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 세 번째 이야기

나단비 | 2024.01.28 21:13:30 댓글: 6 조회: 219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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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 요술쟁이 노파의 꽃밭

Acoustic Café - We Can Work It Out


 
카이가 없는 동안 게르다는 어떻게 지냈을까?

카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사내아이들 말로는 카이가 자기의 작은 썰매를 매우 큰 썰매에 묶어 거리를 지나 성문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썰매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게르다는 카이가 보고 싶어 울고 또 울었다. 카이가 학교 옆으로 흐르는 강물에 빠져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이가 곁에 없는 그 겨울은 참으로 길고 쓸쓸했다.

구름이 걷히면 해님이 얼굴을 내밀고 방긋 웃듯이 따스한 햇볕과 함께 봄이 찾아왔다.

“카이는 죽어 버린 거야.” 게르다가 풀이 죽어 해님에게 말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해님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카이는 죽어 버렸단다.” 게르다는 제비에게도 말했다.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제비들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비들의 말을 들은 게르다도 마침내 카이가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새로 산 빨간 신을 신을 테야. 카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신발을 말야. 그리고 강으로 가서 카이에 대해서 물어봐야지.”

바깥이 아직 어둑어둑한 이른 새벽이었다. 게르다는 잠들어 있는 할머니에게 입을 맞추고는 빨간 신을 신고 혼자서 성문을 벗어나 강으로 갔다.

“네가 내 소꿉친구를 데려갔다는 게 정말이니? 카이를 돌려주면 내 빨간 신을 선물로 줄게.” 게르다가 강에게 말했다.

강 물결이 이상한 몸짓으로 게르다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게르다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빨간 신을 벗어서 강물에 던졌다. 그러나 신발이 강기슭에 떨어지는 바람에 잔물결에 실려 다시 땅 위로 밀려왔다. 강은 카이를 돌려보낼 수 없기 때문에 게르다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게르다는 신발을 멀리 던지지 않아서 밀려와 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갈대밭에 있는 작은 배로 기어올라가 뱃전에 서서 신발을 힘껏 던졌다. 그런데 게르다가 올라서서 몸을 움직이자 느슨하게 묶여 있던 배가 강으로 미끄러져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게르다는 서둘러서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배는 이미 땅에서 멀리 떨어져 더욱더 빨리 흘러가고 있었다. 게르다는 덜컥 겁이 나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참새만 안타깝게 게르다를 바라보고 있을 뿐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참새는 게르다를 땅으로 데려다 줄 수는 없었지만, 강기슭을 따라 날아오면서 노래를 불러 게르다를 위로했다.

“우리가 함께 있잖아, 우리가 있어.”

작은 배는 물줄기를 따라 쉬지 않고 흘러갔다. 게르다는 이제 포기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발에 신은 것이라곤 양말뿐이었다. 빨간 신은 배를 따라왔지만 배가 훨씬 앞서고 있어서 손을 뻗어도 신발을 잡을 수가 없었다. 강둑에는 예쁜 꽃, 늙은 나무, 양과 소가 풀을 뜯는 언덕들이 있어 무척 아름다웠지만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강물이 날 카이에게 데려다 줄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진 게르다는 고개를 들어 아름다운 강둑을 바라보았다. 배는 그렇게 몇 시간을 흘러 넓은 버찌 정원에 다다르게 되었다. 정원에는 빨갛고 파란 기이한 창문이 달린 작은 집 한 채가 서 있었다. 지붕은 짚으로 엮어져 있었으며 바깥에는 나무로 만든 군인이 둘 서 있었다. 게르다가 다가가며 받들어 총을 하고 있는 그 군인들을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배가 강기슭에 닿았을 때 보니, 그들은 나무로 만든 군인들이었다.

게르다가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늙디 늙은 노파가 집 안에서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노파는 예쁜 꽃들이 그려진, 커다란 햇빛 가리개 모자를 쓰고 있었다.

“가엾기도 하지. 물살이 센데 어떻게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 노파가 이렇게 말하면서 물 속으로 들어와 지팡이로 작은 배를 기슭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게르다를 번쩍 안아서 땅에 내려놨다. 게르다는 낯선 노파가 무섭긴 했지만 다시 마른 땅을 밟게 되어 무척 기뻤다.

“이리 와서 얘기 좀 해 보렴. 넌 누구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지?”

게르다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노파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게르다가 혹시 카이를 보지 못했느냐고 묻자 노파는 카이가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혹시 앞으로 올지도 모르니까 너무 슬퍼 말고 버찌를 먹고 꽃구경을 하라고 했다. 꽃들은 그림책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예쁘고, 이야기를 하나씩 해 줄 거라고 했다.

노파는 게르다의 손을 잡고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창문은 아주 높았으며 창유리 색이 빨강, 파랑, 노랑으로 되어 있어 한낮의 햇빛이 갖가지 색으로 방 안을 비추었다. 노파는 식탁 위에 있는 먹음직스런 버찌를 마음껏 먹으라고 권했다. 게르다가 버찌를 먹는 동안 노파는 연한 황갈색의 긴 머리를 금빗으로 빗어 주었다. 윤기가 흐르는 곱슬머리가 양어깨를 덮어 게르다는 이제 막 피어난 한 송이 장미처럼 아름다웠다.

“너같이 귀여운 아이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이제 나랑 같이 행복하게 지내자꾸나.” 노파가 게르다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파가 빗질을 하면 할수록 게르다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카이 생각이 점점 희미해졌다. 노파는 요술쟁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쁜 요술쟁이는 아니었다. 단지 외로워서 게르다를 곁에 두려고 요술을 부렸을 뿐이었다. 노파는 정원으로 가서 지팡이를 장미나무에 갖다 댔다. 그러자 그렇게도 아름답던 장미들이 땅 속으로 묻혀 버렸다. 노파는 장미를 보면 집에 두고 온 장미와 카이가 생각나서 게르다가 도망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노파는 게르다를 다른 꽃이 피어 있는 꽃밭으로 데리고 갔다. 사계절에 피는 꽃들이 모두 피어 있는 꽃밭은 그림책에서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게르다는 꽃들에 둘러싸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리고 저녁에는 제비꽃 수가 놓인 빨간 비단 베개를 베고 예쁜 침대에서 잤다. 게르다는 여왕이 되어 결혼하는 꿈도 꾸었다. 다음날도 게르다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꽃밭에서 놀았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갔다. 이제 게르다는 꽃밭에 있는 꽃을 모두 다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꽃들이 있는데도 뭔가 허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게르다는 꽃이 그려진 노파의 햇빛 가리개 모자를 보다가 장미를 발견했다. 노파는 장미나무들을 땅 속으로 밀어넣을 때 모자에 있는 장미꽃을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으며 때로는 사소한 실수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 때가 있는 법이다. 게르다는 비로소 꽃밭에 장미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된 거지? 이 많은 꽃 중에 장미꽃이 없다니, 참 이상하네.”

게르다는 꽃밭으로 뛰어가 열심히 장미꽃을 찾았지만 장미꽃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게르다는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다. 그때 게르다의 눈물이 장미가 피었던 자리에 떨어졌다. 따뜻한 눈물이 땅을 적시자 장미나무는 쑥쑥 자라나서 예전처럼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게르다는 장미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집에 있는 아름다운 장미와 카이가 생각났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 카이를 찾아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니! 너희들 카이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 카이가 죽었을까?” 게르다가 장미에게 물었다.

“아니, 죽지 않았어. 우린 땅 속에 있었잖아. 거기엔 죽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데 카이는 없었어.” 장미가 대답했다.

“고마워.”

게르다는 다른 꽃들에게 가서 꽃받침 속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너희들, 카이가 어디 있는지 아니?”

그러나 꽃들은 저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동화 속에 잠겨 있을 뿐 카이에 대해 알지 못했다. 게르다가 카이에 대해 물으면 꽃들은 각기 자기들이 알고 있는 아름다운 동화를 들려주곤 했다.

백합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북소리가 들리니? ‘쿵! 쿵!’ 하는 소리 말야. 북은 언제나 쿵! 쿵! 하고 두 가지 음을 내지. 여자들이 장송가 부르는 소릴 들어봐. 목사님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것도 들리지? 붉은 색 긴 외투를 걸친 인도 여자가 화형대에 서 있어. 죽은 남편 위로 몸을 던지는 여자 주위로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어. 그러나 인도 여자는 불꽃 속 에서 살아 있는 자를 생각해. 바로 그 불을 낸 아들을 말야. 여자는 자신의 몸을 곧 재로 만들어 버릴 불꽃보다도 더 이글거리는 아들의 눈빛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가슴의 불꽃이 화형대의 불꽃 속에서 사그라져 버릴 수 있을까?”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이게 바로 나의 동화야.” 백합이 말했다.

그럼 나팔꽃은 무슨 얘기를 했을까?

“좁은 도로 건너편에는 오래된 기사의 성이 서 있어. 담쟁이덩굴이 빽빽하게 담을 타고 올라가 발코니까지 잎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단다. 바로 거기에 예쁜 소녀가 있지. 소녀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도로를 굽어본단다. 장미꽃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 소녀를 따르진 못하지. 바람 따라 떠다니는 사과꽃도 소녀만큼 사뿐히 움직일 수는 없을 거야. 소녀가 허리를 굽혀 ‘그 앤 아직 안 왔어?’ 하고 소리칠 때면 소녀가 입고 있는 화려한 비단 옷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지.”

“그 애라면 카이 말이니?” 게르다가 반색하며 물었다.

“난 그냥 내 꿈 얘기를 하는 것뿐이야.”

작은 아네모네는 어떤 동화를 들려주었을까?

“나무 두 그루 사이에 긴 밧줄이 매달려 있는데 그 위에 판자가 놓여 있어. 그건 바로 그네지. 귀여운 여자아이 둘이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모자의 긴 녹색 끈을 휘날리며 앉아서 그네를 타고 있단다. 그 아이들보다 키가 큰 오빠는 떨어지지 않게 한 팔을 밧줄에 걸치고 한 쪽 손에는 접시를, 다른 쪽 손에는 흙으로 구운 파이프를 들고 그네 위에 서 있지.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거야. 그네가 높이 치솟으면 비눗방울은 찬란한 무지갯빛을 반사하면서 날아오른단다. 미처 날지 못하고 파이프 대롱 끝에 매달려 있는 비눗방울 하나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그네가 흔들리고 있을 때 검은 개가 뛰어와서 비눗방울처럼 가볍게 뒷발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그네에 올라타려 하지만 그네는 높이 날아가고 개는 떨어지고 만단다. 개는 화가 나서 멍멍 짖지.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고, 비눗방울은 여기저기서 터진단다. 흔들리는 그네, 햇빛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비누 거품, 이게 바로 나의 동화야.”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야. 하지만 카이 얘기는 전혀 없구나.”

실망한 게르다가 히아신스에게 가서 카이에 대해 묻자 히아신스는 다음과 같은 동화를 들려주었다.

“아주 아름다운 세 자매가 있었단다. 살결이 희고 매우 고왔지. 한 아이는 빨간 옷을, 두 번째 아이는 파란 옷을, 그리고 세 번째 아이는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어. 그 아이들은 원래 꼬마 요정이 아닌 사람이었단다. 어느 날 그 아이들은 달빛이 밝게 비치는 조용한 호숫가에서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었지.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풍겨 왔어. 세 아이는 향기에 이끌려 숲 속으로 사라졌어. 그러자 숲에서 더 강한 향기가 풍겼지. 얼마 후, 아름다운 세 소녀가 누워 있는 세 개의 관이 울창한 숲에서 나와 호수 너머로 미끄러져 갔단다. 개똥벌레들은 마치 공중에 떠다니는 횃불처럼 빛을 내며 그 둘레를 날아다녔지. 그 아이들은 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꽃향기들은 그들이 죽었다고 말했어. 저녁 종이 죽은 자들을 애도하며 구슬프게 울려 퍼졌지.”

“너무 슬퍼. 네 향기는 강해서 죽은 소녀들이 생각나. 아아! 카이는 정말 죽었을까? 땅 속에 들어가 본 장미들이 아니라고 했는데….”

“딸랑딸랑!” 히아신스가 종을 울렸다. “이 종은 카이를 애도하는 종이 아니야. 우린 카이를 모르니까. 이건 우리가 부르는 노래일 뿐이야. 우리가 아는 노래는 이것뿐이지.”

게르다는 이어서 미나리아재비 꽃에게 갔다. 그 꽃은 생기 있는 초록 이파리들 속에서 노란빛을 발하고 있었다.

“넌 꼬마 태양이구나. 어디 가면 내 소꿉친구를 찾을 수 있니?”

그러자 미나리아재비 꽃은 아름답게 꽃술을 빛내며 게르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미나리아재비 꽃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도 카이는 없었다.

“겨울이 이제 막 물러간 어느 따스한 봄날, 눈부신 해님이 어느 작은 마당을 비추었단다. 햇살은 그 옆집 흰 담에도 내려앉았지. 담 옆에는 봄을 알리는 노란 꽃이 햇빛 속에서 금빛으로 반짝였고, 한 할머니가 문 밖에 내놓은 안락 의자에 앉아 있었어. 그때 남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불쌍하고 예쁜 손녀가 잠시 할머니 집에 다니러 왔지. 손녀는 할머니에게 입을 맞추었어. 그러자 모든 것이 금으로 변했단다. 사랑스런 입맞춤을 하는 가슴도, 아침도, 방긋 웃는 해님도, 초라한 꽃도, 그리고 그 소녀의 입도 모두 황금빛이었어. 이게 바로 나의 동화야.” 미나리아재비 꽃이 말했다.

게르다는 할머니가 떠올랐다.

“불쌍한 우리 할머니. 그래, 할머니는 날 그리워하면서 내 걱정을 하실 거야. 카이 걱정을 하셨던 것처럼 말야. 하지만 곧 집에 갈 수 있겠지. 카이랑 함께 말야. 꽃들에게 물어봐야 소용없어. 꽃들은 자기들 동화만 알뿐 카이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니까.”

게르다가 치마를 걷어올리고 막 정원을 나서려 할 때 수선화가 게르다의 다리를 쳤다. 게르다는 멈춰 서서 키가 큰 노란 수선화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 너라면 알지도 몰라.”

게르다는 수선화에게 귀를 갖다 대고 수선화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난 나를 볼 수 있어. 나 자신을 볼 수 있다구! 아, 내 향기는 참 달콤하기도 하지! 내닫이창이 달린 작은 방에서 반쯤 몸이 드러난 옷을 입은 소녀가 춤을 추고 있단다. 소녀는 가끔 한 발로 서기도 하고 두 발로 서기도 하지. 마치 두 발로 온 세계를 다니는 것처럼 말야. 하지만 그 소녀는 환상일 뿐이야. 소녀는 찻주전자로 몸에 꼭 붙는 웃옷에 물을 뿌리지. ‘순수한 건 좋은 거야’ 하고 소녀는 말한단다. 하얀 옷이 못에 걸려 있는데 그 옷도 찻주전자로 빨아서 지붕에 말린 거지. 소녀는 그걸 입고 목에는 샛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있어. 그래서 옷이 더 한층 하얗게 보이지. 소녀가 어떻게 다리를 높이 쳐드는가 봐. 난 나 자신을 볼 수 있어. 나를 볼 수 있지.”

“난 그런 것에 관심 없으니까 그런 얘긴 필요 없어.” 게르다가 소리치며 정원 끝으로 달려갔다. 문은 잠겨 있었다. 녹슨 문고리를 흔들자 문고리가 떨어지며 문이 활짝 열렸다. 게르다는 맨발로 밖으로 뛰어 나갔다. 뛰면서 세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지만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을 가자 숨이 차서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게르다는 커다란 돌 위에 주저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름은 이미 가 버리고 가을이 한창이었다. 그 아름다운 정원에서는 계절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늘 해님이 비추고 사계절의 꽃이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맙소사, 너무 늑장을 부려서 벌써 가을이 돼 버렸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게르다는 계속 길을 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작은 발이 부르터서 너무나 아프고 쓰렸다. 주위는 차갑고 황량하기만 했다. 긴 버드나무 잎은 샛노랬고, 이슬은 물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졌으며, 여기저기서 낙엽이 지고 있었다.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는 자두나무뿐이었다. 하지만 자두는 혀가 오므라들 정도로 시큼했다. 온 세상이 적막하고 지쳐 보였다. 아! 게르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출처 : 안데르센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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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썬2뉘썬2 (♡.169.♡.51) - 2024/01/29 06:07:42

아름다운 동화네요.여기도 아름다운 정원이네요.요술쟁이 노파도 실수할때 잇군요.
실수해야만 스토리가 이어지니까.근데 게르다는 왜 장미를보고 카이를 생각햇을까요?
..
아 두아이의 부모들이 장미를 길럿댓구나.

나단비 (♡.252.♡.103) - 2024/01/29 09:10:28

맞아요. 장미덩굴 아래서 둘의 우정이 꽃을 피웠죠.

뉘썬2뉘썬2 (♡.169.♡.51) - 2024/01/29 06:50:36

성유리가 나오는 드라마 눈의여왕이 생각나네요.
김보라ㅡ타고난 미모에 남부러울것없는 부잣집 외동딸이엿지만 늘춥고 외로웟던 그녀.

나단비 (♡.252.♡.103) - 2024/01/29 09:10:57

그 드라마가 여기서 제목을 가져간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29 09:30:02

여기서 제목을 가져간게 맞아요.

나단비 (♡.252.♡.103) - 2024/01/29 09:38:48

역시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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