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살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생명의 길이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그 길이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몇 살까지 살았다”는 기록에 의미를 두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이다. 삶의 길이가 아닌, 삶의 깊이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수많은 경험과 역사 속 사례가 증명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장수와 오래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할아버지가 90세를 넘기도록 건강하게 살아 계셨고, 동네 어른들은 장수하는 삶을 존경의 대상으로 여겼다. 나도 자연스레 오래 사는 것이 성공과 행복의 척도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나는 깨달았다. 장수만으로 삶의 의미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대학 시절, 나는 한 교양 수업에서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며, 그들의 삶과 죽음을 가까이 지켜봤다고 했다. 수업 중 그는 말했다. “어떤 환자는 나이보다 훨씬 짧게 살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과 배려를 남겼다. 또 어떤 환자는 오래 살았지만, 삶 속에서 아무런 가치를 남기지 못했다.” 이 말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을 주었다.
짧게 살았더라도 삶을 진지하게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역사 속 많은 인물들은 긴 생애보다 짧지만 강렬한 영향력을 남겼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자와 예술가들은 삶의 길이가 평균보다 짧았지만, 그들의 업적은 수세기 동안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독립운동가, 인권 운동가, 사회적 변화를 이끈 사람들은 길고 안정적인 삶보다, 자신의 시간 동안 얼마나 의미 있는 행동을 했는가로 평가된다.
내 주변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었다. 대학 시절 한 친구는 3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허무함을 느꼈지만, 그가 남긴 흔적을 돌아보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그는 짧은 생애 동안 봉사활동과 학문 연구에 몰두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격려와 위로를 주었다. 그의 삶은 비록 짧았지만, 그 영향력과 기억은 오래 남았다.
반대로 삶이 길어도 무의미하게 사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편안한 환경 속에서 세월을 흘려보내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거나 타인을 돕지 않고, 단지 생물학적 생존에만 머무른다. 오래 살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삶의 깊이와 영향력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행동과 선택, 마음가짐에서 결정된다.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는 책임과 성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삶은 주어진 시간의 양보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과 성실함 속에서 우리는 삶의 무게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지만, 그 축복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가 진정한 의미를 만든다.
철학자들은 종종 ‘인생의 질’을 강조한다.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얼마나 의식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했는가가 삶의 본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 남을 배려하며 공동체 속에서 역할을 다하는 사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삶의 길이가 짧아도 풍요롭다.
나는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을 통해 이 깨달음을 매일 경험한다. 바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가정에서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할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 아무리 시간이 길어도, 의미 없는 나태한 하루가 반복된다면 그 삶은 공허하다. 반대로 짧지만 충실한 하루를 살아간다면, 우리는 삶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며 만족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삶의 유한성을 종종 마주한다. 가을의 낙엽은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는 상관없이 계절마다 떨어지고, 강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이 자연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살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오직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다.
삶을 깊이 있게 사는 사람은 작은 순간에도 성실함과 사랑을 실천한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친구를 위해 귀 기울이며, 직장에서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며,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한다. 이러한 삶은 길이에 상관없이 의미가 깊다. 때로는 그 깊이가 남에게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의 길이에 집착하는 것보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늙고 젊음의 차이는 결국 외형적 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음가짐과 행동, 책임과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결국,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 안에서 무엇을 남겼는가로 판단된다. 우리는 하루하루 선택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한 선택이 쌓일 때, 삶은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영적·정신적 가치가 있는 삶이 된다.
내가 만약 내일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오늘 내가 사랑하고 배려하고 책임감 있게 살아간다면,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깨달음이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고, 앞으로도 남은 시간 동안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인간은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알 수 없지만, 삶의 의미는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길게 살았다고 반드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것이 아니며, 짧게 살았더라도 사랑과 성실, 책임을 다하며 살았다면 그 삶은 값지다.
결국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얼마나 살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매 순간 선택하는 행동과 마음가짐,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책임감 있는 삶이 바로 시간의 길이를 넘어서는 가치다. 그리하여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진정한 풍요를 누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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