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7)

개미남 | 2019.06.13 10:01:17 댓글: 0 조회: 670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36020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2.

하기무라 신지가 계장 이소베에게 불려간 것은 휴일이 끝나자마자 출근한 첫날 오전의 일이었다.
"왜 그래. 얼굴이 무지 피곤해 보이는데?" 이소베는 보던 서류에서 얼굴을 들고 하기무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냥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했더니 어깨가 결려서요."
하기무라는 어제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시즈오카 본가에 다녀왔다. 나이 든 시골 부모에게 손자 얼굴을 구경시켜준 게 3년 만이었다.
"가족 서비스를 했구나? 대단하네. 나는 벌써 몇 년째 가족 여행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 하긴 마누라나 딸들도 나하고는 같이 가기 싫다고 하더라만. 자네도 미리미리 조심해."
"조심하라니, 어떻게 조심을 해요?"
하기무라가 묻자 이소베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그걸 알면 내가 이 꼴이 됐겠어? 아,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그저께 심야에 마보리 해안에 수상한 차량이 서 있다는 신고가 요코스카 경찰서로 들어왔어. 그 지역 담당 경관이 보러 나갔더니 흰색 자동차가 있었대." 그러면서 이소베는 한장의 사진을 하기무라에게 내보였다. 제방을 배경으로 네모난 디자인의 차가 찍혀 있었다.
"이 차가 왜요?"
"차 번호로 주인을 알아냈는데, 도난 신고가 들어와 있는 차였어. 요코하마 길거리에 세워놨다가 도둑맞은 모양이야. 실제로 그 차. 키 실린더가 뽑혔고 전기회선을 직결로 연결해뒀더라고."
"그래서요?" 하기무라는 뒷말을 재촉했다. 차량 절도가 물론 범죄이기는 하지만, 그런 쪽은 자신들이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재 그의 소속은 가나가와 현 경찰본부 수사1과였다.
"문제는 자동차에서 발견된 유류품이야. 대량의 DVD와 낡은 가방이 있었어."
"DVD?"
"응, 성인물. 그렇긴 한데 유감스럽게도 위법적인 물건은 아니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성인비디오. 아, 이건 요코스카 경찰서 쪽에서 해준 말이야. 내가 직접 실물을 본 건 아니고."
하기무라는 저도 모르게 뺨이 헤실헤실 풀어지며 웃음이 터졌다.
"그래서요. 그런 사건에 제가 뭘 조사합니까?"
"아, 그렇게 서두르지 마. 이야기는 지금부터라고. DVD는 문제가 없어. 그러면 함께 발견된 가방의 내용물은 어떠냐. 음, 안에서 나온 게 바로 이거야." 이소베는 책상 서랍을 열고 새로운 사진 몇 장을 꺼내놓았다.
하기무라는 그중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거기에 찍혀 있는 것은 네모난 깡통이었다. 뚜껑에 사탕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사탕 통 같군요."
"그래. 하지만 물론 내용물은 사탕이 아니야." 이소베는 몇 장의 사진을 펼쳐놓았다. 지갑, 손목시계, 콤팩트, 루주 같은 것이 한 점씩 찍혀 있었다. 왜 그런지 루주는 뚜껑이 열린 채였다.
"주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완전 잡동사니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데요?"
"맞는 말씀. 하지만 요코스카 경찰서로서는 이 잡동사니에서 차량 절도범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어. 별다른 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나씩 찬찬히 조사해봤대. 그랬더니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어." 이소베는 시계 사진을 집어 들었다. 금시계였다. "이거 보고 뭔가 짚이는 거 없어?"
하기무라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시계인 것 같았다. 그다지 고급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때?"
"딱히 아무것도‥‥‥, 근데 이게 뭔가 있어요?"
"그럼 이건 어때?" 이소베는 다른 사진을 서랍에서 꺼내놓았다.
그것도 역시 시계 사진이었다. 하지만 앞이 아니라 뒷면을 촬영한 것이었다. 거기에는 뭔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얼굴에 바짝 대고 시선을 집중했다.
'축 아리아케 신장개업 기녑'이라고 읽혔다.
"아리아케?" 하기무라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뭔가 생각났어?" 이소베가 씨익 웃었다.
"그 <아리아케>예요? 요코스카에 있던 그 양식당?"
"그건 아직 몰라. 요코스카 경찰서에서 제조원이며 소매점을 탐문하고 있다니까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계장님, 만일 이 <아리아케>가 그 양식당이라면‥‥‥."
하기무라가 흥분해서 말하려는 것을 이소베가 손을 내밀어 제지했다.
"아아, 침착하라고. 자네가 그 사건에 목을 매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러니 지속 수사 멤버에도 들어가 있지. 하지만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돼. 묘한 선입견은 수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거야. 우선은 요코스카 경찰서에 나가봐."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와 웃을 입으며 하기무라는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소베 계장은 침착하라고 했지만, 그건 무리한 이야기였다. 시효가 코앞에 닥쳐서 이제는 더 이상 손쓸 방도가 없겠다고 포기하려던 사건의 단서가 생각지도 않은 형태로 발견된 것이다.
현경 본부를 나서자 하기무라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걸으면서 버튼을 꾹꾹 눌렀다.
"응, 소식 들은 모양이군."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가시와바라가 말했다. 하기무라에게서 전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들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어때요, 아리아케 유키히로의 시계인가요?"
"그건 아직 몰라. 하지만 나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시계 외에 루주도 들어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
"사진으로 봤어요."
"그 루주에 대해 제조회사에 문의해봤어. 그랬더니 13년 전에 제조가 중지된 상품이라고 하더라고. 내친김에 말하자면. 그 사탕 통도 지금은 더 이상 제조가 안 되는 제품이야. 시중에 판매되었던 게 16년 전이 마지막이래."
"한참 전이네요."
"그래서 내가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깡통째로 어딘가에 보존되었던 게 아닌가 싶어. 적어도 13년 동안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그렇게 되면 그 시계도 무슨 이유에선지 계속 그 깡통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런 추리도 가능하겠지."
하기무라는 가슴의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가시와바라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서서히 감이 잡혀왔다.
"시계는 그 사건 때 도둑맞은 거라는 말이죠?"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빠르다고 위에서는 주의를 주더라만." 가시와바라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 그 역시 하기무라와 마찬가지로 들뜬 기분을 억누르지 못하는 눈치였다.
"시계의 제조원은 알아냈습니까?"
"그건 알아냈어. 스위스의 메이커 물건이야. 수입 대리점도 밝혀냈어.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난항이야. 소매점에서 도매로 들여놨던 게 벌써 20년 전이라서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야."
"시계도 그렇게 오래된 거였어요?"
"<아리아케>가 신장개업을 하던 때의 물건이니까 당연히 오래되었지."
그야 그렇겠구나. 하고 전화기를 귀에 딱 붙인 채 하기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확인했으면 좋겠네요. 시계가 아리아케 유키히로의 것인지 아닌지."
"그거라면 나도 한 군데 짐작 가는 데가 있어. 실은 이제 곧 만나기로 했어. 자네도 괜찮으면 함께 갈래?"
"만나요? 누구를요?"
하기무라가 물어보자 가시와바라는 거드름을 피우듯이 잠시 뜸을 들인 뒤에 "아리아케 고이치 말이야"라고 대답했다.
약속 장소는 시나가와 역 옆에 있는 호텔이었다. 먼저 요코하마 역에서 가시와바라와 합류한 하기무라는 호텔 로비의 라운지에서 아리아케 고이치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이에 가시와바라에게서 이따금 고이치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년 전에 요코하마에서 사설 도박단이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가끔 연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정말 그 사건에서 아리아케 유키히로의 이름이 튀어나왔을 때, 우리도 기운이 펄펄 났었죠. 마침내 꼬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설 도박단에서는 아무것도 안 나왔지. 그뿐만이 아니야. 그자들이 아리아케에게서 못 받은 돈 때문에 사건 직후에 저희들끼리 싸움까지 했던 모양이야."
"그때 아리아케 고이치를 만나셨던 거군요?"
"아버지의 사설 도박 행위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어.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지만. 나로서는 수사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려주자는 마음도 있었어."
"그렇군요." 하기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4년 전의 그 시점이면 하기무라가 이미 현재의 자리로 이동한 뒤였다. 사설 도박단을 검거하면서 일시적으로 재개된 <아리아케> 사건 수사에 참여는 했지만, 유족에 대한 배려는 머릿속에 없었다.
커피를 마시는 가시와바라를 보며 하기무라는 생각했다.
'이 사람. 인간이 둥글둥글해졌구나.'
예전에는 유족의 심정을 헤아려주는 그런 타입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들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모양이라고 하기무라는 혼자 짐작했다. 가시와바라의 아들은 몇 차례나 심장수술을 받은 끝에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그 소식이 날아왔을 때, 그의 얼굴을 하기무라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오래도록 끙끙 신음했다. 지옥에서 망자가 괴로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런 가시와바라가 얼굴을 들고 멀리로 시선을 던졌다.
"어, 왔네."
하기무라도 돌아보았다. 짙은 갈색 재킷을 걸친 키 큰 젊은이가 막 들어오는 참이었다. 일순 그게 아리아케 고이치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주위의 다른 인물에게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다시 젊은이를 올려다보았을 때, 깊은 그늘이 있는 눈매가 소년시절의 표정과 겹쳐졌다.
"오랜만입니다." 고이치는 예의 바르게 머리를 숙였다. 목소리도 완전히 변성기를 지나 굵직해져 있었다.
"나, 알아보겠어?" 하기무라가 물었다.
"물론이죠. 하기무라 형사님이시지요?" 그렇게 말하며 고이치는 하얀 이를 내보였다.
그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웨이터를 불렀다. 하기무라도 가시와바라도 커피 잔이 비어 있었다.
고이치는 도쿄의 디자인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했다. 남동생이나 여동생과는 만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동시설을 나온 시기가 각각 달랐고, 자기 혼자 살아가기도 힘에 부쳐서. 라는 게 고이치의 설명이었다.
하기무라의 뇌리에 아직 어리던 세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로를 격려하며 손을 맞잡고 살아가주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구나. 하고 가슴에 아픔을 느꼈다.
"보여줄 게 있으시다구요?" 근황을 대충 주고받은 뒤, 고이치는 가시와바라를 보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응. 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가시와바라는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고는 그 시계가 들어 있는 비닐봉투를 꺼내 고이치 앞에 놓았다.
"이거. 본 기억이 있나?"
"만져봐도 돼요?"
"꺼내지는 말고 비닐봉투 위에서만."
고이치는 비닐봉투에 손을 내밀어 그 안의 시계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 눈에 놀람의 빛이 떠오르기를 하기무라는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어긋났다. 고이치는 슬쩍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눈에는 당혹스러운 빛밖에 없었다.
"이거, 무슨 시계죠?" 그가 물었다.
하기무라는 옆을 보았다. 가시와바라의 표정은 조금 전까지와 달라진 데가 없었다. 하지만 하기무라와 마찬가지로 내심 크게 실망하고 있을 터였다.
"시계 뒷면을 좀 볼래?" 가시와바라가 말했다. "잘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거기, 아리아케라는 글씨가 있지? '축 신장개업'이라고."
비닐봉투를 뒤집어 그 부분을 들여다보는 고이치의 눈이 아주 조금 큼직해졌다.
"우리는 그게 자네 아버지의 식당이라고 생각한 거야. 자네 아버지 시계가 아닌가. 하고 말이지."
가시와바라의 말에 고이치는 일순 숨을 삼키는 듯했다. 그런 다음, 뭔가를 생각하듯이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틀렸나?" 하기무라가 물어보았다.
고이치는 몇 초 동안 눈을 깜빡인 뒤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시계를 선물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 시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요."
"누구한테 받았다고 했지?" 가시와바라가 물었다.
"분명 동창생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중학교 때 동창생들이 함께 돈을 걷어서 사줬다던가‥‥‥."
"아버지. 어떤 중학교에 다니셨는지 아나?"
"어디였더라? 아마 그 지역 공립중학교였을 거예요."
"그건 조사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하기무라는 가시와바라에게 말했다.
"응. 그렇군." 가시와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어‥‥‥. 이 시계, 어디서 찾았어요?" 고이치가 물어왔다.
하기무라는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판단은 가시와바라에게 맡기자고 생각했다. 시계를 발견한 건 요코스카 경찰서인 것이다.
"도난 차량에서." 가시와바라는 말했다. "마보리 근처에 누가 타고 왔다가 그대로 버리고 간 차량이야. 누가 타고 왔는지는 아직 모르겠어."
"찾아낸 건 시계뿐인가요?"
"아니, 몇 가지 더 있어." 가시와바라는 다시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몇 장의 사진을 꺼냈다. 지갑이며 루주가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깡통 사진도 있었다. "어때. 생각나는 물건이 있어?"
"이것만으로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는데요? 모두 다 흔한 물건들이라서요."
"그렇겠지." 가시와바라는 사진을 정리했다. 그 참에 시계도 호주머니에 다시 챙겨넣었다.
"형사님. 만일 그게 아버지 시계라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겁니까?" 고이치가 윗몸을 내밀며 물어왔다.
가시와바라는 하기무라 쪽을 흘끔 쳐다본 뒤,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직 모르겠어. 이 시계가 어째서 지금에야 튀어나왔는지, 그것도 아직 명확하지를 않아."
"하지만 그걸 갖고 있던 사람이 범인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고. 모든 건 이제부터야."
"하지만 이제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빨리 해주시지 않으면‥‥‥." 날카로운 어조로 그렇게 말한 뒤, 고이치는 문득 정신을 차린 듯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그 시계가 아버지 것인지도 아직 모른다고 하셨지요‥‥‥."
"그래. 하지만 약속하지. 시효가 성립되기 전까지 내가 계속 추적해볼 거야."
가시와바라의 말에 고이치는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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