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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17

내고향제일 | 2021.05.21 17:41:33 댓글: 1 조회: 1310 추천: 2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58911

주위에 올 사람들은 다 와서 외할머니를 보고갔다. 닝겔을 맞으면 생명은 몇일간 더 유지할수 있겠지만 살아날 가망은 전혀없다. 고통스러우면서 몇일 생명을 더 유지할 의미는 없다. 그래서 냉겔을 띠기로했다. 닝겔을 띤 외할머니의 신음소리는 더 잦았고 전신의 통증에 진정을 못하셨다. 우리의 풍속에 환자가 돌아가실때는 실제적인 병환을 알려야했다.

조용한 틈을 타서 이모가 외할머니한테 위암과 간암말기인것을 알렸다. 외할머니는 화가 어린 목소리로 아니라고 단호히 반박한다. 외할머니가 병에 시달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것을 옆에서 보는게 너무 안타까와서 내가 외할머니, 어머니가 천당에서 다 준비해놓고 외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으니 인젠 여기에 있는 모든것을 내려놓고 편히 떠나가세요. 아프지 않는곳으로 떠나세요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여전히 도리머리를 짓는다. 외할머니의 반응은 뜻밖이였다. 어머니가 세상뜬후 외할머니는 자주 언제면 너네 엄마 옆에 가겠니, 너 엄마 보고싶어 죽겠다. 빨리 너 엄마옆에 갔으면 좋겠다라고 타령을 하셨는데 정말 간다고하니 아니란다.

외할머니의 87년 인생살이에 그 많은 친인의 생사를 옆에서 지켜보고도 할머니의 이 신체상황에서 지금 자신이 독감에 걸렸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몇일 닝겔을 맞으면 다시 일어날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현실을 회피하고싶은가? 사람이란 누구나 죽음에 공포를 느끼는것 같다. 87세가 되여도 죽음에 면하면 그 공포는 여전하다. 공포는 어디에서 올가? 죽으면 자손들을 영원히 보지못한다고 생각해서일가? 알수없는 래세에 대한 불안감일가 ? 87년을 살아온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일가? 아님 이 세상에서 완전히 잊혀질가봐서일가? 아무튼 한사람이 지금의 모든것을 버리고 떠난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신체상황에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불현실성을 느꼈는지 어느날 외할머니는 옷괴짝 어느곳에 돈 6천원이 있으니 그것으로 후사를 처리하라고 하셨다. 외할머니는 가정주부이다. 당연히 퇴직금도 없다. 은행저축도 없다. 이 돈은 평시에 자손들과 친인들이 준 용돈이다. 평생 아껴먹고 아껴쓰며 남긴돈이다. 비닐주머니로 여려겹 헝겁주머니로 여러겹 꽁꽁 묶은 이 얇다란 돈주머니가 87년간 외할머니의 전 재산이다.

일반적인 진통제는 외할머니한테 전혀 효과가 없다. 돌란틴 (杜冷丁) 이나 모르핀 (吗啡)같은 약은 공제가 심해서 마을병원에는 없다.

외할머니의 통증을 조금이라고 덜기위하여 11일 우리는 구급차를 불러 외할머니를 동경성진의 경박호병원으로 모셨다. 구급차라고해서 차표면에는 구급차의 표시가 있어도 차안은 허줄하다 중간에 간이침대와 산소통이 하나있고 그 차체(车体)좌우 옆으로 긴 널판이 있어 간호사나 가족이 앉게했다.

1979년에 일어선 경박호병원은 근 40, 한여름의 뙤약빛속이던 한겨울의 눈보라속이던 동경성진의 백성들을 지키는 경위원처럼 같은자리에 우뚝 서있었지만 낡은 시설과 어설픈 환자 몇몇으로 지금의 사회적 지위를 얼마간 가늠할수 있었다.

외할머니는 5층 병실에 입원하셨다. 5층에는 병실 8간이 있었는데 세병실에만 환자가 한명씩 있고 다른 병실은 텅텅 비여있다. 20평방가량되는 병실에는 침대 세개가 놓여있었다. 침대옆마다 일메터높이의 서랍이 달린 궤짝이 있어 개인물건을 넣게했다. 그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외할머니가 중간 침대를 사용하고 나와 이모, 외숙모, 외삼촌이 나머니 침대 두개를 차지했다. 진통제를 맞고난 외할머니는 일시 안정을 취하셨다. 몇일째 곤두선 우리의 신경도 외할머니의 신음소리가 적어져서 많이 완화되였다.

동북의 8월달은 해빛도 밝고 참 상쾌한 날씨이다. 하늘도 맑고 푸르다. 병실이 5층이니 시야도 좋다. 수전에는 살풋이 고개를 숙인 벼이삭들이 바람에 살살 그네를 뛰고있다. 한전에서 양파걷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길너머 버들나무사이로 경작용 트럭트에 참외와 수박을 수두룩히 싣고 길옆에서 사구려를 부르는 장사군도 보인다. 병원옆 자택 터밭의 자두나무와 해당과나무에는 빨갛게 무르익은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수확의 계절은 늘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 선들바람이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마냥 우리의 얼굴을 다정히 쓰다듬는다. 유유히 산보중인 몇송이 하얀 뭉게구름도 지저귀는 새들도 내고향 가을 풍경에 도취되여 떠나기 아쉬워하는것같다. ~ 얼마나 정답고 아름다운 내 고향인가 저로 모르게 코노래가 나간다.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동산, 그속에서 놀던때가 그립습니다….”

이번에 난 한국에 계시는 이모를 7년만에 만났다 ,큰외삼촌과 큰외숙모도 몇년만에 만났다. 우리는 이 마음을 확 트이게 하는 고향의 가을 풍경에 미혹되여 잠시 외할머니의 일을 잊고 함께 지내온 즐거운 나날들을 회억하며 웃고 떠들다가 불시에 외할머니의 신음소리가 들리기에 현실로 돌아와 입을 다물었다

외할머니는 인젠 완전히 언어능력을 상실하였다. 유일하게 할수 있는 신음소리도 힘이 없어서 점점 가늘어진다. 내가 외할머니라면 옆에 있는 친인들이 외할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빨리 멈추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 몇년간 눈물속에서 고통속에서 힘들게 보냈는데 마지막끝까지 이렇게 괴롭게 가야하는가

유감스럽지만 중국에는 안락사가 없다. 나는 안락사를 찬성한다. 왜 존엄있게 세상을 떠나게 할수없는가. 중국도 경제나 사회나 문화가 어느정도 발전하였는데 우리도 임종시기의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하면 더 인도적이고 과학적이고 존엄이 있는 마지막길을 걸을수 있는지 잘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명확한 법률효력이 있는 제도를 작성 해야하지 않겠는가?---계속

추천 (2) 선물 (0명)
IP: ♡.25.♡.27
o0ozzz (♡.20.♡.1) - 2021/05/27 03:33:42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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