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나단비 | 2024.02.02 08:52:25 댓글: 9 조회: 208 추천: 0
분류마음의 양식 https://life.moyiza.kr/freetalk/4544944
옛날에 도시와 시골에 대저택을 여러 채 소유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금은제 식기로 만찬을 즐기고, 훌륭한 태피스트리가 씌워진 의자와 금으로 덮인 마차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남자는 불행히도 푸른 수염을 하고 있었다. 그 수염 때문에 어찌나 추하고 무섭게 보이는지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들은 그를 보면 모두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근방에 점잖은 부인이 하나 살고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다. 그 남자는 그 딸 중의 하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청했지만, 두 딸 가운데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는 그 어머니에게 맡겨버렸다. 두 딸은 누구도 그 청혼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두 딸은 푸른 수염을 가진 남자와는 도저히 결혼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청혼을 떠넘겼다. 그 남자가 이미 몇 번이나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의 반감은 더욱 컸다. 그의 전 부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집안과 친해지기 위해서 푸른 수염은 파티를 열어 두 딸과 어머니, 그들의 가까운 친구 서너 명, 그리고 그의 시골 저택 근처에 사는 젊은 남자 몇 명을 초대했다. 파티는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매일 파티─사냥, 낚시, 춤, 만찬─가 계속되었다. 손님들은 흥청대고 술을 진탕 마시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모든 것이 너무도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두 자매 가운데 동생은 결국 그 저택 주인의 수염이 그렇게 푸른 건 아니며 사실 그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도시로 돌아오자마자 두 사람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한 달이 지난 후 푸른 수염은 아내에게 지방에 가서 처리할 몇 가지 긴급한 용무가 생겨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6주 동안은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멀리 가 있는 동안 즐겁게 지내라고 했다. 그녀가 원하면 친한 친구들을 시골의 저택으로 초대할 수도 있었다. 그는 그녀의 기분을 돋우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열쇠들이 매달린 열쇠고리를 하나 주며 말했다.

“이건 금과 은을 보관하고 있는 큰 창고 두 곳의 열쇠요. 이건 보석상자들을 여는 열쇠요. 마지막으로 이건 내 저택의 모든 방을 열 수 있는 만능열쇠요. 이 특별한 열쇠는 1층 긴 통로 끝에 있는 작은방을 열 수 있소.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열어보시오. 또 궁금한 곳이면 어디든 열어봐도 좋소. 하지만 그 작은방은 절대 금지요. 그 방을 잠시라도 열어본다면, 결코 나의 분노를 피할 수가 없을 것이오.”

아내는 남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겠다고 약속했다. 푸른 수염은 그의 아내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마차에 올라 여행을 떠났다.

어린 신부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그의 화려한 저택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초대장이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들은 집주인인 푸른 수염이 어찌나 무서운지 그가 집에 있는 동안은 감히 방문할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모든 방, 벽장, 옷장을 보러 다녔는데, 모든 것이 지난번보다 훨씬 멋지고 호화스러웠다. 그다음 그들은 창고로 올라갔다. 수많은 태피스트리, 침대, 소파, 진열장, 스탠드,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치는 전신거울도 있었다. 어떤 거울은 틀이 유리로 되어 있었고, 어떤 것들은 은색으로 칠해져 있거나 옻칠이 되어 있었는데, 모두 그들이 여태까지 본 어떤 것보다도 훨씬 섬세하고 훌륭한 것들이었다.

손님들은 친구의 행운을 부러워했고, 그 집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다 칭찬했다. 그러나 푸른 수염의 아내는 이러한 재물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래층에 있는 그 방이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호기심 때문에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친구들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어찌나 빨리 내달렸는지 한두 번 이러다 목이 부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은방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남편이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했다는 생각이 떠올라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남편의 말을 거역하면 과연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덜덜 떨면서 작은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




커튼이 쳐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바닥이 피가 응고되어 끈적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 끔찍한 건 흥건히 고인 피에 벽에 걸린 여러 여인들의 시체가 비친 것이었다(이들은 모두 푸른 수염과 결혼한 후 살해된 여인들이었다).

아내는 겁에 질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자물쇠에서 열쇠를 막 빼려다가 그만 그 열쇠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린 후에, 열쇠를 집어들고 방문을 잠근 다음 침착해지려고 애쓰면서 침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그녀는 신경이 어찌나 날카로워졌는지 도무지 침착할 수가 없었다. 그 방의 열쇠에 피가 묻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두세 번 피를 닦아냈다. 하지만 핏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물로 씻어내려고도 해보고 잔모래와 모래알갱이를 이용해서 북북 문질러도 보았다. 그러나 핏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열쇠는 마법이 걸려 있어서 피가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열쇠 한쪽의 핏자국을 없애면, 반대쪽에 자국이 다시 생겼다.
 
그날 밤 불쑥 여행에서 돌아온 푸른 수염이 여행을 가는 도중에 그를 불러냈던 긴급한 용무가 만족스럽게 잘 해결되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일찍 돌아온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그다음 날 그는 열쇠고리를 돌려 달라고 했다. 그녀는 열쇠고리를 돌려주었다. 그러나 손이 어찌나 심하게 떨리는지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금방 눈치 채고 말았다.

“다른 열쇠는 다 있는데 왜 그 작은방 열쇠는 없지?”

푸른 수염이 물었다.

“2층 화장대 위에 놔뒀나 봐요.”

그녀가 대답했다.

“당장 그 열쇠를 가져오도록 해요.”

그녀는 이리저리 핑계를 계속 늘어놨지만 결국 열쇠를 가져와야 했다. 푸른 수염은 열쇠를 살펴보고서 아내에게 말했다.

“어쩌다 열쇠에 피가 묻었지?”

“모르겠어요.”

대답을 한 불쌍한 여자는 죽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모른다고? 하지만 나는 알겠는데. 당신은 그 작은방에 들어가려고 했던 거야. 자, 부인, 그 방을 열어봤으니 당장 그리로 들어가 거기서 본 여자들 옆에 자리를 잡도록 해.”

여자는 남편의 발아래에 엎드려 울면서 용서를 구했다. 남편의 말을 거역한 것을 진정으로 후회한다는 온갖 모습을 보이면서. 아름다운 이 여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돌로 만들어진 심장도 녹았을 것이다. 그러나 푸른 수염의 심장은 돌보다 더 단단했다.

“부인, 당신은 죽어 마땅해.” 그가 선언했다. “최후의 시간이 왔어.”

“어차피 죽어야 한다니, 잠깐 기도할 시간을 좀 주세요.”

그녀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15분 주지. 하지만 그 이상은 1초도 못 줘.”

아내는 혼자 남게 되자 언니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안느 언니.” 언니의 이름이 안느였다. “제발이지, 탑 꼭대기로 가서 우리 오빠들이 여기로 오고 있는지 좀 봐줘. 오빠들이 오늘 온다고 약속했었거든. 오빠들이 보이면 빨리 와달라고 신호 좀 보내줘.”

안느 언니는 탑 꼭대기로 올라갔고, 불쌍한 여자는 때때로 언니에게 소리쳤다.

“안느, 안느 언니, 누가 이쪽으로 오는 게 보여?”

안느 언니가 대답했다.

“해가 뜨고 푸른 잔디가 자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여.”

그러는 동안 푸른 수염이 커다란 기병대 검을 집어들고 그의 아내에게 있는 힘을 다해 크게 소리 질렀다.

“당장 이리 내려와. 안 내려오면 내가 올라간다!”

“제발,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그의 아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힘을 주어 속삭였다.

“안느, 안느 언니, 누가 이쪽으로 오는 게 보여?”

“엄청나게 큰 먼지구름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여.”

안느 언니가 대답했다.

“오빠들이야?”

“아니야, 아, 아니야, 동생아, 그냥 양떼야.”

“이리 내려올 거야, 안 내려올 거야?”

푸른 수염이 고함쳤다.
“잠깐만요.”

그의 아내가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소리쳤다.

“안느, 안느 언니, 누가 이쪽으로 오는 게 보여?”

“이쪽으로 두 사람이 말을 타고 오는 게 보여. 하지만 아직 너무 멀어.”

안느 언니가 대답했다. 잠시 후에 그녀가 소리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 오빠들이 틀림없어. 서두르라고 신호를 보낼게.”

푸른 수염이 어찌나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지 집 전체가 흔들렸다. 그의 가엾은 아내는 머리는 산발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남편의 발밑에 엎드렸다.

“그래봤자 소용없어! 죽을 각오를 해라.”

푸른 수염이 말했다. 그는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기병대 검을 들어 올리면서 그녀의 목을 막 베려고 했다. 가엾은 여자가 그에게 몸을 돌려 눈물이 가득 차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며 멈춰 달라고, 잠깐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안 돼, 안 된다고.” 푸른 수염이 말했다. “신을 만날 준비나 해라.”

그리고 그는 팔을 들어 올리면서…….

바로 그때 문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푸른 수염은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추었다. 문이 열렸다. 두 남자가 장검을 손에 들고 말을 탄 채로 들어와 푸른 수염을 향해 곧장 달렸다. 푸른 수염은 그들이─한 사람은 기마병이고 다른 사람은 소총사였다─아내의 오빠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푸른 수염은 날 살려라 하고 곧바로 도망쳤다. 그러나 두 오빠는 자비심을 전혀 보이지 않고 푸른 수염이 계단에 닿기도 전에 그를 따라잡았다. 그들은 장검으로 푸른 수염을 찌른 후 죽도록 내버려두었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자기 남편만큼이나 죽은 듯이 보였다. 그녀는 가까스로 일어나서 오빠들을 껴안았다.




푸른 수염은 상속자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그의 전 재산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언니와 깊은 사랑에 빠진 젊은 신사에게 안느 언니를 시집보내는 데 재산의 일부를 썼다. 그리고 일부는 오빠들을 위해 장교직을 사는 데 썼다. 나머지 돈은 매우 훌륭한 남자와 결혼할 때 썼다. 그는 그녀가 푸른 수염과 함께 보낸 끔찍한 날들의 기억을 없앨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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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3:31:31

이게 이해가 안되네요.
푸른 수염이 전부인들을 살해한 이유가 뭔지는 모르겟지만 안 믿는다는 확실한것 같고
그럼 그런 성향의 사람이 지금 부인은 뭘 믿고 작은 방 열쇠를 주엇는지
아니면 애초에 부인의 심리를 알고 일부러 또 죽이려고 주엇는지
부인은 왜 또 경찰을 안 부르는지
결국엔 김치녀인 작은 부인이 돈 때문에 침묵을 할수밖에 없엇나? 싶기도 해요

나단비 (♡.252.♡.103) - 2024/02/02 15:28:56

이게 문을 여는 것이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를 의미한다고 해요. 판도라도 상자를 받은뒤 절대 열지 말라고 했지만 호기심을 못참고 열어버렸죠. 금기를 어기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래요.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5:41:59

아~그런 스토리가 잇엇네요,그럼 전 부인들도 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죽엇지만,저 여자가 호기심을 이겨내면 끝까지 행복할수 잇엇다라는 내용이예요?

나단비 (♡.252.♡.103) - 2024/02/02 15:50:00

그런 가정법은 없어요. 상자는 어떻게든 열게 돼있어요.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6:01:59

전 부인들이 다 죽엇으니깐 그 말이 맞네요
음 짜릿함을 느껴볼려고 금기를 어겻나? 결국엔 그 끝이 안 좋을거란걸 모른채
재밋네요~

나단비 (♡.252.♡.103) - 2024/02/02 16:08:43

주인공 여자는 살아남았으니 상징하는 바가 또 있겠죠.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6:11:07

그러네요,그러면 그 시대의 금기를 깨버린 진보적인 여성의 도래 됏음을 시사하는건가요?

나단비 (♡.252.♡.103) - 2024/02/02 16:12:45

현시대와도 어울리는 메시지 같아요.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6:15:52

맞아요,요즘 여성들은 다 자유로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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