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8장

나단비 | 2024.05.21 14:15:35 댓글: 0 조회: 165 추천: 0
분류명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9825
8장

뱃사람 신밧드의 모험

 
 
 
 
하룬 알 라시드 칼리프1가 통치하던 시절에 바그다드에 힌드밧드라는 가난한 짐꾼이 살고 있었다. 그는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할 때가 많았다. 매우 더운 어느 날, 그는 낯선 거리를 따라 짐을 나르다가 지쳐서 대저택 옆에 앉아 쉬고 있었다. 힌드밧드는 그처럼 쾌적한 장소를 발견하게 되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앉아 있자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주고 달콤한 냄새가 피곤을 누그러뜨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처럼 훌륭한 집에 누가 사는지 궁금하여 하인에게 물었다.

1. 과거 이슬람 국가를 통치하던 통치자에 대한 칭호
 
“세상에, 세계를 항해한 그 유명한 뱃사람 신밧드를 모른단 말이오?” 하고 하인이 대답했다. 힌드밧드는 말했다. “아아, 신밧드의 운명과 내 운명은 어찌 이리 다르단 말인가! 그는 이처럼 부자로 살고 나는 가난뱅이로 사니 대체 그에게 무슨 재주가 있는 것일까?”

그때 신밧드가 우연히 그 말을 듣고 그처럼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어 사람을 시켜 데려오게 했다. 이리하여 힌드밧드는 하인을 따라 화려한 식사가 차려져 있고 잘생긴 손님들이 모여 있는 커다란 홀로 들어갔다. 가난한 짐꾼이 매우 어색해하자 신밧드는 그를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오른쪽 옆에 앉히고는 직접 음식을 권하고 탁자 옆에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는 훌륭한 포도주도 따라주었다.

식사가 끝나자 신밧드가 힌드밧드에게 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불평을 하는지를 물었다. “나리,” 하고 힌드밧드가 대답했다. “가끔 지쳐서 기분이 안 좋을 때면 헛소리가 나오곤 한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 불평을 듣고 화를 낼 만큼 분별없는 사람은 아니니라.” 하고 신밧드가 말했다. “하지만 나의 부富는 노력 없이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널 위해 내가 여행을 다닌 역사를 얘기해 주지. 그 얘기를 들으면 내가 얼마나 멋진 모험을 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러고 나서 신밧드는 자신의 첫 번째 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젊었을 때 나는 아버지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어. 그래서 나는 신나게 돈을 쓰며 살았지. 호화롭게 말이야. 그러다가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으니 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즉시 깨닫고 부소라Bussorah에 사는 상인들에게 나머지 돈을 투자하여 그들과 함께 항해에 나섰지. 페르시아만을 건너 인도제국으로 가는 항해였어.

항해 도중 우리는 몇몇 섬에 들러서 물건을 팔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했지. 어느 날, 우리는 항해를 하다가 바람이 자서 작은 섬 옆에 배를 멈추고 기다리고 있었어. 물 위로 살짝 올라와 있는 푸른 목초지 같은 섬이었지. 선장은 돛을 걷으라고 명령하고는 섬으로 가보고 싶은 사람은 가도 좋다고 허락했어. 나도 섬으로 간 사람들 중 하나였지.

그런데 우리가 섬에 앉아 먹고 마신 후 바다를 항해하느라 지친 몸을 쉬고 있을 때 갑자기 섬이 출렁거리기 시작했어. 우리는 바닥에 이리저리 내팽개쳐졌지.

배 안에 있던 선원들이 섬이 출렁거리는 것을 보고 우리한테 빨리 다시 배에 타라고 소리쳤어. 그렇지 않으면 바다 속으로 모두 빠져 죽을 거라고 말이야. 우리가 섬이라고 생각했던 땅은 나중에 알고 보니 바다 괴물의 등이었던 거야. 가장 민첩한 선원은 작은 범선으로 올라탔고 다른 선원들은 헤엄쳐 갔지. 하지만 나는 그 괴물이 바닷속으로 첨벙 뛰어들 때까지도 여전히 그 등에 타고 있었어. 도망칠 겨를이 없어서 불을 지피려고 배에서 가져온 나무토막 한 개를 겨우 손으로 잡았지.
 

 
그때 범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배에 타고 물 속에서 헤엄치던 사람들도 구해 내자 선장은 때마침 불어오는 순풍을 이용할 작정으로 돛을 올리고 항해를 계속했지. 그래서 나는 배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

나는 파도에 몸을 내맡긴 채 둥둥 떠다녔어. 그날 내내, 그리고 그 다음날 저녁까지 바다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쳤지. 힘이 다 빠지고 살아날 희망을 잃을 무렵 다행히도 파도에 휩쓸려 어느 섬에 닿게 되었어. 나는 나무뿌리를 잡고 겨우 가파른 제방을 올라가서 반쯤 실신한 상태로 땅바닥에 누워 있었지. 태양이 솟아오를 때까지 말이야. 살아나려고 안간힘을 쓴 데다가 먹지도 못해서 그때까지도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기어서 먹을 만한 식물을 찾아 나섰지. 다행히도 먹을 만한 것도 찾고 훌륭한 물이 있는 샘물도 찾아 기운을 회복할 수 있었어.
그러고 나서 섬 안으로 들어가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가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 그 사람은 나에게 누구냐고 물었지. 내가 겪은 모험에 대해 얘기해 주자 그는 내 손을 잡고 동굴 속으로 안내했는데, 거기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어. 나도 그들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그들도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더군.
나는 그들이 주는 음식을 먹었어. 내가 그들에게 그와 같은 사막에서 뭘 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들은 자신들이 그 섬의 통치자인 마하라자1의 마부들이라고 대답했어. 마하라자 왕의 말들을 몰고 궁전을 향해 곧 출발할 것이라고 했지. 그러면서 내일 출발할 예정인데 내가 하루만 늦었어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했어. 그 섬에서 사람이 사는 곳까지는 아주 멀어서 안내자가 없이는 그곳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거였지.

1. 과거 인도 왕국 중 한 곳을 다스리던 군주

마부들이 출발할 때 나도 따라나섰어. 그들은 나를 마하라자 왕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왕은 내가 겪은 모험담을 듣고 매우 흥미로워하면서 언제까지라도 그곳에 묵어도 좋다고 했어.

나는 상인이었기 때문에 상인들과 만나 혹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다녔지. 어쩌면 바그다드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서 말이야. 마하라자 왕이 다스리는 수도는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날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배들이 드나드는 훌륭한 항구가 있었거든. 또한 학식 있는 인도인들이 모이는 단체에도 자주 드나들며 그들의 대화를 즐겨 듣곤 했어.

하지만 동시에 나는 마하라자 왕의 비위를 맞추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왕의 주변에 있는 총독들과 속국屬國인 소왕국의 군주들과도 대화를 나누었지. 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수천 가지 질문을 했어. 나 또한 그들의 법과 관습에 관해 익히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했지.

그런데 마하라자 왕이 다스리는 섬 중에 카셀이라는 섬이 있었어. 밤마다 그곳에서 북소리가 들려온다고 그들이 말했지. 그래서 선원들은 그곳에 데지얼이란 정령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나는 그 신기한 곳을 가보기로 결심했지. 그런데 내가 본 것은 그곳으로 가는 길에 있던 길이가 50미터와 100미터 되는 물고기들뿐이었어. 물고기들은 다행히 우리를 해치기보다는 우리를 두려워했어. 너무 겁이 많아서 막대기 두 개를 치거나 갑판을 치기만 해도 도망을 갔지. 또 머리가 올빼미같이 생긴 물고기들도 보았어.

섬에서 돌아온 후 어느 날, 부두에 나갔는데 내가 타고 항해했던 배가 도착하여 선원들이 짐을 내리기 시작하는 거야. 짐짝에 새겨진 내 이름을 보고 선장한테 가서 말했지.

“제가 바로 선장님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신밧드입니다. 저 짐들은 제 것이죠.”

선장은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외쳤지. “맙소사, 요즘에는 믿을 사람이 없다니까. 사람들 간에 믿음이 사라졌어. 신밧드가 죽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우리 선원들도 보았는데, 당신이 신밧드란 말이오? 참으로 파렴치하군. 겉모습은 멀쩡하니 정직하게 생겼는데, 자기 물건도 아닌 것을 차지하려고 끔찍한 거짓말을 하다니.”
 
한참을 옥신각신한 후 선장은 내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고 다른 선원들이 나를 알아보자 내 물건을 건네 주며 살아난 것을 축하해 주었지.

나는 내 짐 속에서 가장 값진 물건들을 꺼내 마하라자 왕에게 선물로 주었어. 그러자 내가 바다에서 물건들을 모두 잃어버렸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왕은 어떻게 해서 그런 진기한 것들을 구했느냐고 물었어. 내가 그 물건들을 찾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 왕은 내 행운을 기뻐해 주며 그 선물을 받고 그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을 선물로 주었어. 나는 내 물건들을 그 나라 상품들과 바꾼 후 왕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집을 떠날 때 탔던 배와 똑같은 배를 타고 집으로 향했지. 우리는 여러 섬들을 지나 마침내 부소라에 도착했다가 거기에서 10만 시퀸1을 가지고 이 도시로 오게 되었어.

1. 옛 터키의 금화
 
신밧드는 여기에서 이야기를 멈추고 연주자들에게 이야기 때문에 중단되었던 음악을 연주하라고 명했다. 손님들은 저녁이 될 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작별할 때가 되자 신밧드가 100시퀸이 든 지갑을 가져오라고 명하더니 짐꾼에게 주며 말했다.

“힌드밧드, 이걸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그리고 내일 다시 오면 내가 겪은 모험에 대해 더 얘기해 주마.”

짐꾼은 그 같은 영광과 선물에 놀라며 집으로 갔다가 다음날 가장 좋은 옷으로 차려 입고 신밧드의 집을 다시 방문했다. 신밧드는 그에게 극진한 대접을 해 준 후 이야기를 계속했다.





신밧드의 두 번째 항해 이야기

 
 
 
 
첫 번째 항해 이후, 나는 평생을 바그다드에서 살기로 결심했어.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무료한 생활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지. 그래서 두 번째 항해에 나섰어. 우리는 훌륭한 배를 타고 하느님께 아뢴 뒤 출항을 했어. 섬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고 물건을 교환하여 큰 이득을 남겼지. 어느 날, 여러 종류의 과일 나무들이 자라는 한 섬에 착륙했는데 사람도 동물도 보이지 않는 거야. 우리는 물가를 따라 뻗어 있는 목초지를 거닐며 신선한 공기를 마셨지. 다른 선원들이 꽃과 과일을 따는 데 열중해 있는 동안 나는 포도주와 음식을 꺼내 두 그루의 나무 사이로 흐르는, 짙은 그늘이 진 개울가에 앉아서 거나한 식사를 하고 잠이 들었어. 얼마나 잤을까, 깨어 보니 배가 가 버리고 없는 거야.

배가 가 버린 걸 알자 덜컥 겁이 났어.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함께 섬으로 올라왔던 상인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어. 배가 항해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너무 멀어서 시야에서 곧 사라지고 말았지. 첫 번째 항해에서 얻은 것만으로도 평생을 풍족하게 살 수 있었는데 그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항해에 나선 나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몰라.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어. 뭘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서 높이 솟은 나무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혹시 희망을 가질 만한 것이 없나 하고 사방을 둘러보았지. 육지 쪽을 둘러보자 뭔가 하얀 것이 보였어.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남은 음식을 가지고 그곳으로 다가갔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무엇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거든.

가까이 다가가면서 나는 그것이 엄청나게 높고 큰 반구형의 흰 지붕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더 가까이 다가가서 만져보니 아주 매끄러운 거야. 열린 입구가 있나 하고 빙 돌면서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 게다가 너무 매끄러워서 꼭대기로 올라갈 수도 없었지. 둘레가 적어도 50보步는 되었어.
 
그런데 해가 저물 무렵 갑자기 하늘이 짙은 구름으로 뒤덮인 듯이 캄캄해지는 거야.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져서 깜짝 놀랐지. 하지만 그렇게 해를 가리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새를 보고는 그보다 더 놀라고 말았어. 선원들이 대괴조大怪鳥라고 부르는 놀라운 새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자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에 그 커다랗고 둥그런 물건이 그 새의 알일 거라고 생각했지. 잠시 후 새가 날아 내려와 알 위에 앉았어. 새가 날아 내려오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알 옆으로 바짝 기어갔지. 그래서 커다란 나무 몸통같이 큰 새의 다리 하나가 내 바로 앞에 놓이게 되었어. 나는 새 다리에 내 터번을 단단히 묶었어. 다음날 아침 대괴조가 나를 이 외딴섬에서 데려가 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그런 상태로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마자 새는 나를 데리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 너무 높아서 땅이 보이지 않았지. 나중에 새가 너무 급속도로 내려앉는 바람에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지만, 땅에 내려앉은 것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끈을 풀었지. 끈을 풀자마자 새는 아주 길다란 뱀을 부리에 물고 사라졌어.

새가 나를 데려다 놓은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어. 산이 너무 높아서 구름 위로 솟아 있는 듯이 보였으며 너무 가팔라서 계곡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어. 이번에도 난감했지. 새가 날 이곳으로 데려오기 전에 있었던 외딴섬이나 여기나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계곡을 걷다 보니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뿌려져 있지 않겠어. 어떤 것은 놀랄 정도로 컸지. 처음에는 즐겁게 그 광경을 구경하며 다녔지만, 얼마 안 되어 멀리서 어떤 물체가 나타나는 바람에 즐거운 기분이 사라지고 말았어.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었지. 어머어마하게 큰 뱀들이 나타난 거야. 제일 작은 놈이 코끼리를 한 입에 삼킬 정도였으니까 그 크기가 짐작이 갈 거야. 뱀들은 대괴조에게 잡아먹힐까봐 낮에는 굴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나와 활동을 했지.

나는 낮 동안 계곡을 돌아다니며 좋은 장소가 나타나면 쉬었어. 그리고 밤이 되자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동굴로 들어가 낮고 좁은 동굴 입구를 커다란 돌로 막아 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어. 하지만 빛이 새어 들어올 수 있게 완전히 막지는 않았지. 그리고는 가지고 있는 식량을 아껴가며 저녁 식사를 했어.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주위에서 뱀들이 계속해서 쉭쉭거리는 바람에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었지. 짐작이 가겠지만 그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나는 날이 밝아 뱀들이 물러가자 동굴에서 벌벌 떨며 나왔지. 다이아몬드 위를 걸어다녀도 손대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 그러다가 앉아서 쉬었는데 걱정이 태산 같은데도 밤새 한 잠도 못 잔 터라 음식을 조금 먹은 후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았어. 그런데 눈을 감기가 무섭게 쿵 하고 내 옆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지. 커다란 생고기 덩어리였어.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 바위에서 또 다른 고기들이 떨어져 내렸지.

선원들과 상인들이 다이아몬드 계곡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곳의 다이아몬드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할 때 나는 늘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제 보니 그들의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

그들이 말하기를, 독수리들이 새끼를 낳을 때쯤이면 상인들이 이 계곡 근처에 와서 큰 고깃덩어리를 계곡에 던진다는 거야. 그러면 고깃덩어리에 뾰족한 다이아몬드가 박히게 되지. 이 지역 독수리들은 그 어느 곳보다도 힘이 세기로 유명한데, 그 독수리들이 힘껏 고깃덩어리들을 낚아채 올려서 어린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가파른 벼랑에 있는 둥지로 가져간다더군. 그러면 상인들이 둥지로 달려가서 고함을 질러 독수리들을 쫓은 다음 고기에 박혀 있는 다이아몬드를 가져온다는 것이었지.

그때 그 무덤과 같은 곳에서 빠져나올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래서 가방에 가장 큰 다이아몬드들을 주워 담고 내 허리띠에 묶었지. 그리고는 터번 천을 이용해서 고깃덩어리 하나를 내 등에 묶고 얼굴을 땅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어.

바로 그때 독수리들이 날아왔지. 독수리들은 각자 고기 한 덩어리씩을 낚아챘는데, 그 중 가장 힘센 독수리가 내가 묶인 고깃덩어리를 낚아채어 산꼭대기에 있는 둥지로 가져갔어.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소리를 질러 독수리에게 겁을 주어 쫓아 버렸지. 독수리들이 사냥감을 떨어뜨리고 사라지자 한 상인이 내가 있는 둥지로 왔는데,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거야.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더니 내가 어떻게 해서 거기에 있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자기 물건을 훔쳤냐며 따지기 시작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이렇게 불손하게 날 대하진 않을 것이오.” 하고 내가 대답했지. “염려하지 마시오. 당신과 내가 가질 다이아몬드는 충분히 있으니까. 다른 상인들이 가진 것 전부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오. 다른 상인들은 어쩌다 고깃덩어리에 묻어온 다이아몬드만 가질 수 있지만, 나는 직접 저기 계곡 아래서 주워 왔소. 보다시피 이 가방에 있는 것들을 말이오.”

이 말을 하자 다른 상인들이 우리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더니 나를 보고 깜짝 놀랐어. 하지만 내가 겪은 모험을 이야기해 주자 더욱더 놀라워했지. 그들은 내가 계곡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세운 계획보다도 그 계획을 행동으로 옮긴 용기에 더욱 감탄했어.
 
그들은 자기네 야영지로 나를 데려갔어. 거기에서 내가 가방을 열어보이자 모두들 다이아몬드 크기를 보고 놀라면서 그들이 가본 궁전에서조차 그렇게 크고 완벽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지. 상인마다 각자 자기 소유의 둥지가 있었는데, 나는 내가 떨구어졌던 둥지를 소유한 상인에게 원하는 만큼 다이아몬드를 가지라고 권했어. 그런데 그가 한 개만 가져가는 거야. 그것도 가장 작은 것으로 가져갔지. 내가 괜찮으니 더 가지라고 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지.

“아니요, 난 이것으로 족하오. 이것 하나면 더 이상 항해를 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재산을 늘릴 수가 있소.”

그날 밤 상인들과 함께 밤을 지내면서 내가 겪은 이야기를 재차 들려주었지. 그 얘기를 처음 듣는 상인들은 무척 흥미로워했어. 나는 위험에서 빠져나온 것이 기뻐서 하늘을 날 것만 같았지. 꿈만 같았어. 정말이지 위험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어.

마침내 집에 도착하자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듬뿍 나눠 주었어. 그리고 어렵게 얻은 재산으로 풍족하게 살았지.
 
이렇게 해서 두 번째 항해 이야기를 끝낸 신밧드는 힌드밧드에게 또 100시퀸을 주면서 다음날 다시 오면 또 다른 모험에 대해 얘기해 주겠다고 말했다.
 



신밧드의 세 번째 항해 이야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한가하고 호화로운 생활에 싫증이 나서 또 다른 항해에 나서게 되었지. 그런데 우리는 바다에서 거센 폭풍을 만나 표류를 하다가 어느 섬에 닿게 되었어. 선장은 그 섬에 털이 많은 야만인들이 산다고 하면서 곧 우릴 공격할 것이라고 했지. 그 야만인들은 난쟁이들이긴 하지만 불행하게도 메뚜기 떼보다도 수가 더 많기 때문에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거야. 하나를 죽이면 모두가 우리한테 달려들어 우릴 죽일 거라는 거였지.

얼마 후 선장의 말이 증명되었어. 온 몸이 빨간 털로 덮인, 키가 60센티미터 정도 되는 무서운 야만인들이 셀 수 없이 헤엄쳐 몰려들어 우리 배를 둘러쌌지. 우리는 섬 안쪽으로 피신해갔어. 그러다 높다랗고 웅장한 궁전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흑단 나무로 된 무거운 두 짝의 문이 달려 있었지. 문을 밀치고 마당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집이 보였는데 현관 한쪽에는 사람들의 뼈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고기를 굽는 쇠꼬챙이들이 가득 쌓여 있었어. 집 문이 삐거덕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열렸을 때 우리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지. 키가 큰 야자나무만한 무시무시하게 생긴 흑인이 나타났거든. 그는 눈이 이마 한가운데에 하나밖에 없었는데,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처럼 빨간 색이었지. 길고 날카로운 앞니가 말 입처럼 긴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윗입술은 가슴 위까지 처져 있었으며, 귀는 코끼리 귀처럼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고, 손톱은 거대한 새의 발톱처럼 길게 구부러져 있었어. 그처럼 무시무시한 거인의 모습에 우리는 얼어붙어 죽은 사람처럼 바짝 엎드렸지.

그런데 거인이 우리를 자세히 살피더니 우리 쪽으로 걸어와 나에게 손을 뻗어 내 목덜미를 잡아올려 빙 돌리는 거야. 푸줏간 주인이 양고기를 살피듯 말이야. 나를 자세히 뜯어본 거인은 내가 너무 야위어서 가죽과 뼈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 날 놔주었어.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을 하나씩 들어올려 자세히 살폈지. 우리 중에 선장이 가장 살이 쪘었어. 거인은 선장을 한 손으로 집어올려 달팽이에게 쇠꼬챙이를 꽂듯이 선장의 몸에 쇠꼬챙이를 꽂은 다음 불을 피우고 구워서 저녁식사로 먹어치웠지. 식사를 마치자 거인은 현관으로 다시 와 누워서 천둥소리와 같이 요란하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어.

우리는 두려움에 얼어붙은 채 앉아 있었지. 하지만 다음날, 거인이 외출하자 우리는 복수할 방법을 궁리했어.

거인이 다시 우리 중 한 명을 잡아먹고 누워서 잠이 들면 과감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했지. 그래서 나와 남은 아홉 명은 거인이 코를 골기 시작하자 끝을 뜨거운 불로 달군 쇠꼬챙이 하나씩을 들고 거인에게 다가가 동시에 그의 눈을 찔렀어. 거인은 눈이 멀게 되었지. 거인은 우리를 잡으려고 애쓰다가 우리가 숨어 버리자 고통에 찬 고함을 지르며 사라졌어.

우리는 급히 그곳을 빠져나와 해안가로 가서 필요할 경우 탈 수 있도록 뗏목을 만들었지. 하지만 뗏목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에 거인이 죽기를 바라며 기다렸어. 거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그쳤었거든. 하지만 동이 트기가 무섭게 거인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지. 그 거인만큼이나 큰 두 명의 거인과 다른 거인들을 데리고 말이야.

우리는 급히 뗏목에 올라탔어. 그러자 우리를 놓치게 되어 화가 난 거인들은 커다란 돌을 집어 들고 해안가를 달려 물속까지 들어와서 돌을 던지기 시작했어. 돌들이 뗏목에 명중해 내가 탄 뗏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라앉고 말았지. 결국 나와 두 명의 선원을 제외한 모든 선원들이 물에 빠져 죽고 말았어. 우리는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어서 거인들로부터 벗어났어. 밤낮을 표류하다 마침내 어느 섬에 닿게 되었는데 아주 훌륭한 과일나무가 자라는 곳이었지.

밤이 되자 우리는 해안가로 가서 잠을 잤어. 하지만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어. 엄청나게 크고 긴 뱀이 기어갈 때 그 비늘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였지. 뱀은 고함을 지르며 도망치려 애쓰는 선원 한 명을 삼켜 버리고 말았지. 그 선원을 몇 차례 땅에 내동댕이치더니 짓뭉갰어. 우리는 멀리까지 도망쳐 갔지만, 뱀이 그 가엾은 선원을 물어뜯고 뼈를 우적거리며 먹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위험을 감지한 우리는 다음날 저녁에는 뱀을 피해 높다란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어. 하지만 공포스럽게도 뱀은 나무를 타고 올라오더니 내 아래쪽에 있던 선원을 삼켜 버리고 사라졌어.
 
나는 밤새 나무 위에 있다가 날이 밝자 아래로 내려와서 작은 나뭇가지와 검은딸기나무와 마른 가시덤불들을 주워서 나뭇단을 만들었어. 그리고 그것들을 나무 주위에 빙 둘러서 큰 원을 만들고 머리 위쪽에 있는 나뭇가지에도 나뭇단을 단단히 묶어서 텐트처럼 꾸몄어. 밤이 되자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서 잔인한 운명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도를 잘 생각해 냈다는 우울한 만족감에 젖었지. 똑같은 시간에 뱀은 어김없이 나타나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나를 삼킬 기회를 엿봤어. 하지만 내가 만들어놓은 성벽 때문에 나를 먹을 수가 없었지. 그러자 그 뱀이 날이 밝을 때까지 나를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지켜보는 거야. 무사히 탈출한 쥐를 헛되이 노리는 고양이 같았지. 날이 밝자 뱀은 물러갔지만 나는 태양이 뜰 때까지 무서워서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어.

해가 뜨자 이처럼 끔찍한 상태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바다로 달려갔는데, 아주 멀리 배 한 척이 보였지.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멀리서 내가 보이도록 터번을 꺼내 흔들었어. 다행히도 선원들이 나를 발견했고 선장은 보트 한 척을 보내주었어. 내가 배에 올라타자 상인들과 선원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어 어떻게 해서 그런 섬에 가게 되었느냐고 물었어. 내가 그때까지 겪은 일을 이야기하자 그 중 가장 나이 많은 선원들이 말했지.

“그 섬에 거인들이 산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지. 그들은 식인종으로 사람들을 산 채로 잡아먹거나 구워 먹는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 섬에 뱀들이 엄청 많이 사는데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에 나돌아 다닌다고 했지.”
그들은 내가 그처럼 많은 위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것을 기뻐하며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었어. 그리고 선장은 두 번째 항해 때 나를 버리고 갔던 배의 선장이었는데, 누더기가 된 내 옷을 보고 자기 옷을 입으라고 주었어. 내가 같은 배를 탔던 선원이라는 것을 말하자 선장이 소리쳤지.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내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네. 지금까지 자네 짐들을 잘 보관하고 있었네.”

나는 짐을 받아들며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 항해를 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물건들을 좋은 가격에 팔아 이번에도 큰돈을 벌어 부소라에 도착했지. 그리고 부소라에서 바그다드로 돌아오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나눠 주고 땅을 더 사들였어.
 
이야기를 마치자 신밧드는 힌드밧드에게 다음날 저녁 식사 때 다음 이야기를 들으러 오라고 초대하면서 100시퀸을 주고 집으로 보냈다.
 



신밧드의 네 번째 항해 이야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다시 항해를 하게 되었지. 이번에는 페르시아를 통해 항구로 가서 배를 탔어.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거대한 폭풍이 우리를 덮쳤어. 거센 폭풍에 돛이 갈기갈기 찢어져버려 배는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지. 상인들과 선원들 몇몇은 익사하고 짐은 모두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고.

나는 운이 좋아서 몇몇 상인과 선원들과 함께 판자에 올라타게 되었는데, 조류에 휩쓸리다가 어느 섬에 닿았지. 그 섬에는 과일과 물이 있어서 다행히 목숨은 구할 수가 있었어. 우리는 해안가에 누워서 잠이 들었어.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우리는 해안에서 출발하여 섬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집들이 있었어.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수많은 흑인들이 주위를 에워싸더니 우리를 붙잡아 각자의 집으로 데려갔지. 

나는 다섯 명의 동료들과 함께 어느 집으로 끌려갔는데, 그들은 우리를 앉으라고 하더니 무슨 약초를 주면서 먹으라는 몸짓을 해보였어. 내 동료들은 흑인들 중 그 누구도 그것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허기를 달랠 생각만 하고 허겁지겁 먹어댔어. 하지만 나는 수상한 느낌이 들어서 약초를 입에 대지도 않았지. 그런데 그렇게 하길 잘한 것이었어. 조금 지나자 동료들이 분별력을 잃더니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한테 지껄여대는 거야.
 

 
나중에 흑인들은 야자열매 기름으로 요리한 밥을 우리에게 주었지. 분별력을 잃은 내 동료들은 허겁지겁 먹어댔지만 나는 아주 조금만 먹었어. 그들이 처음에 약초를 준 것은 감각을 무디게 하여 우리 앞에 닥친 슬픈 운명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고, 밥을 준 것은 우리를 살을 찌우게 하기 위해서였어. 식인종들이었던 그들은 우리가 살이 찌면 잡아먹을 속셈이었지.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아무런 분별력이 없는 내 동료들을 잡아먹어 버렸어. 하지만 분명한 분별력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추측할 수 있겠지만, 살이 찌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말라만 갔어.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다 보니 음식을 먹어도 모두 독이 되었던 거야. 나는 점점 더 쇠약해지는 병에 걸렸고 그 때문에 목숨을 구하게 되었지. 이미 내 동료들을 모두 잡아먹은 식인종들은 내가 점점 더 마르고 쇠약해지고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잡아먹는 것을 자꾸 뒤로 미뤘어.

그래서 나는 많은 자유를 누릴 수가 있었지. 그들은 내가 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도망칠 기회를 갖게 되었지. 한 식인종 노인이 내 계획을 알아차리고는 나를 보고 큰 소리로 돌아오라고 소리쳤어.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기는커녕 더욱더 속도를 내서 멀리 사라졌지.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계속 달려서 그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7일 동안 과일을 따 먹으며 지냈어.
 

 
8일째 되는 날 바닷가에 갔다가 나와 똑같이 생긴 백인들이 후추를 따는 모습을 보게 되었지. 그곳은 후추가 많이 자라는 곳이었거든. 그들은 나를 보자 다가와서 아랍어로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었어. 나와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니 너무나도 기뻤지. 나는 배가 난파되어 식인종들의 손에 넘어가게 되기까지의 사연을 얘기했어.

“그 식인종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는데, 대체 무슨 기적이 일어났기에 그들에게서 탈출할 수 있었단 말이오?” 하고 그들이 물었지. 내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얘기하자 그들은 매우 놀라워했지.

나는 그들이 후추를 충분히 딸 때까지 함께 지내다가 배를 타고 그들이 사는 섬으로 함께 갔지. 그들은 나를 왕에게 소개시켜 주었는데, 왕은 참으로 훌륭한 군주였어. 그는 내 얘기를 듣더니 나를 환영해 주었고 나에게 큰 우정을 품게 되었어. 그렇게 해서 나는 그 도시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었지.

그런데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 중 말을 탈 때 안장이나 굴레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나는 왕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일꾼을 찾아가 모형을 주면서 안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지. 안장이 완성되자 나는 손수 벨벳과 가죽을 씌우고 금으로 수를 놓았어. 그리고는 대장장이를 찾아가 모형을 보여주면서 재갈과, 말을 탈 때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등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어.
 
 
마구馬具가 모두 완성되자 나는 마구를 왕에게 가져가 말 위에 얹어 드렸어. 그러자 왕은 즉시 말을 타보더니 아주 만족해하며 많은 선물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지. “그대가 결혼을 하여 그대의 나라에 대한 생각을 잊고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라노라.”

나는 감히 왕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었어. 왕은 궁전에서 아름답고 고결하고 부유한 여인을 내게 주었어. 결혼식을 치른 후 나는 아내와 함께 한동안 아주 평화롭게 살았지. 하지만 나는 그 같은 생활에 만족할 수가 없어서 기회가 생기자 도망칠 궁리를 했어. 도망쳐서 바그다드로 돌아가기를 바랐지. 아무리 좋다 해도 지금의 내 터전을 잊을 수가 없었던 거야.
 

 
그 무렵 내게는 그곳에서 매우 돈독한 우정을 맺은 이웃에 살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병들어 죽게 되었어. 그래서 그를 위로하러 갔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그를 보고 내가 이렇게 말했어. “하느님께서 자네가 오래도록 잘 살도록 보호해 주실 것이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지. “아! 그렇게 덕담을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네. 난 오늘 아내와 함께 묻힐 운명이니까.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이 섬의 법이라네. 항상 어김없이 지켜져 왔지. 아내가 죽으면 살아 있는 남편이 죽은 아내와 함께 묻히고, 남편이 죽으면 살아 있는 아내가 죽은 남편과 함께 묻히게 되어 있어. 그 어떤 것도 날 구할 수가 없다네. 누구나 이 법을 따라야 하니까.”

이웃 친구가 소름끼치는 이런 야만적인 관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의 친척과 친구들과 이웃들이 장례식을 도우려고 몰려왔어. 그들은 마치 결혼식처럼 죽은 아내의 시신에 가장 화려한 옷을 입히고 온갖 보석으로 장식해 주었어. 그런 다음 뚜껑이 열린 관에 눕히고 매장지를 향해 출발했어. 남편은 맨 앞장서서 관을 따라갔지. 그들은 높은 산으로 향했고 목적지에 이르자 깊은 구덩이를 막아 놓았던 커다란 돌을 들어내고 갖가지 옷과 보석과 함께 시신을 구덩이 안에 눕혔어. 그러자 남편은 친척과 친구들과 포옹을 하고는 물병과 빵 일곱 덩어리를 가지고 아무런 저항 없이 뚜껑이 열려 있던 또 다른 관으로 들어가서 죽은 아내와 똑같은 모습으로 누웠어. 산은 아주 길게 해안가를 따라 쭉 뻗어 있었고 구덩이는 아주 깊었지. 장례식이 끝나자 일행은 입구를 다시 돌로 막고 돌아갔어.

그로부터 얼마 후 나도 똑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어. 내가 극진히 보살펴 주었지만 내 아내가 병들어 죽고 말았거든. 나는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 나라 법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었어. 그래서 왕과 귀족들이 무덤으로 와서 나에게 예의를 갖추어 작별인사를 했고 나는 아내의 시체와 빵과 물과 함께 무덤에 묻히게 되었어. 음식이 다 바닥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 숨을 쉬는 듯이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나는 소리나는 쪽으로 가보았어. 그러자 황급히 달아나는 발소리가 들렸어. 뒤를 쫓아가 보니 저 멀리 별 같은 것이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점 같던 그 빛이 점점 더 커졌지. 나는 그것이 산비탈에 난 구멍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어. 해안 위쪽으로 솟아 있는 구멍 말이야. 해안으로 나온 나는 너무 기뻐서 모래 위에서 뒹굴었지. 그러고 나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는데 바로 가까이에 배가 보이지 뭐야. 나는 터번을 흔들었어. 배에 탄 사람들이 그걸 보고 보트를 보내 주어서 무사히 배에 타게 되었지. 선장에게 배가 난파되어 표류하던 상인이라고 나를 소개하자 그는 내 말을 믿고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배에 태워 주었어.
 

 
오랜 항해를 하는 동안 우리는 여러 항구를 들렀는데 그 때마다 나는 많은 돈을 벌었지. 마침내 나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지고 바그다드에 도착했어. 그 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자비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여러 사원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도 많이 하고, 친척과 친구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잔치를 벌였지.

신밧드는 이번에도 짐꾼에게 100시퀸을 주면서 다음날 다시 오라고 말했다.
 




 신밧드의 다섯 번째 항해 이야기

 
 
 
 
나는 온갖 즐거움을 누리면서 그동안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재난을 잊을 수 있었어. 하지만 또다시 항해를 떠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지. 그래서 팔 만한 물건들을 사서 적당한 항구로 갔지. 나는 선장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배를 조종할 수 있도록 돈을 들여서 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는 배가 완성되자 물건을 싣고 배에 탔어. 하지만 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온 몇몇 상인들이 그들의 짐을 싣고 내 배에 타는 것을 허락했지.

우리는 첫 순풍을 타고 항해했어. 한참을 항해한 후 우리가 처음 닿은 곳은 무인도였어. 거기에서 우리는 대괴조의 알을 하나 발견했지. 앞에서 내가 얘기했던 대괴조와 크기가 비슷한 대괴조의 알을 말이야. 알 속에는 어린 대괴조가 막 부화하려고 하고 있었어. 부리가 나오기 시작하더군.

그런데 나와 함께 상륙한 상인들이 손도끼로 알을 깨고 어린 대괴조를 꺼내 불에 구웠어. 알을 건드리지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지.

그들이 식사를 끝내기가 무섭게 저 멀리 하늘에 거대한 두 점의 구름이 나타났어. 배를 항해하도록 내가 고용했던 선장은 경험이 많아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를 직감으로 알았지. 그는 그 두 점의 검은 구름이 어린 대괴조의 엄마, 아빠라고 말하면서 재빨리 배에 타라고 재촉했어. 그렇지 않으면 그가 경험한 바 있는 재앙을 당할 거라고 말이야. 우리는 서둘러서 배에 타고 전속력으로 출발했지.

그 사이에 두 마리의 대괴조는 무서운 소리를 내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어. 알이 깨지고 어린 대괴조가 사라진 것을 보자 더욱더 빠른 속도로 날아왔지. 그러다가 왔던 방향으로 다시 날아가더니 잠시 사라졌어. 우리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배를 몰았지.

잠시 후 대괴조들이 다시 나타났는데, 발에 산처럼 커다란 돌을 하나씩 쥐고 있는 거야. 대괴조들이 우리 배 바로 위까지 오더니, 머리 위에서 맴돌다가 한 마리가 커다란 돌을 떨어뜨렸어. 하지만 키잡이의 노련한 솜씨 덕분에 돌은 우리를 빗나가 바다로 떨어졌지. 바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거대한 물살을 일으키면서 말이야. 하지만 두 번째 대괴조가 떨어뜨린 돌은 불행하게도 정확하게 배 한가운데에 떨어지는 바람에 배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어.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돌에 맞아 죽거나 물에 빠졌지.

나 또한 물에 빠졌지만 물 속에서 위로 떠오르면서 운 좋게도 배의 잔해 조각을 붙잡았어. 나는 손을 번갈아가며 나무 조각을 붙들고 남은 한 손으로 헤엄쳐서 순조로운 바람과 조류를 타고 어느 섬에 닿았어. 해안이 가팔랐지만 무사히 해변으로 올라갔지.

풀밭에 앉아 피곤을 좀 달랜 후 섬을 살펴보러 갔어. 섬은 아주 상쾌한 정원 같았지. 여기저기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어떤 나무에는 녹색의 열매가 열려 있었고, 또 어떤 나무에는 무르익은 열매가 매달려 있었으며, 신선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개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어 상쾌했어. 과일을 먹어 봤는데 아주 맛있었어. 이번에는 물을 먹어보자 달콤하고 향긋했지.

밤이 되자 나는 편안한 풀밭에 자리 잡고 누웠어. 하지만 위험한 일이 닥칠까봐 걱정이 되어 거의 한 시간마다 잠이 깨었지. 불안에 떨며 밤을 지새다시피 하면서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항해를 떠나온 경솔함이 후회가 되었어. 이런 생각에 끝없이 빠져들자 살고 싶지가 않았어. 하지만 날이 밝자 우울한 생각들이 말끔히 사라졌지. 나는 일어나서 다소 두려운 마음으로 경계를 하며 나무들 사이를 걸었어.

섬 안쪽으로 들어가자 아주 허약하고 노쇠한 노인이 보였어. 그는 개울둑에 앉아 있었지. 처음에는 나처럼 난파를 당한 사람인 줄 알았어. 다가가서 인사를 하자 노인은 고개만 살짝 숙여 보였지. 왜 거기에 그렇게 앉아 있느냐고 묻자 노인은 대답 대신 자기를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 달라는 몸짓을 해 보였어. 과일을 딸 거라는 시늉을 해 보이면서.
 

 
나는 노인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줄 알고 노인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넌 다음 내리라고 말했어. 쉽게 내릴 수 있도록 허리를 굽히면서 말이야. 그런데 아주 노쇠해 보였던 노인은 등에서 내리기는커녕 민첩하게 두 다리로 내 목을 조였어. 너무 세게 조이는 바람에 나는 기절하고 말았지. 그런데도 몰인정한 그 노인은 계속해서 내 목을 세게 조였어. 이번에는 숨을 쉴 수 있도록 다리를 조금 풀어주면서 말이야. 내가 숨을 좀 쉬자 이번에는 한 발로 내 배를 차고 동시에 다른 발로는 내 옆구리를 찼어. 너무 세게 차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지. 그러자 그는 나를 나무 아래로 걸어가라고 하면서 과일이 보이면 이따금 멈추게 하여 과일을 주워서 먹으라고 했어. 그는 하루 종일 나에게 붙어 다녔고 저녁에 쉬려고 누우면 그도 내 옆에 누웠어. 그리고 한시도 꽉 조인 내 목을 놓아주지 않았지. 아침이 되면 날 밀쳐 깨운 다음 그를 업고 계속 걷게 했어. 계속 발로 차서 다그치면서 말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짐 덩어리를 계속해서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내 고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갈 거야.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길을 가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조롱박 몇 개를 발견했어. 그래서 큰 것을 주워서 깨끗이 씻은 다음 섬 여기저기에 풍부한 포도의 즙을 짜 넣고 적당한 장소에 놓아 두었어. 며칠 후에 다시 가서 맛을 보니 아주 좋은 포도주가 되어 있었지. 나는 포도주 덕분에 슬픔을 모두 잊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가 있었어. 너무 기분이 좋아서 걸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기 시작했지.

노인은 내가 그 주스를 마시고 달라진데다가 그전보다 더 가볍게 그를 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자기에게도 주스를 좀 달라는 시늉을 했어. 조롱박을 건네주자 맛이 있었는지 모두 다 마셔 버리지 뭐야. 그리고는 너무 취해 내 목을 조른 발이 느슨해졌어. 나는 그 기회를 틈타서 그를 바닥에 팽개쳤어. 노인은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지. 그래서 커다란 돌을 들어 그의 머리를 박살내 버렸어.
 
나는 골칫덩어리 노인에게서 영원히 벗어나게 되어서 너무나도 기뻤지. 그뒤 나는 해변으로 향했어. 거기에서 배를 정박시키기 위해 닻을 내리고 있던 선원들을 만났지. 그들은 나를 보고 놀라더니 내 모험담을 듣고는 더욱더 놀라워했어.

그 선원들이 말했어. “당신은 ‘바다의 노인’에게 잡혔던 것이오. 그 사악한 노인은 속임수로 사람들을 목졸라 죽이는데, 거기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오. 그 노인은 자기 손아귀에 들어온 사람을 죽이지 않고서는 놓아준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 섬은 그가 죽인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악명이 자자하다오. 이 섬에 상륙한 상인들이나 선원들은 섬 안으로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지. 들어가야 한다면 함께 무리를 지어서 가고 말이오.”

그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서 나를 그들의 배로 데려갔어.
 
선원들이 나에게 일어났던 일을 선장에게 얘기해 주자 선장은 나를 매우 친절하게 맞아 주었지. 배는 바다를 향해 다시 출항을 했고, 며칠간의 항해 끝에 우리는 커다란 도시의 항구에 도착했어. 깎아서 모양을 만든 돌로 지은 집들이 있는 도시였지.

나에게 우정을 갖게 된 한 상인이 함께 마을로 가자고 권하면서 내게 커다란 자루를 주었어. 그는 코코넛을 따던 몇몇 마을 사람들에게 나를 추천하면서 나를 그들과 함께 데려가 달라고 청했어. “가게. 저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게. 하지만 절대로 저들과 떨어져서는 안 되네. 그러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거든.” 하고 그가 말했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 길을 가면서 먹을 음식을 주었지. 이렇게 해서 나는 마을 사람들을 따라나서게 되었어.

우리는 울창한 코코넛 나무 숲으로 갔는데, 나무가 키가 아주 큰 데다 몸통이 아주 매끄러워서 타고 올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코코넛을 딸 수가 없었어. 숲속으로 들어서자 크고 작은 수많은 원숭이들이 보였지. 원숭이들은 우리를 보자 놀라운 속도로 나무 꼭대기로 달아났어.

나와 함께 간 상인들이 돌멩이를 줍더니 나무 꼭대기로 올라간 원숭이들을 향해 던졌어. 나도 똑같이 했지. 그러자 원숭이들이 화가 나서 잽싸게 코코넛을 던졌어. 우리는 코코넛을 주우면서 이따금 돌멩이를 던졌고, 이렇게 해서 자루 가득 코코넛을 따올 수 있었지. 나는 내 자루에 든 코코넛을 판 뒤에도 여러 차례 숲으로 돌아가서 코코넛을 가져와 팔아서 많은 돈을 벌었지.

내가 타고 왔던 배는 몇몇 상인들을 태우고 코코넛을 싣고 떠났어. 나는 다음 배가 오기를 기다렸지. 곧이어 코코넛을 실으러 또 다른 배가 도착했어. 나는 그 배에 내 코코넛을 싣고 출항 준비가 되자 내게 친절을 베풀어 준 상인에게 작별인사를 했어. 그는 항구에서 볼일이 남아 있어서 나와 함께 출발할 수 없었거든. 우리는 후추가 풍성하게 자라는 섬으로 항해했어. 거기에서 다시 품종이 가장 좋은 알로에 나무가 자라는 코마리 섬으로 향했지. 그곳 주민들은 절대로 포도주를 마시지 않아. 그 섬들에서 코코넛을 후추와 알로에 나무와 교환한 다음 상인들과 함께 진주를 채취하러 갔어. 나는 잠수부들을 고용했는데, 그들은 아주 크고 순수한 진주를 채취해 주었지. 그 후 다시 배를 타고 무사히 부소라에 도착하게 되었고 거기에서 바그다드로 돌아와 후추와 알로에 나무와 진주를 팔아 큰돈을 벌었어. 나는 여느 때처럼 내가 번 돈의 10분의 1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여러 가지 여흥을 즐기며 피로를 풀었지.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신밧드는 이번에도 힌드밧드에게 100시퀸을 주면서 다음날 같은 시간에 오라고 부탁했다.


 
신밧드의 여섯 번째 항해 이야기

 
 
 
 
나는 방랑벽이 있는 사람이라 오래도록 빈둥거리며 지낼 수가 없었어. 그래서 1년을 쉰 후 친척들과 친구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여섯 번째 항해를 떠날 준비를 했어. 이번에는 페르시아와 인도 제국을 두루 여행한 후 어느 외딴 항구에서 긴 여행을 떠나는 배를 타게 되었지.

출항을 한 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선장이 아주 슬픈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나와 터번을 벗어 던지더니 고통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어. “급류에 배가 휩쓸리고 있소. 15분도 안 되어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오. 이 위험에서 구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시오.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시지 않으면 우리는 빠져나갈 수가 없소.”

이렇게 말하고 그는 돛을 내리라고 명령했어. 하지만 밧줄이 이미 모두 끊어져 버려 배는 접근하기 어려운 산자락까지 급류에 휩쓸려갔다가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지. 다행히 우리는 무사했고 식량과 가장 좋은 물건들은 건져낼 수 있었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하느님의 뜻이오. 각자 무덤을 파고 세상에 작별을 고하시오. 이제까지 이곳에서 난파를 당한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소.” 하고 선장이 말했어. 그의 말에 우리는 비통해하며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우리의 불행한 운명을 개탄했어.
 

 
우리 배가 난파된 산자락은 아주 커다란 섬의 해안과 맞닿아 있는 지역이었어. 그곳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과 재물들이 떠다니는 광경을 보고 우리는 더욱더 절망했지. 다른 지역에서는 보통 강이 해협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지만, 여기에서는 민물이 흐르는 강물이 바다에서 흘러나와 입구가 아주 넓고 높은 컴컴한 동굴로 흘러들어가. 이곳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산의 돌들이 모두 수정이나 루비와 같은 보석들이라는 점이야. 이곳에서는 나무들도 자라는데 대부분의 나무들은 코마리에서 자라는 것과 같이 아주 품질이 좋은 알로에 나무들이지.

마지막으로 이곳에 대해 말하자면, 여기에 접근하면 배가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만灣이라고 할 수 있어. 바다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배가 이곳으로 향하게 되면 바람과 해류 때문에 꼼짝못하고 이곳으로 빨려들게 되지. 그리고 육풍陸風에 의해 이곳으로 접근하게 되면 다시 육풍을 이용해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어 바람을 잠재우기 때문에 거센 해류에 휩쓸려 해안으로 밀려가게 되어 있어. 여기에 덧붙여 산으로 올라갈 수도 없고 바다를 통해 빠져나올 수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절망스러웠지.

우리는 엄청난 곤경 속에 빠진 거야. 해안을 떠다니는 수많은 배의 잔해와 해골들이 우리가 빠져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한 선장의 말을 입증해 주었어. 그곳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애도하며 감정을 억누르면서 죽음을 기다렸어.

마침내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선원들이 한 명씩 죽어가기 시작했지. 결국에는 모두 죽고 나만 홀로 남게 되었어. 먼저 죽은 사람들은 생존자들에 의해 매장되었고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동료들을 묻어 주는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지. 그도 그럴 것이 내 몫으로 주어진 식량을 다른 동료들보다 알뜰하게 잘 아껴 먹었기 때문에 식량이 더 오래 남아 있었거든. 물론 다른 동료들에게 그걸 나눠 주지는 않았지. 하지만 마지막 동료를 묻고 나자 내 식량도 거의 바닥이 나고 말았어. 그래서 나도 이제 곧 죽겠구나 생각하고 내가 들어갈 무덤을 팠어. 나 외에는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를 묻어줄 자가 없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무덤을 파면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내가 원망스러웠어. 마지막이 되어 버린 이 항해가 후회스러웠지. 심사숙고하지 않은 결과로 죽음을 재촉한 거야. 나는 손을 물어뜯기 시작했어.

그런데 다행히 하느님께서 다시 한 번 나를 불쌍히 여기어 나로 하여금 거대한 동굴로 이어지는 강둑으로 갈 생각을 하도록 해주었어. 강둑을 따라가면 어디가 나올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지.

“땅 밑으로 흘러가는 이 강은 어딘가에 종착지가 있을 거야. 뗏목을 만들어 타고 물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내맡기면 어딘가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게 되겠지. 아니면 죽든가. 물에 빠져 죽는다 해도 잃을 것은 없어. 어차피 죽을 목숨, 죽는 방법만 달라질 뿐이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난다면 동료들이 당한 슬픈 운명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자가 될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어. 이 위험을 벗어나면 난파당한 것을 이자까지 붙여서 보상을 받게 될지 누가 알겠어.”

나는 즉시 근처에 있는 커다란 판자와 밧줄들을 모아 단단히 묶어서 아주 튼튼한 뗏목을 만들었어. 뗏목이 완성되자 루비, 에메랄드, 용연향1, 수정 들을 몇 개의 자루에 넣어 싣고, 풍부한 재료들을 짐짝에 넣어 실은 뒤 물살에 뗏목을 내맡긴 채 내 운명은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스스로를 위로했어. 물에 빠져 죽든 굶어 죽든 간에, 어떻게 죽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1. 향유고래 창자에서 생기는 향료
 
뗏목이 동굴로 들어서자 깜깜해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어. 며칠간을 그렇게 한 점의 빛도 없는 깜깜한 어둠 속을 떠다녔지. 한번은 천장이 너무 낮아서 머리를 다칠 뻔했어. 그 후부터는 그런 위험을 피하도록 조심했지. 그처럼 뗏목을 타고 표류하는 동안 나는 몸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만 먹었어. 하지만 그렇게 아껴 먹었는데도 음식은 바닥나고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지.

얼마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어. 그런데 깨어보니 놀랍게도 강둑에 있는 널따란 평지에 내가 있는 거야. 뗏목은 강둑에 매어져 있고 수많은 흑인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어. 그들을 보자 나는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건넸어. 그들이 뭐라고 내게 말했는데, 처음 듣는 언어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 나는 너무나 기뻐서 큰 소리로 아랍어로 하느님께 감사를 표했어.
 

 
그러자 아랍어를 이해하는 한 흑인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다가오더니 말했어. “형제여,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얘기해 주시오. 어떻게 해서 이 강까지 오게 되었소? 어디에서 온 것이오?”

나는 먹을 것을 먼저 달라고 부탁하면서, 먹고 나서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주겠다고 말했어. 그들은 몇 가지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허기를 채운 다음 내가 겪은 일들을 얘기해 주었지. 그러자 그들은 놀란 얼굴로 열심히 듣더니 말을 한 필 가져왔어. 왕이 그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나를 태우고 왕에게 데려가기 위해서였지.

우리는 세렌디브1의 수도까지 갔어. 내가 상륙한 곳이 바로 세렌디브 섬이었거든. 흑인들은 나를 왕에게 데리고 갔어. 나는 왕 앞으로 다가가 인도 제국 왕들에게 하듯이 그의 발 아래 엎드려 절을 했지. 왕은 나에게 일어서라고 명하더니 아주 친절하게 맞아 주면서 그의 옆에 앉으라고 했어. 왕이 내 이름을 묻자 나는 대답했지. “사람들은 저를 뱃사람 신밧드라고 부른답니다. 수많은 항해를 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바그다드의 시민이랍니다.”

1. 실론 섬의 옛 이름
 
그리고는 내가 겪은 일들을 서슴없이 털어놓았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왕은 내 보석들을 즐겁게 구경했어. 그 중에서도 아주 훌륭한 보석들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는 것을 보고 나는 무례하게도 그의 발 아래 엎드려 이렇게 말했어. “폐하, 소신은 폐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사옵니다. 뗏목의 짐들과 보석을 모두 가지셔도 좋습니다.”

그러자 왕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 “신밧드, 그대의 보석을 가지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에게 합당한 선물을 더 주려는 것이오.”

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고결한 왕의 번영을 빌며 그의 넓은 도량과 너그러움에 감사를 표하는 것뿐이었지. 그는 한 신하에게 나를 보살펴 주라고 말하고, 사람들에게는 왕이 비용을 댈 테니 나를 잘 접대하라고 명했어. 신하는 매우 충실하게 임무를 이행하는 사람이어서 내 숙소로 온갖 물건들을 보내 주었지.

세렌디브 섬은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해 있어서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씩으로 같지. 섬의 크기는 길이가 480킬로미터에 너비 또한 그 정도야.

섬의 수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에워싸고 있는, 섬 중앙의 아주 훌륭한 계곡 끝에 자리하고 있어. 바다를 3일 동안 항해해야 보이는 곳이지. 루비와 여러 가지 광물들이 풍부하고, 바위들은 대부분 깎고 닦아서 보석을 만들 수 있는 금속성의 돌들로 되어 있지. 그곳에서는 희귀한 식물과 나무들이 자라는데, 특히 삼나무와 코코넛 나무가 자라고 있어. 그곳의 큰 강 입구에는 진주조개 채취장이 있고 계곡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캘 수 있어.

수도에서 얼마간을 보내고, 아담이 낙원에서 추방된 후 지냈다는 장소를 포함하여 흥미로운 곳들을 구경한 후 나는 왕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지. 그러자 왕은 아주 친절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허락을 해 주었어. 그리고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훌륭한 선물을 주었지. 작별인사를 하러 가자 이번에는 훨씬 더 값진 선물을 떠안기면서 우리나라 왕인 대교주1에게 보내는 편지를 주었어. “이것은 내가 주는 선물이오. 그리고 이 편지는 칼리프에게 보내는 편지로서 나의 우정을 담은 것이오.”

1. 이슬람교국의 왕인 칼리프를 지칭하는 칭호


세렌디브 왕이 쓴 편지는 아주 값비싼 동물 가죽에 쓰여 있었어. 희귀한 노란색의 값나가는 가죽에, 편지의 글자는 하늘색으로 내용은 이러했지.
“행차를 할 때면 100마리의 코끼리가 앞서 행진하고, 10만 개의 루비로 장식되는 빛이 나는 궁전에 살며,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2만 5천 개의 왕관을 금고에 가지고 있는 인도 제국의 왕이 하룬 알 라시드 왕에게.
폐하에게 보내드리는 선물은 약소하지만 우리가 폐하에게 품고 있는 진심 어린 우정을 생각하시어, 그리고 그러한 우정을 표시하고자 하는 우리의 정을 생각하시어 형제이자 친구로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우정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폐하의 위엄을 드러내는 징표이기도 하므로 우정을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형제의 마음으로 이를 간청하는 바입니다. 평안을 기원합니다.”
첫 번째 선물은 높이가 15센티미터, 두께가 2.5센티미터 정도 되는 컵 모양의 루비로서, 그 안은 2그램 정도 나가는 둥근 진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 두 번째 선물은 뱀가죽이었는데, 비늘이 금조각처럼 컸어. 그 위에 누워서 자면 병에 걸리지 않는 효능이 있었지. 세 번째 선물은 최상의 알로에 나무 200킬로그램과 피스타치오처럼 큰 헤나1 알갱이 30개였어. 그리고 네 번째 선물은 옷이 온통 보석으로 덮여 있는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자였지.

1. 부처꽃과의 관목
 

출항 후 우리는 아주 순조롭게 항해를 하여 부소라에 도착했어. 나는 그곳에서 바그다드로 가서 즉시 왕의 편지를 칼리프에게 전달했지. 칼리프는 인도 제국에 대한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들었어. 인도 제국의 왕이 편지에 쓴 대로 엄청나게 부유하다는 얘기를 말이야. 또 인도 사람들의 예의와 관습에 대해서도 얘기했어. 칼리프는 매우 흥미로워했지.
 
여기까지 얘기를 한 신밧드는 여섯 번째 항해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라면서 힌드밧드에게 100시퀸을 주면서 다음날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오라고 청했다.
 




신밧드의 일곱번째이자 마지막 항해 이야기



여섯 번째 항해에서 돌아온 나는 이제는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다시 항해를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 게다가 이제 나이가 들어 쉴 때가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런 위험한 모험은 하지 않기로 했어. 그래서 남은 생을 평온하게 보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그런데 어느 날, 사신이 와서 칼리프가 나를 궁전으로 오라고 했다고 전했어. 궁전으로 가자 칼리프가 말했지.

“신밧드,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내 답신을 가지고 가서 세렌디브 왕에게 전해주기 바라오. 그가 보여준 예禮에 대해 답례를 하지 않을 수 없소.”

나는 이 새로운 시련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내가 겪었던 모험을 모두 얘기했어. 하지만 내가 얘기를 마치자마자 칼리프가 이렇게 말했지.

“그대가 얘기한 일들은 참으로 기이하구려. 하지만 내가 부탁한 이번 항해는 반드시 해야 하오. 세렌디브 왕에게 가서 내가 준 것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오. 그 후로는 마음대로 돌아와도 좋소. 하지만 꼭 가야 하오. 세렌디브 왕에게 빚을 지는 것은 내 체면에 손상이 가는 일이오.”
칼리프가 끈질기게 요청을 했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그 명령에 따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 그러자 그는 매우 기뻐하더니 항해 비용으로 1,000시퀸을 내게 주겠다고 했지. 나는 며칠에 걸쳐 떠날 준비를 끝내고 칼리프의 편지와 선물이 도착하자 곧 부소라로 가서 배를 타고 아주 행복한 항해를 했지. 세렌디브 섬에 도착하는 즉시 나는 성대한 환영식과 함께 궁전으로 안내되었어. 왕은 나를 보자 외쳤지.

“신밧드, 어서 오시오. 그대가 떠난 후 그대를 자주 생각했다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참으로 복된 날이오.”

나는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한 후 그의 친절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칼리프의 편지와 선물을 전달했어. 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하며 받았지.

칼리프의 선물은 1,000시퀸이 나가는 금실로 만든 옷 한 벌과 화려한 천으로 만든 50벌의 예복, 카이로와 수에즈와 알렉산드리아를 통틀어 가장 품질이 좋은 100필의 흰 천, 두께가 3센티미터에 너비가 15센티미터인 넓고 얕은 모양의 마노 보석으로 만든 그릇이었어. 마노 보석으로 만든 그릇의 밑바닥에는 무릎을 꿇은 채 활과 화살을 들고 사자를 쏠 준비를 하고 있는 남자가 새겨져 있었지. 칼리프는 또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위대한 솔로몬의 것이었다고 하는 화려한 명판도 선물로 보냈어.

칼리프의 편지는 다음과 같았지.

“행복한 기억을 가진 조상의 뒤를 이어서 하느님께서 그의 예언자 마호메트를 대신하도록 정해 놓으신 하느님God의 자녀인 하룬 알 라시드가 존경하는 강력한 군주이신 세렌디브의 왕에게 정도正道로 이끄는 군주의 이름으로 편지를 드립니다.

기쁜 마음으로 폐하의 편지를 받고 최고의 지혜의 정원인 저희 왕실로부터 이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저희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기쁘게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평안하십시오.”

세렌디브의 왕은 칼리프가 자신의 우정을 알아준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해했지. 왕에게 선물을 전하고 얼마 후, 나는 아주 어렵게 허락을 얻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어. 매우 근사한 선물을 가지고 바그다드로 향하는 배를 탔지. 하지만 내 바람처럼 항해가 순조롭지가 않았어. 그와 정반대였지.

출발한 지 3, 4일 후 우리는 해적에게 공격을 당했어. 해적들은 아주 손쉽게 우리 배를 손에 넣고는 해적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선원들을 먼 나라로 데려가서 노예로 팔아 버렸어.

나 또한 노예로 팔리게 되었는데, 어느 부유한 상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지. 그 상인은 나를 산 뒤 곧 자기 집으로 데려가 친절하게 접대를 해주고는 노예치고는 아주 좋은 옷을 입혀 주었어. 며칠 후, 내가 누군지 몰랐던 상인은 내게 장사에 대해 잘 아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나는 물건을 만드는 장인은 아니지만 상인이었고, 내가 가졌던 모든 것들을 나를 판 해적들에게 빼앗겼다고 대답했어.

“그런데, 활은 잘 쏘느냐?” 하고 상인이 물었지. 나는 활쏘기는 어릴 때 즐겨 놀던 놀이라고 대답했어. 그는 나에게 활과 화살을 주더니 자신이 탄 코끼리 등에 태워 마을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울창한 숲으로 데려갔어. 한참을 숲속으로 들어가 적당한 곳을 찾자 그는 내게 내리라고 명령하고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어. “저 나무로 올라가거라. 코끼리가 지나가는 것이 보이거든 활로 쏘거라. 여긴 코끼리가 아주 많으니라. 만일 코끼리를 하나라도 맞추어 쓰러뜨리면 내게 와서 알리거라.” 이렇게 말하고 그는 내가 먹을 식량을 남겨 두고는 마을로 돌아갔어. 나는 밤새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지.

하지만 코끼리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다음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엄청난 코끼리 떼가 몰려왔어. 화살을 여러 차례 쏜 끝에 마침내 한 마리가 쓰러고 나머지 코끼리들은 도망을 갔어. 그래서 상인에게 가서 전리품에 대해 알렸지.

코끼리를 쓰러뜨렸다고 알리자 상인은 훌륭한 식사를 대접해 주고는 내 솜씨를 칭찬하며 어루만져 주었어. 우리는 함께 숲속으로 가서 코끼리를 묻을 구덩이를 팠어. 상인은 코끼리가 썩으면 상아를 가져다 장사를 할 계획이었지.

나는 두 달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매일 코끼리를 죽였어. 어느 때는 이 나무에, 어느 때는 저 나무에 올라가서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코끼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참으로 놀랍게도 코끼리들이 여느 때처럼 숲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않고 멈추어 서더니 소름끼치는 소리를 질러대며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평지가 코끼리들로 완전히 뒤덮였고 땅이 흔들렸지. 코끼리들은 코를 길게 늘어뜨리고 눈은 모두 나를 겨낭한 채 내가 숨어 있던 나무를 에워쌌어. 이런 경악스런 광경에 난 너무 무서워서 얼어붙은 채 활과 화살을 떨어뜨리고 말았지.

내가 무서워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어. 코끼리들이 한동안 나를 노려보다가 그 중에서 가장 큰 놈이 긴 코로 나무 밑둥을 휘감더니 뽑아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게 아니겠어. 나는 나무와 함께 내팽개쳐졌지. 코끼리는 코로 나를 들어올린 다음 자기 등에 태우고 다른 코끼리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언덕으로 데려가서는 나를 내려놓고 다른 무리들과 함께 물러갔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언덕을 온통 뒤덮은 코끼리 뼈와 상아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나는 즉시 그곳이 코끼리들의 무덤임을 알아차리고는 그들의 본능에 감탄했어. 그들은 내가 더 이상 코끼리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거야. 내가 코끼리들을 죽인 것은 오직 상아를 얻기 위함이었으니까. 나는 언덕에서 내려와 도시로 향했어. 하룻낮 하룻밤을 걸어 나의 주인인 상인의 집에 도착했지.
 

 
도중에 코끼리를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아서 깊은 숲속으로 물러갔구나 생각했어. 다시 언덕으로 돌아갈 때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지.

주인은 나를 보더니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어. “아, 가엾은 신밧드.” 하고 그가 소리쳤지. “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아주 애를 썼단다. 숲으로 가보니 나무가 뽑혀 있고 활과 화살은 땅에 떨어져 있었지. 여기저기 너를 찾았지만 도무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단다. 그래서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얘기해 보거라. 어떤 요행으로 살아남았느냐?”

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상세하게 얘기했지. 다음날 아침에 우리는 언덕으로 다시 갔어. 그는 내 얘기가 모두 사실인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지. 우리는 타고 간 코끼리에 상아를 잔뜩 싣고 돌아왔어. 집에 도착하자 그가 말했지. “신밧드, 우리는 부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네 덕분에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구나. 지금까지 상아를 얻기 위해 수많은 노예들이 죽었단다. 지금부터는 넌 더 이상 노예가 아니다. 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 보거라. 하느님이 위대한 일을 하도록 널 선택한 것이 분명하니까.”

이 친절한 말에 내가 대답했지. “제가 한 일에 대해 보답을 해 주시려거든 저에게 자유를 주십시오. 주인님을 부자로 만들어드린 데 대한 대가로 원하는 것은 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잘 알겠느니라.” 하고 그가 말했지. “계절풍이 불면 배가 상아를 실으러 올 거다. 그때 널 고향으로 보내주마. 그리고 집으로 가는 경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주마.”

나는 나에게 자유를 주고 친절을 베풀어 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시했지. 계절풍을 기다리며 그의 집에서 묵는 동안 우리는 몇 차례 언덕을 다녀와서 창고가 상아로 가득 찼어. 우리와 거래를 한 다른 상인들도 언덕에서 상아를 가져갔지. 그 비밀을 오랫동안 그들에게 숨길 수는 없었으니까.

마침내 배가 도착하자 주인은 내가 탈 배를 직접 골라준 후 그 배에 내 몫으로 배가 거의 반이 찰 정도로 많은 상아를 실어 주고는, 항해하면서 먹을 식량도 풍족히 실어 주었어. 게다가 아주 값이 비싼 그 나라의 특산품도 내게 안겨 주었지. 나는 거듭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고 출발했어.

도중에 우리는 신선한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몇몇 섬에 들렀지. 배가 인도 제국 본토에 있는 항구에 다다르자 우리는 그곳에 정박했어. 나는 바다를 통해 부소라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육로로 여행할 결심을 하고 내 몫의 상아를 모두 배에서 내렸어. 그리고는 상아를 팔아 큰돈을 벌어 선물용으로 진귀한 물건들을 샀지. 마차가 준비되자 나는 상인들과 함께 출발했어. 긴 여행에 고생을 많이 했지만 바다와 해적과 뱀과 또 그때까지 겪었던 온갖 위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참고 견디었지.

마침내 이 모든 고생이 끝나고 안전하게 바그다드에 도착했어. 나는 즉시 칼리프를 찾아뵙고 그때까지의 경과에 대해 보고를 했지. 칼리프는 내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면서 하느님이 나를 지켜 주길 항상 기원했다고 했어. 내가 코끼리들에 관한 얘기를 하자 무척 놀라워하면서 나의 진실함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런 얘기는 믿지 않았을 거라고 했지. 그는 코끼리들의 이야기와 내가 들려준 다른 이야기들을 매우 신기해하더니 서기書記를 불러 금 글자로 기록하게 하고는 그것을 금고에 보관했어. 나는 예의바른 접대를 받고, 칼리프가 준 선물까지 받아들고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지. 그 후부터는 오직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에게 헌신하며 살아왔어.
 
신밧드는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서 마치고 힌드밧드에게 말했다. “이보게, 친구. 나처럼 이렇게 많은 고생을 했거나 나처럼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나 있나? 이처럼 많은 고생을 했으니 이제 평화롭고 즐거운 삶을 누려야 마땅하지 않겠나?”

힌드밧드는 신밧드에게 다가가 존경의 표시로 그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신밧드가 겪은 모험에 비하면 자신이 겪고 있는 고생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알겠다고 말했다.

신밧드는 이번에도 100시퀸을 주며 날마다 식탁에 힌드밧드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 두겠다고 하면서, 언제든지 뱃사람 신밧드의 우정에 기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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