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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외할머니 ---11

내고향제일 | 2021.03.25 05:44:04 댓글: 1 조회: 1906 추천: 3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41520

어느날, 외할머니한테 전화를 하니 몇일전에 한국에서 일하고있는 큰외삼촌이 보험때문에 고향에 왔었단다. 모자(母子)가 몇년만에 만났는데 할말이 없더란다. 말수가 적은 외삼촌도 할말을 못찾고 외할머니도 적당한 화제를 못찾아 몇마디 말도 못하고 하루밤을 지낸채 이튿날 아침 외삼촌은 한국에 떠났단다.

이불펴고 누워서 티비 (TV)를 보고있는데 덜컥 문소리가 나서 이시간에 올사람이 없는데 하메보니깐 너 큰외삼촌이더라. 무슨 큰일이 생겼는가해서 깜짝 놀랐다. 다행이 농촌양노보험(农村养老保险)서류에 지문(指纹)을 입력하러 왔다해서 안심했다. 집에 오며 온다는 기별도 없이 왔더라. 집에 전화기도 있는데 미리 전화라도 하면 내가 먹을것이라도 준비해놓겠는데 불시에 뛰여드니 먹을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아침에 그저 있는 밥에 김치에다 대충 먹고 집을 떠났다. 몇년만에 어쩌다 집에 왔는데 그렇게 보내니 가슴이 내려가지 않는다. 이제 60살이 좀 넘었는데 얼굴도 여위여서 반쪽이 됐고 주름살이 쪼글쪼글한게….내 가슴아파서 흑흑흑, 자식도 나이를 먹으니 자식같지 않다 둘이 같이 한방에 있는게 불안하구 어색하구 어찌나 송구스럽던지. 못난 에미가 너무 오래 살아서 미안해서…”

이말을 듣고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흔히 모자가 몇년만에 만났으니 할말이 끝이 없겠다. 서로 그립던 정을 나누며 장면이 무척 다정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도않다. 피줄을 이은 가까운 사이가 몇년만에 만났다해도 각자의 생각에 빠져 이렇게 서먹서먹할때도있다. 어릴때는 40대어른을 보면 나이가 아주 많아 보였고 무엇이나 다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40대가되니 아직도 마음한구석에는 어린애가 숨어있는걸 느꼈고 모르는것도 무지무지 많은걸알았다. 죽을때까지 배워도 완전히 터득하지 못하는 도리가 많고많다는것도 알았다. 내가 예상한 40대와 현실의 40대에 차기가 엄청 많은것처럼 다른방면에도 우리의 추측과 현실의 차이가 적지않을것이다.

나는 할말을 잃었다. 뭐라고 말하랴. 때로는 인간의 한줌의 마음이 이렇게 가늠하기 어렵다. 수십년 갈래갈래 복잡하게 얽혀져있고 서로의 성격이나 표달방식이 틀리기에 장소에 따라 일시 기분에 따라 행동이나 태도가 180도 틀릴때도있다. 인간의 본성이 간단하다면 매우 간단할수도 있지만 복잡하다면 또 상상이 안가게 복잡하다. 변덕도 많아 아무 이유없이 일분전과 일분후의 생각이나 기분도 완전 딴쪽으로 바뀌여지기에 세상의 제일 대단한 공식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정확히 계산해낼수없다. 그러니 남의 일에 함부로 옳고그름을 따지려고 하지말라. 꼬치꼬치 캐묻지도 말라 누구를 원망하지도 말고 교육하려고 하지도말라. 우리가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가 본것은 다만 그들의 아주 작은 한구석일뿐이다. 그들이 여지껏 무엇을 겪었는지 지금 무엇을 겪고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 자신을 보라. 자기의 육체, 자기의 정신이라하여도 한 몸뚱이에서 육체와 정신이 싸울때도 많다. 한집에서 살고 한가마 밥을 먹는 부부간이나 부자간이나 이런 제일 가까운 사이라해도 자주 모순이 생기고 서로 이해하지 못할 일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하물며 다른 사람의 일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수 있겠는가. 남들이 자기 가정이야기를 할때 좋기는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내보내라. 다른 사람의 모순을 볼때도 돌아서는 순간 잊어라. 그들이 우리한테 하소연할때도 우리의 조언이나 방조를 바라는것이 아니라 그저 토로할 대상이 필요하여 들어주기만 바라고있으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그들이 자기 부모,형제,남편,자식에 대해서 어떻게 표달하던 다만 당사자의 그때 일시 감정뿐이다. 그들사이의 아주 작은 한부분일뿐이다. 그러나 왕왕 듣는 사람들은 그것을 대부분으로 생각한다. 친인사이에 어떠한 모순이있던 십년 이십년 삼십년 같이 있는것만으도 그들사이에 불만도 있지만 사랑도 있다는것을 알수있다. 그들사이에 100%원망과 불만만 살아있다면 이렇게까지 오래동안 같이 있을수없다. 어떤 방면이던 서로의 수요가 있기에 장기간 같이 있을수있는것이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이없다. 다른 사람의 결점을 볼때 우리도 자기 결점을 인증해야한다. 다른 사람의 결점과 나의 우점만 비한다면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공평하지도 못하다. 나도 인간이지만 살다보면 때로는 인간이란 동물이 우습고 어처구니가 없다. 인간의 본성이 다른 사람이 실제적인 방조가 필요할때는 이러저러한 핑계로 외면하고 자기주제도 똑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일도 제대로 처사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착오(错误)나 결점에는 특별한 열성을 보이며 큰소리로 대방한테 도리를 따지며 그러면 안되지 이래야지 저래야지하며 교육하려고한다. 우리가 정말 그 일의 자초지종을 알고있는가? 문제의 근원이 다른사람도 한눈에 보일만큼 그렇게 간단하고 명확한게 사실인가? 같은 일이 자기한테 부닥치면 자기가 주장하는대로 할수 있는가. 선뜻 긍정도 하지말고 장담도 하지말라. 살다보니 인간이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더라. 도리는 다만 도리이다.

인종차별이나 성별차별이나 민족차별이나 우리는 차별화당하면 차별화한다고 불공평하다고 부르짖는다. 차별화를 스톱하라고 외친다. 이건 자신이 그런 억울함을 당했기에 항의하는것이다. 차별화하는 사람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차별화당하는 사람만이 그 차별화를 절실히 느낀다. 같은 도리로 혼자살고 있는 늙은이만이 그 외로움과 고독감을 뼈저리게 느낄수있다. 젊은이들이 자기도 이해한다고 하겠지만 정말 100%이해할수 있는가. 자기가 겪지 않고서는 어느만큼은 이해한다쳐도 100% 는 이해할수 없다고 본다.

나는 외할머니가 아니다. 그가 수십년 겪어온 아픔도 얼마간은 이해하지만 완전히 이해할수는 없다. 아니, 절반도 이해못할거다. 이런걸 생각하면 나도 부끄럽다. 이런 도리를 알면서도 한쪽으로는 또 외할머니한테 일일이 도리만 따지며 설득하려하여 부끄럽다. 세상에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적다 대부분 사람이 도리를 알지만 도리대로 하자면 자기 육체나 정신 그리고 돈주머니가 힘들기에 그대로 하지않을뿐이다.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슬그머니 회피할뿐이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중요한건 도리가 아니고 이해이고 사랑이고 포옹인걸 알면서도 도리로만 외할머니를 설득시키려해서 미안하다.

이웃들이 외할머니가 이 년세에 혼자 있는것이 보기가 안타까와서 드문드문 들여다보고 색다른 음식도 있으면 가져다주었다. 외지에서 일하는 마을사람들이 고향에 일보러갔다가 어쩌다 만나도 일이백원 돈을 쥐여주었다. 외할머니는 다른것에는 기억력이 차하지만 누가 돈을 얼마 주었고 누가 뭐 사들고 외할머니보러 왔었는지는 다 기억한다. 보답으로 뭐를 줄가 고민한다. 받기만할수없다. 사람지간의 정이란 오고가고 나눠야 오래간단다

매년 봄 외할머니는 터전에 가지,무우,고추,마늘을 심는다 가을이면 무우,가지,고추를 뜯어 말리운다. 당마늘을 만든다. 겨울이면 장작불을 때는 철가마솥에 누룽지도 만든다. 이런것들은 자신이 먹자구 준비하는게 아니라 이럴때 인사로 주자고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전화할때면 말해준다 우리도 이런 사람들을 기억하고 기회가 있으면 보답하라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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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xy4 (♡.98.♡.82) - 2021/04/01 15:25:04

이야기도 아닌 산문식으로 이렇게 긴글을 인생의 도리를 안받침으로 쭈욱 써온다는게 필력이 대단하네요.
소박한 단어로 쉽게 알아볼수 있고 감명을 불러일으키게 잘 적었습니다.
작가님 평소에도 글쓰기를 많이 하실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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