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5)

개미남 | 2019.05.28 12:50:12 댓글: 0 조회: 995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26253
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1 - 5.

"어젯밤이라고요? 글쎄, 그런 게 있었나? 전표를 보면 알 수는 있을 텐데."
머리숱이 헤싱헤싱해진 남자는 샌드위치며 삼각 김밥이 늘어선 선반을 정리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슴에 '점장'이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있었다.
"좀 조사해줄 수 있을까요?"
하기무라의 말에 점장인 듯한 남자는 맥 빠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하면서 계산대 쪽으로 향했다.
하기무라 형사는 새로 개점한 듯한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벽이나 바닥에도 흠집이 거의 없었다.
국도 16호선 길가에 있는 편의점이었다. 한 가지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왔다. 하지만 파트너인 가시와바라는 잡지 판매대 앞에서 따분한 듯 서 있었다.
"어디 보자. 어젯밤에 딱 한 개가 팔렸군. 11시 22분이에요. 그러고 보니 어떤 손님이 사간 것 같기도 하네."
점장은 기다란 전표를 들여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시간에 댁이 가게를 지켰어요?"
하기무라는 물었다.
"네, 맞아요. 밤에는 대개 나 혼자예요."
"어떤 손님이었는지 생각나요?"
점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외로 꼬았다.
"남자였던 것 같기는 한데. 자세히는 생각 안 나네. 그게요, 손님 얼굴을 일일이 쳐다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옷차림이라든가 체격이라든가, 뭔가 인상에 남는 점은 없었어요? 대충 몇 살쯤인지만이라도 좋은데."
점장은 제발 좀 봐달라는 듯 얼굴 앞에서 손을 내저었다.
"아뇨, 생각 안 난다니까. 미안하지만 나한테 크게 기대는 하지 말아요. 내가 원래 기억력이라면 영 자신이 없는 편이라서."
"그럼 뭔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 좀 해줄래요?"
하기무라는 수사본부의 연락처를 적은 메모를 내밀었다.
"아, 예예."
점장은 메모를 받더니 한쪽 곁에 내려놓았다. 형사가 떠나자마자 즉시 내버릴 생각이라는 게 뻔히 보였다.
하기무라는 가시와바라를 불러 가게를 나왔다.
"열심히 묻고 다니는 자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런 탐문수사는 개똥만큼도 도움이 안 돼."
부루퉁한 어조로 가시와바라가 말했다.
"아이, 그거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쓸데없어. 지금 저 점장 말이 맞아. 편의점 점원이 손님 얼굴 같은 거 일일이 기억하겠어? 그리고 그 우산을 산 게 꼭 어젯밤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원래 갖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만일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범인이 우산을 산 게 어젯밤일 가능성도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이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게 한밤중부터였거든요. 그때까지 범인에게 우산이 없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잖아요?"
가시와바라는 고개를 저었다.
"우산 따위. 열심히 탐문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어. 아무것도 안 나온다고."
"왜 그렇게 단정해요? 아직은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그럼 좀 묻겠는데, 범인이 왜 우산을 남기고 갔다고 생각해?"
"급하게 도망치다보니 깜빡 잊어버렸겠죠. 도주할 때는 비가 그쳤거나 아주 조금만 내렸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우산을 잊어버리고 갔다고 해도 이상한 건 없어요."
"감식과에서 하는 말, 못 들었어? 우산의 지문을 닦아냈다잖아? 일부러 지문까지 닦아냈는데. 그런 걸 잊어버리고 갈 바보가 어디 있어?"
"지문을 닦아낸 건 범행 전일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의도적으로 닦아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어요. 범인이 장갑을 끼고 있었다면 닦아낸 것과 똑같은 상태가 된다고 했다고요."
가시와바라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범인이 그저 단순한 도둑일까? 아니면 피해자와 아는 사람?"
"현장 상황으로 보면 틀림없이 아는 사람의 범행이겠죠. 부부가 마음을 놓고 있는 틈에 갑자기 공격했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나도 동감이야. 즉 범인은 침입한 게 아니라 그 부부가 집안에 들여줬다는 얘기야. 겨울도 아닌데 그 시점에 벌써 장갑을 끼고 있었다면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겠어? 나는 범인이 우산의 지문을 지운 건 범행 후라고 생각해. 하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그런 짓보다 우산을 들고 가는 편이 더 빠르겠지.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도주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 우산으로는 발목이 잡히지 않을 거라고 범인이 확신했기 때문이야. 어쩌면 어디서 주었거나 슬쩍 들고 온 것일 게야."
선배 형사의 설에 하기무라는 얼른 반론이 나오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일리 있는 말이기는 했다.
아리아케 고이치에 의하면 식당 뒷문 근처에 방치되어 있던 비닐우산은 가족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감식 결과 지문이 닦여졌다는 게 판명되었다. 그래서 범인이 두고 간 것으로 보고 하기무라 일행은 같은 종류의 비닐우산을 판매하는 가게를 탐문해보기로 했던 것인데 ㅡ.
"가시와바라 씨의 말씀도 잘 알겠는데요. 범인의 유류품으로 보이는 물건을 어렵사리 발견했으니까 우선은 그게 어디서 나온 건지 알아보는 게 원칙 아니겠습니까?"
"원칙이라고?"
가시와바라는 걸음을 옮기며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글쎄, 그럴까? 나는 괜히 샛길이나 훑고 있는 거 같은데? 큰길 쪽은 수사1과 쪽 사람들이 죄다 가져가버리고 말이야."
"큰길이라면‥‥‥?"
"그 빚 얘기 쪽이지."
"역시 그게 관계가 있을까요?"
"그밖에 또 뭐가 있어?"
살해된 부부의 인간관계를 조사하던 수사원이 흥미 깊은 정보를 물어온 것은 바로 2시간쯤 전이었다. 최근에 아리아케 부부는 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가게 경영이 잘 풀리지 않아 빚을 갚지 못하게 됐다고 한 모양이었다.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아리아케 유키히로의 중학교 친구이며 현재 개업의를 하는 인물에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우선 100만 엔쯤 어떻게 좀 마련해줄 수 없겠느냐"라고 부탁했었다고 하니까, 작은 양식당이 떠안기에는 상당히 큰 액수였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리아케>의 경영 상태를 조사한 형사에 의하면 그리 큰 빚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은행 대출금은 있지만, 딱히 밀린 것도 아닌 모양이고."
"정상적인 빚만 있었다고는 할 수 없지."
"사채를 썼을 거라는 얘기예요?"
"그럴 가능성도 있어. 아니, 좀 더 질이 안 좋은 쪽인지도 모르지. <아리아케> 주인장, 도박을 무지 좋아했거든. 어쩌면 그쪽이 아닌가. 나는 대충 그렇게 짐작하고 있어."
"도박을 좋아했어요?"
하기무라는 놀라서 물었다. 지금까지의 수사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일이었다.
"전에 그 식당에서 언뜻 들었어. 경륜, 경마, 마작, 뭐든 다 하는 거 같더라고. 좀 있으면 그쪽으로 뭔가 나올 거야."
"그 얘기, 수사1과 사람들한테는‥‥‥?"
"내가 그런 얘기를 왜 해?"
가시와바라는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실컷 헤매고 돌아다니라지. 비닐우산의 출처니 뭐니. 그런 뜬금없는 일거리만 골라서 시골 관할서 사람들에게 떠밀어버리잖아? 그러니 도와줄 생각이 전혀 안 난다니까. 하긴 뭐, 시간 문제야. 금세 알아낼 거라고."
"도박으로 진 빚 문제 때문에 살해되었다ㅡ. 그런 얘긴가요?"
"그럴싸하지?"
"하지만 돈 빌려준 사람이 돈 빌려간 사람을 살해하는 일은 없잖아요?"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야. 뭔가 이야기가 틀어지자 불끈해서 칼로 찔러버렸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지."
"그야 그렇지만‥‥‥."
하기무라가 고개를 갸우뚱했을 때, 가시와바라의 가슴팍에서 포켓벨 소리가 들렸다.
"흥, 텔레파시가 통했나?"
가시와바라는 웃옷 안쪽에 손을 찔러넣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20미터쯤 앞쪽에 전화박스가 있었다.
가시와바라가 전화하는 것을 바라보며 하기무라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번 사건에 보통 때보다 훨씬 더 열심이구나. 하고 선배 형사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아마도 피해자의 아이들을 접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대충 짐작이 갔다. 가시와바라는 현재 혼자 살지만, 몇 년 전까지는 결혼생활을 했었다. 아들도 있어서 지금쯤 초등학생이 되었을 터였다. 그 아이는 부인에게 내준 모양이었다.
"애비라고 내세울 만한 일은 하나도 해주지를 못했어. 마지막으로 얼굴 본 게 세 살 때야. 이제는 내 얼굴도 다 잊어버렸을 거야. 하긴 그러는 게 그 애한테도 좋겠지, 뭐."
예전에 자학적인 웃음을 띠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리아케> 식당의 세 아이들을 보며 아마도 가시와바라는 자신의 아들과 겹쳐보았을 것이라고 하기무라는 상상했다.
가시와바라가 전화박스에서 나왔다. 얼굴 표정이 조금 전보다 한층 삼엄해져 있었다.
"택시 좀 잡아줘. 시오이리 여관에 갈 거야."
"여관요? 아이들한테 무슨 일 있어요?"
"작은아들, 말문이 터진 모양이야. 아주 엄청난 소리를 했어. 범인을 목격했다는 거야."
"예?"
"큰아들의 담임선생한테서 연락이 왔다나 봐. 근데 이야기를 할 거라면 잘 아는 형사님이 좋다고 큰아들이 나를 지목한 모양이야. 참 고마운 이야기구먼."
저쪽에서 빈 택시가 다가왔다. 하기무라는 가시와바라와 동시에 손을 쳐들었다.

"코는 높은 편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별로 잘 못 봐서요. 조금 다를지도 몰라요‥‥‥."
다이스케의 목소리를 점점 작아져갔다. 마지막에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고이치 쪽으로 눈을 던져왔다. 구원을 청하는 눈빛이었다.
"기운 내."
고이치는 작은 소리로 달래는 말을 건네주었다.
"얼굴 크기는 어땠지? 크다는 느낌이었어?"
양복을 입은 남자가 스케치북을 앞에 놓고 질문을 던졌다. 경찰관이라기보다 성실한 회사원 같은 분위기였다.
다이스케는 고개를 외로 꼬았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어요. 기다란 느낌이에요."
양복 차림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펜을 쓱쓱 움직였다.
고이치는 탁자 위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십여 개의 종이학이 방치되어 있었다. 시즈나가 접은 것이다. 그녀는 지금 옆방에 누워 있었다. 더 이상 우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걸 보면 아마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시즈나가 넋이 나간 것처럼 날뛰고 거기에 호응하듯이 다이스케가 울부짖은 게 점심때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고이치의 귀에는 아직도 두 동생이 울부짖던 소리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몸에 뜨끈하게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왜 그런 이야기를 시즈나에게 했느냐고 어른들에게는 꾸지람을 들었지만 고이치는 후회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우리 형제간의 일은 우리끼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셋이서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이스케가 말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한바탕 울고 난 다음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에 대해 증오의 말을 내뱉은 뒤, 느닷없이 고이치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형. 나, 봤어. 아버지와 엄마를 죽인 놈, 봤어."
다이스케에 의하면, 간밤에 고이치가 시즈나를 등에 업고 식당 앞쪽으로 들어가던 때에 뒷문으로 뛰어나온 남자가 있었다고 했다.
고이치는 깜짝 놀라 노구치 선생에게 그 말을 전했다. 선생이 즉시 경찰에 연락했는지, 곧바로 가시와바라 일행이 찾아왔다. 그중 한 사람이 지금 다이스케 앞에 있는 남자였다. 한시라도 빨리 범인의 몽타주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가시와바라와 다른 형사들은 방 밖에 나가 있었다. 너무 여럿이서 에워싸면 다이스케가 긴장해서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라는 배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고이치만은 곁에 함께 있어주라고 했다.
"대충 이런 느낌인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스케치북을 다이스케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턱이 좁고 코가 큰 남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고이치는 전혀 본 기억이 없었다.
"여기가 조금 더 넓었던 거 같아요."
다이스케는 턱 근처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기, 좀 쎈 느낌이었어요."
"쎈 느낌?"
"네."
다이스케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고이치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뭐야, 쎈 느낌이라는 게?"
"아니, 그래도 그냥, 쎈 느낌이었는데‥‥‥."
다이스케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응, 그렇게 말해도 괜찮아. 그저 네가 느낀 그대로를 말해주면 돼."
양복을 입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펜을 달렸다. 그리고 다시 스케치북을 다이스케 쪽으로 내보였다.
"이렇게 하면 어때?"
그곳에 그려진 얼굴은 분명 조금 전의 얼굴보다 억센 인상이었다. 어디를 어떻게 고쳐서 그렸는지, 고이치는 알 수 없었다.
다이스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비슷한‥‥‥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 아, 정말 고맙다."
양복 차림의 남자는 흐뭇한 듯 실눈을 떴다.
"당장 이걸 참고해달라고 할게. 만일 그밖에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또 말해주면 돼."
남자는 스케치북을 들고 방을 나갔다. 그러자 교대하듯이 가시와바라 일행이 들어왔다. 하기무라라는 젊은 형사와 백발 머리의 형사가 함께였다. 하기무라는 가시와바라와 함께 이따금 식당에 왔었기 때문에 고이치도 얼굴만은 알고 있었다. 이름이 하기무라라는 건 방금 전에야 들었다. 백발 머리 형사의 성씨가 요코야마라는 것도 그때 가르쳐주었다.
"자꾸 질문해서 미안하다만, 네가 그 남자를 봤을 때의 상황을 되도록 자세히 이야기해줄래?"
가시와바라가 운을 뗐다.
다이스케는 더듬더듬 그자를 목격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일지, 옆에서 듣고 있는 고이치는 잘 알 수 없었다. 거무스레한 옷을 입은 평범한 체격의 남자가 갑자기 뒷문에서 나오더니 뛰어가버렸다는 것뿐이었다. 나이는 알지 못하겠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짐작했던 대로 형사들은 기대가 어긋난 듯한 표정으로 금세 방을 나갔다.
"형, 내가 좀 더 자세히 봤으면 좋았을 텐데‥‥‥."
형사들이 돌아간 뒤에 다이스케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몽타주도 그려줬고 법인은 바로 잡힐 거야. 그리고 우산도 있잖아."
"우산?"
"그놈이 우산을 잊어버리고 그냥 갔어. 틀림없이 그걸로 뭔가 알아낼 거야."
고이치가 그렇게 말했을 때, 뒤편의 장지문이 쓰윽 열렸다. 시즈나가 서 있었다.
"일어났어?"
고이치가 물었다.
울어서 눈가가 부어오른 시즈나가 고이치의 품에 안겨왔다.
"나, 복수할래. 아버지랑 엄마를 죽인 나쁜 놈. 내가 꼭 죽여버릴 거야."
고이치는 여동생의 자그마한 등을 쓰다듬었다.
"그래. 만일 범인이 누군지 알면 우리 셋이서 꼭 죽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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