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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건조실에 깃든 이야기

무학소사 | 2022.12.05 12:27:05 댓글: 2 조회: 1339 추천: 2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4424113
담배건조실에 깃든 이야기

70년대와 80년대에 어느 마을에 가든 첫눈에 들어오는것이 높게 지은 담배건조실일것이다.지금의 현대식 담배건조실과는 많이 틀리는 마을에서 제일 높게 지은 토목건물이기때문에 멀리 서도 한눈에 보였다.담배를 건조할때면 두사람이 륜번으로 밤낮 불을 때기때문에 언제든지 장작불에 무엇을 구워먹기에 제격이였다.동년시절 햇감자거나 햇옥수수가 나오면 그것을 들고 건조실에 달려가 구어먹었는데 그 구수한 냄새가 지금도 풍겨오는것 같다.
담배건조실 마당은 비교적 넓직하여 여러가지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되였다.담배를 달고 떼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외에도 평시엔 동년들의 즐거운 놀이터였고 어른들의 휴식터로도 되였고 로천영화의 영화관노릇도 톡톡히 하였다.당시엔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었기때문에 장년들은 저녁밥술을 놓기 바쁘게 건조실마당에 모여들어 장기를 두기도 하고 한담도 하면서 긴 밤을 보냈고 호기심 많은 우리는 건조실주변에서 술레잡기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즐거운 동년시절을 보냈다.
로천영화를 방영하는 날 건조실마당은 마치 장마당인양 흥성흥성하였다.학생들은 저녁밥을 드는둥마는둥 하곤 누가 부르기라도 한듯 건조실마당으로 모여들어 소리치고 뛰여다니며 야단법석을 하였다.다음으로 저녁술을 놓은 마을의 어른들이 쪽걸상을 들고 꾸역꾸역 모여들어 건조실마당을 꽉 메웠다.혹은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오손도손 모여앉아 영화를 보는데 눈은 영상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제구실을 하는데 입이 질투할가봐 호박씨나 해바라기씨을 닦아와 부지런히 입에 넣어주던 기억도 새롭다.그때 주로 전쟁소재 영화들을 많이 보았는데《갱도전》,《지뢰전》,《영웅아들딸》《평원유격대》등등 대표적이였다.어른들은 영화를 보면서 하루의 고달품을 활활 날려 보냈고 우리는 동년의 멋진 추억의 한페지를 장식하였는데 지금와서 펼쳐보니 눈앞에 보는듯 선하고 감회가 새롭다.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80년대초에 생산대에서는 해마다 밭에 담배를 심어 수입을 올렸다.그래서 나는 담배모를 대전에 이식하는 일로부터 담배를 건조하는 모든 일에 참여하여 초보자로부터 능숙한 일군으로 점차 성장하였다.
밭에 심은 담배모가 자라서 잎이 누르스레 익으면 담배잎을 따는데 녀자들은 한사람이 한이랑씩 차지하고 한포기에서 두세잎씩 따서 겨드랑에 끼고 앞으로 나가는데 넘쳐나기전에 남자들이 와서 얼른 가져가기를 바란다.거리가 멀어 남자들이 미처 가져가지 못하면 <<담배야—담배야->>하고 고함을 친다.그러면 남자들은 헐떡거리며 달려와서 가져가는데 뒤통수로 걸죽한 롱담이 날아들군 하였다.남자들은 눈치를 보다가 녀자들의 겨드랑이에 담배잎이 어지간히 차면 마치 대방을 안으려는듯 녀자앞에 서서 두팔을 쩍 벌리면 녀자들은 담배잎 뭉치를 힘있게 안겨준다.만약 남자가 두다리와 두팔에 힘을 안주고 담배잎 뭉치를 안으려 하다간 뒤로 벌렁 자빠지기 한창이다.그리고 한두 사람이 뜯은 담배잎만 가져가는것이 아니라 서너 사람이 뜯은 담배를 가져가기때문에 그렇게 안겨주지 않으면 담배잎이 밑으로 줄줄 새여 더 고생이다.남자들은 곰같이 담배잎을 한아름 가득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무성한 담배숲을 뚫고 수레길옆에 가져다 놓군 하였다.
이렇게 담배잎를 다 따놓으면 솜씨 잰 녀자들이 네댓메터되는 새끼줄에 담배잎을 끼워넣는 작업을 한다.왼손으로 새끼줄을 조금 벌리고 오른손으로 담배잎을 서너개씩 끼워넣는다.이렇게 한손으로 벌리면 다른 한손으로 끼워넣는 순서로 부지런히 담배엮는 작업을 진행한다.어찌나 왼손과 오른손이 조화를 잘 이루며 찰각찰각 일을 재치있게 해내는지 기계손이 왔다가 울고갈 지경이다.녀자들이 이렇게 담배잎을 새끼줄에 다 끼워놓으면 남자들은 그것을 수레에 실어서 건조실마당에 가져다 쌓아놓고 건조실안에 달아맬 준비를 한다.
새끼줄에 달라맨 담배를 건조실안에 빼곡히 달아맬때 남자 넷이 두조로 나누어 아래우서 건조실의 상하 절반씩 차지하고 안쪽에서부터 차례로 달면서 문쪽으로 나온다.아래 두사람이 섬겨주는 새끼줄을 받아서 자기들이 먼저 한번 고정대에 달아매고 다음에 섬겨주는 새끼줄을 웃 두사람에게 넘겨주어 고정대에 달아매게 한다.일솜씨가 늦거나 공고증이 있는 남자는 근본 이 일을 할수가 없다.나는 초중시절부터 건조실보다 더 높은 잣나무에 자주 올랐기때문에 공고증이 없어 다행이였지만 이 일엔 초보여서 처음에 늦다는 소리을 들었다.서너번 담배를 달고 떼고 하다보니 점차 익숙해졌고 게다가 한창 힘솟는 청춘이라 맡은바 임무를 남 못지 않게 완성할수 있었다.둘이 손발이 맞아 제꺽제꺽 새끼줄을 고정대에 달아매고 또 딛고있는 발판을 뒤로 이동하면서 번개불에 콩 닦아먹듯이 일을 하는데 아래 두사람이 늦으면 우에서 빨리 달라고 소리치고 우의 두사람이 늦으면 아래선 빨리 가져가라고 소리를 친다.이런 순서로 건조실안에 담배엮은 새끼줄을 촘촘히 달아매는데 남자들의 얼굴에선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옷은 흠뻑 젖어 몸에 찰떡같이 달라붙고 게다가 흙먼지에 사람이 아주 깜둥이로 변해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였다.이 작업이 끝나면 건조실에 불을 지피고 온도를 조절하며 밤낮 네댓새 불을 때면 노오란 황연이 구워져나온다.
담배잎을 건조실에 달아매는 일은 그래도 보통 초저녁에 끝나서 곧바로 강에 달려가 씻을수 있어 그런대로 괜찮은데 새벽에 말리운 담배를 건조실에서 떼여내는 일이 더 고역이였다.만지면 와삭와삭 부서지는 황연을 누기 차게 하기 위하여 마른 담배를 떼여내는 일은 보통 안개가 내리는 새벽에 진행하는데 끝나고 나면 찜질방에 들어갔다 나온것처럼 흐르는 땀에 먼지에 아주 번벅이다.그렇다고 손끝이 찡해나는 새벽 강에 달려갈수도 없고 해서 텁텁한대로 반나절을 지내야 하는 고민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10대 학창시절이였던 70년대의 건조실에 대한 인상은 먹거리와 놀거리에 관한 즐거운 추억인것 같고 20대 초보 사회인이였던 80년대의 건조실에 대한 인상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로동의 대가를 알게 한 커피같이 쓴맛이 나는 추억인것 같다.
지금 고향에 가면 옛건조실을 찾아볼수 없고 빈터만 외롭게 남아 흥미로운 추억만 안겨준다.툭 다치기만 하면 당금 일어날듯 추억의 한 모퉁이에서 풋잠을 자고 있는것 같다.


추천 (2) 선물 (0명)
IP: ♡.136.♡.23
갤럭시s7 (♡.90.♡.62) - 2022/12/09 15:54:19

제가 태여난곳은 담배농사를 하지 않아서 건조실이 없기때문에 나는 80년대말에 우리 고모 시집간곳 도문 월청향 수구촌이란곳에 가서 건조실을 알게 되였습니다. 월청향은 거의 백프로 조선족인것 같았음. 여름이면 마패에서 공사 운동대회 하는데 씨름 일등하면 둥글소 받고... 그리고 축구 시합은 싸움이 잘나고...건조실 얘기하니깐 고모와 함께 담배순 따러 다니던 생각도 나는데 담배순 따고 나면 손에 담배찐이 진득진득 가득 묻었는데... 그리고 1등담배 2등담배 이렇게 구분해서 쌍쳐놓지무... 기억에 우리 고모네 1년 담배 농사해서 번돈이 800원이였습니다. 우리 아버지 돈 500원 빌려서 농사했는데 300원 이윤이 나왔지무... 그래서 500원 돌려주는거 우리 아버지 백원이든지 이백원이든지 받고 다시 돌려주든 기억도 나지무...

상해아저씨 (♡.216.♡.123) - 2022/12/21 09:21:27

글을 아주 재미있게 흥미있게 멋있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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