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 계신 당신에게 ]

음유시인23 | 2023.01.08 09:26:12 댓글: 3 조회: 1005 추천: 3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432587

2021117일 오후 충북 제천역

음유시인 : K. J. H

대전으로 내려가는 충북선 열차를 타야 한다.

네 칸의 객차를 달고 달리는 낭만적 시골열차...

마음이 복잡할 때 마다 가끔 대전을 출발하여 제천으로 오간 것은 제천과의 특별한 인연보다 작은 열차의 느린 속도와 창밖의 시골풍경에 대한 나만의 느낌 때문였다.

열차 내에는 간단한 음료수를 판매하는 자판기도 없다.

제천역 구내매점에서 달걀 한 줄과 귤과 김밥 한 줄 그리고 우유 한 병을 샀다.

출발을 앞둔 열차로 올라와 지정된 내 자리를 찾았다.

열차 여행의 묘미는 구운 달걀과 노란 감귤을 까먹던 옛날의 추억과 만나야 가증되는 것이다.

창 쪽의 안쪽 좌석에는 중년의 여인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순간, “틀렸네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않으면 좌석 싸이즈에 넘치는 옆자리 여자의 육중한 살들과 부딪힐 것에 대한 걱정보다 남자가 옆자리에 사람이 있는데 주접대고 달걀과 감귤과 김밥을 쩝쩝거리는 것이 볼쌍스러울 것 같아 배낭속의 간식거리는 집으로 돌아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나는 추억의 재생을 포기하고 전쟁 중에 잡혀가는 포로처럼 앉아 있었다.

얼마쯤 후 였다.

-이 것 좀 드실래요-

육중한 여인은 내 앞에 초코렛 한 알을 내놓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내 배낭을 열어 같이 먹자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며

나는 낭만의 열차 여행을 재생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남편은 군인였습니다.-

-참 좋은 사람였습니다.-

-사고로 양팔을 절단하고 전역하여 전우들의 권고로 부대 앞에서 고물상을 했었습니다.-

-부대 내의 이런 저런 고철과 박스들을 무상으로 얻을 수 있어서 남편의 연금과 고물상 수입으로 그런대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하셨었죠.-

-그렇게 착하였던 남편은 잘린 팔목의 의수(義手)로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으로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한 절망을 하며 폭압적으로 변하더군요.-

-2년 전 제가 외출한 사이 자살 하셨습니다.-

여자의 눈물 방울이 굵어졌다.

-참 좋은 분이었지요, 저를 많이 사랑하였던 참 좋은 남자였지요.-

눈물에 섞인 여자의 사연을 적어갔다.

대전역에서 내려 그 여인과 헤어지며 내가 적은 메모를 그녀에게 주었다.

(아주머니...제가 음악을 참 좋아 하는데 아직은 실력이 부족합니다. 언젠가 노래로 한번 만들어 볼께요. 힘내세요.)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잘 이나 살고 있을 런지.....


-충북선 열차의 옆자리 앉았던 여인에게 노래로 만들어 주려하였던 메모-

그러나 아직 나는 실력이 부족하여 이에 걸 맞는 악상을 떠올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 하늘에 계신 당신에게 ]

꽃길만은 아닌걸요.

늪에서 나오려고

아직은 허둥이지만

언제인가 길이 나오겠지죠.

당신 먼저 떠나간 길

그 길에서 만나겠죠.

하늘이 내게 준 선물

당신이 내게 남겨준 선물

내게는 목숨처럼 소중해요.

우리는 잘 있어요.

우리는 아직 당신을 기억해요.

여보였죠. 아빠였죠.


거기는 봄인가요.

덥지는 않은가요.

가을이 오는가요.

혹시 춥지는 않은가요.

남겨진 사진을 보며

당신의 웃음 보고 있죠.

고마워요.

우리 곁에 웃고 있어서

아직도 버리지 못한....

당신의 메모장과 작은 연필들...

미웠다고 써 놓으시지

사랑한다는 글자들만....

여보였죠. 아빠였죠.

당신이 내게 남겨준 선물

내게는 목숨처럼 소중해요.

우리는 잘 있어요.

우리는 아직 당신을 기억해요.

여보였죠. 아빠였죠.

추천 (3) 선물 (0명)
IP: ♡.27.♡.240
글쓰고싶어서 (♡.136.♡.95) - 2023/01/08 11:43:38

경청할줄도 공유할줄도 배려할줄도 아는 당신은 따뜻한 남자입니다.글 한마디한마디마다 여린 감성이 푹 배여있군요.짠.

로즈박 (♡.243.♡.92) - 2023/01/09 04:32:34

잘 읽엇습니다..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기울여주시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네요..그 아줌마 힘 내시라고 말씀드리고싶어요..간 사람은 다 버리고 훌쩍 떠나버렷지만 남아잇는 사람은 얼마나 힘드셧을가요?

탠두맘 (♡.64.♡.21) - 2023/01/10 10:47:48

편견없이 남의고통을 공유하는 님은 마음이 바다처럼넓고 해빛처럼따뜻한 분입니다.글잘보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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