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짙어져가기만 하는 그리움..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에 대한글

사나이라면 | 2020.05.09 05:26:32 댓글: 2 조회: 727 추천: 1
분류좋은글 https://life.moyiza.kr/goodwriting/4107132


짙어져가기만 하는 그리움..
보고 싶습니다.
매일 매일 내 몸을 구겨넣어야
겨우겨우 매달려서 탔던
환승버스가 방학기간이라
그런지 타자마자 버스기사님의
바로 뒷자리에 앉는 횡재를 했다.

그리고 무심히 창을 바라보다가
맞은 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버스기사를 향해 기사님이 한 손을
들어 손인사를 했다.

순간....
눈물이 맺혔다.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은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몇 년 전까지 버스기사
일을 하셨다.

운전일로 평생을
사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내성적이고
자신의 완고한 가치관으로
사셨던 분으로 지인이나
친구도 적으셨다.


그래서
항상 혼자 술을 드시고,
혼자 낚시를 다니셨다.
많이 외로워 보였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차라리
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은 고향에 내려갔을 때
우연히 부산역에서 아버지의
40번 버스를 타게 되었다.
매우 반가워하는 아버지는
나의 애칭 '똥순이'를 반갑게
부르시며 매우 들뜬 목소리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그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다 큰 딸에게 똥순이라 부르며
무척 즐거워 하는 모습과 맞은
편 버스 기사에게 흰 장갑 낀
왼 손을 가볍게 흔들며
손인사를 하시는 모습이

아버지의
활기찬 직장인으로서
마지막 모습으로 그림처럼
남아 있다.

그 때 그 작은 손 짓을 보면서
아버지도 사실은 꽤 애교가
있으시고 사교적인 성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었다.


아버지는 고향이 충청도이고
장년이 된 후로 고향을 떠나
부산에 정착하신 이후로
직장동료들 말고는 인맥이
거의 없으셨다.

아버지는
술도 잘 하지 못하시고
매우 알뜰하셔서 동료들과
잦은 술자리 자체를 매우
자제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본인의 사람으로
곁을 주는 기준 자체가 조금
특이하고, 엄격함이 차이만
있을 뿐 정작 자신의
사람이라는 검증의 시간이 끝나면
무척이나 말씀도 많으시고,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게
많으신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63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
인생을 제대로 즐길
시간도 없이 질환으로 불안해
하시다 돌아가셨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삶을
살아내는 목표와 목적에
별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식을 길러내기 위한
필요한 일들에 대해서만
골몰하고 집중하는 것만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의미일까?
그럼 나란 사람에게는
무엇이 남는 것일까?
무언가를 얻고 남기고자 함은
아니어도 적어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미안함이나
회한은 남지 않는 것이
나와 내 사람들에게 마지막
순간에 원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깊이 생각해 보게 했고
지금은 거의 그런 삶을 지향하면서
살아가고자 하고 있다.

아버지라는 자리는
참 쓸쓸하고 외로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장성한 자식이
그런 아버지의 쓸쓸함을
챙겨 줄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고 한다면 훨씬
외로움은 덜 하겠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 한계가 있는
것이기에 아버지라는 이름은
어머니보다 훨씬 외롭게 들린다.

좀 더 오래 사셨으면
아버지를 챙겨 드리고 좀
어울리지도 않게 재롱이나
애교를 부려 드렸을텐데라는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출근하는
아침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직 건강하신 어머님이
계셔서 다행이라 여기면서
어머니에게만이라도
좀더 신경쓰고 잘 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추천 (1) 선물 (0명)
IP: ♡.245.♡.24
금나래 (♡.173.♡.136) - 2020/05/09 06:00:18

40선 연길에서 자주 탓음니다 긴글이라서 거기까지만 읽엇음다

슈지니 (♡.207.♡.69) - 2020/05/23 06:45:45

오늘도 그리움은 짙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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