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의 7일

별사탕이 | 2025.10.11 02:06:04 댓글: 0 조회: 138 추천: 0
분류인터넷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680746

중학교 1학년이 된 박준희는 혼자 성하천을 걷고 있었다. 이 하천은 그가 샛별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반별로 산책을 갈 때, 항상 가던 길이었다.

길을 가던 중, 준희는 떠올렸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뉴스를.

그 뉴스의 내용은 샛별초등학교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폐교했다는 소식이었다.

준희는 샛별초등학교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가 본 샛별초는 샛별초등학교라고 적혀있었던 간판이

사라져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가슴 한구석이 휑해졌다.

‘..정말 폐교했구나.’

 

하천 옆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었던 준희는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흙과 나뭇잎에 덮혀있었다. 그가 장갑을 끼고 흙과 나뭇잎을 모두 걷어내자, 커다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상자에 희미하게 새겨진 글씨가 보였다.

 

[TIME MACHINE X-0717]

타임머신..?”

준희는 호기심에 타임머신에 손을 댔다.

그러자 타임머신이 열렸다.

안에는 의자 하나와 알 수 없는 버튼들, 그리고 계기판 하나가 있었다

.

계기판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있었다.

원하는 시간대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세요.」

이 타임머신은 7일 후 사용자가 타임머신을 작동하기 전의 시간대로

자동 복귀 됩니다.」

 

준희는 계기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가 입력한 시간대는 2024513일이었다.

준희가 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주변은 알 수 없는 아공간으로 변하며,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준희는 강한 빛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D-7 《돌아온 과거

 

준희가 눈을 뜬 곳은, 그의 방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준희는 창문 앞으로 갔다. 1년 전, 그 그리운 추억의 풍경이 펼쳐졌다.

스마트폰 시계에는 「2024513일 오전 8라는 문자가 박혀 있었다.

 

준희는 거울 앞에 섰다. 얼굴도, 키도, 목소리도 모두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성공한거야?!”

 

부엌 쪽에서 준희의 어머니가 그를 불렀다.

 

아들~ 아직 자고 있어?”

 

준희는 거실로 나갔다.

엄마, 저 학교 다녀올게요!”

아침 안 먹고 갈거야? 배고프지 않겠어?”

전 괜찮아요, 지금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다녀오겠습니다!”

 

준희는 아침도 먹지 못하고 급하게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샛별초등학교로 향했다.

그는 샛별초등학교의 6학년 1반 교실로 들어갔다.

1년 전 그리웠던 교실이 그의 눈 앞에 펼쳐졌다.

그는 가장 친했던 친구 강은호김재윤에게 사실을 털어놓았.

 

얘들아.. 사실 나는, 2025에서 왔어. 우리 학교가 얼마 전에 폐교해서, 내가 그 운명을 바꾸기 위해, 1년 전 과거로 온거야.”

에이~ 뻥 치지마 ㅋㅋ 거짓말 인거 다 알아ㅋㅋ

 

준희는 말 없이 폐교된 샛별초등학교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을 본 둘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 때,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그 자리에 몰려 들었다.

무슨 일이야?” “폐교라고?” “이거 우리 학교 아니야?!”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는거 아니야?”

정말이야. 지금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학교는 1년후에 폐교하고 말거야! 시간이 없어. 나는 7일 동안만 2024년에 있을 수 있어.”

 

아이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망설였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기로 했다.

준희와 친구들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ㆍ샛별초의 특별한 활동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ㆍ지역 사회에 알리기 위해 학부모들과 인터뷰 하기

 ㆍ전단지를 만들어서 샛별마을 시민들에게 돌리기

 ㆍ지역 의원에게 탄원서 보내기

그리고 하나 더,

입학 유치 작전이었다.

이 근처에서 아이 있는 부부들이 봤을때,

샛별초등학교가 좋아 보여야 해.”

 

 

 

 

 

 

D-6 《캠코더 속 하루

 

다음 날 아침, 준희, 서윤, 은호, 재윤, 민지는 모였다.

 

준희는 학습지원실에서 캠더를 빌려왔다.

 

작전명: 「샛별 다큐 프로젝트

 

오늘은 이 캠코더에 우리 학교의 하루를 담아보자.”

 

아이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준희: 각본, 감독

 서윤: 동영상 편집

 은호: 리포터

 재윤: 게스트 1

 민지: 소품 준비,게스트 2

 

준희는 자신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쓴 대본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좋은데?” “맘에 들어!” “잘 써왔다!” “이걸로 하자!”

 

모두가 이 대본을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준희는 교무실에 가서 대본을 더 복사해왔다.

민지는 외출증을 받고 문구점과 다이소에 가서 촬영에 사용할 소품들

구매했다.

서윤은 스마트폰을 켜고 CapCut을 실행했다.

은호는 음악실에서 마이크를 빌려왔다.

 

그리고, 아이들은 복도로 나갔다.

 

그럼, 시작해 볼까?”

 

준희는 캠코더를 손에 들었다.

은호는 마이크를 들고 그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부터 여러분께

샛별의 하루다큐멘터리를 전해드릴 강은호 리포터입니다!

지금 여기는 샛별초등학교 6학년 1반 앞 복도인데요,

한 번 같이 살펴볼까요?”

 

오늘은 제가 친구 두 명을 모셔왔습니다!

, 유민지 양! 이재윤 군! 나와주세요~!

은호의 말이 끝나자, 뒤에 서있던 유민지와 이재윤이 어색하게 웃으며

카메라 앞으로 나왔다.“

 

반가워요! 우선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민지는 조심스레 말했다.

 

안녕하세요..6학년 1반 유민지예요.

저는 국어랑 미술 좋아해요.”

 

저는 이재윤이고요, 체육이 제일 좋아요!

저는 달리기가 특기에요!”

 

재윤은 말 끝에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좋아요! 그럼 바로 질문 들어갑니다.

첫 번째 질문! 샛별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민지는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저는 도서관이요. 조용하고 책 냄새가 좋아요.”

저는 운동장과 체육관이요! 점심 먹고 친구들이랑 축구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

 

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좋아요~! 그럼 두 번째 질문! 샛별초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

 

민지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4학년때 코스모스 키우던거요! 그 꽃 진짜 예뻤는데….죽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저는 체육대회요! 계주에서 저희 반이 1.3초 차이로 3반 이겼잖아요!”

둘 다 정말 재미있었죠.”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은호가 입을 열었다.

그럼…. 마지막 질문. 이 학교가 없어진다면, 어떨 것 같나요?”

민지는 잠시 깊은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근데 사라지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헤어져야 하니까….“

 

재윤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난 그냥…. 진짜 아플 것 같아.

여기가 나랑 친구들이 같이 시작한 곳인데,

없어지면….

뭔가 뚝 끊기는 느낌일 것 같아.”

 

은호는 잠시 말 없이 둘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우리가 이 영상 만드는 거예요.

샛별초는 우리 모두의 추억이니까요.”

 

세 사람 사이에 잠시 짧은 침묵이 흐르다가,

은호가 다시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자유 질문 타임~!”

 

카메라가 서윤의 손에서 약간 줌인되며 얼굴을 클로즈업하자, 은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둘 중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떡볶이 vs 제육볶음!”

떡볶이요!” 민지가 손을 들며 외쳤다.

당근 제육볶음이죠!!!!!!” 재윤은 외마디로 외쳤고, 은호는 그 소리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며 외쳤다.

, 나도 찍어줘! 나도 인터뷰 해줘!”

고개를 돌리자, 3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양손을 들고 카메라 앞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은호가 손사래를 쳤다.

다음 회차에 모셔요~ 대기표 뽑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었고, 카메라는 그 웃음과 함께 천천히 멀어졌다.

복도는 여전히 햇살로 반짝였고, 아이들의 목소리는 살아 있었다.

그날 찍힌 영상은 서윤이가 편집하였고, 영상 제목은 샛별의 하루로 정해졌다.

 

 

 

 

 

 

 

 

 

 

 

 

 

 

 

 

 

D-5 《전단지 작전

 

오늘도 아이들은 모였다.

 

준희, 민정, 하린, 도윤은 책상을 붙여 회의를 시작했다.

준희는 스케치북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늘의 작전은, 이거야.”

 

스케치북에는 “「샛별초를 지켜주세요!」캠페인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하린이 물었다.

“「샛별초를 지켜주세요!」캠페인?”

그래. 우리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동네와 슈퍼마켓, 병원, 음식점에

돌릴거야.”

 

민정이 물었다.

그럼 우리는 뭘 해주면 좋을?”

너희는 전단지를 꾸미고, 교무실에서 복사해온 다음

나가서 전단지를 돌리고 오면 돼.“

 

도윤은 말 없이 미술실에서 종이와 색연필, 사인펜, 가위, 딱풀을 빌려왔다.

 

민정은 교무실에서 샛별초등학교 사진을 프린트 해왔다.

그럼 시작해볼까?”

 

아이들은 전단지를 꾸미기 시작했다.

민정은 종이에 샛별초등학교 사진을 붙였다. 도윤은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하린은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전단지를 꾸몄다.

 

어느새 전단지가 완성되었다.

 

그럼 내가 이거 복사해 올게!”

준희는 교무실에 가서 금방 전단지를 복사해왔다. 

수업이 끝나고, 민정, 하린, 도윤, 준희는 놀이터로 모였다.

준희는 대량의 전단지를 아이들에게 주며 말했다.

각자 흩어져서 이 전단지를 돌리고 오자. 나는 주민센터로 갈게.”

아이들은 각자 흩어지기 시작했다. 준희는 주민센터로, 민정은 음식점, 하린은 병원, 도윤은 슈퍼마켓으로 갔다. 준희는 주민센터로 향했다. 준희가 들어오자, 직원 한 명이 말했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 실례되겠지만 잠시 홍보를 하러 왔어요. 저는 샛별초등학교

6학년 박준희예요.”

 

준희는 두 손으로 전단지를 내밀며 말했다.

 

이거꼭 한 번 읽어봐주시면 좋겠어요.”

전단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샛별초등학교를 지켜주세요. 이 학교는 우리가 함께 웃고 자란 곳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게, 같이 협조해주세요.

샛별초가 폐교 위기인건 알고 있는데너희가 직접 만든거니?”

. 지금 친구들이랑 같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어요. 저희 학교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저기 입구 게시판에 붙여둘게.”

감사합니다!”

 

민정은 동네 골목 중국집으로 갔다. 안에서는 볶음밥 굽는 소리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 위쪽에 붙어있던 종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종소리를 들은 중국집 사장님이 고개들 들었다.

 

어서오렴~ 뭐 사러 왔니?”

사러 온건 아니고요..”

 

정민은 두 손으로 전단지를 내밀며 말했다.

저는 샛별초등학교 학생이에요. 저희 학교가 폐교 위기라서요…. 이걸 보시고, 도와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사장님은 전단지를 읽기 시작했다.

짧은 침묵 후, 그는 말했다.

 

우리 딸도 샛별초 졸업생이야. 지금은 고3이지…. 그 학교 없어지면 좀 섭섭하긴 하겠다.”

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지금은 저희가 이 학교에 다니지만, 언젠간 후배들도 와야 하잖아요.”

사장님은 한참을 더 생각하다가, 냉장고 위에 자석으로 포스터를 붙이며 말했다.

여기 잘 보이게 붙여둘게. 손님들이 많이 보니까.”

민정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린은 약간 긴장한 듯한 얼굴로 병원으로 들어갔다.

,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접수처의 간호사 선생님이 고개를 들었다.

어서 와~ 어디가 아파서 왔니?”

그게.. 아픈 건 아니고요…. 전단지를 드리러 왔어요. 저는 샛별초 학생인데요, 지금 저희 학교가 폐교 위기라서 친구들이랑 같이 이 전단지를 만들어서 돌리기로 했어요.”

간호사 선생님은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다가 말했다.

그 학교, 선생님이 졸업한 학굔데.. 그 학교 없어지면 섭섭할 것 같

. 여기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둘게.”

하린은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조심스레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도윤은 평소처럼 태연하게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도윤이를 아는 척 해주시는 사장님이 계셔서 약간 안심이 됐다

.

도윤이 왔어?”

사장님이 고개를 들며 웃었다.

도윤은 전단지를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컵라면 사러 온 건 아니고요,

이거샛별초 지키기 캠페인이에요. 저희 학교가 학생 수 부족 때문에

없어질지도 몰라서요.“

사장님은 전단지를 읽어보더니, 도윤에게 말했다.

이거 참요즘 애들은 이런 것도 하네. 기특하다.“

사장님, 혹시 이거 카운터 옆에 붙여주실 수 있을까요?”

도윤은 진지하게 물었다.

사장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거기 딱 붙이면 어른들이 계산할 때 다 보지.”

사장님은 유리판 옆에 전단지를 붙여주며 말했다.

학교는 그냥 건물이 아니라, 기억이니까 말이야.”

도윤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 날 오후 637,

 

아이들은 다시 놀이터로 모였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작은 전단지 한 장일 뿐이지만, 그걸 손에 들고 진심을 담아 말하면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진심이 모이면, 『사라질 뻔했던 것들..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D-4 《학교 가꾸기

 

여긴 우리가 지킬 거야.”

 

2024511일의 아침, 햇살은 샛별초등학교 운동장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준희는 복도 창문 너머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먼지가 풀풀 날리던 낡은 운동장.

그곳에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오늘은 말 그대로 총동원작전이었다.

어어어! 저 삽 너무 크다고!” “이건 빗자루야, 바보야!”

아침부터 준희는 친구들과 함께 청소도구를 분류하고, 도구가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다른 반에서 빌려온 것들을 나눠주었다.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도구 창고 열쇠를 주셨다.

오늘은 네가 선생님이야, 준희야.”

 

준희는 그 한 마디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운동장에는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1조는 잡초 뽑기, 2조는 화단 정리, 3조는 놀이터 주변 청소, 4조는

체육 창고 정리, 5조는 벽과 철봉, 벤치 닦기, 그리고 6조는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다.

진짜 우리 반 애들 다 모인 거 실화야?”

재영은 호들갑을 떨며 빗자루를 휘둘렀다.

이거, 체육대회보다 더 열심인데?”

은호는 머리카락에 흙이 묻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었다

.

준희야, 물호스 더 없니?”

민지가 외치자, 준희는 잽싸게 달려갔다.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수도꼭지 연결할게!”

놀이터 근처에선 민준과 나래가 미끄럼틀을 닦고 있었다.

나래는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물수건을 쥐고 진지하게 문질렀다.

 

여기 낙서작년에 있던 건데 아직도 그대로야.”

 

나래는 조용히 그 위를 꾹꾹 문질렀다.

화단 구역에서는 하린이 화분 하나하나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 옆에선 민정이 새 꽃씨를 뿌리고 있었다.

민정아, 이거 언제쯤 피려나?”

글쎄… 5월 말 쯤이면 하나쯤 피겠지?”

그때까지 학교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하린의 말에 민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늘 아래선 도윤이 페인트를 섞고 있었다.

여기 벤치, 빨간색 어때?”

그럼 반대쪽은 하늘색으로 하자!”

서윤이 곧바로 받아쳤다.

 

색칠을 맡은 아이들은 벤치를 반으로 나눠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왼쪽은 따뜻한 빨강, 오른쪽은 맑은 하늘색.

그건 마치 아이들의 여름과 봄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운동장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지 많고 회색빛이었던 풍경은, 점점 색감으로 덮여갔다.

벽면에 그린 별 모양 벽화도, 준희가 붙인 샛별은 사라지지 않아

문구도 점점 시선을 끌었다.

지나가던 한 동네 어르신이 학교 울타리 너머로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

아이고야, 이게 무슨 일이래. 초등학생들이 학교 고치고 있네?”

그 말에 아이들은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햇살이 가장 높이 올라온 오후,

준희는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는 잡초를 뽑고, 누구는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먼지를 털었다.

바람에 흙냄새가 섞여 불어왔다.

그건 어릴 적의 운동장, 쉬는 시간마다 뛰어놀던 그 익숙한 냄새였다.

괜찮다, 샛별초.”

준희는 조용히 중얼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 샛별초등학교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살아 있었다. 아이들의 손과 땀, 그리고 목소리와 웃음으로.

샛별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D-3 《우리가 직접 말한다

 

2교시 쉬는 시간, 그 날도 샛별초 6학년 1반 교실은 분주했다.

이젠.. 우리가 직접 말할 거야.”

 

준희는 방과후 교실에서 조용히 말했다.

전단지도 돌렸고, 축제도 준비하고 있지만..  너무 우리만의 일 같아.“

초아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우리 지역 사람들 말고는 우리 학교가 폐교 위기라는걸 아무도 몰라.”

 

서준은 무언가 떠올란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가 진짜 뉴스에 나가보는 건 어때?”

 

모두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우가 의심스럽게 물었다.

뉴스? 그건.. 진짜 방송국에서만 할 수 있는거 아니야?”

그 말에 보미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찾아보더니 말했다.

아니야. 요즘은 제보도 다 이메일이나 홈페이지로 받는대.”

보미는 스마트폰 화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봐. ‘소중한 제보는 언제나 환영합니다라고 써 있어.”

준희는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 그럼 뉴스 작전 시작이야.”

그날 방과 후,

준희와 초아, 서준, 지우, 보미는 다시 방과후 교실로 모였다.

아이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초아는 글 잘 쓰니까 기사 내용 맡아줘.”

서준이는 사진 정리 맡아줘.”

지우랑 보미는 보내야 할 신문사랑 방송국 찾아줘.

나는 대표로 메일 쓰는 거 할게.”

방과후 교실에서, 그렇게 초등학생 기자단이 탄생했다.

그날 밤, 준희는 초등학생 기자단 단톡 방에 이메일 캡쳐 이미지와 함께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얘들아, 이거 봐! 우리가 제보한 거 답변 왔어!”

이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정말 초등학생들이 이런 글을 썼다고요? 내일 저희가 그 학교로 찾아가겠습니다!”

 

 

 

 

 

 

 

 

 

 

 

 

 

 

 

 

D-2 《학교에 온 기자단

 

다음 날 아침, 샛별초등학교 정문에는 낯선 차 한 대가 조용히 들어왔다.

은색 승합차에 적힌 이름은 ‘SBC 지역뉴스’.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짙은 남색 셔츠를 입은 젊은 여성 기자였다.

여기샛별초 맞죠?”

 

교문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준희에게 기자가 물었다.

! , 박준희예요. 어제 메일 드린…”

 

기자는 놀란 눈으로 준희를 바라봤다.

정말 초등학생이 직접 보낸 거였구나…”

 

기자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준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최가영 기자야. 네가 보낸 메일, 정말 감동이었어.”

그날 오후, 아이들은 모두 체육관으로 모였다.

작은 캠코더와 마이크 하나, 그리고 기자 한 명.

 

대단한 촬영 장비라고 할 만한건 딱히 없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덜

부담스러워하며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었다.

 

지금 이 영상은 방송에 나갈 수도 있고,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올라갈 수도 있어요.

자기 얼굴 나오는 거 싫은 친구는 말해줘도 괜찮아요.”

최 기자는 아이들 앞에서 천천히 설명했다. 하지만 반 아이들 누구 하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되려 서윤이 팔을 번쩍 들었다.

기자님, 근데요! , 아까 만든 슬로건 피켓도 같이 들고 나와도 돼요?”

물론이지.”

 

기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은 복도와 운동장, 교실을 오가며 진행됐다.

 

아이들이 만든 전단지와 벽보, 운동장 구석구석에 심어놓은 화분들,

그리고 교실 뒤 게시판에 붙어 있는 우리 학교를 살리자!’ 포스터까지.

 

정말초등학생들이 직접 한 거라고요?”

 

최 기자는 도윤이 만든 리플렛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 디자인은 제가 했고요, 글은 준희랑 초아가 같이 썼어요!”

서준이 신나게 말했다.

복도에서의 인터뷰 촬영 중,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얘들아~ 지금 촬영 중이야?”

갑자기 옆 반 복도에서 머리를 내밀던 한 아이가 뛰어왔다.

, 나도 찍어줘!”

수민이었다.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그래, 그럼 수민이도 한마디 해볼래?”

기자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수민은 조금 쑥스러워하면서도 말했다.

우리 학교는 진짜 재밌고, 친구들도 착하고요그냥 없어지면 절대  되는 학교예요!”

최 기자는 수첩에 그 말을 고스란히 받아 적었다.

좋다이 멘트 기사 제목으로 써도 되겠다.”

 

촬영이 끝난 뒤, 기자는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마 다음 주 월요일쯤 보도될 거야. 뉴스로 나올 수도 있고, 인터넷 기사로도 나올 거고.”

 

하린이 물었다.

그럼 어른들도 보겠죠?”

최 기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분명히 관심 가지게 될 거야. 왜냐하면 너희는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시민이거든.”

그날, 준희는 운동장 끝에서 기자를 배웅하며 조용히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와주셔서.”

정 기자는 차에 타기 전 준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준희야.

이 학교가 정말로 없어질지, 아니면 살아남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너희가 이렇게 멈추지 않고움직였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걸 바

꿨어.”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기자도, 너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차가 떠난 뒤, 준희는 천천히 운동장을 돌아봤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아이들은 작은 꽃을 심고 있었다.

곧 있으면, 축제다.

그리고그 뒤엔, 마지막 날.

준희는 작게 웃었다.

이제, 진짜 끝까지 가보자.”

 

 

D-1 《샛별초등학교 지역 축제

 

아침 7.

샛별초 운동장에는 이른 시간치곤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얘들아! 종이 부스 천막 바람에 날아갔어!!”

, 줄 좀 고정해!!”

아악 내 풍선!! 풍선 날아갔어!!”

아침인데 벌써 정신없어…”

모두의 얼굴은 분주하고, 손은 바빴지만, 그 눈빛 속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오늘은 아이들이 준비한 샛별 축제의 날.

얼마 전, 준희의 제안으로 기획된 일.

샛별초는 살아 있는 학교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 외침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달려들었다.

준희는 본부석 겸 DJ석 역할을 맡았다.

은호는 사회자, 하린과 지우는 장식 팀,

도윤은 포스터와 전단지 배부,

민정과 나래는 체험부스 진행,

그리고 다른 친구들 역시 각자의 부스를 책임지고 있었다.

자자! 10시부터 샛별축제가 시작됩니다!

샛별초의 유쾌한 6학년들이 직접 꾸민 무대와 부스,

그리고 학교를 지키기 위한 특별한 이벤트까지!

지금부터 입장 시작입니다!”

은호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학교 정문 너머로 어른들이, 졸업생들이, 동네 이웃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와진짜 사람 온다…”

도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했는데 진짜 오네…”

나래도 숨을 죽였다.

첫 공연은 리코더 합주.

이건 연습 안 해도 그냥 자동 연주됨ㅋㅋ

재영이 말하자 다들 웃으며 무대에 올랐다.

익숙한 멜로디. 조금 삐걱대고 어긋나긴 했지만, 어른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그 다음은 우리 학교 이야기낭독극.

하린과 준희가 함께 무대에 섰다.

샛별초는, 우리들의 두 번째 집이에요.”

이곳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고,

처음으로 함께 울고, 웃었어요.”

그 소중한 기억을그냥 버릴 수는 없어요.”

 

잔잔한 목소리.

그 속엔 아이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고, 몇몇 어른들은 조용히 눈가를 훔쳤다.

운동장 한쪽에선 체험 부스가 열렸다.

 

도윤의 달고나 뽑기 부스엔 아이들이 줄을 섰고,

정민은 우리 반 추억 전시관코너에서 샛별초의 사진들을 소개했다.

이건 작년 체육대회 때 넘어져서 다같이 웃은 장면이고요,

이건 졸업사진 연습 때 재윤이가 눈감은 거예요….”

나래는 벽화 부스 옆에 앉아 직접 아이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었다.

어머머~ 이렇게 잘 그리는 애가 있었어?”

이건 액자에 넣어야겠네~”

그런 칭찬에 나래는 수줍게 웃었다.

에헤헤…. 감사합니다…….”

점심 무렵, 학교 한가운데 마련된 큰 천막 밑에서 모두가 잠시 모였다

.

은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하루, 모두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우린 아직 이 학교를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고,

떠나고 싶지도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희가 앞으로 나섰다.

이 학교는저희 모두의 추억이 담긴 곳이에요.

그걸 지키기 위해, 저희는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한 번만 더 이 학교를 봐주세요.”

그 말에,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질 무렵,

어떤 지역 신문사의 기자가 학교에 도착했다.

며칠 전 전단지를 봤다는 말과 함께.

이런 축제를 직접 열었다고요? 초등학생들이?”

기자는 연신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묻고, 감탄했다.

이건 기사로 꼭 써야겠네요.

이 정도 정성이면뭔가 바뀔 수도 있겠어요.”

 

그날 해질녘.

준희는 교실 뒷문에서 운동장을 바라봤다.

반짝이는 전구, 축제 포스터, 벽화, 그리고…. 친구들의 웃는 얼굴.

내일 다시 현재로 돌아가야해….’

하지만 어째서인지 오늘 같은 하루가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믿음이, 희망이, 학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우리가 지켰어요.」

아이들의 손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D-DAY 《다들 고마웠어

 

오늘은 준희가 다시 2025년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준희는 아침조회시간, 칠판 앞으로 나와서 아이들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오늘이마지막이야?”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준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오늘 오후 240분이 지나면, 난 다시 원래 있던 시간으로 돌아갈거야.”

그럼….”

초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우리, 그래도해낼 수 있을까?”

도윤이 물었다.

 

준희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

이미 해낸 거야. 우리 모두.

그날 오전, 아이들은 마지막 활동을 했다.

도서관에 정리한 샛별신문과 캠페인 포스터를 전시하고,

교무실 앞에는 주민들로부터 받은 손편지를 모아 하나의 응원 벽 만들었다. 한 할머니의 손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 학교에서 우리 손녀가 배운 건 글자보다 마음이었어요. 이 학교는 마을의 보물이었지요.”

 

그리고 점심시간, 준희는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축구나 보드게임 같은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준희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런 순간들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모든 수업이 끝나고, 준희는 학교 뒤편, 작은 하천 옆으로 향했다.

그리고거기, 그 자리에 타임머신이 있었다.

 

녹슨 몸체, 반쯤 열린 문.

이틀 전 뉴스에 나왔던 그 장면 그대로였다.

뒤이어 6학년 1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진짜 가는 거야?”

하린이 울먹였다.

우리, 다음 주에 같이 농구하기로 했잖아.”

은호도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로네가 미래에서 온 거 맞았구나.”

서윤이 조용히 말했다.

 

준희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희와 보낸 이 일주일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아이들은 타임머신 앞에 서서, 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준희야..”

민정이 말했다.

나중에, 너 다시 와줄 수 있어?”

 

. 약속할게.”

준희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곧이어 그는 타임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또 다시 주변이 알 수 없는 아공간으로 변하고, 강한 빛이 터져나왔다.

준희는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후일담 다시, 현재로

 

준희는 2025으로 돌아왔다.

그의 모습도 중학교 1학년으로 돌아와있었다.

하지만 마음 만큼은 여전히 초등학교 6학년때의 그 일주일에서 벗어나

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돌아왔던 날 이후, 준희는 매일 샛별초등학교 앞을 지나쳤다.

준희는 근처에 있는 샛별교육문화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센터에 와서 책을 정리하고, 아이들 놀이수업을 돕고,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는 일들을 했다.

중학생인데 이런 거 도와줘서 고맙다~”

센터장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너 샛별초 나왔니?”

..”

준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많이 좋아하던 학교예요.”

어느 날, 벽에 붙은 어린이 그림 전시 포스터를 정리하던 준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저기, 혹시너 박준희야?”

뒤돌아보니 민정이었다.

1년 전, 함께 전단지를 나눠주고 하천 정비를 했던 친구.

지금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지 않아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다.

민정?”

, 진짜 너였네!”

민정은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

갑자기 생각났어. 작년 여름에너랑, 우리 뭐 했던 거 같은데기억이좀 이상해.”

“…기억나?”

준희는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그게희미한데, 무슨 학교 살리기 캠페인 같은 거?

샛별초에서 뭐 찍고, 뛰어다니고, 전단지도 돌리고…”

, 또 다른 아이가 들어왔다.

, 너 박준희 맞지? 혹시 6학년 1반이었어?”

김초아였다.

나도 이상한 꿈을 꿨어! 그런데그게 꿈이 아니었던 거 같아.”

그리고 곧이어 문이 열리고 도윤도 들어왔다.

, 여기 다들 모였네? 나도! 나도 너랑 하천 걸은 기억이 있어! 왜 그런 게 생각나는 걸까…?”

아이들은 하나둘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히 사라졌어야 할 그 일주일, 희미한 안개처럼 그들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준희는 미소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마, 정말 중요한 기억은 잊었다고 해도, 마음이 기억하나 봐.”

 

그날, 아이들은 센터 옥상에 올라가 해지는 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고, 바람은 1년 전 여름과 똑같았다.

준희야..”

그때 너, 무슨 비밀이 있었던 거야?”

준희는 대답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그건

우리만의 이야기였어.”

친구들도 자라났고, 시간은 흘렀지만,

그 일주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아이들의 마음 어딘가에 영원히 새겨져 있었다.

 

샛별의 7.

그건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니라, 마음의 여행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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