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 여섯 번째 이야기

나단비 | 2024.01.29 09:37:23 댓글: 0 조회: 11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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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이야기 : 라플란드 노파와 핀란드 여자
 
Acoustic café - Pray



그들은 아주 초라하고 작은 오두막 앞에 멈추었다. 지붕은 땅까지 내려앉아 있었고 문은 아주 낮아서 드나들 때 기다시피 해야 했다. 집에는 라플란드 노파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노파는 고래 기름 불빛 아래서 생선 요리를 하고 있었다. 순록이 노파에게 자기 소개를 한 다음에 게르다 얘기를 하였다. 순록에게는 자기 얘기가 훨씬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게르다는 추위에 얼어붙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 가엾기도 해라.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단다. 눈의 여왕이 살고 있는 핀란드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백 마일(160km)은 더 가야 하지. 눈의 여왕은 그곳에서 저녁마다 불꽃놀이를 한단다. 여긴 종이가 없으니까 마른 대구에 몇 자 적어 줄게. 그걸 핀란드 여자에게 갖다 보여주렴. 그럼 그 여자가 자세히 알려 줄 거야.” 노파가 말했다.

게르다가 음식을 먹으면서 몸을 녹일 동안, 라플란드 노파는 마른 대구에 몇 자 적어 주며 잘 간직하라고 일렀다. 그리고는 게르다를 다시 순록 위에 단단히 묶어 주었다.

순록은 아름다운 북극광이 반짝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전속력을 내어 밤새 달렸다. 이윽고 핀란드에 도착한 그들은 핀란드 여자의 오두막으로 가서 굴뚝에 노크했다. 문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집안이 너무 더워서 벌거벗다시피 한 핀란드 여자가 밖으로 나와 그들을 맞았다. 핀란드 여자는 작고 더러웠다. 그들이 기어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가 게르다의 옷을 벗기고 장갑과 장화도 벗으라고 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너무 더워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여자는 순록의 머리 위에 얼음 한 조각 올려 주고 대구에 쓰인 글을 읽었다. 세 번이나 읽어 내용을 모두 외운 여자는 대구를 수프 냄비에 집어넣었다.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낭비하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순록은 자기 소개를 먼저 하고 나서 게르다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핀란드 여자는 초롱초롱한 눈만 깜박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당신은 영리하니까 세상의 모든 바람을 실로 묶을 수 있잖아요. 선원이 매듭 하나를 풀면 순풍이 불고, 두 번째 매듭을 풀면 거센 바람이 불지요. 하지만 세 번째 매듭과 네 번째 매듭을 풀면 폭풍이 불어닥쳐 숲에 있는 모든 나무가 뿌리째 뽑히게 돼요. 이 소녀에게 남자 12명을 합친 것만한 힘을 주어서 눈의 여왕을 이길 수 있게 해 주지 않을래요?” 순록이 말했다.

“남자 12명을 합친 힘이라구? 그걸로는 소용이 없을걸.” 핀란드 여자는 이렇게 말하고 선반으로 가서 커다란 두루마리 가죽을 가져와 펼쳤다. 거기에는 멋진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여자는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글을 읽었다. 순록은 게르다를 위해 다시 간청했다. 게르다의 애원하는 눈빛을 보자 핀란드 여자가 다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는 순록을 한쪽 구석으로 데려가 머리 위에 시원한 얼음 한 조각을 더 얹어 주면서 소곤거렸다. “카이가 눈의 여왕과 함께 있다는 건 사실이야. 그 애는 거기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이나 다 갖고 있단다. 그래서 그곳이 낙원이라고 믿고 있지. 하지만 그건 그 애의 가슴과 눈에 깨진 거울 조각이 박혀 있기 때문이야. 우선 그 조각들을 꺼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사람이 될 수 없어. 계속 눈의 여왕의 지배를 받게 되지.”

“눈의 여왕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게르다에게 줄 순 없나요?”

“게르다가 지니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힘을 줄 수는 없단다. 게르다의 힘이 얼마나 큰 지 모르겠니? 사람들이며 짐승들 할 것 없이 모두가 게르다를 도와주었지. 맨발로 이 세상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게르다를 봐.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어. 게르다가 가진 힘이 그 어떤 힘보다도 더 크니까. 그 힘은 게르다의 가슴속에 있단다. 맑고 순수한 마음속에 말야. 게르다가 직접 눈의 여왕에게 가서 카이의 가슴과 눈에 박힌 거울 파편을 빼낼 수밖에 없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지. 여기서 2마일 떨어진 곳부터는 눈의 여왕의 정원이란다. 저 애를 빨간 딸기가 주렁주렁 열린 눈밭의 커다란 관목 옆에 데려다 주고 수다떨 생각 말고 얼른 오렴!”

핀란드 여자가 게르다를 순록 위에 태우자, 순록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살갗을 파고들었다. 게르다는 그때서야 장화와 장갑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어머나, 장화랑 벙어리 장갑을 놓고 왔네.”

하지만 순록은 멈출 생각을 않고 계속 달렸다. 얼마 후 그들은 빨간 딸기가 열린 관목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순록은 게르다를 내려놓고 입을 맞추었다. 순록의 뺨 위로 커다란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다. 순록은 게르다를 뒤로 하고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

가엾은 게르다는 신발도 장갑도 없이 얼음으로 뒤덮인 춥고 황량한 핀란드 한복판에 혼자 남겨졌다. 게르다는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달렸다. 커다란 눈송이들이 게르다 주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하늘이 아주 맑고 북극광이 빛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눈은 바로 땅 위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게르다가 다가갈수록 눈송이가 점점 더 커졌다. 게르다는 확대경을 통해서 본 눈송이가 얼마나 크고 아름다웠는지를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 눈송이들은 그것들보다 훨씬 더 컸으며 무시무시했다.




괴상하게 생긴 이 눈송이들은 눈의 여왕의 호위병들이었으며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못생긴 멧돼지처럼 생긴 것이 있는가 하면, 몸을 꼬고 앉아 머리를 틀어 올리는 뱀의 무리처럼 생긴 것도 있었다. 또 털을 빳빳이 세운 뚱뚱하고 작은 곰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한결같이 눈부시게 하고 살아 있었다.
게르다는 주기도문을 외우고 또 외웠다. 너무나 추워서 말을 할 때마다 입김이 연기처럼 모락모락 새어나왔다. 입김은 점점 커져 땅에 닿더니 작은 천사의 모습이 되었다. 천사들은 모두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 천사의 수는 점점 늘어나 게르다가 기도를 마쳤을 때는 게르다를 에워싼 천사들이 한 군단을 이룰 정도였다. 천사들이 무시무시하게 큰 눈송이들을 창으로 찌르자 눈송이들은 부르르 떨며 수백 개로 조각이 되어 땅에 떨어졌다. 게르다는 이제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천사들이 게르다의 손과 발을 어루만져 주어 추위가 덜했다. 게르다는 눈의 여왕의 성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럼 카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카이는 게르다를 잊고 지냈다. 그리고 바로 성 밖에 게르다가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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