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11장

나단비 | 2024.05.21 19:06:13 댓글: 0 조회: 192 추천: 0
분류명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9903
11장

바그다드의 상인 알리 코기아 이야기

 
 
 
 
하룬 알 라시드 왕이 통치하던 시기에 바그다드에 얼마간의 재력財力을 가진 알리 코기아라고 하는 한 상인이 살았다. 그는 아버지가 물려 준 집에서 혼자 살면서 장사를 하여 번 돈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3일 연속으로 기이한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덕망 있는 한 노인이 나타나 근엄한 얼굴로 메카 순례를 하지 않았다고 그를 꾸짖었다. 이런 꿈을 꾼 후 상인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심이 두터운 그는 메카 성지에 대한 경의를 표해야 할 의무를 느꼈다. 이러한 마음이 들자 그 의무를 이행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메카에서 필요할 수도 있는 물건들만 남겨 두고 살림살이와 가게와 상품들을 모두 팔아 치웠다.

집 또한 세를 준 후 금화 천 냥에 해당하는 돈을 단지에 넣고 위쪽에 올리브를 채워 넣어 친구에게 맡겼다. 친구는 올리브 아래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단지를 잘 보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하여 알리 코기아는 대상의 대열에 합류하여 순례에 나서게 되었다.

알리 코기아는 메카에 무사히 도착하여 그곳 성지에 있는 사원을 둘러본 후 가지고 온 물건을 처분할 생각으로 시장 거리에 내놓았다.

두 상인이 지나가다 알리 코기아의 물건을 보고 자기들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매우 우수한 상품이라 생각하여 길을 멈추고 구경을 하였다. 실컷 구경을 한 후 자리를 뜰 때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말했다. “이 물건들을 카이로에 가져다 팔면 얼마나 큰돈을 벌 수 있을지를 이 상인이 안다면 여기서 물건을 팔지 않고 카이로로 가져갈 텐데. 이곳도 좋은 시장이긴 하지만 말이야.”

알리 코기아는 이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집트에 아름다운 물건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왔던 그는 그곳을 구경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다시 짐을 싸서, 바그다드로 가지 않고 카이로로 가는 대상에 합류하여 이집트로 향했다. 이집트에서 그는 순식간에 물건들을 팔아 큰돈을 벌었다. 그는 다마스쿠스로 갈 생각으로 그 돈으로 다른 물건들을 샀다. 대상이 출발할 때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사이에 카이로 주변의 흥미로운 장소들과 나일강변을 둘러보았다. 대상들이 여행할 준비가 끝나자 그는 그 대열에 합류하였다. 도중에 그들은 예루살렘에 들렀고 순조로운 여행 끝에 다마스쿠스에 도착했다.

다마스쿠스는 촉촉하고 파릇파릇한 신록의 목초지와 싱그러운 정원들로 둘러싸인 매우 기분 좋은 곳으로, 여행자들의 일기에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곳이었다. 알리 코기아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지냈다. 하지만 고향인 바그다드를 잊은 적은 없었다. 마침내 그는 고향을 향해 출발했다. 도중에 알레포[1]에 들러 며칠 묵은 후, 그곳에서 다시 유프라테스 강을 건넌 뒤 티그리스 강을 타는 지름길로 바그다드에 돌아갈 생각으로 모술[2]로 향했다.

[1]시리아 서북부 도시
[2]이라크 북부 도시. 티그리스 강을 끼고 있음
 
모술에 도착하자 함께 알레포에서부터 여행을 하면서 우정을 돈독히 한 몇몇 페르시아 상인들이 함께 쉬라즈에 가자고 알리 코기아를 설득하였다. 그곳에서 큰돈을 벌어 쉽게 바그다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알리 코기아를 데리고 술타니아, 레이, 코암, 카스찬, 이스파한 도시들을 들러서 쉬라즈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페르시아 상인들과 동행하여 힌두스탄까지 간 다음 다시 그들과 함께 쉬라즈로 돌아왔다. 이전에 여러 도시를 들른 데다가 이러한 여행을 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그가 바그다드를 떠난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그래서 그는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였다.

한편 그가 올리브 단지를 맡겨 놓았던 그의 친구는 알리 코기아와 그의 올리브에 대해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알리 코기아가 대상들과 함께 쉬라즈로부터 돌아오고 있을 무렵의 어느 날 저녁, 알리 코기아의 친구는 그의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올리브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올리브를 맛본 지가 오래되었다고 하면서 먹고 싶어 했다.

알리 코기아의 친구가 말했다. “올리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7년 전에 알리 코기아가 메카로 떠날 때 맡겨 놓은 단지가 생각나는군. 돌아오면 가져가겠다면서 내 창고에 넣어둔 거 말이야. 그 친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메카에서 돌아온 대상들이 하는 얘기로는 그 친구가 이집트로 떠났다고 하더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분명히 죽었을 거야. 그러니 올리브가 잘 익었다면 먹어도 되겠지. 접시와 촛불을 주시오. 가서 좀 가져다가 먹읍시다.”

그의 아내는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며 남편을 만류했으나 알리 코기아의 친구는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올리브를 가지러 갔다.

창고에 들어선 상인이 단지를 열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는 밑바닥까지 상태가 모두 그러한지 확인하려고 접시에 단지를 엎었다. 그리고는 단지를 흔들었더니 금화 몇 닢이 굴러떨어졌다.

 천성이 욕심 많은 상인이 금화를 보고 단지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올리브가 거의 쏟아져 나온 단지 바닥에 금화가 깔려 있었다. 그는 얼른 올리브를 다시 단지에 채워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아내에게 돌아갔다.

“당신 말이 맞소, 올리브가 모두 곰팡이가 슬어 있습디다. 그래서 단지를 알리 코기아가 두었던 그대로 놔두고 왔소. 그러니 그가 돌아와서 보면 단지에 손댔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것이오.” 하고 상인이 말했다.

“제가 충고한 대로 손대지 말았어야죠. 나쁜 짓을 하지 않길 바라요.” 하고 아내가 말했다.

알리 코기아의 친구인 상인은 처음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아내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알리 코기아의 금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친구가 돌아와서 단지를 달라고 해도 그 금화를 자기가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밤새 곰곰이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그는 시장에 나가 그 해에 생산된 올리브를 사 와서 단지 안에 들어 있던 오래된 올리브와 금화를 꺼내고 새 올리브를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알리 코기아가 두었던 자리에 놓았다.
상인이 이와 같은 의리 없는 짓을 저지른 지 한 달이 지나 알리 코기아가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그는 떠나기 전에 집을 세놓았었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자기가 도착한 사실을 알리고 다른 집을 구할 시간을 주기 위해 당분간 대상이 묵는 숙소에 묵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알리 코기아는 친구인 상인을 찾아갔다. 상인은 알리 코기아를 매우 친절하게 맞으며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서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다고 하면서 돌아온 것을 기뻐하였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안부와 인사말을 주고받은 후 알리 코기아가 오랫동안 폐를 끼쳐 미안하다면서 자신이 맡겨 두었던 올리브 단지를 돌려 달라고 상인에게 말했다.
“이보게, 무슨 당치도 않은 그런 말을 하는가. 폐를 끼치다니. 단지 때문에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다네. 내가 자네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나라도 그랬을 것일세. 창고 열쇠를 줄 테니 가서 단지를 가져오게나. 자네가 놔둔 곳에 그대로 두었네.” 하고 상인이 대답했다.
알리 코기아는 상인의 창고로 가서 단지를 꺼내온 다음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열쇠를 돌려준 후 단지를 가지고 숙소로 갔다. 그런데 단지 뚜껑을 열고 손을 넣어 금화를 찾아 뒤적이자 금화가 한 닢도 없지 않은가. 그는 너무나도 놀라서 한동안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리고는 손과 눈을 들어올려 하늘을 보며 외쳤다.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이 이런 비열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알리 코기아는 큰돈을 잃어버리고 몹시 걱정이 되어 당장 상인을 다시 찾아갔다. “이보게, 내가 이렇게 바로 다시 찾아온 것에 대해 놀라지 말게. 내가 가져간 단지가 자네 창고에 넣어두었던 올리브 단지가 맞긴 하네만 올리브와 함께 넣어 두었던 금화 천 냥은 찾을 수가 없군. 혹시 자네가 가져다가 장사하는 데 쓴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돌려줄 형편이 될 때까지 자네가 쓰게. 하지만 내가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형편이 될 때 돌려 주겠다고 약속해 주게.” 하고 그가 말했다.
알리 코기아가 다시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상인은 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두었다.
“알리 코기아, 자네도 말했다시피 자네는 올리브가 든 단지를 내게 맡겼었네. 그런데 그 단지를 가져갔다가 다시 와서는 내게 금화 천 냥을 내놓으라니! 그 단지 안에 그만한 돈이 있다는 걸 내게 말한 적이나 있나? 난 그 단지 안에 올리브가 들어 있는지조차 몰랐네. 자네가 보여 준 적이 없었으니까 말일세. 금화가 아니라 다이아몬드와 진주를 내놓으라고 할까 두렵네. 당장 가 버리게. 내 창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소란 피우지 말고. 벌써 사람들이 몰려들잖은가.” 하고 상인이 말했다.
상인이 너무 흥분하여 격하게 화를 내며 얘기를 했기 때문에 창고 근처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보았으며 근처 가게에 있던 상인들도 알리 코기아와 상인이 무엇 때문에 다투는지 알아보고 화해를 시키려고 몰려들었다. 알리 코기아가 그의 억울함에 대해 얘기하자 그들은 알리 코기아의 친구에게 해명을 해 보라고 말했다.
상인은 알리 코기아의 단지를 자기 창고에 보관하긴 했지만 손을 댄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알리 코기아의 말을 믿고 단지 안에 올리브만 들어 있는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처럼 모욕과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해 증인을 서 달라고 부탁했다.
“그건 자네가 자초한 일일세.” 하고 알리 코기아가 상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가 이처럼 비열하게 구니 고소를 할 수밖에 없네. 재판관 앞에서도 자네가 이처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보세.”
“그야 당연하지. 누가 그른지 곧 알게 될 걸세.” 하고 상인이 말했다.
알리 코기아는 상인을 치안판사 앞으로 끌고 가서 상인이 그에게 맡겨 놓았던 금화 천 냥을 사취하는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고소했다. 치안판사가 증인이 있느냐고 묻자, 알리 코기아는 자기가 돈을 맡긴 사람을 친구라고 믿었고 늘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러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상인은 이웃 상인들 앞에서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맹세코 자기가 누명을 쓰고 있는 그 돈을 가져간 적이 없으며 그런 돈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자 치안판사는 그의 말이 확실하다고 믿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무죄로 풀어 주었다.
큰돈을 잃게 되어 매우 원통했던 알리 코기아는 판결에 항의를 하며 왕에게 항소를 하여 정당한 판결을 구하겠다고 치안판사에게 공언했다. 치안판사는 그의 항의를 소송에서 진 사람들이 분개하여 으레 하는 말로 알고 아무런 증인도 없이 고소를 당한 사람을 무죄로 풀어줌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상인이 알리 코기아를 이기고 자신의 행운을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알리 코기아는 가서 탄원서를 작성하였다. 다음날, 왕이 정오의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을 알아둔 그는 왕이 지나가는 시간에 맞추어 거리로 나가 기다렸다. 왕의 행렬이 지나갈 때 그가 탄원서를 내밀고 서 있자 늘 왕 앞 줄에 서서 행진을 하며 그러한 일을 관장하는 관리가 받아갔다.

알리 코기아는 왕이 궁전으로 돌아가면 항상 탄원서를 가장 먼저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궁전으로 가서 탄원서를 받아간 관리가 왕의 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방에서 나온 관리는 왕이 다음날 그의 청원을 듣기 위해 시간을 정했다고 전하면서 상인이 어디에 사느냐고 물은 뒤, 상인 역시 그 시간에 참석하라고 알리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
바로 그날 저녁, 왕은 종종 그래왔듯이 재상인 지아파와 환관인 메스로우를 대동하여 변장을 하고 마을로 나갔다. 거리를 지날 때 작은 마당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왕은 발걸음을 돌려 그곳으로 통하는 문으로 다가갔다. 마당에서는 여남은 명의 아이들이 달빛을 받으며 놀고 있었다. 왕은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는지 궁금하여 근처에 있는 돌벤치에 앉았다. 가장 활달한 아이 하나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판관 놀이 하자. 내가 치안판사 역할을 할게. 알리 코기아와, 금화 천 냥을 알리 코기아를 속여서 빼앗은 상인을 데려오너라!”

알리 코기아와 상인에 얽힌 이야기는 바그다드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에 아이들마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재판관 놀이를 하자는 제안에 모두 찬성하며 각자 맡은 역할에 동의하였다. 재판관이 되겠다고 말한 아이의 제안을 거절하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재판관 역할을 맡은 아이가 진짜 재판관과 같은 근엄한 자세로 자리에 앉자 법정 관리 역할을 맡은 아이가 두 소년을 그의 앞으로 데리고 왔다. 한 명은 알리 코기아의 역할을 맡은 아이였고, 다른 한 명은 알리 코기아가 고소한 상인의 역할을 맡은 아이였다.
재판관을 맡은 아이가 알리 코기아의 역할을 맡은 아이를 돌아보며 무엇 때문에 상인을 고소했는지를 물었다. 알리 코기아는 몸을 낮추어 절을 하고는, 상인이 돈을 사취했다고 하면서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매우 상세하게 얘기하고 나서, 그의 권위를 이용하여 그렇게 많은 돈을 잃지 않도록 정당한 재판을 해 달라고 탄원했다. 재판관은 상인을 돌아보며 알리 코기아가 요구하는 돈을 왜 돌려 주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상인 역을 맡은 아이가 실제로 상인이 재판관 앞에서 했던 얘기를 그대로 하면서 자기가 한 말이 모두 진실임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맹세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 네가 맹세를 하기 전에 올리브 단지를 봐야겠다.” 하고 재판관을 맡은 아이가 말했다. “알리 코기아, 단지를 가져왔느냐?” 하고 재판관을 맡은 아이가 알리 코기아 역을 맡은 아이를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하고 알리 코기아가 대답했다. “그럼 가서 즉시 가져오도록 하여라.” 하고 재판관이 말했다.
알리 코기아 역할을 맡은 아이는 즉시 가더니 돌아와서는 단지를 재판관 앞에 내려놓는 시늉을 하면서 자기가 상인에게 맡겨 놓은 것과 똑같은 단지이며 다시 되돌려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관을 맡은 아이는 모든 절차를 밟기 위해 상인에게 같은 단지냐고 물었다. 상인이 침묵으로 그 사실을 인정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재판관은 단지를 열라고 명령하였다. 알리 코기아 역할을 맡은 아이가 뚜껑을 여는 시늉을 하고 재판관을 맡은 아이가 단지 안을 들여다보는 척했다.
“훌륭한 올리브로구나. 맛을 좀 보겠다.” 하고 재판관이 말했다. 재판관은 먹는 시늉을 하더니 말했다. “참으로 맛이 좋구나. 하지만 7년이 지나도 올리브가 이처럼 맛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러니 올리브 상인들을 불러와 그들의 의견을 들어봐야겠다.”
그러자 올리브 상인 역할을 맡은 두 소년이 등장했다. “너희들이 올리브를 파는 상인들이냐? 올리브는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하며 먹을 수 있느냐?” 하고 재판관을 맡은 아이가 물었다.
“재판관님, 신중을 기해 말씀드리자면, 3년째가 되면 거의 먹지를 못하게 됩니다. 그 정도 되면 맛도 색깔도 없어지지요.” 하고 두 올리브 상인 소년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 단지 안에 있는 올리브를 살펴보고 이 올리브를 단지에 넣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말해 보거라.” 하고 재판관이 말했다.
두 상인은 단지 안을 살피고 맛을 보는 시늉을 하더니, “이제 갓 넣은 올리브로 맛이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알리 코기아가 7년 전에 넣은 것이니라.” 하고 재판관 소년이 말했다. “재판관 나리, 장담하건데 올해에 수확한 올리브이옵니다. 바그다드에 있는 어떤 상인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 것입니다.” 하고 두 올리브 상인 소년이 대답했다.
고소를 당한 상인 역할을 맡은 소년이 올리브 상인들의 증언에 대해 반론을 펴려고 하였다. 하지만 재판관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거라! 이 불한당같으니라고. 이 놈을 극형에 처하도록 하여라!” 하고 재판관이 말했다. 이렇게 하여 아이들은 매우 기뻐서 손뼉을 치며 죄인을 붙들고 처형하러 끌고 나가면서 놀이를 끝냈다.
하룬 알 라시드 왕은 다음날 탄원을 듣게 될 사건에 대해 그처럼 정당한 판결을 내린 소년의 현명함과 분별력에 대해 얼마나 감탄했는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왕은 벤치에서 일어서며 함께 듣고 있던 재상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폐하, 저렇게 어린 아이가 그처럼 총명하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고 재상이 대답했다.
“그런데, 알고 있소? 바로 이 사건에 대해 내일 내가 판결을 내려야 한다오. 진짜 알리 코기아가 오늘 탄원서를 냈지. 내가 이보다 더 나은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소?” 하고 왕이 대답했다.
“더 나은 판결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만일 그 사건이 아이들이 말한 내용 그대로라면 말입니다.” 하고 재상이 대답했다.
“이 집을 잘 봐두었다가, 내일 그 소년을 내게 데려오시오. 내가 보는 앞에서 소년이 판결을 할 수 있도록 말이오. 또한 그 상인을 무죄로 석방한 재판관을 출두시켜 자신의 의무를 그 아이에게서 배우게 하시오. 그리고 알리 코기아에게 올리브 단지를 가져오라고 말하고 두 명의 올리브 상인도 참석시키시오.” 하고 황제가 말했다.
이 같은 명령을 내린 후 왕은 마을을 순회했다. 하지만 그밖에 달리 관심을 끄는 것은 없었다.
다음날 재상은 왕이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았던 집을 찾아가 주인을 불렀다. 하지만 주인은 해외로 나가고 없어 그의 아내가 두터운 베일을 가리고 나타났다. 그는 그 아내에게 아이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세 명이 있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불렀다.
“용감한 애들아, 어젯밤 함께 놀 때 누가 재판관 역할을 맡았지?” 하고 재상이 말했다. 제일 큰 아이가 자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재상이 왜 묻는지를 몰라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 폐하께서 널 보고 싶어 하신단다.” 하고 재상이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재상이 아들을 데려가려 하는 것을 보고 매우 겁을 내며 물었다. “폐하께서 무엇 때문에 제 아들을 보시려 하시지요?” 재상은 그녀를 격려하면서 한 시간 안에 아들을 돌려 보낼 것을 약속하며, 그때 아들에게 직접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리. 폐하 앞에 나갈 때 예의를 갖출 수 있도록 떠나기 전에 아들의 옷을 갈아입힐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소년의 어머니가 말했다. 소년이 옷을 갖추어 입자 재상은 그를 데리고 왕에게 갔다.
 

궁전에 도착하자 소년은 매우 부끄러워했다. 왕이 안심을 시키자 그때서야 표정이 밝아졌다. 왕은 상인들을 데려오라고 명했다. 안내를 받아 들어온 상인들은 왕좌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왕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 아이 앞에서 너희들이 이곳에 불려온 이유에 대해 각자 말하거라. 그러면 이 아이가 듣고 판결을 내려 줄 것이다. 만일 아이가 당혹해한다면 내가 도울 것이니라.”
알리 코기아와 상인이 번갈아가며 탄원을 했다. 상인이 맹세를 한다고 말하자 소년이 말했다. “맹세를 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먼저 올리브 단지를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이 말에 알리 코기아는 단지를 내밀어 황제의 발치에 놓고 뚜껑을 열었다. 왕은 올리브를 하나 집어 맛을 보고는 또 하나를 집어 소년에게 주었다. 잠시 후 올리브 상인들이 불려와 올리브를 살펴보더니 맛이 좋으며 그 해에 생산된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소년은 알리 코기아가 단지를 7년 전에 맡겼으므로 7년 된 올리브가 있어야 한다고 올리브 상인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상인들은 어젯밤에 아이들이 놀이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 올리브 상인들의 말을 통해 고소를 당한 상인이 유죄라는 사실이 확실해졌지만, 상인은 여전히 해명을 하려고 했다. 그때 소년이 그에게 극형의 명령을 내리는 대신 왕을 돌아보며 말했다. “폐하,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람에게 극형의 판결을 내릴 분은 폐하시지 제가 아닙니다. 어제 놀이에서는 제가 했지만 말입니다.”
왕은 상인의 악행을 인정하여 그를 법무부 관리들에게 인계하여 극형에 처하도록 하였다.

상인이 금화 천 냥을 숨긴 장소를 자백하고 그 돈이 다시 알리 코기아에게 돌아간 후 그의 판결에 대한 집행이 이루어졌다. 매우 정의롭고도 공평한 왕은 재판관을 돌아보며, 앞으로는 소년에게 배워 그의 의무를 더욱 정확하게 이행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는 소년을 껴안아 주고는 그의 관대함에 대한 표시로, 그리고 소년의 총명함에 대한 감탄의 표시로 금화 100냥이 든 지갑을 주어 집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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