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수기_첫째 날(2)

desmond | 2019.11.13 20:36:09 댓글: 10 조회: 2906 추천: 6
분류타향수기 https://life.moyiza.kr/mywriting/4023579


<<, 추워~>> 오늘 눈을 뜨고 나서부터 여러 번 느꼈던 감각이 또 다시 나타났다.
닭 공장을 가기 위해 인력사무소 출입문 맞은 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와 나, 그리고 서양인 여러 명이 함께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 한 가지 위로된 것이 있다면 바로 궁금증이 풀린 것이다. 사무소에서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 깔끔하고 잘 생긴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서양인들이 나와 똑같게 닭 공장으로 파견되어 같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를 향해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여전히 힘이 없는 목소리가 나의 귀에 들렸다.

<<, 저 오늘 처음 일당 나왔어요. 잘 봐주세요~>> 초보인 나로서 도움이 될 듯 싶은 누구에게든 깍 듯이 인사하고 부탁을 청해야 만 하였다.

<<처음이오? 닭 공장 추운데…>> 나의 얇아 보이는 옷차림을 살펴보며 아저씨는 걱정스럽다는 뜻으로 말을 하셨다. 아마 내가 어려 보여서 안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 아저씨와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비록 아저씨는 말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 56세이고 고향이 연변 룡정이라는 것을 알려 주셨다. 한국에 오신지는 오래 되었고 변천에만 6년째라고 하였다. 또한 아이가 하나 있는데 30살 여자이며 현재 상해있다고 하였다. 나도 나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였다. 그리고 나도 이전에 상해에서 살았었다고 얘기를 드렸다.

<<상해 살기 좋소?>> 아저씨가 저한테 묻는 얘기였다. 아마 딸이 좋은 곳에서 살고 있기를 바랬기 때문에 다른 사람 입에서 상해란 말이 나오기 바쁘게 물어 본 것이 분명하였다.

<<네에, 중국에서 그래도 상해가 가장 문명하고 서비스 좋고, 좋아요~>> 자식은 상해에 살고 있으나 가보지 못한 아저씨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나는 상해가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상해에서 회사 다니며 생활한 경험은 있으나 별로 적응이 되지 않아 1년만 있다가 북경으로 회사를 옮기었다. 지나치게 단 음식, 시시콜콜 따지는 소시민적 사고 방식, 타 지역사람 차별화 등의 상해의 분위기가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지 않았었다.

7시쯤에 버스가 왔다.

우리는 모두 버스를 탔다. 다행이 오늘 집에서 나올 때 교통카드를 챙겨 나왔다. 일당 시 교통비를 자체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이제 막 알게 된 것이었다. 목적지는 멀지 않았다. 버스 타고 세번 째 정거장이 바로 닭 공장이었다.

눈 앞에 4, 5층의 흰색 건물이 있었고 건물벽에는 길을 향한 쪽으로 <㈜우의식품>이라고 큰 글자가 박혀있었다. 건물의 규모와 자치하는 면적으로 보아 대형 기업은 아니고 중소 기업이라는 것을 바로 판단할 수 있었다.

버스를 내리지 마자 서양인들은 빠른 걸음으로 공장 건물로 이동하였다. 그들은 여기에 매우 익숙해 있고 자주 왔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나도 아저씨의 늦지 않은 걸음을 바짝 따라서 건물 측으로 이동하였다.

출입문은 두 쪽의 유리로 되어 있었고 옆의 벽에 있는 <눌러주세요> 버튼을 누르니 한쪽 유리가 다른 쪽 유리 안쪽으로 겹치면서 출입 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었다. 출입문을 통과한 후 바로 계단이 있었는데 방향은 위로가 아니라 아래로 이었다.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온 후 신발을 벗는 곳이 있었으며 신발을 벗고 나서야 안쪽으로 들어 갈수 있었다. 바로 통과하게 된 장소는 식당이었는데 동시에 150명 정도의 인원이 식사할 수 있는 밥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식당을 경과한 후 또 계단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계단을 따라 한참 오른 후(아마 3층 정도??) 문에 <외래인 물품 보관실>이라고 적혀는 있는 방이 있었다.

아저씨의 익숙한 행동을 따라 급히 여기까지 오다 보니 나에게는 힘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숨을 헐떡헐떡 쉬며 아저씨 뒤를 이어 그 방에 들어가 보니 아주 비좁은 공간에서 그 잘 생긴 서양인들이 옷을 벗고 있었다.(발가벗은 것은 아니에요^^)

<<저 옷을 갈아 입으쇼~>> 아저씨는 방에 있는 옷걸이를 가리키며 저한테 말을 하셨다.

남색 작업복과 흰색 작업복들이 옷걸이에 엉망진창 걸쳐 있었는데 나는 그 옷들을 보고 고르는 것보다 더 망설하여야 하는 것이 있었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의 깨끗하고 깔끔한 외투들을 벗고 내복 위에 작업복을 입고 있었으며 아저씨도 자신이 입고 온 편한 옷차림 위에 작업복을 직접 겹쳐 입기 시작하였다. 나는 위에 편한 잠바와 아래 길어서 질질 끌리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잠바에는 호주머니가 없어 핸드폰, 교통카드와 현금을 청바지의 호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잠바 위에 작업복은 겹쳐 입을 수는 있으나, 청바지에 작업바지를 입을 경우 행동이 매우 불편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청바지를 벗고 작업바지를 입으면, 청바지는 어디에 보관하며, 나의 소중한 물품들은 어디에다 보관한 단 말이냐?

<<빨리 입소~>> 아저씨의 재촉하는 말이 들려 왔다.

<, 모르겠다. 되는 대로 되라~> 속 생각인 만큼 소리는 못 내고 청바지 위에 흰색의 작업바지를 겹쳐 있었다. 위에 입은 작업복을 그나마 몸에 그런대로 맞았지만, 아래의 작업바지는 클 수 밖에 없었으며 허리를 좁혀주는 고무줄이 없어 아래로 계속 처지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 보았지만 허리를 멜 수 있는 허리띠나 끈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듯 실오리도 찾을 수 없었다. 난처에 부닥쳤지만 나는 방법이 있었다. 작업복 바지 위쪽 변두리를 청바지안쪽으로 비집어 넣은 것이다. <오케이, 역시 나는 똑똑해> 여전히 속생각이었다. 작업복 외에 기업 요구에 따라 작업 모와 장화를 착용해야 하는데 몸에 적합한 것은 하나도 없어 대충 골라 착용을 하였다.

작업복은 어쨌든 모두 <성공적>으로 챙겨 입었지만 나는 펭귄이나 오뚝이가 되어버렸다. 다른 형태로 표현한다면 위 몸은 작은 구형 모양에 아래 몸은 큰 구형 모양, 조롱박을 똑 닮았던 것이었다. 자신이 우습다고도 생각되었지만 마음의 깊은 곳에는 거센 <찬 바람>이 불었다.

다른 동료들도 나와 같은 모양새일까?

먼저 아저씨의 모습을 보았는데 나보다 조금 낳은 상태이었다. 작업복이 몸 사이즈에 아쉬운 대로 맞을 정도이었다. 헌데 저 서양인들은 작업복을 입고 있어도 여전히 깨끗하고 깔끔한 모양새는 나타내고 있었다. 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나는 후에 그 이유를 알고 되었는데, 그 서양들한테도 꼭 좋은 일은 아니었다.)

서양인들과 아저씨를 따라 작업할 장소로 이동하였다. 방금 경과했던 경로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 출입문을 나왔다. 그리고 그 건물과 붙어 있는 다른 건물의 출입문으로 들어가니 출입문 왼쪽 벽에 문이 하나 있었고 오른 벽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우리는 그 계단을 이용하여 3층까지 올라 간 후 왼쪽 벽에 있는 문을 보았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 들어갔다. 여기가 바로 오늘의 작업실이었다.

작업실은 공간이 넓어 100평쯤 되었는데 안의 구조와 설비에 대해서 나는 완전히 낯설었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벽 옆에 세워진 화물 진열대, 소형 지게차(포크리프트) 두 대, 그리고 아직 조립하지 않은 종이 박스 더미뿐이었다. 기타 대부분 물품과 설비들은 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8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15분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실내에는 나와 아저씨, 그리고 우리와 함께 온 서양인 몇 명이 있었을 뿐 기타 사람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서양들은 두 사람, 세 사람씩 모여 아주 자연스럽게 각자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용하는 언어는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가 아니라는 것 만 확신할 수 있었고, 그들이 하는 언어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서양인들도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것 같았다.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어 나에겐 호기심만 더욱 강해졌고 도대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두서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8시 정각이 되어서 ㈜우의식품 마크가 가슴 앞에 뚜렷이 박혀있는 회사 작업복을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들은 회사의 정식 직원이었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투자할 수 없다는 듯이 규정시간에 딱 맞추어 출근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면서 몇몇 서양인과 인사를 하였고 그 서양인들도 답례를 하였다. 그들은 분명 서로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이었다.

간단한 인사와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난 후 그 사람들과 서양인들은 별 말 없이 실내의 설비들을 이동하여 작업대를 조립하고 있는 것 같았고 아저씨도 같이 도와 주러 나섰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다고 담당자가 뭐라고 하면 어떡하나?> 불안하게 서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나를 향해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순식간 작업대 2세트가 조립되었다. 넓이와 길이가 모두 1.2m정도이고 높이가 허리까지 닫는 테이블, 그와 붙혀 놓은 테이프 자동 부착기와 인쇄 출력 가능한 전자저울 등이 연결되어 한 세트를 이루었다. 그 후 회사 직원과 기타 사람들은 또 별 일 없는 듯 각자 작은 모임을 이루어 작은 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일을 하러 왔는데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도 없고 마음속으로 답답하였다.

<<아저씨, 도대체 뭐해야 해요?>> 결국 나는 아저씨한테 물었다.

<<, 좀 있으면 반장 올께~>> 아저씨는 여전히 힘이 없는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호랑이 말하면 호랑이 온다>고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 출입문을 열고 나타났는데,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저 사람이 반장? 설마, 이럴 수가…> 눈앞에 나타난 흑인을 보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해버렸다. 저 사람이 정말 반장이라면 내리는 지시를 따라 줄 사람이 있을까? 아마 마음속에 흑인에 대한 본능적인 차별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면 않되겠죠?)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고음의 목소리로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흑인과 같게 이 사람도 역시 말이 많았다.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수다를 떨기 시작하니 실내 분위기는 바로 활기 있는 장소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분위기는 바로 반대쪽으로 변해 버렸다. 진정한 반장이 나타났다. 출입문 맞은 편 벽에 아주 넓은 폴딩도어가 열려 있었고 거기에서부터 화물더미를 싣고 있는 소형 지케차가 나오고 있는데 조종사는 50대정도의 아저씨이었다. 아저씨는 지케차에서 화물을 가볍게 바닥에 내려 놓았지만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급히 우리에게로 걸어 오셨다.(무서워~)

다음에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관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 (6) 선물 (0명)
IP: ♡.142.♡.49
인생만사새옹지마 (♡.136.♡.160) - 2019/11/14 18:33:10

잘 읽었읍니다.벌써 다음내용이 궁금해지네요.ㅎㅎ

desmond (♡.142.♡.49) - 2019/11/18 19:11:02

감사합니다. 지속 관심부탁드립니다.

푸른샘 (♡.80.♡.51) - 2019/11/15 16:01:20

다음내용도 기대합니다

desmond (♡.142.♡.49) - 2019/11/18 19:11:47

이야기 갱신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만국2000 (♡.208.♡.157) - 2019/11/15 17:10:12

한국생활을 반영하는것이네요.좋아요.

desmond (♡.142.♡.49) - 2019/11/18 19:12:24

네에, 될수록 제가 경험한데로 적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속 관심바랍니다.

은뷰티 (♡.217.♡.48) - 2019/11/17 14:31:40

잘 읽었습니다 ~

desmond (♡.142.♡.49) - 2019/11/18 19:12:59

감사합니다. 계속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8호선 (♡.50.♡.114) - 2019/11/18 17:12:33

한국생활 생동하게 잘 그려냇네요

다음집도 기대할게요

desmond (♡.142.♡.49) - 2019/11/18 19:13:38

3회 올려 놓았습니다. 갱신이 늦어도 계속 관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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