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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외할머니 ---9

내고향제일 | 2021.03.23 04:38:35 댓글: 1 조회: 1040 추천: 3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40867

젊은이들은 다 외지에 가고 마을에 남은사람들이란 노약자들뿐이다. 90%가 조선족이였던 향수촌도 인젠 한족이 더 많다. 이삼십년의 변천에 소리없이 한족마을이 되여버렸다. 젊은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고 또 세월이 흐르고 흘러 현재 남아있는 조선족분들이 돌아가시면 향수촌에는 조선족이 없게 된다. 조선족이 없는 마을을 조선족마을이라고 할수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내 마음이 쓰려난다. 내고향의 미래가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나도 어찌할수 없다. 개변시키려해도 개변시킬능력도 없다.

이전에 내고향 향수촌은 유명한 향수입쌀로 주위마을에서 손꼽히는 살기 좋은 조선족마을이였다. 이런 마을이 지금은 빈집들이 수두룩하고 병든 늙은이처럼 생기가 없다. 주인이 있을때는 봄이면 터밭에 백일홍, 봉숭아, 코스모스, 국화꽃이랑 가지가지꽃들이 활짝 피고 푸르싱싱한 야채들로 무성했지만 지금은 터밭에 가로세로 늘어진 잡초뿐이다. 백년을 살자고 주인이 손수 벽돌을 한장한장 올리며 지은 집도 주인이 있을때는 안이던 밖이던 매일 쓸고 딱아주고 깨끗이 거두었는데 지금은 일년내내 인기척을 들을수 없고 도처에 거미줄이 주렁주렁, 집주위는 바람에 날려온 쓰레기들로 둘려싸여있다. 몇년간 주인의 손길을 잃은 초가집은 비바람과 눈보라를 못이겨 무너진집들도 적지않다. 가족이던 마을이던 때가 되면 구수한 입쌀밥냄새도 맡을수 있고 전등밑에서 한가족이 오손도손 식사도 하고 티비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있어야 하지않겠는가. 가족이던 마을이던 학교다니는 애들도 일다니는 젊은이들도 터밭을 가꾸는 늙은이들도 어울려 살아야 세세대대로 번창해가는 벅찬 생활의 숨결을 느낄수 있지않겠는가

외할머니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향수촌마을에 있다. 바깥세상에 별로 관심이 없는 외할머니는 왜서 젊은이들이 외지에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지 이해를 할수없다. 타향에서의 생활이 압력이 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일도 쉽지 않다며 투성을 부리면서도 자기 땅도 있고 너른 집도 있는 고향에 돌아오는 젊은이들은 없다. 모두들 고향을 떠난 목적이 더 좋은 생활을 위해서라고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더 좋은 생활인가? 한가족이 몇명도 안되는데 한국, 중국의 여러도시에 갈라져 일년가도 얼굴 한번보기 힘들고 결혼년령이 되여도 결혼도 안하고 집도 코구멍만 세집살이……들어보면 매달마다 두툼한 돈뭉치를 받는것같지만 여기저기 쓰고 남은것은 얼마되는지. 자식으로써 일이년에 한번씩도 고향에 부모보러 오지못하며 외지에서 일 다녀도 물어보면 저축도 없단다. 한달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벌어서 어디에 썻는지 물어봐도 답이없다. 물론 타향에서 분투하는 목적이 100% 돈만 버는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득실(得失)을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이런 생활이 정말 자신이 애초에 고향을 떠나며 바란 생활이 옳은지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사회가 발전할수록 발달한 국가일수록 대중의 표준이나 주위사람들의 평가보다도 개인의 자아감수나 생활질량을 중시한다. 전 사회의 용납성도 높아져 법률을 위반하지 않은한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한 개인상황에 따라 자기의 선택권리를 충분히 향수할수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결혼안하는 사람도 많고 결혼했다가 맞지 않으면 이혼하고 재결혼하고 그것또한 자신의 선택이니 사생활에서 우리는 남의 선택을 존중해야지 항상 자기 표준으로 남을 요구할 권리가없다. 신발이 발에 맞는지는 그 신을 신는 사람이 알지 다른 사람은 모른다. 짧은 내 인생, 소중한 내 인생, 남의 입이 무서워 남의 눈길이 두려워 괴로움을 참으며 내 금싸락같은 시간을 낭비할수없다. 어떤 생활이 자신한테 적합한지는 자신이 감수하고 판단하지 다른사람이 지정할봐가아니다. 때로 전화상에서 우리의 화제가 이런 세대차이의 충돌에 빠지면 나와 외할머니는 반시간씩 얼굴에 분노를 쌓으며 쟁론해도 누구도 누구를 설득시킬수없다.

세월이 흘러흘러 몇십년 형제들처럼 사이좋게 지내던 외할머니또래의 마을친구들도 하나하나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옆에 있던 자식들을 잃은데다가 친구들마저 잃은 외할머니는 더욱 고독해졌다. 옆에 한두명 언어가 통하는 친구라도 있으면 서로 희로애락을 나누고 말동무도 하련만 인젠 80세이상의 노인도 마을에 외할머니 혼자뿐이다. 속이 답답해도 훌훌 나가 쉽게 하소연할곳도 없다. 난 외할머니가 항상 집에 혼자 있으니 우울증이 오는것 같아서 나가 좀 돌아다니라고 권고했다. 돌아다니며 이웃들과 이야기도 나누면 기분전환이라도 될가해서였다.

내 운명이 거세서 남편이고 자식이고 다 죽이고 무슨 낯에 밖에 나가 돌아다니겠니. 내 나가 돌아다니면 남들이 비웃는다. 누구두 볼 면목이 없다

남편이나 자식들은 외할머니가 죽인것도 아니고 다 제 명이 짧아서 죽은건데 누구 외할머니를 탓합니까. 자식들이 앞서 죽어 제일 가슴아픈 사람은 할머니인데 누구 할머니를 탓합니까 그리고 누구 뭐라고 한다해도 그게 사실인것도 아닌데 왜서 거기에 신경을 쓰십니까. 남보란듯이 살자고하지 말고 나보란듯이 살아요 이세상에서 라는 인간이 아무리 하잘것없다해도 내 인생에서 주인공은 나예요. 언제나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걸 잊지 마세요. 할머니는 왜 소중한 자기 인생을 남의 눈에 남의 입에 걸고 있어요? 이 몇십년인생을 어떻게 보내겠는가는 외할머니 자신한테 맡겼어요. 누구도 바라지 말아요 바라면 실망이 크니깐요. 자식도 좋고 이웃도 좋고 조금이라도 관심해주면 감격으로 받아들이고 관심이 없어도 원망할 필요도 없이 외할머니대로 살아야하는것입니다. 외할머니는 누구한테도 빚진것이 없어요. 살면서 다른사람 눈치를 볼것 더욱 없고 자기절로 할수 있는것은 하고싶은것은 마음대로 하며 살아요, 물론 자기절로 할수없는것은 바라지도 말고, 할머니도 한국에 가봐서 알겠지만 모두들 타향에서 제 살기에 다 바빠요. 비록 외할머니 80세고령이지만 그래도 밥도 혼자서 할수 있고 빨래도 할수 있고 돌아도 다닐수있고 얼마나 좋아요. 덕분에 외삼촌이나 외숙모나 이모나 외지에서 마음놓고 일할수 있고 얼마나 다행이예요. 그러니 매일매일 감격으로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난 하고싶은것도 없다. 아무거해도 하나도 재미가 없구

그럼 그건 외할머니 문제네요. 외할머니는 나머지인생을 울면서 보내고 싶습니까? 웃어도 하루 울어도 하루인데 왜서 울면서 보내겠어요. 우리 시어머니도 외할머니와 비슷한 년세인데 생각이 외할머니보다 훨씬 진보적이예요. 그 년세에 매일 책도 보고 뉴스도 듣고 시간있으면 주위사람들과 섭슬려 놀기도 하고, 내 결혼해서 이십년되도 종래로 우리 시어머니 운명을 한탄하는거 못봤습니다. 한탄해 뭐해요? 한탄해봤자 눈물만 나왔지 뭐 개변되는거 있어요? 할머니가 개변할수 있는것은 개변하고 개변할수 없는것은 받아들여야해요. 우리 시어머니도 오십살에 사고로 남편잃고 빠듯한 살림에 혼자서 자식 넷을 키워 시집장가보내고 쉬웠겠습니까. 우리 주위사람들을 보세요. 하나하나 누가 쉽게 사는 사람 있어요. 이 문제가 아니면 저 문제에 고민하고 이 고통이 아니면 저 고통에 시달리고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게 아닙니까. 인생이 그렇잖아요. 그렇다면 우리자신도 자기의 고통이나 고민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고통이나 고민이나 우리의 일부분만 차지하지 전부가 아니잖아요. 외할머니는 80년나마 살아도 이런 도리를 모릅니까. 사람이 살며 언제나 가진것으로 하여 감격하며 살아야지 외할머니는 왜 자꾸 잃은것만 생각합니까. 외할머니 년세에 점점 잃을것이 많지 얻을것이 많겠어요? 사람의 본성이 욕심이 끝이 없어서 하나있으면 둘을 갖고싶고 둘이 있으면 셋을 갖고싶고 속고생은 자기절로 찾아한다니깐 참, 외할머니는 지금 속고생 사서 합니다 사서해요 알아요? ”

외할머니는 성이 나서 가슴을 탕탕치며 반박한다 내 욕심이 많다고? 내 속고생 사서한다고? 너 이것도 말이라고 하니? 우리 마을에 누구 내보다 더 속 태운 사람이 있니? 너 시어머니 내보다 운명이 사납냐? 난 남편 둘 아들 둘 딸에 사위 며느리까지 잃었다. 넌 아직 어리다. 내 마음고생 털끗만치라도 못해봤어 니가 내 마음 어떻게 아니? 모두들 하나하나 죽으며 내 가슴에 칼을 박았다, 내 가슴이 억망진창이 되였다. 내 지금 웃으며 살 기분이야?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오냐!” 열이 나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외할머니는 정말 우물안 개구리예요. 무엇이나 마을안에서 비하고 할머니는 세상이 얼마큰지 알아요? 저 큰 중국지도에서도 우리마을 보이지 않아요. 그러니 이 세상이 얼매 크겠어요. 자꾸 코앞만 보지말고 멀리 보세요. 외할머니는 세상에 외할머니보다 더 비참한 사람들도 많다는것을 알고 있어요? 외할머니는 그래도 외삼촌도 있고 작은 이모도 있고 외숙모도 있고 손자손녀도 여럿이 되잖아요. 있을 집도 있고 먹을 쌀도 있잖아요. 인젠 80여년 살았잖아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충분히 맛봤잖아요. 사람의 인생이 무엇입니까? 태여나서 늙어죽을때까지 여러단계의 희로애락을 맛보는 과정이 아닙니까? 할머니는 2008년 사천 문천대지진(汶川大地震)에서 죽은 사람이 얼마되는지 아세요 거의 7만명이예요. 새파란청춘에 죽은사람 얼마나 억울해요, 련애도 못해보고 결혼도 못해보고 자기자식을 기르는 기쁨도 모르고 낳아기른 부모님한테 효도도 못하고 죽은 사람들 얼마나 억울해요. 진정한 인생을 시작도 못해보고 죽었어요. 겨우 살아남은 사람도 불구자가 됐어요 빈털털이가 됐어요. 그들한테 무슨 잘못이 있어요. 외할머니 말씀대로하면 가족을 다 잃고 빈털털이가 되여 혼자 남은 사람은 자살해야 하겠네요. 누구나 살면서 언제 자기 발등에 무슨 불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피할수 있는것은 피하고 피하지 못하면 받아들여야합니다. 이게 생활이고 이게 인생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살아있는것만으로도 감격해야합니다. 세상에 살아있는것보다 더 중요한게 어디있어요? 죽으면 모든것을 잃는데 안그래요?”---계속

추천 (3) 선물 (0명)
IP: ♡.136.♡.223
galaxy4 (♡.250.♡.61) - 2021/04/01 14:29:21

ㅎㅎ손녀가 할머니를 올리 교육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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