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9~10장

나단비 | 2024.05.21 19:04:06 댓글: 0 조회: 251 추천: 0
분류명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9902
9장

아메드 왕자와 페리 바누 요정 이야기

 
 
 
 
세 아들과 조카딸이 있는 인도 황제가 있었다. 그들은 황실의 꽃이었다. 장남의 이름은 후세인, 둘째 왕자는 알리, 셋째 왕자는 아메드, 그리고 조카딸은 누로니하르라 불렸다.

누로니하르는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황제의 손에서 자랐다. 그런데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었기 때문에 황제는 그녀를 마땅한 왕자에게 시집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로니하르는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황제의 생각이 알려지자 왕자들은 각자 황제를 찾아와 자기가 공주를 사랑하니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황제는 고민에 빠졌다. 왕자들이 서로 시기와 질투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황제는 왕자들을 한 명씩 불러서 누로니하르가 남편을 선택하면 영원히 그에 따르라고 설득하였으나 아무도 순순히 따르려 하지 않았다. 왕자들은 하나같이 완고했기 때문에 황제는 세 왕자를 한자리에 불러놓고 말했다.
 

 
“내 아들들아, 너희들이 하나같이 너희 사촌과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 고집을 꺾을 수가 없고, 내 권위를 이용하여 너희 중 한 사람을 골라 누로니하르를 주고 싶지도 않으므로 너희들 모두가 만족할 만하고 또한 너희들 간의 형제애를 상하지 않게 할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단다. 그러니 내 충고를 따르기 바란다. 내 생각에는 너희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각자 떨어져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호기심이 매우 많아서 특이하고 희귀한 것들을 좋아한단다. 그러니 너희 중 가장 희귀한 물건을 가져오는 사람이 공주와 결혼을 하도록 해주겠다.”

세 왕자는 각자 자기에게 행운이 떨어지길 기대하면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황제는 그들에게 여행 경비를 주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그들은 상인으로 변장하여 도시를 출발하였다. 그들은 각자 믿을 만한 하인을 데리고 같은 문으로 나가 하루 동안 함께 여행을 했다. 그리고는 밤에 숙소에서 묵으면서 1년 후 같은 장소에서 함께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작별인사를 한 후 다음날 아침 일찍 각자 다른 곳을 향해 출발했다.
 
비즈나가르 왕국이 경이로울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하고 풍요로우며 화려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장남 후세인 왕자는 인도 해안을 향해 출발했다. 사막과 메마른 산을 넘기도 하고 가끔은 번화하고 비옥한 고장을 지나 세 달을 여행한 끝에 비즈나가르 왕국의 수도이자 마하라자 왕이 거주하는, 왕국의 이름과 똑같은 도시 비즈나가르에 당도했다. 후세인 왕자는 외국 상인들을 위한 숙소에 묵었다. 그는 수도에 온갖 부류의 상인들이 가게를 운영하는 네 개의 주요 구역이 있으며, 그 중앙에 세 개의 정원과 서로 1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문들이 있는 마하라자 왕의 궁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다음날 아침 그 네 구역 중 한 곳으로 갔다.

그곳은 아주 넓은 곳으로, 여러 개의 거리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아치형의 지붕이 있어 햇빛을 차단하도록 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밝았다. 가게들은 모두 크기와 규모가 같았으며, 같은 상품을 파는 상인들은 모두 같은 거리에서 살았다. 또한 같은 직종을 가진 장인들 또한 같은 거리에서 살았다.

후세인 왕자는 그곳에서 파는 상품들의 다양함과 화려함에 놀랐다. 이 거리 저 거리를 구경한 왕자는 더욱더 놀랐다. 세계 각국의 상품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과 도자기 제품과 잔뜩 쌓여 있는 보석들로 보아 그곳 사람들이 매우 부유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후세인 왕자가 특히 감탄한 것은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꽃 장수들이었다. 인도 사람들은 꽃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하나같이 손에 꽃다발을 들고 다니거나 머리에 화환을 쓰고 다녔으며, 상인들은 꽃이 핀 화분들을 진열해 놓고 있어서 그 지역 전체의 공기가 꽃향기로 가득했다.

후세인 왕자가 거리를 모두 둘러보았을 때 한 상인이 지친 걸음으로 지나가는 왕자를 보고 자기 가게로 들어와 앉으라고 청했다. 얼마 후 한 행상인이 양탄자 값으로 40냥이라고 외치며 양탄자 하나를 가지고 지나갔다. 0.5제곱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양탄자의 가격에 왕자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그 양탄자에 매우 특별한 점이 있겠지요. 너무 누추하게 보여서 겉으로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하고 왕자가 말했다.

“바로 알아맞혔습니다, 나리.” 하고 행상인이 대답했다. “그걸 알면 갖고 싶으실 겁니다. 이 양탄자 위에 앉으면 원하는 곳이 어디든지 눈 깜짝할 사이에 갈 수 있답니다.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피해서 말입니다.”

왕자는 공주와 결혼할 수 있는 진기한 물건을 발견해서 너무도 기뻤다. “만약에 이 양탄자에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당장 사겠소.” 하고 그가 말했다.

“나리, 제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랍니다. 직접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양탄자를 펼칠 것이니 일단 우리 둘이 같이 양탄자에 앉은 다음 나리의 숙소에 있는 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십시오. 양탄자가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사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고 행상인이 대답했다.

확신에 찬 행상인의 말에 왕자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는 가게 주인의 허락을 얻어 가게 뒤쪽으로 가서 양탄자를 펼치고 그 위에 상인과 같이 앉았다. 그런데 왕자가 숙소에 있는 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상인과 함께 그곳으로 가 있지 않은가. 그것이 특별한 양탄자라는 증거가 더 이상 필요 없었으므로 왕자는 행상인에게 양탄자 값으로 금화 40냥을 준 후 20전을 더 주었다.

이렇게 해서 후세인 왕자는 양탄자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가져갈 진기한 물건을 그렇게 쉽게 구하게 되어 너무도 기뻤다. 마음만 먹으면 동생들과 헤어졌던 숙소로 가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동생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터이므로 도시를 둘러보며 그곳 사람들의 관습과 생활방식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다양한 건물들을 둘러보기도 하고 그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을 구경하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힌두교 신자들이 참여하는 경건한 축제도 구경했는데, 시야가 닿는 곳 아득히 멀리까지 펼쳐진 거대한 평원과 거기에 늘어선 다양한 색깔의 천막에서 야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또한 마하라자 왕의 궁전을 구경할 때는 그 호화로움에 감탄했다. 이러한 모든 것들로 인해 왕자는 비즈나가르에 묵는 것이 즐거웠지만, 가장 애틋하게 사랑하는 누로니하르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었다. 그는 신기한 양탄자로 그녀를 신부로 맞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비즈나가르에 더 오래 머물 수도 있었음에도 숙소에 숙박비를 치른 후 방바닥에 양탄자를 펼치고 즉시 하인과 함께 그들이 출발했던 만남의 장소로 이동했다.
 
두 번째 왕자인 알리 왕자는 사막을 건너는 대상大商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4개월이 지나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쉬라즈에 도착했다. 왕자는 여행을 하는 동안 몇몇 보석 상인들과 친구가 되어 같은 숙소에 묵었다.

숙소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알리 왕자는 숙소가 있는 지역에서 팔고 있는 값비싼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물건들의 화려함에 왕자는 놀랐다. 그는 감탄을 하며 이 거리 저 거리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상아 대롱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금화 40냥이라고 외치는 행상인이었다. 알리 왕자는 그 행상인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대롱이 왜 그리 비싼 것인지 알고 싶었다.

왕자가 묻자 행상인이 대답했다. “나리, 이 대롱에는 유리가 달려 있답니다. 그 유리를 통해 보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다 보인답니다.”

행상인이 대롱을 내밀며 살펴보라고 권했다. 왕자는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유리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황제가 회의실에 있는 왕좌에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누로니하르 공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웃으며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즉시 나타났다.
 

 
이를 보자 알리 왕자는 그 대롱이 쉬라즈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진기한 물건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대롱을 사지 않으면 그와 같은 진기한 물건을 다시는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상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40냥에 이 대롱을 사겠소.”

그리고는 행상인을 숙소로 데려가 돈을 주고 대롱을 받았다.

알리 왕자는 대롱을 산 것이 너무도 기뻤다. 형제들이 그와 같은 진기하고 감탄할 만한 물건을 찾지 못할 것이므로 누로니하르 공주가 그의 여행과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함께 온 대상들이 다시 돌아갈 때를 기다리는 동안 페르시아 궁전을 둘러보고 도시 근처에 있는 온갖 진기한 것들을 구경하였다. 대상들이 돌아갈 준비가 되자 그는 대상들과 함께 무사히 만남의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후세인 왕자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왕자는 아메드 왕자를 함께 기다렸다.
 
아메드 왕자는 사마르칸트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다음날 그는 도시를 걷다가 인조 사과 하나를 손에 들고 금화 35냥이라고 외치는 한 행상인을 보았다. “그 사과 좀 봅시다.” 하고 왕자가 말했다. “대체 얼마나 특별한 사과이기에 가격이 그리 비싼 것이오?”
 
“나리,” 하고 행상인이 사과를 왕자의 손에 쥐어주며 대답했다. “보기엔 별로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 사과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효능과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이득을 생각하면 값을 매길 수가 없답니다. 이 사과를 가지는 사람은 대단한 보물을 지니게 되는 셈이랍니다. 질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해 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것도 환자가 이 사과 냄새만 맡으면 치료가 된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과가 지닌 효능은 참으로 대단하니 아주 가치 있는 것이군요. 하지만 당신의 말이 사실인지 어떻게 알 수가 있단 말이오?” 하고 왕자가 대답했다. “나리, 그것은 사마르칸트 도시 전체가 아는 사실입니다.” 하고 행상인이 대답했다.

행상인이 아메드 왕자에게 인조 사과의 진기한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어 그 말이 사실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 때 그들 중 한 사람이 친구가 위급한 병에 걸려 생명이 위태로운데 사과의 효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에 아메드 왕자는 사과 냄새를 맡아 병든 환자가 치료가 된다면 사과 값으로 40냥을 주겠다고 행상인에게 말했다.

그러자 행상인이 아메드 왕자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나리. 가서 시험해 봅시다. 사과는 나리 것이 될 것입니다.” 시험은 성공했다. 왕자는 행상인에게 40냥을 주고 사과를 받아들고 인도를 향해 대상들이 출발하기를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왕자는 사마르칸트와 주변에 있는 진기한 것들을 구경했다. 마침내 대상들이 출발하자 그는 대상과 합류하여 후세인 왕자와 알리 왕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약속 장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메드 왕자가 나타나자 세 왕자는 서로 다정하게 부둥켜안고 다시 만난 것을 매우 기뻐했다. 후세인 왕자가 말했다. “아우들아, 우리의 여행담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지금 당장 각자 어떤 진기한 물건을 가져왔는지 서로 보여주자. 그리고 우리끼리 평가해 본 다음 아버지가 어떤 물건을 고를지 알아 맞춰 보자. 내가 먼저 말할게. 비즈나가르 왕국에서 내가 가져온 진기한 물건은 바로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양탄자야. 보기에는 평범해서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놀랄만한 기능이 있지. 그 위에 앉아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면 어디든지 즉시 데려다 주거든. 40냥을 지불하기 전에 직접 시험해 봤는데, 그 돈이 아깝지 않았어. 이제 너희들이 가져온 물건이 이 양탄자에 버금가는 것인지 말해 봐.”

다음에는 알리 왕자가 말했다. “형이 가져온 양탄자는 정말 훌륭해. 하지만 형이 그렇듯이 나도 내가 산 물건이 매우 마음에 들어. 바로 상아 대롱이야. 나도 40냥을 주고 샀어.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대롱을 들여다보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아무리 멀리 있는 것이라도 말이야. 자, 직접 한번 봐봐.”

후세인 왕자는 누로니하르 공주를 볼 생각을 하면서 알리에게서 상아 대롱을 받아들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알리와 아메드 왕자는 후세인의 표정이 두려움과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후세인 왕자가 외쳤다. “아아! 아우들아, 대체 뭣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길고도 힘든 여행을 했단 말이냐. 아름다운 누로니하르를 얻고자 하는 희망에서 그리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얼마 후면 그 사랑스런 공주가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되었구나. 공주가 침대에 누워 있고 여자들이 마치 그녀의 죽음을 예상하듯이 눈물을 흘리며 침대 주위를 에워싸고 있구나. 대롱을 가져가 공주의 비참한 상태를 직접 보거라. 그리고 나의 눈물에 너의 눈물을 섞으렴.”

알리 왕자는 후세인에게서 대롱을 받아들고 똑같은 광경을 보고는 슬픈 표정으로 아메드에게 대롱을 건넸다. 아메드 역시 모두를 근심에 빠트린 우울한 광경을 보았다.
그는 알리에게서 대롱을 받아들고 누로니하르의 임종이 임박한 광경을 보고는 두 형에게 말했다. “형들, 누로니하르 공주가 이제는 죽음의 문턱 앞에 있어. 하지만 서두르면 그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고 나서 아메드 왕자는 가슴에서 인조 사과를 꺼내 들고 말했다. “이 사과는 양탄자나 상아 대롱과 같은 값을 주고 샀는데,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병든 사람이 이 사과 냄새를 맡으면 임종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즉시 온전하게 건강을 되찾을 수 있어. 직접 시험해 봤지. 서둘러서 공주에게 가면 그 신기한 효능을 보여 줄 수 있어.”

“내 양탄자를 타고 가면 무엇보다도 빨리 누로니하르의 방에 도착할 수 있어.” 하고 후세인 왕자가 말했다. “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어서 앉아. 우리 모두가 앉아도 충분한 크기니까.”

알리와 아메드 왕자는 후세인 옆에 앉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모두 같았으므로 모두 똑같은 소원을 빌자 금세 누로니하르 공주의 방에 도착했다.

갑자기 세 왕자가 나타나자 방 안에 있던 하녀들은 당황해했다. 어떤 마법으로 인해 남자 셋이 갑자기 그들 사이에 있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세 왕자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메드 왕자는 누로니하르의 방에 도착하여 죽어가는 공주를 보자 즉시 양탄자에서 침대로 다가가 콧구멍에 사과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공주가 눈을 뜨더니 마치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옷을 입혀 달라고 말했다. 하녀들은 누로니하르 공주에게 건강을 갑자기 되찾게 된 것에 대해 사촌인 세 왕자들에게, 특히 아메드 왕자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공주는 사촌들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아메드 왕자에게는 거듭해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공주가 옷을 갈아입고 싶어 했기 때문에 왕자들은 서둘러서 공주가 건강을 되찾은 것에 대해 기쁨을 표시하고 방에서 나왔다.

공주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왕자들은 황제를 만나러 갔다. 황제는 그들이 갑자기 도착한 사실과 어떻게 해서 공주가 갑자기 회복이 되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황제는 왕자들을 보고 그들이 돌아온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의사들도 포기한 공주가 신기하게도 병이 나은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며 아들들을 포옹했다. 관례적인 인사말을 한 후 왕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가져온 진기한 물건들을 내놓았다. 후세인 왕자는 양탄자를, 알리 왕자는 상아 대롱을, 그리고 아메드 왕자는 인조 사과를.

왕자들은 각기 자신의 진기한 물건을 황제의 손에 건네면서 자랑을 늘어놓은 후, 그들의 운명에 대해 결정해 달라고 하면서 약속한 대로 누구에게 누로니하르 공주를 시집보낼 것인지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도 황제는 왕자들이 한 얘기를 모두 들은 후 대답할 말을 생각하면서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마침내 매우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내 아들들아, 내가 공정하게 할 수만 있다면 너희 중 한 명을 선택하겠다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아메드, 공주가 네 사과 때문에 병이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걸 물어보마. 알리의 대롱을 통해 공주가 위급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그리고 후세인의 양탄자를 타고 그렇게 신속하게 올 수 없었더라면 공주를 치료할 수 있었을까? 알리, 너의 상아 대롱 덕택에 너와 네 형제들은 공주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 점에 대해 공주는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하지만 너 또한 이 점을 인정해야 하느니라. 사과와 양탄자가 없었더라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후세인, 만일 공주가 너의 양탄자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면 참으로 배은망덕한 일이다. 병을 치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거라. 알리의 대롱을 통해 공주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리고 아메드가 사과로 치료해 주지 않았더라면 양탄자는 아무 소용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양탄자도, 상아 대롱도, 인조 사과도, 그 어느 것도 다른 물건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공주를 너희 중 한 명에게 줄 수가 없구나. 너희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유일한 결실은 공주의 건강을 회복시키는데 똑같이 공헌하는 영광을 가졌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불가피하게 다른 방법을 통해 결정을 해야겠구나. 지금부터 밤이 되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으므로 오늘 결정하도록 하겠다. 각자 가서 활과 화살을 하나씩 가지고 말들이 운동하는 평지로 나오너라. 나도 곧 따라가마. 가장 멀리 화살을 쏘는 사람에게 누로니하르 공주를 주도록 하겠다.”

세 왕자는 황제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황제에게서 물러나온 왕자들은 각자 활과 화살을 가지고 약속한 평지로 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황제는 그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황제가 도착하는 즉시 장남인 후세인 왕자가 활과 화살을 들고 맨 먼저 활을 쏘았다. 다음에는 알리 왕자가 활을 쏘아 후세인을 앞질렀다. 마지막으로 아메드 왕자가 활을 쏘았다. 그런데 그의 화살이 떨어진 곳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왕자 자신과 구경꾼 모두가 나서서 찾아봤지만 화살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메드 왕자가 가장 멀리 쏘았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화살을 찾을 수 없었으므로 황제는 알리 왕자를 승자로 정하고 결혼식을 엄숙하게 거행할 준비를 하라고 명했다. 며칠 후 결혼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후세인 왕자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누로니하르 공주가 알리 왕자와 결혼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주와 결혼할 자격에 있어서나 공주를 사랑하는 점에 있어서 알리 왕자는 그보다 못했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는 슬픔이 극도에 달해 궁전을 떠나 왕위 계승자로서의 권리를 모두 버리고 수도승이 되어, 모범적인 삶으로 큰 명성을 얻은 유명한 지도자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메드 왕자 또한 후세인 왕자와 똑같은 심정이어서 알리 왕자와 누로니하르 공주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세인처럼 세상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쏜 화살이 어떻게 되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으므로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도록 직접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는 후세인과 알리 왕자의 화살이 떨어졌던 자리까지 가서 그곳에서부터 양쪽을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상당히 멀리까지 갔는데도 화살이 없자 더 이상 찾아봐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메드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가파르고 험준한 바위들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바위들은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거기에, 그러니까 바위 아래쪽에 그의 것으로 보이는 화살이 있지 않은가.

그는 중얼거렸다. “분명히 나도, 그리고 그 어떤 인간도 이렇게 멀리까지 활을 쏠 수는 없어. 운명의 여신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 것을 빼앗아가는 대신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내게 위로가 될 더 큰 축복을 예비해 놓았을지도 몰라.”

바위에는 여기저기 많은 구멍들이 있었다. 왕자는 그중 한 구멍으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다가 철문 하나를 발견했다. 잠겨 있을 것 같았는데 밀치자 문이 열리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완만한 계단이 나타났다. 왕자는 화살을 손에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어두운 공간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곧이어 바깥에서 보았던 빛과는 완전히 다른 한 줄기의 빛이 보였다. 널따랗고 네모난 공간으로 들어서자 웅장한 궁전이 보였다. 그 순간 위엄 있고 빼어나게 아름다운 한 여인이 하나같이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들을 거느리고 앞으로 다가왔다.

아메드 왕자는 여인을 보자마자 경의를 표했다. 그러자 여인이 왕자를 보며 말했다. “어서 오시오, 아메드 왕자, 잘 왔어요.”

아메드 왕자는 자신의 이름이 불려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낮게 절을 하고는 커다란 홀로 따라 들어갔다. 여인은 소파에 앉더니 왕자에게 자기 옆에 앉으라고 청하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을 알아서 놀랐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누군지 모르진 않겠지요. 세상에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요정들도 산다고 코란에 쓰여 있으니까요. 나는 이런 요정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요정의 딸이랍니다. 내 이름은 페리 바누예요. 당신의 사랑과 여행에 대해 모두 알고 있어요. 사마르칸트에서 당신이 산 인조 사과와, 후세인 왕자가 비즈나가르에서 산 양탄자, 그리고 알리 왕자가 쉬라즈에서 산 상아 대롱은 모두 내가 팔려고 내놓았으니까요. 이만하면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아시겠죠. 내가 보기에 당신은 누로니하르 공주를 갖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 그런데 당신이 공주를 얻게 될 것 같아 당신이 쏜 화살을 당신이 찾은 그곳으로 가져다 놓은 거예요. 당신은 행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아메드 왕자는 아무런 대답 없이 요정의 옷자락에 입을 맞추려고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요정은 옷자락에 입 맞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손을 대신 내밀었다. 왕자는 요정의 손에 수천 번 입을 맞추고는 자기 손으로 요정의 손을 꼭 잡았다. 요정이 말했다. “아메드 왕자님, 내가 당신에게 맹세하듯이 당신도 나에게 충실할 것을 맹세하나요?”

“네, 요정님,” 하고 왕자가 황홀한 기쁨에 취해 말했다. “이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 있으며 또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나의 남편이고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었어요. 우리 요정들 사이에서 결혼은 다른 의식이 없이 이루어지지만 온갖 형식을 갖춘 인간들의 결혼보다 더 견고하답니다.” 하고 요정이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페리 바누 요정은 아메드 왕자를 데리고 호화로운 궁전을 돌며 그곳을 소개해 주었다. 궁전에는 왕자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마침내 요정은 결혼 연회가 펼쳐지는 화려한 방으로 왕자를 안내하고 성대한 식사를 준비하라고 명했다. 왕자는 다양하고 아주 맛이 좋은 요리들을 보고 감탄했다. 요리들은 대부분 왕자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음악이 울려 퍼졌으며 후식을 먹은 후에는 수많은 요정들이 나와 춤을 추었다. 날마다 전날보다 더욱더 새롭고 흥미로운 오락이 펼쳐졌다. 요정이 이처럼 오락을 제공한 것은 왕자에게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였을 뿐만 아니라, 왕자가 아버지의 궁전에 있을 때보다 요정과 있을 때 그 어느 것에도 비할 바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한 왕자가 요정에게 애정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 점에 있어서 요정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6개월이 지나자 자신의 아버지인 황제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메드 왕자는 아버지의 안부가 몹시 궁금해졌다. 이러한 바람을 왕자가 말하자 요정은 왕자가 그것을 구실 삼아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서 그런 생각은 떨쳐 버리라고 애원했다.

왕자가 대답했다. “내가 가는 것을 당신이 반대하니 나의 바람을 접어 두겠소.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

그 말을 듣고 요정은 매우 기뻐하였다. 하지만 왕자는 아버지가 자기가 죽었다고 생각할까봐 슬펐다.

왕자가 추측한 대로, 인도의 황제는 알리 왕자와 누로니하르 공주가 결혼해서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 왕자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아 마음이 매우 아팠다. 얼마 후 황제는 후세인 왕자가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하고 은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제는 아메드 왕자를 찾으려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는 총독들에게 아메드 왕자를 보거든 잡아서 궁전으로 돌려 보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신이 다스리는 왕국 곳곳에 선발대를 파견하였다. 하지만 백방으로 애를 써도 왕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왕의 고통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는 재상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재상, 아들 중에서도 아메드 왕자를 내가 가장 사랑한다는 것은 재상이 알 것이오. 그대의 위로가 없다면 내 슬픔이 너무 커서 그 무게에 눌려 죽을 것만 같소. 어찌하면 좋을지 얘기해 주시오.” 황제의 마음을 위로해 줄 방법을 생각하던 재상은 경이로운 일을 행한다고 들은 바가 있는 한 마법사를 생각해 냈다. 그는 황제에게 그 마법사를 불러 의논해 보라고 제안하였다. 그리하여 마법사가 황제의 앞에 불려오게 되었다.

황제가 그녀에게 물었다. “너의 기술과 기량으로 아메드 왕자가 어찌 되었는지 말해 줄 수 있겠느냐? 그가 살아 있다면 어디에 있느냐? 다시 그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도 되겠느냐?”


그러자 마법사가 대답했다. “폐하, 저로서는 그에 대해 지금 당장 대답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일까지 시간을 주신다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황제는 마법사에게 시간을 허락하며 많은 보상을 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다음날 마법사가 돌아와서 말했다. “폐하, 아메드 왕자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어디에 계시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인도 황제는 그 대답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왕자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전과 마찬가지로 안절부절못했다.

한편, 아메드 왕자는 페리 바누 요정에게 아버지를 방문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다시는 하지 않았지만 황제에 관해서 요정에게 종종 얘기하곤 했다. 그래서 요정은 왕자가 아직도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날 요정이 왕자에게 말했다. “왕자님, 이제 당신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아니까 가도록 허락해 드릴게요. 다만, 빨리 돌아온다고 맹세해 주세요. 한 가지 충고해 드릴게요. 아버지께는 우리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도, 우리가 어디에 사는지도 말해서는 안 돼요. 왕자님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만족하시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리세요. 아버지를 찾아뵌 것은 아무 사고 없이 잘 살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말이에요.”

아메드 왕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는 20명의 마부를 이끌고 최고로 화려하게 꾸민 말을 타고 출발했다. 그 말은 인도 제국 황제의 마구간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아름다운 말이었다. 아버지가 사는 도시까지는 멀지 않았다. 아메드 왕자가 도착하자 인도 왕국의 사람들이 환호하며 그를 맞이했으며 궁전까지 무리지어 그의 뒤를 따라갔다. 황제는 매우 반갑게 왕자를 포옹하며 동시에 부모가 자식에게 보이는 온화한 표정으로 그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 많은 걱정을 했다고 불평했다.

“아버님,” 하고 아메드 왕자가 대답했다. “제가 쏜 화살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졌을 때 그걸 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혼자 돌아가 화살을 찾기 시작했지요. 후세인 형과 알리 형의 화살이 떨어진 곳도 모두 다 찾아보고 제 화살이 떨어졌을 법한 곳도 모두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평지를 따라 5킬로미터나 갔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찾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무언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제가 앞으로 가고 있지 않겠어요. 20킬로미터를 더 가서 바위들로 둘러싸인 평지에 이르자 화살 하나가 거기에 떨어져 있었어요. 저는 당장 달려가서 화살을 주웠지요. 그것은 제가 쏜 화살과 똑같았어요. 그래서 아버님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저를 위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하지만 이 신비스런 일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으니 마음 상해 하시지 마세요. 다만 제 입으로 제가 행복하며 제 운명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으니 그것으로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아버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가끔 찾아뵙도록 허락해 주세요.”

“아들아, 네 비밀을 더 이상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다. 돌아온 너를 보고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기쁨을 되찾았단다. 언제든지 환영하니 올 수 있을 때 오너라.”

아메드 왕자는 3일 동안 아버지의 궁전에서 지낸 후 4일째 되는 날 페리 바누 요정에게로 돌아갔다. 요정은 그를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메드 왕자가 아버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지 한 달이 되던 어느 날, 요정이 말했다. “아버지에게 했던 약속을 잊어버리셨어요? 더 이상 아버지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내일 다녀오세요.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내게 묻거나 내 허락을 구하지 말고 한 달에 한 번씩 다녀오세요. 그건 기꺼이 허락할게요.”
 

 
다음날, 아메드 왕자는 훨씬 더 화려하게 마구를 갖추고 치장을 한 후 저번과 같은 수행원들을 데리고 출발했다. 황제는 이번에도 기쁘고 흡족하게 그를 맞아 주었다. 왕자는 몇 달 동안 계속 황제를 방문했고 방문할 때마다 더욱더 화려하고 눈부시게 치장을 했다.

마침내 황제의 총애를 받던 신하들은 아메드 왕자의 화려한 차림새를 보고 왕자의 힘이 막강할 것이라 판단하고는 황제로 하여금 왕자를 질투하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들은 신중을 기하면 왕자가 어디에 사는지, 왕실에서 경비를 받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 그처럼 화려한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황제를 부추겼다. 그리고 황제를 모욕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 같다는 둥, 사람들의 환심을 사서 왕위를 찬탈할지도 모른다는 둥의 말을 했다. 또한 자신들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간교한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처럼 강력한 이웃을 옆에 두면 위험합니다. 함께 수행하는 사람도 말도 여행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분명합니다.”

신하들이 이렇게 넌지시 말하자 황제가 대답했다. “내 아들 아메드는 그대들이 날 설득하려 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악하지 않소. 하지만 충고는 고맙게 받아들이겠소. 그대들이 좋은 의도로 나에 대한 충성심에서 그런 충고를 하는 것이라 의심치 않소.”

인도의 황제는 이와 같은 충고들이 그의 마음에 남긴 충격을 신하들이 알지 못하도록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을 듣고 몹시 두려운 마음이 들어 아메드 왕자를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황제는 마법사를 불렀다. 마법사는 밀실문을 통해 황제의 벽장으로 들어왔다.

황제가 입을 열었다. “내 아들 아메드가 매달 내 궁전을 찾아온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어디에 사는지 말해주지도 않고, 나도 그의 비밀을 알려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그는 이맘때쯤에 나를 찾아와서 떠날 때는 나에게도, 신하들에게도 작별인사도 없이 떠난다. 왕자를 지켜보고 있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오너라.”
 
마법사는 아메드 왕자가 그의 화살을 찾은 곳을 알고 있었으므로 황제에게서 물러나 바로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들키지 않도록 바위틈에 몸을 숨겼다.

다음날 아침, 아메드 왕자는 평상시대로 황제에게도, 신하에게도 작별인사를 하지 않고 새벽녘에 출발했다. 마법사는 왕자를 계속해서 주시했다. 그런데 왕자가 갑자기 바위 틈새로 사라져 버리지 않는가. 바위들은 너무도 가파르고 높아서 사람이라면 말을 타든, 걸어서든 넘어갈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는 왕자가 동굴 속으로 들어갔거나 요정들이 사는 지하로 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왕자와 그의 수행원들이 그들이 사는 비밀의 장소로 들어섰을 것이라 생각되었을 때쯤, 마법사는 숨었던 곳에서 나와 왕자의 일행이 사라져 버린 텅 빈 길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찾아봐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법사는 황제에게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곧 찾을 수 있습니다.” 하고 마법사가 말했다.

황제는 기뻐하며 말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하거라.” 그리고 황제는 마법사를 격려하기 위해 매우 값나가는 다이아몬드를 주면서 이는 약조금에 불과하며 이 중요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커다란 보상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왕자가 다음에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날에서 하루 이틀 전쯤, 마법사는 왕자와 그의 수행원들을 놓쳐 버렸던 바위자락으로 가서 자신이 꾸민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기다렸다.

여행에 나선 아메드 왕자는 신음을 하며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울부짖으며 땅바닥에 누워 있는 마법사를 발견했다. 이를 측은히 여긴 왕자는 말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선량한 여인이여, 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오. 내가 도와주겠소. 당신을 극진히 돌봐줄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소. 곧 치료를 받게 될 것이오. 일어나시오. 내 수행원이 당신을 데려갈 것이오.”

왕자가 사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꾀병을 부린 마법사는 이 말에 아파서 일어설 수 없는 척하면서 일어서려 애썼다. 그러자 왕자의 두 수행원이 말에서 내려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들이 마법사를 다른 수행원의 말에 태우자 왕자는 말머리를 철문 쪽으로 돌렸다. 안뜰로 들어서자 왕자는 사람을 시켜 페리 바누를 불렀다. 요정이 황급히 오자 왕자가 말했다. “나의 공주, 이 선량한 여인을 불쌍히 여겨주기 바라오. 보다시피 아픈 이 여인을 발견하고 도와주기로 약속했다오. 당신에게 맡기니 이 여인을 잘 치료해 주리라 믿소.”

왕자가 얘기하는 동안 꾀병을 앓고 있는 여인을 계속 주시하던 요정은 두 시녀를 불러 수행원이 부축하고 있는 여인을 궁전의 방으로 데려가 극진히 보살피라고 명했다.

두 시녀가 요정의 명령에 따라 마법사를 보살피는 동안 요정은 아메드 왕자에게 가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왕자님, 이 여인은 꾀병을 부리고 있어요. 왕자님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여기로 온 거예요. 하지만 염려 마세요. 어떤 함정이 있든 간에 왕자님을 구해 드릴 테니까요. 어서 여행을 떠나세요.”

요정의 말에 아메드 왕자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나의 공주, 내가 그 누구도 해치거나 해칠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해칠 생각을 한다고는 믿을 수 없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선행을 베풀 수 있다면 그리 하겠소.”

이렇게 말하고 왕자는 요정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아버지를 만나러 길을 떠났다. 왕자가 도착하자 황제는 여느 때처럼 그를 맞아 주었다. 사실 황제는 신하들로부터 왕자를 의심하는 얘기들을 들은 이후 매우 불안했는데, 그런 불안을 왕자에게 숨기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한편 페리 바누의 명령을 받은 두 시녀는 마법사를 화려하게 꾸며진 우아한 방으로 데려갔다. 마법사를 침대에 눕히자 한 시녀가 밖으로 나갔다가 액체가 가득 든 도자기 컵을 들고 곧 돌아왔다. 시녀가 컵을 마법사에게 가져가자 다른 시녀가 마법사를 부축하여 일으켰다. “이걸 마시세요.” 하고 시녀가 말했다. “사자의 샘에서 가져온 물이에요. 열을 치료해 주는 영묘한 효험이 있는 영약이에요. 한 시간 안에 효과가 있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시녀들은 마법사를 놔두고 나갔다가 한 시간 후에 돌아왔다. 마법사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시녀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법사가 소리쳤다. “오, 정말 대단한 약이에요! 깨끗이 나았어요. 당신들이 날 친절한 주인님에게 데려다주길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갈 길이 바빠서요.”

두 시녀는 마법사가 누워 있었던 방보다 훨씬 더 훌륭한 여러 개의 방을 지나 커다란 홀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 홀은 궁전에서 가장 화려하고 훌륭하게 치장된 방이었다.

홀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루비, 진주들이 화려하게 박힌 순금으로 만든 왕좌에 페리 바누가 앉아서 화려하게 차려 입은 수많은 아름다운 요정들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너무나도 화려한 광경에 마법사는 눈이 부시고 감탄스러워 왕좌 앞에 엎드린 후에도 입이 벌어지지 않아 요정에게 감사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페리 요정이 그녀의 노고를 덜어주며 말했다. “선량한 여인이여, 당신이 다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오. 당신을 붙들어 둘 생각은 없지만 내 궁전을 보고 싶다면 내 시녀들을 따라가시오. 안내해 줄 것이오.”
 

 
한 마디 할 용기도 힘도 없던 늙은 마법사는 왕좌의 발치를 덮고 있는 양탄자에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한 번 엎드리고는 물러나와 두 요정의 안내를 받았다. 요정들은 아메드 왕자가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방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리고는 마법사가 들어왔던 철문으로 안내한 후 여행을 잘 하라는 인사와 함께 떠나도록 해주었다.
마법사는 몇 걸음을 가다가 철문을 살펴보려고 다시 돌아섰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철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는 물론이고 다른 여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문이었던 것이다. 이 점을 제외하고 마법사는 자신이 얻은 정보에 매우 만족해하며 황제에게 갔다. 그녀는 이리저리 우회로를 통해 궁전 밀실문으로 들어가 곧 황제에게 안내되었다.

마법사는 황제에게 자신이 어떻게 해서 요정의 궁전에 들어갔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곳에서 본 온갖 경이로운 것들에 대해 말해 주었다. 얘기를 마친 후 마법사가 말했다. “폐하께서 당하실 수 있는 불운을 생각하자 온몸이 벌벌 떨렸답니다. 요정이 왕자님을 사주하여 폐하를 왕좌에서 몰아내고 인도 제국의 왕위를 찬탈할 계획을 세울지 누가 알겠습니까? 이는 지극히 중요한 일이므로 폐하께서는 이 점을 늘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인도 황제는 마법사가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았을 때 마침 신하들과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황제는 마법사에게 따라오라고 명한 후 신하들이 모인 자리로 데려갔다. 황제가 마법사가 말한 내용을 신하들에게 전하자 한 신하가 말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려면 왕자가 폐하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을 때 체포해야 합니다. 왕자를 죽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엄중히 감금하자는 것입니다.” 이 제안에 대해 다른 신하들도 일제히 찬성했다.

마법사가 황제의 허락을 얻어 말했다. “왕자님을 체포하면 수행원들도 구금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요정들이니 몸을 보이지 않게 숨기는 능력을 사용하여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그리하여 즉시 페리 바누 요정에게 가서 그녀의 남편이 당한 모욕에 대해 말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페리 바누 요정이 복수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똑같은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폐하께 이득이 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자식으로서의 사랑을 요구해 보세요. 그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다면 폐하께서는 왕자님에 대해 불평을 할 구실이 생기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 손 안에 들고 다닐 수 있지만 펼치면 폐하의 군대가 전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천막을 구해 오라고 요구해 보십시오. 왕자님이 그런 천막을 구해온다면 그와 같은 주문을 또 하는 겁니다. 어려운 주문이어서 왕자님이 실행할 수 없을 때까지 말입니다.”

마법사가 말을 마치자 황제는 신하들에게 그보다 더 나은 제안이 있는지를 물었다. 모두가 대답이 없자 황제는 마법사의 충고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왕자가 황제를 찾아오자 황제가 말했다. “아들아, 네가 그처럼 가진 것이 많고 너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요정과 결혼을 했다니 참으로 행운이구나. 그 요정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좀 해 달라고 네가 부탁을 해 주었으면 한다. 너도 알다시피 전투를 위해 출정을 할 때마다 부대에 천막을 제공하느라 아주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느냐. 네가 요정에게 부탁하면 사람이 한 손 안에 들고 다닐 수는 있지만 펼치면 나의 부대 전부가 들어갈 수 있는 천막을 쉽게 구해올 수 있을 것이다. 날 위해서 이 일을 해 주리라 생각한다. ”

아메드 왕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몹시 당황스러웠다. 마침내 왕자가 입을 열었다. “비밀에 부친 이 사실을 아버님께서 어떻게 아시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버님의 말씀이 모두 사실입니다. 저는 말씀하신 그 요정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 요정을 사랑하고 그녀도 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녀에게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릇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의 요구를 따라야 하므로, 참으로 내키지 않지만 아버지가 바라시는 것을 구할 수 있는지 아내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다만 그 천막을 구할 수 있으리란 약속은 드릴 수 없습니다. 만일 제가 다시는 아버지를 뵈러 오지 못한다면 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표시로 아십시오.”

인도 황제가 대답했다. “아들아, 나의 요구 때문에 여느 때처럼 너를 볼 수 있는 행복을 빼앗긴다면 참으로 유감일 게다. 너는 무릇 남편에게는 아내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구나. 요정으로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너의 아내가 만일 내가 너에게 요구한 것과 같은 사소한 요청을 거절한다면 너에 대한 사랑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증거일 게다.”

이러한 말들도 아메드 왕자를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왕자는 너무나도 고민이 되어 여느 때보다 이틀 더 일찍 떠났다.

페리 바누 요정은 늘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왔던 남편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오자 이유를 물었다. 요정이 끈질기게 묻자 아메드 왕자는 황제가 어떻게 해서 알아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거처에 대한 비밀을 알아냈으며 그녀와 결혼한 사실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요정은 그가 도와 준 적이 있던 여인을 상기시키며 덧붙였다. “하지만 당신이 그처럼 침울한 데에는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음이 분명해요. 말해 보세요, 네?”
아메드 왕자가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나의 충성심을 의심하여 한 손 안에 들고 다닐 수 있지만 황제의 모든 부대가 들어갈 수 있는 천막을 당신에게 부탁해서 구해 오라고 요구했다오.”

요정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왕자님, 황제 폐하의 요구는 참으로 사소한 것이에요. 기회가 되면 황제를 위해 더 중요한 일도 해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 나를 성가시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기쁘게 할 수 있어요.”

요정은 출납관을 불러오게 한 후 말했다.

“누르제하운, 보물 창고에 있는 가장 큰 천막을 가져오시오.” 누르제하운은 곧 손바닥에 쥐고 있어 보이지 않는 천막을 가지고 돌아와서 요정에게 건넸고, 요정은 아메드 왕자에게 이를 건네주었다.
 

 
아메드 왕자는 요정이 보물창고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한 천막을 보고 요정이 자기를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놀라는 표정을 보이자 페리 바누 요정은 곧 이를 알아채고 웃었다. “어머나! 왕자님,” 하고 요정이 소리쳤다. “내가 당신을 놀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는 걸 곧 알게 될 거예요. 누르제하운,” 하고 요정이 출납관을 보고 말했다. “가서 천막을 세워 보세요. 황제께서 크기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실지 왕자님이 볼 수 있도록 말예요.”

출납관은 즉시 천막을 궁전에서 가지고 나가 세웠다. 천막은 황제의 부대의 두 배가 되는 부대가 묵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황제께서 부대에 쓰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는 걸 아시겠죠?” 하고 요정이 말했다.

“게다가 한 가지 특징이 있어요. 특별히 손을 대지 않아도 부대의 크기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는 점이지요.”

출납관은 천막을 다시 해체하여 원래의 크기로 접은 다음 가져와서 왕자의 손에 건네주었다. 왕자는 천막을 가지고 바로 다음날 말을 타고 여느 때처럼 수행원을 데리고 황제에게로 갔다.

황제는 왕자가 신속히 돌아온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그는 천막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 작은 크기에 감탄했다. 그러나 천막을 거대한 평지에 펼쳤을 때 황제가 전투에 데리고 갈 부대의 두 배 규모의 부대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커진 천막을 보고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제는 그처럼 귀한 선물을 준 것에 대해 요정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라고 하면서 왕자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천막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의 보물창고에 넣어놓으라고 명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질투심이 일었다. 그리하여 왕자를 파멸시킬 더 큰 마음을 먹고 마법사를 불러 의논을 하였다. 마법사는 왕자에게 사자의 샘에 있는 물을 가져오게 하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저녁이 되어 황제가 여느 때처럼 그의 중신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왕자가 문안을 드리러 왔다. 황제는 왕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네가 천막을 구해다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 천막은 내 보물창고에 있는 물건들 중에서 가장 귀중하게 생각한단다. 그런데 한 가지만 더 부탁하마. 나에게 아주 유익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니라. 네 아내인 요정이 사자의 샘물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물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온갖 열병을 치료하는 효험이 있다지? 아주 치명적인 경우라도 말이다. 내 건강은 너에게 아주 소중할 테니 네 아내에게 그 물 한 병을 얻어서 영약으로 쓸 수 있도록 가져다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쓸 수 있겠지. 중대한 이 일을 해 주면 이것으로서 다정한 아비에 대한 좋은 아들로서의 의무는 끝난다.”

그가 가져다준 특별하고도 유용한 천막에 황제가 만족하리라 믿었고, 또한 아내의 불쾌감을 살 만한 다른 임무를 황제가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아메드 왕자는 황제가 이 같은 요구를 하자 아연실색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왕자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약을 구해 오는 일을 마다할 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 아내의 도움 없이 구해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그 물을 꼭 가져오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에게 부탁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천막을 부탁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못해 하는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아메드 왕자는 페리 바누에게 돌아가 아버지의 궁전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진지하고 정확하게 얘기를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나의 공주,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버지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일 뿐이오. 이 요구를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그것은 당신이 좋을 대로 하시오. 나는 당신 뜻대로 따르겠소.”

“아니에요, 아녜요.” 하고 요정이 대답했다. “황제의 요구를 들어드릴게요. 황제께서는 마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겠지만 그 마법사가 황제에게 어떤 요구를 하라고 충고하든 간에 나나 당신을 책망하진 못할 거예요. 내 얘기를 들으면 아시겠지만 이 요구는 참으로 간교해요. 사자의 샘은 거대한 성의 마당 한가운데 있는데 그 입구를 네 마리의 사나운 사자들이 지키고 있어요. 사자들은 두 마리씩 교대해가며 잠을 자지요.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 사자들 앞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게요.”

페리 바누 요정은 마침 바느질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옆에 있던 여러 개의 실꾸리 중 하나를 들어 아메드 왕자에게 주면서 말했다. “먼저 이 실꾸리를 받으세요.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곧 알려 줄게요. 두 번째로 말이 두 마리 필요해요. 한 마리는 타고 가시고, 다른 한 마리는 끌고 가세요. 그 다른 한 마리에는 오늘 잡을 양고기 네 점을 싣고 가야 해요. 세 번째로 물을 담아올 병을 준비해 가세요. 그 병은 내가 줄게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철문 앞을 지날 때 앞쪽에 실꾸리를 던지세요. 실꾸리가 성문 쪽으로 굴러갈 것이니 그 실을 따라가세요. 그러다가 성문이 열리면 실꾸리가 멈출 거예요. 열린 문으로 사자 네 마리가 보일 거예요. 깨어 있는 두 마리가 포효하여 잠든 두 마리를 깨우겠지만 놀랄 필요 없어요. 사자들에게 양고기 한 점씩을 던져주고 말을 세차게 몰고 샘으로 가세요. 말에서 내리지 말고 병에 물을 채운 후 똑같이 신속하게 돌아오세요. 사자들은 양고기를 먹느라고 정신이 없어 당신이 지나가도 신경을 쓰지 않을 거예요.”

아메드 왕자는 다음날 아침 요정이 정해준 시간에 출발하여 그녀의 지시대로 정확히 따랐다. 그는 성문에 도착하자 양고기 네 조각을 사자들에게 던져주고 대담하게 사자들 사이를 지나 샘으로 가서 병에 물을 채우고 무사히 돌아왔다.

성문에서 조금 멀어졌을 때 뒤를 돌아보자 사자 두 마리가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칼을 빼어들고 방어할 준비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그 중 한 마리가 길에서 멀리 비켜서서 머리와 꼬리를 흔들어, 그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으며 그저 앞서 가려는 것뿐이고, 다른 한 마리는 그의 뒤에서 따라가고자 할뿐이라는 표시를 해 보였다.

그래서 왕자는 칼집에 칼을 다시 집어넣었다. 이렇게 호위를 받으며 왕자는 인도의 수도에 도착했다. 사자들은 왕자가 황제의 궁 앞에 이를 때까지 그를 호위해 준 후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물론 사자들이 지나갈 때 사납게 굴지도 않았고 아주 조용하게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을 가거나 숨었다.

왕자가 말에서 내릴 때 많은 신하들이 나와서 왕자를 맞이하여 황제의 방으로 안내했다. 황제는 마침 총애하는 신하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왕자는 왕좌로 다가가 황제의 발 앞에 물병을 놓고 발받침을 덮은 양탄자에 입을 맞추고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폐하께서 원하시던 효험이 있는 물을 가져왔습니다, 폐하. 하지만 결코 이 물을 사용할 일이 없도록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왕자가 말을 마치자 황제가 그의 오른손을 왕자에게 얹고 말했다. “아들아, 이처럼 귀중한 선물을 가져다주어서 참으로 고맙구나. 하지만 한 가지 더 부탁할 일이 있다. 이 이후로는 너의 복종을 요구하거나 네 아내에게 부탁하란 말을 할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내 부탁은 키가 50센티미터를 넘지 않고, 수염이 90센티미터가 되고, 어깨에는 무기로 사용하는 200킬로그램이 넘는 철봉을 얹고 다니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니라.”

다음날 왕자는 페리 바누에게 돌아가 아버지가 요청한 새로운 요구에 대해 얘기하면서 앞의 두 가지 요구보다 더욱더 불가능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 세상에 그와 같은 사람이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염려하지 마세요.” 하고 요정이 대답했다. “당신은 아버지를 위해 사자들이 지키고 있는 샘물을 가져오는 위험도 감수했잖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바로 제 오빠 샤이바르가 그런 사람이거든요. 우리는 둘 다 같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났지만 샤이바르는 나랑은 완전히 딴판이에요. 그는 성질이 포악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화를 내며 누구라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려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후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지 도와주지요. 그를 불러올게요.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요. 아주 특이한 그의 외모를 보고 놀라지 않도록 말이에요.”

“뭐라고요!” 하고 아메드 왕자가 말했다. “샤이바르가 당신 오빠란 말이오? 그렇다면 그가 영원히 그렇게 추하고 기형이라 하더라도 나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서 그를 사랑하고 존경할 것이오.”

페리 바누 요정은 황금으로 만든 채핑 디쉬chafing dish1에 불을 얹어 궁전 현관 아래 놓으라고 명령했다. 그러고 나서 요정이 향을 집어 불 속으로 던지자 짙은 연기구름이 일었다.

1. 음식이 식지 않도록 보온할 수 있게 만들어진 그릇
 
잠시 후 요정이 아메드 왕자에게 말했다. “오빠가 오고 있어요. 보여요?” 왕자는 즉시 샤이바르를 알아봤다. 샤이바르는 사나운 눈으로 왕자를 보더니 페리 바누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요정이 대답했다. “내 남편이야, 오빠. 이름은 아메드. 인도 황제의 아들이야. 남편을 위해서 오빠를 무례하게 부른 거야.”

이 말에 샤이바르는 우호적인 눈으로, 그러나 사납고 야만스러운 표정은 그대로인 채로 아메드 왕자를 보며 말했다. “너의 남편이라고 하니 그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의 아버지인 황제께서 오빠를 보고 싶어 해. 남편을 따라 황제의 궁으로 가 주면 좋겠어.” 하고 페리 바누가 말했다.

“길을 안내해 주기만 하면 돼. 내가 따라갈 테니.” 하고 샤이바르가 대답했다.

다음날 아침, 샤이바르는 아메드 왕자와 함께 황제를 만나러 출발했다. 그들이 도시 성문에 이르자 샤이바르를 보고 사람들이 가게나 집으로 도망가 문을 꼭 잠그고 숨었으며, 달아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공포를 전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모두들 집 안에 숨어 있어서 샤이바르와 아메드 왕자가 궁전에 이를 때까지 거리와 광장이 텅 비었다. 궁전에 이르렀을 때 문지기들은 샤이바르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기는커녕 도망가느라 바빴다. 그래서 왕자와 샤이바르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황제가 앉아 있는 어전회의실로 가서 알현을 하였다.

황제에게 소개를 하기도 전에 샤이바르는 사납게 황좌로 다가가 황제에게 물었다. “당신이 날 찾았다고.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지?”

황제는 너무나도 끔찍한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샤이바르는 이 같은 무례한 접대에 몹시 화가 나서 아메드 왕자가 미처 말릴 겨를도 없이 철봉을 들어올려 황제의 머리를 쳐서 죽여 버렸다. 그리고는 황제에게 못된 조언을 한 신하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하지만 재상은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살려 주었다. 이 같은 끔찍한 처형을 끝내자 샤이바르는 철봉을 어깨에 메고 회의실에서 마당으로 나와 재상을 보며 말했다.
 

 
“여기에 마법사가 있다고 들었다. 내 처남인 왕자에게 있어서 내가 징벌한 비열한 신하들보다도 더욱더 큰 원수인 마법사 말이다. 즉시 데려오너라.” 재상은 즉시 마법사를 불러오게 했다. 마법사가 안내되어 오자 샤이바르는 철봉으로 마법사의 머리를 내리쳐 죽였다.

그러고 나서 샤이바르가 말했다. “만일 내 처남인 아메드 왕자를 인도의 황제로 즉시 인정하지 않으면 도시 전체에 똑같은 벌을 내리겠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아메드 황제 폐하, 만수무강을 빕니다!” 라는 말을 반복하며 환호했다. 샤이바르는 아메드 왕자에게 황제의 옷을 입게 한 다음 황좌에 앉히고, 모두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한 후 페리 바누에게로 돌아가서 위풍당당하게 그녀를 데려와 인도 제국의 황후로 인정을 받게 했다.

알리 왕자와 누로니하르 공주에게는 많은 땅과 함께 재산이 주어졌다. 그들은 그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나중에 알리 왕자는 신하로서 후세인을 찾아가 상황이 변했음을 알리고, 원하는 땅을 주겠다는 황제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은둔 생활에 매우 만족했다. 그래서 황제에게 친절함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면서 충성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고 그가 바라는 유일한 호의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은둔해서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장

하룬 알 라시드 왕의 모험

 
 
 
 
한번은 하룬 알 라시드 왕이 지아파 재상과 함께 상인으로 변장하여 바그다드 시 한가운데 있는 유프라테스 강 위의 다리를 건너다가 구걸을 하는 한 맹인 노인을 만났다. 왕은 노인에게 금화 한 닢을 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인이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리, 제 따귀를 한 대 때려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베푼 자비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엄숙한 맹세를 어기게 될 테니까요.”

왕은 망설이다가 그 이상한 요청을 받아들여 노인의 뺨을 살짝 때리고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몇 걸음을 가다가 왕이 재상에게 말했다.

“저 맹인 노인에게 가서 내일 오후 기도 시간에 맞추어 내 궁전으로 오라고 전하시오. 어떤 사연인지 들어 보고 싶소. 분명 기이한 사연이 있을 것이오.”

재상은 급히 노인에게 가서 말을 전하고 다시 왕과 함께 길을 갔다.

도시로 들어선 두 사람은 광장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 구경꾼들은 한 잘생긴 젊은이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젊은이는 암말에 올라타 그 가엾은 말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야만스럽게 채찍질을 해대며 박차를 가해 궁전 주위를 전속력으로 돌고 있었다. 왕은 그 모습을 보고 몹시 마음이 상했다. 그는 그 젊은이가 왜 그처럼 말을 학대하는지 알고 싶으니 그 젊은이 또한 궁전으로 불러오라고 재상에게 명했다.

그러고 나서 왕과 재상은 궁전으로 향했다. 도중에 왕은 전에도 본 적이 있는 아주 근사한 건물을 보게 되었다. “저곳에는 누가 사는고?” 하고 왕이 물었다. 재상은 여기저기 물어 밧줄을 만드는 사람이란 뜻의 ‘알하발’이라는 성을 가진 코기아 하산이라는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 그 사람의 직업이 밧줄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왕은 매우 흥미로워서 재상에게 그 또한 내일 궁전으로 부르라고 명했다.

이렇게 해서 다음날, 세 사람이 궁전으로 오게 되었다. 그들은 재상의 안내를 받아 왕 앞으로 왔다.

세 사람 모두 왕 앞에 엎드려 절을 했다. 그들이 일어선 후 왕이 맹인에게 이름을 묻자, 맹인이 바바 압달라라고 대답했다.

“바바 압달라, 당신에게 자선을 베푸는 사람에게 왜 당신의 따귀를 때려 달라고 부탁하는지 이유를 말해 보시오.” 하고 왕이 말했다.

맹인이 낮게 절하고는 대답했다. “폐하, 말씀 드리겠나이다. 이유를 들어보시면 그 이상한 행동이 제가 저지른 커다란 죄에 대한 조그마한 속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바바 압달라의 이야기

 
 
 
 
바바 압달라가 말을 이어나갔다.

폐하, 저는 바그다드에서 태어났답니다. 이른 나이에 저에게 많은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왕국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기 시작했지요.

한번은 도시를 돌다가 부소라로 가게 되었답니다. 그곳에서 낙타에 짐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에 금욕생활을 하는 이슬람교 수행자를 만났지요. 우리는 서로에게 궁금한 점들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은 다음에 앉아서 식사를 했답니다.

식사를 하면서 그 수행자는 근처에 엄청난 보물이 있는 장소를 안다고 하면서 그곳에 있는 금과 보석을 내가 가진 80마리의 낙타에 가득 싣고 온다 해도 없어진 흔적도 없을 거라고 했지요.

그 말을 듣고 제가 너무 기뻐하며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하자 수행자가 대답했습니다. “언제라도 보물이 있는 장소로 데려다 주겠소. 80마리의 낙타에 금과 보석을 가득 실어 올 수 있게 말이오. 단 조건이 하나 있소. 낙타에 보석을 가득 실으면 절반의 낙타는 나를 주시오. 그리고 나머지는 당신이 가지시오. 그런 후 헤어져서 각자 낙타를 가지고 제갈길을 가기로 합시다. 이 분배가 매우 공평하다는 걸 알 것이오. 나에게 낙타 40마리를 준다 해도 당신은 내 덕분에 천 마리를 살 돈을 갖게 될 것이니 말이오.”

욕심 때문에 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겠다고 했지요. 제가 약속을 하자 그는 그곳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그곳은 두 개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이었는데 매우 외딴 곳이어서 아무에게도 들킬 염려가 없었어요. 그곳에 도착하자 수행자는 낙타들을 멈추라고 말하더니 재빨리 나뭇가지들을 모아 주문을 외우면서 불을 지폈지요. 자욱한 연기가 일었다가 사라지자 우리 맞은편에 있던 벼랑의 측면이 뒤로 물러나더니 산허리에 매우 웅장한 궁전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저기에 보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지요.

저는 맹수처럼 욕심 사납게 금을 주워 자루에 잔뜩 채웠습니다. 그러다가 수행자가 금보다는 보석에 더 열중하는 것을 보고 그를 따라서 보석을 주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금보다는 보석을 더 많이 가져오게 되었지요. 특이하게도 수행자는 금으로 된 작은 상자를 주워 내게 보여주었는데, 안에는 끈적끈적한 연고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낙타에 보석을 잔뜩 실었지요. 그런 후 그는 다시 주문을 외워 바위를 닫았습니다.

우리는 각자 40마리씩 낙타를 나눠 가지고 함께 여행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큰 길이 나오자 수행자는 부소라를 향해서, 저는 바그다드를 향해서 길을 떠났지요. 우리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포옹을 하고 작별인사를 하고서 각자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배은망덕과 질투라는 악마가 내 마음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낙타를 잃은 것을 한탄했지요. 아니 그것보다는 낙타에 실린 보석들을 잃은 것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요. ‘저 수행자에게는 이런 보석이 필요가 없지. 언제든 보물을 찾아낼 수 있고 원하는 대로 가질 수도 있잖아.’ 저는 가장 사악한 배은망덕이라는 악마에게 굴복하여 낙타와 낙타에 실은 짐을 모두 그에게서 당장 빼앗아 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러한 계획을 행동에 옮길 작정으로 저는 그를 목청껏 소리쳐 불러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알리고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지요. 그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지요. “형제, 당신과 헤어져 발길을 옮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 뭐요. 우리 둘 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말이오. 당신은 은둔생활을 하는 수행자로 지금까지 평온하게 살아 왔고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 왔소. 오직 하느님만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 왔지. 그러니 이렇게 많은 낙타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번거롭고 힘든지 모를 것이오. 충고를 하자면 서른 마리만 가져가는 게 좋겠소. 그것만으로도 돌보는 일이 벅찰 것이오. 내 말을 믿으시오. 내가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아오.”

수행자는 저를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저에게 마흔 마리 낙타 중에서 열 마리를 골라 가라고 했지요. 저는 재빨리 낙타를 골라 제가 가진 마흔 마리 뒤쪽에 붙여 몰고 갔지요. 수행자가 순순히 제 말을 따르는 데 대해 내심 놀라워하면서도 점점 욕심이 더 생겼습니다. “형제여, 생각해 보니 당신은 낙타를 돌보는 일이 서투르니 서른 마리도 너무 많은 것 같소. 그러니 열 마리를 더 내게 주어 수고를 덜도록 하시오.” 하고 제가 말했지요.

제 말이 그럴 듯했기 때문에 수행자는 망설임 없이 열 마리를 더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스무 마리를, 저는 예순 마리를 갖게 되었지요. 저는 그 어느 군주보다도 더 많은 보물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쯤 되었으니 누구라도 이제는 제가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더 욕심이 생겨 나머지 스무 마리 낙타도 빼앗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제가 끈덕지게 졸라대자 수행자는 흔연히 열 마리를 더 주었습니다. 저는 나머지 열 마리를 빼앗기 위해 수행자를 껴안고 그의 발에 입을 맞추고 어루만지면서, 이왕 나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끝까지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했어요. 결국 수행자가 나머지마저 제게 주었어요. 저는 더 이상 기쁠 수가 없었지요. 그때 문득 수행자가 제게 보여 주었던 연고가 들어 있던 작은 상자에 제가 가진 모든 보물보다도 더 값진 것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상자를 갖고 싶다고 말했지요.

“그 작은 연고 상자가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소?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귀찮게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겠소? 그러니 내게 선물로 주시오. 속세의 허영심과 담을 쌓고 지내는 당신 같은 수행자에게 향수나 향내 나는 연고가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가 끝까지 그 상자를 제게 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힘이 더 셌기 때문에 그가 거절을 한다면 강제로 뺏을 결심까지 하고 있었어요. 제 욕심을 끝까지 채우기 위해 그에게 조그마한 보물도 허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수행자는 선선히 가슴에서 상자를 꺼내 흔쾌히 제게 주며 말했지요. “여기 있소. 받으시오, 형제여. 만족하길 바라오. 내가 더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해 보시오. 무슨 부탁이든 들어주겠소.”

상자를 받아든 저는 뚜껑을 열고 연고를 들여다보며 물었지요. “이처럼 내게 친절을 베풀었으니 이 연고가 어떤 특별한 용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 주리라 믿소.”

“이 연고는 아주 놀랍고도 신기한 효능이 있다오.” 하고 수행자가 대답했습니다. “이걸 왼쪽 눈에 조금 바르면 땅 속 깊숙이 묻혀 있는 온갖 보물들을 볼 수가 있다오. 하지만 이걸 오른쪽 눈에 바르면 맹인이 되지요.”

제가 부탁을 하자 수행자는 제 왼쪽 눈에 연고를 발라 주었어요. 그 순간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신기하게도 엄청난 보물들이 보였어요. 그 보물들을 전부 갖고 싶었지요. 그때 수행자가 연고를 오른쪽 눈에 바르면 눈이 멀게 된다고 말한 것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서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른쪽 눈에 연고를 발라 달라고 했지요.

“잊어버렸소? 즉시 맹인이 된다는 것을.” 하고 수행자가 말했지요.

저는 수행자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믿기는커녕 분명 무언가 신비스런 비밀이 있을 것이고, 그걸 수행자가 숨기고자 한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형제여, 당신이 날 속이려고 하는 것이 뻔하오. 한 가지 연고에 어찌 정반대되는 효능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오.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오. 내 말을 믿어야 하오. 진실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고 수행자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정직한 사람처럼 말을 하는 수행자를 믿지 않으려 했지요. 이 세상에 있는 온갖 보물들을 마음껏 보고 싶다는 욕심에, 그리고 그 보물들을 욕심껏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의 충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곧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불행을 겪게 될 것이라는 말도 믿지 못했지요.

저는 연고를 왼쪽 눈에 바르면 땅 속에 묻힌 온갖 보물들을 볼 수 있으니 오른쪽 눈에 바르면 그 보물들을 내 마음대로 가질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지요.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저는 오른쪽 눈에 연고를 발라 달라고 수행자에게 끈질기게 졸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지요. “형제여, 당신에게 이처럼 호의를 베풀어놓고 막판에 그와 같은 엄청난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소. 시력을 잃으면 얼마나 불행할지 생각해 보시오. 평생 후회할 일을 해 달라고 내게 강요하지 마시오.” 하고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고집스럽게 졸라대면서 강한 어조로 말했지요. “형제여, 그런 걱정들은 제발 접어 두시오. 이제까지 아주 너그럽게도 내가 부탁한 일들을 모두 들어 주었는데, 막판에 이런 하찮은 부탁 하나 못 들어 주어서 내가 당신한테 불만을 가지고 떠나야 하겠소? 제발, 이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시오. 무슨 일이 생기든지 간에 당신을 원망하지 않고 모두 내 탓으로 돌리겠소.”
 

 
수행자는 온갖 말로 완강하게 거부를 하다가 제가 강압적인 수단을 쓰려고 하자 그 치명적인 연고를 조금 찍어 내 오른쪽 눈에 발라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아! 눈을 떠보니 두 눈 모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 보시는 것처럼 맹인이 되어 버렸지요.
 
“아! 수행자,” 하고 저는 고통에 차서 외쳤습니다. “당신이 경고한 말이 모두 사실이었구려. 치명적인 호기심과 그칠 줄 모르는 보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나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다니! 하지만, 자비롭고 선량한 소중한 형제여, 당신은 경이로운 비법들을 두루 알고 있으니 내 눈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지 않소?”

“참으로 가련한 사람 같으니라고!” 하고 수행자가 대답했지요. “내 충고를 들었더라면 이런 불행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은 응당한 대가를 치렀소. 당신의 마음이 멀어서 당신의 눈이 멀게 되었구려. 그러니 하느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느님에게 기도하시오. 오직 하느님만이 당신에게 눈을 되찾아 줄 수 있소.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 당치도 않게 많은 보물을 주셨으나 당신은 그것을 받을 자격이 없었소. 그러니 당신에게 가당치 않은 보물을 다시 빼앗아가신 것이오. 하느님께서는 이제 내 손을 통해서 당신처럼 배은망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보물을 나누어 주실 것이오.”

수행자는 형언할 수 없는 절망에 빠져 혼란스러워하는 저를 내버려 둔 채 제 낙타들을 몰고 부소라를 향해 떠나 버렸답니다.

그가 떠나는 소리를 듣고 저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저를 그처럼 비참한 상태로 내버려 둔 채 떠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제가 처음에 묵었던 숙소에라도 데려다 달라고 간청했지요. 하지만 그는 저의 간청과 애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요. 그처럼 눈도 잃고 세상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잃은 저는 고통과 배고픔에 지쳐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음날, 부소라에서 돌아오던 한 대상隊商이 자비롭게도 저를 받아주어 바그다드로 데려다 주었지요. 이렇게 해서 저는 오갈 데 없이 구걸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저지른 죄에 대한 속죄를 하기 위해 저는 속죄의 방법으로 제 처지를 가련하게 여겨 자비를 베풀어 주는 사람에게 제 따귀를 때리도록 하고 있답니다.

폐하, 어제 제가 그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고 폐하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을 한 것은 모두 이런 연유 때문입니다. 폐하의 노예로서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노니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바바 압달라,” 하고 왕이 말했다. “네가 뉘우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너 스스로에게 가한 속죄에 대한 대가로 재상으로 하여금 너에게 은화 네 닢을 주도록 할 것이니 앞으로는 길거리에 나가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이 말에 바바 압달라는 왕의 발치에 엎드려 감사를 드리며 행복하게 장수를 누리기를 기원하였다.
 
시에드 누만 이야기

 
 
 
 
이번에는 왕이 젊은이에게 말을 학대하는 이유를 말하라고 명했다. 그러자 젊은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폐하, 제 이름은 시에드 누만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참으로 이상한 사연이 있습니다. 저는 아민이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을 했는데, 아민의 이상한 행동으로 인해 비탄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결혼할 사람을 보지도 않고, 누군지도 모른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기 때문에 아내가 될 사람이 끔찍하게 추하거나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그리고 설사 외모가 약간 결함이 있더라도 행동거지와 처신이 단정하고 재기가 있어 그것을 벌충할 만하다면 남편은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을 폐하께서도 아실 겁니다. 처음으로 베일을 벗은 아내의 얼굴을 보았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감탄을 했지요. 그런데 아내는 약간의 밥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을 때에도 낱알을 하나씩 바늘로 찍어서 입으로 가져갔지요. 그것만 먹고는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저는 아내가 의심스러워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연유인지 알아내기 위해 밤에 자지 않고 깨어 있었지요.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드디어 그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아내는 제가 곤히 잠든 줄 알고 살며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습니다. 아내가 나가자 저도 일어나서 어깨에 망토를 걸치고 아내 뒤를 밟았지요. 그런데 아내가 집 근처에 있는 공동묘지로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아내는 사람의 시체를 먹는 악귀들과 어울려 소름끼치는 잔치를 벌이며 포식을 했지요. 그 광경에 저는 괴로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아내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었지요. 그때, 아내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저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 하루 종일 밖에서 지냈습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저녁식사를 차리라고 하더니 여느 때처럼 이상한 식으로 밥을 먹었지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제가 말했습니다. “우리집 식사가 악귀들이 차려주는 식사만도 못하나?” 

이 말에 아민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무섭게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비열한 놈, 호기심 때문에 엿본 대가로 벌을 받거라. 개가 되거라!”

아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는 개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막대기를 집어들더니 저를 가혹하게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열었지요. 저는 울부짖으며 거리로 뛰쳐나갔습니다. 수많은 개들이 뒤쫓아 오며 저를 사납게 물어뜯었습니다. 그 개들을 피해 양머리들을 내놓은 한 가게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많은 개들이 밖에서 먹을 것을 얻으려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무리에 끼어 시장기를 채웠지요. 다음날 저는 빵가게로 갔는데, 빵가게 주인이 저를 친절하게 맞아주며 함께 지내게 해주었습니다.

그 빵가게에서 지낸 지 얼마가 지난 어느 날, 한 여자가 빵을 사러 와서는 주인에게 위조화폐로 빵값을 지불했습니다. 주인이 돌려주며 진짜 돈을 달라고 했지요. 그러자 여자는 다시 받기를 거부하면서 위조된 돈이 아니라고 우겼습니다. 빵가게 주인이 위조된 돈이라고 하면서 여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에 딱 봐도 위조된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개라도 이를 구별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요.
그리고는 저를 불러 말했어요. “보거라. 그리고 이 중 어떤 것이 위조된 돈인지 말해 보거라.” 저는 돈을 모두 훑어보고는 발로 위조화폐를 나머지 것으로부터 떼어놓은 다음 주인에게 보라는 뜻으로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았지요.

빵가게 주인은 아주 놀라워했어요. 그 후 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어 가게는 손님들로 붐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가 가게로 들어와 제 능력을 시험하더니 자기 집으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해보였습니다. 저는 무슨 뜻인지 알았기 때문에 선선히 따라갔지요. 곧이어 그녀의 집에 다다르자 여자는 마법사인 자기 딸에게 저를 데려갔습니다.

여자가 말했지요. “아이야, 이 개는 유명한 개란다. 내 생각에는 개의 모습을 한 사람인 것 같구나. 그렇지? 내 말이 맞지 않느냐?”

“맞아요, 당장 마법을 풀게요.” 하고 젊은 딸이 대답했어요.

젊은 딸은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물이 담긴 대야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내 위로 물을 뿌리면서 말했습니다. “개로 태어났다면 개로 있고,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이 물의 힘으로 사람으로 되돌아가거라!” 그 순간 마법이 풀리고 저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지요.

제가 저를 구해준 딸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떠나려고 하자 딸이 말했습니다. “이 물을 가져가세요. 그리고 집에 도착하거든 그 잔인한 아내에게 뿌리면서 이렇게 말하세요. ‘너의 사악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받아라!’ 라고.” 저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지요. 그랬더니 아민이 그 자리에서 암말로 변했습니다. 어제 제가 타고 있던 그 말이 바로 아민이랍니다. 제가 아내에게 가한 벌이지요. 폐하께서 명하신 대로 제 사연을 모두 들려드렸나이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너의 아내는 실로 벌을 받아 마땅하나 충분히 벌을 받았으므로 다시는 그런 사악한 행동을 하지 말고, 둘이 화해를 하면 좋겠구나.”

이렇게 말하고 왕은 코기아 하산을 돌아보았다. 코기아 하산이 왕의 명령을 받아 자기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코기아 하산 알하발 이야기

 
 
 
 
폐하, 밧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저 코기아 하산 알하발이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모든 부富는 모두 저의 두 친구인 사디와 사드 덕분이랍니다. 어떻게 하여 이러한 부를 얻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디와 사드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달랐답니다. 아주 큰 부자인 사디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많은 재산이 없이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고 항상 주장했지요. 하지만 사드는 의견이 달랐습니다. 그는 편안한 삶을 위해 부가 필요하긴 하지만, 괜찮은 삶을 영위하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정도의 재물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사람의 삶에 있어서 행복이란 재물을 좇기보다는 미덕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보았지요.

어느 날, 이것은 두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둘이서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사디가 말했습니다. “내가 직접 실험을 해서 증명해 보이겠네. 이를테면, 장인匠人에게 돈을 줘 보는 것일세.” 그 때 두 사람은 우연히 제 가게 앞을 지나다가 제가 밧줄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드가 저를 가리키며 말했지요. “저기 한 사람 있군. 내가 기억하기로 저 사람은 오랫동안 밧줄을 만드는 일을 해 왔는데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지. 자네가 후하게 돈을 줄 대상으로 마땅한 것 같군. 자네가 원하는 실험을 하기에도 적당한 사람이고 말이야.”

두 친구는 저에게 와서 저를 찾아온 목적을 말했어요. 그리고 사디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 제 손에 쥐어 주며 말했지요. “자, 이걸 받으시오. 금화 200냥이 들어 있소. 이 돈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내가 바라는 대로 유용하게 쓰길 바라오. 여기에 있는 내 친구 사드와 나는 이 돈이 당신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매우 기쁘겠소.”

저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두 친구가 떠난 후 저는 다시 일을 하면서 제가 갖게 된 큰 행운에 대해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돈을 어디에 두어야 안전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집은 가난해서 돈을 넣어 둘 상자나 찬장 또는 돈이 눈에 띄지 않게 숨겨 둘 안전한 장소가 없었거든요.

이렇게 고민을 하다가 저는 당장 써야 할 10냥을 제외한 나머지 금화를 제 터번을 둘러싼 린넨 천에 넣고 꿰맸습니다. 그리고는 밧줄을 만들 싱싱한 대마大麻를 산 다음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못한 우리 가족들을 위해 저녁 식사로 먹을 고기를 사러 갔지요.

고기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굶주린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절 덮쳤어요. 고기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지 않았더라면 낚아채갈 뻔했지요. 그런데 뺏기지 않으려고 심하게 몸부림치는 바람에 터번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독수리는 잽싸게 고기를 놔주고 터번을 낚아채더니 가지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이웃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나와서 독수리로 하여금 터번을 떨어뜨리게 하려고 소리를 질렀지요. 하지만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독수리는 제 터번을 가지고 멀리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가 쫓아갔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저는 돈을 잃어버리고 침울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대마를 사느라고 돈을 써버린 데다가 새 터번을 사야 했기 때문에 남은 돈이라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거대한 희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요.

그래도 10냥 중 남은 돈이 있는 동안 우리 가족은 전보다는 더 나은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돈이 바닥이 나고 우리는 예전과 똑같은 가난뱅이가 되어 비참한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절대로 푸념이나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웃들에게 금화 190냥을 잃어버렸다고 말하자 그들은 절 그저 비웃기만 했지요.

6개월이 지나자 두 친구가 다시 제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믿기 힘든 얘기를 해야 하는 제가 몹시 부끄러웠지요. 사디는 제 말에 조소를 하더니 말했어요. “하산, 그런 농담을 하다니 날 속일 생각 마시오. 대체 독수리가 터번을 가져갔다니 말이나 되오?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독수리가 터번을 가져다 뭘 하겠소?”

“나리, 제 말을 증명해 줄 증인들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하고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드가 제 편을 들어 사디에게 독수리에 관한 수많은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얘기도 들려주었지요. 그러자 사디는 지갑을 꺼내 금화 200냥을 제 손에 쥐어 주었어요. 저는 지갑이 없었기 때문에 돈을 가슴에 넣으면서 이번에는 이 너그러운 선물을 조심해서 잘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디는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 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조용히 가게를 나갔지요.

그들이 떠나자 저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외출하여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돈을 꺼내 10냥을 따로 챙겨놓고 나머지는 한쪽 구석에 있는 밀기울 항아리 속에 넣어 두었지요. 잠시 후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집에 대마가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아내에게 대마를 사러 간다고 말하고 두 친구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왔습니다.
 
제가 집을 비운 사이에 수세미를 파는 장수가 우리 거리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수세미가 필요했던 아내는 돈이 없자 밀기울과 수세미를 바꾸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세미 장수는 밀기울 항아리를 가져가 버렸지요.
집에 돌아온 제가 항아리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아내에게 묻자 아내가 수세미와 항아리를 바꾸었다고 했지요. 아내는 아주 유리한 거래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저는 아내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면서 심하게 나무랐답니다. 아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알자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 같았습니다. 울부짖고 가슴을 치고 머리카락과 옷을 쥐어뜯었지요. “아이고, 이 박복한 년.” 하고 아내가 울부짖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서도 살 자격이 있을까? 그 수세미 장수를 어디서 찾지? 누군지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오! 여보, 그처럼 중요한 물건을 그리 허술하게 보관하다니 당신도 책임이 있어요!”

“여보, 이제 그만 슬퍼하고 진정하시오. 그렇게 울부짖으면 이웃들이 다 알겠소. 그들이 알면 우리를 동정하기는커녕 비웃을 거요.” 하고 제가 말했어요.

이런 일을 겪은 후에 두 친구가 다시 찾아왔지만 저는 기쁘게 맞이할 수가 없었지요. 사실, 그들이 왔을 때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저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참담한 심정으로 그동안에 일어난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들었지요. 저는 이야기를 마친 후 이렇게 덧붙였어요. “나리, 나리의 관대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되지 못하고 가난뱅이로 사는 것이 저에 대한 오묘하고도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인가 봅니다. 하지만 나리께서 원하시던 대로 부자가 된 거나 다름없이 나리에게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을 한 후 저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사디가 친구인 사드를 돌아보며 말했지요. “이제 자네가 실험을 할 차례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 말고도 달리 돈을 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보여주게나. 하산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는 게 어떻겠나? 장담하건대, 이 사람에게 어떤 것을 주든 간에 금화 400냥을 준 것 이상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걸세.”

당시에 사드는 납 조각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사디에게 보여주며 말했지요. “아까 내가 땅바닥에서 이 납 조각을 줍는 것을 보았을 걸세. 이 납 조각을 하산한테 주겠네. 이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게 될 걸세.”

사디는 사드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어요. “대체 납 조각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눈곱만큼의 가치라도 있을까? 하산이 그걸 가지고 뭘 하겠나?”

사드는 납 조각을 제게 내밀며 말했어요. “받게, 하산. 사디가 웃든 말든 상관 말게. 언젠가 이 납 조각이 자네한테 행운을 가져다주면 우리한테 말해 주게나.”

저는 사드가 농담을 하는 줄 알고 받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납 조각을 받고 고맙다고 말했지요. 두 친구는 다시 가던 길을 갔고 저는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지요.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려고 옷을 벗는데 그 두 친구가 떠난 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납 조각이 주머니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저는 납 조각을 주워서 침대 옆에 놔두었지요. 그날 밤 이웃에 사는 한 어부가 그물을 수리하다가 납 조각 하나가 부족한 것을 알았습니다. 밤이 너무 늦어 가게들이 모두 닫혀 있었기 때문에 납 조각을 살 곳을 찾지 못한 어부는 그의 아내에게 혹시 이웃 사람들 중에 납 조각을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부의 아내가 거리 양쪽에 늘어선 집들을 찾아다니며 납 조각을 구해 보려고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부에게 돌아가 납 조각을 못 구했다고 하자 어부가 몇몇 집들을 대면서 그 집들을 찾아가 봤냐고 물었지요. 그 집들 중에는 우리 집도 들어 있었습니다. “아니요.” 하고 어부의 아내가 대답했어요. “그 집들은 안 가봤어요. 너무 멀어서요. 그리고 그 집들을 가본들 납 조각을 구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이제까지 경험으로 볼 때 그 사람들이 내가 구하고자 한 것을 가지고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어쨌든 간에, 가서 알아보고 오시오. 백 번을 찾아갔는데 한 번도 필요한 것을 얻어오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잖소.” 하고 어부가 말했어요.

어부의 아내는 투덜대며 와서 우리 집 문을 두드려 깊은 잠이 든 저를 깨웠습니다. “하산, 남편이 그물을 고치고 있는데 납 조각이 필요하대요. 혹시 있으면 좀 주세요.” 하고 어부의 아내가 말했지요. 저는 사드가 제게 주었던 납 조각이 생각나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면 제 아내가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지요. 저처럼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제 아내가 일어나서 제가 일러준 곳을 더듬거려 납 조각을 찾아서 문을 열고 나가서 어부의 아내에게 건네주었어요. 어부의 아내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아내에게 보답으로 그물을 던져 맨 처음 낚아 올린 것을 우리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지요.

어부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납 조각을 구할 수 있게 되어 너무도 기뻐하며 아내가 한 약속에 찬동했어요. 그는 그물을 고친 다음 여느 때처럼 날이 밝기 두 시간 전에 고기잡이를 하러 갔지요. 첫 번째 그물을 던져 올라온 것은 물고기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길이가 1미터 정도에 아주 통통한 물고기였지요.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첫 번째 낚아 올린 물고기에 버금가는 것은 없었지만 물고기가 아주 많이 잡혔습니다.

그날 아침, 어부는 자기 아내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를 들고 저를 찾아와 말했지요. “이웃 양반, 지난밤에 내 아내가 당신의 친절에 대한 보답으로 첫 번째 그물을 던져 잡은 고기를 당신에게 주기로 약속한 바 있소. 그런데 하느님의 뜻인지 이 물고기 한 마리밖에 올라온 것이 없었소. 그러니 받아 주시오. 더 나은 것이었으면 좋으련만 어쩌겠소.”
 
제가 말했어요. “이웃 양반, 당신한테 준 납 조각은 하찮은 것이어서 별로 가격이 나가지 않는 것이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로 돕는 것이 이웃이지 않겠소.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당신이 내게 해 주었을 일을 했을 뿐이오. 당신이 기쁜 마음으로 이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거나 이 선물이 당신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라면 받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이 기쁜 마음으로 주는 것이니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받겠소.”

이렇게 서로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주고받은 뒤 저는 물고기를 집으로 가져가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큰 그릇이 없었기 때문에 아내는 물고기를 통째로 요리할 수가 없었지요. “적당히 요리하시오. 어떻게 요리를 해도 맛이 좋을 테니까.” 하고 제가 말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물고기를 요리할 준비를 하다가 커다란 수정을 발견했습니다. 아내는 그것이 유리인 줄 알고 가지고 놀라고 아이들에게 주었어요. 아이들은 밝고 아름다운 그 빛이 신기해서 서로 돌려보았지요.

밤이 되자 램프에 불이 켜지고 아이들은 여전히 수정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그 수정이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아내가 아이들과 램프 중간에 서서 램프의 빛을 막고 서 있는데도 주위가 환했지요. 아이들은 수정을 서로 가지려고 옥신각신했답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큰아이를 불러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유리 조각 때문에 그런다고 하면서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난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램프를 껐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이거 보거라, 이건 사드가 준 납 조각이 가져다준 또 다른 행운이야. 이제 기름 값을 아낄 수 있게 되었구나.” 하고 제가 말했지요.

아이들은 램프를 꺼도 유리 조각이 밝게 빛을 내어 주위가 환하자 신기해서 큰 소리를 질러대며 소란을 피웠지요. 그 바람에 우리 집과 얇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있던 이웃들이 모두 깼습니다.

다음날, 보석 상인이자 아주 부자인, 옆집에 사는 이웃 유대인이 아내를 보내 초저녁잠을 깨웠다면서 불평했습니다. “어머, 라헬(유대인 아내의 이름이었어요),” 하고 아내가 말했지요. “어젯밤 일은 정말 죄송해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아시다시피 아이들이 하찮은 일로 웃고 소리 지르는 바람에 그리 되었어요. 들어오세요. 무엇 때문에 소란을 피웠는지 보여 줄게요.”

유대인 여자는 아내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유리 조각(실제로는 아주 특별한 다이아몬드였어요)을 굴뚝에서 꺼내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이것 보세요. 그 소란을 피운 것은 이 유리 조각 때문이었어요.” 온갖 보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대인 여자가 감탄하며 다이아몬드를 들여다보는 동안 아내는 어떻게 해서 그것을 발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했지요.

“아이샤(제 아내 이름이에요),” 하고 유대인 여자가 다시 다이아몬드를 건네 주며 말했어요. “맞아요, 유리 조각이에요. 하지만 일반적인 유리보다는 더 아름답군요. 우리 집에도 이런 것이 있는데 팔겠다면 내가 살게요.”

그런데 자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판다는 얘기를 들은 아이들이 당장 대화를 가로막으며 울면서 팔지 말라고 애걸했답니다. 그러자 아내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팔지 않겠다고 했지요.

다이아몬드를 속여서 사려고 했던 유대인 여자는 아이들 때문에 방해를 받자 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가기 전에 문 앞까지 따라 나온 아내에게 팔 생각이 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보여 주지 말고 자기한테 알려 달라고 속삭였지요.
다이아몬드에 대해 얘기를 들은 유대인은 유대인 여자를 보내 제 아내에게 다이아몬드를 금화 20냥에 팔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먼저 저와 상의를 한 다음에 팔겠다고 했지요. 때마침 제가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그 제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저는 납 조각이 저를 부자로 만들어 줄 거라고 확신하던 사드의 말을 생각하며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그런데 유대인 여자는 돈이 적어서 제가 대답을 안 하는 줄 알고 50냥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유대인 여자가 가격을 갑자기 20냥에서 50냥으로 올려주겠다고 하자 저는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기대했다고 말했지요. “그렇다면, 100냥을 드릴게요. 하지만 비싸서 남편이 그러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하고 유대인 여자가 말했어요. 이 제안에 저는 금화 10만 냥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 수정이 다이아몬드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저는 그 다이아몬드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가 있지만 이웃이기 때문에 그 가격만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에 사지 않는다면 다른 보석 상인들에게 훨씬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요.
유대인 여자는 이처럼 단호한 제 태도를 보고 어떻게 해서든 다이아몬드를 사려고 했답니다. 그 여자가 5만 냥까지 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남편의 허락 없이는 그 이상 지불할 수 없어요. 남편이 밤에 집에 올 테니까 그걸 좀 남편에게 보여주세요.” 하고 유대인 여자가 말했어요. 저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지요.

저녁에 유대인이 찾아왔을 때 저는 제가 제안한 가격을 고집했습니다. 그가 흥정을 했지만 저는 그보다 더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지요. 결국 그는 제가 요구한 가격을 지불하기로 결정하고 예약금으로 각각 금화 천 냥이 들어 있는 두 개의 가방을 주면서 나머지는 다음날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이렇게 해서 다음날 그는 나머지를 지불했고 저는 다이아몬드를 건네주었지요.

아내는 비싼 옷을 사자고 했지만 저는 재산을 낭비하지 않고 큰 장사를 위한 밑천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틀 동안 저처럼 날마다 열심히 밧줄을 꼬아서 그날그날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들에게 선금을 주면서 그들의 기술과 능력에 따라 갖가지 밧줄을 꼬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밧줄을 다 꼬아주면 즉시 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요.

이렇게 해서 저는 바그다드에서 밧줄 장사를 독점하게 되었고 곧이어 커다란 창고를 세내야 했지요. 나중에 더 큰 공간이 필요하게 되자 저는 어제 폐하께서 보신 집을 짓게 되었답니다. 사실 그 집은 보기에는 아주 근사해 보이지만 저와 제 가족이 사는 방을 제외하면 거의가 제 장사를 위한 창고로 쓰이고 있답니다.

구차한 옛날 집에서 이곳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고 사드와 사디가 그 거리에 찾아왔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대단한 제조업자가 되어서 그냥 하산이라 불리지 않고 코기아 하산 알하발이라고 불리며 그 거리에 궁전과 같은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자 그들은 당장 저를 찾아와서 제 성공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그들이 오는 것을 보게 되어 그들에게 걸맞은 감사를 표하며 그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자 사디가 말했습니다. “코기아 하산, 대체 무슨 재주로 내가 준 금화 400냥으로 이처럼 큰 재산을 일구어냈는지 말해보게.”

그러자 사드가 끼어들어 말했지요. “왜 아직도 이 친구의 진실성을 의심하는가? 우리 둘 중에서 누가 준 것으로 이처럼 부자가 되었는지 하산의 말을 직접 들어보세.”

두 친구의 이런 대화가 오간 뒤 저는 그들에게 폐하께 말씀드린 그대로 하나도 빼지 않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듣고도 사디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자기 돈으로 제가 부자가 되었다고 고집했어요. 이야기가 끝날 무렵 저녁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떠날 준비를 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들을 붙잡으며 이렇게 말했지요. “나리들,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저와 함께 약소한 저녁 식사를 하시고 또 오늘 밤 여기서 주무시는 영광을 제게 주셨으면 합니다. 내일은 배로 작은 별장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쐬기 위해 제가 산 작은 별장이랍니다. 내일 바로 되돌아올 겁니다.”

그들은 예의바르게 저의 초대를 받아주었습니다. 저녁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저는 그들에게 제 집과 정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지요. 하지만 그들을 위해 마련된 저녁 식탁을 보자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어요.
 
다음날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만끽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한 우리는 해가 뜰 무렵에 강가로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양탄자가 깔린 쾌적한 보트를 탔습니다. 우리는 여섯 명의 뱃사공이 젓는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한 시간 반이 채 못 되어 제 별장에 도착했지요.
저는 손님들에게 집을 구경시킨 후 정원으로 안내했습니다. 정원 끝에는 멋진 나무들이 들어선 숲이 있었지요.
우리들이 서서 정원을 구경하고 있을 때 별장으로 보냈던 저의 아이들 중 두 아들이 숲으로 달려가더니 높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둥지를 보고 하인을 시켜 가져오게 했습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간 하인은 둥지가 터번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둥지를 가지고 내려온 그는 그 진기한 것을 저한테 보이려고 아이들에게 그 둥지를 저에게 가져다주라고 했지요. 저는 둥지를 이리저리 돌리며 한참 살펴보다가 손님들에게 말했지요. “나리들, 처음 저를 찾아 오셨을 때 제가 쓰고 있던 터번을 기억하시는지요?”
 
“잘 모르겠소.” 하고 사드가 말했습니다. “내 친구도 나도 터번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190냥이 들어 있다면 당신 터번이 틀림없을 것이오.”

“아주 무거운 걸로 봐서, 틀림없이 들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열어보기 전에 이 터번이 비바람에 변색된 모습을 확인해 주십시오. 이 나무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니까요.” 하고 제가 말했지요.

그러고 나서 저는 터번을 둘러싼 린넨 천을 풀어서 지갑을 꺼냈습니다. 사디는 그것이 자기가 제게 주었던 지갑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저는 지갑 속에 든 것들을 양탄자 위에 쏟아내며 말했어요. “나리들, 돈입니다. 맞는지 세어 보겠습니다.” 세어보니 금화 190냥이 맞았지요. 그러자 분명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던 사디는 저를 보며 말했어요. “이 돈이 자네가 부자가 되는 데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네, 코기아 하산. 하지만 자네가 밀기울 항아리에 숨겼다고 한 나머지 190냥은 자네가 썼을 수 있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지요.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 저녁식사를 한 후 달빛 아래 시원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말을 타고 바그다드로 향했지요.

그런데 하인들이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말들이 먹을 먹이가 다 떨어져 버렸지 뭡니까. 가게들도 모두 닫혀 있었지요. 그 때 제 노예 한 명이 근처 가게를 찾아다니다가 한 가게에서 밀기울 항아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밀기울을 사서 항아리는 다음날 돌려주기로 하고 항아리째 가져왔어요. 노예는 손으로 밀기울을 떠내 말들에게 나누어 주다가 아주 묵직한, 묶여 있는 린넨 천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천을 그 상태 그대로 제게 가져왔지요.

저는 그 천이 무엇인지 즉시 알아보고 손님들에게 달려갔답니다. “보세요, 나머지 190냥이 여기 있어요.” 더 확실한 증거를 위해 저는 항아리를 아내에게 보냈지요. 아내는 즉시 알아보고는 수세미와 바꾼 바로 그 항아리라고 말했지요.
사디는 기꺼이 항복을 하고는 의심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사드에게 말했지요. “자네한테 졌네. 돈이 있다고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네.”
사디는 돈을 돌려받으려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 돈을 자선금으로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날 사드와 사디, 두 친구가 떠날 때 우리는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우정은 변함이 없답니다.
 
왕은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만족해하며 그 다이아몬드는 이제 왕의 보물창고에 있으며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귀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다이아몬드를 볼 수 있도록 그대의 친구들을 데려오거라.”

이렇게 말하고 왕은 코기아 하산, 시에드 누만, 그리고 바바 압달라에게 그들이 들려준 사연에 고개를 끄덕이며 떠나도 좋다고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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