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38)

개미남 | 2019.06.15 10:45:03 댓글: 0 조회: 366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37441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13.

다이스케가 운전하는 라이트밴은 쇼와 거리를 우회전한 곳에서 갓길에 멈춰 섰다.
화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시즈나는 손거울을 프라다 숄더백에 밀어 넣었다. 저도 모르게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쯤이면 되겠지?" 다이스케가 물어왔다.
"응, 고마워."
그녀가 가야 할 커피숍은 그곳에서 100여 미터 앞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런 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유키나리에게 들켰다가는 어떻게도 설명할 도리가 없을 테니 미리 내려주려는 것이었다.
뒷좌석에 손을 뻗어 종이봉투를 집어올렸다. 쇠고기 조림이 든 봉투였다. 시즈나가 사는 맨션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의 전통 고기 요리점의 상품이었다. 예전에 유키나리가 그 가게를 칭찬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빠뜨린 건 없지?"
둘째오빠의 물음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빠뜨릴 거 같아? 반드시 가져가야 할 물건이 딱 한 가지뿐인데." 숄더백을 툭툭 쳤다.
"지문은 안 찍혔겠지? 종이라도 지문이 남는다고 형이 그러던데."
"나도 알아. 큰오빠한테 받은 뒤로는 맨손으로 만진 적이 없어."
"작전을 펼칠 때도 조심해."
"장갑 낄 거니까 괜찮아."
"장갑? 그런 걸 끼면 괜히 의심받지 않을까?"
"그럴싸한 이유를 생각해냈거든. 게다가 조금쯤 의심해도 상관없으니까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되도록 장갑을 끼라고 한 건 큰오빠인데, 뭘."
고이치의 지시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는지 다이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적당한 장소를 어떻게 찾아내느냐. 그거로군. 형이 몇 군데 후보지를 생각한 모양인데 그런 장소가 실제로 도가미의 집에 있을지.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그거야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어. 하지만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찬스는 이번 한 번뿐이잖아? 아마 오빠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걸?"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만‥‥‥." 다이스케는 얼굴을 구기며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잘 부탁한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응, 나한테 맡겨."
"내가 도가미 집 옆에서 대기하고 있을게. 휴대전화 전원 꼭 켜둬. 기본적으로 이쪽에서 연락하는 일은 없음. 하지만 언제라도 받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즉각 알려줄 것. 전화해주기를 원할 때는 발신 후 즉시 끊기. 알지?"
"아휴. 알아요, 알아. 지금까지 수없이 해봤는데 뭘. 자, 나간다." 시즈나는 조수석 문을 열었다.
"시즈나." 다이스케가 불렀다. 그녀가 돌아보자 다이스케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뒤에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오늘로 도가미 유키나리를 만나는 건 마지막이야. 정말 그래도 괜찮아?"
시즈나는 자신의 뺨이 긴장하는 것을 느끼며 돌째오빠를 바라보았다. 쏘아보는 눈매가 된 것을 자각했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뭐야, 그게? 무슨 뜻?" 목소리마저 뾰족해졌다.
"아니, 그러니까‥‥‥." 다이스케는 어물거리며 눈길을 피했다.
"괜히 오해하지 말라고 지난번에 말했지? 근데 왜 그런 소리를 또 하느냐구."
"네가 마음속에 망설임이 없다면 그걸로 됐어."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다이스케는 말했다.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이야."
"흥, 바보 오빠. 나 지금 큰일 치르러 가는 거야. 쓸데없이 찬물 끼얹을 거야?"
"알았어, 미안."
"간다?"
"응." 다이스케는 다시 누이에게 시선을 던졌다. "잘해. 시즈나."
시즈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다이스케의 그 눈빛에 다정함과 안쓰러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대꾸할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아 그녀는 한 차례 고개만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약간 난폭하게 문을 닫았다.
다이스케는 한 손을 슬쩍 쳐든 뒤, 차를 움직였다. 달려가는 차를 눈으로 배웅하며 시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ㅡ. 그런 마음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드디어 도가미의 집에 가는 날이다. 집중력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남자들에게 작전을 펼쳐왔지만, 그때마다 마음에 새긴 것은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대를 만나기 전부터 미리 연기를 시작해둘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카미네 소오리야. 하고 시즈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 이름을 사용하는 건 다이스케의 말대로 아마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오늘만 지나면 다카미네 사오리라는 여자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다ㅡ.
만나기로 한 장소는 긴자 니초메의 커피숍이었다. 도가미 유키나리와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가게였다.
커피숍에 들어서자 곧바로 유키나리의 모습이 보였다. 캐주얼한 갈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쪽에서도 시즈나를 알아보고 웃는 얼굴을 보였다.
웨이터에게 마실 것을 주문하고 시즈나는 자리에 앉았다.
"기다리시게 했나 봐요. 미안해요."
유키나리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직 5분 남았어요. 내가 너무 빨리 온 거예요. 어쩐지 마음이 급해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일도 일찌감치 끝내고 왔어요."
"어머, 그러세요? 일을 방해해서 정말 죄송해요."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오늘을 잔뜩 기대했다는 말이에요. 부디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데요?"
웨이터가 가져온 라임티를 마시며 시즈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이렇게 유키나리와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심장의 고동이 서서히 빨라져가는 것만 같았다. 그의 스스럼없는 웃음을 정면에서 바라보기가 괴로웠다.
"지난번에는 정말 고마웠어요. 사오리 씨에게 칭찬받았다고 했더니 요리사들이 아주 좋아하던데요?" 유키나리가 말했다.
아자부쥬반 점에 갔을 때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레시피에 의한 하야시라이스를 시즈나에게 시식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신작 하야시라이스는 오리지널이 갖는 깊은 맛을 지녔으면서도 재료의 맛이 두드러지도록 마감을 했다. 그런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고, 정말 맛있다는 감상을 펼쳤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정말 이 정도라면 <아리아케>의 하야시라이스와도 견줄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는 그저 아마추어니까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적당히 흘려들으셔도 돼요."
그러자 유키나리는 문득 진지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역시 사오리 씨에게 시식을 부탁하기를 잘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탁했었지만 우리가 의도하던 것을 정확히 맞힌 건 당신뿐이에요. 역시 하야시라이스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는 분답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마음이란 건 없지만요‥‥‥." 시즈나는 눈을 가만히 내리떴다. 이전에 하야시라이스를 먹고 패닉을 일으켰던 때의 일을 유키나리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아픈 기억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했는지, 그 즉시 유키나리는 허둥거렸다.
"아, 미안해요.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군요. 정말 미안. 나는 도무지 섬세한 면이 부족해요."
그 모습에 시즈나는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전부터 느꼈던 건데 도가미 씨는 이상하게 남에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상대방만 생각해주다 보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그래요? 오히려 둔감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유키나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여자의 마음에 관해서만 그러시겠죠.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시즈나는 꾹 참았다.
"이런 말. 좀 주제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경영자는 약간 뻔뻔한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거라면 괜찮아요. 이렇게 보여도 내가 상당히 뻔뻔한 사람이거든요. 증거를 대보자면,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당신을 자꾸 불러내고 있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웃은 뒤, 그는 테이블의 계산서를 집어 들었다. "그럼 가볼까요?"
"네." 시즈나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숍을 나서자 유키나리가 택시를 잡았다. 항상 그렇듯이 시즈나를 먼저 태우고. "메구로로 가주세요." 라고 운전기사에게 말하며 자신도 올라탔다.
운전기사에게 길을 알려주는 유키나리의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시즈나는 가슴속에 번지려는 초조감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이렇게 그와 함께 택시를 타는 일도 앞으로는 없을 테지만, 그딴 거 그리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애를 쓰면 쓸수록 가슴속에 자꾸만 뭔가 치미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우리 아버지와 엄마를 죽인 사람의 아들이야ㅡ. 마음속으로 계속 주문처럼 그 말을 외웠다. 하지만 이 주문에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또 한 사람의 그녀가 그녀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관계가 없어. 이 사람이 죽인 게 아니야. 이 사람은 남의 아픔을 헤아려줄 줄 아는 사람이야ㅡ.
갑작스레 유키나리가 시즈나 쪽을 향했다. 의아하다는 듯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미소를 건네왔다.
"왜 그래요?"
"아뇨. 아무것도." 시즈나는 눈을 돌렸다. "오늘은 부모님도 집에 계시나요?"
"어머니가 있을 거예요. 되도록 나서지 말라고 말해뒀으니까 걱정 말아요."
"지금까지 여자를 댁에 초대한 일은 있으세요?"
"아,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어머니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는 거 같아요. 무슨 그런 관계가 아니다. 그저 집 구조를 구경하러 오는 것뿐이다.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말끝에서 슬그머니 목소리가 작아졌다.
시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다이스케의 라이트밴과 비슷한 차가 곁을 달리고 있어서 일순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차체 측면에 전혀 알지 못하는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 정말로 연인의 집에 가는 길이라면 얼마나 마음이 들뜨고 좋았을까. 하고 시즈나는 생각했다. 처음 만나는 그의 어머니에게 예의 바르게 대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하고 긴장도 했으리라.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심경은 그런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긴장은 하고 있지만 그건 오빠의 지시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일 따위, 아무려나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와의 이별을 생각하며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을 뿐이었다.
"유학에 대해서는 그 뒤로 뭔가 결정이 되었어요?" 유키나리가 물어왔다.
시즈나는 순간적으로 웃는 얼굴을 만들고 유키나리 쪽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에 부모님과 이야기했어요. 어차피 갈 거라면 빨리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요?" 유키나리의 눈에 진지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어쩌면 다음 달에라도 비행기를 타게 될 거 같아요. 홈스테이 할 그쪽 집에서도 빨리 오라고 하시고."
"아, 그래요. 이 또한 상당히 급한 이야기네요. 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어차피 갈 거라면 빨리 가는 게 이래저래 공부에도 유리할 거고." 유키나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지만, 그 얼굴은 명백하게 딱딱해져 있었다.
"솔직히 마음이 급하긴 해요.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아서요. 벼락치기로 영어회화 학원에도 다녀야겠고."
"정말 힘들겠네. 그래도 열심히 해봐요."
"네." 고개를 끄덕이고 시즈나는 다시 차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걸로 포석은 깔린 셈이다. 하고 생각했다. 내일 이후로 유키나리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더라도 공부가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할 수 있다. 남을 유난히 잘 챙겨주는 사람이 아닌가. 한번만 거절하면 그리 끈질기게 연락하지 않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쓰던 휴대전화를 해약한다. 그 전에 한 번쯤 문자를 보내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지금 캐나다로 떠납니다. 라는 내용으로. 그걸로 그는 완전히 포기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다른 멋진 여자가 나타나면 다카미네 사오리라는 이름은 머릿속에 떠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되는 거야. 하고 시즈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저어." 유키나리가 말을 걸어왔다.
"캐나다 쪽의 주소는 알고 있어요?"
"네? 주소요?"
"홈스테이를 하게 될 그 집 말이에요. 알려주시면 편지를 보내고 싶은데요."
시즈나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사기 작전을 펼쳤던 남자들에게서 해외의 주소를 알려달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유키나리가 이런 식으로 적극성을 보일 줄은 예상도 못했다.
"미안해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럼 다음에 알려주실 수 있어요?"
"네에, 물론."
"그리고요." 그는 입술을 핥았다. "캐나다에 가기 전에 한 차례 느긋하게 만날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프러포즈다. 하고 시즈나는 직감했다. 그의 진지한 시선이 눈부셨다.
"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럴게요."
"아, 다행이다." 뭔가 큼직한 일을 해냈다는 듯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유키나리는 시트에 몸을 기댔다.
시즈나는 숨이 막힐 만큼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꼈다. 남자에게서 프러포즈의 기척을 느꼈던 일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항상 감쪽같이 속여 넘겼다는 통쾌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저 마음이 뒤흔들릴 뿐이었다.
그에게서 프러포즈의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어버린 뒤에도 딱 잘라 그를 잊을 수 있을지, 시즈나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이제 곧 도착해요." 유키나리가 말을 건네왔다.
시즈나는 퍼뜩 놀라 앞쪽을 보았다. 택시는 한산한 주택가에 들어와 있었다.
너, 왜 이렇게 바보야? 그녀는 자신을 꾸짖었다. 이 남자가 어떻게 나한테 프러포즈를 한다는 거야? 이제 곧 그는 살인범의 아들 신세가 될 텐데. 그 작전을 펼치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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