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은 그날 고백 이후 연락이 없었다. 나 한테 마음을 확인할 시간을 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서영일 이라는 사람도 그날 퇴원 이후 연락이 없다.
연락도 하지 않을 거면서 핸드폰 번호는 왜 그렇게 달라고 달달 볶았는지 모르겠다.
모두 잘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 시간 나는 오늘도 일을 한다. 지옥의 사자와 맞짱 이라도 뜨고 오듯 피곤한 밤이다.
가끔씩 들려 오는 기침 소리 그리고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방금 타 놓은 커피잔을 멍하니 쳐다 본다.
툭.
얼마나 정신줄을 놓고 있었으면 사람이 내 앞에 온 줄도 몰랐다.
캔 커피를 내 앞에 툭 놓고 씨익 웃는 사람
서영일이다.
출렁이던 나의 호수가 다시 잠잠해 지려고 할 즈음 서영일은 또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이상 한 사람이다.
< 헉!!깜 짝.....>
< 뭐? 그리 놀래요 ? >
< 당연히 놀라죠 ..한 밤중에 앞에 똭 ...... >
< 사람이 서있어서 놀랐어요? 제가 서있어서 놀랐어요? >
< 둘 다요... >
< 내가 보고 싶었 나봐요? >
< 아닌데요 >
< 보고 싶으면 전화 하지 그랬 어요 >
< 아니 라니 까요 >
<나는 보고 싶어서 찾아 왔는데 ? >
<..............>
< 한밤중에 하나씨가 갑자기 보고 싶어서 >
<..............>
그저 눈을 마주 하고 있을 뿐인데 온 마음이 소란 스럽다. 기대인지, 설레임 인지, 어색함 인지
< 마침 병원 앞을 지나가는데 하나씨가 야근 일거 같아서 들렸어요.....>
< 다리는 괜찮아요 ? >
< 보다시피 >
다리는 아직 붕대로 돌돌 감겨져 있었다.
< 하나씨 내일 쉬는 날이죠? >
< 네 >
< 음.. 그러면 내일 낮에는 하나씨가 주무셔야 하니까 내일 저녁 저랑 식사 하실래요? >
<...........>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잠깐 망설여 졌다. 무엇 때문인지 나는 이 사람 앞에서는 자꾸 망설여 진다.
내가 바로 대답이 업자 이 사람은 또 다시 물어 왔다.
< 내일 안되면 모레라도 .... >
< 내일 저녁으로 해요 . 제가 일어나는 대로 전화 드릴 게요. >
두번씩 거절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그는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 밥 먹자는 약속을 하고 또 다시 홀연
히 사라졌다. 병문안 왔던 인상이 험한 다섯 남자 중 한명의 부축
을 받으며 걸어 갔다.
퇴근 하고 자려고 누웠지만 오늘 저녁 약속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침대에서 여기 저기 뒹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잔 걸까 내가 눈을 떴을 땐 밖은 이미 어둑 컴컴했다. 시계
를 보니 벌써 7시였다.
너무 늦어 버린 거 같아 영일씨 한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일어 나셨어요? >
< 죄송해요 제가 알람 맞춰 놓고 잤는데 소리를 못 들어서 너무 늦었죠? 식사는 하셨어요? >
< 저 아직 밥 안 먹었어요. 하나씨 기다리고 있었죠 >
< 그럼 제가 인츰 준비 하고 갈게요. 죄송해요 >
< 괜찮아요 천천히 하고 와요 >
너무 늦어 버린 탔어 최대한 간단하게 꾸미고 나갔다.
영일씨와 약속 잡은 곳은 술집이 가득한 어느 골목의 감자탕 집이 였다.
첫 만남에 감자탕이라......살짝 의아했지만 아무 내색 없이 안으로 들어 갔다.
늦은 저녁 식사 시간 이였지만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러
는 와중에도 나는 영일씨를 한번에 찾았다.
<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
< 멀리 까지 오느라 수고 했어요 >
< 아.. 아니 에요 그런데 여긴 엄청 단골이 인가 봐요 ? >
< 단골이죠 . 바로 앞에 저의 가게 거 든요. 혹시 무슨일 생기면 제가 바로 들어가봐야 되서 여기 까지 오시라고 한 건데 괜찮으시죠? >
머리를 돌려 그 사람이 일한다는 가게를 보았다. < 파라다이스 > 그건 술집이 였다.
< 네네 다리도 편찮으신 데 제가 오는게 맞죠 >
한번 더 가계 간판을 보고 머리를 돌려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사람은 내 앞접시에 시라지와 고기가 많이 붙은 뼈다귀를 덜어 주었다.
마음은 뼈를 손으로 쥐고 뜯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럴수 없기에 깨
작 거리며 젓가락으로 위에 보이는 고기만 집어 먹었다.
< 하나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 몇살 같아 보이세요? >
< 음.... 여자 나이를 나보고 맞춰 보라는 건 너무 가옥 한 질문 인거 같아요 . >
<서른 하나. 영일씨랑 동갑입니다. >
< 와... 그래요? 저는 저보다 어린 줄 알았는데, 하나씨는 남자친구 있어요? >
< 없습니다. >
< 저도 여자 친구 없는데 하하하하하 >
< 그건 제가 알고 있었습니다. >
< 제가 여자 친구 없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얘기 한적 있었던 가요? >
< 병문안을 오는 분들이 죄다 시커먼 남자들 뿐이라....... >
< 오...하나씨 저 한테 관심 있었던거 아니죠? >
< 아닌데요 ....켁켁 >
깨작 거리며 먹고 있던 고기가 목에 걸려 버렸다. 갑자기 훅 던진 질문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 남자는 이미 알고 있었던거 같다. 내가 본인 한테 호감이 있다는걸.
< 천천히 드세요 >
라는 말과 함께 물을 내게 건넨다. 이 사람 한테 말려 든거 같은 먼가 찜찜 함이 느껴진다.
< 그럼 하나씨는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 세요? >
< 음.....이상형.........>
지이잉~~~
내가 이상형에 대해 생각 하는 사이 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 하나씨 죄송해요 제가 잠깐 통화를....... >
급한 전화인듯 했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고 그렇게 5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 하나씨 어떡하죠. 식사하고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리려고 했는데 가게에 문제가 생겨서 제가 급하게 들어가봐야 할거 같은데..... >
< 빨리 들어가 보세요. 저는 괜찮아요. >
내의 괜찮다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바로 뒤돌아서 가게 문을 나섰다.
조심해서 집에 가라는 인사도 없이 말이다.
가게를 나와 택시가 없어 한참을 걸었다.
걸으면서 지금 내 기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감자탕 집에 들어가
기 전까지 좋았던 기분이 어느 순간 부터 조금씩 조금씩 다운되여
갔다.
( 그래 바쁘면 그 사람 가게 앞에서 만날수 있지 )
( 그래 감자탕 집은 감자탕 밖에 없는데 그 사람 단골집이니까 알아서 주문 해 줄수있지 )
( 그래 급한 일이 생겼다는데 나를 집까지 바래다 못 줄수도 있지. )
다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조심히 집에 들 가라는 말은 해 줄 수가 있잖아.
헤여 진지 한시간이나 지났는데 잘 들어 갔는지 문자 정도는 해 줄수도 있잖아.
한순간의 설레임이 한순간의 서운함으로 바뀌는 그런 만남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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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감사
아..술집 운영한다면 거의 조폭이나 다름없는건데..ㅠㅠ제 생각이 불행하게도 맞는거 같네요..어쩜 좋아..
도장찍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