. 하루는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다고 녀편네가 비자루를 거꾸로 들고 답새려 덤볐습니다. 남편은 다급해서 얼른 침대밑으로 기여들어갔습니다. 녀편네가 침대밑을 들여다보며

<<나와! 어서 나와! 냉큼 나오지 못할가!>>

호령이 추상같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점점 더 깊이 들어가서 벽에 딱 달라붙었습니다. 그리고 씩씩하게 대꾸질을 하는것이였습니다.

<<안 나가! 나두 사내대장부야! 한번 안 나간다면 안 나가는줄 알아!>>

녀편네는 무섭지, 사내대장부의 체면과 자존심은 속에 살아있지... 이 가련한 <<사내대장부>>의 모순된 심리와 행동이 얼마나 잘 나타나겠습니까! 우스운중에도 동정이 가고 동정이 가면서도 <<예끼, 이 못난 자식!>>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형상화하지 않은 소설은 문학의 범주에 드는것이 아니라 리론의 범주에 듭니다. 리론적으로는 얼마나 큰 가치가 있을지는 몰라도 소설로서는 실패입니다.

우리의 소설에는 일반적으로 유모아가 부족합니다. 너무 따분하단 말입니다. 영화구경을 하고 온 사람에게

<<그 영화 교육적의의가 있습디까?>>

하고 물어보는 사람을 나는 일찌기 보지 못했습니다(다른분들은 혹시 보셨는지 몰라도 나는 못 봤습니다). 내가 본 사람들은 례의없이 다 이렇게 물어봅디다.

<<그 영화 재미있습디까?>>

이와 마찬가지로 재미없는 소설은 읽지를 않습니다. 소설은 약이 아니거든요. 억지로 먹이지는 못한단 말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 있더라도 읽어주지를 않는데야 무슨 수가 있습니까. 읽혀야 합니다, 읽도록 해야 합니다. 읽히려면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재미가 있으려면 유모아적인 필치로 쓰는것이 가장 좋습니다. 말에 맛이 있어야 합니다. 유모아는 우리 말로 익살이라는 뜻도 되고 우스개라는 뜻도 되고 또 해학이란 뜻도 됩니다. 재미있는 말을 골라서 써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그런 재미있는 말들이 강변의 조약돌 같이 많고 하늘의 별 같이 많습니다. 웃음속에 철리가 담긴 소설은 읽지 말래도 읽습니다. 그리고 거기 담긴 철리를 깨닫지 말래도 깨닫습니다.

끝으로 위대한 로신의 작품 하나를 례로 들겠습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닙니다. 몇줄 안되는 아주 짧은 잡문입니다. 그 경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집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온 집안이 다 좋아서 야단입니다. 백날에 손님들을 청해다놓고 어린아이를 안아내다 보입니다. 물론 경사로운 말을 듣자는거지요. 한 손님이 말하기를

<<이 애기는 커서 백만장자가 될테니 두고보십시오.>>

주인이 좋아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고맙다고 치사를 한것은 더 말할것도 없는 일입니다.

다음 손님도 뒤지지 않고 칭잔을 했습니다.

<<이 애기는 커서 높은 벼슬을 할게 환히 알립니다.>>

이 손님도 물론 주인의 치사를 단단히 받았습니다.

세번째 손님은 고지식한 사람이였습니다. 어린아이가 장차 커서 무엇이 될지 미리 어떻게 압니까? 입에 발린 거짓말을 할수 없고 또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하는것은 실례이겠고... 해서 이 손님은 고지식하게 정말을 했습니다.

<<이 애기가 크면... 죽을겁니다.>>

사람이란 세상에 났다가 한번은 꼭 죽기 마련입니다. 생로병사가 아닙니까. 그러나 고지식한 손님은 즉사하게 얻어맞았습니다. 온 집안이 달려들어서 넙치를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무 대접도 못 받고 쫓겨났습니다. 거짓말한 사람들은 대접을 잘 받고 정말을 한 사람은 뭇매를 맞고 쫓겨났습니다. 고지식한 손님이 하도 기가 막혀서 선생님을 찾아가 여쭈어봤습니다.

<<선생님, 거짓말두 안하구 매도 맞지 않으려면 어떡허는게 좋겠습니까?>>

<<변통성 없는 사람!>>

하고 선생님은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시는것이였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말을 해야지. 아이구 이 애기 좀 봐! 야 이거 참 대단하구먼. 아 이런! 하하! 헤헤! 헤, 헤헤헤헤!>>

백날잔치에 모인 사람들의 허위성을 이 이상 어떻게 더 형상화할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더 폭로할수 있겠습니까? 우리도 이런 재치가 있으면서도 심각하기짝이 없는 필치를 따라배워야 한겠습니다. 열심히 꾸준히 익혀야 하겠습니다.


추천 (1) 선물 (0명)
IP: ♡.208.♡.241
타니201310 (♡.163.♡.142) - 2024/05/19 14:55:02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언제나 이 상세하고 구체적인 동작의 묘사를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소설은 약이 아니거든요. 억지로 먹이지는 못한단 말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 있더라도 읽어주지를 않는데야 무슨 수가 있습니까. 읽혀야 합니다, 읽도록 해야 합니다. 읽히려면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재미가 있으려면 유모아적인 필치로 쓰는것이 가장 좋습니다. 말에 맛이 있어야 합니다. 유모아는 우리 말로 익살이라는 뜻도 되고 우스개라는 뜻도 되고 또 해학이란 뜻도 됩니다. 재미있는 말을 골라서 써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그런 재미있는 말들이 강변의 조약돌 같이 많고 하늘의 별 같이 많습니다. 웃음속에 철리가 담긴 소설은 읽지 말래도 읽습니다. 그리고 거기 담긴 철리를 깨닫지 말래도 깨닫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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