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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수기_첫째 날

desmond | 2019.11.11 18:59:08 댓글: 12 조회: 5172 추천: 5
분류타향수기 https://life.moyiza.kr/mywriting/4022870
<<~ 춥다>> 5시 정각에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이불을 차 던지고 벌떡 일어난 나의 첫 느낌이었다.
11월 초 변천의 새벽은 추워지기 시작하였고 해는 언제 나타날 찌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깥은 아주 깜깜하였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미리 준비해둔 속옷과 내복을 쉽사리 입으려고 했으나 손과 다리가 아직 휴면상태에 처해 있어 생각대로 빨리 입을 수고 없었다. 계속 잠기려는 두 , 그리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손발과 싸우면서 추움에 덜덜 떠는 몸에 겨우 옷을 걸쳐 입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기는 정말 오래만 이었다. 기억으로 남아 있는 새벽에 일어나기는 20여년전 대학입시를 앞둔 고3때이었다.
,
오늘부터 그때처럼 고통스러운 하루 첫 시작을 해야 하는 구나~ㅉㅉ

방문을 열면 신발을 놓을 수 있고 세면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세면실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어제 오후에 급히 사놓은 안전화를 신고 전기 주전자에 물을 담아 전원을 켜 놓은 후 칫솔과 치약을 찾아 이를 닦기 시작했다. 냉수가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 차가워>>, 정신을 펄떡 들었다. 시간은 좀 지났으나 물은 아직 끓지 않아 전기 면도기를 이용하여 수염을 깎고 나니 주전자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기 시작했다. 주전자의 물을 세수 대야에 모두 붓고 난 뒤 수도꼭지를 틀어 나오는 냉수를 조금 썩었다. 두 손을 세수 대야에 쑥 넣었다. <<~ 따뜻하다>> 오늘 처음으로 느낀 따뜻함이었다. 추움을 얼마 정도 이길 수 있게 되어 조금 즐거워진 마음으로 얼굴을 깔끔히 씻었다.

세면을 하고 나니 거의 5 30분이 되었다. 아 서두러야 하겠다.
세면실에서 출입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와 바로 왼쪽 편에 있는 전기등 불빛이 새며 나오는 다른 출입문을 잡고 당겼다. 그 안에 바로 부엌인데 아버지가 서계셨다. 어제 저녁에 일부러 남겨둔 삼겹살 두부찌개를 가스레인지에 놓고 가스 불로 데우고 있으셨다. 내가 들어 온 것을 알고 저를 향해 <<내가 오늘 좀 늦었다~>>라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을 하셨다. 평소에 매일 새벽 5시전에 꼭 일어나시던 아버지가 아침은 자기가 챙겨 놓겠다고 얘기하셨지만 나의 생각 밖으로 오늘 늦게 일어나셨다. (어제 저녁에 술을 마셔서 그러나? 그 정도 술은 아버지로 놓고 말해선 아무렇지 않을 텐데…)

아침 식사를 급히 하고 난 뒤 6시전까지 10분 좀 넘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사무소까지 가는데 아버지가 알려준 길을 이용하면 걸어서 10분정도 소요된다. 다행히 지각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제 사무소에서 몇 년간 일을 하여 온 고향 지인과 오늘 사무소 앞에서 6시에 만나기로 하였다.

<<아버지, 나 가볼께>>라는 말을 남기고 빠른 발걸음으로, 실제로 뛰어가는 것과 별 다름없이 급히 목적지로 이동하였다. <유일인력> 간판이 보였다. (5 55, 5분 일찍 도착했네~ㅋㅋ.)
사무소 앞에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낡은 작업복을 입고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어 까맣게 탄 얼굴색을 소유한 일군들이었다. 그 사람들의 의아하게 쳐다보는 눈길을 피해 사무소 출입문 옆의 작은 구석에 몸을 바싹 붙이고 고향 지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아직도 않 오지?>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겨우 2분정도 기다렸을 뿐이었다.

, 누가 온다. 익숙한 얼굴이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계셨죠?>> 나는 눈 앞까지 오신 고향 어르신께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이 분은 60대 중반 나이로서 아직도 날마다 일을 하러 나오시며 <유일인력>에 가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아버지가 말씀한 적 있다.
<<
, 너 왔냐? 여기에는 왜?>> 아저씨는 저를 알아 보고 불가사의한 눈길과 동시에 의문을 제기하셨다.
<<
여기 온지 한달 반정도 되었어요. 회사에 취직하려 했는데 잘 되지 않고 해서 당분간 여기서 일당 다니려 구요.>> 나는 서슴없이 당당하게 대답을 하였다.
의심스럽다는 표정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아저씨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 <<들어가자. 여기 추워>> 라고 말씀하였다.
<
, 그렇다. 춥다.> 다시 추운 느낌이 몸을 사로잡았다.하지만 지금 아저씨와 같이 사무소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꼭 경수를 만나서 함께 사무소에 들어가. 그 애가 소장님께 소개해 줘야 좋아.> 아버지가 당부한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아저씨와 함께 들어 갈수 없었다.
<<
먼저 들어가세요.나 여기 좀 있다 들어 갈께요>>.
아저씨를 먼저 들어 보내시고 꼭 경수를 기다려야 하였다. 경수가 사무소 소장님의 총애를 받기 때문에 꼭 경수의 소개를 받아야만 앞으로 소장님이 잘 봐줄 수 있다는 사심이었다.
여기서 추워서 떨지 말고 들어가자고 아저씨가 두세 번 권유를 하였지만 내가 끝까지 사양하니 어쩔 수 없이 먼저 들어가셨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달려셨죠?>> 드디어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아냐~ 오래만이야.>> 얼뚱결에 생각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사실 몇 일전에 길가에서 만난 적도 있고 어제 저녁에 전화로 통화하였기에 방금 한 말은 정말로 합당치 않았다.
<<
며칠 전에 만났었잖아요.ㅎㅎ 들어가요>> 경수는 사무소 출입문을 열고 나보다 한 몸 앞서 실내로 들어갔다.나는 경수 뒤를 바싹 따라 발걸음 하여 실내에 들어섰다.

출입문 바로 맞은 편에 사무용 테이블이 있었고 안쪽에 60대좌우의 안경 끼신 남자분이 마주 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에 고개를 몰두하고 있었다. 경수는 빠르게 그 남자분 옆으로 다가간 후 아주 작은 소리로 조용히 말을 하였다.

<<
안녕하세요~ 소장님, 저기~>> 턱으로 출입문 앞에 있는 나를 가리키며 << 우리 고향 사람이예요>>
<<안녕하세요~>> 소장님이 고개를 들어 출입문 방향으로 보는 순간 나는 인사를 올렸다.
<<
네에~>> 소장님은 간단히 대답을 한 후 눈길을 경수에게 돌렸다.
경수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소장님은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임마>>(그래 잘 봐줄께. 라는 뜻이 분명히 섞여 있었다^^)

소장님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경수는 나의 곁으로 걸어 왔다. 나는 출입문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금방 앉았고 경수도 내 옆에 앉아서 작은 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와 경수는 한 고향일 뿐 나이 차이가 많아 거의 교류가 없었고 서로 익숙하지 못한 사이였다.
<<
너 몇살이지?>> 나는 경수를 어린 동생으로 생각하고 아주 편하게 물어보았다.
<<30
살요.>> 경수도 낯간지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대답하였다.
<<
내 사촌 동생하고 동갑이구나. 명국이, 맞지? 나보다 많이 어리구나>> 나이 훨씬 먹고도 어린 동생한테 부탁하여야 했던 내가 아주 민망스러웠다.
<<
네에. 명국이랑 동창 이예요. 걔는 수원에 있어요>> 자기가 잘 아는 친구 얘기가 나오니 경수의 말은 더욱 친화적이었다.
<
앞으로 형이 될 수 있는 한 챙겨 줄게> 라는 속 생각을 가지고 나는 어린 동생과 기분 좋게 주고 받고 얘기를 하였다.

마음이 어느 정도 놓인 후 사무소 실내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40평의 면적으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실내에 소장님의 사무용 테이블과 서류 책장들이 서쪽 벽면으로 놓여 있었고 맞은 편 동쪽 벽에는 출입문과 유리창문이 있었으며 그 밑으로는 부드러운 의자가 길게 나열 되어 이었다. 남쪽과 북쪽 벽면으로는 역시 부드러운 의자가 길게 놓여 있었고 북쪽 벽과 서쪽 벽에 교차하는 곳에는 정수기와 커피자동판매기가 놓여 있었다. 실내 중심의 공간에는 동서 방향으로 두 줄의 서랍이 눕혀져 있었는데 매 줄마다 번호가 찍혀 있는 8개의 서랍 문이 있었다.
벽 주위의 의자에는 빈틈없이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일부 서랍문 위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실내에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연령별로는 천차만별하였으며 50,60대들이 대부분이 었고 30, 40대들이 약간 차지하였으며 경수가 가장 어린 측에 속하였다.(어려서 소장님께 귀여움 받을 수도 있겠구나~)
밖에서 본 사람들과 같게 낡은 작업복을 입고 얼굴이 까맣게 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놀랍게도 깨끗하고 깔끔한 옷차림에 얼굴색이 새 하얀 사람들도 몇이 있었다. 두 부류의 사람들은 아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나보다 더 흴 수가 있을까? 워낙 피부가 괜찮은 편에다 자외선을 별로 접촉하지 않았던 나로서 피부가 희다는 것을 자신했지만 그 사람들과 비교한 즉시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은 서양 백인들이었다. 그러니 내가 질 수 밖에 없지~(일하러 나온 사람이 별 생각 다 하네, ^^)
그런데 왜 저렇게 잘나고 콧대 높은 인간들이 여기 있을까? 그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무소실내 앉아 있는 동안 나는 실내와 실외를 빈번히 드나들고 하는 사람들과 커피나 물을 마시러 실내를 왕복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또한 소장님께서 일부 사람들을 테이블 앞으로 불어 들여 작은 문서 종이를 건네 주며 말을 몇 마디씩 당부한 뒤 그 사람들은 사무소 밖으로 나간 후 다시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오늘 업무 지시를 받고 일하러 가는 것이었다.

시간은 흘러 6 45분쯤 되었다.
<<
박인규 씨>> 소장님의 특유의 쉰 소리가 들여왔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를 보고 말하는 것이었다. 다듬지도 않고 앞으로만 대충 내려 빗은 머리카락이 눈썹을 살짝 덮었고 그 아래 머리카락보다 얼마 더 희지 않은 까만 얼굴색을 가진 아저씨가 고개를 들고 소장님의 눈길을 맞아 마주 보았다.
<<
오늘 닭 공장 가요~ 괜찮죠?>> 아저씨의 기분을 떠보는 말투로 들리기도 하였다.
<<
일 보내주시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요.>> 아저씨의 힘이 없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의 귀에 들려 왔다.
<<
오늘 저분 따라가요~>> 소장님께서 저를 가리키며 아저씨와 같이 가라고 하였다.
<<
, 알겠습니다.>> (아싸, 일을 받았네^^) 나도 모르게 기분 좋게 대답이 나왔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한국 전체적으로 일이 적고 많은 인력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일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미리부터 듣고 왔었다. 오늘 일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심리 준비도 하고 있었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마음이 복잡해서 적합한 표현이 없네) 모르게 오늘부터 새로운 삶이 떨어졌다. 잘 나갔던 나의 인생에서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일당 일을 하게 되었으며 나에겐 앞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새로운 출발이 되었다.

다음에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관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 (5) 선물 (0명)
IP: ♡.142.♡.49
kim제니하루 (♡.34.♡.209) - 2019/11/12 09:33:52

한국에서 고생이 많네요.

desmond (♡.142.♡.49) - 2019/11/13 13:07:12

관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나는데로 글을 계속 올리겠습니다. 지속적으로 관심바랍니다.^^

김만국2000 (♡.245.♡.241) - 2019/11/12 17:02:04

한국에 몇년있었죠 ?오래 가있어보이지 않는사람처럼보이네요.

desmond (♡.142.♡.49) - 2019/11/13 13:08:54

전에 한국에 여러번 단기적으로 왔었습니다. 이번에는 오래 있으려구 왔구요, 이제 온지 2개월째 입니다.
관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나는데로 글을 계속 올리겠습니다. 지속적으로 관심바랍니다.^^

인생만사새옹지마 (♡.245.♡.174) - 2019/11/12 21:36:00

고생하셨네요.다음집 기대할게요~

desmond (♡.142.♡.49) - 2019/11/13 13:09:11

관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나는데로 글을 계속 올리겠습니다. 지속적으로 관심바랍니다.^^

단차 (♡.251.♡.162) - 2019/11/13 20:09:38

궁금하네요.

desmond (♡.38.♡.33) - 2019/11/27 11:17:57

후속 올려 놓았습니다. 즐거운 독서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함명 (♡.209.♡.197) - 2019/11/17 15:58:57

전남 화순 변천리 말씀하시는거죠?

desmond (♡.142.♡.49) - 2019/11/18 19:10:09

개인정보 노출을 피하기 위하여 문장 중의 지역명과 사람 이름은 모두 별칭을 사용하였습니다. 이해바랍니다.

벨리베리 (♡.40.♡.38) - 2019/11/21 10:00:42

70이시지요?신변에있던 친구들도 많이들 한국가다보니 이런글들이 더 기대가되네요.
자세하게 적으신 내역들 보노라니 어려서 정탐소설보던 느낌에 다음집들이 많이 기대됩니다.

desmond (♡.38.♡.33) - 2019/11/27 11:16:31

네에, 감사합니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데로 글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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