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50' 같은 말이야말로 사람들을 가장 쉽게 유혹하는 영리한 거짓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보석이 누군가에겐 쓰레기이고 시간 낭비일 수 있다.
그곳이 누군가의 보석이 된 이유는 '그곳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같이 단순한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날의 날씨와 계절, 본인의 성향과 상태 기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준 덕이다.
그러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이유로 최근 이혼을 경험한 사람에게 허니문의 본고장 푸켓을 추천하거나
고달픈 출장자에게 등산화가 닳도록 걷는 장가계를 추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감히 인간이 경험하는 행복과 불행의 스펙트럼을 넓게 포용할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캐네디안 록키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는 셀 수 없는 산들이 있으나 변화하는 모든 풍경에 실망이 없다.
모두가 아름답고 모두가 다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빛과 구름과 돌이 그것의 색채와 명암,
원근감으로 만드는 종합예술이나 마찬가지다. 빽빽하고 울창한 침엽수림, 만년설과 빙하, 에메랄드빛 호수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 엽서 같은 젊은 산들에 압도되다 보면, 내면이 깊이 침전되고 고요해지면서도 의욕이 솟는다.
우리가 눈치 보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상대는 고만고만한 세월을 산 친구나 배우자가 아니라
계수할 수 없는 세월을 견뎌온 자연이기에, 이 앞에서 내가 가진 고민과 걱정이 하찮아지는 것이다.
다카하시 아유무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엄청난' 감동으로 마음이 떨릴 때 나는 98%의 감동을 느낀 후, 2%의 침을 뱉는다.
'나도 절대 질 수 없다.' 그 침 속에 내일의 내가 있다.
그렇지만 불가사의하게도 '대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100% 녹아버린다.

록키는 휠체어를 탄 사람도 관광할 수 있도록 해놓아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험악한 산지는 등산이나 격렬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투어버스를 이용해 커다란 유리창으로 여유롭게 여행하거나 캠핑트레일러를 빌려 야생을 즐길 수도,
자전거를 이용해 하이킹을 할 수도 있다.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건물로 여심을 뒤흔드는 밴프 다운타운부터
남녀노소 불문 동일한 감탄사를 내뱉게하는 에메랄드 호수까지 볼거리와 투어방식을 맞춤형으로 즐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여행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