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2)

개미남 | 2019.05.28 12:40:20 댓글: 0 조회: 996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26244
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1 - 2.

비가 그쳤는지 택시의 와이퍼는 멈춰 있었다.
국도 16호선의 짧은 터널을 빠져나와 첫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했다. 조금 달리자 앞쪽에 게이큐 본선의 고가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 바로 앞쪽에 경찰차 몇 대가 서 있었다.
하기무라 신지는 택시에서 내려 천천히 현장으로 다가갔다. 좁은 길과 교차한 네 개의 모퉁이가 있고, 그중 오른편 앞쪽 길모퉁이에 조그만 양식당이 있었다. 살림집이 딸린 식당이었다. <아리아케>라고 새겨진 식당 문은 활짝 열려서 경관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밤 세 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식당 앞에는 로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시간이 그렇고 보니 구경꾼들은 꼬이지 않았다.
하기무라는 식당 앞을 지나 오른편으로 굽어들었다. 주변 상황을 관찰해두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곳에는 이미 한 남자가 와 있었다. 남자는 우산을 골프클럽 삼아 휘익 쳐올리고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게 누구인지 하기무라는 금세 알아보았다. 요즘 이 인물이 골프에 열중하고 있다는 건 경찰서 안에도 짜하게 소문이 났다. 형사과장이 권해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영 안 어울린다고 뒤에서 수군덕거리는 이가 적지 않다는 건 본인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휘익 하고 우산을 휘두르는 소리가 났다.
"나이스 샷!"
하기무라는 말을 건넸다.
팔로 스루 자세로 정지하고 있던 남자가 하기무라 쪽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입 주위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빨리 왔네?"
남자는 우산을 내렸다.
"가시와바라 씨야말로 일찌감치 오셨는데요?"
"경찰서에 있었거든. 그놈의 보고서, 내일까지 정리하라고 해서 말이지. 근데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서 소파에서 자고 있었더니 이 연락이 들어왔어. 기겁을 해서 잠이 확 깨버렸어."
가시와바라는 아직도 우산을 거꾸로 든 채였다. 검은 박쥐우산이었다. 아예 버릇이 되었는지 말을 하면서도 골프의 어프로치 샷을 하듯이 짧게 흔들고 있었다. 우산 손잡이 끝이 이따금 땅바닥에 툭툭 스쳤다.
"나도 깜짝 놀랐어요. 설마 이 식당에서 살인사건이 날 줄이야."
하기무라는 그렇게 말을 한 뒤에야 선배 형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확인했다.
"살인, 맞죠?"
"아마도, 주인장과 그 부인이 일층 살림채에서 칼에 찔렸어. 상처가 몇 군데인지 모르겠어. 둘 다 완전 피투성이야."
"가시와바라 씨, 현장 보셨어요?"
"슬쩍 들여다보기만 했어. 곧바로 감식반이 출동했거든."
"허참, 그 부부가‥‥‥."
하기무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 사흘 전이었죠? 이 식당에 점심 먹으러 왔던 게?"
"그래, 나는 하야시라이스를 먹었는데."
"이 집 하야시라이스, 정말 맛있거든요. 그걸 이제 못 먹는 건가요? 참나,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사람의 일생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 거군요."
하기무라는 사흘 전의 일을 떠올렸다. 뺑소니차량 사건의 추가 수사 때문에 가시와바라와 함께 탐문하고 돌아오던 길에 이곳 <아리아케>에서 점심을 먹었던 것이다. 가시와바라와 하기무라는 이 양식당의 단골이었다. 값싸고 양이 많고 게다가 맛도 좋아서 체력이 필요한 형사들에게는 고마운 식당이었다.
"이 집, 애들이 있었죠?"
하기무라는 식당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분명, 사내애 둘이 있었을 텐데."
"셋이야."
가시와바라는 말했다.
"밑으로 딸아이가 하나 더 있어. 초등학교 6학년하고 4학년하고 1학년."
"잘 아시네요?"
"아까 만났어. 아, 다 만난 건 아니고 맨 위의 아들만. 내가 왔을 때, 저기 식당 앞에 서 있더라고, 경찰에 전화한 것도 그 아들이야."
하기무라는 기억을 더듬었다. 언제였던가, <아리아케>에서 식사하고 있을 때, 키가 큰 소년이 바깥에서 들어왔던 것이 생각났다. 그 얼굴까지는 역시 생각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셨어요?"
"일단은, 하지만 현경(縣警) 쪽에서 나오면 또 똑같은 소리를 물어볼 거라서 지금은 방에서 쉬라고 해뒀어."
"방에서?"
"이층이야."
그렇게 말하며 가시와바라는 우산 손잡이를 위쪽으로 향했다.
덩달아 따라가듯이 하기무라는 우산이 가리킨 위쪽을 보았다. 하지만 바로 위쪽에는 창문이 없었다.
"부모만 살해되고 아이들은 구조된 건가요?"
"밖에 나갔었대."
"밖에 나가요? 사건이 일어난 게 몇 시쯤인데요?"
"아마 열두 시부터 두 시 사이일 거야. 아이들이 밖에 나간 사이에 살해된 모양이야."
"그 시간에 아이들끼리 밖에 나갔어요?"
"유성이래."
"예?"
"그러니까 그게 뭐랬더라‥‥‥."
가시와바라는 바지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페르세우스 유성군이라고 했군. 그걸 보려고 뉴타운 건설지까지 갔었다는 거야."
"허, 그거 참 불행 중 대행이었군요."
"부모에게는 비밀로 하고 이층 창문으로 살짝 빠져나갔다는군. 그때는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고 큰아들이 말했어."
하기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건물 뒤편으로 돌아갔다. 뒤에는 좁은 골목길이 있었다. 골목길 쪽으로 난 뒤쪽 출입문이 열려 있고 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감식반 일행의 목소리도 희미하게 들렸다.
뒷문 바로 앞에 창고인 듯한 작은 건물이 있었다. 지붕은 함석이었다. 하기무라는 거기에서 다시 시선을 좀 더 위로 올리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이층 창문이 열려 있고 그 창틀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소년은 아래에 형사가 있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색으로 골똘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고이치."
곁에서 소리가 났다. 가시와바라가 옆에 와 서 있었다.
"예?"
하고 하기무라는 되물었다.
"저 애 이름이야. 둘째는 다이스케, 여동생은 시즈나."
수첩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하다가 가시와바라는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딱하다, 정말."
하기무라와 가시와바라의 상사가 달려온 것은 그로부터 잠시 뒤었다. 그때쯤 동료 형사들도 몇 명 도착해 있었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하기무라는 근처의 탐문에 나서기로 했지만, 가시와바라는 현경 본부에서 나오는 수사원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맨 처음 현장에 도착한 데다 평소 <아리아케>를 이용했기 때문에 약간의 예비 지식이 있고, 사체를 발견한 아이들과도 면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탐문이라고 해봐야 시간이 이러니‥‥‥, 이 한밤중에 깨어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야마베라는 베테랑 형사가 두덜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우선 저기부터 한 번 가봅시다."
하기무라는 멀리 보이는 포장마차 라면집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마침 그때, 현경 본부에서 나온 듯한 경찰차가 달려왔다.

ㅡ우리 식당의 자랑 하야시라이스, 100년 역사의 맛을 느껴보세요.
메뉴판에 적힌 그 글을 보고 고이치는 몇 년 전에 아버지 유키히로에게 물어봤던 일이 떠올랐다. 그럼, 우리 가게가 100년 전부터 양식당을 했었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이런 바보, 그럴 리가 있냐?"
양파를 썰던 손을 멈추는 일도 없이 유키히로는 말했다.
"하지만 여기 100년 역사의 맛이라고 적혀 있는데?"
역사, 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막 배웠을 때였다.
"역사가 깊은 건 하야시라이스 쪽이지. 너는 잘 모르겠지만 하야시라이스라는 건 일본인이 발명한 요리거든. 요코스카 하면 해군 카레가 유명하지? 하지만 일본 사람은 역시 일본인이 만든 요리로 승부를 해야지."
"으응, 하지만 이걸 보면 우리 집 하야시라이스가 100년 전부터 있었다는 얘기 같잖아."
"그런 얘기 같기만 한 거지? 꼭 그렇다고 한 건 아니잖아? 뭐, 괜찮아. 손님이 자기 마음대로 착각하는 거야 어떻게 말리겠냐."
그렇게 말하며 유키히로는 와하하하, 퉁퉁한 배를 흔들며 웃었다.
고이치의 아버지 유키히로는 웬만한 일은 대충대충 넘어간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었다. 몸 건강하고 남에게 페만 끼치지 않으면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건 잔소리하는 일이 없었다. 공부를 하라든가 집안일을 도우라든가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고이치는 전혀 없었다.
장사에 대해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연구하는 건 서투른 모양이었다. 고이치의 어머니인 도코가 곧잘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내비쳤다.
"아버지는 장사에는 소질이 없어. 오히려 손님이 먼저 나서서 음식 값을 좀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네 아버지는 우리 식당은 싸고 맛있는 게 장점이니까 괜찮다고 공연히 허세를 부리지 뭐야. 재료를 싼 걸로 쓴다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중간한 재료는 쓸 수 없다고 돈을 퍼부으니, 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도코의 그런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사에 대범한 성품의 유키히로였지만 요리에 관해서는 전혀 달랐다. 음식의 재료나 조리법에도 확고한 고집이 있어서 결코 대충 태협하지 않았다.
실은 유키히로는 이대째 주인장이었다. 그의 부친이 <아리아케>를 개업했던 것이다. 작은 식당이지만 그때부터 맛에는 정평이 나 있어서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아주 많았다고 했다. 그런 가게를 물려받아 대를 잇고 있는 이상, 이대째가 되더니 영 맛이 없어졌다는 소리만은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흥, 오늘은 손님이 아버지가 하던 시절에 드나들던 사람인가 봐. 선대에 비해 맛이 좀 맵다느니 어쩌느니 쓸데없는 소리를 하더라고. 그 사람, 혀가 어떻게 된 거 아냐?"
그런 식으로 화를 낸 적도 있었다.
고이치가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양식당 사장 중에 <아리아케>의 맛을 훔치러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또 레시피를 가르쳐달라고 통사정하는 요리 초보자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모두 어머니인 도코에게 들었다.
"아직 젊은 사람이야. 제발 좀 가르쳐달라고 아예 통사정을 하는데 아버지는 그건 가르쳐줄 수 없다고 했어. 자기가 고안한 레시피라면 또 모르지만, 너희 할아버지한테 배운 것이라 안 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뭐냐. 할아버지가 아무에게도 안 가르쳐주고 아버지한테만 전수해주셨대."
고이치로서는 요리의 레시피라는 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단지 아버지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 중의 하나, 라는 것만 인식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방에는 작은 불단이 마련되어 있고 그 서랍에 오래된 대학노트가 들어 있다는 것을 고이치는 알고 있었다. 유키히로는 이따금 그것을 꺼내 읽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씩 덧붙여 써넣기도 했다. 말할 것도 없이 요리 만드는 방법을 기록한 레시피 노트였다.
언젠가 고이치가 그 노트를 훔쳐보고 있는데 갑자기 유키히로가 방 안에 들어와 아들의 뺨을 내리쳤다.
"내 뒤를 이을 생각이라면 요리는 내가 가르쳐줄 거야! 슬금슬금 도둑놈처럼 훔쳐보는 짓은 하지 마!"
고이치는 이를 악물며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았다. 그러자 유키히로는 어째서 그 노트를 훔쳐보았느냐고 물었다.
아무나 다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라고 고이치는 대답했다.
"아무나 다 만들 수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학교에서, 만드는 방법만 알면 어떤 맛있는 요리도 아무나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친구."
"그래서, 너도 만들어보려고 했어?"
고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친구네 집에서."
"뭘 만들 생각이었는데?"
"‥‥‥하야시라이스."
유키히로는 혀를 끌끌 찼다. 참내,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고. 라고 내뱉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잠깐 이리 와. 하고 고이치에게 말했다.
주방에 불려 간 고이치는 아버지에게서 식칼을 건네받았다. 야채를 썰라는 것이었다.
"내가 가르쳐주마. 하야시라이스 만드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네 머릿속에 철저히 박아주지.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지 어떤지는 그 다음에 네가 직접 생각해 봐."
유키히로는 그 즉시 '임시 휴업'이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깜짝 놀란 도코가 그만 좀 하라고 말렸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이 녀석에게 요리란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그래. 당신은 참견하지 마."
고이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두둘겨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키히로는 베이스가 되는 소스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그 복잡한 순서와 예민한 불 조절, 맛의 가감의 미묘함에 고이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버지가 날마다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가, 하고 생각하니 정신이 멍해질 지경이었다.
오전부터 시작했는데 요리가 완성되었을 때는 바깥이 벌써 어둑어둑했다. 그래도 원래는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거라고 유키히로는 말했다.
"먹어 봐."
그렇게 말하며 유키히로는 막 완성된 하야시라이스를 고이치 앞에 내놓았다.
고이치는 스푼으로 한 입 떠서 먹어보았다. 틀림없는 평소 그대로의 하야시라이스였다.
음, 맛있어. 라고 그는 말했다.
"어때, 누구나 다 만들 수 있겠냐?"
유키히로는 물었다. 고이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못 만들어. 이렇게 맛있는 하야시라이스는 만드는 방법을 안다고 해도 아무도 못 만들어. 아버지밖에는 못 만들어."
그러자 유키히로는 껄껄 웃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꺼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걸 알았으면 이제 됐어. 너도 만들 수 있어."
"정말?"
"거짓말은 안 해. 하지만 말이지."
유키히로는 엄격한 얼굴이 되어 말을 이었다.
"이 요리는 친구네 집 같은 데서 만들면 안 돼. 반드시 여기, 이 주방에서 만들란 말이야. 그리고 이걸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먹였다면 돈을 받아. 우리 하야시라이스는 공짜로 먹여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원래의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ㅡ우리 식당의 자랑, 하야시라이스. 100년 역사의 맛을 느껴보세요.
메뉴를 들여다보는 사이 고이치의 뇌리에는 수많은 추억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즐거운 추억.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터지는 추억뿐이었다.
하지만 어떤 추억이라도 일단 메뉴에서 얼굴을 들기만 하면 한순간에 산산이 깨어져버렸다. 아버지의 요리를 즐기기 위해 손님들이 항상 앉아 있던 공간을 험악한 얼굴의 경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리아케 고이치 군, 그렇지?"
누군가 말을 건네서 고이치는 얼굴을 들었다.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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