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하고싶은 얘기

봄봄란란 | 2020.04.04 09:55:59 댓글: 10 조회: 1359 추천: 5
분류생활잡담 https://life.moyiza.kr/lifejob/4089205
아래글은 엄마가 어제 쓴 글이다.
엄마도 나처럼 아빠를 먼저 잃었다.

수십년이 지났어도 외할배에 대한 그리움은 덜해지는게 아니고 짙어만 가고있는거 같다.

내가 모르는 那些岁月的故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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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얘기

사월이다.
날씨는 제법 따스하다 바람은 거칠게 몰아 치다가 다시 부드러움을 반복하며 통통 물오른 새싹들을 다그쳐 깨우고 있다.
빙판위 팽이처럼 잘도 미끄러져 돌아가던 세월이 난데없이 초대형 홈채기에 걸려 신음과 눈물로 너덜너덜한 상처들로 유난히 지루했던 지난 겨울 ,물론 현재도 진행중인 홍역 퇴치전쟁 아닌 전쟁으로 온세상이 들썩임에도 말 없는 자연은 변치 않는 모습  그대로 조용히 우리를 맞이 한다 마치 우리들의 아린 가슴을 봉합해 줄 요술사가 나타나듯이~
내일은 고인을 기리는 청명날이다.
나는 지금 오래된 여행용 가방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버지를 떠올리는 기억의 꾸러미를 헤쳐 추억을 더듬는다.
이년전 친정집 헛간에서 우연히 먼지투성이 가방을 발견하고 별 생각없이 가져와 솔로 깨끗히 씻어 몇번의 물건 정리때 자리 차지해 버릴까말까 하다 왠지 그냥 두고 싶었다.그러다가 어느날"무한신종페렴"이란  어마어마한 "폭탄"터지는 소리와 함께 전국민의 "자택지킴이" 생활도중 문뜩 무언가 궁금한 생각이 들어 이 가방을 꺼내 보는 순간, 아차 ! 이럴수가...무한이란 두글자와 장강대교가 찍혀 있지 않은가 !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졌다 ~글쎄  근 사십년이 지난 오늘날 큰 화제거리가 된 "무한"이란 고장과 연결고리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언젠가 아버지께서  교원들과 함께 단체로 "상해"여행 다녀 온것만은 똑똑히 기억난다 그후 여러곳에 여행다녔었다는데 딱히 어디서 이 가방을 사 오셨는지 엄마도 기억 나지 않는단다.이번 엄청난 전염병사태가 일어나기전 "무한"이란 두 글자는 별로 낯 익지 않았다 개념중 "무한"은 장강대교와 황학루, 달랑 이 두개 뿐이였다.
어쨌든 신기한 아버지의 가방이다 !
수 많은 기억중 미남이신 아버지는 배짱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전례"없는 그 년대에 남들이 엄두도 못내는 북경"串联"까지 갔다 오셨다 더 놀라운 것은 "우파분자"여서 관제대상임에도 거침없이 행하셨다는 사실이다, 그 담대함의 대가로 우리집 출입문에 "대자보"가 떡칠 돼 문도 못 열 정도였었다.
한번은 불살개로 쓸 책장을 찢는 엄마손에서 일본어 교과서 비슷해 알고보니 아버지께서 퇴직하면 일어공부하시겠다고 어디서 얻어 온거란다 이렇듯 아름찬 꿈이 있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페암으로 입원치료 받을때 마침 남조선88서울올림픽이 열려 병원복도에 높이 걸린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던 허약한 뒤모습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짠하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우상이 뉘신가 물으신다면 난 주저없이 아버지가 내 우상이라고 말하겠다,물론 거창한 인물의 우상도 좋지만 난 그냥 내 스승인 아버지가 바로 내 우상이다 !
아버지는 56세의 짧은 삶 사셨지만 열아홉 풋풋한 총각 선생님으로 시작해 근 사십년 가까이 교육사업에  온갖 정성을 몰부었었다.심성바르고 인정 많으시며 손풍금능수에 배구,장기,미술, 멋진 붓글도 무대배경 무용도구까지 제작하는 등 다재다능에 자식사랑 또한 끔찍했던 우리 아버지,특히 코흘리개 학생들과 수업시간 유머로 친근감과 차별없는 사랑 베푸심에 인기 좋으셨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뒤 추모의 글 몇자라도 적어 보고 싶어 몇번이나 필을 들었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못 쓰고 물론 지금 이시각도 눈물을 훔치지만 후엔 바쁘다는 핑게로 미루다 이제서야 이렇게 쓰게 되 삼십여년 묵은 체증이 싹 가라 앉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칩거"생활 중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음을 재차 느끼는 바이다.
가는 세월, 저무는 나이 원하던 원치않던 그때그때 나타나는 새로운 것과 예상 밖의 불편에  적응함은 자아성찰과 더 높이 뛰기 위한 한발 물러섬이다.
앞에 보이는 희망의 빛줄기를 향함에 긍정의 씨앗을 품고 깨끗한 단장으로 강남 갔던 제비 마중하며 완연한  봄 마중 가 보자 !
    
         2020.4.3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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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래 (♡.173.♡.136) - 2020/04/04 11:29:46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엿보임니다

봄봄란란 (♡.120.♡.136) - 2020/04/04 12:02:38

네~~~

편풍 (♡.77.♡.183) - 2020/04/05 23:54:39

햐, 어머님의 우리 글 수준이 웬만한 수준 아니네요. 봄봄란란님보다 썩 더 잘 쓰시는 것 같은데...
설마 선생님 출신은 아니겠죠...
딸은 아빠편이라고 하죠. 정이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봄봄란란 (♡.120.♡.44) - 2020/04/05 23:57:50

ㅋㅋㅋㅋ.감사합니다~
울엄마 쌤은 아닙니다.

벨리베리 (♡.40.♡.5) - 2020/04/07 14:13:09

봄님 위대하신 외할아버지가 계셧엇군요.
선생님의 자재로서 글 잘 쓰시는 어머님까지 문학가정에서 태여낫엇군요.
이런글 충분히 우리문족들이 예전에 즐겨보던 <은하수>(지금도 발행하는지?)같은 잡지에 올리고할수있어요.
참 잘 읽고갑니다.

봄봄란란 (♡.120.♡.223) - 2020/04/07 14:16:18

과찬이십니다.ㅎㅎ.
그저 엄마가 글을 쓰기 좋아해서...

<은하수>잡지는 첨 듣네요.전에 저는 《도라지》는 읽어본적 있는데..

댓글 감사합니다.

보라빛추억 (♡.137.♡.147) - 2020/04/08 13:21:35

저도 은하수는 보지 못했어요.
연변에서 제일 잘 팔리는 잡지는 청년생활과 연변녀성, 그다음 장백산 도라지 등등이 있죠.

봄봄란란 (♡.120.♡.244) - 2020/04/08 13:25:17

아..맞아요.
청년생활.장백산..참 오랫만에 다시 들아
어보네요.

보라빛추억 (♡.137.♡.147) - 2020/04/08 13:25:41

봄란님 어머님의 문필이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외할아버지 또한 존경스러우신 분이네요. 자랑스럽겠어요.

우리 어머니도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이 글을 보여주면서 엄마두 써봐라구 부추겨야겠어요.ㅎㅎ

봄봄란란 (♡.120.♡.244) - 2020/04/08 13:34:08

좋은 생각입니다만 어머님까지 보여주신다니 좀 부끄럽네요.
젊었을때 못이룬 꿈을 지금은 취미생활처럼 하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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